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은 아내가 겁이 나는지 같은 여자 한 명이 함께해주기를바라고 있다며 서글서글한 말투로 설명했다. 그런 이유로, 마사헤일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당장에 따라나설 수밖에 없게 된것이다.
"마사! 서둘러!"
루이스 헤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추운 데서 기다리시잖아!"
서둘러 현관을 열고 나가니, 앞자리에 남자 셋과 뒷자리에여자 하나를 태운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뒷자리에 올라탄 마사 헤일은 찬바람이 새어 들어오지 않도록 옷깃을 여민 뒤 옆자리의 피터스 부인을 바라보았다. 일년전 지역사회의 모임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보안관의 아내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말고는 생각나는 특징이 없었다. 피터스 부인은 키가작고 왜소하며 목소리도 흐릿했다. 피터스 보안관 이전에 근무하던 고먼 보안관의 부인은 목소리부터 우렁차고 힘이 있어서그 말이 곧 법이고 규칙인 것처럼 느껴졌었기에 더욱 비교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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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가만 보이 걱정이라. 이래서,

며느라, 니가 와 얼굴이 와 철색(鐵色)이 지노?” 이러카이,

, 아버지예 제가 방구를 몬 뀌서 그랬읍니더.” 카더란다.

, , 방구로 뀌라. () 방구로 안 뀌고 살 수가 있나? 방구로 뀌라.”


새이(올케)는 저 모퉁이 기둥 잡고, 아범은 앞 기둥 잡으소.” 이래 카거든. 이놈우 방구가 얼매나 크게 낄란지 그러 카이께네, 그 시아버지 앞 기둥 잡고, 신랑캉 모퉁이 기둥 잡고 있으니께, 방구를 한 대 펑 터자 놓이께, 집이 꺼떡하게 넘어가 뿌거든.


또 이쪽으로 끼 노이까 이쪽으로 집이 꺼떡한다 말이지. 집을 이리 자빠치다가 저리 자빠치다가 그마 집이 다 찌그저 가거든. 어떻기(어찌나) 보골이 나는지 에레이 빌어무을 거 이년을 데려주야 되겠다.” 인자 데리다 주러 간다.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중 방귀쟁이 며느리 27~28페이지)

 

시집온 며느리가 처음과 다르게 얼굴색이 썩어가고 있더라. 이를 이상하게 본 시아버지가 이유를 물었다. 며느리가 방귀를 뀌지 못해서 그렇다는 말에, 시아버지 너그럽게 방귀를 뀌라고 한다. 방귀, 그게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얼굴색까지 변하게 한단 말인가. 그래서 며느리 방귀 뀔 준비를 하며, 시집 식구들 모두 모아 집안의 기둥 하나씩 잡고 있으라고 하니, 며느리 방귀 우습게 알고 이게 무슨 준비인가 싶었겠지. , 이제 카운트다운~ 빵빠라바라빵! 며느리의 방귀 한방에 집이 이쪽으로 쓰러지고, 다시 또 한방에 저쪽으로 쓰러지고. 오메, 세상 이런 방귀는 또 처음 보네. 뭔 놈의 방귀가 집을 무너뜨릴 정도의 폭탄급이란 말이냐. 안 되겠다. 이 며느리 방귀 한 번만 더 뀌면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네. 같이 못 살겠으니 친정으로 데려야 주야 쓰겠네.


속이 다 시원해서 박장대소하며 읽었다. 방귀, 이게 뭐라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이놈의 방귀를 박살을 내 버리자고 생각했는데, 이 며느리 이야기 읽으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더란 말이다.


방귀가 마려워.”

화장실로 가.”

소리가 들릴 거잖아.”

그래도 화장실로 가서 해결해.”

싫은데. 나는 그냥 여기서 뀌고 싶은데?”

그건 안돼. 우리 사이에 방귀는 아직인 것 같아.”


