嗛 마음에 맞을 겹

우연히 한자 한자를 들여다 본다. 마음에 맞을 겹이다. 평소 주목하고 있는 '겹치다'에 닿아있어 그 의미를 헤아려 본다. 겹은 거듭하여 포개진 상태를 일컫는다. 겹쳐지려면 겸손함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서로가 통하여 겹에 이르러야 비로소 마음에 맞는다.

뜰에 핀 작약이 빛을 품었다. 화사한 꽃잎이 서로를 품으니 더 깊어진 색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겹쳐지니 비로소 조화로움을 얻어 생기롭다.

겹쳐져야 비로소 깊어진다는 것을 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녀치마

때가 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가만 있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성을 다하여 기회를 만든 후에야 비로소 온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꽃을 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멀리 있어 보지 못하고 아쉬워만 하다가 오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먼길을 나섰다.

죽령 옛길을 올라 그늘진 경사면에서 첫눈맞춤을 했다. 올해는 청태산 숲에서 만났다. 몇번의 눈맞춤이 있었다고 꽃을 대하는 마음이 한결 느긋하다. 빛을 품고 제 속내를 드러내며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꽃마음이 불원천리 달러온 그 마음에 닿았나 보다. 반짝이는 보랏빛 꽃술을 품는다.

처녀치마, 특이한 이름이다. 땅바닥에 퍼져 있어 방석 같기도 한 잎에서 치마라는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꽃이 필 때는 작았던 꽃대가 활짝 피면서 쑥 올라온다고 한다.

차맛자락풀이라고도 하며 비슷한 종으로는 칠보치마와 숙은처녀치마가 있다. 숙은처녀치마는 지리산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올해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생살을 찟듯 묵은 둥치를 뚫고 움을 틔웠다. 가능성으로 출발한 꿈이 현실화 되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무 둥치에 봄볕에 병아리 나들이 하듯 싹이 돋았다. 보아주지 않으면 있는지도 모를 자리다. 애초에 설 자리가 아닌듯 싶으나 그건 구경꾼의 심사에 지나지 않을뿐 싹은 사생결단의 단호함으로 이뤄낸 결과일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이 봄 뿐이겠냐마는 더디기한 한 봄을 애써 기다린 이유가 있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꿈을 펼치느라 곱고도 강인한 싹을 내는 식물의 거룩한 몸짓을 본다. 일상을 사느라 내 무뎌진 생명의 기운도 봄이 키워가는 새 꿈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봄은 틈이며 숨이자 생명이다.

그 봄 안에 나와 당신이 함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모데미풀
먼 길을 기꺼이 나선 이유 중 하나가 이 꽃을 보고자 함이다. 보고픈 꽃은 멀리 있다는 것은 붙잡힌 몸 보다는 게으른 마음 탓은 아니었을까.

지난해 한번 보았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막 깨어나고 있는 꽃과의 눈맞춤이라 더 오랫동안 볼 수 있었다. 어린 꽃이 주는 청초함에 빠지는 동안 시간은 멈춘듯 했다.

우리 나라 특산식물로 지리산 자락 운봉의 모데미에서 발견되어 모데미풀이라고 한다. 가을에 물매화가 있다면 봄에는 단연코 이 모데미풀이라고 할 만큼 눈부신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가에 다소곳이 피어있는 꽃을 본 그 첫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찾은 청태산의 모데미풀이다. 이 꽃을 봤으니 봄 꽃은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나보니 비로소 알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선괭이눈
큰키나무가 잎을 내기 전 땅에 풀들이 올라오기 전 볕을 받기에 좋은 맨땅에 꿈틀대는 생명의 순간들을 만나는 것이 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옴싹옴싹 모여 핀 모습이 금방 눈에 띈다. 연한 녹색과 노랑색의 어우러짐이 순하여 자꾸만 돌아보게 만든다. 제법 넓은 잎이 든든하게 받쳐주니 꽃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도 가졌다.

옆으로 벋는 줄기는 뿌리를 내린 다음 곧게 서서 자란다. 줄기어 털이 없고 잎에 자잘한 결각이 다른 괭이눈과의 구별 포인트다.

씨앗 모양이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 하여 괭이눈이라 불리는 종류 중 하나다. 애기괭이눈에서 부터 시작된 괭이눈의 눈맞춤이 흰털괭이눈과 금괭이눈에 선괭이눈 까지 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