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 그 분만 생각하면 가심이 쓰리고 아프고... 믿을 수도 없고...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안 드림' 같은 책을 꼭 써보고 싶다고 하셨다지...이 책을 힘겹게 읽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아메리칸 드림에 누군가가 깊게 사로잡혀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의 역사는 항상 진보하는가..아니면 영영 퇴행해 버리는 수도 있는가... 너무 무섭다....무언가 직접적이고도 노골적인 얘기들을 하고 싶은데 갑각류처럼 나도 목을 쑤욱 넘어 숨어버리게 만드는 그 무엇...벌써 나도 지쳐 가는가...외면하고도 싶고... 

시민이란 무엇인가...그렇게까지 우리 시민의 손에 쥐어 주고 싶어하셨던 권력들...그 권력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젠 더이상 답답해 하고 싶지 않다....너무 슬퍼지니까...그래도 나는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고 정의는 종국에 승리한다고 믿어왔나 보다...그리고 그 믿음이 산산이 부서져 파편화되어 그 조각들이 나를 찌를까 너무 무서워 외면하고픈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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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5 12: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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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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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 작가와의 두번째 만남...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에 반해버려 가장 호응도가 컸던 동아프리카 여행기와의 조우...사실 중반부 넘어가면서부터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어 '글쎄'였던 반응이 후반부로 가서는 눈물 뚝뚝...이 정도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작가가 평범하고 호기로운 관광객 이하는 아닌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여행기들이 그 나라에 대한 관찰자, 혹은 조금 더 나아가 잠깐 발을 담가 보고 현지인들과 짧은 관계를 나누고 그것이 전부인 마냥, 여행가면 다 '위아더 월드'가 된다는 환상의 두께만 덧쒸우는 것과는 달이 이 여행자는 가슴으로 그 세계를 받아들이는 진지함과 더불어 성찰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예사롭지 않다. 화보도 너무 아름답다. 풍광보다는 아프리카인들과의 사연이 녹아 있는 인물 사진들이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 보게 한다. 특히 아이들은 얼마나 이쁜지 정말 종이 속에 팔을 둘러 꼭 껴안아 보고 싶어진다는...8살 아들 중빈과의 여행은 어른동행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경험의 세계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다. 일단 아이들한테는 무장해제하는 어른들의 경향과 가식으로라도 대화를 여는 것이 몇 배는 쉬워지므로... 

아프리카는 예전부터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오히려 그 소망을 한 켠으로 미루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풍광, 사파리, 이쁜 아이들만으로 이미지화했던 나의 오판이 최빈국에 사는 이들의 물질 앞에서의 속수무책이 주는 불편함을 간과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이 없다. 오소희 작가 만큼 그릇이 커서 평균적인 인간성으로 만족하고 말 수 있는 마음적 여유도 없고, 아이들을 상대로도 물질을 얻어내기 위한 장사를 하는 일부의 그들을 이해하고 눈물을 그칠 담담함도 부족한 지라...그래서 내도록 이 책을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눈을 조금씩 흐릿하게 했다.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돈앞에서의 생존을 건 기만....믿으면 여지없이 뒤통수 치고 마는 예외없음...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런 신들이 강렬하게 남는 것을 보면... 

