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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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으며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한 아래의 문장이 생각났다.


<현실에서 모든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그 자신의 독자이다. 저자의 작품은 만약 그 책이 아니었으면 독자가 결코 혼자서는 경험하지 못했을 어떤 것을 스스로 식별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시력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속에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진실성에 대한 증명이다

-p.33,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알랭 드 보통, 청미래>


 

내가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프루스트의 말처럼 혼자서는 경험하지 못했을 세상의 다양한 것을 간접 경험하고, 선한 방향으로 집요하게 인식의 틀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인식은 세상과 타협하며 적당히, 편하게 살기 원하는 느슨함에 금방 무뎌지고 만다. 좋은 게 좋은 것이며, 이 정도면 적당하다는 자기기만으로 금방 돌아가 버린다.

 

이번에 읽은 최은영의 소설은 까탈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읽기 어려웠다는 뜻은 아니다. 세심하고 조곤조곤한 말투와 같은 문장으로 세상과 인간을 보는 나의 시선과 이해에 대해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가족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까지가 이해의 폭으로 인정되는지, 정말 상대의 살갗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이해한다는 말을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폭력 또한 서늘했고 마음이 아팠다. 책을 읽으며 자기 속에서 인식해야 한다는 프루스트의 말을 제대로 실감했다.

 

 

성적에 맞춰 들어간 학과 공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웠지만 그럭저럭 졸업을 하고 은행의 비정규직 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희원은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대학 3학년에 학사 편입한 늦깎이 영문과 대학생이다. 영어로 된 에세이를 읽고 각자 에세이를 써 와 토론하는 강의에 참가한 희원은 그 수업의 시간강사인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한다. 수업의 내용과 그녀의 생각, 같은 지역에서 살았다는 동질감을 좋아하고, 희원이 앞으로 가게 될 길의 선배로 여기며 그녀에게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희원이 원하는 그 길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따고 시간강사로 출발해서 대학에 자리 잡는, 공부하는 인생이 비정규직으로, 날씬하지 못한 어린 여성으로 차별받았던 희원의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희원은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에서 그녀의 길을 따라가지만 그들은 계속 대척점에 서 있다. 그녀가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용산에 지금 희원이 살고 있으며, 희원이 벗어나 다른 길로 가고 싶었던 그 길에 그녀가 있었으며, 결국은 자리 잡지 못하고 글이나 공부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자리에 현재 희원이 분투하며 버티고 있다. 엇갈림과 짧은 인연 속에서의 그들의 대척은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소심한 희원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등불과 같은 것이었다. 희원은 그녀라는 빛을 좇고 성장하고 있었다. 이 책의 표제작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짧은 분량임에도 장편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여러 면에서 생각할 것이 많았다.

 

현역으로 대학에 입학한 나는 회계학을 전공했다. 희원처럼 성적에 맞춰 학과를 선택했기에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았고 매번 허덕이며 공부를 따라가야 했다. 우리 과(학과의 특성상)에는 여상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 회사 생활을 하다가 다시 대학에 온 언니들이 몇 명 있었다. 그들에게 회계 원리는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었고, 학점을 향한 집요하고도 억척스러움은 성실과 노력의 다른 말이었다. 그들이 대학에 다시 온 이유는 많겠지만 아마 직장에서의 차별이 가장 컸을 것이다. 가끔씩 그들의 삶이 궁금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간 그들에게 차별은 없어졌는지, 자신의 꿈을 향해 항상 더 가보고 싶었는지가.

