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유재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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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 환상소설 도메인, 반복되고 중첩되고 공전하는 기묘한 사건들









도메인
유재영 지음, 교유서가 펴냄




분명 "도메인"인데 도메인 대신 <영>과 <역>이라는 두 편의 단편소설이 있다. 영역은 어떤 장소를 의미하니, 도메인이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겠구나!




분명 무슨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단지 그럴 뿐이다.
왜, 어째서,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영>의 시작은 부부의 캠핑길이다. 무언가 그들의 차량 밑으로 빨려들어간 느낌, 차를 세우고 살펴보니 형체를 알 수 없지만 무언가의 오래된 사체가 보인다. 찝찝함을 안고 캠핑장에 도착한 부부 앞에 왠지 수상한 느낌의 캠핑장 관리인이 등장한다.



캠핑장에는 부부밖에 없다. 곧 그들의 친구 커플이 도착한다. 저녁을 준비해 먹는 도중 떠돌이로 추정되는 개와 고양이가 다가온다. 자, 뭔가 갖춰진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왜 다들 무서운 이야기를 꺼내고 난리지? 이내 그들 사이에 으스스한 이야기가 오간다. 촬영 중 빙의된 듯한 느낌의 이야기, 고의로 감추었던 비밀이 환청의 지시를 받은 배우의 연기로 드러난 이야기, 키우던 개를 버린다는 사실을 모른 척한 이야기... 문득 반딧불이를 보러 왔다는 데 생각이 미친 그들은 호수로 향했다가 동반 자살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타고 있는 차를 발견하는데... 아, 혹시 저 차 안에 있는 네 사람이... 꺄아, 혼자 상상하고 혼자 오싹해져서 팔을 쓸어내린다! <영>은 단순한 '영'이 아니었다? 혼령의 '영'이었다?




타인의 삶에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는 겁니다. 삶은 그 자체로 다듬어지지 않은 원전, 레퍼런스입니다.
그 삶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상상력을 덧대 맥락을 만들지는 결국 창작자의 몫이고요.




<역>으로 넘어가니 이 또한 돌고 돈다. 소설 창작 온라인 강의를 듣는 ‘나’는 숙제로 나온 소설을 쓰기 위해 고등학교 선배인 '영역'의 유튜브 채널 ‘인사이드 인터뷰’를 레퍼런스로 삼기로 한다. 그런데 영역 또한 어느 채널을 레퍼런스하고 있었다. 나는 영역이 레퍼런스하려던 것 중 ‘크리에이티브 캐슬: 사라 윈체스터의 성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접한다. 그런데 이거 뭐지? 이들 이야기는 모두 미완이거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사라진다. 그리고 레지던시에 들어간 여러 아티스트는 하나같이 행방불명되거나 자살하거나...? 결말은 나지 않고 돌고 돌고 돌아 얽히고설키고 부서지고 제자리로 돌아가고?



"도메인"은 결말을 보여주지 않은 채 독자의 마음에, 상상에 맡겨버리는 공전이 계속된다. 머리과 꼬리, 처음과 끝이 상관 있다는 수미쌍관 따윈 애초부터 버렸음이다. 저기 제시된 저 장치가 어떤 사건을 일으킬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독자는 그저 계속 오싹해하며 호러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어나가야 할 뿐. 그러나 끝까지 결론을 알려주는 친절은 베풀지 않는다. 히치콕 감독이 <싸이코>등에서 사용한 장치인 맥거핀이 연발한다고나 할까. 저것은 중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극적 장치가 연속적으로 나온다, 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현실이 아닌 인터넷상의 인터넷 주소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풀어놓은 환상특급 판타지소설.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유재영의 호러소설 느낌 충만한 <영>과 <역> 품은 "도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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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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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 단편소설집 부표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부표
이대연 지음, 교유서가 펴냄

 

 


 

끊어내지 않고는 엉킨 것을 풀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끊어내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끊어내도 끊어내도 자꾸 감기는 기분

 



 

배의 안전 운행을 위해 바다에 설치하는 표지가 있다. 부표다. 항로를 안내하거나 암초를 경고하기 위해 정해진 해저에 놓아 사슬로 연결하여 띄운 부표는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고 눈에 잘 띄어야 한다. 나는 퇴색된 등부표를 교체하는 작업에 투입되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자마자 바로 출근했고 삼우제를 앞두고 있었기에 안색이 좋지 못했고 마음도 영 개운치 않았다. 하단부에 해조류나 담치 같은 이물질들이 까맣게 들러붙은 낡은 부표를 끌어올리고 새 부표로 교체하는 일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아버지의 삶을 반추한다.

