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책을 읽는 속도가 그 전과 비교해서 현격이 떨어져 온 것 같다. 늘 그런 생각을 해왔는데 금년에 와서는 더더욱 그 속도가 떨어졌는데 다른 것보다도 일이 너무 많아서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일처리를 하고 집에 오면 자기 바쁜 탓이 크다. 체력도 떨어지고 평일에는 늘 일에 시달리고, 게다가 날씨는 4월 현재까지도 해가 진 후, 그리고 해가 뜨기 전 새벽엔 무척 추운 탓에 새벽운동은 거의 못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빡빡하게 하루를 보내고 필요한 수준의 업무량을 소화하고 집에 돌아오면 조금 앉아있다가 자버린다. 어젠 밤 여덟 시가 넘어 퇴근을 했는데 3개월 정도 격무에 시달리고 나니 세상에나, 술생각도 나지 않았기에 내심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 달에 채 열 권을 읽지 못하는 듯하여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아마 40세 생일에 세운 80까지 만 권을 읽겠다는 목표는 채울 가능성이 없게 될 것이다. 권수가 중요한 건 아니라서 요즘은 좀 무덤덤하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워낙 수많은 판본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어로 찾아도 정확히 내가 읽은 판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The Fellowship of the Ring을 드디어 완독했다. 아직 두 권이 더 남아 있고 이 세계관에서 파생된 수많은 스토리를 다 읽으려면 까마득하지만 그래도 이 거장의 작품을 처음으로 한 권이나 읽었다는 건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가장 작고 약해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맑고 질긴 호빗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으로 톨킨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고 생각된다. 왕조의 후예도, fairest한 엘프도, 강한 드워프도, 마법사도 아닌 오직 호빗 Frodo만이 절대반지를 운반할 운명이고 그 또한 Sam의 헌신저인 도움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였고, 결말의 시점에서는 더더욱 어떤 한 존재가 없었더라면. 


이제 Two Towers로 넘어갔다. 이 또한 쉬운 단어라고는 하지만 400페이지가 넘는 구성이라서 언제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책은 있으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믿음이 더욱 강해진다.


건성으로 읽어서 딱히 내용을 머리에 남기지 못했다. 서점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 특히 일본 특유의, 한 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지키면서 드나드는 사람들과 생긴 이야기를 풀어나간 형태인데 특별히 흥미롭게 본 것이 없다. 책과, 서점,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종종 읽고는 있지만 늘 즐겁고 땡기는 책을 만나는 건 아니라서. 



책을 더 읽기 위해서는 새벽시간에 운동을 하고 상대적으로 길게 주어지는 시간을 이용해서 반드시 cardio비중을 늘려야 한다. 걷고 자전거를 탈 땐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 한 권씩 읽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 폰을 가급적 들여다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간간히 들여다보는 편인데도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데 여기에 눈의 건강이 떨어지는 건 덤이다. 이 두 가지를 신경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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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4-05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피곤하시면 술 생각도 안 나실 정도인지...
좀 쉬엄쉬엄 가시는 달도 있어야 10000권 채우시죠.

쉬엄쉬엄!
저도 transient님 다짐을 읽고 슬쩍 찔려하며 다짐합니다. 유투브 좀 그만 보겠다고^^;;;

transient-guest 2023-04-05 11:34   좋아요 1 | URL
점점 더 시간도 없어지고 읽는 속도도 떨어지고 해서 늘 신경이 쓰입니다. 집에 가면 당장 책을 보기보다는 그냥 아무것도 않고 널부러져 있어요. 몇 줄 보다가 보면 졸렵고 해서 그냥 자버리네요. 이제 겨우 그러나 너무 빨리 1st quarter가 지나갔어요. 정신 없이 그렇게 매년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폰을 너무 많이 봐서 눈 건강도 안 좋아진 것 같아서 덜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잘 쓴 에세이에서는 소설 이상의 묵직함과 창작의 깊이가 느껴진다. 신변잡기로 흔히 낮춰 평가되는 경향도 있고 나도 종종 그렇게 깎아내리는 경우가 있지만 가끔씩 이렇게 좋은 에세이를 만나면 그런 일반화가 무척 부끄러울 정도. 


