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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끝나지 않은 재앙 
 

미국 멕시코 만을 검게 물들었던 석유가 3개월 만에 유출을 멈췄다.
유출을 막기 위해 새로 개발한 캡을 씌우려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하였다.
아직 추후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전문가들과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법. 현재까지 흘러나온 기름의 양은 222만~438만 배럴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 많은 기름들은 지금까지도  바다 위를 부유하고 있다.

기름이 멕시코 만을 덮치게 된 이후 멕시코 만에서의 어업 중 가장 많은 경제적 수입을  

얻는 새우 관련 어업 종사자들은 손해를 보게 되었으며 멕시코 만 어부들은 아직까지도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유출 사고는 사상 최대의 환경 및 생태계  

파괴를 남긴 최악의 사고로 남게 될 우려가 높아졌다. 기름이 멕시코 만을 넘어서  

대서양쪽 미국 동부 해안으로 흘러들수록 집계되는 동물 피해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기름이 해안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지 못하면 지금보다 더 큰 생태계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 비단 생태계에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오일 제거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감기 증상을 보였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지금까지 장기간 원유  

노출  시 인체 피해에 대한 의학적 보고는 없지만 미 보건당국은 장기적으로  

신경계통이나 혈액 콩팥 간 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석유에 오염된 물을  

마시게 되면 인간의 신체가 온전치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세상을 바꾼 책

환경 분야의 뉴스 중 핫 이슈인 멕시코 만 유출 사건을 계기로 해양 생태계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해양 생태계 도서의 고전이라고 일컫는 레이첼 카슨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읽기로 결심하였다. 그런데 도서관에 와 보니 그 책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근처 바다 관련 도서가 꽂혀있는 책장까지 샅샅이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그래서 마지못해 레이첼 카슨의 대표작인 <침묵의 봄>을 읽기로 하였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가 바다의 생태계와 그것을 지키기 위한 환경 보전에 관한 책이라면 

<침묵의 봄>은 농약이 자연 환경에 주는 악영향을 고발한 책이다.

<침묵의 봄>이 자연 환경 분야의 고전이라는 것은 간혹 언론이나 학교 수업 시간에  

들어봤다. 책 뒤에는 세상을 바꾼 책이라는 찬사가 아끼지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이  

어떻기에 출간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환경 운동의 선구적인 도서라는 명예를  

누리고 있는 걸까? 저자는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농약 성분들이 자연 생태계의 오염을  

초래하고 결국에는 농약을 만들고 사용한 인간들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구성하는 내용은 거의 환경오염과 그에 따른 피해  

사례에 관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아주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작가가 쓴 책의 배경이 무려 40여 년 전이라서 그런 것이었을까?

저자는 당시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DDT의 유해성에 대해서 낱낱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DDT뿐만 아니라 저자가 환경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농약의 주성분들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환경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을 지금도 읽어야만 하는 것인가? 
 

 

 

 자연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다

저자는 일방적으로 자연에게 악영향을 주는 농약 사용을 금하지 않는다.   

농약 사용을 줄이는 대신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의 길을 갈 수 있는 환경 보전 대안을  

제시한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제시한 대안은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식물을 방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정 식물을 먹이로  

  하는 곤충을 이용하는 것이다. 목초지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이런 가능성은  

  상당히 무시되었다. 곤충들은 자신이 원하는 식물만 먹이로 삼는데 그런  

  제한적인 식성을 잘 이용한다면 우리 인간에게는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 p 116 - 

 

저자는 이미 40여 년 전부터 유기농법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농작물에는
해충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예전만 해도 농민들은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서 농약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변할수록 사람들의 환경 보전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게 된다. 그래서 농약 1%도 묻지 않은 농작물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환경 인식의 변화를 읽고 있었던 농부들과 농업 관련 연구자들은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법을 독자적으로 연구 및 개발을 하였다. 오랜 연구 끝에 현재  

유기농법은 지렁이, 우렁이, 오리 등 해충이나 잡초를 먹이로 하는 특정 생물들을  

이용하는 친환경적인 방법이 개발되었다.  역시 ‘세상을 바꾼 책’이라는 칭호를 받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무작정 농약 사용을 줄이라고 주장만 했었다면  

세상은 그녀의 말을 이해했을까?  레이첼 카슨이 고백했듯이 그녀가 살던 1960년대에는  

농약 속 유해물질이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미치는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정부와 연구 기관들은 유해물질이 자연과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책 출간 이후로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되었다.
그 때 1960년대의 세상이 이 정도였으니 레이첼 카슨의 책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농약이 묻은 농작물로 만든 음식들이 우리의 식탁 위에 놓여 있었을 것이다. 

레이첼 카슨은 자연친화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고쳐야 하는 것이 자연을  

정복하겠다는 철학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세상은 환경 문제에 관해서는  

참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환경 문제 앞에서 사람들은 둘로 갈라지게 된다.  

