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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천재다 2 - Seed Novel
하람 지음, Nardack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그녀는 천재다 2권”에서는 드디어 윤시아와 평범이의 관계가 크게 요동을 치기 시작하는 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평범이의 인간상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편이다. 이번 2번째 이야기의 처음 고비는 윤시아에게 찾아온 어느 미소년의 고백이다. 문제는 그 미소년은 미소년이란 직함에 어울리게 외모는 기본에 학력과 집안까지 매우 좋은 학생이었다. 명문고에 다니면서 상위 1%에 들어가는 민준은 그런 평범이와 다른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민준이가 윤시아를 찾아와서 그녀에게 사귀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윤시아는 그럴 생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민준의 행동과 행실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평범이는 그것을 모르고 그저 자신보다 윤시아에게 고백한 민준을 보며, 자신도 납득하지 못하는 질투심에 사로잡힌 것이다. 교문 앞에서 윤시아가 민준에게 냉대하게 굴면서 최수정과 평범이와 같이 가려고 했으나, 평범이는 그런 잘나고 잘난 윤시아의 옆에 있는 부담에 넘쳐 민준의 모습을 보니 그저 도망치기 바빴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도망치고 그 날 잠이 들었지만, 자기가 자는 동안 윤시아의 전화수신과 문자가 수없이 와있었다. 평범이는 자기가 도망쳤다는 죄책감과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낙담한 모습으로 이불 속에 눕는다. 그리고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시장보러 가는데, 우연히 민준과 만나고 그와 원하지 않은 커피숍의 대화에서 평범이는 분노를 느낀다. 이 녀석만큼은 절대로 윤시아를 넘기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15년 지기로 그 어떤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거물에게 드디어 인간적인 삶이 온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대상으로 지망한 민준은 자기보다 공부실력이 떨어지면 인간 취급도 하지 않은 이른바 엘리트주의였다. 사실 2번째 책에서 이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가 늦은 시간까지 자율학습에 학생들을 잡아 두는 것과 평소 평범이와 주변 학교생활로 보면 고등학교라는 억압된 공간을 느낄 수 있다.
획일화적인 사회구조와 그 사회구조 축소판인 학교, 그런다고 해도 준민의 태도는 이원화적인 인물설정에 과도하게 잡혔는지 모른다. 본래 누군가 좋은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만큼의 악역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가역적인 설정으로 본다면 말이다. 어째든 준민이는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평범이에게 수능모의고사에서 자기보다 잘 하면 평범이를 인정해준다고 한다.
전국모의고사에서 수준이 3등급 내지 4등급인 평범이에겐 너무 머나먼 이야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둘째치더라도 (자기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면서) 진실로 소중하게 여기는 윤시아를 위해 (겉으로 자기 자존심이라 하나) 준민과의 시험대결을 선택한다. 답도 없이 시작한 그의 무모함은 자기 스스로 낙담한다. 모든 공부도 그러하나 수학에 절망적인 성적에 그 성적만큼 평범이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이때 자신에게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주는 천재소녀 최수정과 다른 여자고등학교에 전학을 간 이유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최수정은 이미 평범이에게 큰 도움을 받았기에 그에게 개인교습을 해주기로 했지만, 이유리는 의문이었다. 그래도 여자고교 앞에서 혼자 바보처럼 기다리는 평범이에게 이유리는 냉담하게도 변태로 취급한다. 게다가 그 변태 취급을 당한 후에 우울해 하는 평범이에게 로리콘드리아라고 놀려댄다. 이유리의 친근함은 그런 상대방에 대한 심한 장난인 것이다.
그런 험한 꼴을 당한 후에 평범이는 최수정과 이유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남은 2주 동안 자기가 이때까지 생각지도 않은 공부를 시작한다. 잠도 못자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말이다. 게다가 윤시아를 눈에 가시처럼 보고 있으며, 그 윤시아와 가장 친하다는 이유로 미움을 사게 한 서유미 반장까지 가서 물어본다. 학년 3위인 반장이 솔직히 벅찬 대화 상대이나 오히려 반장은 쿨하게 반응한다. 그녀는 단지 평범이가 윤시아의 친구라서 싫은 것이지 평범이 그 자체는 싫지 않았다.
그렇게 2주의 결과가 나온 날에 평범이의 성적은 학급 내의 학생과 담임마저 패닉에 빠지게 했으나, 그 결과는 민준에게 이길 수 없었다. 그런 악에 빠진 평범이가 민준을 만나게 되자 민준은 평범이에게 쓰레기같은 녀석 물러서라 하나, 평범은 오히려 쓰레기이니깐 못하겠다고 버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윤시아가 등장한다. 평범은 성적은 민준보다 못했으나 상당히 좋은 결과인 반면 윤시아는 평소 평범이보다 못한 결과였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사람취급하지 않아 천재소녀 윤시아에게 대쉬한 민준에게 자기 역시 쓰레기라고 말하는 민준은 그만 기가 막혀 윤시아의 명치에 주먹을 가격한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본 평범이는 아무런 생각도 망설임 없이 민준과 싸운다. 손은 상처 나고, 그의 분노로 가득한 눈빛은 금방이라도 민준을 죽일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평범을 말린 사람은 다름 아닌 윤시아였다.
