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0.12.25.



말을 다루는 길을 걸으면서, 처음에는 ‘우리말’ 하나만 생각했으나, 어느새 ‘쉬운말’이라든지 ‘시골말’로 눈길을 넓혔고, ‘삶말’이며 ‘살림말’로 이었습니다. 이 길은 ‘사랑말’로도, ‘숲말’로도 차츰 잇닿았어요. 푸름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말이라면 ‘푸름말(푸른말)’일 텐데, ‘우리말’에 자꾸자꾸 새 이름을 붙이면서 생각이 한껏 자란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낱말을 가려서 쓰느냐는, 어떤 삶을 바라면서 어떤 사랑으로 어떤 꿈을 그리는 어떤 사람으로 서겠느냐는 길하고 맞물리지 싶어요. 즐거이 노래하는 말이 두루 깃들어 저마다 생각날개를 훨훨 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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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아버지이자 아저씨인 저는 이 푸름말, 삶말, 사랑말을 보듬는 매무새를 이 책에 하나둘 담으려 합니다. 잘 따라와 주시면 좋겠어요. 따라오다가 힘들면 쉬엄쉬엄 오셔요. 너무 벅차다면 한참 쉬어도 되고, 다른 데를 들렀다가 다시 찾아와도 돼요.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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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말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철수와영희, 2011)를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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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0.12.24.



어릴 적에는 어버이나 어른한테 “크리스마스가 뭐야?” 하고 물었습니다. 어버이요 어른으로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아이들한테서 “크리스마스가 뭐예요?” 하고 묻는 말에 대꾸합니다. 어릴 적을 돌아보면 어른들은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하는지’만 알려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우리말로 하면 어떤 말빛’이 되는가를 풀어낸 분은 못 보았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리는 이웃나라를 보면 12월을 통틀어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보내더군요. 우리한테 12월은 ‘섣달’입니다. 그래서 요새는 “응, 크리스마스는 섣달잔치야. 이제 마지막으로 서지만, 새롭게 서기도 하는 이 섣달을 통틀어 잔치로 보내는 철이고, 이 가운데 으뜸날은 25일이라고 하지.” 하고 들려줍니다.


밭에서 파씨를 훑다가 작은 벌레를 봅니다. 작은 벌레는 내 손가락을 타고 빙글빙글 돕니다. 얼마나 작은지 여느 때에는 이런 벌레가 우리 집 밭에서 함께 사는 줄 알아챌 수 없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벌레는 틀림없이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는 목숨붙이입니다. 이 작은 벌레가 있어서 우리 집은 아늑하면서 따사로운 보금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미처 느끼지 못하더라도, 아직 알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더라도, 참으로 수많은 숨결이 내 곁에 머물면서 곱게 바람을 일으켜 준다고 느낍니다. 이러면서 생각하지요. 나는 내 곁에 있는 숨결한테 얼마나 싱그럽거나 하늘처럼 파란 바람과 같을까 하고요. (249쪽)


시골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스토리닷, 2016)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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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삶을 담아내는 가장 수수한 말부터 가장 빛나는 마음으로 나눌 적에 말결이 살아나지 싶습니다. 뭔가 남다른 낱말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낱말책에서 숨죽이는 이쁜 낱말을 안 찾아내어도 됩니다. 남들이 아직 안 쓰는 멋진 낱말을 몰라도 됩니다. 참으로 자주 쓰고 언제나 쓰면서 마음에 사랑이 감돌도록 이끄는 낱말부터 뜻이며 결을 찬찬히 짚어서 즐겁게 쓰면 좋겠어요. 그러면 다 되어요.


즐겁다’라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는 ‘흐뭇하다 + 기쁘다’로 풀이합니다. ‘흐뭇하다’는 ‘흡족 + 만족’으로 풀이하고, ‘기쁘다’는 ‘흐뭇하다 + 흡족’으로 풀이해요. 이런 뜻풀이라면 벌써 겹말풀이가 됩니다. ‘만족 = 흡족’으로 풀이하고, ‘흡족 = 만족’으로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이에요. 더구나 ‘행복 = 만족 + 기쁨 + 흐뭇함’으로 풀이하니 아주 뒤죽박죽입니다. ‘즐겁다’하고 ‘기쁘다’하고 ‘흐뭇하다’는 틀림없이 다른 낱말이에요. ‘행복’이라는 한자말을 꼭 써야 한다면 ‘행복’만 쓸 노릇이면서, ‘즐겁다’나 ‘기쁘다’나 ‘흐뭇하다’가 어떻게 다른가를 알맞게 살펴서 써야겠습니다. 한국말사전은 몽땅 뜯어고쳐야 할 테고요. (576쪽)


말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 2017)를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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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0.12.20.



말 한 마디는 생각을 담아내는 빛 한 줄기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가 혀에 얹는 말이란, 우리가 살아오며 맞아들인 생각을 고스란히 들려줍니다. 어제까지 보낸 삶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마음에 드나요? 대수롭지 않게 터져나오는 모든 말마디는 언제나 우리 삶을 바탕으로 태어난 생각을 보여줍니다. 가장 쉽고 흔한 낱말부터 가장 쉽고 알맞게 가려서 쓸 줄 안다면, 또는 모른다면, 이 두 갈랫길에 따라 우리 눈빛은 확 다를 테지요.


남·북녘 사전 모두 ‘작파·포기·중단’을 ‘그만두다’나 ‘멈추다’ 같은 낱말로 풀이합니다. 이 대목을 살핀다면 우리말 ‘그만두다·멈추다’를 알맞게 쓰고 ‘작파·포기·중단’을 털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만두다·그치다’나 ‘멈추다·멎다’ 같은 우리말은 결이 어떻게 다를까요? (73쪽)


말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자연과생태, 2017)를 곁에 두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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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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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마음이라는 눈을 뜬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보금자리야말로 ‘우리가 날마다 둘러볼(여행할) 가장 아름다운 터전’인 줄 알아챕니다. 생각해 봐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 스스로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라면, 굳이 ‘멋지거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고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할 까닭이 없어요. 다른 곳으로 떠나는 까닭은 오직 하나예요. ‘우리가 스스로 우리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꾸’듯 ‘스스로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꾸는 동무나 이웃을 만나서 이야기를 새롭게 펴는 하루’를 마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골목동네에 태어나 살았으면서도 내 보금자리가 골목동네인 줄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고향 인천을 멀리한 채 열 해 남짓 다른 동네를 떠돌거나 헤매고 다녔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 하루이틀 천천히 인천 골목동네를 쏘다니면서 내가 발디딘 이곳이 어떤 곳인지 가만히 되새겼고, 그러는 동안 동네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이 길고양이도 도둑고양이도 아닌 골목고양이임을 깨닫습니다. (20쪽)


골목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호미, 2010)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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