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한 번 해 보고 싶었다ㅋㅋㅋ 식자가 생각보다 어렵군요...
(원작:맛의 달인 38권 ‘라면전쟁’)

+무슨 책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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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 2023-08-04 1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왜 찔리죠? ㅋㅋㅌㅋ읽고 싶은 페이퍼 쓰면서 출판사 소개 복붙한적 있는 사람 나야나..

반유행열반인 2023-08-04 17:29   좋아요 3 | URL
셋째야 어서 오고... ㅋㅋㅋㅋㅋㅋ그래도 제공 받은 도서 광고는 아닐 거잖아요ㅎㅎㅎ

우끼 2023-08-04 17:30   좋아요 2 | URL
음.. 제공받은 것은 읽고.. 씁니다.. 읽으려고 제공받은 것이라..

Yeagene 2023-08-04 1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거 열반인님이 만드신 거에요?어떻게?

반유행열반인 2023-08-04 18:11   좋아요 3 | URL
사진퍼다 하얀색 펜슬로 원래 대사 샤샤샥 지우고 아이패드 이미지 편집 메뉴에서 텍스트 넣기 하고 다른 메모앱에 적은 대사 복붙해서요??? ㅋㅋㅋㅋ피씨 시절에도 비트맵으로 공연 왕피씨(홍보포스터) 만들고 그랬습니다 포토샵 할 줄 모름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4 18:12   좋아요 4 | URL
그런데 저거 대사만 갈아주는 패러디 생성 웹페이지 누가 이미 만든 거 뒤늦게 발견했어요 ㅋㅋ내가 한 식자가 더 예쁨 ㅋㅋㅋㅋ

미미 2023-08-04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3권 쓰셔야겠는데요? ㅋㅋㅋ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할 때 출판사 책소개 복붙하면 잘 받아줘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4 18:15   좋아요 4 | URL
아아...그런 용도도 가능하군요 ㅋㅋㅋ그건 관료제용 문서(?)지만 독후감은 우리 아트하게 써야죠ㅋㅋㅋㅋ

우끼 2023-08-04 18: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미미님도!!! 저도 그래요 !!!ㅋㅋㅋㅋ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시엔 출판사 책소개가 좋더라구요

미미 2023-08-04 19:01   좋아요 2 | URL
오 우끼님 찌찌뽕요!!ㅋㅋㅋㅋㅋ 저 맨날 퇴짜 맞다가 그렇게 한 뒤로 쭉 되더라구요. >.<

Falstaff 2023-08-04 21: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여기 알라딘에서는 도저히 댓글 달기 힘드네요. ㅋㅋㅋ
정말 이런 만화가 있는 줄 알았음.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1:38   좋아요 4 | URL
왜요 왜 댓글 못 다셔요? 저렇게 아리송하게 달면 막 다른 사람들이 야 너 저 백작님이랑 무슨 관계야! 오해하기 딱 좋습니다 ㅋㅋㅋㅋㅋ
정말 저런 만화가 있는데 원작에선 저 삼총사가 각각 라멘의 면, 수프, 고명 전문가에요... 어느 분야든 세 가지 악습(?) 악행(?) 모아다 빈 칸 바꾸고 000의 개노답 삼형제-이러는 밈(인터넷 놀이)이 한 십년 전부터 유행입니다 ㅋㅋㅋ제가 너무 늦게 따라 함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1:39   좋아요 4 | URL
아 저희는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이웃 관계입니다 여러분....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08-04 2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열반인님 정교한 수학적 두뇌에, 이런 창의성까지!!! 전 아까 폰으로 열반인님 이 포스팅 보았을 때는, 세 컷만 보였거든요. 그래서 이해를 못하고 있었는데 ㅋㅋㅋ완전 빵 터집니다. 노답 ㅋㅋㅋ이럴수가!!! 너무 재밌잖아요 ㅎ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1:55   좋아요 2 | URL
얄님...정교한 수학적 두뇌란 대체...저는 없는 것을 있다고 하시면 곤란해요 ㅋㅋㅋ이것도 창의성으로 쳐주신다면 뭐 그거만 받겠습니다. 만들면서 헤헷 독후감 구경좀 했다 하는 사람은 공감하거나 아 저거 나 까는거냐...(아니에요 아닙니다) 하고 찔리겠지? 하면서 저거 만드느라 인생을 낭비하는 반새끼...

Falstaff 2023-08-04 22: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나 더 있습니다.
저도 이 분류에 자유롭지는 않습니다만... 이름난 작가의 책에, 이름값 하나 보고 별점 팍팍 주는 거요!
또 있습니다!
읽지 않았으면서도, 앞으로 이 책 읽을 예정이다, 이거 읽을 거 공지한다, 하는 거 말입죠. 근데 뭐? 뭐가 어떤데? 왜 여기서 광고질이야, 흑흑흑, 제가 성격이 모나서 좀 삐딱한 거 같아요. 흑흑흑......

우끼 2023-08-04 22:12   좋아요 3 | URL
둘 다 좋습니다~~ 백작님 뜻대로 하시죠!!!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2:26   좋아요 3 | URL
그거는 알라딘이가 책 어떻게든 팔아먹을라고 읽을거에요 기능을 쳐 발라놔가지고 또 사람 맴이 있으면 한 번 눌러보고 싶은 거잖아요... 그거 저장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저도 눌러서 목록만 저장하고 읽을 거여용 하는 포스팅 올라가면 샥 지우는 편인데 그냥 신경 안 쓰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ㅋㅋㅋ
별점 팍팍에는 아 나도 ㅈ빠지게 읽었으니 니들도 고생해봐라, 하는 뻥카심도 좀 있어서 그거는 별점은 저는 거의 책 선택에 참고하지를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골백작님 안 삐딱해요 그냥 그런 거 하나하나 신경쓰시느라 인생 피곤하시겠다(나도 그런데!) 함 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08-05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둘째 셋째는 해당없지만..


첫째에서 많이 찔립니다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6 13:49   좋아요 2 | URL
왜 찔리셔요 새파랑님 감상도 늘 녹여주시잖아요 ㅋㅋㅋ

은오 2023-08-08 04: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서 유열님이랑 이웃분들 리뷰가 소중하지

반유행열반인 2023-08-08 07:56   좋아요 1 | URL
이런 거도 보러와 하면 와서 보고 웃어주시는 은오님 소중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둠의 왼손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서정록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230802 어슐러 K. 르귄.



이 책은 2016년 알라딘 중고로 3500원 주고 샀다. 그 무렵의 알라딘은 직배송 중고책이 지금보다 많이 쌌다. 그보다 몇 달 전 ‘바람의 열두 방향’을 3000원에 주고 산 뒤 읽지도 않고 어슐러 르귄의 책 한 권을 더 마련한 것이었고, 다음 해에 ‘어스시의 마법사’는 4600원 주고 샀으니, 뭔가, 중고책 인플레이션이 느껴지는 거래 역사가 아닌지.
어쨌거나 배스킨라빈스 싱글레귤러 하나 먹을 돈으로 며칠 간 SF명작 고전을 만났으니 감사할 일이 아닐까...오 책 살 당시에는 싱글킹이 3500원이었다고 하니 그만큼 더 이득이 아닌가… 아닌가? 자꾸만 원화로 가치를 따지며 가성비에 기뻐하는 저렴한 욕망아. SF를 읽고 외계 탐험을 하면 뭐하냐 여전히 벌레 같이 하찮은 지구인아.

SF를 읽는 일은 늘 쉽지는 않았다. 그게 또 아예 안 읽은 건 아닌데 ㅋㅋㅋ몇 년 전에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독후감 써서 리뷰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었다. 작가가 직접 심사하는데 뽑혀서 더 신남 ㅋㅋㅋ비겁하게 딸래미를 우주선 엔지니어로 만들어 명왕성보다 더 먼 에리스 근처까지 보내는 설정의 독후감이었다. 나중에 애한테 물어보니 우주 가기 싫다고 그래서 미안…
사실 어디까지 SF라고 일컫는지도 잘 모르겠다. 사이언스 픽션이어 판타지여… 섹스판타지 줄임말 아니어쒀? 죄송… 굳이 사이언스 안 붙여도 판타지라 자주 불리는, 현재나 과거 역사에 기반한 지구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 장르는 그리 많이 보지도 않았고 봐도 늘 처음에 세계관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반지의 제왕도 영화만 보고 소설로는 안 봤어...호빗만 봤어...해리포터는 한 권도 안 봤어…

어둠의 왼손이란 제목이 어떤 의미일까 오래도록 궁금했다. 궁금하면서도 여태 안 펴본 것도 신통하다.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되지만. 우리는 완벽한 대칭은 아니라도 거의 대칭에 가깝게 많은 부분을 두 개씩 달고 난 존재라 세상을 이해하기에도 이원론이 가장 편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치,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늘 그렇진 않더라도 그럴 때가 있다.

소설의 배경은 외계의 머나먼 행성 겨울, 게센. 그곳에 지구 출신 겐리 아이가 머물고 있다. 지구의 역사로 서기 얼마쯤 되는 때인지 알 길이 없다. 아이가 ‘마음의 언어’라는, 일종의 텔레파시 같은 걸 쓰는 것을 보면, 또한 인류가 사는 수많은 행성이 흩어져있고 우주선으로 광속의 여정을 거쳐 외계로 나아가는 게 가능한 걸 보면, 이야기 속 지구인과 게센인의 거리보다도 현재의 지구인과 이야기 속 지구인 사이의 거리가 훨씬 아득해 보인다.

게센 행성은 우리가 겪는 중인, 그리고 아이가 떠나오던 무렵의 지구보다도 훨씬 추운 기후이고, 인류와 거의 가까운 종족이긴 하지만 평소에는 양성의 상태로 머물다가 캐머라는 특정 시기, 일종의 발정기가 오면 하나의 성으로 고정이 되고, 캐머 상태인 게센인과 접촉하는 상대방은 반대의 성이 되어 서로 결합하게 된다. 게센인 누구나 아이를 잉태하거나 잉태를 돕는 성이 양편 자유자재로 될 수 있다. 이 파격적인 상태를 가정하는 것만으로도 사회 구조나 가족 형태, 또한 거기에 비추어 우리의 이성애를 돌아보는 데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페미니즘 소설로도 많이 인용되는 모양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주장의 논거로 활용되고 회자되고 영감을 주는지는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짐작도 잘 못하겠다.