민준이 자리에 뜨자 윤시아는 의도적으로 맞은 것이라고 자신의 계산에 끼어든 평범이에게 핀잔을 준다. 윤시아는 평범이에게 그런 소리를 했던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평범이가 일부러 공부한 것까지 알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맞아주어 최수정을 괴롭힌 일진을 소탕한 것처럼 민준에게 도리어 혼을 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평범이가 윤시아의 책략을 흐려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 평범의 행동은 오히려 윤시아에겐 진짜 친구라는 사실을 평범이가 자기는 이성적인 행동이 아닌 그저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증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왜 평범이는 사람이 좋은 것일까? 자신에게 얼마든지 합리적 이유를 대고 피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내가 보기에 평범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윤시아의 그늘이라 본다. 그는 윤시아 앞에서는 그저 작은 소년이었다. 공부나 외모나 체육이나 그 모든 것으로 이길 수 없는 윤시아에게 자기 스스로 그녀와 친구하는 것이 너무 벅차게 느낀 것이다. 그러나 그만이 윤시아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은 완전 인정하고 윤시아를 받아준 것이다.
그런다고 하여 그녀와의 친구관계의 압박은 늘 그에게 콤플렉스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한 마디로 평범이는 자기가 윤시아에게 억눌린 만큼 그 억눌림의 해소로 다른 누구에게 무의식적으로 아무런 대가없이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2번째 책에서는 반장 서유미 중심으로 한 평범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착실하고 성실한 반장, 3학년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학교 보충수업에서 그저 졸린 닭처럼 힘겨워 하는 모습을 평범이는 감지한다. 평소 눈치 없는 평범이지만, 같이 보충받은 교실에 아는 얼굴이라곤 반장 서유미였다.
과묵하고 조용한 반장 그 착실한 그녀가 보충수업에 졸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도움을 받은 평범이는 홍삼드링크를 내밀지만, 그녀에게 완강하게 거부당한다. 그녀는 이성적으로 평범이가 싫어한다고 말한 것처럼 윤시아 옆에 있는 평범이가 짜증나는 존재로 여겼다. 그런 어색한 반장과의 사이에서 어느날 평범이는 답답한 보충1반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온다. 그런데 그 자리에 많이 보던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반장 서유미, 그녀는 옥상 난간에 올라가 마치 뛰어 내릴 것처럼 위험했다. 평범이는 반장의 손을 잡아 자기 쪽으로 잡아 댕겼다. 그리고 반장은 평범이 위로 떨어졌다. 평범이 눈에 자살시도로 보였으나, 반장은 그저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평범이는 그녀의 섬뜩한 모습을 알고 있었다. 사실 그녀의 발 하나가 공중 위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일을 윤시아에게 보고한 평범이에게 반장의 소문을 듣는다. 그녀는 고등학생이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이다.
그런 착실한 반장이 아르바이트에 보충수업에서 졸고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런 평범이의 고민 속에 반장은 평범이에게 자기 집에 같이 가자고 한다. 예상 밖의 그녀의 제안, 그리고 반장 집에 찾아가자 충격에 빠진 평범이, 반장의 남동생 현석이를 보는 순간 평범이는 반장의 그늘을 보았다. 현석이는 자폐증세로 심각한 집착과 난폭한 행동을 했다. 평범이가 처음 간 날 현석이가 두꺼운 책을 누나에게 던진 것이다. 게다가 음식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재며, 반장의 저녁준비 중에 실수로 음식을 흘리자, 방에 흘린 음식까지 주워먹는 것이다.
그리고 말리려는 평범이에게 저항까지 했다. 13세의 남자아이라고 생각하기에 믿을 수 없는 힘이었다. 반장이 평범이를 자기집에 데리고 이유는 아버지 사망 이후 어머니가 집안살림을 위해 일하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자기가 대신 일하니 1달 동안 동생을 봐달라는 것이다. 평범이는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을 이 괴로운 일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반응을 본 반장은 평범이보고 자기를 좋아하냐 물어본다. 하지만 평범이는 여성으로 반장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의 그늘을 받아준 것이다.
반장은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나 한편으로 납득했다. 그가 바로 윤시아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사실 평범하다는 것은 좋은 것만도 나쁜 것만도 아니라 주변생활에 큰 불행이나 사건이 없다는 의미다. 클로버라는 식물에서 잎이 4장이면 행운이나 3장은 행복이라 했다. 평범은 3장의 클로버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클로버는 3장과 4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3장에서 1장이나 2장을 떼어도 클로버다. 그런 클로버가 반장 서유미인 것이다.
