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의 불편함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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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기만 한 실존.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 왜 아빠가 직접 와서 말해주지 않지?
내가 묻는다.
아빠는 조치를 취하느라 바쁘니까.
오빠가 말한다.
무슨 조치?
목장을 폐쇄하고, 소독약 욕조를 준비하고, 송아지들을 들여놓고, 기구들과 우유 탱크를 소독하고.
우리한테도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아?
당연하지. 하지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울타리에 갇히고 묶여 있는 상태야. 우린 다른 게 될 수 없어. - 186

2023. jul.

#그날저녁의불편함 #마리커뤼카스레이네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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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문학동네 시인선 115
이용한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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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몽키 스패너, 고양이아가씨, 묘생2, 고래의 밤, 곡성, 상관없음....
좋은 시들이 너무 많아서 웃었다.
그 웃음이 조금 쓸쓸하긴 했지만.

- 웃는 표정을 걸어놓고 나는 울었다 - 불안들 중

- 난간에서 선량한 음모를 쓰다듬으며
등이 굽고 엎질러진 숙맥들이나 사랑하면서
모든 연민은 구석에서 식어가요
마음속에서 마음을 찾는 것만큼 외로운 일도 없을 거예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누구나 혼자 걸어가는 망령인걸요
우리는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으니까 - 불가능한 다방 중

2023. jul.

#낮에는낮잠밤에는산책 #이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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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가 가미된 현실의 문제들.

신체훼손 연쇄 살인마, 모방범죄,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가난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사적 정의구현과 징벌에 대한 생각도 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데다 이세계의 존재까지 등장해 좀 어수선한 분위기로 읽었다.

- 인터넷에 올린 말은 그게 얼마나 사소한 한마디든 간에, 올리는 순간 그 사람의 내부에도 남아. 내 말은 그런 뜻이야. 즉 ‘축적된다’는 거야.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 167

- 어려운 건 안다. 개인이 개인을 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일단 시작하면 끝이 없다. 누구를 돕고 누구를 버릴 것인가. 개인이 그 결단과 책임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도록,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 262

- 괜찮다. 내 눈에는 너희가 괴상해 보이니까. 게다가 너희 사회에는 너희 내면에서 태어난 괴물이 넘쳐나. 나보다 더한 괴물이지.
말의 괴물이라고 한다.
악의, 욕망, 질투의 말이 축적되어 괴물로 변했다. 무수히 많지. 없는 데가 없어.
실체는 없지만 존재한다. 유령처럼, 원령처럼. - 148

2023. oct.

#비탄의문 #미야베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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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 아깽이에서 성묘까지 40마리 고양이의 폭풍성장기
이용한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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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삶의 기록이 너무너무 보고싶고 읽고 싶어서 산 책이지만,

솔직히 이별이 예정되어 있는 많은 아이들의 사연은 집중하지 않고 멀찍이 물러서서 읽었달까.
알지만 몰랐으면 싶은 험난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한 그 삶의 궤도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마음이 너무 빠져들지 않게 자꾸 다른 일을 하면서 읽게된다.

그래도 비교적 안전하게 삶을 누린 아이들이라 너무 아프진 않았다.

최대한 비슷한 포즈의 사진을 고른 점이 몹시 귀엽다.

- 아무것도 아닌 삶은 없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관심 밖에서 소외된 묘생을 사는 고양이도 고양이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 고양이도 고양이로서 온 힘을 다해 산다. - 206

2023. oct.

#이아이는자라서이렇게됩니다 #이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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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이동 경로
김화진 지음 / 스위밍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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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작가의 이야기에는 늘 타인의 마음을 신경쓰는 섬세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것이 작가의 성품과 이어져 있다는 확신이 있어 그런 등장인물들을 볼때 마음이 좀 많이 쓰인다.

누구하나 밉지 않는 네 사람과 작은 공룡이 하는 이야기가 느릿느릿 흘러가 마음이 하아... 하고 가라앉는 책이다. 그것이 장점이고 일면 단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사랑의 신?인 주희를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사랑을 찾고 사랑이 옮겨가는 사람들을 실제 세계에서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삶의 태도를 바라보면서 가장 단단한 사람이 주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사랑의 힘일수도, 아니면 그저 그런 심지있는 캐릭터가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인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묵묵히 자신의 삶을 보겠다는 태도, 그 지점에서 주희에게 완전히 설득당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연작 단편들이라 그냥 단편집 보다는 훨씬 취향이다. 몰입하면 금새 끝나버리는 이야기는 요즘 잘 안땡기네... 그래서 좋았다.

- 나의 시간은 대부분 사랑을 하는 데 쓰인다. 너무나 오랫동안 그래왔다. 나에게 사랑은 태도이자 습관. 규칙이자 성격. 원칙이자 자랑. 그리고 내 몸집만한, 내 영혼의 크기만한 콤플렉스다. - 9, 사랑의 신

- 내가 필요 없대도 자꾸만 주어지는 사랑은 켜켜이 쌓여 누군가에게로 건너갈 수 있게 하는 다리가 된다. 나는 언제든 다리를 건너갈 결심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데 익숙하고, 이 용기는 때로, 슬프게도ㅗ 사랑을 괄시하는 데 쓰인다. - 11, 사랑의 신

-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지 않았다. 가지 않겠다고 했다. 조금만 더 나중에...... 나중에 모두들 보러 갈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나중이 있을까. 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게 되는 일은 너무 쉽다. - 90, 나 여기 있어

- 그게 내 거야. 주희는 말했다. 삶을 편집할 순 없어. 묵묵히 봐야 해. 그것 때문에 나는 지금 아프지만. 한번 아픈 곳이 계속 아플까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 된 거겠지. - 168, 이무기 애인

- 나는 성장과 노화 사이에서 아직도 어리둥절 낯설어하고 있나봐. 그런 게 그저 삶이겠지. 계속 이쪽저쪽을 기웃거리는 게. 눈치를 보다가도 그저 쏟아진 것을 쏟아졌구나 하고 가만히 납득하게 되는 게. - 196, 공룡의 이동 경로

- 누가 누구를 더 좋아하는 마음은 슬프고 안쓰럽다. 누가 누구를 덜 좋아하는 마음은 슬프지만 어쩔 수 없고. 가끔 삶을 사는 방식이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가 덜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가 기우뚱거리는 것이 전부인것 같을 때가 있다. 어쩐지 소설은 그럴 때 쓰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서 이 마음 저 마음 옮겨다니다보면, 그 궤적이 소설에 남으면 제법 뿌듯하고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 하게 된다. - 작가의 말

2023. oct.

#공룡의이동경로 #김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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