읽는 내내 베를린의 '그'는 누구인가 궁금했었다. 기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허구의 인물로써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을 읽은 지금에도 확실히 '그'가 허구인지는 알 수가, 아니 믿을 수가 없다. 허구의 인물이라고 하기에 '그'는 너무도 생생한 캐릭터를 갖고 있었다. 집에 두고 온 탓에 문장을 정확하게 인용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하나의 같은 책을 시간을 두고서 사들이는 모습을 정당화(?)하는 문장 하나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요컨데 젊은 홍안의 청년이 사들인 어떤 책 (이를테면 Great Gatsby라고 해두자)과 그가 세상을 살아낸 후 필경 지천명을 넘긴 어느 즈음에 사들인 책은 모든 의미로나 표징으로나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분명히 이 문장에서 사들이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다른 나이대에 읽혀 다가오는 책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한 문장에게 사로잡혀 엊그제 하루 내내 이 책을 붙들고 있었다. 늘어진 작년-금년의 우기도 이제 끝나가고 봄이 오려는 지금이지만 여전히 아침과 저녁으로 추운 주말 시간에 그렇게 한 문장이 책 한 권을 끌고간 것이다. 어떤 이야기였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제대로 짧게 설명해줄 수 없어 그저 직접 읽어보라고 말하겠다.


월요일부터 업무시간대가 왕창 늘어난 요즘의 일상의 한 주가 다시 시작되어 오늘도 퇴근이 늦었다. 내일은 그룹으로 새벽에 운동을 할 예정이라서 얼른 마무리하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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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3-28 16: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배수아의 에세이집인가 보네요. 배수아 저작 마지막으로 읽은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배수아 작가는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근데 한국 작가들과 바이바이 하고 이제는 잊혀진 작가군이 됐네요..^^;;

트랜스 님이 추천해주시는 그 느낌이 뭔지 저도 알것 같습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23-03-29 11:38   좋아요 0 | URL
뭔가 이런 느낌의 글 참 좋습니다. 외롭고 쓸쓸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듯하고 살짝 가끔은 몽환적인 듯. 장르소설이 아닌 요즘 한국 작가의 ‘순‘문학은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에세이는 더 찾아볼 것 같습니다. ㅎㅎㅎ
 

지금의 분야에서 일을 한지는 17년째. 사회생활을 일과 함께 시작하여 남들보다는 많이 늦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한 분야에서 같은 일을 17년째 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사 사무실을 차린 것도 벌써 11년이 넘었으니. 


일이 잘 풀릴 땐 기분이 좋고 그렇게 보람찬 일도 없지만 일이 틀어지거나 잘 안되면 자신에게서, 고객에게서, 그리고 다른 이의 삶의 중요한 일이라서 등등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질척거리면서 진행된 케이스들은 보통 질척거리면서 마무리가 되고 결과가 잘 안 나와주면 또다시 질척거리면서 보완을 하는데 보통 이런 경우에는 궁합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가 피곤해진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김영하작가의 말, 인생은 살아내는 것, 견뎌내는 것이란 말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삶은 일종의 코스프레, RPG 같이 난 사무실에 들어오는 순간, professionally 사람을 만날 땐 직업에 따른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그렇지 않을 땐 그저 goofy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책을 사들이고 읽을 땐 뭔가 문사스러워지고, 게임을 할 땐 아이가 되고, 운동을 하거나 무술단련을 할 땐 날을 잘 세운 한 자루의 검이 되고 싶어진다. 물론 RPG가 항상 좋은 모습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서 뒤돌아 생각해보면 아주 이상한 사람처럼 이상한 소리를 하고 바보같은 짓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만...


