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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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의 책은 재미있고, 앞으로도 계속 읽을테지만, 이번 책은 잘 안 읽혔다. 

말콤 글래드웰이 전쟁 이야기 좋아하고 (싫어라..) 거기서 뭐 좋은 점을 찾고, 꾸며서 이야기해봤자 좋아하기 힘들지. 

광기 또라이 집단이었다는 공군내의 전설 같은 두 명의 파일럿을 통해 '어떤 선택의 재검토' 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모든 전쟁은 부조리하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서로를 없앰으로써 불화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서로를 제거하지 '않을' 때에는 '다음' 기회에 확실히 서로를 제거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과심을 투자한다." 


비행기가 전쟁을 좌우할 수 있다는 믿음, 비행기로 전략요충지만 폭격하면 민간인은 덜 죽을 수 있다는 신념에 대한 이야기가 주인데, 군인은 죽어도 되나? 군인들이 전쟁 일으켰나? 


르메이와 헤이우드로 나뉘는 인간 부류에 대한 이야기는 볼만했다. 실용적 인간과 돈키호테적 인간. 그런 인간들이 전쟁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을 해서 어떤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들, 군대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들, 전쟁!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들. 뭐를 위해서 죽으라고 사람들을 출동시키는건지. 이기기 위해서,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는 대의가 우스워 보일만큼 말도 안 되는 죽을자리로 군인들을 보낸다. 


현재진행형중인 러시아 전쟁에서 네이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에 네이팜의 발견과 그것을 어떻게 썼는지 나온다. 

꺼지지 않는 불꽃. 일본의 서민들 (민간인)이 모여 사는 곳은 목조주택과 다다미로 화재에 취약했다. B-29에서 네이팜 폭탄이 무더기로 떨어졌다. 도시가 불탔다. 네이팜으로 도시들을 파괴하며, 원자폭탄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역사에 만약 그랬다면이라는건 소용 없는 가정이다. 어떤 좋은 의도라도 인간을 거치면 파괴적인 결말로 가는 것이 역사에 반복되고 있지만, 뭘 배우겠어. 또 반복이나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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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 만들어지고, 유행하고, 사라질 말들의 이야기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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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라는 제목과 표지의 풍선 유니콘이라니. 반칙이다. 너무 기발하고 멋지잖아. 

시간이 지나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만. 이 책에 나온 신조어들처럼 말이다. 


금정연의 이번 책은 재미있었다. 주제를 잘 잡고, 그에 따른 리서치도 잘 되어 있고,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재미 없는 경우도 많지만, 이번에는 재미있었다. 24개 신조어와 그 신조어가 나타내는 한국 사회의 트렌드와 병폐를 잘 풀었다. 


존버, 금수저, 흙수저, 플렉스, 취준생, 홧김비용, 가성비, 비혼, 국룰, 뇌피셜, 맘충, 틀딱, 노키즈존, 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남. 


개인적으로 맨날 궁금했지만, 굳이 찾아보지 않았던 '스불재' 의 뜻을 알았다.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이라고 한다. 


홧김비용에서 저자가 아는 어느 훌륭한 소설가가 일이 바쁘면 바쁠수록 옷을 더 많이 사는 바람에, 한 번도 못 입고 나간 옷이 옷장에 그득하다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뒤에  으이고, 지돈아.. 하는거 보니 ㅇ지돈인가봐) 신조어, 유행어가 사람들을 '밈'에 갇히게 하는 걸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홧김비용' 이란 말이 특히 그렇다. (정화한 말이고, ㅅㅂ 비용이 라고 하지 보통. 요즘은 금융 치료라고 하기도 하고) ㅇ지돈 작가님,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입지도 않는 옷을 그렇게 많이 사서 쌓아두십니까. 2022년 방통위 방송대상 수상작인 환경 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를 보시길 권합니다. 이런 에피소드를 책에 쓴 금정연 작가님도 함께 보면 좋겠네요. 스트레스를 왜 지구에 풉니까. 


'홧김비용' 에 대한 사회학자 구정우의 말 " 요즘 젊은 세대에게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보다 현재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려는 욕망이 담긴 것 같다. 저축해 봤자 집 못 사잖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 봤자 평생 다닐 수 있는 것 아니다. 갑을관계로 드러나는, 계급 격차가 심한 사회에서 살다 보니 젊은 청년층일수록 스트레스 받을 수밖에 없고 이를 반영한 신조어가 나오는 거다." 