주인공 이름 때문에 게센인들이 아이 씨, 하고 호명할 때 욕하는 줄 알고 처음엔 자꾸 깜짝깜짝 놀랐고 (ㅋㅋㅋ내가 번역한다면 그냥 아이 님 할래… ), 게센의 복잡한 정치 구조와 지구인은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속내와 상호작용 의례 속에 아이가 누굴 믿고 안 믿을지 처음에 헤맬 때 좀 답답하기도 했다. 아니 툭 까놓고 처음부터 에스트라벤이 제일 호의적이고 도와주려고 이런 저런 힌트를 직언은 아니지만 막 주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게 나한테는 보이는데 아이 놈은 나 쟤 안 믿음, 이러고 고구마를 퍼먹였다. 정작 그러던 놈이 원래 머물던 카르하이드의 적국인 오르고린 건너가서는 자신을 환대하는 것의 의도에 관해 거의 의심 없이 거기 놈들 막 따라다님…
나같이 판타지 세계관에 유연하지 못한 놈은 자꾸만 실존 세계에서 가장 유사한 정부 형태를 두 나라에 대입해보고 있었다. 아이를 시베리아 수용소 같은데 유형 시켜버리는, 증명서 검사와 감시가 일상이고 언론 통제가 일어나는, 겉보기엔 멀쩡하고 말끔해보여도 속은 엉망진창인 오르고린은 딱 봐도 냉전 시대의 공산 국가가 모델 같았다. 카르하이드는 관습과 전통과 예의범절과 환대로 유지되는 전통 사회? 느슨한 자유주의 국가지만 공동체의 체면 차리기가 개인을 어느 정도 얽매고 있고 개인도 자발적으로 규범을 준수하는 모습...뭐 딱히 그런 자유와 공동체적 구속이 공존했던 세계는 언제든 존재했던 것 같지는 않다. 아이가 자신이 홀로 게센에 내려온 이유를 설명할 때 묘사하는 헤센(지구를 포함하는 여러 행성의 인류 공동체) 사회를 볼 때에도, 지금 내가 겪고 살고 있는 사회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어서, 아 올까 과연 공동체라는 것이 개인이나 다른 공동체를 억압하지 않는 그런 미래가 정말 올까? 뭐 그거야 말로 제일 사이언스 픽션인가 소사이어티 픽션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고 또 힘든 부분은 아이와 에스트라벤이 함께 영하 50도 언저리에 육박하는 고브린 빙하 지대를 수십일에 걸쳐 건너가는 이야기였다. 극한에 내몰려 생존하는 동시에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 둘이 아니었다면 절대 살아서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만큼, 협력이란 무엇인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의지가 되는 사람, 우정이나 사랑 같은 이름표 붙이기에도 뭔가 부족한 어떤 감정과 관계, 또 서로 다른 외계인이라는 인지만으로도 멀어지는 간극, 그와중에 뒤지게 춥고 지독한 설원 빙원은 왜 아름답고 화산은 왜 끓어오르고… 르귄 선생님은 야 거 인류끼리 섹스 안 해도 서로 교감하고 돕고 살 수 있어, 하고 싶으셨는지. 그, 저, 아바타에서 나비족이랑 주인공이랑 어디까지 갔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고…하여간에 박고 박히는데 인류는 너무 골몰해서 상상력이 빈곤해지는 거야….죄송합니다 나란 인류…

같은 목표점에 닿기 위해 힘을 합치고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장면장면들은 충분히 뭉클하게 그려졌지만, 결국 어떤 대의를 위해 누군가 희생되고 사라지는 일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건들이라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그냥 좀 더 같이 살아서 머리 쥐어짜서 어떻게 안 되었던 것이냐… 누군가의 죽음이 계기가 되고 퍼즐이 맞춰지고 숭고한 희생 어쩌고 하는 거 되게 짜증나고 싫다. 그냥 그건 살아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들 구미와 목적에 맞게 짜맞추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흘러가는 일. 죽은 사람은 그냥 죽었을 뿐. 그게 명예로운지 개죽음인지는 살아남은 이들의 명명과 평가에 달려 있다. 으으으으. 그럴 땐 내가 산 자인 게 좀 싫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죽자 그냥. 저런 노래 부르던 사람들이 저 세 가지에 가장 집착하면서 죽었다. 쳇.

한 권이라는 이야기가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을 테지만 이 안에서 르귄 선생은 화자도 아이와 에스트라벤을 왔다갔다 하고, 게센의 전설, 에스트라벤의 일기장, 다양한 형식 실험을 했다. 외계 행성계를 가정하면서 공전, 자전주기도 조금 다르게 설정하고, 연월일 시간 체계도 우리와 사뭇달랐다. 그걸 막 다 이해하면서 보기는 버거워서 그냥 아 그렇구나…13월이네… 원일점 근일점 그거 지구과학에서 배운 거네… 하여간에 여기 계절은 혹독하고 거기 맞게 진화는 또 다른 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구나… 너무 추워서 공기 중을 날아다니는 생물도 없구나, 곤충은??? 모기 없어서 좋겠다...그런데 포유류도 조류도 없고 온리 어류만 있는데 인류만 덩그러니 하면 외롭겠다...나 어제 아쿠아리움 갔는데 거기도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다 있던 걸… 극지방도 물 속에 물고기 말고도 여러 가지 살 수 있는데 르귄 선생님은 생물학은 좀 잘 모르셨나 보다 아쉽네 동물하고 교감 없고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 하는 모습 못 본 게센인들이라 상시 양성의 존재에 대해 낯설어하는 설정이라는 게 좀 많이 어거지 같은 건...내가 아직 이원론 제대로 못 벗어나 그렇겠죠? 에디아카라 동물군 화석 남은 시대에는 막 유성생식 안 하는 동물님들 넘쳐났겠죠? 인류가 캐머 정도가 아니라 무성생식 가능한 시대가 오면 또 우리 진화 향방이 많이 달라지겠죠? 지렁이도 달팽이도 우리는 모두 친구-할 수 있겠죠??

힘들게 읽은 책이라 잡설이 너무 길었습니다...독후감 쓰기 힘든 책이었습니다… 이제 끗끗.


+밑줄 긋기
-반역자로 불린다는 것이 견디기 어려운 것임을 나는 새삼 깨달았다. 남을 반역자라 부르기는 쉽지만 자기가 그 처지가 되는 것은 너무도 괴로운 일이었다.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궁지에 몰아넣고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하는 이름. 이미 반쯤은 그 이름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107)

-그래서 그들의 실험에서 강간하고 싶은 남성의 욕구와 강간당하고 싶은 여성의 욕구를 영원히 제거하려 한 것은 아닐까? (134, -와-의 뒷문장 저거 궁금하다...번역 오류가 아니라 실제 저런 표현했다면… 아니 시발 양성 생물체에서 저런 욕구라는 게 실존합니까? SF라 해도, 헤인인이 지구인하고 같은 존재 아니라고 가정해도 막나가는 표현이네… 진심 궁금해져서 구글에도 네이버에도 ‘강간당하고 싶은 여성의 욕구’라고 책 문장 그대로 적었는데 그에 관한 검색 결과가 의외로 존재해서 하… 뭐 그것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답변을 정성스럽게 적어 놓는 사람들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신기한 인터넷 세상! 신기한 이 세상…)

-나는 카르하이드인이 아이를 때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부모가 아이를 야단치는 정도만 보았을 뿐 아이들에 대한 부드러운 태도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분명 그들의 태도는 매우 심오하고 효과적이며 무소유적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모성적’ 본능이라고 부르는 것과 다른 점이 바로 그 무소유의 태도일 것이다. 모성과 부성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아이를 보호하고 도와주려는 부모의 본성이 반드시 성과 관련된 특징은 아닐 것이다. (138)

-그러고 보면 죄 많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꼭 나쁜 일은 아닌 듯했다. 방화범인 할아버지는 연기 냄새를 맡는 기가 막힌 코를 후손에게 물려준 것이다. (192)

-이곳에 여러 해 동안 수용된 죄수들은 이 화학적 거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느 정도 순응하는 듯했다. 그들은 거세된 수송아지처럼 성의 특징이 없었다. 그리고 천사처럼 부끄러움도 욕망도 없었다. 그러나 부끄러움도 욕망도 없다면 이미 인간이 아닌 것이다. (231-232)

-“아니, 당신은 그랬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게센에서 당신을 믿는 사람은 오직 나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믿기를 거부했던 한 사람도 바로 나였습니다.”
”미안합니다, 에스트라벤.“ (256)

-그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고 언제나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용의주도함이 바로 그가 나를 돕기 위해 내던진 그의 비범한 정치적 이력의 비밀이었다. 그리고 또한 나에 대한 신뢰와 나의 임무에 대한 헌신의 깊이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이 행성에 왔을 때, 그는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행성 겨울엔 그 외엔 아무도 없었다. (261)

-친구. 달의 주기가 바뀌면 어떤 친구든 연인으로 바뀔 수 있는 곳에서 친구란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는 남성으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친구가 될 수 없었다. 세렘 하스의 친구도 아니고 이 종족 누구의 친구도 아니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그들 그리고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 그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때가 오면 손만 닿아도 변태를 하는, 마치 요람에서 아이를 바꿔치듯 변하는 그들은 나의 육친도 친구도 아니다. 우리 사이에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 (273)

