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는 무려 1970년대에 그간의 진화론을 대중적으로 집대성하여 이기적 유전자를 펴냈다. 여기서 처음으로 밈의 개념을 등장시켰고, 무엇보다도 진화를 유전자의 측면에서 쉽게 풀어 설명한 것이 화두였다.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가 자신의 번성(지속적 복제)을 위하여 그것을 담아내는 유기체를 만들어내었고, 그 유기체가 유전자를 번성시키는 방법은 자신이 번식할 때까지 충분히 생존하고, 이후 성공적으로 번식하는데 성공하여 자신안에 갇혀있는 유전자를 다음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진화란 이런 이기적 의도를 가진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번성하도록 유기체가 적합도가 높은 방향으로 변화해나가는 것이었다. 

 이처럼 진화에서 유전자는 자신의 번성만을 당연히 생각하기 무척이나 이기적으로만 느껴지며 다른 유전자 및 그것을 담아내는 개체들과 경쟁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세계는 복잡하며 오로지 자신에게만 속하는 이득은 존재하기 어렵다. 때론 아니 상당히 많은 경우에 다른 유전자 및 개체와의 협력은 나 자신만의 번성이라는 유전자의 이기적 의도를 보다 경쟁할 때보다 더욱 성공적으로 이끌어주게 된다. 때문에 유전자 및 세포, 개체들은 경쟁만큼이나 오랫동안 협력을 해왔다. 그렇기에 애초에 인간은 협력적인 존재이며 타고난 선한 존재라는게 책 '휴먼 카인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인간만이 갖고 있는 도덕이라는 도구는 인간사회의 성공적 협력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협력을 위한 내적기제들이 사회문화와 복잡하게 얽히며 진화 및 문화의 발달과정에서 얻게 된 발명품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간은 진화로 얻은 적응기제로 협력과 경쟁이라는 심리 요소 및 육체적 특질,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있으며, 이는 환경 및 문화와 타고난 조건에 따라 상당한 변주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조지 레이코프는 진보와 보수로 갈리는 지금의 사회에서 보수는 세상을 경쟁의 장이자 선과 악의 이분법적으로 보며, 승자와 패자를 평등하게 보지 않는 성향의 부모 밑에서 자라는 사람들이 갖는 성향이며, 진보는 세상을 평등과 모험의 장으로 보고, 세계를 유연하고 답이 없는 곳으로 보는 개방적 부모밑에서 자라나는 사람들에게 많이 생겨남을 주장했다. 이는 경쟁적 성향과 협력적 성향의 부모로 대응될 수 있으며 결국 인간의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도 진화과정에서 얻게 된 협력과 경쟁에 대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느냐로 파악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최근 인간사회는 자본주의 및 여러 세계적 위기의 심화로 협력보다는 경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소득의 감소로 인한 실존적 위기로 인해 서로 간에 장벽을 쳐가는 종족주의의 편협한 시대로 치닫고 있는데 이를 지적한 것이 팀 마샬의 장벽의 시대다.

 이번에 읽은 책 협력의 시대는 어떻게 보면 이런 내용들의 집대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인간이 어떻게 다른 종과는 질적으로 다른 협력을 하게 되었고,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위기가 우리의 협력을 저해하기에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고안해야한다는 주장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책으로 들어가보자.

 인간은 사실 그 존재자체만으로 매우 협력적인 존재다. 왜냐하면 인간의 몸은 무려 37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그 세포들이 모두 협력을 하고 있고, 그 내부의 유전자들도 모두 협력하며 생명을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세포 생물의 역사가 무척이나 오래되었기에 이런 협력은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렇게 여러 부분이 복잡하게 모여 하나의 개체로 결합하려면 사실 모든 부분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는 바로 근연성이며 최고로 근연성을 높이는 방법은 복제다. 때문에 다세포 생물의 모든 세포는 유전자가 같다. 하지만 조금더 안으로 들어가 유전자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성생식을 하는 다세포 생물은 생식세포가 감수분열을 한다. 즉, 자신이 다음세대로 이어지는 생식세포에 들어갈 확률이 50%라는 것이다. 때문에 몇몇 유전자는 자신만의 번성을 위해 이기적 행동을 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로만 전승되는데 따라서 이 유전자에게 인간 남성을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에는 유리하지만 남성에게는 불리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레비 유전 시신경 병증이 그것이다. 이는 유전자 변이로 시력을 읽는 증상으로 남성에게만 발현된다.

 어떤 유전자는 감수분열 전 자신을 미리 복제하여 모든 염색체에 숨어드는 꼼수를 쓰며, 다른 유전자는 조용한 암살자가 되어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생식세포를 제거해보린다. 이는 정자와 난자의 수를 줄여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유전자들은 결집하여 이런 부정행위를 감시하고 막는다. 한 몸의 개체안에서도 협력과 이를 방해하는 경쟁이 상존하는 것이다.

