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발견 2023.7.6.



오늘 처음 보기까지

내 앞에서

얼마나 춤추고 놀면서

내 눈에 뜨이려 했을까


바로 여기 오기까지

네 곁에서

얼마나 노래하고 뛰며

네 마음에 들려 했을까


바라볼 수 있으니

알아볼 만하고

마주볼 수 있어서

찾아볼 만하지


반짝이는 별송이를

너울이는 꽃송이를

나풀나풀 눈송이를

같이 만나고 함께 속삭여


ㅅㄴㄹ


무엇을 ‘본다(보다)’고 할 적에는 눈으로 느끼거나 아는 일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서 어느 쪽으로 몸을 놓으면서 눈을 떴지만 막상 하나도 못 느끼거나 모르기도 하거든요. 숨결이나 숨빛을 마음으로 먼저 느끼고 알기에 눈으로도 나란히 느끼고 알게 마련입니다. 마음이 없으면 봄에 봄꽃이 흐드러졌어도 못 보고 못 느껴요. 마음이 없으면 날마다 스치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 해요. ‘발견(發見)’은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것을 찾아냄”을 뜻한다는군요. 우리말 ‘찾아내다’를 한자로 옮긴 얼거리일 텐데, 짧게 ‘찾다’를 써도 되고, ‘알다·알아내다·알아차리다·알아보다’나 ‘눈뜨다·눈치채다·깨닫다’나 ‘만나다’를 쓸 수 있습니다. ‘밝히다·엿보다’나 ‘드러나다·머금다’나 ‘나오다·나타나다’를 써야 할 자리가 있고, ‘보다·맡다’나 ‘새롭다·새길·새로가다·새빛·새넋’을 써야 어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일·있다’나 ‘잡다·잡아내다·캐다·파다’나 ‘처음·첫·첫물·첫발’로 손볼 수 있어요. 참답게 눈을 떠 봐요. 마음부터 환하게 틔워 봐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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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사전 2023.8.6.



이야기를 하려는 마음이면

뜻을 읽고 생각을 이어서

새롭게 함께 지을 살림을

말 한 마디에 얹는다


사랑으로 어린이랑 살기에

수수께끼를 엮고 나누면서

앞으로 같이 가꿀 마을을

말 한 도막에 담는다


푸르게 풀꽃나무를 품기에

들숲바다 곁에서 살아가며

스스로 일구는 보금자리를

말 한 자락에 싣는다


새는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은 너랑 나 사이에

눈빛을 틔우며 포근하고

숨길을 열면서 아름답다


ㅅㄴㄹ


소리는 같되, 한자가 다른 ‘사전’이 있습니다. ‘사전(事典)’은 “삶과 살림이 무엇인지 이야기로 풀어서 모으거나 엮은 꾸러미”를, ‘사전(辭典)’은 “삶과 살림이 무엇인지 담은 낱말마다 뜻을 풀고 보기글을 달아서 모으거나 엮은 꾸러미”를 가리킵니다. 한자를 밝히거나 뜻을 새겨도 헷갈릴 사람이 많을 테지요. ‘사전事典 = 살림꾸러미·살림숲·이야기숲’이요, ‘사전辭典 = 낱말꾸러미·낱말숲·말꽃’인 셈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처음부터 ‘이야기책’하고 ‘말책’처럼 쉽고 수수하게 이름을 붙일 만해요. ‘이야기꽃·이야기꾸러미·이야기모둠’하고 ‘말꽃·말꾸러미·말모둠’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우리는 이 삶 곳곳에서 겪거나 마주하거나 누리는 일마다 ‘이야기’를 느끼고 얻고 지어요. 우리는 이 삶 곳곳에서 겪거나 마주하거나 누리는 일마다 느끼거나 얻거나 짓는 이야기를 ‘말’로 그리고 나타내고 나눕니다. ‘사전事典 = 여러 일이 어떤 이야기로 이루는가를 밝히는 꾸러미’요, ‘사전辭典 = 모든 일을 이야기로 담아내는 바탕인 낱말을 차근차근 짚고 밝히는 꾸러미’라고 하겠습니다. 낱말에 담은 숨결을 읽고, 낱말로 이야기를 엮은 마음을 나눕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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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학교생활 2024.5.2.나무.



나무만 심는다고 해서 길이나 마을이 푸르지 않아. 애써 심은 나무를 안 쳐다보면 무슨 보람이겠니. 나무를 안거나 쓰다듬을 수 없어도 부질없어. 나무는 심었으나 부릉부릉 매캐하다면, 나무를 그저 괴롭히는 짓이고, 사람 스스로 죽음길을 치닫는 셈이야. “나무를 심었다” 하고 말하려면, 나무가 자라서 나무씨를 떨구어 어린나무가 새로 자랄 수 있어야 한단다. 큰집을 세우고 길잡이를 두고 책을 꽂기에 배움터(학교)이지 않아. 배움터에 보내기에 ‘배움살림(학교생활)’이라고 여기지 않아. 하루를 다니건, 몇 해를 다니건, 아예 안 다니건, 스스로 눈코귀입을 틔우면서 마음을 열고 온누리를 담아내는 길일 적에 ‘배움살림’이란다. ‘배웠다’거나 ‘학교를 다녔다’고 말은 하지만, 매무새(기본예절)가 덜되거나 엉터리인 사람이 수두룩하구나. 책을 읽거나, 영화·유튜브를 보았어도 ‘읽고 새겨서 익히’지 않는다면, 허울이나 탈이나 겉치레로 그쳐서 수렁에 잠긴단다. 어디를 다닌다면 ‘다닐’ 뿐이야. ‘배움길’은 어느 곳에서만 가지 않거든. 네가 살아가는 모든 곳이 배움터야.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배움동무야. 네가 이야기를 듣는 모든 사람이 배움길잡이란다. 네가 맞이하는 모든 날이 배움날이지. 네 마음에 피어나는 모든 생각은 배움꽃이야. 네가 읽는 모든 글과 모습과 빛은 배움책이란다. 집에서 즐겁게 배우고, 들숲바다에서 푸르게 배우고, 나들이를 하면서 새록새록 배우고, 밥을 차리고 나누면서 오붓하게 배우기를 바라. 배우기에 자라. 자라기에 튼튼해. 튼튼하니까 살아가지. 살아가면서, 문득 사랑을 본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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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봉우리 2024.5.3.쇠.