그리고 3장의 클로버 사이의 4장을 가지고 태어난 윤시아는 그야말로 축복받았다. 천재미소녀, 그렇지만 그녀 역시 어두운 과거를 있었고, 그 어두운 그늘에 있던 사람은 평범이었다. 그런 평범이기에 최수정도 평범이를 친구로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반장에게는 다른 이면이었다. 왜냐하면 평범이가 윤시아에게 반장의 일을 말하고, 반장 집에 윤시아가 가면서 부터이다. 윤시아는 분명 천재이고, 평범한 사람과 대할 수 있을 정도로 상식과 교양이 있으며, 겉모습을 보자면 그저 미인이다.
그렇지만 천재라는 것은 다른 누군가 비교되고, 그 비교에 의해 차별당할 수 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저 배척받는 일을 윤시아도 있었다. 그런 윤시아이기에 반장의 동생 현석과 윤시아는 깊은 공감을 나눈 것이다. 그렇지만 반장은 그것을 가지지 못했다. 현석이는 유미에게 누나라고 부른 적도 없으면서 윤시아에게 시아누나라고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반장은 윤시아를 더욱 더 미워했다.
왜 윤시아는 완벽한 외모와 지성을 타고나서 저렇게 잘난 듯이 살아가는데, 왜 자신의 동생은 천재이면서 사반트 증세로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도 자신을 힘들게 하느냐 말이다. 거기다가 자신에게 십 년 동안 누나라고 말해주지 않은 현석이 얼마 되지도 않은 시아에게 누나라고 하는 순간 반장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분노로 가득했다. 반장이 윤시아를 미워한 이유는 바로 동생과의 삶에서 하늘은 공평하지 않은 것과 공평하지 못한 상태에서 윤시아에겐 평범이가 붙어 있다는 사실이다.
왜 자신의 동생은 장애로 눈이 있어도 세상의 빛도 볼 수 없는데, 그래서 자기는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거기다가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그 모든 것을 윤시아가 가졌기에 너무 비참하게 느낀 것이다. 윤시아의 방문으로 평범이의 뺨을 때린 반장, 그러나 그 모습을 본 윤시아는 마음속으로 아파한다. 대신 그녀의 말에선 평범이의 처음으로 때리는 뺨을 빼앗긴 사실을 말이다. 윤시아는 자신의 친구를 자신처럼 대하는 반장에게 질투했고, 반장은 자기 동생이 천재라서 모든 것을 포기한 자신의 인생에 평범이를 친구로 둔 윤시아를 질투했다.
그런 난감한 싸움에 평범이는 윤시아에게 아쉬움의 대상으로 반장에게 윤시아를 데리고 온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그런 평범이가 느낀 것은 평범하니 그저 물러설 것이란 좌절감이다. 그런데 의외로 윤시아는 평범이에게 책을 던져 그를 때린 후에 그를 설교한다. 가서 반장을 도우라고 말이다. 윤시아는 알 수 있었다. 반장에게 평범이가 필요하고, 현석이에게 자기가 필요했으나, 갈 수 없기에 오직 평범이만이 현석을 구해줄 수 있다고 말이다.
윤시아가 없는 평범이의 하루는 고되고 힘들었다. 자신의 평범한 머리로 윤시아에게 따라갈 수 없었고, 윤시아와 현석이의 대화 속에서 자신은 소외됨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보자면 평범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윤시아는 그런 사람들 속에 있는 평범이를 보며 마음속으로 울었을 것이다. 그런 힘겨운 투쟁 속에서 평범이는 윤시아와 최수정에게 조언을 받으며 반장과 현석을 위해 노력한다.
사실 이 모습에 반장은 매우 놀란다. 반장은 자지가 뺨을 때려 평범이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낙담했었다. 그러나 그가 오자 반장은 다시 평범이에게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어본다. 평범은 반장을 이성적인 존재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경하는 마음이라고 대답한다. 반장은 그저 평범이를 보며 미소 지으며 납득한다. 그런 긴 시간이 지난 후에 현석이는 장애아동이 모이는 특수학교로 가게 된다.
