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저자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이 시대의 교회사를 읽는 독자의 시야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1장부터가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교회의 시작에 관한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그리고 세속 사회학자들의 서로 다른 기준점을 보여주면서, 이 문제가 지극히 당연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서 비로소 저자의 전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제대로 살피게 되었는데, 아, 저자는 신학을 공부한 게 아니라 역사학자였다. 저자의 책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관점의 이유는 아마도 그가 신학자들이 서술한 교회사보다는 기독교적 관점을 지닌 역사학자로서 서술하기 때문이었나 보다.
2장부터 4장까지는 초대 교회의 빠른 성장에 관한 분석을 담고 있다. 기독교는 유대교의 고립주의, 폐쇄주의를 넘어 보편주의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이민족의 침입으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던 당시 로마제국에, 대안적이고 안정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후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정교회)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 후,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운동으로서 초기 이단들을 살핀다. 이 부분은 이단에 관한 기존의 설명보다 좀 더 “우호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런 느낌은 저자의 책에서 계속 이어지는데, 초대 교회 시기 이단들이 모두 뭔가 악독한 집단이라기보다는 당시 상황에서 나름의 합리적 해결책을 내려고 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비슷한 내용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글에서도 본 적이 있다.
책의 후반부는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에 나타난 변화에 할애되어 있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교회는 급속도로 제국의 체제 안으로 편입되어 들어간다. 저자는 이 사건이 가진 공헌 못지않게 부작용도 심했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교회와 권력이 밀착하면서 부패가 시작되었고, 이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나온 것이 수도회 전통이라는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