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나인 -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이래 가장 중요한 법
셰리 보셔트 지음, 노시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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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그 누구도 성별을 이유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모든 교육 프로그램 또는 활동에서 제외되거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차별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1972년에 제정된 타이틀 나인의 첫 37어절)

 

한국은 2006년 이후 국회가 최소 11건의 법안 초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등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두 문장을 적어 두고 심정적으로 계속 부대끼면서 책을 읽었다. 식민지와 내전을 겪어 모두 파괴된 땅에 새롭게 살터를 만들고 하나씩 다시 세워나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서도, 기형적으로 만들어진 채로 변화가 더딘 한국사회가 안타깝고 속상하기 때문이다. 또한 법이 있어도 법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이 화가 나고 무력감이 들기 때문이다.

 

타이틀 나인이 되기까지 역사를 살펴보면, 1964년 타이틀 식스, 6편은 민권법을 채택해서 차별을 금지했고, 7편은 종교와 성차별로 채용과 고용에서 차별 금지를 규정한다. 1967년 연령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나이를 이유로 채용, 승진, 보상에서 차별을 금지한다. 1972년 타이틀 나인, 고등교육개정법은 교육기관에서의 성적 차별을 금지한다. 그 개념은 남녀 불문 직장 내 성학대, 성착취, 성희롱*을 금지한다.

 

* 포괄적인 성희롱의 개념: 구체적인 접촉이나 요구 또는 성적 언급은 물론, 신체 비하적 표현도 해당한다.

 

자료를 보니, 2022623, 바이든 행정부는 타이틀 나인(Title IX)’ 제정 50주년을 맞아 법률 개편안을 발표한다. 성적 지향 또는 성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명문화하여, 생물학적 성뿐 아니라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따른 차별까지도 금지한다. 그리고 성차별 피해 사례조사를 어렵게 만들었던 공식적인 불만접수 의무사항과 증인 반대심문 조항 등을 삭제한다.

 

앞으로 학교 스포츠가 아주 중요한 쟁점이 될 것 같아요.”

 

미국이 여자 대학농구팀으로 68강 대진을 만들 수 있는 이유도 이 법에 기초한다. 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는 남녀 차별을 둘 수가 없다. 입법이 미스 스포츠의 남녀평등을 이룬다. 현재 미국 대학은 여성 스포츠 선수에게도 똑같은 장학금을 줘야 한다.

 

전방위적 힘을 발휘하는 평등을 지향하는 법률, 624쪽 중 주석만 80쪽인 책을 보면서, 풍부한 사료는 곧 저항하고 법을 지키고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포기하지 않는 모든 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가 차올랐다.

 

타이틀 나인 제정 이후 태어난 세대가 이제 대학에 갈 나이였다.”

 

한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기준인, 차별금지법이 간절하다. 그 길을 향해 고단하고 압축적이고 버거운 근현대사를 살아낸 분들에게 100만분의 1도 못하는 독자로서 부끄러움과 부채의식이 가득하다. 누군가는 짧다고도 할 반세기지만, 싸우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지.

 

백년이 지나도 한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차별은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것이라서 특히 더 그렇다. 사회정치적 변화가 필요한 일에는 참여하는 수많은 시민이 필요하다.


 

이 책에 담긴 역사와 미래가 한국 사회의 가능성이 되기를 바라고 응원하고 참여할 것이다. 특별한 능력과 힘을 가진 존재가 될 필요는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차별에 반대하고 저항을 표현하는 것도 힘을 보태는 참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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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 - 모든 인연에는 시기와 때가 있다 - 별처럼 빛날 너에게(타로시집)
시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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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時節因緣이 궁금해서 검색해보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비슷한 의미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니, 그 뜻이 인간의 삶에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느낍니다. 자꾸 나이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향이 요즘 더 심해지고 있지만, 이렇게밖에 말할 수 가 없습니다. 살아보니 알게 되는 것도 있더라고.

 

사람은 시절時節을 삽니다. 관계는 더구나 시절時節이란 수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절인연은 시기가 되어 생길 때*’는 기쁘고 신비롭지만, 그 시절이 다하면 때론 엄청난 아픔을 동반하며 끝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수명을 연장할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불교의 업설과 인과응보설에 의한 것으로 사물은 인과의 법칙에 의해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일어난다는 뜻. 현대에는 기회와 때가 올 때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저자도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멍들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기록한 시절이 있고, 인연이 닿은 이들과 함께 할 여정에 말을 건넬 매개로서의 타로 카드가 담겨 있습니다. 타로시집이라는 걸 깜빡 잊고 앞부분을 읽다가 카드 그림들이 나와서 새삼스럽게 놀랐습니다.

