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 루브르를 거닐며 인문학을 향유하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안현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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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술관에 간 ~' 시리즈 중 '물리학자'편과 '화학자 2'편을 봤는데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을 과학의

측면에서 바라봐서 몰랐던 신선한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아직 시리즈 중 봐야 할 여러 책들이 있는데

마침 회사 도서실에 이 책을 발견해서 어서 데려왔다.  


앞서 봤던 책들은 특정 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작품들을 바라봤다면 이 책은 인문학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그보다 대상 작품들이 모두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이라는 게 더 특색일 것 같다. 이전에

루브르 박물관만 집중적으로 다룬 '63일 침대맡 미술관'과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을 통해

루브르 박물관의 주요 작품들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인문학의 관점에서 루브르의 핵심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너무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크게 '신화와 종교', '역사', '예술', '인간'이란

네 가지 테마에 따라 네 개의 챕터로 나누고 있는데 첫 테마인 '신화와 종교'의 첫 번째 작품은 안토니오

카노바의 '프시케를 깨우는 큐피드의 키스'였다. 작품마다 대부분 2장씩을 할애하면서 설명을 하는데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 왕의 죽음'은 3장) 특히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 설명 내용 중 일부를 그대로 

소개하는 부분이 다른 책들과 차이가 있었다. 루브르를 대표하는 작품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선택을 받을 '모나리자'가 독자적으로 다뤄지지 못하는 이변(?)을 낳았는데(다빈치의 '사례자 성 요한'의

들러리로 등장) 또 다른 인기작인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은 아예 소개조차 되지 못한 불운(?)을

겪었다. 총 67점의 작품 중 대부분 친숙한 작품이 많았지만 무리요의 '천사들의 부엌'이나 샤르댕의

'원숭이 화가', 브누아의 '흑인 여인의 초상' 등 이 책에서 처음 본 듯한 작품들도 간혹 있었다. 프랑스

최초의 누드화라는 장 쿠쟁의 '에바 프리마 판도라' 등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적지

않았는데 역시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새삼스레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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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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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계의 화수분이라 할 수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상당한 작품들을 쏟아내면서도 다양한 소재를

선보여 항상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일본 작가 중에서는 아마 가장 많은 작품들을 읽어

본 것 같은데 여전히 봐야 할 책이 무수히 많은 상태인데 회사 도서실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해서

바로 대출해왔다.


책 제목만 보면 당연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용의자 X의 헌신'류의 짝사랑 얘기인가 

싶지만 예상 외의 얘기들이 전개된다. 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원들은 졸업 후에도 매년 11월에 함께

자리를 하면서 옛날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데 쿼터백이었던 데쓰로는 팀 매니저였던 달라진 모습의

미쓰키를 보고 놀란다. 미쓰키는 자신이 몸은 여자지만 남자의 마음을 가졌다고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예전에 미쓰키와 성관계도 가졌던 데쓰로는 더욱 충격을 받지만 그것으로 부족해 미쓰키는 자신이

바텐더로 일하던 '네코메'라는 가게의 가오리라는 호스티스를 스토킹하던 남자를 죽였다며 폭탄선언

까지 한다. 데쓰로와 아내 리사코 등 미식축구부 친구들은 미쓰키를 지키려 계획을 세우지만 기자를

하고 있는 다른 친구 하야타가 뭔가 냄새를 맡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최근에 읽은 '정욕'이란 작품도 특이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소재로 과연 올바른 욕망이 무엇인지에

대한 어려운 화두를 던지는데 이 작품도 남자와 여자라는 구별은 과연 절대적인가 하는 난제를 던진다.

육체적으로는 성염색체와 성기 등을 기준으로 비교적 쉽게 구별을 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남녀생식기를 모두 가진 반음양 등에 대해선 뭐라 해야 할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젠더'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더욱 복잡해지는데 미쓰키처럼 몸과 다른 성적 정체성을 자각하는 사람들은 요즘은 성적

소수자라며 그 나름의 존중을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거라며 예전과 같은 엄격한 구분을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임을 설파하는데 소위 일반적인 몸과

맘이 동일한 남녀와는 다른 존재들이 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선 그런 사람들이

남녀 구별을 명확히 요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호적교환이란 기발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데 다수의 성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엔 저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들에겐 그만큼 절박한 사정일 수 있을 것 같다. 암튼 이 책에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겪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점은 '용의자 X의 헌신'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었다. 전형적인 미스터리물과는 사뭇

결이 다르긴 하지만 사회성이 짙은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절묘한 솜씨가

역시 돋보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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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속의 미술관 - 불후의 화가 70인의 캔버스
쉬즈룽 지음, 황선영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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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양 미술사를 다룬 다양한 책들을 만나와서 대략의 흐름은 알고 있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아무래도 방대한 서양 미술사를 한 권으로 다루기는 결코 쉽지 않아 깔끔하게 정리하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 이 책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부터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까지를 주요 화가 70명을 중심으로

총 10장에 걸쳐 잘 정리하고 있다.


