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세 자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288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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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과 희곡을 엮은 책이 바로 『아내·세 자매』이다. 그중 먼저 나오는 「아내」는 단편소설인데 러시아를 배경으로 대기근의 상황 속에서 삶을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농민 구제 사업을 계획하는 주인공의 이이기가 펼쳐진다. 

이야기는 한 편지에서 시작되는데 그속엔 젬스트보 지방의 농민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그렇기에 이들에겐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편지 속 내용을 보면 타지로 가기 위해 모든 것을 정리했던 소작농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모든 것들을 처분하고 떠난 탓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오두막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기거하고 전염병까지 돌면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농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사업에 각기 다른 목적성을 갖고 참여하는 부부가 등장하는데 바로 파벨 안드레예비치와 나탈리야 가브릴로브나이다. 앞서 나온 편지는 파벨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사실 이 즈음 파벨의 집 역시 도둑을 맞아 호밀을 훔쳐 간 일이 있었다. 

파벨은 이곳에서 글을 쓰고자 하지만 농민들의 상황은 점차 나빠지고 날씨도 좋지 못한 데다가 여러 일들까지 겹쳐져서 마음이 심란한데다가 자신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압박감과 함께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었는데 결국 농민 구제 사업은 그런 마음의 짐을 덜어 줄 기회가 되고 그의 아내에게 있어서 이 일은 일종의 정체성 내지는 존재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니 겉으로 보았을 때 부유층이 대기근과 전염병으로 힘들어하는 농민과 지역 사회를 위해 구제 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각기 다른 목적성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이는 안톤 체호프의 자전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이야기라고도 하니 더욱 흥미롭다. 

나머지 한 작품인 희곡 「세 자매」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프로조로프 일가의 올가, 마샤, 이리나라는 세 자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교사로 일하는 첫째 올가, 주부인 둘째 마샤,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일을 하게 된 막내 이리나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바라던 또는 바라지 않는 상황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현실에서 벗어나 모스크바를 지향하는데  이것은 실질적으로 가야 할 목적지라기 보다는 인생에서 끝끝내 도달하고픈 이상향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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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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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동화 속 몇몇 특별한 그러면서도 공통된 장치들이 있다. 여주인공은 대체적으로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일종의 왕자님 역할의 남주인공이 나타나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을 구해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산다. 이 상황 속에서 여주인공은 상당히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위기를 스스로 헤쳐나가기 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만나 본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는 아주 특이하게도 여주인공들과 숲을 연결짓고 있다. 

여주인공들이 도망치고,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 지나가야 하고 또 집을 떠났다 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소가 바로 숲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분명 그런 부분이 있는것 같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그저 보고만 지나갔던 내용에 '왜'라는 의문을 던진다. 왜 여주인공은 그런 상황에 놓였고 왜 그런 일을 겪었으며... 하는 식의 질문을 통해 진정으로 그 이야기 속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 그렇게해서 오랫동안 우리에게 내려 온 전래동화 속 메시지를 현대적 시각으로 파악해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알려주기도 한다. 

분명 여주인공이 있지만 남주인공에 비해 그 비중이 낮거나 아니면 주요 역할에서 제외되었던 것에 대해 이 책은 여주인공에 대한 역할 재정립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주인공이 진정으로 그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점의 전환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시대가 변했고 고정화된 성역할도 점차 그 경계가 모호해지곤 있지만 여전히 전래동화 속 이야기에는 고정화된 남녀의 이미지, 가부장적인 권력 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조금은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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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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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동화를 보면 마지막엔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그 스토리를 자세히 보면 의외로 기괴한 내용이 많다는 점이 특이하다.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호러 같은 스토리가 많고 이게 정말 아이들이 읽어도 되는 건가 싶은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줄 책이 바로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이다. 안데르센이 지은 동화 160여 편들 중에서도 다소 특이하다고 여겨질만한 요소가 담긴 동화들만을 따로 모아서 소개하고 있는데 읽어 본 적이 있는 동화도 있는 반면 이 책을 통해 처음 본 동화도 있어서 일단 여러 동화를 만나볼 수 있었던 부분에서도 좋았던것 같다. 

동화 속에는 다양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인간의 다양한 욕망들이 펼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의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욕망, 사랑, 마법, 철학이라는 4가지의 주제로 잔혹동화가 나눠져 있는데 전체적인 스토리가 다 소개되기 때문에 설령 잘 모르는 동화라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다. 그리고 얼핏 알고 있던 내용은 이번 기회를 통해 좀더 확실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결말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전체 스토리 중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따로 발췌되어 원문과 해석 부분이 중간중간 실려있기도 한데 이는 어떻게 보면 해당 동화의 주제와도 연결된 내용이라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의 전개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당시 사회의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도 해주는데 특히 <빨간 구두>를 보면 단순히 인간의 지나친 욕망이 불러 온 파멸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것은 당시 사회가 소녀들을 어떤 식으로 통제하고자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다. 안데르센이 이런 의도로 잔혹동화들을 집필했다고는 짐작도 못한 부분이라 그동안 읽었던 동화들이 전혀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저 잔혹동화로만 알고 있던, 그래서 기괴하다고만 생각했던 이야기의 뒷면에는 안데르센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가 있었던 것이다. 