 

오늘(1.30)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사는 일 전반이 무의미하고 짜증스러워서 아주 힘들었던 날이었습니다. 생각할수록 의미가 없어지니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이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렇다고 말끔해지지는 않지만, 작은 전환을 가져올 작은 트리거들을 찾느라 마음이 무척 바빴습니다. 






그럴 때 내게 소중한 이들의 목소리로 이런 말들을 들으면 좀 더 좋았겠지요간신히 기분을 추스르고 오늘이라서 감사한 일 두 개를 찾아 적어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괴로운 마음과 살아보니 참 괴로웠습니다. 나이가 몇 개인데 그저 일상에 휘둘리다니, 며칠 더 지나면 민망해서 웃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 진부한 폭력의 세계가 지긋지긋합니다. 이건 내가 생각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로점을 봐주거나 여러 카드를 묶어서 해석하는 이야기꾼도 못 되고 지식도 없지만, TEMPERANCE란 단어를 늘 좋아합니다. ‘중용을 가장 가깝게 표현할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 중용이란 중도가 아닙니다(혹시나 하는 기우에). 저는 아마 평생 경험하지 못할 정신적 수준일 듯하지만 평생 좋아할 수는 있겠지요.



 

무지개가 빛의 산란이라도 참 보기가 좋습니다. 아이들이 춤추며 노는 그림이 멋집니다. 언제 지구 곳곳의 전쟁을 멈추고 아이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끝낼 수 있을까요.

 

타로가 마음을 연결해주는 도구이고, 상담의 기본인 라포rapport를 형성할 도구라니, 그림들이 더 다정해보입니다. 스스로 답을 찾고, 깊이 생각하고, 속마음을 얘기하고, 감정의 움직임에 따라 대화하는 도구라니 사랑스럽습니다. 문득 친구들과 타로를 두고 여러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집니다.

 

오늘 뽑은 카드는 뽑힌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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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탄소중립 교육 - 에너지편
김애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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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문제는 하루라도 빨리 대책과 실행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지만, 내 조바심과는 달리 변화는 느리다. 부디 조바심이 기우였기를 늘 바라며 기후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에 일단 감사한다.

 

이 책은 교육 교재라서 가장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지식정보와 교육에 활용될 자료로서의 구성이 정말 훌륭하다. 책을 구경하다보니 어딘가에 탄소중립 교육 강사로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다.

 

지구 생태계라는 거대한 관계를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려면 지식도 중요하고 감수성도 중요하다. 그 두 가지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은 경험기반 활동이다. 이 책에서 함양하고자 하는 활동이고, 토론을 위한 질문자료, 교육 키트 활동, 워크북은 전문 강사 없이 가족끼리의 학습도 가능하게 한다.

 

오래 전 강의 자료를 만들면 초, 분 단위로 수업계획서를 짜던 생각이 난다. 이 책에서 목표와 내용과 절차와 준비물과 참고영상까지 제공해주니, 관심 있는 주제를 심화 학습하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 탄소 중립(carbon-neutral):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감축하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제거 등을 통해 순수하게 배출되는 양을 ‘0’으로 만드는 것.

 

2018년 자료지만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발전 지원을 보니 얼굴이 뜨겁다. 경제수준과 정치, 사회, 문화 수준 격차가 가장 심한 사회가 아닐까 한다.



 

근래에 모 편의점에서 생태화장실도 판매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 화장실을 개인이 설치하려면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라야 가능성이 높아진다. 퇴비로 만든 분변을 비료로 활용할 텃밭 역시 필요하다.

 

한국은 도시에 집중된 사회이고,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연간 350만톤의 배설물이 하천으로 방류된다. 처리과정이 수많은 물과 비용이 발생한다. Beevi라는 특수 화장실은 미생물 소화조로 바이오 메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한다. 백 명분의 하루 배설로 얻는 가스 50리터로 18명이 온수 샤워가 가능하다. 출처 [탄며들다] 돈이 되는 똥이 있다?

 

생존한계로 정한 1.5도를 지키기 어렵게도 보이고, 지킨다고 해도 이미 배출한 탄소로 인한 피해가 적어도 수십 년간 진행될 것이다. 분리배출도 재활용도 좋지만,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급선무다. 일회용과 플라스틱을 사지 않으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사지 않으면 생산하지 않는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누구도 완벽할 수 없지만, 줄이는 노력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분명 가시적인 변화가 생긴다. 나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주문을 할 때 고객선터문의를 활용한다. 주문상품을 포장 배송할 때 플라스틱이 포함된 과대포장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다. 혹시나 배송과정에서 생긴 흠집이 있다고 해도 내용을 읽기에 문제없는 책을 반품교환하지도 않는다.