인간의 이익을 위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일부분 자연 파괴는 불가피하다는  

개발 옹호론자와 자연을 파괴하면서 개발한다는 자체가 잘못이며 오히려 개발 이후에도  

환경 문제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개발 반대론자들이다. 그렇다고 개발 옹호론자들이
무조건 자연을 정복해야한다는 고리타분한 사고를 가졌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아직까지도 구시대적 발상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무분별한 벌목이 그 예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아마존 특유의 야생적인 열대 우림이 파괴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살고 있었던 동물들은 보금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동물들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아마존에 살았던 토박이 부족들도 어려운 현실에 처해져 있다. 다른 나라의  

목재업 회사들이 행하는 벌목 작업을 자신들의 눈 앞에 보면서도
이렇다 할 말을 하지도 못하고 그들은 이곳저곳 떠돌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궁핍한 삶의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도시로 진출하게 된다.  

아마존의 자연 파괴와 산업화, 거기에 다가 부족들의 단명의 근본적인 원인인  

전염병까지 더하여  아마존의 자연에서만 자랐던 순수 부족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마존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존의  

나무들을 밀어붙이는 불도저와 굴착기들을 보면 아메리카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기면서 인디언들에게 무시무시한 피의 응징을 가했던 백인들이 떠오른다.
자신이 살고 있는 거대한 땅을 이루고 있는 모든 자연물을 경외했던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 중의 한 구절을 비유하자면 백인들과 개발 옹호론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세우고, 나무들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양날의 칼, DDT

이 책의 감수자인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 소장의 글을 보게 되면 농약의 화학 물질에  

대한 개선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며 레이첼 카슨이 살았던 시대의 농약과의 차이점을  

감안하여 농약의 위험성에 대해서 상당 부분 낮추어서 이해해달라는 당부의 말이 있다.

<침묵의 봄>을 읽은 계기로 인하여 DDT에 관한 내용들을 찾아봤다. 그런데 내가 책에서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홍 소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게된다면
자칫 환경 문제에 대한 편협된 사고방식을 야기할 수 있는 발상의 소지가 있다.

<침묵의 봄>이 출간 이후로 DDT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됨으로써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DDT 사용을 금지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DDT를 사용하는  

나라가 있다. 경제력이 약한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나 티푸스에 대한 대비책으로 DDT를 모기 살충제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스리랑카에서는 과거에 말라리아 환자가 연간 25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국가적인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48년부터 1962년까지 DDT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자 말라리아 환자 수가 연간 31명으로까지 줄었다. 그러나 DDT가  

금지된 후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말라리아 환자 수가 연간 250만 명으로 다시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DDT가 인간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스리랑카 입장에서는 

말리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을 가만히 놔둘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스리랑카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에서는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서 DDT를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DDT를 사용하게끔 하는 원인이 DDT에  

대한 경고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DDT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DDT의 유해성에 관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DDT는 인간에게 전염병을 유발하는 모기를 박멸할 수 있는 뛰어난 살충제이지만
어떻게 보면 살충제 내의 독성물질로 인해서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그 악영향이  

우리 인간에게도 미칠 수가 있다. 인간은 DDT라는 최고의 칼을 만들었지만 결국에는
검을 만든 우리가 날카로운 칼날에 찔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략)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중략)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 8, 11연 중에서 -

이상화의 쓴 이 유명한 시는 당시 일제 강점기 상황을 바탕으로 일본에게 넘어간  

우리나라를 ‘빼앗긴 들’이라고 비유를 하고 있다. 국토뿐만 아니라 국권과 우리나라  

고유의 민족성을 상징하는 ‘봄’조차 빼앗기는 비통한 현실을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1연은 조국 광복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8연은 풍요로운 국토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 있으며 1연에서 표현한 시적 화자의 질문은 마지막 11연에서 절망적인  

현실 인식이라는 답변으로 돌아오게 됨으로써 시는 마무리 짓게 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환경 문제도 이 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정부는 4대 강 사업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커다란 원동력이  

되며 개발 이후에도 4대 강의 자연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국가적 차원의  

사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일부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은 4대강 사업은 개발로 인해
오히려 자연환경이 파괴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4대 강을 개발할 때 사용하는  

공사 재료에서 다량의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검출된 점을 이유를 들었다.

결국, 개발 공사를 하면서 강의 수질이 악화될 수 있으며 환경 파괴가 먹이사슬처럼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강이 오염이 되면 강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자연스럽게  

오염된 물의 독성 성분을 받아들이게 된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희귀종을  

포함한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할 수가 있다. 오염 물질을 먹은 물고기들을 먹고 사는  

수달이나 조류에게 독성 물질이 고스란히 전해지게 된다. 당연히 물고기를 먹은  

동물들도 사망하게 된다. 동물뿐만 아니라 강에서 흘러나온 물을 용수로 사용하는  

인간도 오염 물질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레이첼 카슨은 모든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것은 이라고 하였다. 그녀의 말은 물이라는 관점에서 환경 문제를  

인식하라는 것이다. 물속으로 흘러 보낸 독성 물질도 물로 시작하는 먹이사슬의  

순환 관계처럼 환경 오염이 주는 피해도 순환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농민들에게도 큰 타격을 입을 수가 있다는 근거도 있다.
4대 강 사업으로 농민들은 강제 이주를 하거나, 강 주변의 채소 재배지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소 재배지가 감소되면 채소 가격이 폭등하여 결국에는 소비자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4대 강 사업이  

자신들의 재배지를 강제로 빼앗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농민들에게 농사란  

먹고 살리는 유일한 노동이면서도 이상화의 시구처럼 ‘좋은 땀을 흘리면서 부드러운  

흙이 주는’ 자연의 위대함와 노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이다.
그리고 4대 강 사업으로 이주를 하거나 재배지가 사라지게 되면 지금까지 자신들의 삶을  

이어가게 해주었던 실낱같던 희망마저도 빼앗기게 된다면 농민들에게  희망의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 
 

 

 

 침묵의 봄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하나의 관용어로 자리 잡게 된 도발적인 책의 제목은 영국의 시인 키츠의 시에서
‘호수의 물들은 시들어 가고 새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네’ 라는 시구에서  

따온 것이다. 시구처럼 물이 오염되면 새들은 오염 물질로 인해 죽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예전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절은 뒤로 하고 오염되고  

주변에 생물들도 살지 않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다. 이미 죽은 자는 말은 없다.  