어쩌다 보니 오늘은 전화로 시작해서 전화로 끝난 하루가 되었다. 사실 서류업무는 조금 지친 것도 있고 해서 slow하게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오늘의 퇴근도 저녁을 넘겨버렸다. 그래봐야 내 직업군의 평균업무시간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어쨌든. 이런 날은 한잔을 제대로 걸쳐야 하는데 마침 이 만화를 읽으니 가벼운 안주를 계속 바꿔가면서 이 술에서 저 술로 옮겨다니고 싶다. 나성에 있었으면 필경 술도 더 많이 먹고 다른 말썽도 많이 부렸을 것이다. 워낙 late bloomer라서 그런지 나이를 아주 많이 먹어버린 지금에 와서야 이런 저런 경로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가드를 조금만 내려도 큰일이 날 것이다. 가뜩이나 '유혹 외엔 모든 것에 저항할 수 있다'라는 개소리를 종종 시전하는 인간인데 술까지 들어가면 답이 없을 수도 있으니 아예 불 근처엔 가지 않는 것이 화상을 입지 않는 방법이다.


빨랑 붙잡고 있는 책들을 다 끝내야지 이젠 슬슬 지겨워지려고 한다. 진도가 나가지 않기에 다른 책으로 가지 못하는 이 상태를 벗어나야지 싶다. 


그나저나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한 이후부터 가끔씩 마른 기침을 하는데 아주 귀찮아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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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하나 시작하면 평일에는 책을 거의 읽지 못한다. 사실상 퇴근 후 잠깐이 하루에서 남는 시간의 전부인데 이걸 TV시청으로 써버리니 다 보고 나면 자야 하는 것이다. 덕분에 반 정도 읽은 책이 몇 권, 거의 다 읽어가는 책이 한 권 정도 있고 그 외에도 보다 던져놓은 책도 여러 권이 있다. 


갖고 있는 책들 중에서 다 읽지 못한 책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과 반비례로 책을 읽는 속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책을 사들인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푸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 누군 술로, 누군 이성관계로, bag으로, 신발로, 등등인데 그나마 책이 좀더 싸다고 위로해보기는 하지만 보관은 둘째치고 제때 읽지 못하는 괴로움은 종종 이루 말할 수 없이 심하다. 


가뜩이나 운동도 cardio에 할애하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자전거를 타면서 가볍게 읽는 시간조차 없어지고 있으니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고서는 향후 10년 이상은 더하면 더했지 개선하기 어렵다고 본다. 


내일은 마침 그룹으로 새벽에 운동을 하기로 했으니 그걸 기점으로 평일에도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는 습관을 다시 만드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다 하루 하면 아주 좋은데 매일 못하는 건 결국 나태함, 게으름, 나이 등등 열정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가끔 나가 놀아보면 다시 활력이 돌아오기는 하는데 이건 결국 밤문화로 연결되니 너무 자주했다가는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각오를 새롭게 하여 motivation을 찾는 것이 좋겠다. 희망이든 용기든, 활력이든 남으로부터 얻는 건 별로 좋은 현상이 아니라서.


기왕 배우는 기회에 큰 운동을 좀 해봤으면 좋겠다. 그래도 해온 내공이 있어서 자세를 잘 잡아주면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는데 지난 번 deadlift 를 수행하면서 당일 100kg까지 해볼 수 있었던 걸 보면 확실히 쌓은 건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이번에도 deadlift하고 어쩌면 턱걸이, reverse barbell row 같은 걸 해보고 싶다. 내일 나오는 사람들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뭐든 속도가 날 때 많이 해둘 일이다. 책을 읽는 시간조차 점점 없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건만. 