 개체들간의 협력은 집단수준에서 이뤄진다. 실험에서 단세포 조류가 있는 곳에 단세포 포식자를 넣으면 단세포 조류들끼리 뭉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포식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먹이감들이 뭉치게 되면 포식될 확륙이 뭉친 수만큼 줄어들게된다. 때문에 아마도 최초의 다세포의 결집은 포식을 피하기 위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여튼 가장 손쉬운 개체간의 협력은 높은 근연도를 자랑하는 가족간의 협력이다. 인간의 짝짓기는 남여의 신체구조차이와 고환의 크기를 미뤄볼때 일부일처를 오랜기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완전한 일부일처는 아니며 사별이나 여러 이유등으로 새로운 만남이 허용되는 순차일부일처제이다. 이 경우 필연적으로 남여의 적합도가 완전 일치하지 않아 양육에 있어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때문에 인간 남여는 양육에 있어 헌신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자신의 자식임을 확신할 수 있는 모계는 양육에 헌신적인 반면 부계를 그렇지 않다. 다만 이런 경향은 문화적인 차이를 보이기도 하며 환경에 의해 달라지기 한다. 성비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여성이 많은 경우 남성은 육아에 거의 헌신하지 않으며 새로운 짝짓기 기회를 노린다. 반면 남성이 많은 경우 여성을 지켜 후세를 확실히 하기 위해 육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조절하는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인데 이것이 높으면 육아에 집중하지 않고 낮음녀 집중한다. 

 남여갈등은 태아의 몸속에서도 일어난다. 태아는 모체에게서 얼마나 많은 영양분을 쥐어 짜내는지에 대해 모계 유전자와 부계 유전자가 갈등한다. 동물의 태반은 두 종류로 상피융모막 태반과 혈융모태반이 있다. 상피융모막 태반은 태반 조직이 자궁상피와 분명한 경계를 이루는 반면 혈 융모태반은 태반세포가 자궁벽을 지나 모체의 혈관에 파고든다. 그래서 인간은 태반이 영양공급에 주도권이 지닌다. 태반에서 만들어지는 태반성 락도겐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한다. 그 결과 임산부의 혈당이 올라가고 혈당흡수능력이 떨어지며 그 결과 태아는 더 많은 혈당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다른 호르몬은 모체의 혈압으로 높여 태아의 영양흡수를 높인다. 즉, 모체는 태반으로 인해 심각한 임신증후군은 고혈압과 당뇨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여기에 태반세포에 대해 침투를 허용하는 쪽으로 인간의 신체가 진화하면서 전이암에도 취약해졌다. 실제로 태반의 침투성이 적은 종일 수록 전이암이 낮게 나타났다. 반면 인간은 한 장기에 암이 발생하면 다른 부위로 암이 쉽게 전이된다. 

 인간의 협력은 가족을 넘어서도 이뤄진다. 사실 그렇기에 인간은 지금 수준의 문명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인간의 협력은 단순한 상호호례를 넘어선다. 자신이 가까운 시일내에 보답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도 인간은 협력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지닌다. 이런 인간의 협력 경향을 상호의존이라 한다. 상호의존은 개체의 이익이 동료의 건강에 달려있어 설사 도움을 보답받지 못하더라도 동료에 투자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즉, 나의 소속 집단의 구성원이라면 그의 안녕이 소식집단의 안녕에 기여하고 그것이 나의 적합도 상승으로 이어지기에 이런 수준의 협력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협력 이외에도 당연히 자신만의 안녕이라는 이기적 동기도 갖고 있기에 추가적 도구가 필요한데 이것이 처벌과 평판이다. 실제로 상호의존에 협력하지 않는 규칙 위반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면 매우 높은 수준의 협력이 이뤄진다. 규칙 위반에 대해 처벌이 없는 경우와 있는 경우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처벌은 그 집행이 쉽지 않다. 처벌은 기본적으로 그걸 당하는 규칙 위반자를 해롭게 하는 행위기에게 쉽지 않다. 때문에 처벌하는 사람은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이기되고 규칙위반자에게 보복당할 우려도 생긴다. 그럼에도 처벌은 집단의 안녕에 기여하기에 제2의 공공재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처벌의 방관자는 제2의 무임승차자로 불린다. 이처럼 처벌은 어렵지만 인간은 처벌을 즐기는 쪽으로 심리기제가 진화했다. 인간은 친사회적 행동 및 봉사등의 활동을 할 때 보상영역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처벌할때도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 실제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회내 다른 개인이 악영향을 끼친 악당이 처벌받으면 강한 카타르시스와 즐거움을 느낀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항상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이처럼 처벌은 협력을 위하여 필요하지만 부담스러우며 인간은 처벌을 즐기기에 제3자 차벌이 생겨났다. 이는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오늘날 인간사회가 거의 실행하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 교도소를 생각하면 되는데 제3자 처벌로 인해 인간은 대규모 초협력 사회를 실현할 수 있었다.