결국 봄이 오더라도 생(生)의 감각과 활기를 찾아볼 수 없는 ‘침묵의 봄’이 되는 것이다.

봄을 침묵케 하는 것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자연에 대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침묵의 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연이 파괴 되어가는 현실의 원인을 

회피하려 하거나 알면서도 부정하는 몇 몇 인간들의 침묵이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는 자신의 일과 관련 없으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환경 문제를 야기 시킨다는  

생각도 해 보지도 않는다. 그들은 환경 문제의 원인은 남 탓이라고 돌리고 묵비권을  

행사하듯이 침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기업인은 자신의 사업으로 인해 자연  

파괴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다 나은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이거나  

아니면 국가 경제의 이익을 위해서 자연 파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하는  

명분주의식 변명을 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공장은 사람들 몰래 폐수들을 강에 흘러  

보내기도 한다. 폐수로 인하여 강이 오염되면 앞으로 초래할 환경 문제들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은 몰상식한 행동을 저지른다. 그리고 자신들의 행동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 처음에는 자신이 행한 일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거나 최대한 자신의 죄가 걸리지 

않기 위해서 침묵하기도 한다. 
 

 

 

 3년 전, 우리는 침묵하지 않았다 
 

내가 앞에서 이상화의 시까지 들먹거리면서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우리가 처한
자연 파괴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침묵하게 되면 후세에도 불편한 현실이  

이어질 것이며 봄의 침묵도 길어질 것이다.  그리고 리 스스로 자연에 대해서  

침묵을 하게 되면 자연이 우리에게 줬던 아름다움과 삶을 위한 혜택 등  

좋은 것들이 자연 파괴자들로부터 허무하게 빼앗기게 될 수가 있다.

멕시코 만 유출 사태가 남의 나라 일이라고 해서 무심코 넘어 가지 말자.
우리나라도 3년 전에 충남 태안에서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를 겪은 적이 있지 않은가.
원인은 자연 상황을 무시한 채 선박을 운행하다가 충돌로 인해 태안의 모든 해안 지역을
타르 덩어리로 만들어 놓았다. 태안의 해안에서 일하는 어부들은 그 사고로 인해서
자식 같이 여겼던 수산물들은 폐사하였고 앞으로 펼쳐질 여생의 희망을 한 순간에  

빼앗겨버렸다.

하지만 국민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엄청난 해양오염 재앙을 함께 극복하고자 태안으로 향하는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사이에 5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매서운 바닷바람 속에서 타르 덩어리를 제거하는 데 동참하였고, 재난 극복을 도우려는  

성금도 끊이지 않았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레이첼 카슨이나 대니 서와 같은  

개혁적인 환경 운동가처럼 거창한 행동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당장 해결될 거  

같지 않은 커다란 환경 문제도 관심을 가져 보고 단순하게 접근을 해보면 해결의 답이  

보인다. 그리고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말이 있듯이 뜻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힘을 합치면 환경 문제도 쉽게 해결될 수가 있다. 환경과 자연 친화를 중시하는  

그린 코드 사회로 발달할수록 우리들도 환경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고 이에 대한  

성숙한 윤리적 태도와 이를 바탕으로 공동적으로 해결하려는 참여 의지를 갖추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인용 관련시가 출처 및 링크 

 

[멕시코만 원유유출 3개월만에 첫 차단] 헤럴드경제 7월 16일자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100716000272 

 

 

[ [멕시코만 환경 대재앙] 원유 유출 47일째… 칠펠리컨·돌고래 떼죽음,  

방제요원 건강 적신호 경고] 국민일보 6월 5일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5&aid=0000413705 

 

  

 

인용 검색 출처 및 링크 

 

위키백과 [4대강 정비 사업] 

http://ko.wikipedia.org/wiki/4%EB%8C%80%EA%B0%95_%EC%A0%95%EB%B9%84_%EC%82%AC%EC%97%85 

* 문서 내용 현재 진쟁 중임, 불확실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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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계부 작성의 목적 
 

재테크의 기본은 돈을 부족함 없이 유지하면서도 잘 쓰고 잘 버는 것이다. 