-북쪽 사면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계곡 아래쪽 모레인까지 눈이 수북이 덮여 있었다. 우리는 바퀴를 빼서 썰매에 싣고 활주부의 덮개를 벗긴 다음 스키를 신고 출발했다. 밑으로, 북쪽을 향해, 저 광막한 침묵의 눈 속으로. 그리하여 검은빛과 흰빛의 거대한 글씨로 대륙을 가로질러 ‘죽음’이라고 쓰인 침묵의 얼음과 불의 황야를 향해.
썰매는 깃털처럼 가벼웠고, 우리는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281)

-빛은 어둠의 왼손
그리고 어둠은 빛의 오른손
둘은 하나, 삶과 죽음은
케머 연인처럼
함께 누워 있다
마주 잡은 두 손처럼
목적과 과정처럼 (298, 토르메의 노래)

-우리는 길을 걸을 때나 식사 도중에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입을 열면 차가운 공기가 입 안으로 들어와 이와 목구멍과 허파를 칼로 에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을 꼭 다물고 코로 숨을 쉬어야만 했다. 공기가 영하 4,50도 이하일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온도가 그보다 더 내려갈 때는 숨은 내쉬자마자 얼어붙고 코마저 꽁꽁 얼어 막혀 버리기 때문에, 질식하지 않도록 허파를 베이는 고통을 참고 입으로 숨을 헐떡거려야 했다.
어떤 때는 우리가 내쉬는 숨이 얼어붙으면서 바삭바삭 소리가 나기도 했는데, 멀리서 불꽃이 튀는 듯한, 수정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였다. 숨을 쉴 때마다 코에서는 조그만 눈태풍이 불었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 고브린 빙원은 얼어 버린 연못의 수면처럼 평평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곳은 태풍치는 바다가 갑자기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불규칙한 얼음턱이 수백 킬로미터나 펼쳐져 있었다.
(310-311, 더위의 한가운데에서 극한의 추위와 추운 풍경에 대한 묘사를 본다. 존나춥다- 할 것을 읽는 이가 간접체험할 수 있도록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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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8-03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작 작품은 읽지도 못했는데 <~~의 말>로 어슐러 K. 르 귄을 먼저 접해서 이미 좀 필터가 눈에 덮여있어요.열반인님께서 왜 ˝리뷰쓰기 어려운 작품˝이라 하셨는지 읽으면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네요^^

열반인님 초엽 작가님께 인정받으신 실력자!! 멋진 뽐뿌(이 때 써도 되는 말이죠? 뽐뿌요^^ ?)

반유행열반인 2023-08-03 07:37   좋아요 1 | URL
뽐뿌는 펌프질? ㅋㅋㅋ지름욕구에 바람넣는 거 말하는 밈 같은 건데요 ㅋㅋㅋ 르귄 대담집? 산문집? 보셨으니 얄님께서는 소설 더 잘 읽어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ㅋ 정작 초엽 작가님이 다른 잘 쓴 이웃 안 뽑아 준 거 보고 저는 삐져서 초엽이 나 이제 더 안 본다!! 이러고 정말 안 보는 중이었네요 ㅋㅋㅋ

난티나무 2023-08-03 0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34 저도 궁금해지네요.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8-03 07:38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최용준 번역가가 다시 옮긴 개정판이 나왔는데요 기회되면 거기서는 어떻게 옮겼나 확인해 보려구요. 저는 옛날책을 갖춘 바람에 그냥 읽었는데 엄청 나쁜 문장은 아니었는데 읽다 보니 아 새 번역본 볼 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어요 ㅋㅋ

Yeagene 2023-08-03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자체가 그렇지만 sf는 어떻게 쓰는지 놀라워요.아는 것도 많고 상상력도 풍부해야할 것 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8-03 18:52   좋아요 1 | URL
세계 하나를 창조하는 거니까 지배욕구 있는 사람들은 재미있게 잘 할 것 같아요 ㅎㅎㅎㅎ

은오 2023-08-03 2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열님은 독후감의신입니다..

은오 2023-08-03 22:52   좋아요 2 | URL
아니 장인..

은오 2023-08-03 22:52   좋아요 2 | URL
아니 독후감아티스트..

반유행열반인 2023-08-04 08:39   좋아요 2 | URL
다정한 은오님 무한 감사 드리지만…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ㅋㅋㅋ
은오님 얼굴만(아닌가 남의 얼굴인가) 셋 연속 뚕뚕뚕 외치고 있으니 거…노답삼형제 짤이 생각나 버린 걸 사과드립니다 ㅋㅋㅋ(뭔가 은혜를 웬수로 갚는 악성 독후가머)

반유행열반인 2023-08-04 08:40   좋아요 2 | URL
아 근데 신에서 장인 아티스트로 조금씩 강등되는게 포인트 같기도??? 읽다보니 그 정돈 아니네 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8-04 14:05   좋아요 2 | URL
아잌ㅋㅋㅋㅋ 처음부터 큰그림그리고 반대순서로 달았어야했는데 😫

우끼 2023-08-04 18:5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강등…ㅋㅋㅋㅋㅋㅋㅋㅋ(말없이 웃음만 남기고 갑니다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4 19:44   좋아요 1 | URL
우끼님 ㅋ이 몇 개야 말 많은데요??? ㅋㅋㅋㅋ
 
비커 군과 실험실 친구들 - 실험기구들의 신나는 요절복통 과학수업 비커 군 시리즈
우에타니 부부 & 야마무라 신이치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더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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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우에타니 부부.


A가 전학을 오면서 열두 살을 나기가 조금 더 힘들어졌다. 조현병 발작이 온 아빠가 몇 날 며칠 날뛰다가 어느 날 아침은 내 등교길을 막아섰고, 엄마는 어서 학교에 가라고 했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울부짖었더니 아빠가 그럼 학교 가, 대신 집으로 오지 말고 멀리 도망 가, 어쨌거나 학교에 갔다. 망설이다 귀가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학교 가는 사이 구급차가 와서 아빠를 폐쇄병동으로 싣고 가버린 뒤였다. (아무도 안 말해줘서 다 커서 알았지만 그때도 눈치로 그랬겠거니 했다.)
집안은 뒤숭숭하고, 비쩍 마른 몸에 바글바글 거리는 머리카락, 이차성징이 막 시작되어 이도 저도 아닌 몸을 가지고 산수왕 문제집이나 풀고 앉아 있던 내게도 즐거운 시간이 잠시 잠깐 있었다. 언제부턴지 좋아하게 된 B군과 과학실험 시간에 무릎 맞대고(조별로 둘러 앉는 좁은 책상이라 가능) 떠드는 시간이었다. 시험 볼 때마다 점수 가지고 경쟁할 만큼 승부욕 불태우던 일 외에는 크게 겹치는 관심사가 없었지만, 어느 날부터 B군과 당시 유행하던 터보나 알이에프의 노래를 쉬는 시간에 같이 부르기도 하고, 반의 다른 아이 험담도 하고, 그냥 내내 수다 떠는 게 좋았다.

전학 온 A는 나보다 큰 키에 이미 어른 같은 몸, 하얗고 보송보송한 피부, 아기처럼 동그란 볼 위에 웃으면 귀엽게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내가 산수 숙제를 틀리면 막대기나 책으로 머리를 한 대씩 쳤는데, 이 아이에게는 모르는 부분을 따로 설명해주는 것을 보았다. 드잡이가 일어나면 나와 서로의 멱살을 휘어잡고 관자놀이와 귀 주변 볼때기가 빨개지도록 주먹으로 치고박고 싸우던 남자아이들도, A앞에서는 얌전히 굴고 때때로 어쩔 줄 몰라 했다. 일부 아이들은 장난을 걸어 A가 난처해 하는 걸 보기도 했지만, B는 그런 짓은 하지 않고 A에게 제법 다정했다.

내가 느낀 감정은 생애 최초의 질투였을 것이다. 시기와 질투가 심한 사람이라는 걸 그 무렵부터 알게 되었다. 나는 반 여자아이들과 전반적으로 잘 못 지냈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새로 반에 온 A와 친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과학 시간, A가 갑자기 시험관 주둥이를 내 코에 들이댔다. 맡아 봐봐, 하면서.
코를 찌르는 냄새에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손으로 코를 쥐었다. 여러 용액을 탐색하는 시간이었고, 용액의 냄새를 맡을 때는 시험관을 쥔 손은 코와 조금 거리를 둔 채 다른 한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휘휘-이렇게 하라고 선생님의 설명도 막 들은 참이었다. 여름 재래식 화장실의 썩는 냄새가 나는 암모니아 용액을 예고도 없이 코에 댄 건 고의적인 테러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항의를 하자 A는 그냥 특이해서 맡아보라고 한 건데...하면서 우물쭈물했다.

A가 나를 골탕먹이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질 않았다. A에게 복수하기로 다짐했다. 여러 악행을 궁리하다 떠오른 생각은 A의 안경을 훔쳐다 부숴버리는 것이었다. 고도 근시여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내 몸의 일부처럼 안경을 떼지 않는 나와 달리 A는 필기할 때만 안경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기 필통에다 안경을 넣어 두었다. 체육 시간을 앞두고 모두 교실을 비운 사이, 나는 A의 필통에서 안경을 꺼내 내 신발주머니에 담아 들고 나왔다. 체육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가고 나면 어디 화단 같은 데서 벽돌로 박살을 내줄 계획이었다.

체육 시간이 끝나고, A가 다른 친구와 함께 내게 다가왔다. 과학 시간의 일은 미안했다고, 괴롭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A는 나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 말 한 마디에 내 마음은 누그러졌고, 나도 화내서 미안했다고 잘 지내자고 했다. A가 친구와 자리를 뜨고 나니, 아, 이젠 안경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는 게 문제였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냥 고이 다시 필통에 넣어 두었고, 아무도 내가 A의 안경을 훔쳤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기에 내가 써서 당신이 읽기 전까지는 ㅋㅋㅋ내 비밀을 알았으니 죽어주셔야 겠습니다!!!! 농담입니다…

언젠가 이 일을 가지고 어린이 동화나 소설을 쓸까 했는데 독후감에 써 먹어 버렸어… 뭐 그렇습니다… 다른 건 의욕이 없습니다…


이 책은 표지 그림이 귀여워서 몇 년 전 사뒀는데 집의 어린이만 보고 나는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과학 실험은 흥미진진했고, 과학실의 냄새는 별로 좋지 않았고 실험 도구 세척하고 정리하는 게 늘 귀찮긴 했지만 직접 해 본 실험들은, 사용해 본 기구의 이름들은 수십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았다.