 

[그것이 어떤 문장이든, 그녀는 내가 자신보다 나은 경험을 하기를, 자신이 겪었던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자존심이자 힘이었으리라는 생각도 한다. 자신의 조건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겪는 부당함을 인지하면서도 인정은 하지 않으려는 마음 같은 거 말이다. 그 마음이 그녀를 지켜 주었는지도 모른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41]

 

우리가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거나 글쓰기를 할 때, 소재와 내용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 은 그런 고민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대학교지 편집 부원이었던 희영은 기지촌 여성이나 가정 폭력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 한다. 희영은 당연히 그런 삶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대학생이고 심지어 좋은 구두도 신고 다닌다. 희영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계급의 문제를 사회적이면서도 공적인 자리로 끌어내어 해결책을 제시하기 원한다. 희영은 입장이 다르고 그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럴 자격이 없는 것일까? 가난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위하고, 폭력을 당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폭력을 당한 사람을 이해하고, 차별받아 본 적이 없는 여성이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그렇게 오만하고 위선적인가?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야만 사람의 죄를 대신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희영과 해진은 미군에게 살해당한 어느 기지촌 여성의 오 주기 추모 집회에서 주한미군의 범죄를 성토하고 미국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정권을 규탄하려 모인 사람들이 외치는 구호에 경악한다. “범죄는 모국에서! 그러자 누군가 조금 작은 소리로 따라 외쳤다. 강간은 미국에서!(p.70)” Fucking USA. ‘구호도 그렇지만 주변에서 옅게 퍼지던 웃음소리도 충격적이다. 입장만 바뀌면 강간은 어디서나 가능하다는 생각과 여성 문제를 단지 이슈로써만 이용한다는 사실이 허망하다. 뜻을 같이 하는 조직 안에서도 넘지 못하는 이해와 감정의 폭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으로 서로를 찌르고 분열하는 모습이 지금의 시국을 보는듯해 안타까웠다. 먼 훗날 누군가는 죽고 남아있는 자는 한없이 초라해질 때, 떠오르는 과거에 대한 회한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최은영은 의 화자인 해진을 라고 지칭한다. 내가 너로 표현되고 불리는 것은 나를 객관화시키는 것이다. 너라는 나를 보며 미흡하고 비겁하다고도 생각하지만 너에 대한 연민과 초라함을 느끼기도 한다. 의 해진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의 희원은 자신과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글쓰기에 대한 고민으로 성장해 간다.

 

[정윤의 글을 읽은 당신은 그 글을 읽기 전의 당신이 아니었다.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 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 ‘’, p.52]

 

이 책의 나머지 소설에도 여러 관계가 있다. 직장 상사와 비정규직 직원인 지수와 다희, 언니와 여동생, 앞으로 만나지 못할 것이 확실한 조카에게 이모가 쓰는 부치지 못하는 편지, 소리와 그녀의 엄마와 삼촌인 민주와 민혁, 서로 다르게 기억되는 모습들, 희진과 이모 숙희, 기남과 그녀의 차가운 딸인 우경, 기남 남편의 전처의 딸인 알코올 중독자 진경, 기남에게 부끄러워해도 된다고말해주는 우경의 아들 마이클......

 

끊어낼 수 없는 관계에, 기억에, 고통과 폭력에 온통 어둡고 음울했지만 사람이 있는 자리에 무조건 있기 마련인 따뜻함과 희망은 책을 읽다가 마음 아파 눈물 흘리던 나를 건져 주었다. 소설 속 많은 곳에서 발견한 나의 부끄러움도 마이클의 한 마디에 위로 받을 수 있었다.

 

촘촘하고 치밀한 각 소설에 대한 감상을 적기가 너무 어려웠다. 써야 할 것이 넘쳐 그 중 무엇을 가져오고 어떻게 써야 할지 암담했다. 그래도 뭔가를 조금이라도 써야한다는 강박에 감상을 적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한 것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소설은 그저 읽어야 하는 것이다.

 

[“부끄러워도 돼요. 부끄러운 건 귀여워요.”

 

따뜻한 통증이 기남의 등과 배에 퍼져나갔다. 기남은 마이클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클은 자신을 몰랐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애가 오히려 자신보다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건 무슨 이유였을까. 부끄러워도 돼요. 기남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한 번도 기대하지 않았던 말, 기남은 그 말을 잊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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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1-22 1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4-01-22 18:15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의 감상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느낌이면 좋겠습니다^^

Falstaff 2024-04-04 17:21   좋아요 1 | URL
이거 참. 난감하게 됐습니다. 5월 첫 독후감으로 올릴 거 같은데, 저하고는 극적으로 맞지 않더군요. 흑흑흑.....