분석은 알겠지만, 아, 나는 너무 아닌 것 같다. 홧김비용은 악순환의 강력한 시작인 것 같단 말이지. 그것이 유행어가 되고, 전시가 되고, 점점 더 말의 힘이 쎄지고. 없어져도 되는, 없어지고 있는 말들 중에 하나다. 그러고보니, 다른 단어들도 없어져야 하는 단어들 많다. '존버' 라는 단어, '존버씨의 죽음' 읽은 후에 더 이상 가볍게 봐지지 않는다. 금수저, 흙수저, 플렉스, 스블재, 밈, 가짜뉴스, 뇌피셜, 틀딱, 맘충, 노키즈존, 휴거,엘사,빌거, 민식이법 놀이 등등. 


'홧김비용'을 읽으면서는 할 말이 많았지만, 다른 챕터들은 고르게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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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민음사 탐구 시리즈 4
임소연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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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이 빨간책 시리즈는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로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여성과 과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낯선 것도 아닌데, 참 더디게 읽혔다. 더디 읽히는만큼 더 많이 생각들로 채울 수 있었다. 


저자는 과학에서 소외되었던 여성을 더 잘 재조명할 수 있도록 함께 탐구하고, 과학과 친해지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더디게 읽히긴 했지만,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서 관심 가는 분야들 재미있게 읽혔다. 


'3장 장은 생각한다'에서 폭식증과 우울증이 뇌만이 아니라 장의 문제임을 이야기한다. 에드워드 불모어의 '염증에 걸린 마음' 에서 염증이 뇌에 영향을 미쳐 우을증에 걸리게 한다는 내용도 떠오르는 부분이었다. 장과 우울증의 문제가 이 책 여성과 과학에 나온 이유는 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 때문이다. 장은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소화한다. 단백질은 세로토닌의 재료를 제공하고, 탄수화물은 세로토닌 수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인슐린의 분비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세로토닌이 대량 생산된다. 단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기제이다. 세로토닌의 95퍼센트는 장의 내분비 세포인 장내 크롬친화성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5프로만이 뇌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우울증은 통상 여성이 남성보다 1.5배에서 2배 가까이 많이 경험하는 질환이다. 섭식 장애를 가장 많이 앓는 집단이기도 하고, 와 단맛과 디저트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집단인 여성의 장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2018년 발표된 계명대 의과 대학의 이주엽과 박경식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여성 과민증 장 증후군 환자에게서 성적, 신체적 정서적 학대 경험이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20~ 30대 여성의 우울증과 섭식 장애, 식문화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과학은 아직 없다고 한다.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 


" 젊은 여성들의 문화는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우울한 장과 연결되어 있다. 이미 여성의 장은 더 우울하고 더 예민하며, 이에 대한 처방으로 달콤한 음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 장이 알고 있는 것을 과학자들도 알아야 할 때가 왔다. 장과 뇌의 연결에 관한 최신 연구는 물질과 감정을 통합해 이해하는 과학이다. 여성의 경험을 과학 속에서 더 많이 공유한다면 우울한 여성, 먹고 토하는 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60)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머신러닝을 하는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에 의해 사회의 차별적 시선마저 배우게 된다. 그러므로 "차별하지 않는 인공지능은 자연스러운 데이터,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위적인 노력과 개임으로 다듬어진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다." (107) 


마지막으로 과학과 좀 더 친해질 것을 과학계 여성들의 머릿수가 더 늘어나야함을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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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2-07-3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디저트 먹고 위장이 안좋은데 제 얘기 같네요 ㅎㅎㅎ...(반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
 
우리가 잃어버린 것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2
서유미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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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박혜진은 이 책이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어온 여성들의 자발적 고립의 역사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소설들이 혼자라는 상태, 고립이라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내는 데 그쳤다면 서유미의 성취는 각자의 고립을 넘어서는 느슨한 연대를 통해 멈춘 듯한 좌표를 이동시켰다는 데에 있다." 라고 평한다. 


앞문장에는 반 정도 동의하지만, 고립을 넘어선 느슨한 연대라는 것에는 물음표가 뜬다. 


서른 일곱의 경주는 또래의 주원과 아이가 생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육아 휴직은 고민 끝에 퇴직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되어, 취업을 간절히 바라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동네의 카페 제이니로 출근하며 구직활동을 하게 되지만, 쉽지 않다. 그나마 연락온 곳에서는 야근과 주말출근이 가능하냐고 물어서 안된다고 하고, 집 근처여서 지원했던 회사가 얼마 후 두 시간 거리로 이사간다고 해서 포기한다. 


