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1.1.2.



어제 알아본 책을 오늘 새로 읽습니다. 어제 못 알아본 책을 오늘 처음으로 알아보며 읽습니다. 어제 알아보았다면 어제는 스스로 마음눈을 떴다는 뜻일 테고, 어제 못 알아보았다면 어제는 아직 마음눈을 덜 뜨거나 안 떴다는 뜻일 테지요. 이 아름다운 책을 어제 못 알아보았대서 스스로 탓할 생각이 없습니다. 어제는 비록 이 아름책을 못 알아보았어도 다른 아름책을 알아보고서 차근차근 스스로 가다듬으면서 하루를 사랑했을 테니까요. 오늘은 오늘 뜨는 마음눈으로 아름책 하나를 새롭게 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에서 한결 즐거이 노래하자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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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러이 꾸미기에 멋지지 않아요. 스스로 사랑하는 살림을 짓는 마음이기에 저절로 사랑빛이 피어나면서 멋져요. 스스로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누릴 적에 스스로 아름다운 생각을 나누겠지요. 스스로 빛나는 삶과 사랑이 될 적에 빛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 한 자락 누리겠지요.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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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책숲마실》(스토리닷, 2020)을 곁에 두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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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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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0.12.30.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사진을 알려면 말밑부터 살피고, 우리 스스로 사진을 어린이하고 시골사람한테 어떻게 들려주고 싶은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별이란 무엇이고 해랑 꽃이란 무엇일까요? 별·해·꽃을 알려면 말밑을 살필 뿐 아니라, 우리 마음으로 별·해·꽃을 품고서 삶·살림·사랑으로 녹여내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비로소 아이들이 받아들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어떤 사진이 있을까요? 이 나라 사진쟁이가 ‘사진’이란 말조차 안 쓰고 ‘포토’나 ‘아트’란 영어를 쓴 지 한참 됩니다. 스스로 삶자리를 잊거나 잃는 곳에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삶도, 살림도, 사랑도, 무엇보다 스스로 사람이라는 길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느껴요. 빛을 꽃으로 담는, 빛을 담아 꽃이 되는, 빛을 다같이 꽃으로 나누고 누리는, 이 사진이라는 숨결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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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말하지만, 행위예술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행위예술은 있되 살림하고 삶은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문명을 누리기만 할 뿐, 삶을 짓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삶을 짓지 못하니 삶을 들려주는 노래가 없습니다. 삶을 짓지 못해 노래가 없으니 싱그러운 꿈과 사랑을 짓지 못합니다. 싱그러운 꿈과 사랑을 짓지 못하니, 이 나라에서 수수한 시골살이를 노래하는 사진을 찍는 이도 나타날 수 없어요. 다른 나라로는 나가지요. 한국에 없는, 아니 한국에서 사라진, 아니 한국에서 우리 스스로 없앤 수수한 삶을 다른 나라에서 찾으려고 하지요. ‘지구별 두멧시골’을 찾아나섭니다. 티벳을 가고 몽골을 가요. 네팔을 가고 부탄을 가요.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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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꽃을 더 느끼고 싶다면 《내가 사랑한 사진책》(눈빛, 2018)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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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0.12.29.



2008년에 태어난 큰아이한테 무엇을 베풀 적에 어버이다울까 하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곁님하고 저는 이 아이한테 ‘놀이’를 주기로 합니다. 이러면서 늘 ‘노래’를 불러 주기로 합니다. 무엇이든 놀이로 삼도록, 언제나 노래로 맞아들이도록, 하루를 스스로 짓는 길을 사랑스레 열도록, 이모저모 헤아리면서 인천을 떠났고 전남 고흥이란 고장에 깃들었습니다. 2011년에 작은아이가 태어납니다. 두 아이를 앞으로 ‘마침종이 배움터(졸업장 학교)’에 보낼 뜻이 터럭만큼도 없던 터라, 이 아이들이 앞으로 열 살 무렵이 되면 스스로 읽고 익힐 우리말 이야기를 쓰기로 했고, 2012∼2013년 두 해를 바쳐서 책 하나를 여미었어요. 그림을 맡은 강우근 님은 2013년 한 해 동안 땀을 흘려 주었어요. 억지로 외우는 우리말 이야기가 아닌, 말이 태어난 곳인 숲을 부드러이 헤아리면서, 말길도 시나브로 마음빛으로 맞아들여 주기를 바라면서 쓴 책입니다. 맨발로 숲에 깃들어 천천히 읽어 보기를 바란 이 책을, 참말로 맨발로 숲에 깃들어 읽어 주는 어린이 벗님이며 어른 동무님이 틀림없이 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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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숲바람이 붑니다. 숲바람은 맑고 푸른 기운 가득 품습니다. 숲길을 거니는 사람은 누구나 맑고 푸른 숨을 쉬면서 맑고 푸른 몸이 되며, 맑고 푸른 넋을 돌봅니다. 찻길에 둘러싸인 채 흙과 풀과 나무하고 동떨어진 아파트와 교실에서 하루 내내 지내는 사람이라면, 맑지 못하고 푸르지 못한 바람을 마시면서 맑지 못하고 푸르지 못한 몸이 됩니다. 넋은 바람넋입니다. 얼은 바람얼입니다. 푸른 바람 마시면서 푸른 넋 되고, 맑은 바람 들이켜면서 맑은 얼 됩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온몸이 시원하고 마음까지 시원하게 트입니다. 포근한 바람이 불어 온몸이 포근하고 마음 또한 포근하게 거듭납니다. 나무 곁에 서요. 나무 곁에서 나무바람을 쐬어요. 풀밭에 앉아요. 풀밭에서 풀바람을 마셔요. 바다에서는 바닷바람 먹습니다. 멧골에서는 멧바람 마십니다. 들에서는 들바람 먹고, 시골에서는 시골바람 마셔요. (6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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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4)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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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0.12.27.