내일이면 알라딘에서 새롭게 주문한 몇 권의 책이 오고, 오늘 그간 드라마로 즐겁게 본 Lockwood and Co.시리즈, 그리고 Shadows and Bone 3부작에 Berserk 디럭스판 12를 주문했으니 확실히 이건 뭔가 '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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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3-23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라마 보는 것도 소설 보는 것의 대신이라고 생각하고 보고있습니다. 제가하는 일이 그런 것과 관련이 있는거라서. ㅋ
책은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좋다는 말도 있어요. ㅎ

transient-guest 2023-03-23 10:53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영화/드라마도 좋아해서 책 못지않게 모아들인 것들이 있어요. 저 멀리 비디오 테잎 하나 가격이 당시 물가에선 엄청 비싸던 시절부터 지금 4k 까지. 서재에 책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영화와 함께 나중에 잘 정리해놓으면 장수/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공간 가득한 책을 보면 진짜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행복합니다.ㅎㅎㅎ

psyche 2023-03-23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Lockwood and co가 드라마로 나왔군요. 몰랐네요. 당장 찾아봐야겠어요. Shadows and Bone도 재미있나요?

transient-guest 2023-03-24 00:10   좋아요 0 | URL
둘다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Teen소설로 알고 있었는데 Lockwood and co는 supernatural dystopian 해서 전혀 그런 느낌이 없고 shadows and bone도 세계관이 잘 잡혀있어서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운동은 골고루 하는 것이 좋다. 근육만 키워도 밉고, 달리기만 계속 하면 몸이 너무 가늘어질 수도 있는데 가끔 마주치는 아주 오래 잘 뛰는 노인들을 보면 그다지 닮고 싶은 모습은 역시 아니다. 해서 pre-COVID 당시 최대치로 능력을 끌어올렸을 때는 weight를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하고 주말 같은 경우 달리기 + 스핀 + 줄넘기로 1500-2000 kcal정도의 수치를 올리곤 했었다. COVID가 닥친 후 gym이 문을 닫은 후 잠깐 주춤했었으나 다시 일년 정도는 훨씬 더 늘어난 걷기, 달리기, 줄넘기, 그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의 근육운동으로 대략 7-80% 정도의 근력은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당시 보통의 루틴은 새벽 다섯 시 정도에는 길을 나서 걷거나 뛰는 것으로 3-4마일을 치고 줄넘기를 하면서 조금 숨을 가다듬고 다시 근처 다운타운을 돌아오면서 커피를 마시며 걸어 오곤 했었다. 이후 출근하여 일을 하고 점심 때 정도에 할 수 있는 맨몸운동과 가벼운 덤벨 (그 정도 밖에 갖고 있는 것이 없었고 당시 모든 것이 품절이 되어 값이 올라 더 이상 구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로 3분할 정도로 매일 운동을 했고 여기에 더해 앉은 자세로 죽도를 치곤 했었다. 2021년 중반부터는 gym을 갈 수 있어 서서히 다시 다양한 무게로 운동을 하게 되었지만 또 하필이면 Asian hate으로 새벽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어렵게 끌어올린 cardio운동능력이 어느샌가 다 사라져버렸다. 


주로 gym에서 운동을 하는 요즘이지만 cardio는 전혀 회복을 못 하고 있어 그나마 사무실 근처를 걷는 것으로 갈음하곤 했는데 기상이변으로 3월 중순이 넘도록 폭우와 강한 바람이 계속되고 있는 켈리포니아의 봄을 지내느라 이것도 요즘은 여의치 않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서 너무도 바쁜 일정이 1월부터 계속 되고 있어 요즘 따져보면 운동량이 약 25% 정도 감소한 것으로 기록이 된다. 


