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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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척 하는 나쁜놈들 때문에 다른 좋은놈들도 다 나쁜놈인듯 의싱하게 되잖아.
B A 패리스 진짜 그만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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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5-14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 A 패리스 아직도 읽고 있었따....니?!

다락방 2024-05-14 12:38   좋아요 0 | URL
그만뒀었는데 인스타에서 이 책 광고 보고 낚여버려가지고... 하아-
 
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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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인스타그램을 훑다가 한 영상에서 멈췄다.

영상 속에서는 사람들이 등장하진 않고 그들의 목소리만 들렸는데, 애인사이의 여자와 남자가 통화하는 거였다. 늦은밤, 남자는 자다가 여자의 전화를 받은듯했고 일상적 대화를 하다가 여자는 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오래 생각했다고 말하는 거다. 이에 남자는 그 말이 무언가 짐작했는지 하지 말라며, 나 잘거야 라고 한다. 그럼에도 여자는 자지말라고 이 말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에게 준비한 말을 한다.


"우리 연애 그만 하자."


여자의 그 말에 그간 잘 대답해오던 남자는 침묵한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시간이 얼마간 이어지는데, 여자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그러자 그 남자는 그게 너의 생각이냐 물었던가, 기억이 희미한데, 그리고는 어쨌든 대답한다.


"그래, 그만 하자, 우리 결혼하자."



내가 본 영상은 거기서 끝났다. 그 뒤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모르겠다. 목소리의 다정함으로 봐서 여자가 하고자 한 말도 어쩌면 '우리 연애 그만 하자, 결혼하자' 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남자의 '결혼하자'는 말에 '나는 너랑 헤어지고 싶다니까' 라고 반응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남자의 결혼하자는 말에 원래 헤어지고 싶었던 생각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여자가 그렇게 말한 의도도 내가 알 수 없고 그 후의 반응 역시 내가 알지 못한다. 그들 사이에는 그들만의 시간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므로 나에게 들리는 말들과 그 말들 사이의 침묵에 다른 말들 역시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상만 보고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 영상은 나를 갑자기 과거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내게도 꼭같은 일이 일어난 적이 있다.

아직 저녁을 먹기 전의 시간이었고, 나 역시 그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일상적 얘기를 했지만, 나는 애초에 할 말을 준비하고 그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나의 상대 역시 한동안 침묵했다. 그가 침묵하는 동안 나는 그를 기다렸다. 그는 침묵을 끝내고 내게 물었다.


"그게 당신의 생각이야?"


나는 그렇다고 했다. 이내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알겠노라 했다. 그후엔 우리 둘 모두에게 침묵이 찾아왔고, 사실 나는 그 말을 하면서 덧붙일 많은 말들을 준비해두었었는데 아무 말도 입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그 침묵후에 내가 가까스로 꺼낸 말이라곤


 "끊을게."


가 전부였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그 뒤로 그 시간을, 그 통화를 아주 자주 생각했다. 아주 많이, 그 때 내가 꼭 그랬어야 했을까, 를 나에게 묻는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때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그랬을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 그런 한편, 내가 '그에게' 그랬어야 했을까 역시 번번이 묻는다. 그 말에 잠깐 침묵했던 그를, 떨리는 목소리로 알겠다고 받아들이는 그를 떠올리노라면, 내가 그에게 그러면 안됐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는, 그런 사람의 손을 내가 놓으면 안되는거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다. 그러다가도 다시, 그때 놓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놓았을 것, 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몇 번을 묻고 또 물어도 내가 그 때 한 일은 그때 했어야 할 일이 맞았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틀리지 않았다고해서 괴로움이 없는가? 아니, 나는 괴로웠다. 괴롭고 또 괴로웠다. 그런데 괴로웠다면, 틀린 거 아닌가?