다섯 학기를 다닌 채 그만둔 대학교이니, 저는 고졸입니다. 스스로 배움길을 가기로 다짐했기에 마침종이 없는 길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어느 분은 마침종이나 논문이 있어야 알아주지만, 어느 분은 오직 삶길하고 글길을 살펴서 알아본다고 느끼며 일했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고, 큰고장을 떠나 두멧시골에 보금자리를 틀고, 아이들하고 날마다 너덧 시간씩 놀이노래를 부르며 말놀이를 하노라니 어느새 ‘동시’란 글이 태어났습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버지, 글을 어떻게 써야 해?”나 “시는 어떻게 써?” 하고 묻지 않았습니다. 저도 누구한테서 글이나 시를 안 배웠습니다. 기저귀를 빨고, 밥을 짓고, 살림을 여미고, 아이들하고 노래하면서 놀고 어우러지는 하루에서 어느새 글이며 시가 샘솟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풀꽃나무 마음을 읽듯, 저도 곁에서 고요히 눈을 감고 풀꽃나무한테 다가서서 마음소리를 귀여겨들으니 ‘낱말풀이를 동시로 녹여서 단출히 들려주면, 뜻풀이 + 보기글 + 이야기’가 저절로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저한테 ‘동시·글 스승’이 있다면 ‘아이랑 즐거이 노는 풀꽃나무를 살랑살랑 간질이는 바람에 묻어나는 별빛이며 햇빛이며 빗방울로 아름다운 숲’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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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바람이 불어

구름 흐르는 소리

짝짓기 마친 암사마귀

알 낳는 소리


꽃가루 찾는 범나비

꽃송이에 날아드는 소리

잠자리 한 마리

빨랫줄에 앉는 소리


낫을 쥐어

풀을 베는 소리

쌀을 일어

밥 짓는 소리


햇볕 따끈따끈

빨래 마르는 소리

아이랑 어머니 마루에 앉아

나긋나긋 책 읽는 소리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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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우리말 동시 사전》(스토리닷, 2019)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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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0.12.26.



어떻게 우리 집 두 아이를 ‘졸업장 학교(또는 일반학교)’에 안 보내느냐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만, 저는 늘 되물어요. “어떻게 아이들을 섣불리 ‘졸업장 학교’에 보낼 수 있나요?” 하고. “비록 아이들을 ‘졸업장 학교’에 보내시더라도 졸업장 안 따도 좋으니까, 틈나는 대로 학교를 쉬고서 아이랑 널리 바람쐬러 온누리를 누벼 보셔요.” 하고도 덧붙입니다. 아이들한테 뭘 가르쳐야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이랑 즐겁게 놀면서 하루를 속삭이면, 그 삶이 저절로 노래가 되리라 생각해요. 놀지 않으면 배우지 못하고, 놀이가 아니면 가르치지 못합니다. 삶노래일 적에 비로소 누구나 사랑을 물려주고 물려받는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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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버이와 둘레 어른이 일하고 놀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배우고 살아갑니다. 아이들은 어버이와 둘레 어른이 여느 자리에서 으레 쓰는 말마디를 귀기울여 듣고 하나하나 따라하며 배웁니다. 아이들은 여느 때 여느 사랑을 나누는 어버이와 둘레 어른 삶을 받아먹으며 저희 꿈과 이야기를 빚습니다.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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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스토리닷, 2017)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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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진은 도쿄 진보초 '책거리'에서 찍어서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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