실험실에서 자주 쓰이는 실험기구들의 이름과 특징에 맞춰 다양한 캐릭터로 의인화하고 짤막한 만화로 구성한 책이었다. 사람은 참 별 것에 다 인격을 부여한다. 자기 신체 일부에 이름 붙이고 말 거는 놈들도 있었으니까…(우웩) 거 왼손이 여자로 변해버린 일본 만화랑 오른손에 외계 생물체가 들어와 친구가 된 일본 만화를 말하는 거였습니다...헤헤

만화는 엄청 재미있지는 않고, 그냥 특색있게 성격이랑 표정 귀엽게 꾸며 놓은 걸 보는 소소한 즐거움 정도가 있었다. 이번 독후감은 길게 안 쓰고 제일 마음에 드는 캐릭터나 따라 그려서 그걸로 대체해야지! 했는데 결국 썰 풀기 욕구를 참지 못한 나야...예쁜 A야 잘 지내니? 애기 같은 얼굴의 너도 아줌마가 되었니…

+뭘 그릴까 하다가 리트머스 종이 보는 순간 이거야 ㅋㅋㅋ뭔 테이프모양 젤리 같기도 하고 광고 풍선 같기도 하고 육포같기도 한 게 마음에 들어서 그렸다. 그러고나서 주연급인 비커랑 진지해 보이는 삼각 플라스크도 그려 보았다.

+가장 화려한 페이지는 전대물 연상하게 하는 불꽃반응 7남매! 바륨 ㅋㅋㅋ조영제로 혐오감을 일으키는 공격이다!!! 칼륨은 비누, 비누를 주워다오…

+와, 독후감 올리려다 이 시리즈가 그새 5권이나 나온 거 보고 깜짝 놀람 ㅋㅋ나는 그냥 이것만 볼게...내가 비커 만질 날이 오겠니...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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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7-31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저희 집에서 사랑받았지요 ^^ 덕분에 열반인님의 비밀을 알게 되다니!

반유행열반인 2023-07-31 21:33   좋아요 1 | URL
수하님 댁에는 시리즈가 완비되어 있으시군요!!! 제 비밀을 아셨으니!!! 만수무강하시길 ㅎㅎㅎ

유수 2023-07-31 2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썰 풀기 참지 마세요.. 풀고 싶어도 말을 못해서 못 푸는 사람도 있대요.

반유행열반인 2023-08-01 16:47   좋아요 3 | URL
유수님 아직 입이 안 터져서 그렇지 한 번 열리면 청산유수라서 유수 맞죠? ㅋㅋㅋㅋ

우끼 2023-07-31 2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후후.. 죽지 않고 되돌아오는 것은 어떻습니까? 다음 독후감때 뵙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8-01 16:48   좋아요 1 | URL
늘 돌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우끼님도 이거저거 읽고 요거조거 많이 남겨주세요!!! 보면 막 엄청 어려운 책 많이 보시든데!!!

2023-08-01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3-08-02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이 이 이야기로 동화를 쓰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음...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8-02 15:38   좋아요 3 | URL
나아아중에 마음에 여유가 잡히면 잘 각색해서 써봐야겠네요 ㅋㅋ감사합니다 예진님 ㅎㅎㅎ

은오 2023-08-02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이야기 소설같네요 ㅋㅋㅋㅋㅋ 주작의심아니고 소설읽듯이 넘 재밌게읽었다는 뜻 ㅋㅋㅋ 빛과물질이론 읽다가 이거보니 안경 잠깐 훔친 비밀은 순한맛에 천사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ㅋ 글고 애기 유열님 넘 귀여웡....

반유행열반인 2023-08-02 21:10   좋아요 0 | URL
뭔가 A의 이미지가 은오님 프사에서 좀 더 아기아기한 느낌이랄까... 그거
부쉈으면 지금 여기 글도 못 쓰고 진짜 흑역사 암흑의 비밀로 남았겠죠? ㅋㅋㅋ
 
[eBook] 가르강튀아 | 팡타그뤼엘 대산세계문학총서 35
프랑수아 라블레 지음, 유석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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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0 프랑수아 라블레.


시작은 밀란 쿤데라 영감탱이 탓이었다. 2015년 ‘배신당한 유언들’을 읽으며 라블레 타령이 하도 많이 나와서 전자책으로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을 샀다. 읽는데, 뭔 익살 많이 떨어 놓은 것 같긴한데 주석이 너무 많았다. 아니 웃을라고 각주 보는 거 너무 슬프지 않냐… 프랑스어 언어유희를 1개국어 독자는 이해할 수 없음... 독서 쪼렙이던 나는 주석도 다 따라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이 전자책은 오래전에 만들어 그런가 주석이 막 본문 사이사이 막 낑겨 있어 가독성도 나쁨...완독 실패!
2018년에 ‘소설의 기술’보고 아 읽어야지… 마음만 먹는다.
2019년에 ‘만남’을 읽은 뒤 다시 도전한다… 10분의 1쯤 읽고 중도 탈락!
뭔 4년 주기로 라블레 병이 도지는가. 주로 밀란쿤데라 산문집 한 권 볼 때마다 재발하는 병…할배가 그만큼 라블레 짱짱맨!!!하기 때문...
다시 4년 뒤. 2023년 밀란 쿤데라 옹이 작고하시면서 ‘커튼’으로 전작(인 줄 알았는데 뭔 유럽 타령하는 얄팍한 책 또 나왔더라…) 잠정 완료 후, 할배의 유언 실현-이라는 제목으로 독서 목록을 만들고 라블레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주석도 적당히 건너뛸 거고, 나는 그동안 실내자전거로 근력을 키우고 온갖 허접스러운 책들로 독서력도 (아마도) 키웠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다 읽어냈다. ㅋㅋㅋ 이제 영화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게 되면 블랙홀 나올 때 “흠 난 라블레의 가르강튀아 읽었지”하고 (옆에 누가 있다면) 잘난 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500년은 묵은 이 소설 할아버지 쯤 되는 책은, 르네상스 대표주자로 꼽히는, 그렇지만 에라스무스나 토마스 모어, 세르반테스 등에 비해서는 왠지 청소년들 배울 서양사 교과서에서 언급이 꺼려지는(읽어보면 왜 그러는지 대충...점잖은 교육자 양반들은 외설적이라 청소년에겐 에비 떼끼할), 라블레 아저씨가 썼다. 옛날 사람이라 출생 년도조차 정확하지 않다. 1483년 또는 1493년에 태어난, 나보다 500살 쯤 더 많은 라블레 선생은 수도사 출신이고, 수도원에서 책 막 압수당하고 연구 금지도 당하는 와중에도 그리스어 고전을 열심히 연구했다. 과부와의 사이에서 자식 둘을 낳고, (그런데 워낙 짱짱맨 학자라 나중에 교황이 사생아 취급받던 두 아이 적자로 인정해줌, 출판 까방권도 내려줌), 갑자기 의대에 가더니 미리 의학 공부 많이 해둔 덕에 3달만에 의사되고 의학 강의를 한다. ㅋㅋㅋㅋ 라선생님! 저도 그렇게 (성직자->의사) 전직(교사->이거 말고 아무거나)을 하고 싶습니다!!!!ㅋㅋㅋㅋ
4,50대쯤 팡타그뤼엘과 가르강튀아를 쓰고, 3서, 4서, 유작에다 남들이 위작 첨부한 걸로 의심되는 5서까지 냈다고 한다. 내가 본 책 번역하신 라블레 연구자 유석호 선생님께서 3,4서도 번역해 두신 걸 서점 홈페이지에서 뒤적거리다가 야이 미친놈아 니가 라블레 연구할 거냐 두 편 봤으면 마이 봤다 아이가 고마 해라...하며 나새끼를 한 대 쥐어박고 중고 도서 탐색을 중단하였다. ㅋㅋㅋㅋ

거인족인 그랑구지에의 아들 가르강튀아의 아들이 팡타그뤼엘이다. 그런데 책 자체는 원래 전해 내려오던 가르강튀아 모험기(좀 잡스럽고 후진 책)를 바탕으로 팡타그뤼엘(목타게 만드는 놈) 이야기를 상상해서 먼저 뿅, 쓰고서 나중에 그 아버지 이야기도 내가 다시 써야지, 하고 가르강튀아를 썼다고 한다. 대부분 속편이 못하다고 하는데, 읽어보니 먼저 읽은(나중에 쓴) 가르강튀아 쪽이 더 넉살 좋아지고 개그도 연마되고 그런 느낌이었다. 이쪽 보고 나서 먼저 쓰인 팡타그뤼엘 보면 2프로 부족한 느낌 ㅋㅋㅋ그래서 놀란도 블랙홀 이름 (팡타그뤼엘 아니고 ㅋㅋㅋ) 가르강튀아로 지었을 것이다.