 평판은 상대에 대한 정보다. 대부분의 거래는 비동기적으로 이뤄지며 때문에 집단에서는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신뢰를 나타내는 지표가 개개인이 가진 평판이다. 때문에 인간은 집단에서의 협력을 위해 평판이라는 심리기제 역시 진화시켰다. 원시부족에서의 사냥에서도 평판의 중요성은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사냥하는 이유는 사실 평판때문이다. 원시부족의 사냥 성공률은 3%정도로 매우 낮다. 때문에 사냥은 열량의 획득때문이 아니다. 인간은 사냥물을 나누어 먹는데 사냥기술이 뛰어난 자가 주로 사냥물을 나누어 주게 되므로 그사람만 수혜를 보게 된다. 하지만 사냥엔 사냥기술이 부족한 자도 참여가 이뤄지느데 이는 이 협력을 통해 사냥을 못하는 자도 위신과 존경을 얻게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사냥을 못하고 열량에도 도움이 안되며 나눔도 일부에게만 유리함에도 사냥이 이뤄지는 것은 이 행위에 적극 참여하는 모두의 협력도가 평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평판 획득은 복잡한 면도 있다. 사람들은 대개 선행은 대놓고 떠벌리는 사람보다는 몰래 실천하는 사람을 선호하며 실제로 사람은 자신의 선행을 남들이 알아주기를 원하면서도 몰래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평판을 얻으면 인간 사회에서 지위를 얻게 되어 적합도가 매우 높아지므로 당연히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질시당하고 공격 받게 된다. 때문에 인간은 남몰래 선행을 하여 공격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갖는다. 

 인간은 협력하는 경향을 진화시킨 덕에 부작용도 얻었다. 바로 피해망상증이다. 피해망상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를 입히려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모든 인간은 어느 정도 피해망상 경향을 지니고 있는데 사회 생활을 하며 해로운 타인을 피하거나 무력화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인간이 어두운 곳이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포식자나 위험한 타인이 있다고 과도하게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부정적 과다함으로 인한 착오는 약간의 피해를 입지만 이것이 실제인 경우 대가는 목숨이다. 피해망상도 이와 비슷하다. 해로운 사람에 대한 잘못된 판단은 실제로 큰 피해로 이어지기에 이에 대해 과도하게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피해망상은 소외된 종교나 인종,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거나 사회관계망이 좁은 사람들에게 더욱 잘 나타난다. 

 협력의 또 다른 부정적 대가는 비합리적 믿음이다. 사실 정당한 믿음과 그렇지 않은 믿음간의 구분은 애매하다. 기준은 과학성, 합리성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평가다. 그리고 이런 특정 믿음은 어떤 집단에 소속할 자격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인간은 집단에 소속되어 자신의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집단 혹은 소속 되고 싶은 집단이 고수하는 믿음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고 쉽게 받아들인다.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뻔한 증거가 있음에도 그러하다. 때문에 이런 믿음에 대해 인간은 확증편향, 의도적 합리화, 선택적 기억등으로 이를 비호한다. 문제는 한 집단이 갖고 있는 이런 잘못된 믿음은 결국 그 집단의 쇠퇴를 불러와 소속 개인의 적응도를 결과적으로 낮추게 된다는 점이다. 백신이 자폐증을 불러온다는 믿음, 지구가 네모난 판이라는 믿음, 코로나에 대한 여러 잘못된 믿음 등이 그러한 예다. 

 이런 잘못된 믿음에 대한 맹신과 확증편향은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세계화로 인한 서구 및 아시아의 부유한 민주국가들의 물질적 환경의 악화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물질적 안전은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의 모양과 크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물질적 안전이 부실하면 인간의 사회관계망이 좁아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넓어지게 된다.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서구 및 아시아의 부유한 국가들의 중산층은 붕괴되거나 경제적 기반을 많이 상실하게 되었는데 민주주의의 위기 및 양극화의 심화가 이것과 같이 일어났다. 즉, 물질적 기반의 상실은 자신의 집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갖게 만들었고, 다른 집단을 공격하고 자신의 집단의 잘못된 믿음을 맹신해 여러 선진국가에서 좀처럼 등장하기 어려운 잘못된 지도자가 선출되거나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일으키는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지구온난화나 민주주의의 위기등 세계적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지구 공공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지구적으로 생각하되 지역적으로 해결하자를 제시한다. 인간의 협력은 자신의 집단, 즉, 지역 수준에세 가장 효과적이니 그런 지역 수준에서 세계적 위기의 문제를 다루자는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파리협약을 탈퇴했음에도 미국의 많은 시나 주들이 지자체 수준에서 이를 거부하고 그 문제를 지역 수준에서 해결해나간 것이 그런 좋은 예이다. 

