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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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게 된 작가의 변이랄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선, 공장과 공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나이를 (진작에) 넘겼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콤플렉스를 느끼며 `아, 이런 훌륭한 물건들을 생산하고 계시는데, 저는 어젯밤 집에 틀어박혀 쓸데없는 거짓말이나 만들고 있었지 뭡니까`라는 한탄을하는 시기도 이미 다 지났으며, 공장에 갔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나면 공장을 통째로 살 수도 있는 재력을 지니게 된 데다(하하, 이건 농담), 공장에서 생산하는 공산품들을 어지간히 써본 사람으로서 물건에 대해 할 말이 많을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p.9

그래서 인지, 뭔가 처음부터 끝까지 타인의 생산성 드높은 장소에서 어슬렁거리는 잉여의 냄새가 훅...ㅋㅋ

같이 어슬렁 거리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한 산뜻한 기분이 드는 책.

종이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덜 현명한 사람이었을 것이고, 덜 낭만적인 사람이었을 것이고, 덜 아는 사람이었을 것이고, 덜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p.27, 제지공장 산책기

시작과 끝이 일치하도록 한다. - p. 60, 브래지어 공장 산책기

공장 문을 열었는데 일도 없고 돈도 못 벌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기술력이 일취월장합니다. -p. 162, 엘피 공장 산책기

피아노 공장에서 생산한 바로 그 소리다. 소리는 피아노의 내부를 한 바퀴 스윽 돌아본 다음 피아노 밖으로 날아간다. 날아가서 공기에 뒤섞인 다음 어디론가 사라진다. 기껏 공장에서 생산해놓았더니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실용적이지 않은 공장에 다녀왔다. -p. 189, 악기 공장 산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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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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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오묘하게 기운이 없어서 홍삼 절편을 질겅질겅 씹으며 밀린 리뷰를 정리중.

장황하긴 하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무엇은 있는.


피살이 아닌 죽음이 어디 있으랴? 자유죽음이 어디 있으랴? 신이 우리에게 부여했다는 자유의지라는 것을 나는 점점 더 못 믿겠다. -p. 27

non sum uni angulo natus. patria mea totus hic est mundus. 나는 어느 한 구석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이 세계 전체가 내 조국이다.

아버지가 윤리나 논리의 척도로 삼은 것은 균형이었다. 더 정확히는, 어느 철학자의 표현대로 `기우뚱한 균형`이었다. 그 기우뚱한 균형 속에서만 아버지는 편안할 수 있었다. 평등과 자유의 기우뚱한 균형, 정의감과 세속적 이해관계의 기우뚱한 균형, 그 균형이 기우뚱해야 하는 것은 `가치`라는 것이 스칼라가 아니라 벡터이기 때문이다. -p. 134

자신이 살았던 극단의 시대에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지혜롭게 사상의 자유를 옹호했던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당신의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싸우겠다˝는 말로 그 자유의 일반성을 요약했다. 그러니까 사상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심리적 터전이라고 할 관용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p.362

시가 산문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행 사이의 긴장이다. 시는 발화된 언어로써 의미하는 것 못지않게 침묵으로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p.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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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해부도감 - 건축가의 시각으로 잘 되는 가게의 비밀을 풀어내다 해부도감 시리즈
다카하시 데쓰시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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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스러운? 굉장히 아기자기한 것을 기대했으나,

아기자기 근처에서 배회만 하다 끝난 책.

단 하나 공감한것은

tv는 인테리어를 망치는 주범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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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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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내가 취한 것, 오로지 마음에 닿은 것은...

신에 대한 냉소, 타인의 공감과 연민에 대한 비아냥.

상실이 누구보다 당사자에게 거대한 사건임을 부끄러움 없이 덜어내거나 보태지도 않고,

드러내보이는 글을 쓴다는 용기.

어쩌면 대단한 자의식.

그게 줄리언 반스 인가보다.

원제 levels of life가 이 책을 이해하는데는 훨씬 어울리는 제목이지만, 그랬다면

좀 덜 팔렸겠다는 생각도 덤으로 살짝.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때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 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

˝이건 그냥 우주가 제 할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바로 `이것`, 이토록 거대하고 강렬한 `이것`이 `모든 것`의 이유일 뿐이었다. 그 말엔 어떤 위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 말은 가짜 위안에 저항하는 대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주가 다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면 우주 자신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을 터이니, 우주 따윈 될 대로 되라지. 세상이 그녀를 구할 수도 없고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내가 뭣 때문에 세상을 살리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단 말인가?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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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열 - 제149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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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는 못미치는...

권위?있다는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데 뭔가 나와는 안맞는. 그래서 검색해보니 그간 수상작들이 꼭 그런것 만은 아니고..

애매 모호...

몰락하는 혹은 몰락한 혹은 몰락할 예정인 러브호텔을 둘러싼 이런 저런 불행의 얼굴들.

불행은 조금 떨어져있고 싶은 요즘이라 더 공감하기 어려웠나...하는 마음.



다카시가 말하는 `꿈과 희망`으느 폐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먼지를 꼭 닮은 것이었다. 잠시 피어올랐다가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앉는다. 여기에서 탈출하는 일도 없고, 닦아낼 만한 계기도 찾아오지 않는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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