 

나는 알바트로스가 무엇으로 인해 죽어가는지를 알지만, 그들은 그 이유를 모른 채 죽어간다.” - 크리스 조던 영화 감독 -

 

교재의 필수구성인 참고 문헌과 참고 사이트가 따로 정리되어 있고, 아이들의 학습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될 탄소중립 교육 수료증도 있다. 개념어휘 설명도 따로 있다. 그중에서 한국사회에서 이슈가 된 중요한 어휘 두 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11. RE100

 

RE100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100%’의 약자로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의 주목적은 우리에게 직면한 심각한 기후 변화 위기를 막는 것이다.

 

19 해양 투기 Ocean Dumping

 

해양 투기는 선박, 항공기, 플랫폼 또는 그 밖의 인공 해양구조물로부터 폐기물이나 이물질을 바다에 고의로 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비슷한 용어로 해양투입이 있다. 해양에 버려진 폐기물은 회수가 어렵고 중금속 등을 배출해 생태계를 파괴한다.

 

(...)

 

우리나라는 28년간 저렴한 처리비용과 악취 발생 문제가 적다는 이유 등으로 해양 투기를 해왔으니 2016년에 런던협약에 가입하면서부터 전면금지했다.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상황은 어떤지 이젠 단신 뉴스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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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래 과학 트렌드 - 한 권으로 따라잡는 오늘의 과학, 내일의 기술
국립과천과학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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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만 봐도 한 권의 책에 담을 수 있는 수많은 과학 분야들의 정보가 놀랍다. 과학예산 삭감으로 2024년 당장의 여러 연구가 중단되고 불투명해졌지만, 그러니 과학문해력을 조금이라도 더 키우는 읽기와 공부가 중요해진다. 이정모 관장님이 어렵지 않다고 하시니 안심!



 

나는 소위 과학세대에 속한다(고 들었다). 과학이 바꿀 미래에 대한 읽을거리와 상상과 이야기와 꿈이 가득했다. 어린 시절에는 커서 우주비행사가 될 거라 생각했다. 구독하던 소년문학/과학잡지에는 과학과 기술이 바꾼 아주 구체적인 미래의 풍경이 가득했다.

 

기초과학을 전공했고 지금도 물리학의 이론과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빌트인이 된 프레임 같다고 할까. 그래서 과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적어지는 우리 집 십대들의 취향(?)이 살짝 아쉽다. 설득할 생각은 없지만, 과학지식이 아닌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은 중요하게 여겨주길 바란다.

 

정책의 진심은 예산과 인력에 있다. 연구개발예산이 유례없이 삭감된 한국의 미래도 과학도 염려스럽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과학관인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짚어주는 한 권에 담은 과학 정보가 올 해는 더 궁금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과학자 집단 - 현장전문가 24-이 시도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연구실만이 아닌 현장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호기심을 경험한 이들이 선정한 내용이니 트렌드라는 명명이 어울릴 수 있다. 과학연구자들의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공감하고 소통하고 조력하는 모습이 새롭고, 기존의 이론이 아닌 각 분야의 현주소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나처럼 물리, 화학, 생물, 지학이라는 네 분야를 과학으로 알고 선택해서 공부한 기성세대라면, 진짜 과학의 지형도를 볼 수 있고, 분리와 선택으로 과문했던 어떤 분야의 기초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과학적인 세계관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질문은 어떻게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키워드와 과학 분야부터 읽고 배워도 문제없으니 즐거운 방식으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기후문제와 인류의 미래가 지금 가장 걱정되고 궁금해서, 기후과학과 지구열대화를 다루는 지구과학 파트를 먼저 보았다. 그리고 전공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문화로 접근하는 과학활동에 관해서도 흥미롭게 배웠다.



 

“C4 식물은 3탄당을 만들기 전에 우선 탄소를 4탄당의 유기산으로 만들어 저장하기 때문에 기공을 닫아도 광호흡 등의 문제 없이 광합성 효율을 높인다.”

 

“C4 식물은 약 8,100종으로 육상식물의 3퍼센트 정도이며 모두 속씨식물이다. (...) 대표적인 C4 식물로는 옥수수, 사탕수수, 수수, 기장 등의 곡물류와 피, 강아지풀, 바랭이, 그라스류, 아마란스류 등 (...)”

 

“C4 식물은 지구 바이오매스의 5퍼센트가 안 되지만 탄소는 30퍼센트를 고정한다.”

 

이상기후로 세계의 작품 수확량이 줄어들어 식량난과 이에 따른 분쟁, 난민 등은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미 동아프리카에서만 1,700마 명이 가뭄에 의한 식량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엘니뇨를 정의할 때 적도 부근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섭씨 0.5도 이상 상승하는 상황을 일컫는데, 슈퍼엘니뇨는 그 이상 값이 1.5~2도에 이르는 경우를 말한다.”