 언젠가 인간의 협력 수준은 지역과, 국가를 넘어서 지구로 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협력에 대해 인간이 현재 갖고 있는 도구 만으로 그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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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닷슈 2023-02-09 11: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별헤는밤 2023-09-1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왜 지금 국제 바칼로레아(IB)인가 - 교육 혁신과 국가 미래
에리구치 칸도 지음, 신경애 외 옮김 / 교육과학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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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대선에 이어 지선에서도 정권교체는 이뤄졌다. 별로 관심이 없는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인데 혁신교육으로 대표되던 진보교육감들은 여전히 많지만 석권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보수와 거의 균형을 이뤘다. 특히, 경기, 강원지역은 진보교육감이 무려 3선을 했던 지역이라 보수로의 교체는 파장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경기도 교육감은 미래교육을 지향하는데 그 중 한 방안이 IB의 도입이다. IB는 국제 바깔로레아로 일본이 먼저 10년 정도 전에 도입하였고, 한국은 제주와 대구에서 부분적으로 도입이 이뤄진 상태다. 이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고자 하는데 일단 상황이 만만치 않다. 경기도 의회에서 예산의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 실제 IB의 운영에는 외부인력의 도입과 인증과정으로 인해 많은 돈이 들어간다. 즉, 교육과정 실제 운영이 아닌 도입에만 돈이 필요한 것이다. 일각에선 혁신학교에 주던 운영비를 이를 전용하면 된다하는데 IB는 혁신학교와는 달리 프로그램비와 교육과정비가 따로 들어가게 된다. 아니면 돈 없이 운영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기존 혁신학교와의 충돌이다. 양자는 사실 교육적으로 충돌이 날 필요가 없다. 유사한 부분이 많으며 서로를 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새로운 교육감이 새로 시작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혁신학교는 교육법상 자율학교로 지정이 되어 있기에 바로 해제하기가 쉽지 않다. 기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도는 2023년 혁신학교는 그대로 유지하되 어떤 운영비도 지정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재지정 및 신규지정을 하지 않는 형태로 소멸시키는 묘한 형태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인지라 IB가 경기도에 도입이 어떤 방식으로 될지는 올해 상반기나 늦으면 하반기까지 상황을 보아야만 할 것 같다. 경기도의 IB도입과 그 성공여부는 영향력이 크다. 경기도는 한국에 여러 지자체중 하나에 불과하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구는 1300만으로 1/4에 달하고 특히, 학령기 인구로 치면 무려 한국 학령기 인구의 1/2가 경기도 거주중이다. 그렇기에 이 지역의 교육적 변화는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책은 IB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어 실망이 컸다. IB에 대해 교육적으로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혜정이 쓴 'IB를 말하다.'를 보는 것이 훨씬 났다. 책은 일본의 현실에서 교육적 병폐를 진단하고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학습해나가며 질문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IB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왜 IB가 필요한지를 일본의 교육자로써 주장하고 설명하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어도 대체 IB가 뭔지 알 수 가 없다. IB에 대한 동기가 필요한 사람이 보면 좋겠다.

 IB의 10개 학습자상 정도는 제시한다. 탐구하는 사람, 지식이 풍부한 사람, 생각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원칙과 도의를 지키는 사람,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 배려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균형잡힌 사람, 성찰하는 사람이다. 한국의 2015개정교육과정이 제시하는 자기주도적 역량, 지적문제해결역량, 창의적 역량, 심미적 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 역량과 매우 유사하다.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IB와 혁신교육은 유사점이 많다. 갈등보단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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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심 수업을 위한 협력적 수업 설계 가이드 - 교사 공동체의 역량 기반 융합수업 만들기
이은상 지음, 김현진 감수 / 푸른칠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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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선생님들끼리의 생각은 생각보다 어렵고 좀 처럼 잘 일어나지 않는다. 초등이라면 전교과를 다 가르치고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개별교실에 철저히 갇혀있는 편이다. 공간적으로 서로 간의 격리가 있고 간섭하지 않는게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한다는 분위기이다 보니 간섭하는 물론 딱히 협력이 일어날 일도 없다. 중등은 교과의 벽이 두텁게 쳐있다. 교무실에 서로 붙어 있긴 하지만 서로간의 교과의 벽이 높고 서로의 수업에 간섭하는 것은 상당히 주제넘은 일이 된다. 역시 수업설계상 협력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앞으로, 아니 지금의 세상은 교사의 협력을 요구한다. 시대는 역량중심교육을 요구하고 있으며 학생중심학습과 교육과정의 운영을 해야한다. 이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함께하였을때 더욱 제대로 할 수 있다. 모든 교과를 혼자 가르치는 초등은 사실 혼자서도 역량중심교육을 실천하는 프로젝트학습이나 문제중심학습 등의 교과통합수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등은 교과의 벽이 쳐져있기에 위와 같은 실천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별교과를 넘어서는 교사들간의 협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협력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책에 의하면 교사의 협력 유형은 크게 네 가지이다. 우선 단순 협력으로 일상 이야기나, 단편적 아이디어의 교환, 수업 자료와 방법의 공유다. 현장에서 쉽게 많이 일어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긴밀한 렵력으로 특정 책임을 공유하는 교사들의 상호 의존적 협력이다. 자율성과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목표를 공유하는데 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운영되는 혁신학교를 제외한다면 거의 관찰할 수 없는 유형이다. 세 번째는 완전한 협력으로 자율성을 기반으로 주도권을 갖고 협력하는 것으로 역시 드물다. 네 번재는 인위적 협력으로 타인(주로 교육청 또는 교장교감)에 의해 강제, 강요, 명령에 의한 것으로 특정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다. 주로 학교 행사나 공문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으로 가장 교육적 의미가 적으면서도 가장 많이 일어나는 유형이다.

