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形而上學)이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해 형이상학이란 단어는 철학(哲學)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이며, 인간의 이성 사고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나는 생각할 수밖에 없다. 너무 깊이 자세하게 시시비비 하나하나씩 걸고 넘어가면 더 이상 무지한 범인(凡人)으로서 해석가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이성에 대해 깊이 통찰하고 거기에 대한 깊은 반성과 비판으로 통해 인간 이성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런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이라는 학문과 거기에다가 형이상학이라는 뭔가 현학적인 단어에서 약간 움츠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아직 페이지 전체가 아닌 일부만 보면서 이런 글을 적으려고 하는가? 그것은 이 책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행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사건과 만남으로 통해 수많은 판단의 갈래에 서게 된다.
문제는 그 판단에 대한 양자선택에서 우리의 선택이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반의적인 질문이다. 예를 들면 어느 지역에 어느 시대에 어느 특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하나의 이념이나 가치관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게 된다. 그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이념이나 가치관이 어떻게 보면 옳을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옳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기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경우가 있다. 그저 그것이 하나의 정당한 가치관과 법적인 효율을 가진 인식으로 자리 잡혔을 것이다. 이런 인식론적인 교조주의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그 판단기준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 판단기준에 대해 비판하는 그 자체가 비판받을 것이라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인간의 인식에 대한 오류가 윤리적으로 혹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하나의 정당한 이념으로 정하여 인간의 가치가 윤리도덕적인 가치관이 아닌 이념의 잣대 아래 드리워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면 어떤 특정한 이념이나 가치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을 좀 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방편이 인간을 억압하고 인간의 사고를 오염시키며, 인간 자체에 대한 이성능력을 저하시킨다면 그것은 바르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무엇에 의해 잘못 되었는지 생각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내가 처음 본 순수이성비판 1권의 흐름은 그렇게 느꼈다.
칸트가 처음 머리말에 주지한 인간 스스로에 대한 이성 비판 오류는 인간이란 칸트가 살았던 당시와 혹은 칸트가 태어나기 이전과 혹은 칸트가 죽어 현재 이 글을 적는 내가 사는 현대에서도 종종 보는 일이다. 우리 인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에 대해 언제나 생각하고 판단하여 본인의 이성아래 움직인다.
그러나 그 이성이 과연 정당한지 혹은 부당한지에 대해 결코 의미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어느 일정한 흐름과 거대한 틀에만 맞추려고 한다. 특히 자신의 가치를 내세워 스스로 보여주기 보다는 거대한 벽과 틀에 숨어 가면을 쓰고 타인을 공격하는 무비판적인 인간들은 그들의 이성이 과연 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마저 든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자신들이 엄청난 과오와 행패, 불량한 태도를 보임에도 그것이 잘 못되었다는 반성보다 오히려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만 내세운다. 그게 과연 올바르고 정당하고 가치가 있는 일인가? 자신의 이성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그저 그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이성으로 비판하려고 드니 결국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이성능력 결함이다. 게다가 더욱 불행한 사실은 그들은 자신의 이성능력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결함이다.
이 결함으로 인해 또 다른 결함과 결함이 불러 우리는 이렇게 어지러운 세상에 사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동일한 조건과 환경, 그리고 성장과 기억, 경험을 소유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디서 태어나고 자라고 누구를 만나고 이야기하고 또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조금씩 그 생각과 의견이 다르고 거기에 따라 판단능력과 행동범주도 다르게 된다.
그렇지만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모두 이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과 그 이성이 지닌 인간은 모두 자유와 평등을 누릴 권리와 지켜나갈 책임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 소유한 이성능력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관계성까지도 영향을 주므로 인간의 무비판적인 이성능력은 결국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이 타인에게 보여준 행동에서 본인은 옳다고 보겠지만, 사실 엄청나게 잘못된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문제들이 실제 발생하더라도 그 과오를 범한 인간들은 그것이 틀렸다고 해서 반성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아닌 남을 비판하고 그것은 어느덧 비난과 비방으로 이어진다.
과연 인간은 자신이 정말 올바른 이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진실로 그러한지 알아나가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 정치적 동물인 인간이 타인과 교감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안타까운 인간의 오류는 자신이 윤리적으로나 혹은 도덕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이성이 결국 그 이성을 지배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지배받는 것이 아닐까 라고 하는 의문이다.
만약 그런 교조적인 신념 아래 타인과 교류하려는 인간은 오히려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판단에 대해 오류에 빠진 인간들과 더불어 더 큰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