영상속 남자가 '그래, 우리 연애 그만하자, 결혼하자' 라고 했을 때, 나는 또다시 이 때의 일을 떠올렸다. 아프게 떠올렸다. 만약 그가 그 때, 영상속 남자처럼 내게 '네가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 그거라면 받아들일게'가 아니라, 대신, 내게 결혼하자, 고 했다면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됐을까. 왜 그는 내 말을 받아들였을까, 왜 영상속 남자처럼 결혼하자고 되받아치지 않았을까. 그는 언제나 내게 '너는 결혼하기 싫어하잖아' 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알면서도 그때 만약 내게 결혼하자고 했으면, 그러면 우리사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어쨌든 결과는 지금에 이르렀을까? 그러나 손을 잡고 있던 시간이 길었을까? 왜 그는 나를 말리지 않았지, 왜 그는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지, 왜 그는 알겠노라 답했지, 왜 그는 목소리를 떨었지, 그의 침묵은 무엇을 말한 것이었지, 왜 나는 그의 손을 놓았지, 그는 왜 내 손을 더 오래 잡고 있으려고 시도하지 않았지. 나는 다른 연인들의 짧은 대화를 듣고 오래전 내가 했던 그 대화를 곱씹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대화를 떠올리면 여전히 아프다.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을 읽다가 바로 며칠전에 있었던 이 일을 떠올렸다. SNS 를 통해 다른 연인의 대화를 들었던 일, 그 일로 인해 내 오래전 과거를 떠올리며 아팠던 일을.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이 그렇게 하도록 이끌었다. 사라진 것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조리, 자신의 과거를 곱씹기 때문이다. 과거는 지금,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 내 현재가 지금 행복하지 못해도 혹은 문제에 직면해있어도, 그 전에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음을 떠올려보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을 후회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런 일이 내게 있었고 그리고 지금 내 삶은 이렇다는 이야기를 할 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한때 내가 매력을 느꼈던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어쩐지 베스트의 느낌은 아니다. 그보다는 세컨드 베스트의 느낌. 그러고보면 앤드루 포터는 전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도 그랬다. 나에게 최선의, 최상의 사람은 단 한명으로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보여준 바 있지 않던가. 


미셸 윌리암스 주연의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2> 에는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가 나온다. 수영장에 갔다가 다른 여자들과 함께 샤워하는 씬에서, 그 중 한 여자가 말한다. '새것도 언젠가 헌것이 된다'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새로운 남자와 새 삶을 살기 시작한 미셸은 처음의 그 기대와 설레임이 사라지는 걸 느낀다. 앤드루 포터의 이야기는, 바로 그 새것이 헌것이 된 후를 이야기하고 있다. 새것이 헌것이 되었지만, 그런데 그것이 새것인 적이 있었잖아, 를 떠올린달까. 읽노라면 자꾸만 좋았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좋았던 때를 떠올린다는 건, 그 때와는 다른 지금을 알고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아프다. 


사는 일은, 특히나 다른 사람과 함꼐 사는 일은, 때론 즐겁지만 때론 힘들다. 

타인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사실 나 조차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잖아), 그래서 기대했던 시간들은 다르게 흘러간다. 그것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고 많이 어긋나기도 한다. 그러나 앤드루 포터가 이 책에 등장시킨 인물들 모두에게 변함없는 사실은,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는 것. 십년후 이십년후에 또다시 이 시간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떠올리면서 또 지금의 시간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겠지. 그들의 회환을 따라가노라면 나의 회환이 겹친다. 그래서 한숨이 나고, 그게 앤드루 포터의 소설이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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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5-0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선택했던 것이 최선이었을까?
최선이 아니었으면 어쩌지?
최선이 아니었지만 나는 나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나?
아 정말 이런 고민의 연속이 인생입니다. 이 책 책나무님이 별5개 준거 보고 아 나도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글 보니까 역시 읽고싶다네요. ^^

다락방 2024-05-10 07:51   좋아요 0 | URL
어휴 중년의 쓸쓸함이 물씬 풍기는 글이었어요. 특별할 건 없는데 쓸쓸함은 큰, 그런 글이었습니다. 휴우-

