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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gei Trofanov - Gypsy Passion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Sergei Trofanov) 연주 / Music Zoo(뮤직 주)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살다보니 별일이 다있다. 내가 이런 음악을 듣게 될 줄이야. 그러니까 세상은 온통 다양한음악들로 꽉 차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듣는다면 듣지 못하고 남는것이 아주아주 많다. 집시음악에 바이올린이라니, 내게는 얼마나 생뚱맞은 조합인가.

이 앨범을 재생하기 전의 나는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고, 마음은 갈곳을 잃고 헤맸다. 앉아도 걸어도 혹은 누워있어도 나는 편하지 못했다.
새빨간 표지를 보고 한번 들어볼까, 하고 재생을 하고 침대위에 다시 누웠다. 바이올린 소리와, 그 뒤를 조용히 받쳐주는 피아노 소리가 여유로웠다. 그래, 될대로 되라지, 하는 느낌이랄까.

어쩐지 모닥불을 피워놓고 깔깔대고 웃으며 뛰고도 싶었고, 춤추고도 싶었다. 바다위에 작은 배 한척 띄워놓고 밤바람을 맞고도 싶었다. 자유로운 사람들 틈에 섞여 웃고 떠들고도 싶었고, 혼자앉아 즐거운 이들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그리 속끓이고 있담. 아무렴 어때. 이 음악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나는 집시의 음악도 모르고, 바이올린도 모른다. 듣기전에 내가 이걸 감당해낼수 있을까를 걱정했는데, 웬걸, 음악은 모두의 공용어가 아니던가. 듣기에 불편함이 없다. 어찌됐든 나는 나대로 이 음악을 감상하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집시라고 하니 조니뎁과 줄리엣 비노쉬의 『초콜렛』이 생각나는 것도 당연하지. 나는 읽지않고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던 '조앤 해리스'의 「초콜렛」도 꺼내 가방에 챙겨넣었다.

알지 못했던 음악 하나가 마음을 위로하고,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게 하고, 책을 집어들게 한다. 어느 친구가 음악보다 나을까.

음악을 듣다보니 갈망이 더 커진다.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는 곳에서 눈이 선한 남자는 바이올린을 켜고 긴 머리를 풀어헤친 나는 흥에겨워 춤을 추고 싶은 갈망. 그러나 뭐 이것도 아무렴 어때. 모닥불이 없어도 그만, 나는 춤을 추지 못해도 그만, 바이올린 켜는 남자가 없어도 뭐 사는데 기쁘지 않을 이유가 없지.

헤매는 것도, 불편한 것도 이제 그만해야지.

이 앨범의 별 다섯개는 선물 준 사람에 대한 나의  호감이 더해진것,
이라고 말을 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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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8-1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흥겹게 춤을 추는 다락님이라. 남들이라면 몰라도 다락님이라면, 아--지나치게 섹시해요! 그런데 음악만한 친구 없다, 니! 나는? 나는 음악에 밀린 거예요? 털썩.

프레이야 2007-08-1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렴 어때요? ^^
집시음악 듣고 싶었는데 님의 리뷰가 강권하네요. 담아갑니다.^^ 추천도^^

지노 2007-08-16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Que serasera~*
한번 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한 새빨간 표지는 Lopetz의 일러스트 작품
멋진 리뷰 감사. 좋은 밤 되길..

에디 2007-08-1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중요한 것은 이 페이퍼는 '미괄식' 이라는 것.

: )

(미움 받겠다 -.-)

다락방 2007-08-1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아, 머리카락 뎅강 잘라버려서 지금 완전 짧은 단발이예요. 꽃 꽂고 춤출까요? 에헤라디여~ 네꼬님이 음악에 밀릴리가 있나요. 네꼬님을 처음 알게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제가 가장 사랑하는 벗이예요. :)

혜경님/ 저도 처음 들었는데, 아 좋더라구요. 들어볼만하답니다, 혜경님. 그나저나 혜경님의 손이 닿지 않는 부류는 어디인가요? :)

지노님/ 네, 좋은밤 되세요 :)

주이님/ 주이님!제 글을 가장 잘 읽어내셨어요. 훗-

도넛공주 2007-08-17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평소엔 어떤 음악을 들으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네꼬 2007-08-1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머리 잘랐어요? 아아 너무 보고 싶다. 너무너무. 고기 먹고 싶은 것보다 훨씬 백 배 보고 싶다!