먼저 초기 르네상스에서 '성모자'란 작품의 좀 낯선 프라 필리포 리피로 시작한다. 바로 이어서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보티첼리가 등장하기에 금방 친숙 모드로 접어들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3대장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차례로 등장하는데 이들을 피렌체파로 부르면서 이어 등장하는

조르조네, 티치아노의 베네치아파와 대조를 시킨다. 라파엘로의 경우 작년 드레스덴 고전거장회화관에서

본 '시스티나의 성모'를 마지막에 다루는데 이 작품이 미켈란젤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정적인

스타일이었던 라파엘로가 시스티나 예배당에 몰래 들어가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본 후 역동성을 추구하는

스타일로 변했고 이를 눈치 챈 미켈란젤로가 라파엘로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며 비난해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었다는 흥미로운 얘기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조르조네에서도 역시 드레스덴

고전거장회화관에서 봤던 '잠자는 비너스'를 다루는데 최초의 누워 있는 여인의 나체를 그린 이 작품은

조르조네가 여인의 모습만 그렸고 나머지 풍경 등은 그가 죽은 후 티치아노가 그려 완성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정확한 원근법과 데생, 비례를 중시한 피렌체파와 색채의 아름다움을 중시한 베네치아파의 

조화는 코레조가 달성했다. 브론치노 외엔 대부분 초면인 마니에리즘을 북유럽의 르네상스 작가들을

다룬 후 바로크부터 미술 사조가 순서대로 등장한다. 대표작가들 위주로 소개하다 보니 간략하지만

압축적으로 서양 미술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방대한 서양미술사를 핵심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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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술관 박물관 여행
김지선 지음 / 낭만판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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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 갔던 동유럽 여행 중 드레스덴 고전거장회화관을 가서 봤던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성모'

등 명작들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렇게 유럽 여행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는 것 거의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는데 유럽을 쉽게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니 이주헌의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90일밤의 미술관' 등 유럽 미술관 전반을 다룬 책이나 '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등

개별 미술관 소장품들을 다룬 책들로나마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이 책은 유럽의 대표 미술관, 박물관을

알차게 담고 있어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먼저 유럽 미술사와 테마별 유럽 미술 여행 추천 루트를 소개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유럽 미술관 박물관

여행에 들어가는데 역시 영국 런던에 대영 박물관으로 시작한다. 다녀온 지 벌써 20년이 넘다 보니

소개하는 유물들이 다 새로웠다. 내셔널 갤러리와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까지는 대부분의 책에서

필수 코스로 소개하는 곳들이라 그리 놀랍지는 않았는데 세계 최대의 공예 미술관이라는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과학 박물관은 비교적 생소한 곳들이라 나름 신선했다. 이제 프랑스로

건너가서 당연히 등장해야 할 양대 산맥인 루브르, 오르세는 물론 오랑주리, 로댕 미술관, 퐁피두 센터,

피카소 미술관가지 다룬다. 파리에 만족하지 않고 니스로 내려가 샤갈 미술관과 마티스 미술관까지

둘러보며 구색을 맞춘다. 다음 나라는 벨기에로 내가 갔다 왔던 벨기에 왕립 미술관이 등장해 더욱 

반가웠다. 네덜란드에선 암스테르담의 국립 미술관과 반 고흐 미술관 외에 렘브란트 하우스 미술관까지

알려주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있는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이 있는 헤이그까지 들른다. 독일에선

베를린을 먼저 가는데 작년 동유럽 여행에서 방문했던 페르가몬박물관의 추억이 떠올랐다. 뮌헨에선

알테 피나코테크노이에 피나코테크가 소개되는데 알테 피나코테크를 볼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못 본 게 너무 아쉬웠다. 독일에선 자동차 박물관들을 소개하는 게 이색적이었다. 이어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술사 박물관 등을, 스페인에선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과 바르셀로나의 국립 카탈루나 

미술관 등을, 이탈리아로 넘어가선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 등과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등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이젠 서양 미술사의 대표 작가별 소개를 따로 한다. 조토 디 

본도네를 필두로 마르크 샤갈까지 총 30명을 다루는데 서양 미술사의 대표 작가들을 거의 총망라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 사진이 너무 작아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유럽 대표 미술관, 박물관들에 소장된 주옥같은 작품들을 책에서나마 만나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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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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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 당연히 '情慾'(이성의 육체에 대하여 느끼는 성적 욕망)을 뜻하는 거라 착각하기

쉬워 뭔가 야한 얘기가 아닌가 기대(?)를 할 것 같다. 그런데 한자로 '正欲'(바른 욕망)이라고 표지에

떡 하니 적혀 있어 그런 오해를 바로 불식시킨다. 욕망에도 바른 게 있고 그른 게 있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왠지 욕망과 바르다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책 띠지에 적혀 있는 화려한

수상 경력들을 보면 상당한 평가를 받은 작품임을 알 수 있는데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은 세 명의 중심인물들이 먼저 얘기를 이끌어 간다.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유튜브 방송을 하겠다는

아들 때문에 골치 아픈 검사 데라이 히로키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가급적 멀리하려고 하는 침구전문점

직원 기류 나쓰키, 대학교 미스, 미스터 선발대회를 폐지시키고 다양성을 장려하는 새로운 축제를 

만들려는 여대생 간베 야에코를 중심으로 이들의 주변 인물들의 얘기들을 번갈아 들려준다. 본인이나

주변 인물들 중에 특이한(?)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는데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는 걸까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주인공 역할을 하던 세 명의 주변에 있던 특이한(?)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사사키 요시미치는 자신과 뭔가 통하는(?) 기류 나쓰키와 계약

결혼을 하고, 간베 야에코가 호감을 갖던 모로하시 다이야는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책을 보면서 과연 '바른 욕망'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일반적인, 다수가 가지는 욕망이

'바른 욕망'이라고 한다면 다수와는 다른 욕망을 가지면 세상에서 배척되기 십상이다. 흔히 LGBT로

표현되는 성적소수자들은 그나마 많이 화제로 언급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특별한(?) 욕망의 소유자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면 그들의 취향에 대해 굳이 가타부타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사회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여전히 배타적인 집단의식이 강한 곳에서는 대다수와

다른 별종(?)이 용납되기 어렵겠지만 사생활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개인의 취향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다. 암튼 쉽지 않은 화두를 던진 이 작품은 다양성을 포용하기 어려운

세상에 나름의 생각할 거리를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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