독서괭 2024-05-0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딱입니다 딱이요~ 새것이 헌것으로.. 흑흑 후회는 아니지만 그런 때도 있었는데 잊고 살다가 문득 떠오르는 그거~

다락방 2024-05-10 07:52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 그랬던 적이 있었지..‘ 하게 되고요, 그리고 오래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moonnight 2024-05-0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제가 sns를 하지 않아서 @_@; 그 미지의 지역에선 저런 개인적인 영상(통화)을 공유한단 말입니꺄 @_@;;; 촌사람 깜놀@_@;;;

다락방 2024-05-10 07:54   좋아요 0 | URL
저도 인스타 하면서 깜짝 놀란게 ‘나는 이런 거 못올릴 것 같은데‘ 하는 걸 정말 잘 올린다는 겁니다. 아이들 영상부터 시작해서(그건 부모 욕심 같아요), 연애스타그램이라고 연애하는 일상하며, 몸과 돈의 자랑 까지.. 이야, 세상엔 능력있고 돈 많은 사람들 정말 많구나 싶습니다. 하하하하하.

잠자냥 2024-05-10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ㅑ ~~
새거가 헌거 되는 이야기….
ㅋ ㅑ ~~|

다락방 2024-05-10 07:54   좋아요 1 | URL
ㅋ ㅑ ~ 소주 한 잔 해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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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마다 소지.
이 책에서 한국인에게 잘못한 일본인에 대해 비판한다. 예상외의 내용 등장에 깜짝 놀랐네. 기발한 이야기에 어떻게 가능했지 답을 알고 싶어 책장은 잘도 넘어갔지만 음 역시 이런 이야기는 샤론 볼턴이 잘 쓰는군, 생각했다.
한국인에게 미안하지만 악녀 만들기는 놓지 않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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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노인과 바다 - 5.5g, 10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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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는 드셔보시더니 네스프레소가 더 맛있다고 하셨다. 네스프레소 마실 때는 첫 모금에 ‘아 맛있다‘ 할 때가 있는데 알라딘 캡슐은 그게 없다고. 같은값이면 네스프레소 사라셔서 이건 쿠폰을 사용해 샀다고 말씀드렸다. 쿠폰 있으면 이거 사라고 하셨다. 끝!! ㅋㅋㅋㅋ (난 걍 약간 싱거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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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5-0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건 말이죠~ 그니깐 이 커피의 맛과 향은 <노인과 바다>와는 큰 연관성이 없는 거겠죠?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5-06 17:14   좋아요 3 | URL
네 아무 상관없고요, 고생스런 낚시를 마치고 온 노인은 이 커피를 마실 것 같진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24-05-08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캡슐 나온 줄도 몰랐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4-05-08 10:00   좋아요 1 | URL
한 번 드셔보시죠! ㅋㅋ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너무 바쁘다. 학교에 학원에 그 외 다양한 활동에 할 일이 많다. 학교에서 학급 단합대회를 하려면 제일 힘든 것이 날짜를 정하는 일이다. 고등학교 학생들과 학교 끝나고 뭔가 소통을 하려면 새벽 1~2시에 해야 한다. 카카오톡이 그때부터 불이 난다. 틈틈이 아이들은 게임도 하고 SNS도 해야 한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사색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이들이 학원에, 게임에, 스마트폰에 들이는 시간도 있어야겠지만, 목적 없이 허송세월을 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쓸모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이러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과 세상과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더라도 - P126

자기 머리로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않으면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 자신의 본모습을 찾기 어려워진다. - P127

공정한 어떤 잣대로 재봐도,
미국 최고의 아동살인범은 가난이다.

-테리사 푸니시엘로(미국 복지권리운동 조직가) - P257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SNS에 올라오는 환상적인 이미지와 AI를 활용한 생활의 편리성 덕분에 가난은 이제 사라진 옛날 문제인 듯 보이기도 한다. 분명 빈곤으로 인한 불평등은 도처에서 작동 중인데 우리는 감지하지 못한 채 가난은 점점 더 어두운 곳으로 은폐되고 그 검은 그림자는 사회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셈이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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