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풍경이 묻다 -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발견한 오늘을 위한 질문들
김범석 지음 / 인티N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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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경계의 풍경이 묻다 : 죽음 사이에서 발견한 오늘을 위한 질문들>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면 좋을까? 내 삶을 마무리하는 그 순간에 대하여 고민해 보는 시간.

<경계의 풍경이 묻다 :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발견한 오늘을 위한 질문들>
김범석 지음 (주)인티앤 출판

#경계의풍경이묻다 #김범석 #에세이추천

출판사 인티N에서 준비한 독서 템플릿으로 정리해 봤다.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 독서 템플릿에 직접 손글씨로 적어보고 나누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https://tr.ee/YuVDmPQPaW

Q1.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우리의 일상에서도 적용해야 할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책이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짚어 주셨는데 결과만 생각하기보다 과정을 중요시 여기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한 꽃을 내려갈 때는 꼭 보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환자들이 먹을 것에 관해 질문할 때
무엇을 먹을지 보다 '어떻게 먹을지'를 설명해 주곤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대화하며 즐겁게 먹을 것,
예쁜 접시에 정성껏 담아서 먹을 것, (중략)
한 끼를 먹더라도 대충 먹지 말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준비한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먹을 것.
-'무엇'과 '어떻게'의 차이 103p"

Q2.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내일 걱정은 내일.
오늘은 오늘 걱정만.
오늘은 딱 그만큼까지만.

마지막까지 '자기다움'을 추구했던, 정말 신여성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딱 주어진 목숨까지만 살다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정리하고
마무리한 채 떠났다.
-신여성 85~86p"

Q3. 부모님 혹은 자녀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눠볼 수 있을까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닥칠 일이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남은 삶 동안 손을 마주 잡을 수도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길 나눌 수도 없어서 그립고 잘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매일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족 중 어느 누가 떠난다 할지라도 어느 누구도 내가 남겨진 슬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이 하늘에서 지켜볼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 남은 삶을 꿋꿋하게, 행복하게 누리고 살아가는 것을 원한다. 나 또한 내가 먼저 떠났다 가정 하에 생각했을 때 슬피 울며 그리워하기보다 나를 추억하면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떠올려지며 자연스레 미소 지어지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생을 다 했을 때 화장을 하고 싶은지, 수목장 또는 관에 그대로 묻히고 싶은지, 또 그 외의 방법은 또 무엇이 있는지도 살펴봐야겠다. 영정사진은 또 어떤 사진을 쓰면 좋을지도, 장례식장에는 꼭 왔으면 좋겠는 명단도 차분히 앉아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남은 사람들은 고인을 마음속에 품으며 떠나보냈을 것이고
그들의 남은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중략)
우리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메우며
각자의 삶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리추얼 29~30p"

Q4.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순간에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손과 발을 마사지해 주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사랑해요. 매일 추억하고 기억할게요. 행복한 일들이 더 많아지도록 웃으며 살게요. 걱정하지 말고 편히 가요. 하늘에서 기쁘게 조우해요. 우리."라고 말하고 싶다.

"진정한 애도는 떠난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 자신'을 잘 놓아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상실과 애도 42p
엄마를 놓아준다고
엄마를 사랑하는 제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라는 걸
엄마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1이 사라지지 않는 카톡 47p"

Q5. 나의 마지막 순간에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았어. 이제 좀 쉬러 가야지.
모두 평안하기를 바랄게. 내 생각도 가끔씩 해주고
내가 떠난 빈자리 때문에 아파하기보단
나와 함께라 행복했던 기억들만 떠올려줘~ 사랑해!

"삶은 이어달리기와 같다. (중략)
어느 날 떠나야 하는 때가 오면 기꺼이 바통을 넘겨주어야 한다.
미련 없이 후회 없이 넘길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한다.
...
바통을 넘길 때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바통을 이어받는 사람이 내 몫까지 잘 해내리라 믿어야 한다.
...
아이들이 언젠가는 잘 해내리라 믿으셔야 해요. (중략)
설령 실패하더라도 분명 그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배울 겁니다.
...
삶이라는 아름다운 이어달리기는 계속 이어질 테니.
-윤영호 교수의 책<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안 다레스, 2001)
&
-이어달리기 126~128p"

Q6. 당신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나요?