향기로운 2007-08-17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네꼬님 때문에 고등어 안 먹은지 한참이나 되구요. 다락방님때문에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한지 한참이나 되었어요^^

다락방 2007-08-1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넛공주님/ 사실 평소에도 장르를 가리지 않기는 하지만, 아는 장르가 별로 없어요. 요즘은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반복재생하고 있다지요 :)

네꼬님/ 아, 머리를 잘랐어도 늘 묶고 다니기 땜시롱 변한건 아무것도 없어요. 왜 잘랐을까를 한참이나 생각했답니다. 흑. orz

향기로운님/ 저는 향기로운님 때문에 향수를 늘 뿌리고 다닌지가 한참 되었는걸요. 흐흣.
 
Katharine McPhee - Katharine McPhee
Katharine McPhee (캐서린 맥피)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사서 내내 들으면서도 그녀가 [아메리칸 아이돌]출신이란 사실은 몰랐었다. 그저 실력있는 아이돌 가수인가 보다 했다. 그리고 [아메리칸 아이돌]이란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국내에서 다섯번째 시즌이 시작한 뒤였다. 그저그런 연예인 만들기 프로그램인줄로만 알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매주 주제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한명씩만 떨어뜨린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에서는 결코 '운이 좋아서' 우승자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력이 받춰줘야 한다. 탄탄하게.

그리고 '캐서린 맥피'를 알게됐다. 그녀는 표정으로 노래를 부른다. 보자마자 그녀의 표정에 반해버려서 그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목요일과 금요일은 웬만해서 약속을 만들지 않을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면서 미소를 짓고, 감동하는 표정을 보이고, 놀라는 표정을 보인다. 그녀만큼 풍부한 표정을 가진 가수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녀의 노래가 100점 만점에 80점 짜리라면 그 표정이 18점을 더 주게 만든다. 어쩌면 그래서 그녀는 준우승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녀가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지 못한채로 이 씨디를 플레이 시킨다면 사실 그다지 감동할 거리가 없다. 노래는 뭐 하나 크게 가슴을 울리지 않고 그렇다고 가창력이 소름끼치도록 만들지도 않는다. [씨스터 액트]의 OST 를 들으며 우리가 소름끼치는 것은 그날 그 수녀들이 어떻게 노래불렀는지를 연상해 낼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캐서린 맥피'의 노래를 들으며 그녀의 풍부한 표정들을 떠올린다. 이 노래는 이렇게 부르겠지, 이 노래를 부를땐 이렇게 하겠지. 나는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그녀가 [아메리칸 아이돌]의 결승전에서 불렀던 그녀의 싱글 『My destiny』처럼 계속 고음을 내질러야 하는 노래를 불러댄다면, 사실 듣는것이 불안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성을 섞어서 부르는 모든 노래는 곧바로 감성을 두드린다. 그녀의 아버지가 딸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나 역시 그녀가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불렀을 때 눈물이 차올랐으니.

앨범에 실린 2번트랙 『Over it』은 그래서 더할나위없이 그녀에게 딱 맞는 곡이다. 강약의 조절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이것은 나의 예쁜 캐서린이 불러내기에 무리가 없다. 아니 정말 잘 어울린다. 그녀보다 가창력이 더 좋은가수라도 그녀처럼 이렇게 맛깔스럽게 불러낼 순 없을거란 생각마저 든다.

리뷰에 별표를 붙여야 하는 것이 짜증스럽다. 이 앨범에 나는 별표로 치자면 세개밖에 줄 수 없지만 무조건적으로 듣고있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앨범이니깐. 게다가 『Over it』의 가사중에 나오는 'And I pick up the phone' 을 그녀의 발음으로 듣고 있노라면 이 앨범은 완벽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pick up the phone'이란 발음은 어찌나 맘에 드는지 수도없이 따라했지만 한번도 똑같게 나오질 않는다.

