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가 세한도를 그린 때는 제주도 유배 시절이다. 상소 사건에 연루된 추사는 여섯 번의 고문를 받고 유배형을 받는다. 그를 지목한 관련자는 조사가 다 끝나기 전에 가혹한 심문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주모자들은 서소문 밖에서 능지처참을 당한다. 잔혹사극을 보는 것 같다. (능지처참은 고종 때 폐지된다.) 세한도는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었다. https://www.museum.go.kr/site/main/relic/recommend/view?relicRecommendId=623104(국립중앙박물관)
기죽거나 눈치 보거나 조심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지금껏 열심히 공부했고, 명상했고, 운동했고, 기도해왔다.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다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다름이 인정되는 것, 인정되는 것만이 아니라 공생하고 축하하는 곳, 그런 공간이 그리웠던 것이다.
도서관에서 표지에 이끌려 펼쳐 보았다. 신여성-모던걸 특집이라 특별하다. 시대와 투쟁하고 타자와 불화하면서도 자신에게 진실하고 정직하게 살려고 애쓴 그 분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바친다.
나혜석이 그린 해인사 풍경(1938) 퍼블릭도메인,위키미디어커먼즈
서른세 명의 아이가 털실로 모자를 짜고 있다. 서른세 명의 아이가 한꺼번에 모자를 짜고 있어서 눈이 멈추지 않는다. 기분이 멈추지 않는다. 서른세 명의 아이는 모자를 다 짜면 일제히 모자를 쓰려고 한다. 희수에 닿으려 한다. 수연에 닿으려 한다. 눈은 눈을 보다가 눈을 놓친다. 발을 헛디딘다. 습자지를 만지다가 습자지를 적시는 슬픔. 서른세 명의 아이가 발을 헛디뎌서 서른세 명의 아이는 서른세 명의 아이를 놓친다. 눈이 그친다. 아이들을 일으켜 세울 수가 없다. (‘날씨‘ 전문)
March Sun, Pontoise, 1875 - Camille Pissarro - WikiArt.org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나에게 말을 붙이고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내가 마음에 들었니, 묻는다면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라고 말하게 될까.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라고.- 서시(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