페넬로페 2024-04-04 17:59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께는 이 작품이 좀 그렇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했어요 ㅎㅎ
5월에 올려주시는 리뷰 잘 읽어 보겠습니다^^

새파랑 2024-01-22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야 저 지금 이 책 읽고 있는데 ^^ 찌찌뽕 입니다. 절반 넘게 읽었는데 내용이 좀 무겁지만 좋더라구요~!!

페넬로페 2024-01-22 19:5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께서도 읽고 계시는군요.
최은영 작가 좋아해서 벌써 읽으신 줄 알았어요.
생각보다 무거운 내용이 많았지만 글의 힘이 역시나 좋았어요.

미미 2024-01-22 1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리뷰 많이 올라와도 크게 관심 없었는데 페페님 글을 읽으니 꼭 읽어봐야겠어요!
페페님이 사고의 폭을 넓히려 애쓰시는걸 저는 종종 느껴요. 글에서, 댓글에서도~^^♡

페넬로페 2024-01-22 20:01   좋아요 3 | URL
미미님의 사고의 폭의 확장을 따라가기엔 아직 멀었습니다.
제가 워낙 소설을 좋아해 이 책이 좋았는데 미미님께도 보람있는 독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레이스 2024-01-22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다 멈췄는데 마무리 해야겠네요^^

페넬로페 2024-01-23 00:23   좋아요 1 | URL
좋은 문장이 많아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희선 2024-01-23 0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경험해야만 어떤 글을 쓰는 건 아니겠지요 거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쓴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 알지 못한다 해도 알려고 하는 마음이 있다면... 최은영 소설은 슬프면서도 마음 따듯하게 해주는 듯합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4-01-23 07:29   좋아요 1 | URL
희선님 말씀처럼 최은영의 소설이 슬프면서도 마음 따뜻해 계속 읽는가 봐요. 문장도 좋고요.
인간의 경험을 넘어서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관심 갖는 마음과 함께요.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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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읽기에 지루하고 꼭 읽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심마저 들게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사랑하게 하며, 삶을 프루스트화 시킨다. 철학적이며 위트있는 알랭의 문장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한 사람에게는 자부심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읽고자 하는 의지를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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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1-22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어느새 22일...한 주 잘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4-01-22 16:28   좋아요 2 | URL
벌써 22일 입니다. 1월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날씨가 많이 춥네요. 서곡 님, 건강하게 남은 1월, 잘 보내시기 바라요.

미미 2024-01-22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100자평입니다ㅎㅎ
늘 소중소중 간직만 했던 책인데 이런 느낌이라면 올해 반드시 완독!! >.<

페넬로페 2024-01-22 20:03   좋아요 1 | URL
저도 오랫동안 묵혀 오다 이번에 드디어 읽었어요.
보통의 글이 약간 푸르스트를 닮아 읽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몇 번 반복해서 읽으니 다 이해가 가더라고요^^
 
콜롬비아 나리뇨 산 로렌조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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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엔 유달리 눈이 많다. 눈 오는 날의 운치는 커피와 함께....커피를 마시며 집 밖에서 활동해야 하는 가족의 안전도 걱정한다. 로렌조 커피를 드립해 텀블러에 담아 학교에 가는 딸아이의 가방에 넣어 주었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에 눈 오는 날의 내 마음이 담겨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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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1-09 2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교에서 잠이 안올까봐(....) 우엉차를 들고다녔습니다. 엄마가 아침마다 커피 대신 끓여주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01-09 21:25   좋아요 2 | URL
우엉차의 효능이 엄청 많은데 잠이 안 올까봐 미리 걱정해주는 효과도 있군요. ㅎㅎ
은오님께서 영특하신 이유가
어머니께서 정성스럽게 끓여주신 우엉차 덕분이었군요🥰👍

독서괭 2024-01-11 18:26   좋아요 2 | URL
아침마다 우엉차 끓여 챙겨주며 애지중지 키운 딸이 곰탱이가 되어 2093년의 약속에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머님은 알고 계신지.. ㅜㅜ

은오 2024-01-11 18:52   좋아요 1 | URL
엄마 미안.... 209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괴롭지만
나 그 사람 아니면 안되겠어.