 교사가 제대로 협력하면 여러 긍정적 효과가 일어나는데 학생의 학업 성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교사의 전문성 개발에 도움이 되고, 교사의 업무 방식과 상호작용을 바꾸어 학교의 문화적 수준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를 처리할 수 있는 학교의 변혁적 역량을 향상시키게 된다. 

 책은 교사의 협력을 통한 협력적 수업 설계를 강조한다. 협력적 수업 설계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자율적으로 의사소통함으로써 공통 수업 혹은 개별 수업을 협력적으로 분석, 설계, 개발, 설정, 평가하는 과정이다.

 협력적 수업 설계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팀 준비

 수업 설계전 팀의 목적과 환경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학교의 비전이나 지역, 학생특성을 토대로 올해 학년의 목표 등을 정하는 것이며, 가용가능한 자원 및 서로 간의 역할, 앞으로의 규칙이 정해진다.

2. 분석하기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제를 선정한다. 주제는 빅아이디어나 핵심개념등 큰 것으로 자유나, 평화, 의사소통, 환경 같은 것들이다. 이 주제를 달성하기 위한 교과나 성취기준 등을 정하며, 구체적인 평가상황도 지정한다. 주제가 환경이라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우리 지역이나 학교 등에서 해결방안 마련하기 정도가 되겠다.

3. 설계하기

 설계에선 분석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인 평가 내용 및 방법, 문제상황, 학생활동, 도구, 지원방안등을 결정한다.

4. 개발, 실행하기

 구체적인 자료를 탐색 및 개발하고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이다.

5. 성찰, 평가하기

 모든 설계 단계마다 수행하는 형성평가와 수업과 설계활동을 모두 종료한 뒤 그 성과를 평가하는 총괄평가 같은 역할을 한다. 


책에는 위 협력적 수업 설계단계가 매우 상세히 나와있다. 사실 다섯 단계마다 하위의 단계들이 있으며 해야할 일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그리고 이를 적용한 실제 사례도 나온다. 중등의 예인데 여러 교과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협력한다. 위의 과정은 목표설정 후, 평가상황을 먼저 상정한다는 점에서 이해중심교육과정과 그 순서가 같다. 때문에 유사한 면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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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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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잘 보지 않는 편이어서 중국문학은 일정 나이가 되어 사실상 처음 본 것 같다. 책 제목은 원청인데 중국의 한 도시 이름이며 작가인 위화는 유명한 듯하다. 허삼관 매혈기란 책도 썼다는데 제목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하다. 이 책의 배경은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이 설립하고 붕괴하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이다. 이런 큰 거시적 배경에서 저자는 그 영향을 받으면서도 아랑 곳 않고 자기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철저히 작은 삶은 다룬다. 책 파친코의 첫 구절이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듯 이 책도 그런 느낌으로 진행되며 오래전 읽었던 한국의 소설 고래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책에 나오는 주요인물은 린샹푸, 천융량, 구이민, 샤오메이, 아청 등이다. 린샹푸는 황하 즉, 중국의 오랜 중심인 중원의 한 지역에 사는 인물이다. 재력가이면서 학문이 뛰어났고, 가구를 잘 만들던 아버지를 닮았으나 그 아버지가 고작 린샹푸 나이 5살에 죽는다. 어머니는 홀로 집안을 이끌며 린샹푸를 성년으로 키워내나 역시 그가 결혼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 그렇게 린샹푸는 집안의 전답을 경영하며 살아간다. 재력가로 매파에 의해 여럿 중매를 보았으나 선뜻 연이 닿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원청이란 곳에서 왔다는 샤오메이 아청 남매가 찾아온다. 오랜 여행끝에 그들은 피로하고 여비가 떨어졌으나 입고 있는 옷만은 그렇지 않았으나 린샹푸는 샤오메이에게 끌리기 시작하고 웬일인지 오빠 아청은 여동생만을 남겨둔채 북경의 이모부에게 향한다. 샤오메이는 오빠를 기다리다 린샹푸와 연을 맺는다. 린샹푸는 그녀를 사랑하여 집안의 금괴를 보여주나 샤오메이는 친정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아청에게 금괴의 상당량을 갖고 가버린다. 린샹푸는 좌절했으나 몇달 후 배가 부른 샤오메이가 린샹푸의 아이를 임신했다면 돌아온다. 다시 행복이 찾아오고 린샹푸는 그녀를 잡기 위해 제대로 결혼식을 올린다. 딸 린바이자가 태어나고 얼마 안있어 샤오메이는 다시 사라진다. 이에 린샹푸는 집사 텐다일가에 가계를 위임하고 딸과 같이 샤오메이를 찾아 원청으로 떠난다.