신경 쓰는 일 생기면 변비에 시달리고, 언제나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다. 그러다 가끔 터지는 방귀가 내 속을 좀 시원하게 해주곤 했다. 결혼하고 나니 남편 앞에서 방귀를 뀌지 못하겠는 거라. 남편은 처음부터 방귀는 트지 말자고 했고, 나는 그럼 방귀가 마려우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화장실이나 방으로 들어가서 뀌고 나오라고 하더라. 그럼 냄새는 어쩔 거냐고 했더니, 그것도 같이 해결하고 나오라나? 어쩌란 말이여. 방귀를 뀌란 말이여 뀌지 말란 말이여.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직도 나는 방귀를 편하게 못 뀌고 있는데, 오래된 이야기 속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가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얼마나 방귀를 참으면 얼굴색이 철색이 되고, 참았던 방귀를 얼마나 시원하게 뀌었으면 집이 쓰러질 정도냔 말이다. 이 부분을 남편한테 읽어주면서, 방귀를 참으면 이렇게 된다고 했다. 내가 방귀를 참다가 뀌면 우리 집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고. 그래도 싫단다. 방귀 트는 사이는 되지 말자고. 마침 그때 TV에서 방송인 박수홍 부부가 나왔는데, 박수홍은 아직도 다른 사람 앞에서 방귀를 뀌지 않는다고 했고, 아내는 진즉에 방귀를 텄다고 한다. 그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 남편과 이 장면을 같이 보면서, 저렇게 방귀를 귀엽게 트는데 너무 즐겁지 않냐고 했더니 알아서 하라고 하대. 이거 방귀 터도 괜찮다는 말, 맞지?


우리가 흔히 알던 옛이야기가 여성 서사 중심으로 들려오는 책이다. 전래동화 구술 채록본의 일부로 구성된 책인데, 입말 그대로 들려주다 보니 문장을 한참 읽어야 무슨 말인지 들린다. 그래도 끝까지 읽게 되는 건 그동안 우리가 알던 동화의 결말이 아니어서 재밌다는 거, 여성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동화여서 해석도 다르게 들려올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 흔한 예가 <선녀와 나무꾼>이 아니었던가. 이건 매체에서도 흔하게 들었던 여러 범죄(?)의 증거가 되기도 하니, 아마 지금도 여러 방향에서 새롭게 접근할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한 가지 방향에서만 다가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서 봐야 할 것들,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인간 세상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까지 언급한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옛이야기가 어린이 교육용으로 재구성되며 교훈적인 내용으로 전해진 것에 비해, 구술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좀 더 심오하기도 하다. 여성의 삶을 더 깊게 비추기도 한다. 아마 앞에 몇 페이지만 읽어도 웃고 울면서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될 거다.


신랑의 상식으로 여자는 원래고기 같은 건 안 좋아하고, 누룽지를 밥보다 더 좋아하며, 식구들의 다음 끼니를 남기려고 대궁밥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내가 감히 건장한 남자처럼 먹으려 드니 이거 야단났다. ‘된장녀김치녀처럼 제 몫을 챙기고 입치레를 하면 집안 살림, 나라 살림을 어떻게 불리겠는가. 더구나 밥을 양껏 먹고 기운이 솟구쳐 남자를 업신여기기라도 하면 더 큰 낭패가 아닌가. 그는 아내의 숨은 욕망을 들춰내고 뱃구레를 시험하기로 한다.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중 밥 많이 먹는 색시 51~52페이지)