 

 





 

 


일확천금을 꿈꾸었던 아버지는 그래서 원양어선도 타고 화물선도 타고 '제법 바닷사람 같은 목돈'을 들고 돌아오기도 했지만 그 돈은 가족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 끊임없이 밖으로 떠도는 아버지에게 부표는 혹시 어머니였을까? 아버지가 홀연히 사라져도 어머니는 늘 집에 붙박인 채 자식을 키워냈고 담치를 잔뜩 넣은 미역국을 들통 한 가득 끓여두곤 했다. 퇴역 부표에서 떼어낸 담치들을 바다로 밀어내면서 나는 또 생각한다. 바다로 돌아간 담치들은 또 어느 바위나 부표를 찾아 그곳에 붙어 길고 지루한 생을 이어갈까. 떠돌던 아버지는 왜 아내라는 부표에 붙어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을까. 혹시 등부표에 연결된 쇠사슬이 끊긴 것처럼 아버지는 가족과의 인연을 그렇게 싹둑 잘라내고 싶었을까? 혹시 담치처럼 붙어 있고 싶어 했을까?


등부표 교체 작업에 대한 묘사가 너무 생생해서 홀린 채 읽어버린 이대연 작가의 <부표>였는데, 그 뒤로 나온 대체역사소설 <전(傳)>은 더 흥미롭다. 인조반정과 관련한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을 허구의 세계에 등장시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를 꾸려가니 그야말로 전, 전기인 듯 전기 아닌 전기 같은 이야기다. 광해가 폐위되는 과정에서 그를 지키다 졸한 겸사복 시방의 졸기를 써달라며 한밤중 모정을 찾아온 무명. 무명은 모정 배대유를 두 번 살리고 두 번 죽이려 했던, 그야말로 생과 사의 갈림길마다 함께 있던 인연이었으니... 하하하... 여기까지^^

 

 







 

 

삶과 죽음의 경계, 고요와 침묵의 사이에
<부표> 와 <전(傳)>이 있더라

 

 

이대연 작가는 <부표>에서 헌 부표를 치우고 새 부표를 설치하는 사와 생의 과정 중에 아버지의 생과 사의 과정을 되짚는다. 또한 <전(傳)>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방과 그 양아버지 무명을 비롯한 여러 인물의 생과 사를 짚어 이야기한다. 부표를 교체하기 위해 인양선에 오른 나에게 과연 생과 사는 무엇일까? 졸기가 뭐라고 그토록 고뇌하는가 싶은 유학자에게 죽음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두 단편소설을 통해 어제의 삶과 오늘의 삶과 내일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이대연 작가의 단편소설집. 경기도문화재단 선정작 "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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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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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초이 성장소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 문화창작지원 선정작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박초이 지음, 교유서가 펴냄

 

 


제목에 낚여 버렸네^^ 우리의 미래는 몽땅 파괴되어 폐허가 되었다, 라는 식으로 나갈 줄 알았다. 우리의 미래는 겨우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았다, 라는 식의 공상과학소설일 줄 알았지만 제대로 펀치 한 방 맞고 말았으니!

 

 


이제 과거를 다시 쓰고 싶었다.
내가 만들어갈 미래가 내 과거가 될 수 있도록.

 

 


사람 대 사람,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다. 참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인간들의 마음 같으니! 그걸 신경쓰다 보면, 피곤이 폭포처럼 밀려와 내 어깨를 짓누르고 나의 알흠다운 눈밑은 다크서클로 색조화장을 한다. 박초이의 소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와 <사소한 사실들> 속 주인공들도 나보다 심하면 심했지 딱히 낮은 편은 아니다.

 

 






