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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스위스 - 스위스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4~’25 ㅣ 저스트 고 Just go 해외편 36
황현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좁고 험난한 지형의 스위스는 금융강국, 낙농부국, 기술대국이기도 하지만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특히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나라입니다. 본래 이런 내륙의 산악 위주 국토는 사람이 터잡고 살기에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근면, 용맹하고 슬기로웠던 그들은 거꾸로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 선진국을 건설했고 2차 대전 당시에는 패악스러운 히틀러도 감히 넘보지 못한, 전화(戰禍)의 진공지대를 지켜 냈습니다.
빌헬름 텔 설화에서도 알 수 있듯 본래 스위스인들은 반골기질, 독립정신이 가득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프랑스인 장 칼뱅이 본국에서 핍박받다 도시 제네바로 건너와서 거대한 세력을 만들고 오늘날에는 신교 진영 내에서 오히려 원류인 루터파보다 더 큰 세력,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칼뱅이라는 거목을 보호하고 성장시킨 나라가 제네바, 즉 스위스의 주요 구성국입니다. 하지만 p64에 나오듯 구교 세력도 전통적으로 컸으며, 스위스 내에서 신구 종교 분쟁도 벌어졌었습니다. 슬기로운 그들은 내분, 파멸을 피하고 각 진영이 적정선에서 타협하여 번영과 평화를 모두 지켜냈습니다.
스위스는 독일계, 프랑스계, 이탈리아계 등 크게는 세 민족이 섞여 살며, 종교적으로도 단일 구성이 아니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 공영하는 지혜를 수백 년 전부터 터득하여 전승해 온 나라입니다. 그런가 하면 대외 신용을 지키는 미덕, 평판도 목숨을 걸고 지켜 왔는데 p65에 나오는 스위스 용병 이야기가 이를 증명합니다. 조상들이 저렇게 명예를 중시했기 때문에 후손들도 그 무형 자산을 그대로 넘겨받아 여유롭게 사는 것입니다. 고장이 거의 없는 시계 기술, 목에 칼이 들어와도 고객의 비밀은 지켜 주는 금융기관의 신용(현재는 국제법규가 바뀌어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스위스가 세계적인 선진국이 된 건 하루아침의 행운, 요행이 아닙니다.
책은 스위스 국가 전반을 먼저 개관하고, (프렌즈 시리즈가 항상 그렇지만) 추천 일정 몇 개를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제시하며(대단히 구체적입니다), 그 다음에 스위스 이곳저곳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먼저 스위스 하면 대뜸 떠오르는 취리히, 다음에 루체른, 베르네제 오버란트(베른보다 먼저 다뤄집니다), 수도 베른, 체르마트, 주네브(우리가 아는 제네바입니다), 그리고 바젤입니다. 프렌즈 시리즈는 책 주제가 된 국가나 지방 말고도 그 인접 지역을 당일치기 코스로 추천해 주는데, 이 책에서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콜마르(알자스 內), 프라이부르크 등을 추천해 줍니다.
p80에, 프렌즈 시리즈의 최고 장점인 미려한 지도가 나오며, 취리히 시내 전도가 세밀한 사항까지 모두 커버됩니다. 물론 지도는 여기뿐 아니라 주제에 맞게 다양하게 편집되어 책 곳곳에서 독자를 맞이합니다. p80을 보면 프라우뮌스터, 즉 성모교회가 사진과 소개되는데, 취리히는 예전부터 가톨릭 교도들도 많이 살았던 곳이라서 이런 오래된 고딕 양식의 성당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강인한 민족이라서 외침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잘 막아내었던 덕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이름난 맛집으로는 요지스, 프란초스 같은 곳이 p91에 나옵니다.
p104 이하에는 "빛의 도시" 루체른이 소개됩니다. 루체른은 독일식 이름이기는 하나 원래 독일어 "빛"과는 무관한 이름이며 고전 라틴어에서 기원했습니다. p110을 보면 빈사(瀕死)의 사자상이 나오는데, 스위스 용병은 로마 대약탈(1527년. p65) 당시뿐 아니라, 그때로부터 227년 후인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도 부르봉 왕가를 지켜내느라(실패했지만) 목숨을 바쳤는데 이를 기념한 조각이라고 책에 나옵니다. 루체른에서 숙소 문제 때문에 고생했다는 호소를 많이 들었는데 p125에 유겐트헤어베르게(그냥 유스호스텔이라는 일반 명사이며, 책에도 그렇게 소개됩니다) 등 값싸고 좋은 숙소들이 소개되네요.
베르너오버란트, 우리가 초등생 시절에 배운 "아름다운 베르네"라는 노래로도 잘 아는 바로 그 고장입니다. 우리 한국인들도 잘 아는 인터라켄 클래식 축제(p158)가 특히 이 베르너오버란트를 다룬 파트 곳곳에서 소개됩니다. 또 융프라우가 바로 이곳 소재 산악인 만큼 근방에서 열리는 행사인 융프라우 마라톤 대회에 대해서도 정보가 나옵니다. 제가 아는 사람도 괜히 만용으로 풀코스 참여했다가 지금까지 후유증으로 고생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 베르너오버란트를 다룬 파트 자체가 사실상 융프라우가 주인공이라 할 만큼 매우매우 큰 비중으로 다뤄집니다. 사진만 봐도 행복해집니다(프렌즈는 본래가 사진의 바다).
p230부터 수도 베른이 소개됩니다. 저는 지금껏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해 봤는데, 책을 보니까 베른이라는 이름 자체가 곰을 뜻하는 베어(이 단어는 영어나 독일어나 발음이 비슷하며 계열도 아주 유사합니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베른은 짧게 언급되고, 이어서 마테호른이 위치한 체르마트가 매우매우 자세하게 소개되는데, 마테호른에 대해서라면 그야말로 없는 정보가 없을 정도입니다. 스키 리조트(p288)로 원래 유명한 곳이므로, 스키 타고 나면 내려워서 한 잔 하거나 허기를 채워야 합니다. 그래서 책에는 인근 펍이나 맛집도 자세히 나옵니다.
스위스의 구성국이지만 뭔가 별개의 나라 같기도 한 제네바는 과거에는 "프로테스탄트의 로마"로까지 불렸으나 현재는 엉뚱하게도 구교 신자가 신교보다 훨씬 많습니다. 본래 신교가 세속화되기 쉬운 경향성을 가진 까닭도 없지는 않습니다. 제네바 하면 또 레만 호수가 유명하며, 아무래도 문화 유적 같은 곳보다는 국제 기구, 시설이 밀집한 곳이기에 볼거리를 그쪽에서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소개되는 바젤은 각종 미술관, 건축물이 명물로 꼽힙니다.
프렌즈 시리즈 답게 책의 마무리도 출국수속, 현지에서 스마트폰 사용 시 주의사항, 스위스 출국, 한국 재입국(=귀국) 시 주의사항 등이 알뜰살뜰하게 다 나옵니다. 독자에 대한 배려가 이 정도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