<밥 많이 먹는 색시>는 진짜 웃기는데, 눈물이 나게 서글프다. 밥 많이 먹는 게 죄가 되나? 결혼한다는 게 같이 살아갈 배우자를 곁에 두는 게 아니라, 무임금 노동자 한 명 들이는 일인가? 남편의 함정에 걸려들어 남편이 권하는 대로 밥을 양껏 먹었고, 남편은 분을 못 이겨 아내를 때려죽인다. 곧 남편은 첫 마누라와 달리 숨 쉴 만큼만 먹으면서 부모 조상 잘 섬기고, 집안 살림 일구고, 남편 기죽지 않도록 잠자리 해 주고, 아들을 쑥쑥 낳아 줄 여자를 사방으로 구하러 다닌다. 그러다가 바라던 대로 입이 벌레 주둥이만큼 작은 여자를 찾아내는데... 이번에는 남편 입맛에 맞는 아내를 구했을까? 깔깔깔깔~ 나는 이 부분부터 뭔가 반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 번째 아내가 결코 남편이 찾는 이상형(?)이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으면서 읽었잖아. 남편이 뭔가 의심하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그 의심을 밝혀줄 증거가 절대 드러나면 안 된다고 빌고 또 빌었단 말이야. 남편은 아내가 적게 먹는다는 걸 알았다. 그가 원하는 대로 살아주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상하다. 아내는 분명 적게 먹는데, 이상하게 쌀이 줄어들어. 막 줄어들고 있다는 거지. 뭘까. 그러다가, 몰래 아내를 훔쳐보다가 놀랐잖아. 이럴 수가!


쌤통이다. 아무리 여러 번 결혼하고 여러 번 아내를 쫓아내고 죽인다고 해도, 그가 원하는 여자는 찾지 못할 거라는 저주를 걸면서 이야기가 끝나기를 바랐다. 실제로 이 이야기의 결말은 여러 버전이 있지만, 아내와 화해하거나 행복하게 지냈다는 결말은 못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의 입맛은 완벽하게 찾아줄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한 채로 살았을 테다.


우렁이 각시 이야기도 그렇고, 대부분 우리가 들어왔던 동화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이었다. 대부분 남성이 요구하는 여성을 등장시키거나, 한없이 착하고 말 잘 듣는 여자나 아들을 그려놓는다. 실제 이야기 속의 여성은 자기 욕망과 존재감의 목소리를 가진 존재들이었다. 부잣집의 고명딸은 음식 위에 장식이 되는 고명이 아니었다. 동물의 간을 빼먹으며 자기 원하는 것을 가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가족의 가장이라는 이유로 폭력이 용서되는 것도 아니며, 아무런 사과 없이 다가와서도 안 된다. 가족 안의 남성이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던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아까워하는 당신은 가족도 아버지도 아니다. 두 손을 잃은 채로 쫓겨난 색시는 우물가에 모인 여성들에게 이해받고 도움받았다. 여성이 세상을 대하기 위해서는 연대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던가. 이야기 속 악역 전담이었던 계모나 시어머니도 재해석되어 어머니의 의미를 다시 읽어야 할 때인 듯하다. 가부장제의 굴레에 갇힌 채로 인간 대접받지 못했으나, 분노와 서러움을 담은 여성의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 곁에 남아있다. 성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잘 살아갈 세상에 관심 두어야 할 이야기라는 거다.


내용도 주제도 너무 다양한 이야기가 이 작은 책에 담겨있다. 처음에는 입말이 눈에 익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읽다 보니 이제는 이 문장들이 오디오북처럼 들린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생생한 목소리로 라디오 드라마 듣는 기분? 아니면 조선 후기 실력 좋은 전기수가 다녀갔거나. ^^


어쨌든, 이 책이 참으로 고맙네. 나는 이제 시원하게 방귀를 뀔 거다. ! 빵빵!! 빵빵빵!!!










#우렁이각시는당신이아는그런이야기가아니다 #심조원 #곰곰출판 #전래동화 #동화의재해석

#방귀쟁이며느리 #여우누이 #선녀와나무꾼 #밥많이먹는색시 #호랑이와곶감 #도깨비방망이

#손없는색시 #이야기주머니 #복타러간총각 #아기장수이야기 #콩쥐팥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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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인스타그램 보다 보면, 주방용품 광고하는 인플루어서의 영상을 볼 때가 있다.

이 식빵은 왜 이렇게 깔끔하게 구워졌지? 아하, 이 팬에다가 굽고 이 집게로 뒤집었구나.

오마낫, 이 전골 진짜 맛있어 보인다. 이 전골냄비에 끓이면 모양 흐트러지지 않고 넘치지 않게 잘 끓여지겠네?

오호. 이 도구로 막 긁었더니 양배추가 이렇게 얇게 잘 썰리는 거였어.