초반에 육아로 힘들어하는 것들 읽으면서,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너무 많이 읽고, 봤던 이야기들 아닌가 싶었다. 이 책에는 내가 현실에서는 한 번도 듣고 보지 못했던 남편이 나온다. 아니, 이 책은 남편의 좋은 모습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아이, 남편, 시댁, 가족으로 힘든 일은 편집하고, 경주의 느낌과 깨달음, 힘든 심리에만 집중한다. 


비혼의 친구가 기혼이 되었을 때, 서 있는 자리가 달라졌을 때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남겨준다. 사회에서 우리는 약자의 자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것을 안다. 육아를 하는 여자는 사회적 약자이다. 하지만, PC도, 배려도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자발적' 고립이어서인 것 같다. '출산'은 선택이어서. 하지만, 아무리 봐도 출산과 육아는 여자에게 외통수인 것 같다. 일과 육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곡예와 같고, 대부분의 사람은 곡예사가 아니니, 몸과 마음이 갈릴 뿐이다. 


독립해서 살다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평소 쓰던 고급 핸드워시를 더 이상 사지 못하고, 취준을 위해 방문한 카페에서 그 핸드워시를 발견하고 좋아한다. 아이가 조금 크니 어른의 것, 어른으로서 어른과 나누던 것들에 목마르게 된다. 임신과 육아로 고립이 되니, 이전에 벽을 유지했던 것과 달리 자꾸 사람들에게 마음을 쉽게 연다. 담당 산부인과 의사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집에 놀러와'주는' J를 절친으로 여기고, J를 기다린다. 그리고, 단골 카페 제이니의 여자 사장에게는.. 더 복잡한 마음. 누가 와줬으면 좋겠다. 나는 밖에서 못 만나니깐. J가 와주니 너무 고맙다. 절친이다. 느끼게 되는 것. 절박해 보인다. 서른 일곱까지 비혼으로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들 넷은 청첩장을 보내고, 돌잔치에 초대하면서 절연하게 된다. 고등학교때부터 서른 후반까지 절친으로 만났는데.. 어휴.. 


서른 후반의 직장인들이 비혼이거나 말거나 매 주 만나고, 여행하고, 이런 설정은 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힘들다고. 서른 후반은. 그런 에너지 없다고. 그런 만남에 결혼준비로, 임신으로, 육아로 빠지게 되고, 그렇게 일년 동안 아마도 소원하다가 돌잔치 초대를 하고. '고립', '자발적' 고립. 그 세계에 들어서기 전에는 몰랐던 감정과 상황과 이야기들. 근데, 정말 몰랐을까? 정말 모르나?  


베스트 시나리오는 지우 (경주의 딸)에게 귀여워 죽는 이모 넷이 생기는 것일 수도 있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기도 하고. 친구 관계가 그 정도였나보지 싶기도 하고. 기혼과 비혼 사이에 건너기 힘든 강인가 싶기도 하고.   


책은 비혼과 미혼에서 기혼으로 넘어간 경주가 어떻게 다른 길을 걷게 되는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를 중심으로 같이 웃고 고통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점이 남편과 더 큰 결속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 그런가? 


경주가 SNS에 단골 카페로 태그를 달아 올리자 전직장 동료가 '대낮 카페 부럽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회사 사진과 함께. 경주는 취준으로 괴로워하는 그 시점에. 


"동료는 경주를 부러워하지만 구직자인 경주의 간절함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고 경주는 양쪽 입장에 다 처해봤지만 이제 저쪽의 마음에서 멀어졌다. 


오히려 경주는 지원했던 채용 공고가 하나씩 마감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설득해야 했다. 왜 일하고 싶은지, 꼭 일해야 하는지. 경제활동을 해서 빚도 줄이고 생활의 눈금을 여유 쪽으로 옮기고 싶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리를 가지고 싶었다. 주원의 일, 회사에만 기대는 것도 싫고 지우가 크면서 친구들 쪽으로 좌표를 옮겨갈 때 졸졸 따라다니며 뒷모습만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111)


"집에만 있으려니까 답답하지만 그건 답답함이라기보다는 막막함에 가까웠다." (115)


의지하던 집에 와주는 친구 J 와도 마음이 상하게 된다. 