페크pek0501 2024-01-10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님의 마음이 충분히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4-01-10 21:01   좋아요 1 | URL
제 맘이 들어있는 따뜻한 겨울, 페크님께도 전합니다^^

그레이스 2024-01-12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페넬로페님께 너무나 친근하게 댓글 달고 왔어요. ㅎㅎ
나오고 보니 어 왜 친구가 아니지?
다른 분이었네요.

페넬로페 2024-01-12 18:40   좋아요 2 | URL
어, 동명이인에게 그레이스님 뺏기는 건가요?
닉네임 페페로 바꿀까 고민중입니다~~
근데 딸아이가 그냥 줏대 있게 살라고 해서요 ㅎㅎ

그레이스 2024-01-12 18:42   좋아요 2 | URL
저도 그냥 페넬로페가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서곡 2024-01-14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ㅎㅎ 일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4-01-14 12:52   좋아요 1 | URL
날씨가 흐린 일요일이네요.
비나 눈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서곡 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지난 가을 성수동에 있는 서울숲에 갔을 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는 곳이 있었다. 멀리서 볼 때 대나무 숲 같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곳은 은행나무 숲이었다. 나무를 촘촘히 심어(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대나무처럼 기둥이 가늘고 하늘로 곧게 뻗어 있었다. 새삼스레 생명을 가진 것들이 얼마나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실감했다.

 

하루하루 평범하고 되풀이되는 일상을 지내는 나에게 책은 가장 재미있고 스펙터클함을 준다.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지겹거나 힘들지 않다. 좋아하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꾸준하게 읽는다.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세상에 어찌 이리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지 감탄한다. 그 많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쌓여있다는 생각을 하면 행복하다.

 

이제 책은 나를 둘러싼 단단한 환경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내 나이가 노년이라고 분류되는 곳에 다다르지만 책은 여전히 나를 성장하게 한다. 은행나무가 대나무처럼 자라듯 나 역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변화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이든 기대된다. 책은 나를 완고하지 않고 세상에 등 돌리지 않게 해 줄 것이다.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의 말처럼 삶이 나에게 미소 짓지 않아도 내가 언제나 삶에 미소 짓는 사람이 되도록책이라는 환경이 나를 성장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



 

 

 

 

 

 

 

 






올해 읽었던 책 중 가장 좋았던 소설이다.

 

한강 작가는 우리가 지나온 세상을 외면하지 않는다. 고통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아무리 이해해도 내가 겪어보지 못한 고통은 나에게 온전하게 다가 올 수 없다. 작가는 섣부르지 않게 우회적으로 그들의 얘기를 들려주었지만, 내 몸이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프랑스 메디치 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윌리엄 트레버 작가의 단편들을 읽으며 계속 먹먹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슬픈 것보다 먹먹한 것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 지나온 인생, 상처와 고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외롭게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모습들이 서글펐다. 그렇지만 내면의 단단함과 삶을 관조할 수 있는 힘이 좋았다. 이래저래 인생은 공평하다.

 

올해 처음 안톤 체홉 작가의 단편 소설과 희곡 작품을 읽었다. 트레버의 단편이 성실하고 정중한 느낌이 난다면 체홉의 단편은 역동적이었다. 악동의 이미지도 있었고, 유머러스했으며 정치적이기도 했다. 이쪽과 저쪽,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했다. 한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이렇게나 다양한 감정이 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은 언제나 멋있다.


