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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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13 세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마음 졸이며 봤어. 두번째 그 시간이 다가오면 혹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는데, 그리고 시계도. 그래, 나는 세이야 시계가 정확할 줄 알았어. 마지막까지 보고 났더니 이상하게 눈물이 났어. 대체 왜였을까. 슬퍼서였을까, 조금 덧없어서였을까. 아마 둘 다겠지. 결국에는 죽은 사람과 무서운 세계에서 몇 사람이 지낸 한달 남짓이라는 시간은 대체 뭐지, 하는 생각 때문이겠지. 겨우 몇 사람만 남은 세계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세이야는 존경스러웠어. 나는 절대 그렇게 못할 테니 말이야.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아주 안 한 것도 아니야. 그곳에 남은 사람들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다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이런 생각은 내가 거기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리고 P-13 현상이 한번 더 일어난다는 것을 몰랐을 때 한 생각이야. 누구나 또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면 무엇인가 달라질 것이다고 생각할거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본래 내가 차근차근 설명하는 거 잘 못해.

 

일본 총리를 만나러 JAXA(우주 항공 연구 개발 기구)에서 사람이 왔어. 블랙홀의 영향을 지구가 받게 되는데 그것을 P-13 현상이라 했어. 그 일은 3월 13일 13시 13분 13초에 일어난다는 거야. 총리와 각료들은 그때 큰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국민들한테는 아무 말하지 않기로 했어. P-13 현상이 일어나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었지. 국민들한테 말했다가 큰 혼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여긴거야. 사람이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조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 P-13 현상이 일어났을 때 가만히 있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어. 그리고 그 사람들은 많은 사람이 사라져버린 세계에 남게 되었어. 모두가 사라진 것인지, 몇 사람이 그곳에 가게 된 것인지. 어쨌든 그 세계는 아주 무서웠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 지진뿐 아니라 모든 것을 잠기게 할 듯이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거든.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리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것 같았어. 실제로도 그랬고.

 

열세 사람이 가게 된 패러독스 13 세계는 사람뿐 아니라 살아있는 동물은 살 수 없는 곳인가 봐. 그 세계가 사람이나 동물을 다른 물질이라 여긴 게 아닐까. 그런데 이게 다른 세계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우리는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자연환경이 많이 바뀌기도 했잖아. 이 세계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게 나왔을 때는 정말 무서웠어. 패러독스 13 세계에 내린 것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그런 비를 경험했으니까. 여름에 우리나라 한 지역에 갑자기 비가 아주 많이 쏟아지게 된 것은 분명히 환경이 파괴되었기 때문일거야. 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아무리 사람한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힘이 있다 할지라도 같은 일을 여러번 겪으면 마음이 꺾일거야. 그건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게 썼는데 신기하게도 이곳에 있는 사람이 열셋이었어. 열셋이었던 사람이 줄어갔지만.

 

사람 때문에 지구가 아프다는 것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아. 이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기는 해. 그렇다고 어떠한 형편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마라도 아닌 것 같아. 사실 희망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뜬구름 같은 거잖아.(보이지 않아도 믿어야 하지만) 그러면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것은 뭘까. 그것은 나도 잘 모르겠어. 사람마다 다 다르지 않을까. 바로 옆에 있는 사람 손일 수도 있고, 이런 경우가 가장 많겠지. 꼭 무엇인가를 잡아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어쨌든 살아가라 가 아닌가 싶어. 살아있어야 무슨 일이든 일어나잖아. 지금은 패러독스 13 세계에서 사람들이 보낸 한달 남짓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시간이 그 사람들한테는 필요했던 거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말이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아주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

어쨌든 살아가

 

 

 

희선

 

 

 

 

☆―

 