 그런데 원청을 아는이가 아무도 없다. 린샹푸는 그저 강남으로 향한다. 샤오메이와 아청과 비슷한 말투를 하는 지역으로 좁혀간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시진이다. 거기서 린샹푸는 거대한 회오리 바람과 수주일간 이어진 폭설을 만나지만 천융량의 도움으로 그의 집에 기거하며 동업하게 된다. 린샹푸는 가구 만드는 솜씨가 좋아 천융량과 함께 목공소를 운영해 수년 만에 고향에서만큼의 재력을 축적한다. 하지만 십수년이 지나도 샤오메이와 아청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평화롭던 시진엔 토비(도적)들이 들끓는다. 이들은 가정과 마을을 약탈하고 살육을 일삼았으며 사람들을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다. 천융량의 첫째 아들이 린바이자를 대신해 납치되고 시진에선 토비에 대응하기 위해 민병대가 조직된다. 마을의 중심인물이자 상인회의 대표인 구이민이 이일의 중심이 되어 토비를 토벌하자 토비의 수괴는 구이민을 납치해보린다. 

 나이든 린샹푸는 천융량 일가가 떠나고 딸마저 상하이로 유학보내어 외로운 마음이었다. 샤오메이와 아청을 찾는 것도 포기했다. 그런 상태에서 린샹푸는 장래의 사돈이자 신세를 진 구이민을 찾기 위해 토비와 협상을 벌이고 그 와중에 살해된다. 린샹푸의 집사 텐다일가가 그의 시신을 수습하고 고향으로 향한다. 

 이렇게 책은 1부가 끝나며 2부가 진행된다. 2부는 샤오메이와 아청의 이야기다. 그들이 원래 어디살았고, 사실은 어떤 사이이며, 린샹푸와 어떻게 엮이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책은 무척 재밌으며 재미난 소설이 그렇듯 두꺼워 막상 읽기 무섭지만 쪽수가 빠르게 줄어들며 그 줄어듬에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책을 좀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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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물리학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 지음, 홍성욱 감수, EBS MEDIA 기획 / 해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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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의 성경 최초의 구절은 "빛이 있으라"이다. 태양 빛에 의존하여 모든 에너지를 얻고,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며, 태양이 있는 시기에만 활동할 수 있는 인간과 지구생물에겐 이것 만큼 세상의 생성에 전제가 되는 구절도 따로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빛은 당연한 것이었고 필수적인 것이었지만 빛에 대한 궁금증과 연구도 오래되었다.

 빛에 대한 첫 번째 궁금증은 물체가 보이는 것이 물체가 빛을 뿜어 눈에 들어와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눈에서 빛이 나와 물체를 볼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중세 아랍의 과학자들은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올 때 눈이 아픔을 근거로 빛이 외부에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외부 빛의 근원은 태양일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 궁금증은 빛의 굴절이었다. 빛은 공기에서 유리나, 물 등의 다른 매질로 들어갈 때 굴절이 일어났다. 우리 눈에는 빛이 꺽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굴절 각도에 특정한 비례 관계가 존재했고 이를 사인법칙으로 정리했다.

 세 번째는 빛의 속도 측정이었다. 번개가 치면 갑자기 밝아지고 해가 뜨면 세상이 밝아지는 것처럼 빛은 빠른 속도로 퍼지는게 분명했다. 빛의 속도를 재고자 갈릴레이는 먼 산에서 등불을 켜고 반대편 산에서 등불이 보이는 시간과 산 사이의 거리를 통해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고 했다. 다만 빛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이 합리적 시도는 실패한다. 빛의 속도 측정에 성공한 자는 덴마크의 천문학자 뢰메르로 그는 지구가 공전하며 목성과 가까워졌다 멀어지는데 이 때 목성의 위성들이 나타나는 시각과 지구의 공전 지름간의 관계를 이용해 빛의 속도를 측정했다. 실제의 2/3까지 정확했다.