수도원이나 법률학자나 철학자들 비판하고 싸대기치는 대범함도 놀랍고 (심지어 라블레 수도원 사제였음…) 이후 점점 더 종교 탄압 심해져서 막 화형시키고 그랬다니 70세 채우고 늙어 죽은 라블레는 한편으론 위험한 시대 잘 비껴가며 지 꼴리는대로 쓰고 싶은 거 다 쓰고 죽었으니 복받았구나 싶었다. 그보다 300년 가량 뒤에 등장하는 사드 놈은 막 감옥 갇히고 에비지지 퉤퉤 소리를 듣기 때문에 ㅋㅋㅋ 보니까 사드가 애들 잔뜩 모아서 못된 짓하는 수용소 같은 거 만드는 거 보면 가르강튀아에서 장 수도사가 세운 고오급 수도원 패러디해서 완전 반대로 만든 기분이긴 했다…

가르강튀아에서 장 수도사가 침략자들 상대로 무공 사용해서 다 죽여버리는 이야기는 뭔가 마블시리즈나 마동석시리즈, 온갖 히어로물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렇게 홀리하진 않고 김성모 만화의 깡패나 귀귀만화 ’뉴바이블‘의 제이(지저스 따라한 걸로 추정)처럼 다 뿌숴뿌숴 뼈와 살을 분리해주마 (실제로 분리함)- 뭐 이런 만화들의 증조 고조 현조 할애비 뻘 되는 표현에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다. 거인왕들 먹성이나 옷 크기 용품 사이즈 과장하는 것보다 무훈 과장하는 게 더 웃긴 건 내 취향일 것 같다…(무협소설 안 본다며…)

해학과 풍자, 개그라는 건 우리 옛날에 배운 국어 시간 탈춤 마당놀이 속 말뚝이가 양반 놀리고 더럽고 추저분하게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똥오줌 방귀 성기 성행위 이런 게 예전에는 필수품 이었던 것 같다. 동서고금 다 그런 거 같아...어린애들 방귀 똥 나오는 그림책 보고 뒤집어지는 거 보면 본능인지…
라블레는 보면 꼭 여혐이라기도 그렇고 그냥 남자고 여자고 다 욕보이고 놀리고 썰고 하는 거 보면 그냥 인간 혐오 같기도 ㅋㅋ그런데 또 신 까고 인간 짱 하는 거 보면 오우 저는 인간 본성을 존중합니다...하는 거였을까… 인본주의는 교황 왕 기사 평민 다 똥 싸고 오줌 싸고 섹스 하고 에베베 얼레리꼴레리-한다고 다 까면서 밑바닥으로 모두 끌어내려 동등한 민낯(민궁둥이?) 드러내는 게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거 보면 더 고귀하게, 누구나 존중받으며, 이런 서사를 이어가며, 더럽고 천박한 이야기 적어내리는 사람들을 나가 있어, 천한 것들, 하는 다음 고상한 시대들은 다시 위선투성이에다 오히려 반인간적인 시대가 온걸까, 싶기도 했다. 인간의 동물성과 초인간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인간이 그렇게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일, 그래도 또 인간이 그 이상 위대한 존재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믿고 나아가는 일, 지금 문학은 지금의 인간을 얼마나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잘 안 봐서… ㅋㅋㅋ

라블레의 후예를 자청하는 소설을 쓰던 밀란 쿤데라 할배는 지옥에서 폐지 수집하는 옥타비아누스랑 농담 따먹고 있을 거 같고, 그나마 계승자 비스무레한 똥똥 오줌 발사! 하는 한국 작가 누가 있나 곰곰 생각해보니, 다음은 너로 결정했다! 왜 하필 자꾸만 팔지도 못하는 전자책으로 사버리고 마는 오한기! 백만볼트! ‘바게트 소년병’ 출격!(그러나 언제 볼 지는 모르겠음 ㅋㅋㅋ)



+밑줄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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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보다는 웃음에 관하여 쓰는 편이 나은 법이라오.
웃음이 인간의 본성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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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그대들이여, 즐겨라. 그리고 허리에 좋게 몸을 편안히 하고 즐겁게 남은 부분을 읽도록 하라. 그리고 너희들, 당나귀 좆 같은 놈들아, 다리에 종양이 생겨 절름발이나 되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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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것들이 내가 환영인사와 선물값을 치르기를 원하는 모양이로군. 그건 당연한 일이지. 그들에게 포도주를 제공해줘야지. 단지 ‘웃음으로’ 말이야.”
주교가 교구에 새로 부임했을 때 주는 환영 선물proficiat.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멋진 바지 앞주머니를 열고 그의 물건을 꺼내서 공중에 쳐들고 신나게 오줌을 싸서 여인네와 아이들을 빼고 26만 4백 18 명을 익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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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느님의 이름으로, 우리 종을 돌려주세요. 자, 종을 돌려주신다면 우리 대학에서 나온 우티노의 설교집을 한 권 드리지요. 젠장, 면죄부도 원하세요? 돈을 내지 않아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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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제게 그것들을 주셔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어요. 제논증은 다음과 같습니다.

종탑 안에서 종을 치며 종소리를 낼 수 있는 종은 어느 것이나 종을 침으로써 종을 종답게 치는 사람들에게 종소리에 의하여 종소리를 내게 만듭니다. 파리에는 종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러니까 이와 같습니다.

하, 하, 하, 멋지지 않습니까! 이것은 『논리학』 1부 3장인가 어딘가에 있는 겁니다. 명예를 걸고 드리는 말씀인데 제가 기막히게 논증을 잘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몽상만 할 뿐이죠.
(엉터리 논증의 예. 흉내내고 싶다. 저는 잘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잘 생겼기 때문에 잘 생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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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델포이의 신전에 남겨진 라케데모니아 사람 킬론의 격언을 실현시키고 확인하게 했던 것이다. 그는 빈궁이 소송의 동반자이고 소송인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장하던 권리를 얻기 전에 인생의 종말을 맞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성’, ‘소송’에서도 이 비극은 반복된다. 지금 여기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선생들도. 거의 500년도 넘게 그러구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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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게도 그에게 정면으로 맞서려는 얼빠진 놈에게는 종격막과 심장 사이로 가슴을 꿰뚫어 그의 근육의 힘을 보여주었다. 다른 놈들은 갈비뼈 사이를 공격해 위가 뒤집혀 즉사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놈들은 무자비하게 배꼽 있는 곳을 가격해 내장이 튀어나오게 했다. 그리고 다른 놈들은 불알 사이로 직장을 꿰뚫어버렸다. 그것은 일찍이 본 적이 없는 가장 끔찍한 광경이었음을 믿어주기 바란다.

어떤 놈들은 “성녀 바르브여!
어떤 놈들은 “성 조르주여!
어떤 놈들은 “성녀 니투슈여!
어떤 놈들은 퀴노, 로레트, 본 누벨, 라 르누, 리비에르의 성모님!”하고 외쳤다.
어떤 놈들은 성 자크에게 빌었다.
어떤 놈들은 샹베리의 성해포(聖骸布)에 빌었는데, 그것은 석 달 뒤에 불에 타버려 실오라기 하나도 건질 수 없었다.
어떤 놈들은 카두앵 수도원의 성물에 빌었고,
어떤 놈들은 생 장 당젤리 수도원의 성 요한에 빌었고,
어떤 놈들은 생트의 성 외트로프에게, 쉬농의 성 멤므에게, 캉드의 성 마르탱에게, 시네의 성 클루오에게, 자바르제의 성물에, 그리고 다른 수많은 착한 군소 성자들에게 빌었다.
(장 수도사의 활약. 의학 배운 라블레라 손상 부위도 세밀하다...그런데 그게 너무 웃기고… 수도사 하던 인간이라 뭔 힌두교마냥 성인 잔뜩 숭배하는 거 까느라고 세인트 뭐시기님 남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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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고백하건대, 예수 그리스도의 시절에 살았더라면, 저는 유대인들이 그분을 감람나무 동산으로 끌고가는 것을 막았을 겁니다. 착하신 스승을 곤경 속에 남겨둔 채 저녁 식사를 잘 하고 그토록 비겁하게 도망을 쳐버린 사도 나리들의 오금을 제가 끊어버리지 못했다면, 악마가 나를 잡아가도 좋습니다. 저는 칼을 써야할 때 도망치는 사람을 독약보다도 더 싫어하니까요.
(예수님 곁에 장 수도사가 있었더라면, 무력으로 보호받으셨겠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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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은 사제에 불과하군요. 사제는 수도사의 첫 단계에 지나지 않지요. 성 요한을 두고 말하지만, 나는 완벽한 수도사이니까 너희들을 파리떼처럼 죽여주마.
(이 자식들, 겨우 조직 말단이잖아? 이 구역 짱 먹은 나니까 다 죽여주마, 혹은 이 자식들, 겨우 1학년? 6학년인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 ㅋㅋㅋㅋ파리떼처럼 죽여준다는 죽여주는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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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치고 있는 옷을 걸고 말인데, (수도사가 말했다) 나는 너를 지금 추기경으로 만들어주겠다.(주:추기경의 붉은 예복처럼 머리를 잘라 피로 붉게 만들겠다는 뜻.) 너는 성직자들에게 강제로 돈을 요구하려는가? 지금 내 손으로 붉은 관을 쓰게 될 거야.”
그러자 궁수가 외쳤다.

“수도원장님, 수도원장님, 미래의 신부님, 추기경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분! 아! 아! 아이고! 안 돼요. 수도원장님, 착하신 수도원장 나리, 당신께 항복하겠어요.