2023년의 마지막 날에 가족들과 영화 노량(마침 무대인사도 있었다.)을 보았다


무엇을 위해 인간은 저렇게 전쟁을 일으키고 서로를 죽여야 하는지....

이 세상에 평화만 있으면 좋겠다.

 

2024년에는 알라딘 서재의 친구들처럼 나도 하루 36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

 

여전히 똑같은 결심도 한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을 읽고, 죽을 때까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건강에 신경 쓰며, 책을 읽는 만큼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알라딘 서재 친구 분들께 감사드리고, 2024년에도 열심히 배우고 따라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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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01 0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햐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4-01-01 09:4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루피닷 2024-01-01 0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4-01-01 09:53   좋아요 2 | URL
루피닷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4-01-01 0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 의미에 관한 멋진 글이네요! 페넬로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4-01-01 09:55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귀여운 두 꼬맹이들도 건강하고 행복한 2024년이 되도록 기원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1-01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평화로운 2024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4-01-01 09:57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언제나 평화를 빕니다.
올해 화가님의 하루는 48시간이 되는 거 아닙니까? ㅎㅎ

cyrus 2024-01-01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서울에 가게 되면 서울숲에 가보고 싶군요. 페넬로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페넬로페 2024-01-01 13:18   좋아요 0 | URL
서울숲이 사람 친화적이고 아기자기하더라고요.
cyrus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4년, 만사형통하십시오^^

미미 2024-01-01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일이 되니 저도 이런저런 다짐을 하게되고 설레네요. 페넬로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4-01-01 13:19   좋아요 2 | URL
1일의 다짐이 365일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해봐야겠어요.
미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시길요^^

2024-01-01 1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소설 중 체호프의 책에 대한 평이
제일 끌리네요. 나중에 읽어봐야겠어요.
페넬로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4-01-01 13:20   좋아요 2 | URL
쥬 님에게도 체호프의 작품이 좋았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감 하십시오^^

서니데이 2024-01-01 1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2024년입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페넬로페 2024-01-01 22:59   좋아요 2 | URL
네, 2024년이 시작되었어요.
올해도 열심히, 즐겁게 살겠습니다.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은오 2024-01-01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향한 페넬로페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연말 페이퍼...🥹
저는 올해 윌리엄 트레버를 꼭 읽어보려고요 >.<
페넬로페님!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도 페넬로페님 따라서 열심히 읽겠습니다. 헤헤. 계속 같이 놀아주실거죠? 😍😍

페넬로페 2024-01-01 23:02   좋아요 1 | URL
작년에 멋지고 풋풋한 은오님 덕분에 즐거웠어요.
올해도 우리 신나게 놀자고요, ㅎㅎ
은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는 일 다 이루시기 바래요.
알죠?
계속 응원하고 있다는 것요!

은오 2024-01-02 21:44   좋아요 1 | URL
네!!!!! 😘😘😘😘😘

책읽는나무 2024-01-01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페 님.^^

페넬로페 2024-01-01 23:11   좋아요 1 | URL
제가 책나무님 안부를 먼저 여쭈어야 하는데 늦어서 죄송해요.
책나무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평안하세요.
친정 아버님께서도 얼른 쾌차하시길 기도 드리겠습니다.
만복, 만희 자매들도
만복과 만희하기를 기원합니다^^

희선 2024-01-02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식구들과 영화 보셨군요 이순신 이야기 마지막 <노량>... 전쟁은 인류가 생겼을 때부터 했을까요 그랬을 것 같네요 평화로운 세계가 되면 좋을 텐데...

페넬로페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4년에 만나고 싶은 책 많이 만나세요 몸뿐 아니라 마음 건강도 잘 챙기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4-01-02 05:44   좋아요 1 | URL
영화 <노량>은 이순신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인데 약간 실망되는 부분도 있더군요.
희선님 말씀처럼 몸과 마음 둘 다 잘 챙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4-01-02 0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이 꼽으신 세 작품 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들이네요 ㅋ 왠지 뿌듯합니다~!! 페넬로페님 24년에도 화이팅 입니다~!!!