재테크의 달인이 책을 펴내거나 아니면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들의 노하우를 알리게 되면
재테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나   

이전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그런데 재테크의 달인의 노하우에는 항상 공통점이 있다. 가계부를 작성한다는 점이다.
달인들의 가계부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기록하는 가계부와는 천지 차이다.
커피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것부터 시작해서 현금 입출기 수수료, 
본의 아니게 돈을 쓰게 되었던 것들까지 상세히 기록하였다.
오늘 지출 용도와 비용 등을 꼼꼼히 기록하여
자신의 소비 습관을 파악하면 써서 안 될 소비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가계부를 매일 꾸준히 작성한다는 점이다.
가계부 두 세 줄 쓰는 것도 귀찮아하는 일반인과 비교하면
그들의 돈에 대한 남다른 경제적 관념을 알 수 있다.
가계부 기록하는 작은 일이 그들에게는 돈이 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시(時)테크의 달인, 류비셰프 
 

가계부를 작성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막게 되어 돈을 아껴 쓰는 습관이 확립된다.
그렇다면, 돈이 많으면 좋을수록 ‘이것’ 도 많으면 좋지만,
그 점을 알면서도 생각 없이 막 쓰는 ‘이것’ 도 가계부처럼 작성하면 아껴 쓸 수 있을까? 
 

‘이것’ 이란 바로 시간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돈과 더불어 아껴 써야하는 것이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쓸데없는 일에 허비하게 되고,
나중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시간에 패배하기 싶어서일까?  

러시아의 어느 학자는 돈 쓰는 것을 가계부에 기록하듯이
자신이 시간을 썼던 것들을 일일이 기록하고 통계를 냈다. 
 

그 사람은 바로 곤충학자인 류비셰프이다.
단순히 곤충학자이며 이름이 생소하다고 해서 그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책 제목 그대로 그는 시간을 정복한 남자였다. 

 곤충분류학 연구 2시간 20분, 논문 집필 1시간 5분, 편지 3시간 20분,
 프라우다 지 15분, 이즈베스티야 지 10분, 문학신문 20분, 톨스토이 책 1시간 30분..... 
 

철저한 시간 관리를 실천했으며 하루를 마무리 지을 때 통계 내듯이 꼼꼼히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습관으로 인해 자신의 전공인 곤충학뿐만 아니라 곤충분류학, 동물학, 농학,
생물학, 역사, 문학 등 다양한 학문과 분야에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지적 활동은 학문의 경계는 넘는 다양한 저작물을 남겨
지금까지도 그가 남긴 수많은 저작물들은 연구 가치가 높다. 
 

재테크의 달인이 꾸준히 가계부를 작성하여  

결국에 어마어마한 재산을 얻고 유지하는데 기여를 했듯이
류비셰프도 시간을 썼던 것들을 통계표로 작성하여 자신의 지적 능력 발달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학문을 집대성하는데 기여하여  

후세에도 그의 지적 활동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시간의 지배자, 류비셰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자신의 권력이 상실된다는 두려움에
자식들인 포세이돈, 하데스, 헤라 등을 차례대로 삼켜버린다.
크로노스가 자식을 삼키는 행위는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버리고,
시간 앞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사라진다는 속성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크로노스의 자식들 중에서 유일하게도 살아남은 제우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뱃속에 있는 신들을 부활시켜 자신이 신들의 왕으로 군림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세밀하게 기록된 류비셰프의 시간 기록표를 보면,
그가 인간을 가장한 제우스처럼 느껴진다.
제우스가 시간의 신 크로노스를 죽이는 것이 시간의 영속성을 거부하는 행위로 보듯이
류비셰프도 시간들을 기록하여 자신의 삶이  

시간의 영속성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비록 그도 시간이 흐르면서 찾아오는 죽음만은 피할 수 없었지만,
제우스가 크로노스를 제거하여 신들의 지배가가 되었듯이
류비셰프는 시간을 정복한 지배자가 되었다. 
 

 

 

 인간, 류비셰프

평소에 가계부라곤 안 쓰던 우리가 재테크 달인의 방식대로 무작정 가계부를
쓰려고 하면 귀차니즘에 못 이겨 작심삼일로 그치고 만다.
그러는 마당에 류비셰프처럼 시간을 일일이 기록하면서 살아간다고 상상해봐라.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시간 기록들을 살펴보면
시간의 틀에 박혀 사는 병(病)적인 완벽주의자와 같은 느낌이 든다. 

버나드 쇼는 '학자란 연구를 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하는 게으름뱅이' 이라고 말했다. 

뉴턴이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연구에 몰두하거나, 

에디슨이 뜬눈으로 밤을 새면서 전구 개발에 시도를 했듯이,

천재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 연구 이외에는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가정 생활에나 인간 관계에는 무관심하는 게으름뱅이가 된다.  

 

그러나  류비셰프는 학자라는 명함 때문에 학문에 매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학문과 연구는 '직업' 을 위한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자연적으로 가지게되는 앎과 탐구욕을 그래도 충실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시간 기록을 무척 즐거워했다.
그는 시간에 얽매지도 않았으며, 자신이 생각 하에 시간에 쫓길 거 같은 일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넘어갔다. 잠도 충분히 잤으며, 아침에 일어나 산책과 운동을 하고,
자신의 직업인 연구 활동을 하면서 웬만한 음악회나 연극 공연도 관람하고.....
사람이 하고 싶은 거 대부분을 못 하고 생을 마감하는 반면에  

