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밀리미터의 싸움 - 세계적 신경외과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페터 바이코치 지음, 배진아 옮김, 정연구 감수 / 흐름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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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끝에서 약품 냄사가 진동하는 낯선 수술실의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가장 신뢰하고 있는 사람을 묻는다면 바로 자신의 수술을 집도하는 담당 외과의사일 것이다. 환자와 의사 간의 충분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며, 수 시간을 수술과 사투를 벌어야 하는 외과의사에겐 환자의 생명과 수술 후 후유증에 맞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무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1밀리미터의 싸움>은 그 치열한 수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밀도 깊게 기록함과 동시에 소설보다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는 책이다. 대부분 의학을 다루는 책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어려움을 느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반면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더니 너무 재밌어서 아껴 읽게 된다. 의학 관련 책을 통틀어 드라마처럼 극적인 책일 것이다.

새삼 생명을 다루는 최전선에 있는 외과의사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1mm 이하의 작은 혈관 속을 헤집으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기형 혈관을 제거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진다. 확실한 건 이 책을 쓴 저자가 세계적인 신경외과 전문의이기 때문에 환자는 믿고 수술을 맡겼을 거란 사실이다.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수술은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이 책에서 다루는 12명의 환자들은 매우 위급하거나 수술하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수술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숨 막힐 정도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 한편으론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의사에게 환자는 수많은 환자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환자에게 의사는 처음인데 검증된 실력만큼 신뢰와 믿음이 필요하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저자나 이 책을 추천한 이국종 교수로부터 수술을 받는 건 일생일대의 행운일지 모른다. 몇 % 라도 수술 성공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앞서 이 책을 드라마 같다는 표현을 했는데 말 그대로 수술실에는 여러 명의 전문의 동료들이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각자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손발이 척척 맡는 호흡은 굉장히 중요하다. 때론 수술 경과를 지켜보며 빠른 판단력이 요구된다. 어느 한 명도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소홀히 할 수 없다. 기적 같은 일들이 수술대 위에서 벌어지며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었던 환자가 회복되어 완쾌되었을 때는 큰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직업이다. 정말 아껴가면서 두고두고 읽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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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랜딩을 호텔에서 배웠다 - 사비 털어 호텔 150군데 다니고 찾아낸 돈 버는 마케팅 인사이트 23
정재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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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를 탈탈 털어 호텔 150군데를 다니면서 마케팅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샅샅이 분석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얼마나 많은 돈을 썼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차치하더라도 본인의 안목과 관찰력이 없었다면 그 디테일까지 알아내기 위한 노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느 부류의 사람이냐에 따라 호텔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각각일 것이다. 단기 숙박, 장기 숙박, 호캉스, 비즈니스, 접대, 여행 등 방문객들마다 원하는 목적이 다르듯 단순히 편의 제공만이 아닌 바라는 욕망도 같을 수 없다. 고객 스스로 지갑이 열리게 만들려면 차별화된 서비스와 객실 컨디션, 위치와 공간 활용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주목한 부분은 일명 '메이킹 머니 시스템'으로 지금 당장 활용해도 좋을 인사이트를 제공해 주는 데 있다.

팸투어 덕분에 몇 번 호텔 숙박을 해봤지만 여행 중 호텔 예약은 숙박비 부담으로 망설여지는 선택지다. 기본적으로 호텔을 선택할 때 기댓값은 깔끔한 객실 컨디션, 친절한 서비스, 조식 제공일 것이다. 이에 더해 주변 경관과 부가시설(수영장, 헬스장 등), 편의시설 등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듯 정해진 정답은 없다. 때론 기대하지 않았던 호텔에서 의외성을 발견했을 때 흥미를 유발하고 입소문이 저절로 퍼지게 하는 방법일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조합해 '의외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의외성은 우리가 평소 하던 예측에서 완전히 빗나갔을 때 생긴다. ... 그러나 여기에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니 확실히 의외성이 생겨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폐공장 + 카페 = 카페 어니언 성수'가 되고 '폐교 + 숙소 = 오월학교'가 되었다."