 네 번째는 빛을 반사하는 외부물체들이 어떻게 사람의 눈에 정확히 한상으로 보이느냐 였다. 물체의 여러 점에서 빛이 나오는데 사람의 수정체가 렌즈처럼 빛을 굴절시켜 망막의 한 점에 모아 볼 수 있다는게 밝혀졌다.

 다섯 번째는 물체의 색이다. 통념은 물체가 고유의 색을 갖고 있다였으나 뉴턴은 색이 물체가 아니라 빛에 있음을 밝혀냈다. 뉴턴은 프리즘을 통해 빛 안에 여러 색이 포함되어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여섯 번째는 빛의 본질이다. 빛은 파동이란 생각이 많았으나 뉴턴에 의해 빛은 입자로 취급되었다. 빛이 만약 파동이라면 물과 같은 매질을 지나면 속도가 느려지고 입자라면 매질 사이의 압력으로 매질에서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현재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으로 여겨진다. 

 일곱 번재는 및의 다양한 스펙트럼이다. 뉴턴이 빛이 여러 색이 혼합임을 밝혔고 이어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나 자외선 같은 빛도 발견되었다. 전자기파 역시 빛이다. 

 여덟 번째는 빛의 속도의 일정함이다. 사실 속도는 절대적이기 보다는 다른 물체의 움직임에 의해 규정된다. 다른 물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시속 100이나 그 물체가 나와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 양자는 서로 정지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빛은 관측자나 다른 물체의 운동과 무관하게 항상 속도가 일정하다.

 언급한 것처럼 빛은 파동같았지만 뉴턴의 위상에 밀려 입자로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토마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에 의해 빛이 파동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빛은 파동이기에 전달 매개물딜이 필요했고 과학자들은 그래서 세계에는 빛을 매개하는 에테르란 물질이 가득하다 믿었다. 그리고 그 에테르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이 실시되었다. 두 줄기 빛을 동시에 쏘고 앞에 반투명 거울을 놓았다. 빛 하나는 이를 통과하고 하나는 반사되어 위에 있는 거울에서 다시 반사되어 그 거울 아래의 측정이게 감지된다. 반투명 거울을 통과한 빛도 직진해 역시 맞은 편 거울에 반사되어 돌아와 이번엔 반투명 거울 아래로 반사되어 역시 같은 감지기에 측정되는 형태였다. 에테르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몰라 이렇게 여러 방향으로 같은 거리를 돌리다보면 두 빛중 하나는 에테르로 인해 속도가 느려질거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측정 결과 빛의 속도는 같았다. 에테르가 없음은 물론이요 빛의 속도가 항상 절대적으로 같을지도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인슈타인은 모든 운동이 상대적인데 어째서 빛의 속도는 상대적이지 않은지 고민했다. 속도는 거리 나누기 시간인데 공간과 시간은 당시 절대적인 것으로 건드릴 수 없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서 시간을 건드린다. 아인슈타인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안에서는 빛이 이동하는 거리가 늘어남을 파악했다. 즉, 빛의 속도는 절대적이지만 시간이 상대적이므로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를 수 있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의 탄생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중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 아인슈타인은 가속하는 물체 안에 있는 경우 몸이 가속방향의 반대로 쏠리는 현상과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물체가 지구에 붙어 있는 것이 같은 원리임을 파악한다. 즉, 가속과 중력은 같은 현상이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공간을 휘어지게 함을 밝혀내어 특수상대성이론을 보완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창안한다. 아인슈타인은 절대적이라 여겨졌던 시간과 공간을 상대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뉴턴은 스펙트럼 실험으로 빛 속에 여러 색이 들어있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빛이 특정한 색으로 분산될때는 특정한 굴절률을 가짐을 알아냈다. 이는 빛의 색이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맥스웰은 전자기파를 연구하며 전자기파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탐구했다. 그는 세상이 작은 셀로 가득찼고 각 셀은 작은 유동바퀴로 연결되었다고 상상했다. 그리고 각 셀은 탄성을 지녀 전하 사이의 힘이 파동으로 전달된다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것이 전자기파인데 맥스웰은 전자기파의 속도를 계산해보니 그것이 빛과 같음을 밝혀낸다. 즉, 전자기파는 빛이었던 것이다. 