COVID기간 동안 키운 맨몸운동능력이 사라지는 것이 싫고 또 이건 이대로의 재미가 있어서 바쁠 땐 하체운동의 경우 특히 사무실에서 4-50분 정도 빠르게 수행하고 있다만 역시 집에서 사무실로 매일 commute하는 시간이면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할 수 있을테니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새벽-아침의 gym운동 + 하루 중반의 추가운동으로 꾸준히 다시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사무실계약이 만기가 되어 집 근처의 사무실로 알아보려고 하는데 management에서 매우 좋은 offer를 보내왔다. 거기에 나처럼 오래된 경우 (그래봐야 4년이지만) 1-2개월 정도는 free rent를 준다고 해서 잠깐 마음이 흔들리긴 한다. COVID당시 정착되기 시작한 remote working + 점점 더 확대되어 가는 clouding 의 도입으로 많은 중소규모의 startup들의 탈중앙, 탈사무실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 큰 이유라고 한다. 당장 내 사무실 unit 옆의 2-3000 sq ft의 startup도 재작년엔가 하루 업체가 와서 서버용 PC등을 수거하더니 모든 걸 clouding에 올린 후 사무실을 나가버렸고 내 앞의 unit (가끔 이야기를 나누던 FOX성향의 할아버지가 있던)의 회사도 아예 중간에 사람들이 사라져버렸는지 eviction notice가 붙어버린 것이다. 모르긴 해도 대충 공실율이 15-20% 정도 되는 것 같은데 office property가 soft해진 것이 이미 2018년 중반이라서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이 뜻은 내가 얻고자 하는 장소 또한 뭔가 가격을 낮추고 특전도 좀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결국 비슷한 빌딩들끼리 비교하면 어느 정도 가격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이번에 잘 찾아서 3-5년 정도를 잡고 들어가면 좋은 가격으로 사무실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일하면서 사무실 rent를 아끼고 싶은에 아직 그 단계의 편안함까지는 못 왔기 때문에 그건 아마 좀더 미래의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50대 중반이 된 무렵엔 그때까지 살아남은 사무실이라면 남의 눈은 그다시 신경쓸 것 같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누가 뭐라하든 지금까지 쌓인 reputation 에 10년 정도가 더해진다면 일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일이 계속되는 전쟁속의 전투와 전투 사이의 고요함의 반복인데 (사실 고요한 휴지기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한 해의 1/4 (매번 반복되는 내 패턴이자 이 시기엔 어김없이 나오는 표현이지만)을 보내고 있다. 업무일정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고 매일 하나씩 뭔가를 풀어내면서 중간 중간 갑자기 생기는 업무에 일정을 조율해가면서 하루를 보내다보면 아마 금방 4월 중순을 넘겨 한 해의 1/3이 빠르게 지나갔음을 한탄하고 신기해하며 (지난 10년이 매번 같은데 여전히 신기한 것도 이상하지만) 작년에 이어 같은 소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운동과 책읽기 등 여가에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지고 있다. 이건 내가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데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기왕 무라카미 하루키와 다치바나 다카시를 (요즘 같은 때 하필이면 왜 일본인들을 role model로 삼게된 건지) 따라가려고 하니 새벽기상과 부지런함, 계획된 하루일과는 숙명과도 같다. 하고 싶은 말은 오늘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못 했다는 투덜거림이지만...


제목만 보면 에드거 앨런 포와 그의 이름을 일본어로 차용한 에도가와 란포의 vs 같은 책이라 착각할 수 있는데 아마 이걸 유도하지 않았을까 지레 짐작해본다. 포의 팬이라서 그의 책과 작품을 이미 여러 판본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란포'에 해당하는 부분은 고작 36페이지였다는 걸 알았더라면 아무리 란포가 쓴 포의 작품해제가 궁금했어도 사지는 않았을 것 같다 (확률상 90% 이상). 어쩐지 많이 망설여지더니. 