안데르센의 잔혹동화를 색다른 관점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 좀더 인간의 본성과 철학적 관점으로 흥미 위주가 아닌 깊이 있게 접근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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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와 도시산책 - 서울 안의 또 다른 도시, 용산을 여행하는 일곱 가지 방법
김홍렬 지음 / 아임스토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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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에 있는 여러 대사관들이 치외법권으로 인정되듯이 용산의 미국기지 역시 한때는 그러했다. 대한민국의 땅이였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던 그곳, 미군기지 이전에는 외세의 침략 당시 그들의 주둔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인것은 확실한것 같다. 

그런 용산 기지의 반환과 이전 계획이 꽤나 오래 전부터 있어 왔는데 2003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용산기지가 지금의 평택 기지로 이전하는 것이 결정되면서 그 거대한 부지를 두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컸던게 사실이다. 

그러다 공원화 사업이 진행되었고 최근에는 일부가 시민에 공개되기까지 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길 것일테다. 


그런 용산기지에 대해 군인은 아니지만 서울시청에서 용산공원을 담당했던 주무관으로 일했던 저자가 이 용산기지의 근현대적 역사는 물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또 여러 논의가 되고 있는 가운데 도시공학 박사로서는 어떻게 이 공간을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용산 미군기지와 도시산책』이다. 

책을 보면 이미 잘 알려진 사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용산 미군기지와 관련한 많은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과거 이런 모습이였고 미군이 주둔할 당시에는 이러했구나를 알 수 있어서 전혀 몰랐던 세계와 마주하게 된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다. 

또한 '도시산책'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이 곳을 시민들이 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공원화해서 역사를 배우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동시에 이를 산택 코스로 결합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대한 공간인만큼 처음부터 잘 계획을 세워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또 분명한 것은 미군이 주둔한 곳이기는 하지만 분명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한 부분이였던 만큼 역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잘 보존할 수 있는 부분은 기념관이나 역사관 등을 건립하더라도 우리와 후손들이 그 역사를 알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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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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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이라는 제목만 놓고 보면 상당히 로맨틱하게 느껴지지만 이 책은 그보다는 좀더 색다른 느낌의 스토리를 선보인다. 최근 작가의 『화성과 나』라는 작품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역시나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표현되는 작품이라 많은 기대가 되었는데 알고보니 이 작품이 11년 만에 전면 개정되어 복간된 경우라고 한다. 

11년 전이면 배명훈 작가를 알기도 전인데 작가님은 그때부터 우주라는 공간에 관심이 컸던것 같고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했던것 같다. 


지구에서 180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주인공이 지구에 살고 있는 자신의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된 이야기인데 어딘가 모르게 『화성과 나』를 먼저 읽고 나서인지 이 작품과는 반대로 남자친구인 내가 (멸망하고 있는)지구에 있고 전 연인이였던 여자분이 우주로 갔던 이야기가 떠오른다.아무튼 이 작품에서는 상상만으로도 매혹적으로 느껴지고 또 한편으로는 고요하지 않을까 싶고 광활하다 싶게 느껴질것도 같은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장교로 복무중인 주인공이 자신과는 장거리 연애 중인데 과거 예언서에 따라 우주에서 외계인이 쳐들어 올 것을 대비해 구축했던 궤도연합군의 장교로 복무하며 지구를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외계 함대의 공격이 예언대로 이뤄졌지만 그 외계 함대의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지구에서는 오히려 이 궤도연합군의 힘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동의 적이라는 외계 함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에서는 궤도연합군의 사령관의 반란을 걱정한다니 참 묘하기도 하고 목숨 걸고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를 지키고 있는 궤도연합군에겐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가운데 주인공은 연인을 만나러 지구에 가기도 하지만 막상 보게 되는 존재는 장거리 커플의 애틋함 보다는 서먹함이 있고 우주로 복귀한 뒤에 전투를 벌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ㅇ외계 함대의 정체는 무엇이며 궤도연합군은 지구의 우려처럼 반란군인지에 대한 부분도 고민으로 다가오면서 과연 주인공의 미래나 거취는 어떻게 결정날 것인가와 같은 지극히 SF적 설정이나 어느 미래에는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하는 비현실성 속의 현실가능한 설정이 묘하게 흥미를 자극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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