류비셰프는 죽을 때까지 할 거 다 해본 셈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매달리는 이기주의자는 아니었다.
그의 하루 일과 중에는 편지와 일기 쓰기는 빠지지 않는다.
다른 곤충학자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내세우기보다는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연구 내용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키려고 하였다.
그리고 일기에는 전쟁 중에 전사한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버지로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책의 앞 페이지에는 생전 류비셰프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 손자와 같이 찍은 흑백 사진이 있다.
사진 속의 류비셰프는 학자가 아닌 손자를 귀여워하는 푸근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  
 

 

 

 가서 후회 없었다고 말하리라

류비셰프의 삶을 읽다 보면 천상병의 시 ‘귀천’ 마지막 구절이 생각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류비셰프도 죽으면서 하늘로 가면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소풍을 좋아하고 즐기듯이 그는 이승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삶의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그리고 하늘에서 그 때의 세상이 아름다웠고
후회감은 전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가 류비셰프의 일대기를 펴낸 의도는 단순히 그의 독특한 시간 통계 기록과
박학다식을 알리고 싶은 것이 아니다.
류비세프의 삶을 통하여 시간에 쫓겨 수동적인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시간이 돈이다’ 라는 말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시간도 돈처럼 아껴 써야한다는 뜻이지만
시간과 돈은 큰 차이점이 있다.
돈은 쓰고 나면 어떻게 해든 다시 벌 수가 있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지가 않다. 시간은 역설적이다.
‘시간은 많다’ 라면서 느끼게 되는 무한 자원이면서도
막상 시간을 쓰게 되면 ‘시간이 없다’ 라고 느끼게 되는 유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즉, 시간은 한 번 쓰게 되면 다시 되돌아올 수 없다.

 

류비셰프처럼 완벽하게 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 좋을 것이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을 되찾을 수 있게 되고,
거기서 자신이 즐거워했던 일들을 찾게 되면 좀 더 활기찬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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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드™ 2013-08-1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시간관리에 대한 부분은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평을 하는데, 님은 류비셰프라는 인물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고 리뷰를 남겨 주었네요. 잘 보았습니다. ^^

cyrus 2013-08-19 21: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이제 막 알라딘 블로그에 글 남기기 시작했을 때 썼던 건데, 제로드님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되네요. 부족한 글인데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알이 닭을 낳는다 - 생태학자 최재천의 세상보기
최재천 지음 / 도요새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의 대중적인 과학자들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중적인 과학자를 뽑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정재승 카이스트 박사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은 이 분들의 책들 말고도 대중들을 위한 과학 도서가 많이 출간되고 있다.
다만, 두 분이 썼던 책들은 스테디셀러를 기록 중이다.
정재승 교수는 <과학 콘서트>는 9년 전에 초판이 나온 뒤로
M 방송사 선정 도서 이후부터 더욱 더 인기를 끌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정 교수의 <과학 콘서트>와 같은 대박 도서는 없다.
하지만 <과학 콘서트>와 같은 해에 출간된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고 읽고 있으며
책 속의 글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다.
고등학교 1학년용 국어(상)의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이다.
그리고 <생명이...> 출간 2년 전에는
<개미제국의 발견>이라는 책을 쓰기도 하셨는데
당시 한국 출판계를 휩쓸고 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개미 관련 대중 도서'로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두 분의 공통점은 과학의 대중화를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 있으나,
이 밖에도 사회, 문화, 예술 등 서로 다른 분야를 과학 분야와 접목하여
경계 없는 학문을 드나들며 넓은 식견을 자랑한다.
정 교수는 최근에 소설가 김탁환 씨와 공동으로 과학소설을 펴냈으며
최 교수는 그 이전에 인문학의 도정일 영어학 교수와 함께한 대화를 책으로 옮긴

<대담>(휴머니스트, 2005)이라도 책도 출간하여
과학과 인문학에 대해서 논하기도 했다.

그래서 항상 느낀 것이지만 최 교수의 글은 과학 교수답지 않게 문학적이다.
본인도 어렸을 때 글 쓰는 것이 좋아서 백일장에 상을 타봤다고 하셨는데
그때부터 문학적 관심과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예전에 호주제 폐지 문제에 대해서 
과학적 방식으로 접근하여 폐지 찬성을 주장하였다.
그래서 폐지 반대에 있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인신공격 및 인터넷 테러를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호주제 폐지 판결을 이끌어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재미있게도 호주제 폐지 찬성에 관여한 인사들 중에는
최재천 박사의 동명이인이 前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며 변호사인 최재천 씨도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다

가끔 그의 에세이집을 읽다 보면
호주제 폐지와 관련된 내용부터 시작해서 남녀 차별과 여성 권익 보호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전공인 생물학 지식들을 버무려
생물학도 공부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독서를 할 수 있다.
비록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난 것이라서 글의 신선함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의 재미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에세이집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시 한 번
사회 문제에 대해 성찰할 수 있기에 아직도 유효하다. 
 

