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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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안데르센이 집필한 160여편 가량의 동화 중 잔혹함을 담고 있는, 독특한 동화들만 모았다. 사람들이 동화를 읽음으로써 삶의 비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과 자아를 찾아가길 바랐다.

 

어느 마을에 같은 이름을 가진 두 남자가 있었다. 클로스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말 네 마리를 소유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말 한 마리만 소유했다. 안데르센이 베르너 스터게스라는 소년에게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를 들려주자 굉장히 좋아하며 이 이야기를 동화로 써달라고 요청했다. 한 명의 소년 독자를 위해서 기꺼이 동화를 썼던 안데르센의 수수함이 나타난 작품이다.

 

“Oh! now I haven't got any horse at all!” said Little Claus, and began to cry.

! 이제 나에겐 말이 아예 한 마리도 없어!” 라고 외치며 작은 클로스는 울기 시작했어요.p21

 

<빨간구두>는 안데르센이 초기에 발표한 작품 중 하나이다. 주인공 카렌은 종교로부터 억압과 제약을 받는다. 성스러운 날, 성스러운 장소에서 빨간 구두를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천사의 저주를 받아 비참한 운명으로 내몰리는 여성을 엄격하게 억압하고자 했던 당시의 통념이 반영되었고 현대인의 시각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마음속에서 걷고 있었고, 마음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답니다.p46

 

책에는 하나의 동화가 끝나면 그 작품을 영어나 한국어 표현을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역하거나 필사해보는 코너도 있다. <돼지치기 왕자>결혼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가난한 왕자는 부유한 공주와의 결혼을 희망한다. 짧고 단순하지만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안데르센의 흔적을 잘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안데르센은 개인적인 경험들도 작품에 많이 투영하고 있었다.

 

실연의 아픔에 공감하고, 스스로 불멸의 영혼을 얻어낸 <인어공주> 이야기는 마음의 치유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장미의 요정>은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 주는 동화이다. 비극적인 결말을 경고하며 예쁜 공주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는 동화들과 차별점을 두었다.

 

<눈의 여왕>은 주인공들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얼음은 감정의 억눌림과 분리를 나타내며, 눈은 깨달음과 순수함을 상징한다. <부시통>은 덴마크의 민담을 바탕으로 각색한 창작동화이다. 인간의 탐욕적 본성에 관해 깊이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길동무> 동화를 통해서 대가 없이 베푼 선행의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본인이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베푼 선행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돌아오게 되어 있다.

 

<백조왕자>는 엘리제의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과 남매간의 우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많은 어린이에게 사랑받은 동화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개인이 인내하는 마음이 결국 행복한 결말을 가져온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여러 버전으로 각색된 <마쉬왕의 딸>은 특이한 주인공 헬가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다. 우리의 삶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한 발 떨어져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미운 오리 새끼>는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안데르센 본인을 투영한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신분과 주변 환경에서 벗어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욕구가 상당했다. 현대에 와서는 외모가 뛰어나서 보상받은 외모지상주의 기반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난과 아픔만 이어질 것 같던 혹독한 인생에도 언젠가 봄이 찾아온다는 희망만큼은 여전히 결말 속에 담겨 있다.

 

<성냥팔이 소녀>를 집필할 때 산업혁명 시기로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알 수 있다. 소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단순히 가난과 추위가 아니라 사회와 어른들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삶에서 어려움과 갈등을 겪었다. 그의 문학에서 개인적인 감정, 외로움, 사랑의 실패 등을 반영하는데, <하늘을 나는 가방> 역시 주인공이 행운을 찾아 헤매는 여정을 통해 내면적인 탐험과 성장을 반영하고 있다.

 

안데르센은 사랑에 상처받고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불우한 유년기를 겪으며 본인의 정체성 조차 확립하지 못한 채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다. 부록을 보면 안데르센이 동화를 선택한 이유에 관해 알 수 있다. 영혼의 위로가 필요할 땐 안데르센 동화책을 펼쳐보자. 안데르센의 문장을 통해서 교훈을 쉽게 이해하고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할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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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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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90세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인생길에서 만난, 인생을 만들어준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를 보낸 어린 시절, 전쟁을 겪으면서 든든한 세 친구와 의지하고, 미국 인턴 시절과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삶을 돌아보며 결국은 사람, 관계가 인생이라고 하였다.

 

나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려지고 있다

 

저자는 90년을 잘 살려면 그냥 되는 대로 살아선 안 된다. 인생 계획을 잘 짜야 한다. 젊을 때는 젊다는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고령이 되면 나이가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수가 더 많다고 말한다.