공간을 어떻게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지금껏 없었던 색다른 시도가 이뤄진다. 호텔의 기능을 숙박으로 한정 짓지 않고 로컬 스티치처럼 디지털노마드들을 위한 '코워킹'처럼 공용 공간을 만들거나 동네 자체가 호텔의 부대시설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투숙하는 문턱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고급스러운 숙박시설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폐업하는 수많은 호텔들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 일부러 찾아오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저자가 호텔을 다니면서 분석한 경험치는 상당히 놀라웠다. 정형화된 호텔 이미지가 아닌 색다른 콘셉트와 발상의 전환, 놀라운 시도를 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또 오고 싶게 만드는 요소들을 발견한다. 호텔이 잘 되는 비결을 알고 싶다면 이 책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호텔은 일반 모텔이나 여관처럼 숙박만을 기대하며 오지 않는다. 비싼 숙박비를 내는 비용 대비 만족스러운 무언가를 얻기를 바란다. 우린 이 책에서 호텔을 통해 브랜딩을 배우며 공간의 23가지 법칙이 지닌 비밀을 알아낸다면 분명 이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호텔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때 고객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게 하려면 우선 그들부터 감동시켜야 한다. 본인 스스로 입소문을 내면서 '나 이런데도 다녀왔어'라고 자랑할 수 있게 말이다. 그 대신 한 줄 요약을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복잡하고 구구절절해지는 순간 홍보는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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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윤석열 -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
황형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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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사상사가 이렇게 망가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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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세계사 - 풍요의 탄생, 현재 그리고 미래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장영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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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넓은 관점에서 보게 해준 윌리엄 번스타인의 또 다른 역작이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정하는 네 가지 조건인 모든 유형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률 시스템, 과학적 방법, 자본시장의 존재, 통신 및 운송 기술로 어느 조건 하나 빠져선 성립되지 않는다. 재산권, 자본시장, 운송 및 통신 시스템, 과학적 합리주의가 완성된 20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후기산업사회 단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유럽의 예를 들어보면 19세기 중반쯤에도 불법과 무법이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였다. 제2천년기 동안 법률, 금융, 운송, 통신 등이 발전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건 산발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사회 전체를 바꾸기엔 이를 억제하는 강력한 봉건 제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운명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걸까? 정해져 있다면 지리적, 환경적 요인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묘사된 중세 시대의 유럽은 문명화된 사회라기보단 종교재판과 살육이 흔했고 거리는 지저분한 오물로 뒤덮인 미개한 수준에 머무른 정도였을 뿐이다.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은행이나 고리대금업 같은 금융이 발달하고 신대륙 항로를 개척하면서 새로운 작물과 문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물론 약탈한 전리품과 금 등이 유럽 경제를 활성화시켰는데 이는 다시 제국주의 시대에 세계 곳곳을 식민지로 만든 사례들이 합쳐서 부자 나라가 되었다고 본다.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재산권과 자본시장, 운송 및 통신 시스템, 과학적 합리주의가 발달했고 폭발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미국과 유럽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수 천 년간 유럽보다 문명이 앞섰지만 결국엔 개혁되지 못한 아시아·아프리카 문명은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개인 재산권과 자본시장, 운송 및 통신 시스템은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밑바탕이었고 과학적 합리주의로 인해 새로운 기술과 제도가 받아들여져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교류할 기회가 없는 문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구 한쪽에선 산업혁명을 일으켜 자본과 노동이 집약된 사회로 나아가는데 지구의 다른 한쪽에선 여전히 수렵과 채집을 하는 유목민이거나 농경사회인 채로 머문 것처럼 말이다. 20세기 들어서야 지구 곳곳에서 교류가 일어났는데 수십만 연간 수렵과 채집, 농경사회였던 인류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게 된 것이다.


"국가가 도로를 건설하고, 진료소를 세우고, 댐을 건설하기 전에 먼저 변호사와 판사를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꽃피우기에 앞서서 수십 년 동안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벗어나려면 경제 성장에 집중하여 국가 기반 시설을 재정비하고 재산권과 법이 지켜져야 한다. 자유시장 개혁, 민주화된 사회, 경제제도의 개선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성공적인 롤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크나큰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경제를 흥미로운 시각에서 쓴 이 책은 어렵거나 난해하게 읽히지 않아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인류가 부를 쌓게 된 과정을 알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로 추천한다. 오랫동안 의문을 품고 있던 질문에 대한 명시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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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 부자의 비밀 - 고대 바빌론의 현자가 들려주는 부를 부르고 지키는 황금의 법칙
조지 S. 클레이슨 지음, 이정란 옮김 / 월요일의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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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왜 100여 년 동안 전 세계인들에게 고전으로 불리며 꾸준하게 읽히고 있는지 그 이유가 담겨있다. 바빌론 최고의 부자인 아카드가 왕의 명령으로 100명에게 알려준 비법이 핵심이다.