아, 맥주 진짜 시원해 보인다. 이 컵에 마시면 맥주 한짝도 마실 수 있겠는 걸.


사고 싶은 게 진짜 많게, 있는데 또 사고 싶게 하는 마력을 뿜어대는 그곳을 잘 가지 않으려고 한다.

보면 사고 싶고, 내 음식이 맛이 없는 이유는 다 이 장비들이 없어서라는 걸 인정하게 될까 봐.

그래서 마구 사들이고 싶다. 요리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준비를 잘 해야 하고, 그 준비의 기본은 장비였던 거야!!

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안 산다. 이 좁은 집에 놓을 자리도 없고, 이거 사면 한 달에 몇 번이나 사용할까 하는 걱정에.

그냥 똥맛나는 음식 먹고 살아야지 뭐.



학원에서 책을 받았는데, 무겁다. 어쨌든 가지고 다녀야 하니, 가방이 필요했다.

집에 있는 에코백을 이틀 정도 메고 갔는데, 안되겠다. 한쪽 어깨만 아파온다.

안 되겠다. 당근에서 책가방을 하나 샀다. 충동구매 아니다. 

공부를 하려면 책을 가지고 다녀야 하고, 책을 가지고 다니려면 가방이 있어야 하고. 암만. 


안 쓰던 연필이 필요해서 하나 샀다. 지우개도 사고, 형광펜도 사고, 빨간펜도 사고.

프린트 한 거 묶어두려니 집게도 필요해서 서류용 집게도 사이즈별로 샀다.

이건 두껍고 저건 얇고. 높이가 안 맞으니 몇 종류 필요하다.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다이소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하나를 사면 하나가 없고, 자꾸자꾸 새로운 게 필요하다. 

옆지기가 옆에서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공부도 장비빨이냐?

암만. 마음의 안정을 얻어야 한 글자라도 눈에 들어오는 거 아냐?

(사실은 아무 것도 눈에 안들어온다.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ㅠㅠ)


그래도 알라딘에서까지 마련한 장비빨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중....

책이랑 같이 결제하면서 펜케이스도 마일리지 결제로 하나 장만했다.

점점 펜케이스가 두툼해지고, 지퍼가 잘 안잠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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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05 0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템빨을 신뢰하는 사람으로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를 보는 것 같아 웃고 갑니다...

구단씨 2023-01-10 23:39   좋아요 1 | URL
이날 이후로 다있는 곳에 또 여러번 방문했어요. ㅎㅎ 노트도 또 사고. 히히~

바람돌이 2023-01-05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든지 장비가 중요하죠. 뭘 시작하든 일단 장비부터.... ㅎㅎ 저의 필통도 언제나 빵빵합니다. ^^

구단씨 2023-01-10 23:39   좋아요 0 | URL
지금도 장비 정리하느라 공부 못해요. 까르르르르르~
 


지난 겨울의 어느 날과 닮았다. 아침부터 쏟아지던 눈이 낮에 잠깐 멈추는가 싶더니,

늦은 오후부터 다시 미치게 퍼부었네. 차들이 기어간다는 말, 자동차 바퀴가 헛돈다는 말을 그대로 목격하고.

저녁에 집에 들어오려고 탔던 버스마저 엉금엉금. 평소의 두배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안전한 게 최고.


내리던 눈이 잠깐 멈췄기에 밖을 내다보니, 분명 저녁에 들어왔을 차들이 하얗게 눈이불을 덮고 있고.

아이들 놀이터에 발자국도 거의 없네. 아까는 눈썰매까지 타고 있던데, 다들 일찍 들어갔구나.

이 시간 불 꺼진 집이 많은 거 보니, 다들 자고 있나...


이상하게 이런 날 늦은 시간에 눈 뜨고 있으면 꼭 치킨이 먹고 싶더라.

이 상황에 배달주문은 생각도 안하고 있는 터라, 뭐 언제나 생각만 하고 있지만,

치킨도 먹고 싶고, 돈까스도 먹고 싶고, 지금 막 돌돌 말아놓은 김밥도 먹고 싶고...