─그러면, (수도사가 말했다) 나는 너를 모든 악마들에게 보내주지.” 그러고는 단칼에 머리를 잘랐는데, 그의 일격에 측두부 상부의 두개골이 갈라져 양쪽의 두정골과 시상 봉합부, 그리고 전두골 상당 부분이 떨어져나갔다. 또한 양쪽 뇌막이 절개되어 양쪽 뇌실의 후면부가 깊이 벌어졌다. 그리고 두개골은 어깨 위로 두개골막에 의하여 뒤로 젖혀진 채 겉은 검고 속은 빨간 박사모 모양으로 매달려 있었다. 이렇게 즉사한 그는 땅바닥에 거꾸러졌다.
(나는 이것이 김성모 만화인지 귀귀 만화인지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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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관대함의 속성이다. 왜냐하면 시간이 모든 사물을 좀먹고 작아지게 만들지만, 양식을 가진 사람에게 관대하게 베푼 선행은 고결한 생각과 기억으로 계속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착한 구절도 좀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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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너무 나약하고 무절제하게 베푸는 관용은 그들에게 모든 것을 용서받았다는 위험한 믿음을 갖게 해서 차후에 더욱 거칠 것 없이 악행을 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착하면서도 엄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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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세상의 교단들에서는 모든 것이 시간표에 따라 정해지고, 제한되고, 규제되므로, 이곳에는 기계식 시계나 해시계를 두지 않고, 기회와 상황에 따라 모든 일이 진행되도록 정해졌다. 왜냐하면 (가르강튀아가 말하기를) 자신이 아는 바로는 진정한 시간의 낭비는 시간을 따지는 것이고, ─그것에서 무슨 이득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망상은 양식과 분별력을 따르는 대신 종소리에 맞추어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치만 저 같이 분별력 없는 새끼는 뽀모도로 시계가 없으면 자기 자신을 놀든 공부하든 혹사시키고 마는 걸요…)

-그들이 수치스러운 굴종과 강제에 의하여 억압받고 예속될 때, 그들에게 자유롭게 미덕을 추구하며 예속의 굴레를 떨쳐버리고 거역하게 하던 고상한 성향은 왜곡된다. 우리는 언제나 금지된 일을 시도하고 우리에게 거부된 것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뭔 낙원 같은 고급 노블레스 수도원에 예쁜 애들 잔뜩 모아 놓고 자유 주고 이건 수도원이 아님 ㅋㅋㅋㅋ이런 곳 만든 이유 나름 설명.)
여기까지 가르강튀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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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코가 커졌는데, 알룩달룩하고, 작은 종기로 번쩍거리고, 검붉고, 시뻘겋고, 방울술이 잔뜩 달리고, 유약을 바른듯 번들거리고, 여드름투성이에, 붉은색을 두른 증류기의 나선관 같아 보였다.
(코가 외계인인 소설 썼었는데, 뭔가 거기 나온 코들이랑 많이 닮았음. 주정뱅이의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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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에서 풀려 나 자 그는 다시는 그곳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항의의 표시로 홧김에 앞서 말한 요람 한가운데를 쳐서 한 주먹에 5십만 조각 이상으로 박살을 내버렸다.
(애기 팡타그뤼엘 사고칠까 봐 아빠가 사슬로 묶어 놨더니 요람 대들보 뿌수고 탈출한 팡타그뤼엘 빡쳐서 요람 오십만 조각 냄...개멋진 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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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라티움의 언어를 수집하고, 개연적인 연인의 자격으로 일체지사를 판정하고 형성하고 잉태하는 여성의 염정(艶情)을 얻으려고 애쓴답니다.석양시 창가(娼家)를 내방하여 베누스Venus의 열락(悅樂)에 도취해서 우리의남성지물(男性之物)을 친애하는 창기들의 심저(深底)로 침투시킵니다. 그러고는 솔방울, 카스텔, 마들렌, 암노새 같은 평판 좋은 주점에 가서 파슬리에 비계를 끼운 멋진양견육(羊肩肉)을 식(食)합니다.

이 말을 듣고 팡타그뤼엘이 말했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언어란 말인가? 지랄 같으니, 자네는 어떤 이단에 속하는가 보군.”

“전하, 아닙니다. (학생이 대답했다) 왜냐하면 극히 자발적으로 약간의 미세한 햇살의 편린이 광채를 발할 때부터 저는 그토록 잘 축조된 교회들 중 한 곳으로 행차하여 그곳에서 아름다운 성수를 몸에 살수(撒水)하고, 우리조상들의 미사 기도 한 조각을 중얼거리니까요. 그리고는 성무일도(聖務日禱)를 낭음(朗吟)하며 내 영혼에서 전야(前夜)의 오점을 세척하고 정결케 합니다.

“전하, 아마 이 멋쟁이 친구는 파리 사람들의 말을 흉내내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해서 핀다로스식으로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라틴어의 껍질을 벗기고 있을 뿐입니다. 그는 일상적인 언어 용법을 경멸하기 때문에 자신이 프랑스어에 있어서 위대한 웅변가가 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원조 보그체 쓰는 라틴어 이상하게 배운 미친 파리 대학생 ㅋㅋㅋㅋ개웃김)

-(이상한 법정의 말도 안 되는 -궤변도 아니고 그냥 외계어 함- 변론과 판결)
원고측
왜냐하면 재단사들이 훔친 천조각으로 건초를 다발로 묶는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당시에 양배춧국 한 단지 분량만큼 늘어났던 대양을 덮을 만한 크기의 부는 화살통을 만들려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궁신 나리들이 매독에게 누에를 따모으지 못하도록 부드러운 어조로 명한 것을 제외하고는, 의사들은 그의 오줌 속에서 능에의 식사로 겨자를 쳐서 양날 도끼를 먹은 명백한 증거를 식별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피고측
왜냐하면 갑옷에서 마늘 냄새가 나면 녹이 곧바로 간을 파먹기 때문이고, 그다음에는 점심 식사 후 낮잠 자는 기색을 눈치 채고 목이 비틀린 자들을 계속 신랄하게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소금 값이 그토록 비싼 이유랍니다.
(…미친 놈들아 무슨 소리야… 한국말인데 왜 한국말 안 같음)

가르강튀아의 판결
그러나 원고가 피고를 신발 수선공, 치즈 먹는 자, 미라에 역청을 바르는 자라고 고발했던 건에 대해서는 피고가 잘 논증했듯이 유동적이어서 진실로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본 법정은 원고에게 이 고장의 관습대로 간을 하고 건조시킨 응고우유 석 잔을 앞서 말한 피고에게 8월 중순 만기로 5월에 지급하도록 선고한다.
호메로스가 쓴 것으로 잘못 알려졌던 <쥐와 개구리 사이의 전쟁을 다룬 익살스러운 서사시Batrachomyomachie>에서는 쥐에게 ‘치즈 먹는 자’라는 별명이 붙어있다.그러나 피고는 덮개가 달리고, 둥글게 체로 친 목구멍의 올가미를 채울 수 있게 건초와 삼 부스러기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전과 같이 화목하게 지낼 것이며, 소송비용은 지불할 필요가 없다. 이상으로 판결을 마치노라.

이 판결이 내려지자 쌍방 모두가 판결에 만족해하며 헤어졌는데, 이는 거의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 하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만족함 그리고…)
판결에 대한 여론의 평가
“추리에 의한 판결로 아이를 어머니에게 돌려주었던 솔로몬도 위대한 팡타그뤼엘이 행한 것과 같은 완벽한 지혜의 경지를 결코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큰 복이다.”
(솔로몬도 좆밥임! 우리 전하 명판관 공명정대 포청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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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파뉘르주는 두 손을 마주치고 손바닥 사이로 입김을 내불었다. 이렇게 하면서 여전히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고리 모양을 한 왼손 안에 집어넣고 여러 번 넣었다 뺐다 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러고는 턱을 쳐들고 토마스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몸짓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조차도 그가 이 몸짓으로 말을 하지 않고서도 토마스트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냐?” 고 물어본 것이라는 점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랬더니 토마스트는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고 깊은 명상에 잠겨넋이 빠진 사람과 똑같아 보였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는 왼손의 손톱 모두를 오른손의 손톱에 각각 갖다대고는 손가락들을 반원과 같이 벌린 상태로 힘껏 두 손을 쳐드는 시늉을 했다.

이것을 보고 파뉘르주는 갑자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아래턱 밑으로 가져가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왼손으로 만든 고리 속에 집어넣고는 이 자세로 윗니와 아랫니를 매우 음악적으로 부딪쳐 소리를 냈다.

토마스트는 매우 힘들게 몸을 일으켰는데, 일어나면서 빵장수처럼 큰 방귀를 뀌었다. 똥이 이어서 나오고 쉰내 나는 오줌을 싸는 바람에 모든 악마들을 모아놓은 것처럼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가 안절부절못하고 똥을 싸댔기 때문에 청중들은 코를 막기 시작했다.
(음성 언어를 사용하지 않은 몸짓 언어로 펼치는 철학 대결 ㅋㅋㅋ아오 진짜 왜 이런 거 읽으면 자꾸 몸짓 흉내내고 싶고 흉내내야지나 무슨 모양인지 이해되고 ㅋㅋㅋ완전 등신 같은데 파뉘르주의 몸짓으로 토마스트 격퇴되고 똥오줌 지림 ㅋㅋㅋㅋㅋ)

-왜냐하면 (긴 바지 앞주머니를 보여주며) 여기 장 죄디 선생이 당신에게 요란스런 춤을 추게 만들어 뼛속까지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친구는 여성에게 매우 친절하고 당신에게서 부대사항들과 쥐덫 속에 부풀어오른 귀여운 가래톳을 잘 찾아낼 줄 알기 때문에 그가 지나간 다음에는 먼지를 털기만 하면 된답니다.

─그래도, (그가 말했다) ‘보몽 자작에게’ 를 가지고 동음이의(同音異義)의 표현을 만들어보세요.
─몰라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것은 (그가 말했다) “아름다운 보지에 자지가 올라탄다” 랍니다. 그러니 이것에 관해 당신의 고상한 마음이 갈망하는 바를 하느님께서 내게 베푸시도록 기도하세요. 그리고 호의를 베풀어 이 묵주를 내게 주세요.
(주: 프랑스어로는 앞문장은 “A Beaumont le Vicomte,” 뒷문장은 “A beau con le vitmonte” 이다. 그러니까 m과 c 두 자음의 순서를 바꾸어서 만든 말장난이다.)