<알이 닭을 낳는다>는 역시 2001년에 첫 출간되어
5년 뒤에 개정판이 나왔으며 이듬해에는 개정 2판이 출간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몇 년이 지난 글들을 읽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책에도 역시 9년 전 사회 핫 이슈였던 호주제와 관련된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때 미국 대선에 출마한 조지 W. 부시와 엘 고어도 등장한다.
그 중에 선거 운동 중에 엘 고어가 부인과의 키스에 대해서
생물학적으로 설명한 글이 있다.
최 교수는 부인과의 키스를 통해 가족 사랑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부각시켜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글에는 엘 고어와 같은 환경주의자가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알다시피 엘 고어는 투표 때문에 억울하게 선거에 패하게 되었다.
또 최근에는 엘 고어와 그의 부인은 이혼을 했다.
새삼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알이 닭을 낳는다>의 내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타임머신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듯이 

그의 글을 통해 과거에 있었던 사회문제들을 볼 수가 있다.
비단 타임머신은 시간을 거꾸로 갈 수 있을뿐만 아니라
시간을 앞당겨서 미래의 사회 모습을 볼 수도 있다.   

  

 

 

 9년 후, 지금은..... 
   

최 교수는 남자도 미래에는 여자처럼 화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 생물 번식에 대한 궁극적인 결정권이 있다는
성 선택론을 기반으로 미래에 남자들은 여자의 선택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화장과 성형 수술을 할 것이며
이에 더불어 남자 전용 성형외과가 생길 것이라며 미래에 나올 신종 사업도 예상한다.
최 교수가 이 글을 쓴 지 9년 후, 지금 그가 예언한 것이 적중되었다.
과거 여성들은 취업의 첫 관문인 면접 시험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성형 수술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들도 성형 수술을 하고 있다.
바늘 구멍만한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이다.
예전보다 여자의 권위가 상승되어 일방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여 짝을 짓는 시대는 끝났다.
요즘 30명의 여자들이 출연하여 한 명의 남자를 선택하느냐 마느냐 하는
새로운 미팅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요즘 남자들, ‘결못남’이라는 한다.
결혼과 출산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자들이 이제는 ‘선택’ 으로 받아들이면서
결혼을 못하는 남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이 결혼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1억이 넘는단다.
결혼 자금 대부분은 신혼집 마련에 사용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결못남’ 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벽이 자금이다.
자금이 없어서 ‘결못남’ 이 생기는 것이다.
안 그래도 우리 나라 인구, 남자가 여자보다 많아서
결혼할 여자도 부족하다는 마당에 여자들은 결혼을 하기 싫어하고,
결혼하려고 하면 턱없이 부족한 돈 때문에 어려워지고.....
앞으로 남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 
 

  

 

 알면 사랑한다

미래의 모습을 예상하는 글을 보면서
몇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저자의 안목이 놀랍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눈 앞에서 펼쳐진 글 속의 미래 모습이 그리 밝지 않아서 씁쓸하다.
이런 사회는 남자들만 좋은 것은 아니다.  

결혼률이 하락하면 동시에 출산율도 떨어진다. 

이대로 가다가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그래서 결혼을 둘러싼 남녀의 상반된 입장을 그대로 방관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딱히 구체적인 대책 방안은 없다.   

그 전부터 정부의 출산율 하락에 대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그리고 여성의 결혼 기피는 정책학적으로 접근한다고해도  

금방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 결혼을 안 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며  

단순히 사회경제적 요인보다는 여성들의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남녀가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봐야만 할 뿐이다.

 

최 교수가 항상 말하는 것이 있다.
“알면 사랑한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에 대해 알고 이해해주면 사랑이라는 큰 결실을 맺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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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정신과 물질 궁리하는 과학 4
에르빈 슈뢰딩거 지음, 전대호 옮김 / 궁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엄마, 나 어디서 태어났어요?” 

 

만약 당신의 어린 자식이 이렇게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자식을 길러 본 부부에게는 이 질문이 아이들이 꼭 물어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아서 쩔쩔매는 그야말로 ‘블랙리스트’ 질문이다.
예전에는 우스갯소리로 아이에게 다리 밑에서 주웠다는 말을 하는 부모도 있었다.
부모님 말이 무조건 맞는 줄만 아는 순진한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벌써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게 되는 웃지 못할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반면 아이들에게 충실히 답변해주고 싶은 부모들은
아빠와 엄마가 서로 사랑하여 생긴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도 어렸을 때에도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냥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런데 부모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어린이가 지금도 있을까?
비록 내 생각이지만 물어보는 아이가 별로 없을 거 같다. 
요즘 어린이들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성에 눈뜨는 시기가 빨라졌다.
어린이들이 벌써부터 성인물을 보는 안 좋은 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활용에는 쉽고 빠르게 인터넷 정보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다.
시기가 빠르면 유치원 교육 과정 때 성 교육을 배울 수도 있고
초등학교 정규 수업에 성 교육을 재량활동으로 하는 학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 단체도 많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성 교육이 예전보다 질적으로 우수하고
어느 정도 확립되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정 외부의 교육들이 많아지게 되면
가정 내에서만 배울 수 있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아주 기본적인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법 교육은 사라지게 된다.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어린이야말로 인간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자연성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라고 하였다.
순수한 어린이들은 부모에게 직접 질문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세상의 지식을 터득하게 되고
나이가 들면서도 자기 앞에 펼쳐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게 된다.
교육이라곤 고작 어머니한테만 배운 어린 에디슨이  