 

유학생이던 삼촌 덕에 얼마동안 양자로 가게 되어 숙모에게 야단을 맞고 울고 있는데 아버지가 다가와 한마디 말도 없이 안아주었다. 옛 선비는 어른 앞에서 제 새끼 귀엽다고 안거나 업어주는 것을 삼간다. 그 시대에 할법한 어른의 행동이라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형제에게 장작을 패는 일을 시키고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는 행동으로 교훈을 가르치신 아버지가 대단하시다, 그런데도 문제아는커녕 반항 한마디 없이 잘 자라준 자신이 기특하고 고맙다.

 

요즘 어려운 가정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담자 입장에선 어렵고 힘든 경우지만 환자가 돌아간 후, ‘그것도 문제라고하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 때가 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일들이 떠오를 때면 빅터 프랭클의 유대인 포로수용소 생활을 떠올린다. 아무렴 거기보다야 낫지 않느냐, 우리가 조금만 더 북쪽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배운 것이 미국에서 의사 일을 하면서 마약 환자를 치료하면서 금연에 성공할 때까지 십수 년 넘게 애연가였다. 끊기로 한 후 오늘까지 한 번도 담배를 만져본 적 없었다. 백지동맹사건은 당시 학교의 교육 신념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의리를 지켜야 했다.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장식용이 아닌 진짜 사과가 쟁반에 놓인 것을 보고 부자인 친구를 부러워했지만 형제들이 미국에 가고 난 후부터 선망이 줄어들었다.

 

맨몸으로 물고기 잡는 종수 형이 있었다, 해방 후 <TV는 사랑을 싣고>에 나가 극적인 만남으로 옛정을 되살리고 있다. 과일 서리는 우리 세대에도 해보았으니 내 자녀들은 서리의 참맛을 모를 것이다. 저자는 부모님 세대이지만 공감 가는 부분들이 몇 개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친한 친구 세 놈은 평소에도 그랬지만 전장 한복판에서도 열심히 공부했다. 수업에 잘 들어가지 않아서 친구 셋이 교대로 과외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절친 3인 중 한 명만 남았다. 한 친구는 간이 안 좋아 병마를 치르고 한 친구는 자다가 이승을 떠났다.

 

의과 대학에 지원하고 사범 대학 발표자에 이름이 없다고 집이 초상집이 되었다. 엄마가 집에 못 들어오게 하였다. 의과 대학 발표는 제일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의대 합격 수험표를 들고 갔는데, 초상집이 순식간에 잔칫집으로 바뀌었다. “요사스럽긴아버지가 하신 말씀 전부다. 의예과 시절, 가정 교사를 하면서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책방 주인이 선물로 주었다. 나중에 나치 수용소에 견학을 가게 되었다. 지치고 배도 고프고 며칠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을 때 그래도 거기보단 낫지 않느냐생각했다.

 

책은 번역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었지만 프랭클의 책을 번역하자는 출판 제의를 단번에 수락했다. 빅터의 존경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대생 시절 세 친구가 과외했고 졸업 후에는 후배가 미국 의사 시험을 지도해 주었다. 인생 이정표를 그려보면 초고속으로 달려간 포인트 중 한 고개라고 말할 수 있는데 큰 고개는 리처드 프랭클을 만났을 때다. 그후로 동생들이 미국으로 왔고 그때마다 프랭클 부부의 도움을 받았다. 잊을 수 없는 분들이라고 했다.

 

워라밸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일 중독자처럼 일에만 매달린 생활을 하며 인생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 너무 일에 빠져 아까운 인생을 그냥 보내거나 자칫 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일만 하지는 말자고 했다.

 

인생 수업 9교시와 박상미님과 인터뷰에서는 행복해지려면 자기에게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행복은 순간이다. 하찮은 일에도 행복을 느낀다. 욕심이 없으니까 마음 괴로울 일이 없고, 마음이 편하면 몸도 편안하다. 이 책은 저자의 바램처럼 유용한 것들이 많았다. 90을 살아온 사람의 경험을 풀어놓은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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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확장판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몰입
황농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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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저자는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고도의 몰입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음을 경험하고 그 상태에서 일하는 분야의 난제를 해결해낸 적이 있다. 이 책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입의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 초판 몰입을 출간한지 17년이 흘렀다. 확장판에서 신경을 쓴 부분은 몰입의 기적을 체험한 사례들을 대폭 보강하는 것이었다. 저자와 장기간 소통하며 강한 몰입을 지속하고 학교나 일터에서 놀라운 문제해결력을 발휘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 사례들을 추가하였다.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은 스마트폰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것은 적절한 해결 방안일까? 인공지능인 챗GPT가 등장한 이후 일군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다루는 법을 배워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등 적극적으로 이용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왜 몰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엔트로피의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자 하나의 생명이다. 자연법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의 삶에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몰입은 상당 기간 집중을 유지하는 상태로, 의식의 엔트로피는 낮다. 반대로 산만한 상태에서는 의식의 엔트로피가 높다. 엔트로피의 물리적 의미는 확률이라고 한다. , 엔트로피 법칙은 전체 확률은 언제나 증가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확률이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의 변화는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함을 가리킨다.