그러나 제일 멋진 장면은 행렬을 할 때였다. 그 행렬에서 60만1천14 마리 이상의 개들이 주위에 몰려들어서 그녀에게 수없이 많은 고통을 주었다. 그녀가 지나간 곳마다 새로 온 개들이 뒤를 따르면서 옷자락이 스치고 지나간 길에 오줌을 싸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 광경에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목덜미에까지 올라타 아름다운 의상을 망쳐놓는 개들의 행동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로서는 자기 집으로 피신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었다. 개들은 뒤를 쫓고, 그녀는 몸을 숨기려 하고, 하녀들은 웃어댔다.
(이것은…500년 전 ‘연애의 목적’ 미친 파르뉘주 새끼가 귀부인 꼬시면서 성폭력 하고 앉았음… 여자 꼬시면서 자자, 하자, 보몽 자작에게 줄여봐- 이지랄하고 있음...
그러다 실패하니 앙심품고 발정난 암캐 성기 갈아서 여자 비싼 옷에 바르고 튀어서 동네 수캐들이 와서 오줌싸고 난리남...스토커에 폭력범...웃기만 할 수가 없다...유서깊은 미친놈...황당무계한 듯 핍진함….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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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가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악마들을 보았으며 루치페르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었고 지옥과 샹 젤리제Champs Elisee에서 훌륭한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두의 앞에서 악마들이 좋은 친구들이라고 단언했다. 지옥에 떨어진 자들에 관해서는 그는 파뉘르주가 자신을 너무 빨리 소생시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가 말했다) 그들을 보며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신분은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저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낡은 신발을 수선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것을 보았답니다.
크세르크세스는 겨자 사라고 외치고,
로물루스는 소금 장수,
누마는 못 장수,
타르키니우스는 수전노,
피소는 농사꾼,
술라는 뱃사공,
키루스는 소몰이꾼,
테미스토클레스는 유리 장수,
에파미논다스는 거울 장수,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는 측량기사,
데모스테네스는 포도밭 일꾼,

아이네이아스는 방앗간 주인,
아킬레우스는 염색업자,
아가멤논은 식충이,
오디세우스는 풀 베는 일꾼,
네스토르는 사금 채취하는 일꾼,
다리우스는 변소 청소부,
안쿠스 마르티우스는 배 밑창 수선공,
카밀루스는 나막신 제조공,
마르켈루스는 잠두 까는 일꾼,
드루수스는 아몬드 껍질 까는 일꾼,
아프리카의 스키피오는 나막신을 신고 포도주 찌꺼기를 팔라고 외치고 다니고,
하스드루발은 가로등 켜는 인부,

모든 원탁의 기사들은 악마 나리들이 물놀이를 하고 싶어할 때 리옹의 뱃사공이나 베네치아의 곤돌라 사공처럼 코키토스, 플레게톤, 스틱스, 아케론, 레테 강417을 건네주기 위해 노를 젓는 불쌍한 날품팔이꾼들이 되어 있더라구요. 그런데 건네줄 때마다 대가라고는 손가락으로 콧등을 한 대 맞는 것뿐이었고 저녁때가 되어도 젖은 빵조각밖에는 받지 못하더군요.

파리스는 누더기를 걸친 거지,
아킬레우스는 건초 다발 묶는 일꾼,
캄비세스는 노새몰이꾼,
아르타크세르크세스는 항아리 닦는 일꾼,

클레오파트라는 양파 장수,
헬레네는 몸종들의 뚜쟁이,
세미라미스는 거지들의 이(?) 잡이,

이런 식으로 이 세상에서 대귀족이었던 사람들은 저 세상에서 밥벌이를 하며 불쌍하고 초라한 삶을 살아가게 마련이지요. 반대로 철학자들과 이 세상에서 궁핍했던 사람들이 저 너머 세상에서는 자기들 차례를 만나 대귀족이 된답니다.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그걸 더 웃기게 만든 듯...그런데 직업에 귀천 있던 세상 고생하며 사는 걸 귀족에 무사였던 놈들 노동자로 만들어 놓고 비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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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러분이 내게 “선생, 이런 시시한 이야기와 웃기는 농담거리를 쓰다니 당신은 별로 현명하지는 못한 것 같소”라고 말한다면, 나 역시 그대들도 그것을 즐겨 읽는 것으로 보아 별로 나을 것도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소일거리로 이것을 썼듯이, 여러분도 즐거운 소일거리로 이것을 읽는다면, 그대들과 나, 우리는 수많은 타락한 성직자들, 가짜 신자들, 달팽이들, 위선자들, 독실한 신자인 척하는 자들, 방탕한 자들, 편상화를 신는 자들과 세상 사람들을 속이기 위하여 가면으로 위장한 그런 당파에 속한 자들에 비해서는 용서를 받을 만하다. (라블레가 소일거리로 쓴 것을 내가 소일거리로 읽었다. )
이상 팡타그뤼엘 발췌.

+이미지는 ‘인터스텔라’의 블랙홀 가르강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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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 2023-07-30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이 작품을 읽으시다니… 리뷰읽기전에 우선 감탄 남기고 갑니다. 왜냐하면 저도 이 책이 추천목록에 있었는데.. 음…. 전직.. 저도 전직하고 싶습니다..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7-30 22:22   좋아요 1 | URL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갈 수 있는 어디로든 도망쳐 ㅋㅋㅋ 목록에 넣고 오래 묵었습니다. 우끼님도 라블레 병맛 즐기실 수 있길...

Yeagene 2023-07-31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열반인님 ㅎㅎ 읽으면서 여러번 감탄하고 갑니다..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31 17:15   좋아요 1 | URL
그냥 저같이 시간 남아도는 한량들을 위해 르네상스 한량이 쓴 이말년시리즈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축하 감사합니다. 파티파티 오예

은오 2023-08-02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열님도 중도하차를 하기도 하시는군요. 계속 재도전하시는것도 신기하곸ㅋㅋㅋㅋㅋㅋ8년만의 완독 축하드립니다 잘난척 실컷 하세요! ㅋㅋㅋㅋㅋ 아 난 잘난척 할만한 책 언제 읽지.... 한번 덮으면 팔려가거나 책장에서 계속 썩는 내 책들이여..

반유행열반인 2023-08-02 21:13   좋아요 0 | URL
사실 완독 고집이 있는 쪼렙 독서가(저런 고집 부리면 쪼렙이래요...)라 막 몇 개월 쉬었다가도 다시 보고 중도 하차 손에 꼽히는 드문 이슈여요 ㅋㅋ 잘난척 할 만한 책이 따로 있지 않고 남들 에비지지 많이 안 보는 거 아무거나 보고 으쓱 하면 다들 우와아아 뭔지 모르지만 쟨 봤대 하고 박수칠 거에요 ㅋㅋㅋㅋ썩는 책들 끼고 있는 걸로 치면...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책장 늘리느라 이사다닌 처지라 ㅋㅋㅋ
 
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1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20230727 다나베 세이코.

부상과 질환으로 몇 달 운동 부족이다가, 상태가 좀 나아졌다 싶을 즈음 실내자전거 운동을 시작했다. 페달만 뱅뱅 돌리면 심심하니까, 평소에는 잘 안 보는 텔레비전 틀어보니 오, 섹스앤시티 리부트 시리즈가 나와서 신나게 봤다. 더 찾아보니 OTT서비스에 섹스앤더시티 시즌1부터 6까지 전부 실려있었다. 20년 쯤 전에 신나게 봤던 거라, 그래 올해는 수학이고 수능이고 다 망했으니 이거나 보면서 운동하면 한 해 잘 가겠다- 하고서 신나게 시즌2 후반부까지 보고 있었다. 많이씩 보면 금방 닳는다고 한 편 두 편 아껴보던-어느 날,(은 7월 첫날, 기억할 수 밖에 없음…) 헤헤 운동해야지 하고 리모콘을 잡았는데, 없다. 내 드라마 다 어디 감? 리부트 시즌 말고는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내 드라마 어디 갔어!!!! 곁의 사람에게 하소연하니 공지사항에 6월 말일자로 HBO드라마들이랑 일부 컨텐츠 종료 예고가 있었다고 했다… 아아…
나보다도 어리던, 30대 중반의 뉴요커 언니들 연애 망하는 거 보는 재미가 사라져 버렸다. 앤저슽라잌땟- 미인와이일- 하는 캐리의 내레이션이 막 환청처럼 머무는데 그 친근한 소리가 다 사라졌어… 알라딘을 뒤져보니 뭐 3만 얼마면 전시즌 풀패키지 디브이디를 구할 수 있다.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하다 집어치웠다. 내가 즐겁게 볼 수 있던 거도 운동하면서 리모컨만 샥 켜면 되니까 그랬지… 사실 20년 전에도 섹스앤시티 전시즌을 시디에 다 구워놨었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아기 때 막 시디로 원반던지기 하고 부러뜨려서 반달돌칼 만들고 너무 위험하길래 그렇게 애지중지 모아둔 불법 저장물들을 다 버린지가 2년 밖에 안 됐다. 뭘 사...그냥 책 봐…

뉴요커들이 신나게 섹스칼럼니스트의 성생활 드라마를 보던 1998년 경, 한국에서는 이영애, 손창민 주연의 ‘내가 사는 이유’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나는 중학생이던 이무렵 한 번 보고, 고등학생 때 짝사랑하던 남자애가 이 드라마 죽이지-해가지고 2001년엔가 유선방송에서 여름방학 때 낮에 틀어주는 걸 또 신나게 보았었다. OTT놈들은 내게서 뉴요커 언니들을 앗아가고, 1975년 마포 도화동 가난한 마을 이야기를 디지털로 떠놓고(싱크 좀 안 맞음) 보라고 하네… 그래서 요즘엔 이걸 보며 운동한다.