회사가 뭐고 다 때려치우고, 골치아픈 일들도 모두 날려버리고, 거실에 커다란 스크린을 설치해 그녀가 노래부르는 모습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 날들을 견뎌내고 싶다. 그녀의 노래도 사랑스럽고, 그녀의 모습도 사랑스럽다.

 

덧. 이 앨범을 이제야 판매하는 알라딘 나빠요. 2월초부터 엠피쓰리에 담아 듣다가 며칠전에 샀다구요. 나빠요, 알라딘.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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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0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다락님의 일빠! :)

다락방 2007-04-0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오옷. 너무나 놀라워요. 글 쓰고 1분도 안됐는데 바로 댓글을 달아주시는 센스~~ 오늘, 잘 보냈어요? :)

비로그인 2007-04-0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버리고 어디갔다 온 거예요! 기다렸어요 다락님 ㅜㅜ

다락방 2007-04-0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아이 참...부끄럽게.... 호홍 *^^*

코코죠 2007-04-0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두 분 연애하심까?

코코죠 2007-04-0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은 말로만 저러고 추천은 안했더래요 전 했더요 (얍삽하게 일러바쳐서 애정의 화살을 돌려보려는 오즈마)

비로그인 2007-04-0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저도 지난밤에 산사춘을 마신 터라 미처 추천을 못 눌렀지요
오즈마님 때찌! -.-...

다락방 2007-04-0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 어므낫. 추천은 하지 않으셔도 저는 이미 오즈마님을 옴팡지게 좋아하고 있는걸요 :)

체셔님/ 글쎄 안하셔도 된다니깐요, 추천은. 후훗 -

kleinsusun 2007-04-0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다락방님은 디테일 하다니깐....^^
근데...전 [아메리칸 아이돌]을 지금 첨 들어봤어요. ㅋㅋ

마늘빵 2007-04-0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두 분 여기서 머하시는거에요. ㅎㅎ

미아 2007-04-0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구입하셨어요? 그렇다면 부탁한건 그냥 제가 듣겠습니다. ^^

레와 2007-04-0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보관함으로!!


비로그인 2007-04-0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mewhere over the rainbow, 저는 아예 재방 때 텔레비전 하드에 녹화해 두었어요. 비오는 날마다 듣는데 정말 좋았습니다.그나저나 어쩜 이렇게 음반 리뷰도 잘 쓰신답니까. 저는 소리에 대한 리뷰를 쓰지 못하는 족속인지라 심히 부러워요.

moonnight 2007-04-0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들어볼래요. 아메리칸아이돌에서 회색머리남자(이름이 삼삼;;)랑 결승을 치뤘던 그 예쁜 아가씨 아닌가요. +_+; 가창력은 캐서린쪽이 더 뛰어난 거 같은데. 생각했더랬죠. 말씀하신 대로 노래할 때 표정이 너무 풍부하고 아름답더라구요.

dalpan 2007-04-02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빛을 발하는구만요! 축하합니다. 에헤야 디야~

yam818 2007-04-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뢰 할 수 있는 리뷰랄까..^^ 멋쪄용♡

다락방 2007-04-0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아메리칸 아이돌]에 빠지시면 안되요. 정신을 못차리더라구요, 저는. :)

아프님/ 보시다시피 두분이 아니죠, 지금은? 어마어마한 댓글입니다. 흐뭇~

미아님/ 쪽지 보내드렸죠. 금요일에 뵈요 :)

레와님/ 우힛~ 고마워요. 기분 좋은 소식 쪽지로 날려줘서. :)

쥬드님/ 그죠? 그 노래를 부를때의 캐서린은 정말 최고죠? 그나저나 쥬드님께 칭찬을 듣다니. 정말 기분 좋은데요!

문나잇님/ [Over it]은 정말 캐서린에게 잘 어울려요. 그리고 회색머리(은발)의 아저씨 이름은 '테일러 힉스'예요. 76년생이랍니다. :)

dalpan님/ 아아니..축하까지야. 단지 '추천리뷰' 에 올랐을 뿐인데요. 헤헷 :)

yam818님/ 와우~ 신뢰할 수 있는 리뷰, 라니. 멋진 표현이예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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