 

해양과 대기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슈퍼엘니뇨는 그저 경고성 위협이 아니라 곧 지구 곳곳에 어떤 형태로든 닥칠 다양한 기후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온실가스 농도는 안정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상승이 가속화되어 (...)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협약으로는 더 이상의 위기 대응이 불가능한 것일까? 과연 누가, 어떤 노력을 더 해야 지금 이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202271일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 녹생 성장 기본법에 따르면, 기후정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계층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하고, 기후변화의 책임에 따라 탄소 중립 사회로의 이행 부담과 녹색 성장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

 

과학과 전문가가 최고,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성실하게 축적된 연구와 학문의 권위를 기본으로 하며, 차근차근 확인하고 질문하고 새로운 지식과 의견을 더하는 방식으로, 미래를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숙고의 태도로 사회가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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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의 후회 수집
미키 브래머 지음, 김영옥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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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해 읽고 생각하는 새해 1월을 보내고 있다. 다른 직업의 저자인데 같은 메시지를 만나기도 한다. 죽음은 삶의 결과물이고 우연도 행운도 선물도 아닌 살아온 행위의 수렴이다. 여러 가지 이유와 변명들로 유예해둔 크고 작은 바람과 후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

 

짐작한 것들이 읽기 시작하자 모두 무용해지기 시작했다. 아주 매운 음식을 먹거나, 아주 무서운 광경을 본 것처럼, 마음이 떨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문장은 차분하면서도 깊다. 삶을 살기 위해 차근차근 걸어 나가듯 이어졌다.

 

나는 항상 죽음을 앞둔 사람이 자신의 남은 나날을 대화로 채울지 침묵하며 보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 내가 할 일은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 그들이 남은 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오롯이 항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클로버의 직업은 임종 도우미다. 죽어가는 이들의 마지막을 보고 돕고 죽음이 찾아온 순간과 그 이후도 보게 된다. 조부모님의 임종 시에도 가까이 있지 못한 나는 이 순간을 아직 모르고 산다. 그래서 고령의 부모님을 생각할 때마다 심장이 거세게 뛴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삶의 본질을 직시하는 일을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도 감당해야할 것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나약함 때문일까. 훅 밀려들 듯 다가오는 어떤 통찰에 대해서 심적으로 휘청거리며 쉽지 않게 읽어 나갔다.

 

내가 이 도시에 외로운 사람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그들 중 하나라서다.”

 

조곤조곤 대화하듯 고요한 장면들에 익숙해지자, 내게 묘하게 강렬한 영향력을 지닌 이 작품이 반갑고 친근해지기도 한다.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은 살아 있는 동안 죽음에 관해, 죽음 이후에 관해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하고 제안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는 점도 어쩐지 사랑스럽다.

 

저는 퇴비가 되어 땅과 하나가 된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쏙 들어요.” (...) “우리가 사는 동안 땅이 우리에게 영향을 공급하고 죽고 나선 우리가 땅에 영향을 공급하는 거잖아요.”

 

읽을수록, 죽음이 미지의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거듭 죽음을 보고 생각하고 죽음의 순간을 다루는 방법을 추측해보는 클로버가 후회도 공포도 가장 적은 방식으로 삶을 살아나갈 것 같다는 부러움과 기대가 커졌다. 누군가가 평화롭게 그 과정을 거쳐 가도록 도왔으니, 클로버 자신도 스스로를 도울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내 불안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으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가라앉고 작아지기도 했다. 태어나는 일도 고통과 애씀이 가득이지만, 죽음은 살아있는 동안 배운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통증 같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언젠가 반드시 그들을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부나 배신이 아니라면 가장 확실한 원인은 죽음이다. 하지만 당신이 혼자라면 최소한 상처를 입을 위험은 없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잃을 순 없으니까.”

 

가끔은 나도 클로버처럼 밀폐감 속으로 탈출하고 관찰하며 위로 받고 쉬고 싶지만, 세상일에 참여한다는 것이 내게도 클로버에게도 나쁘거나 힘든 일만은 아니다. 경험으로서의 삶은 그 순간에야 온전해진다.

 

내가 클로버의 이야기를 통해 다정한 위로를 받은 것처럼, 클로버는 그가 도운 임종한 이들의 마지막 말을 읽으며, 인도받는 기분을 느끼고, 외로움 대신 집중하고, 우울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 그건 그들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도 그렇다.

 

영원한 이별과 상실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평생 모를 것 같은 내게, 슬픔을 수량화하지 않고 기간 한정의 사건으로 보지 않고 슬퍼하는 클로버의 시간이 다정한 안도와 위안을 준다.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을 마주하기 전에, 나는 내게 소중한 이들을 그들이 바라는 대로 봐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을까. 나의 가장 마지막 후회는 무엇일까.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에게 진짜 자신을 내보이는 건 해방을 의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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