나무줄기에 비닐끈을 동여매어 걸개천을 붙이는 사람이 많구나. 나무가 몸이 조여서 아픈 줄 모를 뿐 아니라, 나무한테 다가가서 마음을 나눌 줄 모르는 탓이야. 네 손목이나 배나 목을 비닐끈으로 조인다고 생각해 보렴. 견딜 수 있겠어? 숨막히겠지? 나무도 비닐끈 탓에 숨막힌단다. 숨막히는 나무는 푸른바람을 일으키기 힘들어. 쓰러지거나 무너질 판이야. 높게 솟은 봉우리는, 밑자락부터 풀과 나무로 둘러. 조이거나 묶거나 매이지 않은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봉우리와 멧자락이기에 ‘숲’을 이루고, 이 멧숲은 온목숨이 싱그럽고 기쁘게 살아가는 터전이란다. 예부터 사람은 “호젓한 숲”과 “이 호젓한 숲을 품은 봉우리”한테 폭 안겨서 살아왔어. 호젓한 멧숲자락에서 살림을 여미고 하루를 누리기에, 사랑을 느끼고 나누면서 마음씨를 달래고 가꾸지. 마음씨가 퍼지면서 생각이 자라고, 생각은 어느새 꿈으로 뻗고, 이 꿈은 새삼스레 삶으로 드러난단다. 먼곳을 바라볼 적에는 봉우리(멧봉우리)인데, 곁을 살펴볼 적에는 봉오리(꽃봉오리)야. 부드럽게 자라다가 어느 날 곧고 반듯하게 서고 솟는 봉오리이지. 꽃잎은 봉긋하게 솟아나면서 둘레를 밝혀. 꽃빛(꽃봉오리빛)은 네가 늘 삶터에서 스스로 밝게 반짝이는 하루인 줄 알아보라고 알린단다. 그러니까, 보면 돼. 봉우리를 보고, 봉오리를 보렴. 마음에 꽃봉오리를 품고 멧봉우리를 품으렴. 풀과 나무가 우거진 멧숲에서 솟은 샘은 어느덧 물줄기를 이루어 들을 적시는구나. 들을 가르는 물줄기는 곧 바다로 이어가서 숱한 이야기씨앗을 흩뿌리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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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탈락 2024.5.4.흙.



가랑잎이 가지를 놓고서 땅한테 폭 안길 적에 ‘떨어지다’라고 하는구나. 빗방울이 하나둘 들을 적에 하늘에서 ‘떨어지다’라고 하지. 위나 높은 데에 있다가 밑이나 바닥으로 가면 ‘떨어지다’로 여겨. 위에 있기에 나아서 ‘떨어지다’라고 할까? 밑이나 바닥으로 가면 나빠서 ‘떨어지다’라고 할까? 곰곰이 볼 수 있다면 ‘떨어지다·떨구다’는 ‘땅’하고 맞닿거나 만나려고 쉬는 길이야. 어느 곳이든 ‘곳’이란다. 제아무리 높아도 해나 별에 대면 “땅바닥하고 마찬가지”란다. 그리고, 물은 늘 새롭게 흐르려고 먼저 바닥을 치고서 높이 솟고는, 다시 신나게 곤두박을 치는데, 고요하던 물이 물결을 치면, 바로 이때에 노래가 생겨나. 바닥치고 솟고 떨어지고 오르는 길을 흐르면서 숨결이 새롭게 노래가 태어나. 나무가 가지에 매달던 잎을 놓기에, 나무는 속으로 테(나이테)를 늘리면서 자라고, 이때에 노래도 자라지. 자라려 하기에 오르내려. 자라고 싶기에 붙다가 떨어져. 자라는 동안에 떨구고, 울기에 웃는 길을 스스로 찾아내. 눈앞에 있는 일을 어떻게 보려는지 헤아리렴. 코앞에 닥친 일이라서 “발등에 떨어진 불”일까? ‘때(시간)’란 따로 없는 줄 아니? 네가 ‘때·곳’이 따로 없는 줄 알면서 ‘나·너’가 있으면서 모든 일이 새롭게 흐르면서 이야기를 이루는 줄 제대로 바라본다면, ‘떨어진’ 잎은 새롭게 내딛는 첫발이로구나 하고 배우겠지. 기쁘게 맞이하고 반갑게 품고서 새록새록 돌아보기를 바라. 곤두박춤을 누리는 제비를 그려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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