 

천재 과학자들의 연구 태도나 방법을 보면 탁월한 지적 재능보다는 주어진 문제를 풀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몰입적 사고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턴의 몰입적 사고는 한 문제가 풀릴 때까지 몇 개월, 심지어 몇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뉴턴은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열심히 생각한다면 그들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삶이 고조되는 순간, 마치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거나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행동이 나오는 상태에서 몰입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난관에 부딪친다. 삶이 던지는 이러한 문제들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해결하기를 포기해버린다면 우리는 발전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내가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을 몰입을 통해 응전하면, 내 의식의 무대 위에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를 올려놓고 스포트라이트를 계속 비춰주면, 나의 무의식에서 그 문제를 해결해낼 탁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솟아오르는 순간을 분명히 경험할 수 있다.

 

몰입은 오르막을 오르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처음에는 마냥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오르막을 오르는 과정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계속해서 한 문제만을 집중해서 생각하다 보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돌파해나갈 방법이 보인다. 몰입을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서는 몰입을 위한 기간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일주일 이상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상황을 정리해두어야 한다. 가족이나 주변의 동료, 직장 상사에게 양해를 구한다. 불러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TV 시청, 인터넷 서핑, , 유튜브, 숏폼 등 외부 정보가 자신의 뇌에 입력되는 것을 가능하면 차단해야 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것은 슬로싱킹, 자율적으로 몰입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천천히 생각하기가 가장 효과적이다. 여기에 문제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면 더 좋은데 이를 위해서 매일 땀을 흘리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된다. 몰입을 하게 된 동기 역시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 즉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면서부터였다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그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데 그러면 일도 삶도 재미가 없어진다. 지금 해야 하는 일, 해야 하는 공부를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목표로 만들어라. 삶을 채우고 있는 모든 순간이 행복해질 것이고 책에서 말하려던 것이 이것이라고 했다. 해야 할 일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저자는 몰입에서 찾았다.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고 몰입에 이르는 단계를 하나씩 실천한다면 누구든 성공과 행복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 언제라도 몰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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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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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자로서 고닉이 다시 읽기에 관해 쓴 책이다. 티저북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에세이 한편]과 번역이라는 궁극의 다시 읽기를 통해 [옮긴이의 말]이 들어 있다. 책을 읽으며 두 번 놀라게 한다.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을 다시 읽기를 한다는 것과 저자의 나이 여든넷에 펴낸 책이라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시 읽기를 하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평 책이나 구입한 책을 한 번도 못 읽은 책이 있었으니 티저북 에세이를 읽으며 다시 한번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는 절대 한 번으로 읽기를 끝내지 말 것을 권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휴가를 가도 아름다운 전원 별장 거실에 내키는 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고, 일단 책을 들면 꿈쩍도 않고 다 같이 보러 온 녹음 짙은 바깥세상엔 나가보지도 않았다.

 

엄마 손에 이끌려 뉴욕 공공도서관에 처음 갔는데 바닥에서 천장까지 책이 들어차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오랜 세월 문학책만 읽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읽기를 시작한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독서의 목적은 한결같이, 오로지 단 하나였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얽혀드는 주인공의 행보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대문자 L로 쓰인 Life, 그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책을 읽었다.

 

문학작품에는 일관성을 갈구하는 열망과 어설프고 미숙한 것들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비상한 시도가 각인되어 있어, 우리는 거기서 평화와 흥분, 안온과 위로를 얻는다. 무엇보다 독서는 머릿속 가득한 혼돈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며 순수하고 온전한 안식을 허한다. 이따금,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p10~11)

 

긴박감에 불타올라 한밤중까지 잠 못 이루며 글을 썼다. 훗날 자연스럽게 내 문체로 정착할 글투로 발견했다. 책을 덮고 물러날 때는 예술과 정치보다는 차라리 삶과 정치의 통렬한 진실에 마음이 흔들리게끔 쓸 수 있었다. 그땐 몰랐지만 이미 일인칭 저널리즘을 연습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글을 쓸 때는 여전히 독자를 내 시선에 바짝 붙여놓고자하며, 그들이 주제를 내가 겪은 대로 경험하고 내가 느낀대로 체감하기를 바란다. 이어지는 장은 앞서 말한 모든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내가 맞닥뜨려온 대로, 문학의 야심찬 기획에 감사하며 쓴 글들이다.

