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창초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땅에 풀들이 나서 파릇해질 무렵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보라색 꽃들이 여기저기 뭉쳐있다. 초록색의 풀들 사이에 있으니 더 빛난다. 어느덧 제 자리를 잡아가는 나무 사이사이 빈 공간에 민들레, 제비꽃, 광대나물들 틈 사이에 자리잡았다. 유독 작은 키지만 금방 눈에 띈다.

서리가 이슬로 바뀐 봄날 아침 털어내지 못한 이슬을 쓰고 피었다. 이슬방울과 어울어져 더 짙은 색으로 싱그럽게 다가온다. 무리지어 있기에 더 주목하게 된다. 하나하나 뜯어봐도 개성이 살아있지만 모여 그 특별함을 돋보이게 한다. 나약하고 여린 생명들이 사는 방법이다.

가지조개나물, 금란초, 섬자란초라고도 부르는 금창초金瘡草는 쇠붙이로 된 창, 화살, 칼 등으로 입은 상처가 난 곳에 이 풀을 뜯어 발라 치료 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때가되면 피고진다. 지금 내 뜰에 지천으로 깔렸다. 땅과 붙어서 자라는 쓰임새가 다양한 금창초는 '참사랑', '희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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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지극 정성을 더 하였다.

순하고 깊은 맛이 영낙없이

주인장을 닮았다.

2024년 제주 올티스의 첫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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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절세미인, 작약화 芍藥花

好箇嬌饒百媚姿 호개교요백미자

人言此是醉西施 인언차시취서시

露葩攲倒風擡擧 노파기도풍대거

恰似吳官起舞時 흡사오공궁기무시

아양 떠는 고운 자태 너무도 아리따워

사람들은 이를 두고 취서시(醉西施)라 한다네.

이슬 젖은 꽃 기울면 바람이 들어주니

오나라 궁궐에서 춤추던 때 비슷해라.

*중국에서는 모란을 '꽃의 왕'이라 부르며 꽃 중 제일로 꼽았고, 작약은 '꽃의 재상'이라 해 모란 다음으로 여겼다. “작약이 꽃나라의 재상이라고는 하나 남성적이기보다는 여성적이다. 작약의 품종 가운데 예전 중국 오나라의 절세미인 서시(西施)가 술에 취한 모습 같다 해서 붙인 취서시(醉西施)란 것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규보(李奎報)는 〈취서시작약시(醉西施芍藥詩)〉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작약은 꽃의 모습이 작약(綽約), 가냘프고 맵씨가 있다 해서 작약(芍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이는 억지로 가져다 붙인 말에 지나지 않는 듯하니, 나원(羅願)이 지은 《이아익(爾雅翼)》에는, “음식의 독을 푸는 데 이것보다 나은 것이 없어서 ‘약(藥)’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했다.“

誰道花無主 수도화무주

龍顔日賜親 용안일사친

宮娥莫相妬 궁아막상투

雖似竟非眞 수사경비진

꽃은 주인 없다고 누가 말했나

임금께서 날마다 친애하시네.

궁궐의 아가씨들 질투 말게나

비슷해도 마침내 진짜 아니니.

“작약이 우리나라 역사에 보이는 것은 지금부터 770년 전인 고려 의종(毅宗) 때 일이다. 의종은 정치보다 놀이를 좋아하여, 하루는 대궐 정원에서 꽃구경을 할 때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여 작약시를 지어 바치게 했다. 이때 지어 바친 시 가운데 현량(賢良) 황보탁(皇甫倬)의 〈작약〉시가 제일이었다.”

재배하는 작약의 종류는 우선 색깔로만 봐도 붉은색, 분홍색, 흰색 등이 있으며 많게는 4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산야에 자생하는 작약이라는 이름 붙은 것으로는 주로 깊은 산골에 서식하는 산작약, 백작약, 참작약 등이 있다. 접하기 귀한 꽃으로 겨우 흰색으로 피는 백작약만 보았을 뿐이다.

옛 어른들은 함박꽃으로도 불렀다는 작약을 고향 집에서 얻어와 뜰에도 작약을 심었다. 다양한 색으로 크고 화려하게 피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아서다. 모란이 지고나면 작약이 핀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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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나물
볕 좋은 곳에서 잎도 없이 꽃대만 불쑥 올렸다. 국화 닮은 꽃을 무슨 할 말이 많아서 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는 것일까. 그 타박이 쑥스러웠는지 가을엔 폐쇄화로 핀다.

솜나물은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봄과 가을 전혀 다른 모습이다.

4~5월에 피는 봄꽃은 긴 꽃자루 끝에 백색에 가까운 연한 자색을 띠며, 꽃잎 뒷면도 자색을 띤다. 관상용으로 쓰이며, 어린순은 식용으로 쓰인다.

솜나물은 식물체 전체에 거미줄 같은 털이 솜처럼 붙어 있어 유래된 이름이다. '발랄'이라는 꽃말은 봄 가을 전혀 다른 모습의 생태에서 연유된 것은 이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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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가遊山歌

화란춘성하고 만화방창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를 구경을 가세.

죽장망혜단표자로 천리강산 들어를 가니, 만산홍록들은 일년일도 다시 피어 춘색을 자랑노라.

색색이 붉었는데, 창송취죽은 창창울울한데 기화요초난만중에 꽃 속에 잠든 나비 자취 없이 날아난다.

유상앵비는 편편금이요, 화간접무는 분분설이라. 삼춘가절이 좋을씨고 도화만발점점홍이로구나.

어주축수애산춘이라던 무릉도원이 예 아니냐. 양류세지사사록하니 황산곡리당춘절에 연명오류가 예 아니냐.

제비는 물을 차고 기러기 무리져서 거지중천에 높이 떠 두 나래 훨씬 펴고 펄펄펄 백운간에 높이 떠서 천리강산 머나먼 길을 어이 갈꼬 슬피운다.

원산 첩첩 태산은 주춤하여 기암은 층층 장송은 낙락에 허리 구부러져 광풍에 흥을 겨워 우쭐우쭐 춤을 춘다.

층암절벽상의 폭포수는 콸콸 수정렴 드리운 듯 이골 물이 수루루루룩 저골 물이 솰솰 열의 열골 몰이 한데 합수하여 천방져 지방져 소쿠라져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건너 병풍석으로 으르렁 콸콸 흐르는 물결이 은옥같이 흩어지니

소부 허유 문답하던 기산영수가 예 아니냐.

주곡제금은 천고절이요 적다정조는 일년풍이라. 일출낙조가 눈앞에 어려라(버려나니) 경개무궁 좋을시고.

*경기 12잡가 중 한 곡으로 봄을 맞아 구경하기를 권하고 봄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다.

초록에 초록을 더하더니 어느사이 경계가 사라졌다. 어느 무엇이 더 돋보이는 시절보다야 눈요기 거리는 덜하지만 서로 품어 안아 너와 내가 구분 없는 이 시절이 더 귀한 것 아니던가. 봄도 끝자락으로 달려가는 이때, 마음씨 좋은 벗님들과 산천경개 어느 곳에서 만나지기를 빌어본다.

https://youtu.be/oPRAvjCFAjQ

매번 이춘희 명창의 유산가를 듣다가 이번엔 젊은 소리꾼 강효주의 소리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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