 JJ톰슨은 음극선을 발사하는 음극선 실험으로 음극선에 질량이 있는 입자가 있고 그것의 질량이 수소 원자의 1/1000정도임을 알아낸다. 그리고 이 입자는 원자의 종류가 무엇이든 항상 질량이 같았는데 이것이 전자의 발견이다. 러더퍼드는 전자 질량의 7500배에 달하는 알파선을 얇은 황금막에 대학원생들을 시켜 수천번 발사했다. 그러다 2년만에 마침내 알파선이 1/8000의 확률로 튕겨나가는 현상을 감지했는데 이는 원자안에 무겁고 단단한 물질이 존재함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즉, 원자핵의 발견이었다. 

 이들의 발견으로 원자의 구성과 원자가 텅 비어있음을 밝혀졌다. 원자는 만약 축구장 크기라면 원자핵은 작은 구슬정도이고 전자는 원자 전체 크기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텅빈 수준이라 인간 한 명의 몸에서 이런 빈공간을 빼고 압축시키며 겨우 소금 알갱이 하나의 물질이 나오며 60억 인구를 마찬가지로 압축시키며 사과 한개 분량에 불과해진다. 

 막스플랑크는 흑체를 연구하며 고전물리학의 통념과는 다르게 모든 파장이 동일한 에너지로 연속적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수 배의 에너지 형태로만 매우 불연속적인 형태를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즉, 양자화되어 있는 셈이었는데 그 양자화의 규모가 매우 작다보니 세상의 에너지는 연속적인 것처럼 보였다. 이는 원자 내부의 전자의 상태로 연결되었다. 닐스보어는 원자핵이 양극이고 전자가 음극임에도 전자가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의문이었다. 뉴턴의 실험에서 빛의 스펙트럼은 각기 다른 색깔, 즉, 다른 에너지 진동수를 나타냄이 밝혀졌는데 보어는 이 스펙트럼이 원자의 내부구조와 빈공간을 알려준다고 생각했다. 보어는 플랑크 상수를 이용해 전자가 불연속 에너지를 갖는다고 추측했는데 이것이 유명한 양자도약이다. 전자는 여러 궤도에 존재할 수 있으며 가장 낮은 궤도로 갈때는 에너지를 흡수했고 높은 궤도로 갈땐 에너지를 방출했다. 이것이 스펙트럼으로 보인 것이다. 즉, 전자는 가장 낮은 궤도 더 아래론 갈수 없기에 전자가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는것이었다. 

 보어의 제자 하이젠 베르크는 보어의 전자 궤도를 버리고 전자파의 진동수와 세기만을 고려했다. 그는 전자의 궤도는 허상이라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이후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더욱 발전해 지금은 전자는 입자이나 어느 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파동의 형태로 확률적으로 다양한 위치에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즉, 전자는 물질파로 여겨진다. 하이젠 베르크에 의해 그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잴수 없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밝혀졌고, 전자가 어느 위치든 확률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었다. 

 한 편 세상에는 네 가지의 힘이 있다. 이들은 처음엔 통합되어 있다 분리되었다. 빅뱅후 10의 -43초에 중력이 분리되었고, 10의 -34초에 인플레이션이 종료되자 강력이 분리되었고, 이후 순차적으로 전자기력과 약력이 분리되었다. 대통일장 이론은 이들 네 힘을 통합하여 설명하는 것이다. 현재 우주에는 12종류 입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쿼크 6개, 렙톤 6개이다. 그리고 위의 4가지 힘을 매개하는 입자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초끈 이론은 이들 입자들이 10의 -33cm길이에 불과한 끈들로 이루어졌다고 본다.

 이 끈들의 진동에 따라 각기 다른 성질을 갖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끈이론은 여분의 차원이 있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4차원 공간에 6차원 공간이 관측불가능할정도로 매우 작게 말려있다고 본다. 즉, 세계는 10차원인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끈이론을 설명하는 이론이 무려 5개로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은 M이론이다. M은 membrane의 약자로 막이란 뜻이다. 기존 10차원에 막의 등장으로 세계는 11차원이 되며 한 차원위에선 모든 문제가 간단해지듯, 5개의 끈이론도 같은 현상을 각기 다르게 본 사례에 불과해지면 하나로 통합된다. 막이론에 의해면 끈은 막에 붙어 있거나 막에서 생성되기도 한다. 일부 M이론 과학자들은 우주의 생성은 막 들이 서로 이동하며 충돌하여 생긴 것으로 파악하기도 하며, 각 막들마다 다른 우주의 생성이 가능해 다중우주이론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책은 빛에 대한 인간의 생각과 궁금증이 빛의 속도와 색 등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상대성이론과 전자기파이론, 양자역학, 초끈이론 등으로 연결됨을 잘 보여준다. 우주와 물리에 대한 책은 읽어도 읽어도 항상 알듯 말듯 어려운데 이 책은 비교적 쉽게 읽혀져 조금이나마 이해도를 높여준 것 같다. 2014년 EBS다큐로 방영한 것을 책으로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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