"나는 나를 책임져야 되잖아, 평생. 나를 책임질 사람이 나밖에 없잖아." 


남편이 부인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데, 누구나 나를 내가 평생 책임져야 하는거 아닌가. 나도 저 말 종종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보니 그렇다. 독립, 의존,연대,파트너, 돌봄과 책임 같은 것들 단순하고, 복잡하다. 나는 최대한 단순하기를 바라고, 그에 맞게 살지만, 그게 언제까지 될지, 그게 되는 지금이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다. 


경주는 주원(남편)에게 말한다. "너네는 가족이잖아. 다 자기 자리도 있고, 친구도 있고." 


'자발적 고립'이라는 말은 함정이다. 자발적인 것 같지만, 다른 길은 없는 함정일 수 있다. 그걸 알면서도 걸어들어가서 '자발적'인 것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느슨한 연대를 통해 멈춘듯한 좌표를 이동시켰다' 고 하는 평. 

마음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저사람도 나처럼, 혹은 나보다 힘들구나 라는 것이 느슨한 연대를 통해 멈춘 좌표를 이동시킨 것일까? 비혼의 친구들과의 사이에 다리가 놓아진 것도 아니고, 좋아보였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는 것이 연대의 마음일까? 


나 자신을 지켜내는 것이 일만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일이 크기야 하겠지만. 책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일 수도 있고('관계'가 아니라 '타인' 이면 안되고). 봉사나 취미, 공부가 될 수도 있고. 이 책을 읽고 생각하게 된 결론은 다르지만, 생각할 것들은 많이 남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 나도 비혼으로서 이 문장의 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주는 다이어리를 펴고 11시 30분 출근이라고 썼다. 출근이라니, 웃긴다고 생각하면서도 경주는 자기가 써놓은 글자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출근의 의미가 돈을 벌러 나감이 아니라 ‘일터로 근무하러 나감‘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 그 단어의 쓰임은 좀 더 각별해졌다. 경주에게는 어딘가로 나아간다는 느낌과 소속감이 필요한 시기였다. 카페 ‘제이니‘에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은 그저 커피 주문인데도 시간을 지키려고 애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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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Paperback, 미국판, International Edition) - 『아름다운 아이』원서
R. J. Palacio / Random House USA Inc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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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참 착한 책이고, 두 번째 읽어도 같은 부분에서 눈물 찔끔 난다. 

볼륨 있는 챕터북 중에서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 싶다. 어려운 책들 중에서는 내용도 영어도 가장 쉽다. 각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같은 이야기가 계속 재구성되며 이야기가 깊어진다. 


친구들간의 갈등, 가족 간의 갈등, 늘 서로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고, 늘 완벽할 수 없는, 그러나 본심은 선한 사람들간에 쌓인 이야기의 타래가 화자가 바뀌면서 풀려나간다. 


오기, 비아, 미란다, 잭, 저스틴. 저스틴은 음악을 하는 비아의 남자친구인데, 저스틴의 음악같은 말?을 재현하기 위해 모든 문장이 소문자로만 나온다. 이 책은 오디오로도 들었는데, 오기역을 맡은 배우가 나레이션을 정말 잘한다. 영화에서도 배우들이 다 잘하는데, 오기 엄마역이 줄리아 로버츠다. 


얼굴에 큰 장애를 가진 오기와 생활하는 것은 비장애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작게 움찔하고, 눈을 못 마주치는 사소한 바디 랭기지들을 어린 오기는 다 캐치한다. 마지막에 오기의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그리고, 오기 자신도 오기의 얼굴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함께 하고, 기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사회에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책으로 읽어도, 영화로 봐도 오기라는 인물에 빠져들어 오기의 얼굴이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고, 오기가 새로 사귄 친구들도 그렇게 된다.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면서 자신을 학교에 보낸 엄마와 아빠에게 화 내고, 겁나지만, 오기는 세상이 늘 그랬듯이 학교 또한 그에게 잔인한 것을 알게 되고, 때로는 겁나고, 때로는 상처받지만, 학교에 가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좋은 것들을 알게 된다. 오기가 용기를 내고, 용기를 꾸준히 이어나가 1년을 보낸 것에 모두가 기립박수. 


처음에도, 마지막에도 오기는 자신은 평범한 아이라고 말한다. ordinary kid 

모두가 특별하다는 점에서 그것이 노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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