연명치료 없이 주어진 삶을 살다가 가고 싶다. 편안하게, 잠잠히, 가족들이 함께 손잡아 주는 곳에서 잠들고 싶다.
그곳이 병원이 아니면 더 좋겠는데 병원이 아닌 집에서 눈을 감으면 후속처리가 무척 번거롭다고 해서 사실 고민스럽다. 병으로 한참을 고통 속에 살다가 눈을 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병실은 너무 삭막하고 답답하니까.
사후에는 화장을 해서 바람 편에 실어 보내주면 좋겠지만 그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가족 납골당이나 수목장을 부탁해야 하려나? 남편과도 진지하게 상의해 봐야겠다.

"삶의 가치는 곧 그 사람이고 그의 정체성이다.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216p"

Q7. 당신의 마지막 순간, 가족과 친구들이 어떻게 당신을 떠나보내주길 바라나요?

예전에 계간지 <Haizel.&> 2014년 가을호에 기고했던 칼럼에도 썼지만, 나와 함께 한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 짓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내게 의미 있는 음악을 미리 선곡, 녹음해서 장례식장에서 함께 들으며 추억을 곱씹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신이 기억하는 나의 음악' 한 곡씩을 가져와 내 영정사진 앞에서 틀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Q8. 오늘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소소한 일에도 감사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자.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거리를 하나라도 '기어이' 찾아내는 사람들에 더 마음이 간다. (중략) 어려운 와중에도 행복한 이유 한 가지를, 그것이 아주 사소하고 소소한 이유라고 할지라도 기어코 찾아내는 사람들, 주어진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타인의 불행을 마주하는 태도 198~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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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가운데 - 개정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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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드라마를 한편 본 기분이다. 음악과 함께 사람들 간의 감정, 변화하는 풍경을 잘 버무려 담아낸 소설이다. 서랍 속 나의 일기장을 꺼내 열어보게 만들고, 소설 속 등장하는 여러 음악을 재생하며 읽다 보니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읽었다.

여름의 한가운데 20p
"그거 알지? 너도 참 열심히 사는 거. (중략)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머물러 있기보단 이곳저곳으로 어떻게든 부지런히 나아가고,
결국 그렇게 나아가다 닿게 되는 어딘가에서 또다시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건지도."

할머니, 아버지와의 이별 부분에서 가슴이 아팠다. 영국 유학길 다시 돌아왔던 그녀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가늠할 수도 없다. 꿈을, 일상을 잠시 쉬어가게 만드는 가족과의 이별. 준비되지 않았기에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오래도록 아프게 한다. 인정할 수 없어서, 놓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곁에 없음을 인정하고 이겨내고 다시 살아내야겠지.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늘 나와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는 것 또한 잘 안다. 타이밍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서로의 마음과 시간의 타이밍이 잘 맞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래도 그가 망설이기보다 용기를 내어보는 모습에서 나 또한 응원하게 되었다. 그때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다른 이야기를 적어내려갈 수도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멋진 하루 49p
"카트리지의 바늘 끝이 LP의 홈을 조심스럽게 읽기 시작하자 The Commodores 'Easy'의 부드러우면서도 리드미컬한 피아노 인트로가 작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멋진 하루 73p
"갑자기 무작정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 완벽하게 멋진 날씨를 만끽하며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 멀리 혼자서 걷고 싶었다. (중략)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바로 편한 운동화를 사자고. 그래서 내 발에 맞는 편한 신발을 신고 편한 걸음으로 지금부터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고 생각했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이토록 멋진 하루를 온전히 마음을 다해 즐겨보자고 다짐했다."

The Commodores 'Easy'의 가사를 간추려보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내가 하는 게 옳다는 걸 알 수 있게,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래서 난 지금 마음이 가볍다.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처럼.'
LP로 드는 음악은 지지직거리는 소리 때문인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LP 판 때문인지 더 음악에 몰입하게 되고, 마음에 음악 선율, 가사가 더 선명하게 와닿는다. 노래 가사와 그녀의 홀가분한 발걸음이 나를 응원해 주는 것 같아서 기뻤다.