발명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순수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어머니에게 질문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항상 호기심이 많고 질문을 하는 존재이다.
끊임없는 탐구욕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함으로써 광범한 자연의 세계를 밝혀냈다.
하지만 많은 세월동안 자연 현상을 탐구하면서도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것도 있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과 생물들을 숨 쉬고 활동하게 만드는 그것.
바로, ‘생명’ 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수많은 생명의 원리들을 밝혀냈지만
그 원리를 작동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지 못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자신의 탄생에 대해서 물어보는 질문처럼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생물학자들에게는 대답하기 곤란한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생물학과 전혀 관련 없는 물리학자가 과감히 질문에 대한 논증을 펼친다.
비록 이 책을 집필한 시기가 60여 년 전이라서
그 때 당시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금 읽어 볼 때에는 진부한 면도 있다.
그리고 저자의 전공이 물리학인만큼 생물학 지식의 오류도 간간이 보인다.
인간의 염색체는 48개라든가, 유전자는 단백질일 것이라고 하는 내용들이 있다.
하지만 그는 물리학적 입장으로 생명의 원리를 설명하려고 한다.
서문의 말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생명’ 이라는 사실과 자신의 주 전공인 ‘양자 물리학’ 이론을 종합하는 시도를  

감행한다.
저자는 생명 현상은 통계적 법칙이 아닌 양자 물리학의 법칙에 의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고전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

 

슈뢰딩거는 단순히 생물학 주장을 넘어서 책 제목 그대로
생명의 신비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데
내용이 어느새도 모르게 철학 서적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과학 지식을 가지지 않았기에 1장을 읽기가 힘들었건만,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철학적 입장으로서의 내용들이 나오면서
책이 말하고자 하는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어떤 새로운 메커니즘이 생명현상을 이루게 하고 있다고
예상하면서 논증을 마무리 짓는다.
그러면서 저자는 후대의 과학자들이 그런 현상을 밝혀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과학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 되었다.
이 책이 출간한 50년 뒤에 물리학자에서부터 생물학자, 세포학자, 뇌 연구가 등등
다양한 학문의 석학들이 모여 슈뢰딩거의 논제가
지금까지도 유효한 지에 대한 논쟁을 펼치게 되는데 그것에 대한 결과물들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 후 50년’ (지호. 2003) 이라는 책으로 나오게 된다.

비록 슈뢰딩거는 자신이 제기한 질문에 대해서 확답을 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죽은 뒤에도 후세의 학자들에게  

서로 다른 학문의 관점들이 모여 탐구하려는
학문적 경계 넘기 시도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읽을 가치가 있으면서도 막상 읽기가 어려운 책.
하지만 읽을수록 깊이 있는 사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만의 특징이 아닌가. 
  

 

 과학자는 단순히 과학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슈뢰딩거는 우리가 느끼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생명’ 에 대해 탐구를 함으로써
생물학자들만의 구역의 경계를 무너뜨려 다양한 관점들로 바라 볼려고 했다.
저자의 서문을 읽다보면  

자신은 통일적이고 포괄적으로 알려고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론적 맥락은 조금은 다르겠지만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이론을 보는 거 같다.
어쩌면 에드워드 윌슨보다 앞서 지식의 통합을 시도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다보면 과학을 이용하여
인간을 살상하는 것에 대해서 염려하는 내용도 있다.
그만큼 슈뢰딩거는 단순히 과학만 연구하는 과학자가 아니었다.
생명현상의 신비함에 대해서 경외심을 느끼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생명 존중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어떻게 보면 에르빈 슈뢰딩거는
에드워드 윌슨과 생명 존중을 강조하는 최재천 박사와 일맥상통하다.
공교롭게도 최재천 박사는 에드워드 윌슨에게서 생물학을 배웠으며
우리나라에 최초로 통섭 이론을 먼저 소개하였다. 
그리고 최재천 박사가 자신의 전공인 생물학으로  

사회 현상의 문제들을 접근하는 점도
전공 학문이 다를 뿐 슈뢰딩거의 의도와 비슷하다.

 

이 유명한 두 과학자가 슈뢰딩거의 책을 읽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든 과학자가 되었든 간에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기에 한 번이라도 읽었을 것이다. 
 

 

 “너는 어른이 되면 뭐될래?”

 

어려운 질문에 당황했던 부모가 이제 아이에게 반격하는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장래 희망에 대해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아이에게는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다거나  (아직 어려서 장래희망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거나)

혹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더라면
어른들의 이런 질문에 아이들도 대답하기가 난감해진다.
분명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아이가 꼭 있을 것이다.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나도 어른들이 이런 질문을 하면 ‘과학자’는 꼭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과학자가 장래희망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도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과학자라는 직업이 멋있으며 돈 많이 벌 거 같아서 하고 싶다는 것과
또 하나는 과학에 관심이 많고 좋아서 하고 싶다는 것.  

솔직하게 내가 과학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전자 쪽에 속한다.
하지만 모든 직업들도 쉬운 것도 없으며 무척 힘든 것도 있다.
그 중, 과학자는 ‘되는 것’ 도 힘들며 심지어 ‘하는 것’ 도 힘든 직업인거 같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과학자라고 하면
자신이 연구하는 하나의 주제에 몇 십년동안 몰두해야만 한다. 
그리고 연구의 성과가 자판기에 커피 뽑듯이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 직업의 특징으로 인해 연구 성과에 눈이 멀어
실험 이용 대상이나 생명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실험을 조작한다든가 심지어 다른 과학자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기도 하는
그릇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 라이너스 폴링.....  