페넬로페 2024-01-02 12:13   좋아요 2 | URL
알라딘 서재에서 독서취향이 비슷한 친구를 만난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행복한 것 같습니다.
올해도 새파랑님을 잘 따라가겠습니다^^

자목련 2024-01-02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널로페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책과의 만남도 이어가시고요^^

페넬로페 2024-01-02 12:15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 감사드립니다.
올해도 더불어 열심히 책을 만나겠습니다.^^

레삭매냐 2024-01-02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 읽다 말았는데
다시 도전을 !

페넬로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페넬로페 2024-01-02 13:05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감사합니다.
<마지막 이야기들> 좋았습니다.
작가들은 왜 이리 글을 잘 쓰는지요 ㅎㅎ

얄라알라 2024-01-02 2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께서 올려주신 서울숲 사진 예술인데요.
몇 번 가본 적은 있어도 울창하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해봤는데 사진의 느낌은 꽤 달라요^^

페넬로페님의 36시간, 그리고 꽉 차고 풍성한 2024년을 응원드립니다

페넬로페 2024-01-02 21:26   좋아요 2 | URL
서울숲에 가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 36시간이 되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얄라알라님께도 건강하고 행복한 2024년이 되시면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4-01-02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 물안개 끼면 정말 환상적이죠!^^

페넬로페 2024-01-02 21:26   좋아요 1 | URL
물안개는 어느 계절에 잘 끼일까요?
그때 같이 가요,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4-01-02 22:27   좋아요 1 | URL
네!
사진 찾아보니 겨울이었던듯 하네요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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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먹고, 입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 사람이라면 해야 할 당연한 행동, 예컨대 주머니에 남아있는 잔돈 정도는 가난한 사람에게 주저하지 않고 줄 수 있는 마음,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것에는 화내고 맞서야하는 용기, 웬만하면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척을 지지 않고 사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당연해 사소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소하게 보일 정도로 기본적인 것을 일상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많은 사람들은 이 조차도 갖지 못해 매번 허덕이며 살아간다.

 

빈주먹(p.15)으로 태어났지만 운 좋게 석탄목재상으로 빚 없이 그럭저럭 살게 된 빌 펄롱은 아내와 다섯 아이를 둔 가장으로, 가정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주위의 모든 것을 모른 척하며 눈을 감고 살아야 한다. 1985, 아일랜드의 경제가 혹독하게 힘들었을 때, 자칫하면 모든 걸 다 잃을 수 있는 시기였을 때, 그나마 따뜻하게 살고 있는 펄롱이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편치 않다.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그에 따른 가책을 느낀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강제 세탁소(수용소)’를 소재로 했지만 그 내용보다는 빌 펄롱이라는 인물의 마음과 생각을 함께 따라가고 느끼며 읽게 된다. 매 페이지마다 멈춰 사람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하며, 거기에서 오는 수많은 상념과 심란함으로 한숨이 쉬어졌다. 밤마다 잠에서 깨어 자신을 돌아보고 고민하는 펄롱의 양심, 별로 잘나지도 않은 인생에, 자신에게 주어진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은, 보잘 것 없는 딱 그만큼조차 잃지 않고 지키기 위해, 침묵하고 모른 척 하며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한 회한이 나의 고민과 다르지 않았다.

 

펄롱의 딸들이 다니는, 다른 딸들도 앞으로 다니기를 원하는 세인트마거릿 여자 중학교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직업 여학교와 세탁소는 선한목자수녀회가 운영하는 곳이다. 말이 여학교이지 사실 이곳은 교화를 목적으로 들어 온 가난한 어린 미혼모들이 갇혀서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더러운 세탁물에서 얼룩을 씻어내는 노동을 하는 수용소에 가까운 곳이었다. 이들이 낳은 아기는 미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로 돈을 받고 보내진다. 선한 목자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서 아이를 팔아먹고 돈을 버는 것이었다.