파주 가는 길 84~85p
"각자의 일정이며 생활습관, 심지어 살림살이의 배치까지 모든 건 엄마에게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중략)
어쩌면 타인보다 더 무관심했을지도 모를 엄마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엄마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파주 가는 길 103p
"“언제까지 그렇게 아름답게 있어줘요.” (중략) 곧 엄마가 좋아하는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질 것이다. (중략) 나는 무릎을 세우고 양팔로 감싼 채 엄마가 바라보는 창밖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엄마는 그렇다. 가족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고, 가족들이 나로 인한 불편함을 겪는 게 싫다. 당신이 아플 때도 가족의 안부만을 궁금해할 뿐이다. 엄마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즐겨 듣는지, 엄마의 취미 생활에 대해서도, 만나는 친구들에 대해서도 묻고 알아가야겠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대화를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내 곁에 계실 때 더 많이 사랑 표현하고 아껴 드리자!

수면 아래에서 132~133p
"흘러가는 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은정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중략) 언젠가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그 순간을 상상하곤 해요. 수면 아래에서 부드럽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내 호흡 소리만을 듣고, 내 안의 평안만을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을."

수면 아래에서 149p
"외롭게 먼바다를 떠돌아다니다가 결국엔 아무도 찾을 수 없게 사라져 버렸을 거라고. (중략)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곧 사고는 잊혔어. 너무나 빨리, 너무나 야속하게."

언니네 이발관 '2002년의 시간들' 가사를 보면,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날 찾는 이 없어. "바람이 있다면 나도 너희들의 흔한 얘기 나누고 싶어"가 나온다. 그녀를 성난 파도가 삼켰다는 슬픈 소식에 나 또한 망연자실하게 됐는데 그녀는 슬픔보다는 평안으로 기억해 주길 바랐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원했던 수면 아래에서의 평안을 온전히 누리길, 가끔씩 바람으로 머물다 가주기를 기도해 본다.

월간 윤종신 167p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복잡하거나, 괜히 이유 없이 우울할 때면 인적 드문 해변을 찾아가 가만히 바라봐요.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요. (중략) 위로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끔 절 응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월간 윤종신 178p
"난 꾸준하게 좋아. 비록 사소한 일일지라도 파도가 멈추지 않듯 꾸준하게 한다면 그건 정말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음악은 공간의 온도와 사람의 감정을 미세하게 변화시키는 재주가 있다. 백화점에서 마케팅에 음악을 활용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를 반영해서이다. 음악으로 잊혔던 예전 기억이 떠올려지고 희미하게나마 그날의 분위기, 표정, 나누었던 대화가 갑자기 떠올려지기도 한다. 그녀에게 희미해지거나 잊히는 것이 싫은 그가 등장하는 월간 윤종신 편에서는 정말 많은 음악이 등장한다. 나도 애청하는 클래식 FM에 대한 언급도 있어서 반가웠다. 그녀가 겪은 사고를 이야기하기 전 집안에 흐른 곡은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의 브람스 교향곡 4번은 끝까지 우울함이 그대로 간직되는 곡이기도 하다. 한슬리크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어두움의 근원이라고도 평했다. 그녀의 청각 손실과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고백했고, 그가 그 아픔까지도 모두 끌어안아주었기에 그녀에게 꾸준한 사람이길 바랐으나 둘은 결국 이별했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 만남에서 흘렀던 브람스 교향곡 3번은 각 악장마다 다양한 감정을 담은 곡이다. 슬픔, 그리운 순간들, 행복했던 옛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가수 윤종신 님의 음악은 나의 숨기고픈 비밀까지도 공유하는 기분이 들어서 내게도 한 곡 한 곡 모두 소중하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보고 들었다.
윤종신 '부디', '너에게 간다', '이별을 앞두고'. 그 당시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사였지만 결국에는 그 가사대로 되었다는 것이 참 슬펐다. 윤종신 님이 만든 곡의 가사가 전부 내 이야기 같아서 참 많이도 울었던 과거의 날 바라본 기분이 들기도 했다.
'부디'의 가사처럼 - 이루어질 수 없는 너와 나의 사랑. 나는 괜찮아. 그냥 견딜 수 있을 거야.
'너에게 간다' 가사에서는 - 나에게만은 거꾸로 흘러. 이 부분에서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 이야기를 나누던 그 상황을 떠올리게 됐다. 서로 다른 시간을 걷게 된 주인공들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이별을 앞두고' 가사가 특히 아팠는데 - 마지막 그 자리에 내가 오지 않아도 혼자서 이별해 줘요. 끝내 바다로 함께 가지 않고 일방적인 메시지로 이별 통보를 한 그가 너무 미웠다. 붙잡지 않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됐다. 비겁한 남자여!!! 메시지 이별 통보도 하룻밤 실수도 용서할 수 없다.
소설 속 나오는 음악을 하나하나 재생하면서 읽었더니 더 생생하게 그 장면 속에 빠져 들어서 주인공들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이 소설을 읽는 분들께 음악과 함께 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소설 속에 곡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윤종신 님의 곡이 소설 곳곳에 꽤 많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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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먹는 아이
도대체 지음 / 유유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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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인 줄 알았는데 하나로 연결된 장편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나와 이웃의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서로 마주하지 않아 모를 수 있고 앞으로 내게 영향을 미칠 일이 아니란 생각에 무관심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바로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고독사와 아동학대, 강력범죄가 일어나도 알 수 없는 혹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작가가 이런 개인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비난하고 있는 건 아니니 가시 세울 필요는 없다.