“사람들을 잘 부탁해. 절대 타협하지 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어. 살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한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아.”  (5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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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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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고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얼마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살게 된 혼마 미치루, 역 플랫폼으로 전철이 달려올 때 사람을 밀어서 죽인 것처럼 보여서 경찰한테 쫓기게 된 오이시 아키히로. 관계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다. 아키히로가 있었던 역 플랫폼은 미치루 집에서 보였다. 아키히로는 전부터 미치루가 시각장애인이고 혼자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키히로는 미치루 집에 몰래 숨어들어서 역 플랫폼에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미치루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집에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를까. 그렇다, 미치루는 아키히로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만 모른 척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키히로가 자신을 해치지 않으리라고 여겼다. 아키히로는 미치루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아주 조심한다. 미치루가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경찰한테 신고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해한다.

 

두 사람이 서로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게 된 것은 미치루가 찬장 앞에 놓고 올라간 낡은 의자에서 떨어졌을 때다. 미치루는 아키히로가 자신이 다치지 않게 한 것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고맙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키히로는 미치루가 고타츠 안에 들어가 누워 있을 때 발소리를 내고 걸어가 부엌으로 이어지는 미닫이를 열었다 닫았다. 저녁에 미치루는 식탁에 아키히로의 스튜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아키히로는 식탁에 앉아서 스튜를 먹었다. 그리고 그 뒤에도 미치루와 아키히로는 함께 밥을 먹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 때도 있구나 했다. 사실 두 사람이 이때 할 수 있는 말이 없기는 했다. 아키히로는 경찰한테 쫓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키히로와 미치루는 조금 비슷하다. 무엇이 비슷한가 하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일에 서툰 것이다. 아키히로는 누군가한테 상처받기 전에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미치루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는 밖에 나가기보다 집에만 있으려고 했다. 앞으로도 혼자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었다. 그래도 둘 다 마음속으로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했다. 아키히로는 미치루한테, 미치루는 아키히로한테 문 밖으로 나갈 용기를 갖게 해주었다. 사실은 미치루가 혼자 밖에 나가는 일을 무척 무서워했을 때 아키히로가 미치루 손을 이끌어 밖으로 나갔다. 미치루는 지팡이로 길을 더듬으며 친구 카즈에 집에 갔다. 미치루한테는 어렸을 적 친구인 카즈에가 있었다. 카즈에가 미치루를 많이 도와주었는데, 미치루가 집에만 있지 않기를 바랐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서. 맞는 말이기는 한데 잘 모르겠다. 그냥 마음 편하게 살면 안 될까. 꼭 무서운 바깥에 나가야 하는 걸까. 이 말을 쓰고 말았다.

 

이 이야기 따듯하다. 두 사람의 관계만 생각하면 아주 좋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서 끝나지 않고 더 넓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그러면서 ‘바깥은 생각보다 따스해’라고 쓰다니. 이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느끼지 못하면 또 어떠리. 이번이 두번째로 읽은 건데 여전히 잘 못 쓰는구나. 시작부터 좀 별로였다. 사건에 대한 것보다는 두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보기 바란다.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기는 하다.

 

 

 

바깥은 무서워

너를 지켜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야

네 마음을 위로해주는

하늘 바람 나무 새도 있어

어때?

이제 나가보고 싶지

그래,

바깥은 생각보다 따스해

 

 

 

희선

 

 

 

 

☆―

 

옛날에 아키히로는 교복을 입고 공부하던 학교에서도, 작업복을 입고 일하던 회사에서도, 언제나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에 있어도 손바닥에 땀이 배는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로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은 어디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필요했던 것은 있을 곳이 아니었다. 필요했던 것은, 자신의 존재를 허용해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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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5 1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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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8 0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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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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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잠깐 잤는데 꿈을 꾸었다. 내 팔에 쌀알보다 조금 작은 물집이 잡혀 있었다. 나는 예전에도 그런 게 생겼다가 나았다고 말했다. 엄마가 약을 바른다며 그것을 다시 보여달라고 해서 소매를 걷어서 팔을 보니 물집 같은 게 터져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엄마가 그런 거 알아보러 온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고 말했다.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그 말 듣고 혹시 나도 죽는 것인가 했다. 병에 걸려서 죽고 싶지는 않나 보다. 책속에 바이러스 감염이나 페스트가 나와서 그런 꿈을 꾼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게을러서 죽지도 못한다. 죽으려면 자기 둘레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하나도 안 하고 사니, 앞으로는 조금씩이라도 해야 할 텐데.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나한테 별일 있을까 하는. 꿈에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눈이 떠졌다. 꿈이어서 다행이다고 생각한 적은 많이 있기도 하다.