아프리카 앞에서는 '위아더월드'는 없다. 그들에게 관광객들은 어떤 목적을 가진 수단으로 대상매겨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빈이 가끔 상처받는 장면은 나를 더욱더 아프게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그 최악의 상황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내가 거짓을 말하지 않고 도덕과 인내의 시험에서 항상 승리했다면, 그것은 내가 도덕적이거나 인내심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운좋게도 거짓을 말하기 전, 도덕과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기 전, 구원받고 또 구원받는 삶이었기 때문이다...중략..." 이 대목에서는 무릎을 쳤다. 그런 것이었다. 그런 것이었다. 최소한의 의식주와 보호도 받지 못하는 그들 앞에서 도덕을 논하고 인간의 도리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나누는 삶에 대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나는 울고 말았다. 닭 한마리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고아원에 살지 않는데 사는 것으로 또 거짓말의 대상이 된 아이들의 영악함 앞에서 실망하기에 앞서 슬퍼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는 오래 한 자리에서 서성이게 되었다...여행이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삶으로 뛰어들어가 그 사람의 결핍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역할자로서까지 확장될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지평선에 나의 손을 걸어 본다....너무 큰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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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 1 - 마리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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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 넘 탐닉해서 또 이상하게 그녀에게 탐닉하는 것이 마치 나 단순하고 여성성에 기댄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 같아서..(어디까지 나의 생각임) 사실 여러 에세이류에서 그녀의 소설을 폄하하는 문구가 많이 등장하고 그럴 때마다 화가 난다기 보다는 그녀의 팬인 내 목이 움츠러든다. 이 책만큼은 미뤄두려고 하다가 또 읽기 시작하니 그 마력이 대단하다. 

그녀의 소설은 아삭아삭한 오이를 베어무는 느낌이 든다. 계속 아삭아삭 베어 먹다 보면 목이 어찌나 시원한지...특히나 이번 작품은 마리의 일대기여서 그 무게가 가벼움이 아니라 진중함으로 드리워진다. 어렸을 때 죽은 오빠 소이치로가 가슴속에 살아 그녀의 인생 군데군데 마다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오빠와 함께 어울렸던 동네친구 큐는 마치 조수처럼 드문드문 밀려와서 그녀의 인생의 한 대목이 된다. 츠치 히토나리가 큐의 입장에서 '우안'으로 작품화했다. 사실 우안은 안읽을 예정이긴 하지만... 

딸 사키에게까지 이어지는 그녀의 얘기는 춤을 좋아하고 바를 경영하며 바람처럼 오고가는 남자들과의 자유분방한 사랑...그리고 사랑을 찾아 집을 나간 엄마, 그 엄마를 잊지 못하는 아버지와의 접점까지 어찌 보면 파란만장해질 수 있는 얘기가 에쿠니 특유의 문체로 상큼하고 가녀리게 그려진다. 

가독력은 언제나처럼 최고이고...마리의 삶의 자세가 이상적이거나 교과서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일상에서 아름다운 요소를 찾아내는 그녀의 매력과 어우러져 영롱하게 반짝이는 소설...큐의 초능력이 좀 뜬금없기는 하지만...우안을 읽으면 이해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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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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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마타타' 드라마에서 아역 배우가 아빠한테 힘내라고 인용한 아프리카어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오소희 작가의 책제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 육아잡지에서 인터뷰를 읽고 흔하디 흔한 여행서와 차별점이 36개월밖에 안된 귀여운 동반자를 대동한 것이라는 데에 흥미를 느끼고 아무래도 가장 어릴 때 동반한 것이 더 와닿을 것 같아(지금은 그 동반자가 6살 정도가 된 듯)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일단 사진이 참 좋다. 아무래도 귀여운 모델이 있어 그런지 더 그런 듯...터키여행기이며 중간중간 육아에 대한 단상이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마음을 다잡는 데에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 아이들과 어른들과 금새 친구가 되고 성인이 홀로 여행 갔을 때는 체험할 수 없는 어른들의 무방비 개방(아무래도 아기앞에서는)과 또 작가 자신이 아마추어로서는 가지기 힘든 철학적 성찰이 있어 확실히 다른 여행서들과는 차별성이 있다. 

17개월 육아에 지쳐 힘들어하는 프랑스여인에게 들려주는 그녀의 얘기가 넘 좋아서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지루하고 힘든 이 시간들도 또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하나의 과정이고 가치가 있다고...마치 나에게 하는 얘기인 것 같다. 