한편씩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는 “듣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눈송이는 생각이 많고 신중한 성격이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또 질문하며 두려움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간다. 기억을 먹는 아이는 타인의 잊고 싶은 괴로운 이야길 듣는다. 아이가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것이 인상적이다. 불행한 삶의 첫 시작과 괴물로 부르는 자에게서 벗어난 점도 축하할 일이다.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면 가스라이팅 당한 채 죽임 당할 뻔한 불행한, 부모에게 버려진 불쌍한, 음식뿐 아니라 기물까지 먹어치우는 괴물로 이용 당하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검은색 비닐봉지는 처음 접했을 땐 뉴스 속 혐오스런 범죄자를 마주한듯 끔찍함에 몸서리치기도 했다. 다른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비닐봉지 또한 짧은 시간 동안 또는 여러 날 물건 혹은 그외 무언가를 담는다. 다 쓰이고 버려졌어도 바람을 담아 나른다.

읽을 때마다 같은 캐릭터도 다른 시선으로 읽을 수 있어서 재밌다. 다시 읽었을 때 눈송이가 답답하고 귀찮아졌다. 더 빨리 도전하지 않아 답답하고 자꾸 질문을 해서 귀찮다. 기억을 먹는 아이는 내가 평생 꽁꽁 숨기고픈 과오를 들춰내놓는 일을 만들기에 존재 자체만으로 불쾌하다. 검은색으로 무엇이 담겼는지 볼 수 없고 비닐소리에 정확한 말을 전달하지 못한 비닐봉지는 의심스럽고 마주치면 그 속에 감춘 끔찍한 것을 보게될까봐 피하고 싶은 존재이다. 나의 기분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읽히니 그또한 즐거운 경험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분석하고 캐릭터를 바라봤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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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없는 세상 라임 그림 동화 35
쥘리에트 아담 지음, 모렌 푸아뇨네크 그림,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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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림책 #색깔없는세상 #라임 #쥘리에트아담_글 #모렌푸아뇨네크_그림 #김자연_옮김
#당신의색깔은 #퍼스널컬러컨설팅 #모두다르다

<색깔 없는 세상>
요즘에는 나만의 퍼스널 브랜딩의 일환으로 퍼스널 컬러를 찾는다. 내게 어울리는, 나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주는 자신만의 색깔 찾기 위해 지불하는 돈이 아깝지 않다.
80년대생까지는 획일화된 교육을 받은 세대로 내 의견을 이야기하고 질문을 하는 일이 튀는 아이, 되바라진 아이로 치부되곤 했다. 어른께 말대꾸를 한다고 혼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SNS로 과감하게 내 일상을 공유하고 내 개성과 내 생각을 드러내 보인다.