역시, 야식은 여름보다 겨울.


그나저나 여기는 토요일까지 끊임없는 눈 소식, 한파. 

뭐든 적당히 하면 좋으련만, 비가 안 와서 큰일이네 어쩌네 했는데,

겨울 가뭄 해소 때문에라도 눈이 좀 내려줘야 한다고 말들 하던데,

한꺼번에 눈이 너무 많이 오고 기온도 너무 내려가니까 무섭고 춥고, 또, 음, 

암튼 다 별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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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23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들이 하얗게 눈 이불]
12월에 이토록 눈이 많이 내렸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올해 12월은 춥고 눈 많이 내려서 더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날엔
진한 핫코코아를 마십니다 ^^

구단씨 2022-12-23 00:20   좋아요 2 | URL
추워서 싫고,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불편하고 위험하고, 그렇습니다요... ㅠㅠ
겨울이 추워야 하는 게 맞는데, 이 겨울 추위도 제발 적당히...

저는 걸축한 천마차를 주문했습니다.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늦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

호우 2022-12-23 0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눈이 잘 안 오는 지역에 살아서 사진으로 보는 눈은 이쁘네요. 몇년 전에 드물게 폭설이 와서 좋으면서도 불편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 오늘이 금요일이네요. 안전하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구단씨 2022-12-26 21:30   좋아요 0 | URL
지난 주에 내린 눈이 지금은 빙판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말 많이 내렸고, 엄청 추웠고, 길이 여전히 위험합니다.
누가 그랬었죠, 예쁜 쓰레기라고... ^^
 


내일이면 지금 하는 일을 마무리한다. 석 달만 하려고 했던 일을 어쩌다 보니 열 달이나 하게 되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사람들 만나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도 했다. 내가 원한다면 계속 일할 수도 있는데, 다른 것을 배워보고 싶어서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말하고 보니 가슴 속이 뭔가 횅하다. 내가 나를 더 존중해주고 싶어서, 좀 더 길게 일할 수 있기를 원하기에 지금 일은 여기에서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5월에 등록했던 학원 일정이 늦어져서 이제 시작하는 건데, 막상 학원비까지 결제하고 보니, 하기가 싫어지는 이 마음은 뭔지 모르겠다. 처음 등록할 때의 간절한 마음은 어딜 가고, 불안이 가득한 내 마음은 또 갈팡질팡. 사실, 겁이 난다. 괜히 시간 들여 돈 들여서 했는데,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상태로, 시작하기 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으로 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 이거 괜찮은 건가?


임지이 작가의 <나는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있어요>를 읽고 있다. 나이 마흔에 회사원에서 만화가로 살아가는 게 쉬울까? 묻고 보니 좀 그렇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걸, 나도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도 굳이 한 번 더 묻고 싶었던 건, 내 마음과 너무 닮은 것 같아서 말이다. 뭔가를 다시 시도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지만, 그런 말이 선뜻 와닿지 않는다. 현실이 그 나이를 고민하게 만들어서, 어떤 변화나 다른 시작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안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와 시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생길 거다. 시간과 비용을 고민해야 하고, 그 후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또 고민하게 되고, 혹시나 이 도전이 무모했다고 후회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고. 그럼 또 그렇겠지. 시작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고 어떻게 결과를 알 수 있느냐고, 어떻게 얻을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렇구나. 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거니까. 해봐야만 하는 거구나. 그런데도 자꾸 걱정되는 걸 어쩌란 말이냐.


