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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의 월든 - 부족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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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45년부터 1847년까지 2년간 사회를 떠나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아갔던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 [월든]을 출간한다. [월든]은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인데, 이 책을 잘 읽는 방법은 부유하듯, 산책하듯 소로의 문장을 그냥 읽는 것이다. 소로는 [월든]을 통해 인생의 정답이 아닌 마음 가는대로 살며, 느끼는대로 말하고 쓰며, 그래서 가끔은 모순적이긴 해도 괜찮음을 보여준다. 내 삶의 주인으로, 내 인생의 저자로 내가 중심을 잡고 서 있으면 다 괜찮음을 이렇게 멋지게 말해줄 수 있다니 그래서 나는 [월든]을 좋아한다. 


  [도시인의 월든]은 [숲속의 자본주의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혜윤 작가님의 책이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4년 간 기자생활을 하다가 미국워싱턴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가족과 함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의 시골로 들어가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삶을 산다.


  "정기적인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 

 

  실험처럼 시작된 '은둔'은 정혜윤 작가님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되는 멋진 삶을 선물한다. 문명을 움직이기 위해서 모든 개인들은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같은 속도로 더 많은 것을 늘 생산해야 하지만 정혜윤 작가님은 이에 반항한다. 정혜윤 작가님은 삶에 여백이 있음이 좋음을 알게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내가 내 삶의 유일한 주인이어야 하고, 세상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나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함을 깨닫는다. 그동안 배운 걸 사회에 되돌려줘야 하지 않냐, 깊은 산 속에서 소비를 줄여 소득없이 사는 사람은 패배자가 아닌가, 등의 사회적 시선은 무시해버린다. 세상일에는 정답이 없고, 그저 내가 원하고 내가 주인인 삶을 살면 된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옥수수가 자라는 것만 바라보고 있어도 내게는 그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월든]에서 인상적이었던 문장 중에 '집안일을 즐거운 소일거리라고 생각해라.'가 있었는데 박혜윤 작가님 역시 집안일을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일은 굉장히 하찮지만 끝이 없다. 오늘 먹은 걸 치우고 오늘 입은 옷을 빨아도 내일이 되면 똑같은 양의 일이 쌓여 있다. 집안일은 절대로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공포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저자는 어느날 문득 깨닫는다.내가 더럽힌 변기를 남에게 청소시킨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 존재의 핵심은 집안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우리 삶은 아무 의미 없지만 의미없음에 우울해하거나 고민하지 말고 집안일을 시작하는 거다. 내가 먹은 그릇을 치우고, 내가 더럽힌 화장실을 치우다보면 이 하찮은 노동에서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박혜윤 작가님은 아이들이 가사를 주도적으로 하게 하는데, 집안일을 통해 삶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일의 하찮음을 통해 모든 것을 하찮게 바라볼 수 있는 태도를 배울 수 있고, 하루만 물컵을 치우지 않으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기 때문에 오늘 하루 물컵을 닦지 않음이 결국은 죽음과 같다고. 집안일에서 시작해 죽음을 논하기까지 한다.

 

  퇴근무렵이 되면 늘 오늘 저녁을 뭘 해먹나,를 고민하는데 대충 먹어야지,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가사분담을 해서 지금 고등학교 딸아이는 빨래개기를, 재활용 버리기를 담당했던 아들이 대학생이 되면서 떨어져 지내게 돼 그 일이 남편 몫이 됐다는게, 내가 그 동안 아이들에게 삶의 하찮음을 가르치고 있었다는 생각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도 했다. 내 꿈은 둘째가 대학교를 졸업하는 6년 후에 회사를 그만두고 인적이 드문 산 속에 있는 폐가를 구입해 리모델링해서 자연과 동물과 가까이 사는 것이다. 다들 노후자금을 걱정하고 투자에 골몰하고 있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꿈꾸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도시인의 월든]을 읽으면서 다 괜찮다,는 위로를 받았다. 모든 일에는 정답이 없으므로 지금 당장 노후 자금을 준비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내 마음이 가는 곳이 그 곳이라면 다 괜찮다고, 그렇게 살아도 충분히 멋지고 의미있다고 내 어깨를 토닥여주는 책이었다.

집안일에 매진하는 건 내게 있어서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말한 지혜, 즉 죽음을 기억하고 매 순간 충실하게 사는 일을 나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내일 죽을 것처럼 살 수 았는가? 그러다가 오래오래 살면 어떡하나? 그런데 드딛어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며 오늘 이 땅에 발을 꼭 딛는 법을 알아냈다. 나 자신도, 이 세상도, 별것 아닌 나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도 하찮다. 그걸 똑바로 바로 응시하는 일은 바로 집안일을 하는 것이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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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집을 잃고 미국을 유랑하는 노마들들을 다룬 [노마드랜드]소개해드립니다. 홈리스가 아닌 하우스리스임을 자처하지만 국가에서 나오는 연금만으로 생활이 어려워 계절성 임시직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그들의 삶이,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일자리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던 오클라호마의 농부들의 삶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분노의 포도]도 함께 추천드려요. 가정의 달 5월 사랑하는 분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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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정치에 관심 많으신 고관여층이 아닌 경우 각 정당의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보고 누구에게 투표할 지를 결정합니다. 이번 선거는 거대담론은 잘 보이지 않고 상대를 헐뜯고 혐오하는 말들만 넘쳐 나고 있어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해야 할 지 결정하기가 더 어렵지 않나 싶어요.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논의해야 할 담론은 경제,기후,법 그리고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영상에서는 경제,기후,법에 대해 정치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책3권 소개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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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월에 읽은 책 3권 소개해드릴께요.
첫 번째 책은 희정 작가님의 [뒷자리]입니다. [뒷자리]는 투쟁이나 사건이 지나고 난 뒤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취재해서 엮은 책이에요. 투쟁 당시에 쓴 글과 투쟁이 지나고 난 뒤의 글이 함께 실려 있어서 이미 지나간 투쟁을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두 번째 책은 은유 작가님의 [해방의 밤]입니다. 제 삶 역시 무언가로부터 늘 해방을 맞으면서 완성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데, 해방에 대한 은유 작가님의 사유와 은유작가님 문체만으로도 너무 좋은 책이에요. 삶에 지쳤을 때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라 요즘 사는 게 좀 버겁게 느껴지시는 분들께 강력추천하는 책입니다.
세 번째 책은 [세벽 세 시의 몸들에게]입니다. 돌봄을 개인, 한 가정의 문제로 생각할게 아니라 사회적 돌봄으로 끌어내서 잘 돌보고, 잘 돌봄을 받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3월 멋진 독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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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철학은 과학을 베이스로 하고 있어서 종교는 없지만 불교철학 관련 책은 자주 찾아서 읽는 편입니다. [반야심경강의]는 법륜스님이 반야심경에 대해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간추리고 정리해서 낸 책이에요.

˝생겨남도 사라짐도 없다˝

내 마음을 알아 차리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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