 

《둠즈데이 북》은 정복왕 윌리엄이 1086년 잉글랜드 지방의 인구 통계를 담은 책이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중세학을 공부하는 키브린이 중세 시대에 가서 그곳에서 있었던 일과 사람에 대해 녹음해두는 것을 뜻한다. 여기 나오는 시대는 2054년 영국 옥스퍼드로 역사학자는 기계를 써서 지난 날로 떠날 수 있었다. 자유롭게 시간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저 역사를 알아보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 시대에 간섭할 수는 없다. 키브린은 본래 1320년에 가야 했는데 문제가 일어나서 페스트가 퍼진 1348년으로 갔다. 이 일을 알게 된 것은 2부 끝에서다. 키브린이 떠나고 2054년 영국 옥스퍼드에는 까닭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졌다. 인플루엔자가 변형되었다고 했는데, 신종 인플루엔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2054년에 바이러스에 감연된 사람이 아프거나 죽기도 했는데, 중세에서 페스트에 걸린 사람은 모두 죽었다. 키브린은 페스트 예방 접종을 받고 갔다. 그래서 괜찮았는데 키브린이 신세를 진 한 집안 식구들과 신부가 모두 죽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상하게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답답했다. 키브린이 사람들을 살리려고 애써도 소용이 없어서였을까. 그래도 신부는 키브린을 성녀 캐서린이라 여겼고 키브린이 그곳에 와서 자신은 구원받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자신이 왜 태어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무슨 뜻이 있길래. 나는 그런 생각을 해도 답은 아직 모르겠다. 정답은 없겠지만 앞으로도 찾아야 할 것 같다.(어쩌면 별거 없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키브린이 왜 모두가 죽고 마는 1348년으로 가게 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키브린은 중세 시대 사람들과 살았다. 영주 집안 식구들로 아이들도 있었다. 로즈먼드는 열세 살이었는데 얼마 뒤에 결혼한다고 했다. 로즈먼드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나이도 아주 많았다. 그리고 로즈먼드 동생 아그네스. 아그네스는 키브린이 하는 말을 처음으로 알아들었다. 키브린이 1320년이 아닌 1348년에 간 것은 키브린이 만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죽어가는 가운데도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을 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죽어갈 때는 담담한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쓰다보니 마음이 조금 안 좋기도 하다. 2054년 영국 옥스퍼드에도 슬픈 죽음이 있었다. 그래도 2054년보다는 1348년에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

 

책을 보다가 떠오른 게 있다. 거기에서는 여기와는 다르게 의사가 우연히 지난 날(에도 시대)로 가지만. 머리에 있는 종양 때문이었으려나. 그것은 일본 드라마 진(仁)이다. 원작은 만화라고 한다. 에도에 콜레라가 퍼졌을 때 진은 자신 때문에 역사가 바뀌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환자들을 내버려두려고 했다. 하지만 의사이기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기만 할 수는 없어서 환자들을 돌본다. 그리고 한참 뒤에 나오는 페니실린까지 만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키브린이 역사학이 아닌 의학을 공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랬다면 몇 사람은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에서는 역사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웠으려나.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죽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은 얼마나 좋은 시대냐 하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이 나온 것은 1992년이지만. 1992년에서 1348년도 아주 먼 옛날이다. 책을 읽기 전에 조금 걱정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비 맞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나왔는데 추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희선

 

 

 

 

☆―

 

“하지만 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키브린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왜 울고 계시나요?” 신부가 물었다.