 

<옮김이의 말> 고닉은 읽고 쓰는 자아의 중추를 구성하는 의식의 결함과 불완전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들을 다시 펼쳐 든 그는 긴 의자에 누워 정신분석을 받는 느낌에 빠져든다. 80대의 고닉이 20, 50대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며 이제야 처음으로새롭게 깨달은 텍스트의 의미에 흥분하고 전율한다.

 

정말로 감동적인 것은, 80대의 읽기가 20대의 읽기를 무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때 그 순간에는 그저 결함 많고 흔들리는 불완전한 의식으로만 발굴할 수 있었던 의미들도 사라지지지 않고 기록으로 남는다. 시간을 두고 다시 읽고 또 읽어도 고갈되지 않는 훌륭한 문학의 풍요함은, 우리 삶의 풍요함으로 다시 긍정된다.

 

변화의 늙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통합된 자아의 꿈을 매일 한 발씩 걸으라고, 좋은 책들을 집요하게 읽어내라고, 결핍과 고통도 언젠가는 진리에 빛을 비추는 의식의 자양분이 되리라고, 이 책은 우리의 등을 떠밀며 어깨를 두드려준다.

에세이 다음 글들이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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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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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어디에도 알리지 않았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만을 소재로 담았다. 네 명의 저자들의 공통점은 강사라는 점이다. 나이, 무식, 터닝포인트, 인연, 센 척, 첫 경험, 고백, 좋아하는 것, 인생 명언. 아홉 단어에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솔직하게 써 내려간 글들이 좋았다.

 

세상에 모든 경험은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해가며 느끼는 성취감, 뿌듯함이 지나온 삶에 대한 보상이라고 느낀다. 글을 쓰며 두려움도 있었지만 의도한 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뭐든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라 라는 마음의 울림이 전달되길 바란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학창시절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한 선배가 부모 없는 애라는 표현을 해서 상처받고 눈치 딱지를 얻었지만 사업을 하면서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배우지 못한 무식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격에 맞지 않는 행동에서 오는 무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르바이트 할 때부터 인연으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로 함께 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시기였는데 [하버드 새벽 4시 반]에서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유혹, 미룸, 세상에서 가장 리스크 없는 생산, 배움.” 이 글을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배움은 우리가 성공과 성취를 위해 투자하는 가장 안전하고 가치 있는 자원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여 어지간한 자격증은 다 취득하면서 원하는 목표들을 성취했다.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는 거대한 사건이 아닌 사소한 것에서부터 발생하기도 한다. 이젠 나를 위해 살자. 충분히 숨을 고른 후에 다시 달려갈 준비를 하자고 다짐한다. 살아가면서 강한 것은 좋은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강한 척하는 모습은 스스로 목을 조르는 상황이 된다. 실패한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고 아르바이트 수입도 모조리 저금을 했다. 저축 습관은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부부는 중요한 게 같아야 하고, 웃는 포인트가 같으면 인생이 즐겁고 울거나 분노하는 포인트가 같아야 하는 것은 세계관이나 이데올로기가 같은 궤를 갖고 있다는 거다. 가장 공감되는 말이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가족들의 행복한 일상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주변에 살펴보면 작은 것 하나까지도 긍정적으로 보려 하고, 모든 활동에 좋은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무탈하게 지나가는 하루,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소하게 느낄 수 있는 하루가 가장 감사하다.

 

직접 겪어봐야지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글을 쓴다는 이유로 작은 에피소드 하나라도 기억해 내기 위해선 거듭되는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다. 아홉 살, 열아홉 살, 다친 이후로 스물 아홉은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믿고 실행했다. 아이 셋을 낳고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쉬운 일은 없지만 힘든 일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걸 알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주문처럼 외며 마음을 다잡는다. 지나간 일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또 하나의 경험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게 있다고 생각할까?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아홉 단어]는 가슴속에만 고이 간직했던 이야기들을 용기 내어 하나씩 꺼내 보는 것은 쉽지만 어려운 일 같다. 네 명의 저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언제쯤 내 이야기를 꺼내 놓을까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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