일 낮 시간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단다. 그럴 수밖에. 아파서 병원에만 가더라도 반차나 월차든 내고 가야 하니, 평일 시간을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 건 당연하다.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서점으로 외근 나갈 때, 서점이나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는 말에,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꾹 누른 것처럼 아팠다.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갖고 싶은 바람 같아서 공감했다. 나 역시 꽤 오랫동안 평일 낮 시간을 즐기며 살아왔는데,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그렇게 귀하고 고마웠다는 걸 알겠더라. 월차를 내더라도, 이게 하루를 쉬면서 해야 할 만한 일인지, 혹시 한두 시간 잠깐 나갔다가 올 수는 없는지 계산하게 된다. 그러니 평일 하루의 시간은 계산하고 또 계산해가면서 결정해야 할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런 날이 저자에게 갑자기 생겼다. 회사에서 잘려서. ㅠㅠ 저자가 바란 건 이런 반전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갑작스러운 일에 얼마나 걱정이 심했으면 일주일 만에 8kg이 빠졌을까.


이런 상황에 우리는 무슨 결정을 하게 될까. 빨리 다른 직장을 구해야지, 아니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이 기회(?)를 누리고 있을까. 겉으로는 태연해도 마음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또 다른 기회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저자가 당장 취직보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했던 것을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게 된다면 좋은 결과 아닌가? 현실이 녹록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공장에서 나사도 박아보고, 동네 돌면서 빈 병 주워 팔기도 하면서, 어쩌다 엄마 돈도 훔치기도 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평일 낮 시간을 얻은 대가였으니까.


그러면서 발견한 것은 본인이 만화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것. 이면지와 모나미 볼펜으로 그리기 시작했다면서, 그렇게 완성해가는 이 만화가 더 기가 막힌 건, 저자가 한 번도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는 거다. 진짜? 정말로? 이런 능력을 이제야 발견하다니. 회사에서 잘린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거 아닌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만화로 그려나가면서 재미를 알게 됐다. 취미로 그리던 만화가 이제는 만화로 먹고살게 된 거, 이거 운명 아니면 뭐야?


나이 마흔에 지금껏 해오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과정을 듣고 있노라면,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거구나 싶은 안심과 내 시간을 내가 주인으로 살고 있구나 하는 만족감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도 버는 일이 어디 흔할까. 그러니 저자의 지금이 너무 부러운 거다. 발로 그렸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형편없던 그림은, 계속 그리면서 실력을 키우고 현재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너무 귀엽고 개성이 있다. 그림에 더해진 스토리가 너무 잘 어울려서 읽는 재미까지 더한다. 만화로 표현하는 자기 생활이 이렇게 다른 이에게 전달될 수도 있구나 싶어서, 나의 똥손에도 모나미 볼펜 하나 쥐여줘 볼까 잠깐 고민했더랬다. 손인지 발인지 모를 것을 그리면서 나도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라도 표현해볼까 하는, 허무맹랑한 상상까지 더해진다. 생각이 많아지니 별걸 다 한다.


지금 어떤 상황을 바뀌기 위해서는 결심이 필요하고, 다가올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알면서도 자꾸만 주저하는 건, 겁이 나서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지금 이 변화를 시도하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걱정들.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건, 내 선택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내가 나를 잘 몰라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아닐까 하는 후회를 할까 봐. 알면서도 듣고 싶은 말을 저자가 해주고 있어서, 그렇게 눈앞에 놓인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은 것을 보여주고 있어서 계속 읽게 된다. 웃기지만 진지하고, 씁쓸하지만 기대되기도 하는 인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보다 나은 것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이,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그래도 믿는 거 말고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그러니까 나에게 한 마디만 해줘. 저자, 당신이 그랬어. 재촉 말라고, 믿고 기다리면 다 잘되게 되어 있다는데, 그 말 진짜지?


우연처럼 순간을 바꿔주는 이야기들을 찾고 있다. 읽고 있는 책들과 읽고 싶은 책들 사이에서 비슷한 상황과 감정을 찾으면서, 그림 한 컷이, 문장 하나가 나를 더 토닥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더좋은곳으로가고있어요 #임지이 #빨간소금 #당신이모르는이야기 #이백오상담소 #책과우연들

#책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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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2-15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려고 장바구니에 담아 둔 책인데 구단씨 독후감 읽으니 꼭 읽어야겠네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때입니다.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계시든 다 잘 될거라고 응원드리고 싶습니다. 화이팅!!!

서니데이 2022-12-1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3-01-0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3-01-0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이달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 마니아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