나는 헤어진 남자친구, 아니 결혼 준비를 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구에게서 호출을 받는다. 미래의 장례식 때문이었다. 미래는 구가 기르던 고양이다. 아, 허탈해. 나는 허탈하지만 소설 속 나는 허탈하지 않다. 함께 있는 구와 미래를 볼 때마다 소외당하는 것 같았고 자신의 존재가 하찮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는 미래를 좋아했다. 미래와 함께하는 동안의 나는 나도 몰랐던 모습이었다. 마음 놓고 웃는 모습. 미래가 고양이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였을까. 여튼 그랬더랬지만 구는 결국 나를 떠났고 다른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를 떠나려 했고, 미래는 죽었고 미래의 장례가 진행되었고 미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끝내 구는 그 여자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랬다. 소외되고 고립되어 살아가는 나는 그림자 같은 삶이라도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가끔 장례식에 가서 혼자 울고 오고는 했다. 이 모든 행동은 고독과 외로움과 애정 갈구였는지 모른다. 어쩌면 나는 사람과의 정겨운 대화에 굶주려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오래 참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굶주림, 허기를 미래를 통해 채워왔는지도 모른다. 나에 못지않게 구 역시 그러했던가 보다. 더욱이 구는 비어 있어 고독했던 자신의 옆자리에 고양이를 들이고 그 고양이를 매개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이어갔나 보다. 누구보다 고독하고 소외되어 있었지만 반려동물은 그 고독과 소외를 구원해주는 다리였을 터. 그런 미래가 이제 죽었으니 이제 구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미래와 똑같이 생긴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왜? 잘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채우려고? 혹시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땡, 틀렸다. 나는 완행열차밖에 서지 않는 아주 작은 간이역으로 가려고 결심해버렸기에! 나는 둥근 원을 돌면서 내가 원하는 진실을 시간 속에 짜밎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만큼이라도 한 발 나아간 셈이니, 성장이라 하겠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사소한 사실들> 속 나는 미래를 생각할 여유도 없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아버지는 증발해버렸고, 먹고살기 위해 온갖 일들을 하던 엄마는 대학 등록금과 육 개월 치 기숙사비만 던져준 채 나의 미래를 나에게 제대로 떠밀었다. 나는 아르바이틀 하던 식당의 몇 평 안되는 창고방에서 침낭을 펴고 잠들어야 하는 현실에도 감사해야 했다. 모두 나의 가난한 현실 때문이었고 이 현실은 내게 친구며 여유라는 단어, 더불어 미래를 멀어지게 했다. 나의 삶은 언제쯤 제대로 펼쳐질까? 장바구니에만 담아두었던 말을 이제야 꺼낸 것 같았다.

 


박초이 작가는 두 단편소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와 <사소한 사실들>을 통해 상실감과 고독을 그려낸다. 주인공들의 공통점이라는 자신들만의 경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군가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들어올까 봐 스스로를 경계하고 주변을 경계하니 그 경계의 벽은 단단하기만 하다. 이 경계는 최초에 사회가 만들었고 타인이 만들었겠지만 결국 스스로 덧씌운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허우적대느라 거리감을 유지하려다 고립되고 소외되었던 이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이 경계를 허물고 나아가고자 하니, 함께 살아가고자 그들이 애써 용기낸 것만으로도 나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혼자여서 삶이 무서웠고 혼자여서 삶이 막막했으며, 혼자여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알지 못했던 이들이 세상과의 교류를 향해 뗀 발걸음을 그린 박초이의 성장소설.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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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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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소설 겨울엔 김장 여름엔 에어컨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시리즈



 

 


 

 


김장
송지현 지음, 교유서가 펴냄

 

 


좋은 시절도 나쁜 시절도
때때로는 통과하고 난 뒤에야 알게 된다

 

 


김장철이면 어김없이 할머니의 집으로 간다. 당연히 겨울맞이 연례행사인 김장 때문이다. 외가를 통틀어 회사고 가게고 아무 데도 안 가는 잉여인력이라서 가는 거... 라고 하면 내가 좀 비참하다만, 그게 맞다. 이 김장은 왜 여자들만의 몫이어야 할까. 할머니와 엄마, 나와 여동생. 게다가 나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P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이마저 목포에 사는 고모다. 

 

 


 


이런 여자들의 리그를 이어나가듯 나는 엄마와 주차장 문제로 갈등을 겪던 옆 가게 주인을 떠올린다. 여자다.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그 여자와 극적 화해를 이룬 것은 그 여자의 손주 덕분이었다. 엄마가 그 손주한테 정말 예쁘다며 건넨 과자며 사탕이 화해의 물꼬를 튼 셈이다. 먹을 것으로 맺어지는 아름다운 세상이랄까. 


그 곁다리에 암울한 이야기가 순식간에 태연하게 지나간다. 주로 남자들 이야기다. 김장 날 아침 할머니가 산보 길에 맞닥뜨린 옆옆집 손자 성철이는 다리 밑에서 목매고 죽어 있었다. 소를 키우던 옆집 진수네 아줌마의 남편은 죽은 지가 언젠지도 모르게 죽었다. 장롱에 앨범을 남겨둔 삼촌, 지금은 교류도 없는 예전엔 꽤 웃겼던 삼촌은 기관사 일을 하다 하루 동안 자살하려는 사람을 세 명이나 쳐버린 채 입을 닫았다. 이 모든 것은 나의 기억이다. 기억은 항상 선택된 것만 남는다. 김장을 하고 나면 해 지난 김치를 죄다 썰어 만두 속을 만들어 만두를 빚는다. 나의 기억은 이렇게 저렇게 주물거려진다. 그래서 산딸기가 여름에 나는 것인지도 헷갈렸던 걸까. 산딸기가 열리지 않는 계절 겨울은 김장을 기점으로 왔는가 하고 느끼지도 못하는 계절인 봄을 건너뛰어 여름으로 향한다.