 

종교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하루 세 번 울리는 종소리에 일손을 멈추고 드리는 삼종 기도에 사람들은 하느님께 무엇을 기도하는가? ‘너희 가운데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에게 해 준 것이 내게 해준 것이다라는 그리스도의 말을 뉴로스의 사람들은 무시한다. 아일랜드 모자 보호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았으면서도 그들은 침묵했으며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미시즈 케호가 말했다.

하지만 자네 정말 열심히 살아서, 나만큼이나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딸들도 잘 키우고 있고, 알겠지만 그곳하고 세인트 마거릿 학교 사이에는 얇은 담장 하나뿐이라고.”

-p.106]

 

얇은 담장 하나처럼 삶을 떠받치는 것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그 얇음은 언제라도 깨지기 쉽다. 그나마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뒤를, 주위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권력자의 눈 밖에 나서도, 알고 보면 다 한통속(p.117)’인 사람들의 미움을 받아서도 안 된다.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하찮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쉽게 비난할 수도 없다. 그것이 거의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펄롱은 나랑 같이 집으로 가자, 세라.(p.116)”라고 하며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확신하지 못하고 마음의 갈등을 느낀다. 사람들의 싸늘한 태도에 신경 쓰고, 최악의 상황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며 고생길을 예상하며 그냥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럼에도 신발도 신지 않은 세라를 데리고 나오는 그의 마음은 편해진다. 펄롱의 선택에 나는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지는 못했다. 펄롱이 자라오면서 받은 도움과 그것에 대한 빚을 갚고자 하는 그의 선택이 가져 올 좋지 않을 대가가 고스란히 그의 가족에게 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펄롱이 먼저 함으로써 세상이 서서히 달라질 것임을 믿는다.

 

[펄롱은 차를 세우고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이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이 길?” 노인은 낫으로 땅을 짚고 손잡이에 기댄 채 펄롱을 빤히 보았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p.54]

 

우리는 모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작가 클레어 키건의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녀와 여성이 수감되어 강제로 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의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경향신문, 2023, 12, 08)”에 대한 답과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p.24)’ 마음이 불편하고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침묵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조그만 것이라도 용기 내어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펄롱을 나락에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p.119]


-사진 출처(경향신문, 2023.12.08., 임지선 기자),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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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25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성탄절의 참된 의미가 새삼 무겁습니다 오늘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12-25 16:05   좋아요 2 | URL
마침 이 책의 배경도 크리스마스이고 지금 우리도 성탄을 맞이하고 있어 그 의미가 새로웠습니다.
작가가 주는 메시지가 의미 있어 좋았어요
서곡님께서도 남은 연휴, 잘 보내시길 바래요^^

꼬마요정 2023-12-26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아프네요. <맡겨진 소녀>도 맘이 좀 아팠지만 이 책은 더 아플 것 같아요. 읽어보고 싶네요.

페넬로페 2023-12-26 05:10   좋아요 2 | URL
네, 짧은 분량이지만 의미가 많이 담긴 책이라 좋았어요.
맡겨진 소녀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서니데이 2023-12-26 0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클레어 키건의 이 책 출간 소식은 들었는데, 이번에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거군요. 아일랜드가 지금은 소득이 높은 나라지만, 예전에는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크리스마스 시기가 등장해서 그런지, 연말에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12-26 10:30   좋아요 2 | URL
지금 아일랜드의 경제가 엄청 좋다고 하는데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는데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어 좋았어요.
서니데이님!
따뜻한 연말 인사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음장수 2023-12-26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수영의 시도 떠오르고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3-12-26 10:33   좋아요 1 | URL
김수영의 시 구절이 떠오르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자목련 2023-12-26 1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짧은 분량이라 읽는 건 바로 읽었는데 리뷰는 못 쓰고 있어요. 어쩌면 쓰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페넬로페 2023-12-26 10:34   좋아요 1 | URL
짧은 분량인데 저도 이 글 쓰는데 며칠 걸렸어요.
그래도 자목련님의 리뷰 읽고 싶어요^^