 

“신부님은 절 구해 주셨어요.” 흐느낌에 목소리가 희석되었다. “그런데 전 여러분들을 구해 내지 못했어요.”

 

“죽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그리고 아무도, 우리 주 그리스도조차 죽음에서 사람들을 구할 수 없습니다.”

 

“알아요.” 키브린이 말했다. 키브린은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얼굴에 손을 댔다. 손바닥에 눈물이 고이더니 로슈 신부의 목으로 방울방울 떨어졌다.

 

“하지만 성녀님은 저를 구원해 주셨지요.” 로슈 신부가 말했고 신부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두려움에서.” 로슈 신부는 콜록거렸다. “믿지 않는 마음에서 저를 구하셨습니다.”

 

키브린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신부의 두 손을 잡았다. 손은 차가웠으며 벌써 굳기 시작하고 있었다.

 

“전 모든 이 가운데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로슈 신부는 말하며 두 눈을 감았다.  (764쪽)

 

 

키브린은 손바닥을 뒤집어 어스름한 속에서 손목을 살펴보았다. “로슈 신부님과 아그네스와 로즈먼드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 모두 기록해 놓았어요.”  (8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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チ-ズスイ-トホ-ム 5 (KCデラックス) (コミック)
こなみ かなた / 講談社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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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쌓아놓고 본다고 하는 말을 많이 봤는데, 나는 그러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것은 다른 책도 마찬가지다. 다른 책을 보는 사이사이에 만화를 한권씩 본다. 만화를 보고 나서 쓰는 것은 다른 책을 보고 나서 쓰는 것보다 더 자세한 줄거리다. 무엇인가 다른 말을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은 자주 하지만, 생각만 하고 그냥 쉬운 쪽을 고르고 만다. 다른 말 쓸 게 거의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 쓰면 괜찮을 텐데, 줄거리라도 써야 마음이 편하다. 아무것도 안 쓰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상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내 마음 때문에 괴로운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나를 괴롭게 하다니,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이것은 누구나 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결국 모든 괴로움은 바로 자기 자신에서 오는 것이니까.

 

이 책 4권을 본 때는 2011년 8월이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그동안 왜 안 본 걸까. 사실 왜 그랬는지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때 이 책을 5권까지밖에 사지 않아서다. 지금은 9권 빼고 다 있다. 그리고 올해 10권이 나온다. 이 책은 한 해에 한권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이고 어떻게 보면 안 좋은 것이다. 그림은 모두 컬러다. 그래서 책이 비싸다. 이 말은 예전에도 썼는데 또 썼다. 이 만화에는 그렇게 어려운 말이 쓰여 있지 않아서 쉽게 볼 수 있다.(다른 만화에도 어려운 말은 많이 적혀 있지 않다) 그런데 왜 아직도 다 못 봤느냐 하면, 보고 나서 쓸 일이 걱정스러워서다. 내가 좀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한다. 이것은 어느 책이나 똑같다. 책 읽고 보는 것을 즐겨야 하는데 다음 일을 걱정하다니, 마치 오늘보다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는 것과 같구나. 이런 강박증 같은 것은 어떻게 고칠 수 있으려나. 그런데 강박증 맞는 말인가. 이런 말장난 같은 말은 이만 줄이고 이 책에 대해 써야겠다. 지금까지 이야기 조금, 5권에 나온 이야기 조금.