첫 번째 비법 : 일단 돈을 벌고, 그중 10분의 9만 지출하라

두 번째 비법 : 예산을 짜서 지출을 관리하라

세 번째 비법 : 돈으로 돈을 낳아라

네 번째 비법 : 두둑해진 지갑을 지켜라

다섯 번째 비법 : 집을 소유하라

여섯 번째 비법 : 미래를 위한 수입원을 준비하라

일곱 번째 비법 : 돈 버는 능력을 키워라


구구절절 맞는 얘기다. 쉽게 말해서 월급을 받으면 반드시 저축을 하고 지출 관리는 예산 범위 내에서 한다. 돈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방법을 실행한다. 원금을 보전하고 이익을 낸 금액으로 재투자한다. 집을 소유하는 건 버겁지만 미래를 위해 수입원과 돈 버는 능력을 키우라는 말이다. 저축액을 꾸준히 늘리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법도 알아야 한다. 부자가 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로또에 당첨되거나 부자 부모로부터 상속받거나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재테크에 성공하거나 억대 연봉을 받거나 일 텐데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첫 번째 황금의 법칙 : 황금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수입의 10분의 1 이상을 꾸준히 저축하는 자에게 가까이, 그리고 점점 더 자주 찾아온다

두 번째 황금의 법칙 : 황금은, 자신의 수입을 유리하게 운용할 줄 아는 현명한 자에게 부지런히 찾아오며, 급속히 늘어난다

세 번째 황금의 법칙 : 황금은, 지혜로운 자들의 조언에 따라 투자하는 신중한 사람의 곁을 결코 떠나지 않는다

네 번째 황금의 법칙 : 황금은, 본인이 잘 알지 못하거나 경험 있는 사람이 추천하지 않는 분야에 투자하면 순식간에 그의 곁을 떠나버린다.

다섯 번째 황금의 법칙 : 황금은, 불가능한 것을 꿈꾸거나, 사기꾼의 그럴싸한 조언을 쫓거나, 자신의 미숙함은 깨닫지 못하고 덧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으로부터 달아나버린다.


저자는 황금의 법칙 5가지를 들어 돈을 대하는 지혜를 이야기해 주는데 지금도 통하는 방법이다. 투자는 잘 아는 전문가의 조언을 따라 신중하게 해야 하고 잘 알지 못하는 자들의 조언을 쫓다 욕망에 사로잡히면 돈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는 본인이 잘 알고 있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면 항상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어 있다. 로또에 당첨되어 갑자기 부자가 되었지만 불행에 빠진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지혜롭게 재산을 운용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 때문에 빠른 행복보다는 불행을 더욱 재촉시키는 것 같다. 저축을 강조하는 이유가 종잣돈을 모아야 그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를 해서 돈을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안전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저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때 욜로가 유행했지만 확실한 수익원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깨진 독에 물 붓기처럼 가진 돈도 다 잃게 된다. 마차 제작을 하는 가난한 반시르와 수금 연주가인 코비의 대화로 시작한 이 책은 지금의 부자들이 갑자기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 일곱 가지 비법과 다섯 가지 황금의 법칙을 꾸준히 실행에 옮긴 결과인 것이다.


일곱 가지 비법만 반복해서 읽어도 현재 자신의 금융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확실히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저축할 돈이 없기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카드 돌려 막기를 하거나 빚을 져서 사채업자의 돈을 끌어다 쓰고 결국에는 개인 파산에 이르는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수입의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 원금을 확보한 상태에서 재투자하여 자산을 늘려나가는 것만이 부자로 가는 지름길이다. 과도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섣불리 남을 따라 재테크를 하다 원금을 날려먹은 사람들보다 성실하게 과소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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