페크pek0501 2023-12-26 15: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까지는 하겠는데 정말 리뷰를 완성하는 건 힘든 작업입니다.
페넬로페 님의 리뷰 완성을 응원하는 바입니다.^^

페넬로페 2023-12-26 17:54   좋아요 2 | URL
정말요.
책을 읽기는 쉬운데 매번 리뷰 쓰기가 너무 힘들어요.
페크님의 응원으로 더 열심히 읽고 글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3-12-26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 쉽지 않은 소설이군요. 여학교를 빙자한 세탁소라니 으 ㅜㅜ 얼마전 읽은 <바람의 열두 방향> 속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생각나네요. 모른 척 하고 지내는 편안함을 버리고, 어려운 길로 나선 펄롱이 대단합니다.

페넬로페 2023-12-26 17:57   좋아요 1 | URL
읽기는 쉬운데 매 페이지마다 얼마나 많은 의미가 들어 있는지, 클레어 키건 작가가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과 의미가 통하네요.
우리들을 대신해 누군가가 희생해 주는 것이 이 시대에도 많은 거겠죠 ㅠㅠ

미미 2023-12-26 1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대목들이 여럿 보입니다.
어제 용기에 관해 책에서 읽는 문장들도 떠오르고요. (하워드 진) 페넬로페님 별5개 주셨으니 저도 내년에 꼭 읽어보고싶네요~♡
연말 웃음가득하시길 바래요🙆‍♀️

페넬로페 2023-12-26 21:21   좋아요 2 | URL
책을 읽으면 주먹을 불끈 지지만 막상 용기를 내야 할 때엔 숨기 바쁜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책을 읽으며 매번 달라져야 할텐데요 ㅠㅠ
미미님의 덕담으로 더 한층 웃음짓는 페페가 되겠습니다^^

희선 2023-12-28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하고는 수녀원 같은 데서 일을 시키고 낳은 아이는 다른 나라로 입양 보내기도 했더군요 그걸 종교라는 이름으로... 막달레나 강제 세탁소는 실제 있었던 곳이기도 하군요

그런 곳이 있으면 있는가 보다 하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살기도 바쁠 테니... 펄롱은 그런 걸 아주 모르는 척하지 않았네요 그런 거 쉽지 않을 듯합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12-28 17:41   좋아요 1 | URL
보수적인 생각이 사람을 구속시켰고, 비참하고 폭력적으로 변질된 것 같습니다.

모른척하고 살지 않는 것, 정말 쉽지 않죠^^

캐모마일 2023-12-30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 막달레나 수용소 영화로 만들어지고 역사, 미스터리 유투브로도 많이 봤습니다. 소설 제목이 낯익지만 그 내용일 줄은 몰랐네요. 장바구니에 넣어둡니다.

페넬로페 2023-12-31 00:49   좋아요 1 | URL
캐모마일 님께서는 벌써 알고 계셨네요.
저는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고
‘필로미나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다른 영화도 있는 건가요?
유튜브로도 봐야할 것 같아요^^

책친놈 2024-03-20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문단 부터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사소하다고 생각하는것들을 되짚어보게 하는 책이었어요. 저는 책의 후반부에 ‘왜 가장가까이있는게 가장 보기 어려운걸까?‘라는 부분에서 <이처럼사소한것들> 이라는 제목과 맞물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덕분에 책에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라 잘 보고갑니다. 읽고서 리뷰 쓰는걸 미뤄와서 반정도만 쓰고 저장해놨는데, 페넬로페님 리뷰보고 오늘 꼭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4-03-20 12:13   좋아요 1 | URL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제목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더라고요.
펄롱을 통해 저의 삶도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었고, 사회적 이슈들과 약자들에 대해 회피하고 무관심한 것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다 이처럼 사소한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더라고요 ㅎㅎ,ㅠㅠ
책친놈 님의 리뷰,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