사회가 그렇게 변해가는 동안 80년대생인 나와 70년대생인 남편, 그리고 2000년대생인 두 아이가 공존하는 우리 가족은 혼란 속에 있다.
아이들이 볼 때에는 부모인 우리가 무슨 색일까? 첫째가 본 엄마는 여러 가지 색이 담긴 무지개색이란다. 아빠는 멋있어보여서 회색이란다. 동생은 빨강, 주황 아름다운 색깔인데 귀엽고 앙증 맞아서를 이유로 말한다. 첫째 본인은 핑크색인데 귀엽고 예뻐서라고 했다.
내가 볼 때도 주장, 고집이 센 둘째는 강렬한 빨강, 주황, 첫째는 차분하고 예쁜 움직임을 보이는 아이라 핑크색이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그리고 일관된 교육을 하고 싶지만 스스로도 혼란 속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느라 용암이었다 얼음이었다 정신없으니 내가 무지개같아 보였으리라. 늘 정직한 선비 스타일인 남편은 무채색이 잘 어울린다. 그렇게 여러 색깔, 성격이 모여 공간을 공유한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고, 두 아이에게는 부모의 기준과 잣대로 또 세상 살아보니 이러하더라며 “라떼는”을 말한다. 남편과도 성혼선언할 때의 다짐은 잊고 육아, 살림을 대하는 서로의 태도에 대해 비난하고 서로를 향해 서운함, 원망을 쏟아낸다. 아이들에게 보여서는 안될 다투는 모습을 보이며 올바른 삶의 자세를 교육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부족한 나, 세상에서 도태될까 두려운, 자존감이 무너지는데서 오는 잘못된 표현임에도 내 말만이 정답인 양 나를 따르라고 지시한다.

이 그림책을 여러 번 읽고 다시 읽으면서 반성하게 됐다. 모두가 다르고 각자 가진 생각 또한 존중받아야 하고, 아이들도 스스로 세상과 마주하며 시행착오를 지나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개개인의 기질마다 세상을 대하는 자세 또한 다르니 그것을 어른이랍시고 지레 짐작하지는 말아야 겠다 다짐한다. 그 다짐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펼쳐 보아야겠다.

나의 방황 속에 만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 준 그림책 <색깔 없는 세상>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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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언젠가는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31
어맨다 고먼 지음,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지은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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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인가 길거리에서 휴지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다행인 건 사람들이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누군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하나둘 보이면 사람들은 그곳이 휴지통이라도 되는듯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언젠가는>에서도 집앞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를 매일 지나치고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어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주인공 아이는 혼자서 하나씩 둘씩 쓰레기를 치우고 그곳을 비워나간다. 누군가는 의미없다 바뀌지 않은 현실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다시 쓰레기를 버리기도 한다.

쓰레기장이었던 공간을 깨끗하게 비운 뒤 아이는 그 터에 아름다운 꽃을 심는다. 물을 주고 살뜰하게 보살핀다. 아이의 따뜻한 손길과 눈길, 마음씨가 다른 사람들도 움직인다. 가까운 친구, 부모님, 그리고 관계 없는 타인까지도 그 곳을 지나며 아이와 함께 미소짓고 그곳이 계속 아름답기를 바라게 된다.

우리 동네에도 빈 공터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꽃을 심어 주는 분이 계시다. 수고스러운 손길의 움직임을 직접 마주한 적은 없지만 두 아이와 지나며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을 감상하고 추억으로 담으며 늘 감사한다.
음악가 정재형이 페퍼톤스 이장원과 함께 지역 곳곳의 버려진 공간을 정원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보고 반가웠다. 담배꽁초, 휴지조각 대신 꽃과 풀이 자리를 잡은 그 공간들이 삭막해진 사람들 마음을 부드럽게 만져주었을 것이다.
출장정원사라고 말하는 한 기업이 있다. SNS로 사연을 받아 구근을 보내주기도 하고 씨드페이퍼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한다. 국내외에서 시민들이 만든 정원을 소개하기도 하며 동네 산책길 가드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곳이다. 환경을 위해 앞장서는 기업, 기관이 많아지는 일 또한 반길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음악가 정재형 님,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출장정원사 기업과 같이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는 공간에 작은 변화를 주는 이들이 많아져서 짧게나마 미소짓고 기쁨으로 반짝이는 정원을 자주 마주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남편은 그림책을 본 뒤 불합리한 제도와 규범 속에서 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보았다고 한다. 연대하거나 혼자서라도 끊임없이 실천하다 보면 분명히 그 끝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도착점까지는 더디 걸릴지라도 무슨 일이든 꾸준하고 즐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한다.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있다는 믿음도
있으니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내 신념을 지켜가면서 작은 일부터 실천해가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될 순 없지만 나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아내, 엄마, 딸, 그리고 나로 살아갈 수 있어 감사하면서 말이다.

지난 해에 심었던 구근을 올해도 심을 수 있어 감사하고, 올해는 땅 위로 어떤 꽃이 피어날지 두 아이와 함께 꿈꿔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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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언젠가는>
어맨다 고먼 글,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지은 옮김
주니어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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