책을 열고 즐겁게 란포의 해제를 그렇게 읽더가 43페이지 후 갑자기 포의 작품제목이 나오길래 작품별로 해제를 한 것이가 싶어 더욱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 읽다보니 이미 읽은 이야기가 약간은 낯선 번역문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워낙 읽은지 오랜된 이야기들이라서 바로 알아채지는 못했기에 계속 읽어가니 '모르그가 살인사건'의 그 유명한 문장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때서야 해제를 끼워 넣은 포 단편집에 지나지 않은 걸 full price로 구해버린 걸 알아버린 것이다. 이때의 분노와 실망이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해제'만 짧은 책으로 엮어 팔 수는 없었을테니 출판사의 입장도 이해를 해보려고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싶다. 이런 책이 또 다시 눈에 띄게 되면 사기 전에 열심히 조사를 하게 될 것이다. 


지난 몇 주 전의 V. Sattui 와이너리에서의 즐거운 시간이 내 입맛을 망친 듯, 늘상 마시던 2-30불대의 와인이 더 이상 향기롭지도, 맛나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직원의 호의와 sales skill로 예정에 없었던 tasting이 하필이면 다 reserve wine으로만 진행이 되어버린 덕분이다. 고가의 French wine을 쉽게 마시는 사람이 보면 웃겠지만 wine 한 병에 100불은 커녕 50불도 그냥 마셔버리기엔 좀 아까운 난 보통 집에서 혹은 지인들과 편한 자리를 즐길 땐 2-30불대의 와인이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이 와인이 맛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쉽게 값의 range를 올리자니 주머니도 그렇고 사실 비용도 아깝기 때문에 이건 다시 입맛이 낮은 가격의 와인이 익숙해질 때까지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맛의 달인 70'에서 나온 위스키 이야기를 보고 나니 다양한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지는데 그나마 이건 한번에 조금만 마실 술이라서 좀 낫지 않을까 싶다. 바에서 비싸게 파는 것도 대충 1-200불 대면 거의 구할 수 있는데 와인과 달리 이건 한번에 조금만 마시는 술이라서 사무실을 옮긴 후 정리가 끝나면 조금씩 접근해볼 것이다. 


벌써 밤 8시가 넘었다. 일도 많았고 조금 전 고객의 급한 전화를 사무실에 있는 김에 응대한 덕분이다.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나면 뭔가 뿌듯함이 있어 좋다. 이젠 까마득한 대학교 1학년 첫 학기때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밤 열 시에 나무향 가득한 맑고 싸늘한 가을공기를 마시던 95년의 가을밤이 떠오른다. 이젠 매일 그렇게 하면 황천행티켓을 끊을 위험이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여전히 설레임을 느낀다. 


이렇게 늦게 들어가니 새벽운동은 물 건너 갔구나 싶다만 어쩌겠는가 삶과 일이 동의어가 되어버린 건 나만의 일이 아닐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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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3-03-15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하지 않으면 운동량을 늘리기 어렵죠. 아시안 헤이트 라는 현상 때문에 새벽 달리기를 못하고 계시군요. 저런!!

저는 겨울 내내 춥고 피곤하단 핑계로 간단한 맨몸 운동을 잠깐씩 하는 수준으로 지냈는데, 이제 날이 풀렸으니 운동해야지 마음을 먹고 있어요. 아직은 마음만. ㅎㅎ

다음주까지 정신없이 바쁜데, 그 뒤부터는 좀 제대로 운동할 생각입니다.

[포와 란포] 표지만 보고 오! 재밌겠다 싶었는데,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군요. 이건 전형적인 제목 낚시네요. 책을 읽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낚시. 분노와 실망을 느끼실만 합니다.

transient-guest 2023-03-16 09:58   좋아요 0 | URL
지금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다시 러닝을 하려니 시작이 어렵네요. 늘 뭔가 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리 오래 꾸준히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안 하면 하기 싫어지는 걸 보면 그래요. 한국은 겨울엔 실내운동이 아니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 다칠 위험도 있구요. 봄이 오면 황사를 피해서 조금씩 하심이...ㅎ

‘포와 란포‘는 확실히 노린 것 같습니다. 이미 포의 작품을 갖고 있으면 굳이 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몰랐으니 주문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