 

엄마 고양이와 떨어져 길을 헤매다 지친 새끼고양이는 공원에서 넘어진 요헤이와 만난다. 요헤이는 어린아이다. 요헤이는 집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가자고 엄마한테 말한다. 하지만 요헤이네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었다. 엄마는 새끼고양이 주인이나, 맡아줄 사람을 찾을 때까지 고양이를 잠시 집에 두기로 한다. 얼마 뒤 새끼고양이 이름을 치라 한다. 시간이 흘러도 치를 맡아줄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요헤이뿐 아니라 엄마 아빠 모두 치를 좋아하게 되었다. 한번은 농장을 하는 사람한테 치를 맡길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치가 없는 집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아파트에서 검정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퍼지고 관리인한테 들켜서 그 사람은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 검정고양이는 치와 친해지기도 했는데. 엄마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한다. 때마침 애완동물을 키워도 괜찮다는 말이 쓰여 있는 아파트가 보였다. 엄마 아빠는 앞으로도 치와 함께 살기 위해서 이사하기로 한다. 먼저 살던 아파트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들도 많다. 치가 요헤이네 식구와 살면서 일어난 일과 치만의 모험도 나온다. 우리는 치가 말하는 것을 알지만, 요헤이와 엄마 아빠는 모른다. 그렇다 해도 서로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려나. 그렇지 않겠지.

 

이사한 집에서 치는 아직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이번에는 집 밖으로 나간다. 처음에는 치가 뜰에 있을 때 옆집 개 짖는 소리에 바깥으로 나가서 가까운 곳을 잠시 둘러보기만 했다. 어린이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듯 새끼고양이도 바깥에 관심을 가졌다. 멀리까지 이어진 길에. 그렇다고 해서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집에서 나간 치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먼저 살았던 집에까지 간다. 그 집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말았다. 우연히 만난 얼룩고양이가 자기가 사는 집에 치를 데리고 가서 먹이를 주고 ‘이 집 고양이가 되는 게 어때’ 했다. 치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아무리 방석에 자기 냄새를 묻힌다고 해도 그곳에는 요헤이도 엄마도 아빠도 없었다. 치는 집으로 돌아갔을까. 치가 집에 갈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바로 옆집 개다. 치가 돌아간 뒤 얼룩고양이는 치를 어디에서 봤는지 떠올렸다. 치를 낳은 엄마 고양이와 형제들을.

 

집 바깥에 나온 치한테 얼룩고양이가 마마가 있는 곳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치는 마마가 뭐야 했다. 처음에 치가 엄마를 ‘마마’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새 그 말을 잊어버렸나 보다.(정말 나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요헤이가 엄마라고 해서 치도 엄마라도 했는데. 어쨌든 치는 마마가 우유를 준다고 한 말에 끌려서 얼룩고양이를 따라갔다. 그런데 치가 생각하는 마마가 조금 웃겼다. 얼룩고양이가 제대로 설명을 해줬다면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얼룩고양이와 치가 가는 길 벽에 치를 찾는다고 쓴 듯한 종이가 있었다. 치는 본래 집고양이였나 보다. 얼룩고양이는 치를 집 앞까지만 데려다 주었다. 결국 치는 엄마 고양이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검정고양이를 만났다. 치가 사람을 피해서 숨었던 쓰레기를 덮은 그물 속에서 나오지 못했을 때 검정고양이가 나타나서 그물을 들어주었다. 치는 검정고양이한테 보고 싶었다고 했다. 검정고양이가 사는 집에서 치는 우유를 얻어먹고, 잠시 검정고양이 위에서 잤다. 그러고는 꿈을 꾸었다. 언젠가 있었던 일에 대한. 집에는 검정고양이가 바래다 주었다. 검정고양이네 집에서 치네 집은 똑바로 가면 나왔는데, 치가 집에서 나왔을 때 길을 되짚어 갔기 때문에 조금 복잡했다. 치도 언젠가는 그것을 알게 되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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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3-0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로 읽으시는거에요? 저는 애니때문에 듣는 건 어느정도 되는데 아직 읽지는 못하겠던데..ㅎㅎ 고양이 정말 귀엽네요. 예전에 고양이 카페에 간 적 있는데 거기 고양이들은 저렇게 귀엽지는 않더군요, 풋. 항상 만화가 현실보다 더 귀엽..