20대 후반의 이영애는 정말 예쁘다. 전에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애숙이(이영애 역)가 진구(손창민)를 혼자 너무 좋아해서 맨날 깡패짓 하고 쳐맞고 다니는 걸 슬퍼하는데, 진구는 동생을 의료사고로 죽인데다 본인을 방화범으로 3년 간 징역 살게 만든 원수인 의사의 딸, 대학생 정희(이민영)를 좋아하고 마음 아파 한다. 가난한 동네 이야기라 희망도 잘 될 가능성도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여기 나오는 남자들은 진짜 답이 없다. 포장마차 대상으로 사채업 하면서 도박에 빠져 돈과 상권을 다 날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술집 여자 명화(강성연)에게 돈을 왕창 뜯어내고도 윽박지르는 광팔이(김호진), 자녀 죽고 받은 보상금을 들고 날랐다 다 탕진하고 몇 년만에 기어들어오면서 어린 애인까지 데리고 온 무책임한 아버지 박성달, 포장마차 하는 부인 돈 뜯어다 도박하고 돈 날리고 도망간 덕배, 애숙을 술집에 팔아먹은 아버지… 여자들은 살겠다고 술집에서 일하고, 애들 데리고 마늘 까서 팔고,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힘겹게 사는데, 남자들은 사고치고 싸우고 망하고 그와중에도 여자한테 윽박지르고 돈 뺏어가고 난리다.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1970년대 드라마를 보면서, 참 망할 놈의 세상이었군… 여자 팔자 남자 팔자 사내는 어쩌고 운운(주로 진구 엄마 역의 고두심이나 마담 역의 윤여정이 많이 하는) 당시 성역할에 대한 통념을 계속 반복하고 한탄하는 걸 보다가… 나란 새끼는 세상의 균형을 중시하다보니 이제 여성주의 책 하나 읽었다고 또 개 빻은 책을 어디서 골라다 읽고 있었다. 이 드라마 배경 무렵의 1970년대에 일본 잡지에 연재되던 음담패설 에세이를 모은 책이었다.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영화는 안 봤는데 소설집은 어쩌다 읽고 그 무렵 다나베 세이코의 에세이를 두 권이나 갖춰놨다. 사자마자 펼쳤다가 아...왜 샀지...하고 덮고 몇 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아무 책이나 마구 읽고 인생을 탕진하는 문란한 여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 사이 항마력이 생겼는지 욕하면서도 저 시절은 한 일 불문 빻았구나...하면서 읽었다.

다나베 세이코는 소설은 나름 감수성 울리는 문장으로 잔잔하게 써 놨던 것 같은데(기억 잘 안 남), 에세이는 뭔가 새초롬하고 점잔 빼면서도 할 말 다한다는 느낌이었다. 뉴욕의 섹스칼럼니스트 캐리가 9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면 일본 오사카엔 70년대에 진작에 그런 작가가 있었다… 뭐 요즘 유튜버들이나 온라인 매체에 비하면 그때의 노골적인 표현이래 봤자 댈 것도 아니지만… 피씨주의란 게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에 비하면 경직되고 함부로 농담 던지는 일도 삼가야 하는 시대가 왔다. 라블레를 함께 읽고 있는데, 밀란 쿤데라와 함께 나도 라블레의 후예인 것 같긴한데… 다나베 세이코도 옛날 사람에 옛날 감수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쪽에 가깝긴 한데… 이제는 이런 책 못 써요… 못 내요… 욕 먹을 걸… 나는 말장난과 농담과 (아이 이름에도 한자 해-해학, 웃음, 조화 등등-를 넣었지…) 패드립과 섹드립을 현란하게 구사하는 젊은이였지만, 그래서 이십대 어린이가 중년 아저씨 급의 희롱을 구사하여 주변을 당황하며 웃게 만드는 게 특기였지만(원조 미러링), 이제는 진짜 중년 아저씨가 되고 말았다… 40대의 세이코는 이런 글을 써서 나한테 까지 닿는 책을 남겼지만, 중년 문턱 밟은 이 시대의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서 어떻게 하면 빻지 않고도 웃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건 너무 어렵다…(야 그냥 웃길 생각을 하지 마…) 인간 웃음 지분의 많은 부분은 말장난과 샤덴 프로이데와 혐오와 괴롭힘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거기서 더러운 것들을 걷어내고 곱게 써 내면 시가 되었겠지… 별 수 없다. 곱고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고 착하게 살아야겠다. (퍽이나)

+밑줄 긋기
-엄마는 수화기 너머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무슨 품위 없는 짓이니. 이렇게 천박한 글 네가 쓴 거 맞아? 섹스가 어떻고, 변태가 어떻고? 다 큰 여자가 변태라니, 이걸 어쩌면 좋니. 세상 사람들 이거 읽고 얼마나 기가 막히겠어. 다 비웃을 거다. 이제 집 밖에 어떻게 다니라는 거야. 창피, 창피, 이런 창피가 없다. 조상님 볼 낯도 제자들 볼 낯도 없어.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본다 한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90, 야한 에세이 연재한다고 엄마한테 욕 먹는 전화 받는 가엾은 세이코… 나이 40 넘어서도 저러면 옛날 사람들은 부모가 죽어야지나 아이 취급에서 자유로워졌는가...지금도 뭐 다를 건 없을지도...다들 엄마 아빠 앞에서만 얼음)

-중년이란 무엇인가. 가모카 아저씨와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음, 한마디로 말해서 ‘출구 없음’ 이 아닐까요?“
일, 가정, 성생활, 취미, 돈벌이, 아이, 건강, 술. 이 모든 것의 앞날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 통로라는 통로는 모두 막히고 사방팔방 어디를 봐도 막힐 대로 다 막힌 상태. 장폐색에 걸리지 않는다면 다행인 정도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이상 좋아질 것 같지가 않아요. 내 전성 시대도 지금 정점을 찍은 게 아닌가 생각하면, 이제는 더 나갈 출구도 없고 뭘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습니다.“
(192, 와 이거 왜...그런데 이런 소리 젊은 시인도 했거든요. ‘우리라고 부를 이 없음/우주선 없음/ 다른 세계 없음/ 희망의 내용 없음 -육호수, ’희망의 내용 없음‘ 중)

-나는 ‘옛날 러일전쟁 때…...’라며 말문을 트는 노인이 가장 못마땅하다. (240, 우리 세대는 금칙어 뭐 있을까… 옛날 IMF때, 옛날 한일월드컵 때, 옛날 코로나19 때 등등…...)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는 것을 이제 슬슬 깨달아야 합니다. 범인의 몸으로 뭐하러 그렇게 종이 쓰레기를 만드십니까. 갱년기도 다가오는데 적당히 일도 줄이시고 쉬엄쉬엄하세요.” (270, 이 책의 팔할 정도는 오세이상(다나베 세이코의 애칭)의 말친구겸 술친구라는 가모카 아저씨의 활약이다. 그런데 도깨비 같이 무섭게 생긴 40대남이라는 이 사람이야 말로 구시대의 썩은 유물, 핵폐기물급으로 개빻았다. 열심히 글쓰고 있는 오세이네 집에 와서 한다는 소리가 저따위임… 웃기고 실없고 야한 농담 따먹기나 하는 저런 아저씨랑 왜 놈… 문득 궁금하기도 하다. 맨날 집에 찾아와 술 마시고 야한 말 주고 받고 무슨 사이냐 둘이… 왠지 온갖 빻은 아저씨의 집합의식 같은 캐릭터를 가상으로 만들어서 상상 속 친구처럼 등장시켰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역자 후기를 보니 반전은...가모카 아저씨가 남편...동료 작가 죽은 후 장례식에서 만난 그의 남편과 동료 아이들 키우며 오래도록 살았다고 한다. 끝까지 시치미 떼는 솜씨 참 ㅋㅋㅋ)

-작년에 있었던 포르노 비판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는 성적 퇴폐와 방종을 유감이라고 했다. 혼전관계, 동거, 난교, 프리섹스, 스와핑, 동성애, 변태성욕 등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청소년에게는 순결을 권장하고 있다(청소년에게 권장할 정도면 당연히 중년에게도 권장해야 되는 것 아닌가. 순결하지 않기로 따지면 중년들이 훨씬 심하다).
하지만 성의 해방과 인간의 자유, 특히 여성의 자유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자가 홀로 자립해 살아가고자 한다면, 성의 자유는 제 손에 꽉 쥐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 살기가 만만치 않다.
그랬을 때, 어디까지가 방종이고 어디까지가 착실한 삶인지 법률과 도덕 따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가?
(277, 1976년 경의 글이고, 뭔가 탈탈 까고 있는 대상은 공산당, 그 보수성 ㅋㅋㅋ 나는 공산당에 의지하거나 친근감을 가지는데, 니들이 이럴 때 짜게 식어-하는 글 ㅋㅋㅋ맥락이 왠지 모르게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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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28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ㅋㅋㅋㅋㅋ 20대 유열님도 궁금하고 지금의 유열님도 궁금하다.... 유열님의 빻음과 올바름을 왕래하는 균형적인 독서일기 재밌습니다. ㅋㅋㅋ 앤드류 포터 소설 아까 땡투했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3-07-28 15:28   좋아요 1 | URL
으아니 ㅋㅋㅋ은오님 각잡고 땡투 누르고 주문하고 소설!소설을 읽자! 하는 경건함이 여기까지 전해 옵니다...
저의 이십대는 아마도 은오님보다도 훨 덜 지혜롭고 남과 무던히 지내지 못하고 그런데 또 웃기는데 강박적이고 훨씬 꼰대스럽게 깝치는 찌그래기 아니었나 싶습니다(이십대 때 직장에선 넌 오십대 같애!소리 들음ㅋㅋ)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별로 달라진 건 없네요 부끄러움 ㅋ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격려의 피드백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28 15:29   좋아요 1 | URL
그리고 은오님이 청혼남발자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는데 나한테는 한 번도 안 그런 걸 보니 생각보다 제정신 박힌 사람이구나 ㅋㅋㅋ남발은 아니고 확고한 취향에 기반한 신중한 처사구나 (좋은 일이야 자신을 지키는 선긋기) 싶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28 20:41   좋아요 1 | URL
아니 유열님 귀신인가?! 각 좀 잡았습니다 ㅋㅋㅋㅋㅋ 유열님 리뷰 찾고 땡투버튼 찾느라 좀 헤맸어요!! 😢
미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결혼신청한 분들과 유열님이 결이 좀 다르긴 해요. ㅋㅋㅋㅋ 근데 유열님은 비교적 최근에 저랑 인연을 맺은 분이라 아직 안심하시기엔 이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지금은 제가 매번 유열님의 표현력과 재치에 감탄하는 열혈독자1이라는 사실만 밝혀두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