혼자서도 무서워 패키지 아니면 여행 떠날 엄두를 못내는 나에게 정말 용기를 내보고 싶게 만들고, 이제는 집어치운 영어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책...그녀의 책을 모두 읽을란다....일상의 사소한 치사함에 얽매여 점점 작아지는 나의 세계의 수문을 살짝 열어 준 책...이 책을 강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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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
조지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 나무와숲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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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심리학 강의 시간에 그랜트 연구에 관해 잠깐 들은 기억이 난다. 하버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몇십년간을 종단연구한 것이라는 짤막한 언급이었던 듯 하나 뇌리에 깊이 박혀, 언제 기회가 되면 꼭 관련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접어두었었다. 

대학졸업후 거의 십년이 되어가는 마당에 그랜트 연구결과 발표를 기사에서 접하고 너무나 반가웠다. 행복한 노년에 인간관계가 절대적이라는 얘기였고, 이 참에 꼭 조지 베일런트가 쓴 관련 저작을 찾아보겠다고 결심했으나 대부분 품절이라 오프라인으로 어렵게 이 책을 구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그랜트 연구뿐 아니라, 소년원에 수감된 소년들과 비교 대조 표준 집단이었던 이너 시티 집단, 지능지수 140이상인 아이들을 연구대상으로 했던 터먼의 여성 집단 포함 세 집단을 대상으로 거의 일생을 추적하여 행복한 노화의 표지자를 찾고자 했다. 

조지 베일런트는 성인이 이루어야 할 여섯가지 발달 과제를 중심으로 행복한 노년의 필수 지침을 세우게 된다. 요는 정체성,친밀감,직업적 성공,생산성,의미의 담지자이다. 각각의 사례 등에 이 기준을 적용해 보며 과연 행복한 노년의 필수 요건은 무엇인가에 접근해 가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롭고도 약간은 비감어린 것이었다.  

유년기와 노년기가 유효한 상관관계를 꼭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조금 안도하면서도 대체로 유년기가 행복하면 노년도 그러하다는 결론에는 또 착찹해 지는 것은 나름대로 행복한 유년은 아니었다는 결론 때문일까...가장 인상깊었던 대상자는 판사 홈스...삼대가 모두 행복한 모습의 묘사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부러움이 일었다. 홈스 판사의 어머니를 방문했을 당시, 거실에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짓던 모습이 홈스 판사의 노년과 오버랩되었다는 얘기에서는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또한 그가 77세가 되었을 때에 죽을 때가 가까워질수록 아내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져만 간다고 고백했을 때에는, 행복한 노년과 행복한 결혼생활과의 깊은 상관관계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노년까지 큰 굴곡없이 충만하기만 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삼대까지 걸쳐 나타날 수 있다는 데에는, 정말 이기적인 유전자가 누리는 행복아닌가 하는 약간 삐딱한 생각도 해본다. 제일 부럽고도 얄미웠던 ㅋㅋㅋ 그리고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그가 인상깊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의 슬픔이나 사랑,분노의 감정을 잘 다독거려주고 자상하게 보살펴 주었는가, 아니면 아이의 다양한 감정 표현을 부정적으로 치부해 버렸는 가에 다라 노년이 좌우될 수 있다니 명심해야겠다. 

노년의 삶의 질은 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지었던 나에게 그렇지 않다는 실증적인 예를 접하게 해주었고, 그러나 사회복지수준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부분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느 부분이 있다. 또한 내리사랑을 강조하고 자식의 부모부양이 고통이 될 수 있고 삶의 질을 저해한다고 단정짓는 부분은 공감이 가면서도 문화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술술 읽히는 편이며, 아무래도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데에 묘한 흥미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철저한 논픽션이다 보니 일관적인 결론인 아닌 유동적인 가치관 적용에 혼란이 들고 그 사람의 삶을 전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닌, 진술에 의존하는 것으로 허구가 될 수도 있다는 데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빛나는 것은 노년이 사회적 계급이나 유년의 성장 배경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의 삶에 대한 가치관, 의지, 배우자 등에 의해 재구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평을 보여준다는 데에 그리고 노년이 되어서도 충분히 많이 행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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