희선 2013-03-07 02:39   좋아요 0 | URL
이 만화에는 아주 쉬운 말이 나옵니다
일본말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다면, 글을 읽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기본 글자만 공부하면... 만화는 한자에 요미가나(읽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게 많아요 만화는 볼 수 있는데, 아직 소설은... 소설도 보고 싶은데...
저도 만화에는 이렇게 귀엽게 나오지만 실제는 좀 다르겠지 하는 생각했습니다


희선
 

 

 

 

제가 만화를 많이 보는 것은 아닌데, 몇 편 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나츠메 우인장》(미도리카와 유키)이 있습니다. 나츠메는 바로 이 만화에 나오는 남자아이입니다. 나츠메 타카시라고 합니다. 본래 일본에서는 이름보다 성으로 말할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나츠메는 타카시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나츠메 외할머니인 나츠메 레이코를 뜻하기도 합니다. 나츠메가 할머니한테 물려받은 것이 바로 요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묶은 책 우인장(友人帳)입니다. 우인장이라 하면 ‘뭐지’ 할 텐데, 일본말을 보면 친구 이름 책(이름은 제가 그냥 넣었습니다) 이라 할 수 있죠. 제가 이것을 깨달은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나서입니다.

 

먼저 우인장에 대해 설명해야겠군요. 나츠메 할머니인 레이코는 요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고 요괴와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람보다는 요괴와 좀 더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렇다고 친구가 된 것은 아닙니다. 레이코는 요괴를 만나면 늘 싸웠습니다. 레이코는 요괴와 싸워서 자신이 지면 요괴가 자신을 잡아먹어도 괜찮다고 했고, 레이코가 이기면 요괴는 레이코 부하가 된다는 계약으로 이름을 적은 종이를 주었습니다. 레이코가 이긴 요괴들 이름이 적힌 종이를 묶어둔 게 바로 우인장입니다. 레이코가 요괴와 친구가 된 것도 아닌데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친구라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우인장에 있는 요괴 이름을 레이코는 언제든 부를 수 있었지만 요괴 이름을 적은 종이를 받기만 하고 거의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냥 모아두었던 것이었습니다. 대체 왜 그랬을까요. 그것이 레이코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레이코가 자신을 불러주기를 바란 요괴들은 많았습니다. 그런 요괴를 레이코가 아닌 손자인 나츠메가 만나게 되고 우인장에 묶여서 자유롭지 못한 요괴들한테 이름을 돌려줍니다. 이름이 적힌 종이는 요괴한테는 목숨과도 같거든요. 그 종이를 태우면 요괴도 죽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레이코 손자인 나츠메 타카시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엄마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나츠메도 외할머니 레이코처럼 요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할머니한테 물려받은 힘이겠지요. 부모님이 살아있어서 나츠메와 함께 살았다면 좀 나았을 텐데, 나츠메는 어렸을 때부터 친척집을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요괴를 볼 수 있어서 행동이 이상했습니다. 친척들은 그런 나츠메를 보고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 나츠메도 레이코처럼 사람뿐 아니라 요괴와도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지난 날이고 만화는 나츠메가 아버지 먼 친척인 후지와라 부부 집에 살고 있는 모습부터 나옵니다. 후지와라 부부한테는 아이가 없었거든요. 둘 다 나츠메를 아주 반겨주었습니다. 후지와라 부부 집은 시골에 있었습니다. 다른 만화에서 보면 요괴는 도시보다는 시골에 더 많더군요. 그래도 나츠메는 그곳에서 살게 되면서 학교 친구를 사귀고, 나츠메 경호원인 야옹 선생을 만났습니다. 또한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친구도 만났습니다. 레이코와는 다르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나츠메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과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고, 요괴와도 말을 나누고는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요괴도 사람처럼 착한 요괴가 있는가 하면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요괴도 있었거든요. 나츠메가 어렸을 때는 요괴를 무서워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거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람과 만나고 헤어질 때 아쉬워하는 것처럼 나츠메는 요괴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나츠메가 만나는 사람 가운데는 요괴를 없애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만화속 세상에서 잘 알려진 배우인 나토리 슈이치입니다. 겉으로는 배우지만 남들은 모르게 요괴를 없애는 일을 했습니다. 나츠메는 요괴라고 해서 모두 없애야만 하는 것일까 합니다. 나토리는 나츠메와 만나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나토리도 요괴 때문에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자랐거든요. 그러면서 요괴를 좋아하지 않고 믿지 않았습니다. 요괴를 식으로 쓰고 있으면서도요. 나토리가 한때는 나츠메한테 사람과 요괴 가운데 한쪽만 고르라고도 하지만, 나츠메 마음을 존중해줍니다. 요괴를 없애는 주술사는 나토리뿐 아니라 많이 있습니다. 마토바는 마토바 집안의 당주로 나츠메가 가진 요력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 집안에 들어오기를 바랐습니다. 나츠메 때문에 후지와라 부부가 힘들어지거나 친구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나츠메는 잠깐 그런 말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곁에 있기로 합니다. 요괴를 볼 수 있는 사람 가운데도 이런저런 사람이 있고, 서로에 대해 알아도 마음이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 《나츠메 우인장》에서는 나츠메가 사람과 요괴를 만나며 자라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가끔 레이코 이야기도 나옵니다. 레이코에 대한 것도 더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죽은 사람이기에 어려울지도 모르겠군요. 나츠메도 요괴 때문에 레이코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답니다. 이 책은 15권까지 나와 있습니다.(우리나라에는 14권까지입니다, 몇 달 지나면 15권도 나오겠죠) 여기에는 엄청난 모험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잔잔하게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래도 거기에서 감동 받을 수 있습니다. 레이코를 그리워하는 요괴들을 보면 조금 슬픈 마음도 들더군요. 요괴와 사람의 시간은 다르거든요. 나츠메를 좋아해서 따르는 요괴도 많답니다. 야옹 선생은 언제나 나츠메가 요괴 일에 상관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도와줍니다. 나츠메가 죽은 다음에 우인장을 받기로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죠. 자신은 잘 느끼지 못할지라도 정이 들어버린 거겠죠.