 

 


 


겨울을 대표하는 이야기 <김장>을 지나 여름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는 한창 푸릇푸릇해야 할 젊은이들이 축 늘어진 듯한 느낌으로 등장한다. '아티스트 네트워킹'이라는 제법 멋져 보이는 파티는 슬퍼하는 이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냥 음악을 꽝꽝 틀어놓고 술을 마시는 한낱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파티를 통해 슬픔을 외면하고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대화는 단절되고 교류하자고 모였지만 교류는 '술 건너간' 셈이랄까. 여기서 등장하는 의외의 인물이 있으니 제이다. 아티스트도 싫어하는데 이 모임에 나와 있고 내가 참석하는 모임에서 매번 마주치는 제이, 그녀에게 여름은 어떤 식일까. 그녀와 마주치는 나에게 여름은 어떤 의미일까. 난쟁이는 왜 제목에 등장한 걸까. 획 하나만 달라졌을 뿐인데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들어. 언어란 그런 거지.

 

 

 

 


송지현 작가는 두 편의 단편소설 <김장>과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에서 '나'라는 인물을 통해 주인공이자 관찰자적 입장을 취한다. 유년으로의 퇴행을 경계하면서, 함부로 ‘대인’이 되는 것을 거부해온 청춘들이 어떠한 ‘소인’으로서의 실재감을 견디며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에 주목했다, 는 게 소설에 대한 설명. 설명이 이리 어려울 일이냐, 라고 하지만 적당한 설명임을 인정한다.


‘유년’ 시절 미스터리로 남은 세계와 ‘성년’ 시절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세계 사이를 떠돌며, 기억 속 ‘이미지’ 뒤에 가려진 진짜 ‘이야기’들을 추적해나가는 방식의 소설들. 역시 설명이 어렵구나, 라고 중얼거려보지만 맞는 설명이다. 전 세입자가 뚫어놓은 에어컨의 배관 구멍을 통해 나에게 자꾸 다가오는 작은 형체가 내뱉는 말에 뭔가를 끼워맞추려는 내 모습이 허탈해지는 소설, 뷰파인더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의 소설,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송지현의 "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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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의 크레이터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남일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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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일 소설 세리의 크레이터 우연이 거듭되어 만들어진 인연








세리의 크레이터

정남일 지음, 교유서가 펴냄





결혼 제도 밖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을 선택한다는 건 용기일까 무모함일까? 세리에게는 용기, 내가 보기엔 무모함이었던 그 일을 세리는 어떤 계기를 통해 결정하고자 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결정된 것인지도 몰랐다. 세리는 그 결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 크레이터로 생겨난 초계분지로 여행을 계획했고 나는 그녀의 결정 과정에 그저 들러리처럼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이 여행의 결말은 뻔히 정해져 있었다. 아마도 마지막에는 내 선택만 남을 거였다. 마지막 내 선택 역시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다시 말해 나는 수많은 우연이 겹쳐져 태어날 수 있었던 거야.





세리는 자신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을 수많은 우연의 결과라고 생각했고, 전남친의 아이를 품은 채 나와의 동거 혹은 가족 형성을 꿈꾸었으며, 나는 그러한 세리의 크레이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 아,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잠깐의 발돋움으로 패러글라이딩의 맛을 보는 중에 나와 세리에게, 그리고 세리의 아이에게는 어떤 우연들이 겹쳐져 결정이 이루어질 것일까? 그 아이는 세상의 빛을 만날 수 있을까?







정남일의 단편소설 <옆집에 행크가 산다>에서는 개인의 욕망이 타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사람들끼리 뭉치는 데 그것을 망칠 사람은 필요치 않다. 기꺼이 거부하고 배척한다. 수많은 우연을 거쳐 한 아파트며 옆집에 살게 되었을 이웃이지만 우리의 욕망은 여전히 조건부이고 한정적이다. 곤경에 빠진 이웃, 아니 타인에게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기란 이리도 힘든 일일까! 




우연이 거듭되어 거대한 인연을 생성해내는 우주의 섭리 앞에 우리 인간은 뻗대고 손사래를 치지만 결국 무릎 꿇을 수밖에 없을 터. 차라리 아름다운 시선을 유지하면 참 좋겠다 싶다. 자신도 모르는 새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의 '우연'과 '관계', 나아가 '기적'에 대한 이야기.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남일의 "세리의 크레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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