 

유명한 과학자들의 공통점은 어렸을 때 과학에 흥미를 가졌으며
과학자가 되어서도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과학이 인간에게 올바른 이익이 되도록 노력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이와 비슷한 대표적인 과학자에는
최재천 박사와 정재승 박사가 있다.

간혹 신문에서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 과학자가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는 소식을 보게 되면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어느 정도 세계에서도 인정 받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권위 있는 노벨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상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그런 과학자가 노벨 상을 받으면 뿌듯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노벨 상을 받았다고 해서 그 과학자가 유명하고 권위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만약, 미래에 신문 첫 일면지에 이런 기사가 게재되었다고 상상해보자.

“ 한국의 이 아무개, 탄소나노 튜브의 반도체 성질 연구로
   우리나라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 “

과연 이 신문 기사를 읽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우리나라 과학자의 첫 노벨 상 소식이기에 그 과학자의 연구 공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과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탄소나노 튜브’ 에 얼마나 관심이 가지겠으며 그것에 대해 알려고 할 것인가?
우리나라 과학자 '이 아무개의 노벨 상 수상' 에만 관심에 집중되지 

굳이 '탄소나노 튜브 연구가 이 아무개' 라고 생각하겠는가?
아마도 ‘이 아무개=노벨 상 수상’ 이라는 이미지가 뇌리에 박힐 것이다.

 

내가 지은 가상의 일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노벨 상을 받았다고 해서 훌륭한 과학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과학자는
과학이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과학이 사회에 유익한 방면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고,
무엇보다도 과학적 성과보다는 생명 존중이 우선시하는   

올바른 윤리적 가치관이 정립된 과학자이다.

 

정말 자신이 과학이 좋아서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
자기 자식이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것을 바라는 부모에게는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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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창조성
모기 겐이치로 지음, 김혜숙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창조성 권하는 사회 

 

대형 서점가의 자기계발류 코너를 살펴보면
사회인(주로 직장인)들을 겨냥하여 쓴 ‘창조성’에 관한 도서들이 다양하다.
왼손을 자주 써서 뇌를 자극하면 발달하는 ‘좌뇌형 인간’.
그리고 매스컴에 나오는 명사(名士)들의 창의적인 사고 방식들을 소개하는 책들까지.....
비단 자기계발류뿐만 아니라 창의력 있는 영재를 위한 유아 도서부터
일상생활 속에서도 창의력, 창조성을 강조하는 글쓰기 방법이나 처세술 도서,
심지어 창조성 향상을 위한 퍼즐 모음집도 나왔다.
이렇듯 남녀노소, 창조성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많이 읽게 될 것이다.
그러나 창조성에 관한 책들은 다 피차일반이다.
하나의 새로운 유행이 나타나면 그 인기의 편승해 비슷한 것들이 나오는 사회 아닌가.
제목만 바꿔져 있을 뿐 내용은 다 똑같다.
그리고 오른손잡이들을 억지로 왼손으로 글을 쓰는 습관을 길들어져야 하는가?
굳이 스티븐 잡스처럼 따라 하면 우리도 창조적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책에 나오는 방식대로 뇌에게 강제로 의식시켜주면  

장기적으로 실행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진지하게 실행한다고 쳐도 여러 가지 요인들과 계획들이  

우리의 삶을 가만히 놔둘 것인가.
일이 늘어나게 되어 시간이 없어서,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 등으로
결국 창조적인 인재 되기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실용도서를 읽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살아가면서도
제대로 실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 생활 속의 창조성 

 

그러면 창조적인 인재는 특출한 두뇌를 가져야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일본의 뇌 연구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창조성의 신화화’를 깨뜨린다.
창조성은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잡스와 같은 우리가 천재가 부르는
이들만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그들은 뇌 안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했기에
그만큼 이에 대한 결과물이 나오면서 우리가 그들을 천재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창조성은 특별한 사람들의 능력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뇌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창조성이 배어난다고 말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는 일상 속의 대화는 창조적인 뇌 기능의 작용이다.
인간이 활동하는 사회 세계는 불확실의 세계이다.
그만큼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되어 있는 행동을 토대로 뇌는 프로세서를 실행한다.
상대방과의 대화 이전에도 우리가 무의식한 상태에서
뇌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하며 무슨 대화를 나누어야하는지에 대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미쳐 느끼지 못하고 있던 불확실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창조성이 키워지고 있던 셈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두껍지 않은 이 책을 읽게 되면 실망감이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자기계발류 도서와는 거리가 멀어 확실한 방법을 찾는 독자에게는
목차부터 훑어보게되면 읽을 구미가 당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뇌 연구가가 쓴 책이라고 해서 뇌와 관련된 전문적인 것도 아니라서
뇌에 관심이 많고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독자에게는 교과서 수준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창조성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창조성의 근원을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 관계에서 찾는  

저자의 관점이 사뭇 독특하였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 라는 존재를 알 수 있을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 ‘나’ 와 상대방과의 ‘차이’의 감각을 통해서 

창조성을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2년 동안의 군 생활을 끝내고 사회 생활로의 재적응을 위해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나에게 아주 타인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앞으로 예측 불가능하고 불확실한 카오스틱(Chaostic)한 삶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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