 

 

 

희선

 

 

 

 

 

 

                          

                                    나츠메와 야옹 선생 그리고 우인장

 

 

 

 

                          

                             뒤에 있는 요괴는 히이라기, 바로 옆은 나츠메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나토리입니다

 

 

 

 

 나츠메 뒤에 있는 요괴는 야옹 선생의 진짜 모습입니다

 야옹 선생일 때는 다른 사람한테도 보이지만 요괴인 마다라가 되면 보통 사람한테는 보이지 않습니다

 야옹 선생일 때는 귀엽고, 마다라일 때는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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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2-22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오...ㅎㅎㅎ 저는 이거 애니로 봤는데.. 4기까지 나왔던가? 그럴거에요. 개인적으로는 나츠메 레이코가 정말 강력한 것 같아서... 손자인 너는 왜 저정도 힘이 없냐, 라고 구박해주고 싶었지만... 전형적인 소년만화적인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만 배제하면 뭐랄까, 보다보면 잔잔하고 좋았어요. 솔직히 고백하면 야옹 선생이 너무 캐릭터가 좋은 것 같달까

저는 최근에 마기, 라는 만화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희선 2013-02-23 00:58   좋아요 0 | URL
애니메이션으로 나와서 아는 사람이 많은 만화겠죠 사실은 저도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책도 보게 됐어요 지난해에 보기로 한 거지만...
레이코가 그렇죠, 그래도 나츠메도 요력은 세요 주먹으로 한대만 쳐도 요괴한테 먹히니까요 꽤 큰 요괴는 어렵지만... 그럴 때만다 야옹 선생이 나타나죠

제가 아는 만화가 별로 없어서... 마기는 찾아서 어떤 것인가 봤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