그런데 그 전에 평범이는 현석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이야기는 평범이가 홀로 현석이를 돌볼 때 우연히 현석이가 왜 유미누나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 이유였다. 그 사실은 교통사고로 반장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어린 시절의 반장은 너무나도 괴로웠다. 이때 현석이가 귀찮게 굴자, 어린 시절 반장 무심코 현석이에게 자기에게 말 걸지 말라고 한다. 이때의 정신적 충격으로 현석이는 이후로 반장에게 유미누나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시아누나란 말은 그렇게 잘하는데, 그 대신 자신의 친누나에겐 말조차도 제대로 걸지 못한 것이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잊어도 현석이만 그 사실이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평범이는 현석이가 누나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 누나에 대한 말에 절대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멀리 다른 곳에 가면 좋은지 그리고 힘든지 물어보니, 현석이는 모두가 힘들어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현석이에게 평범이가 오직 그 난국을 타파하는 것은 지난 과거로부터 시작된 엇갈림을 다시 원위치밖에 없었다.
현석이가 원주로 기차타기로 한 날, 반장과 평범이는 현석을 데리고 기차역으로 간다. 그리고 거기서 기차를 기다리며 현석이가 기차표를 꺼내기로 했는데, 기차표 대신 편지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현석이가 직접 적은 글이 있었고, 거기에는 현석이 누나 유미에게 전해주고 싶은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현석이의 말을 들은 유미는 그저 현석이를 품에 안고 눈물로 흘린 뿐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부분에서 평범이가 제안한 방법을 결코 윤시아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윤시아에게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단지 1권 째에 본 이유리만큼 평범이는 윤시아에게 과거에 어떤 큰 일이 있었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이유리에게 과거의 윤시아를 본다는 것처럼 평범이가 반장과 현석이에게 해준 선물은 윤시아가 예측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윤시아가 어떤 계기인지 모르나, 평범이의 행동패턴을 모두 예지하는 윤시아를 여기까지 지내게 만든 것은 평범이는 결코 사람을 논리적인 계산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대하는 것이다.
그런 평범이기에 윤시아는 현석이를 지켜달라고 부탁한 것이고, 그 후에 현석이는 누나와 사이좋게 지낼 뿐만 아니라 자신을 알아봐주는 최수정과 이유리까지 만나게 된다. 친구가 없던 현석이에게 친구들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평범이는 자기가 손해보고 게다가 찌질이까지 들은 마당에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없었다. 찌질한 바보 평범이는 어떻게 보면 너무 평범한 것이 아니라 너무 평범하다 못해 특별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평범이가 자신 스스로 너무 평범하나고 나약한 인간이라 옆에서 제대로 잘봐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1권 째부터 윤시아에게 절교 선언하다가 된통 혼나서 취소까지 해야 했고, 윤시아와 진짜 친구가 되어준 것이 고마워 최수정을 위해 온몸이 멍이 되도록 맞았다. 이 모든 사건들은 사실 평범이가 용기 있고 도덕심이 높은 인간이 아니라 그의 마음속 깊이 자기도 모르는 깊은 무의식의 공간에 윤시아라는 괴물이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괴물은 마음속 깊이 봉인되어 자기도 모르는 상태이나, 이제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미국 헤이버드 대학교에서 온 최수정의 사촌오빠 수민이 오고 나서 부터이다. 수민은 수정을 아끼는 괴짜오빠이나, 상당한 수재이다. 그런 수재가 천재소녀 윤시아를 만나면서 수민은 오로지 윤시아에게 마음을 돌렸다. 평범이를 관찰하고 사촌동생 수정을 위해 평범이에게 수정과 사귀기를 원한 수민이에게 평범이는 자기가 가진 윤시아에 대한 일들을 새롭게 돌아봐야 했다.
정작 자신은 모르고 있으나 주변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평범이가 오늘날까지 어떻게 그녀와 지낸 일들을 알아도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군계일학에서 닭장 속의 소년 평범이, 그 닭장위로 날아가는 윤시아, 평범이는 닭장에 있는 자기 때문에 학이 날지 못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윤시아라는 친구는 오랜 지기이기도 하나 선망의 대상이었고, 때로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 대상이었다. 오만 희로애락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평범이에게 선택이 다가온다.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최수정인가? 아니라면 자신의 허락 없이 대답하지 않으면 성질내는 윤시아인가? 좋아하는 사람이 윤시아여도 그것이 너무 깊은 내면에 각인되어 그것조차 알지 못한 평범이는 고뇌를 한다. 수민에게 들은 강렬한 이야기에서 자신이 우유부단하고 겁쟁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 우유부단함이 최수정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그러면 그럴수록 윤시아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말이다. 평범이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붙잡혀 있는 것은 윤시아와 최수정이 아닌 자기 내면속의 시아의 그림자였다.
그런 운명의 갈림길에서 평범이는 최수정의 고백을 거절하고, 윤시아에게 달려가고, 거기서 수민의 꾸지람까지 먹는다. 그리고 다시 윤시아를 찾아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다리가 삐어 절룩거려 자신의 등에 업힌 천재소녀에게 말이다. 하지만 그 고백마저도 너무 싱겁다. <나는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 윤시아>, 자기의 깊은 내면을 알았음에도 그것이 너무 깊이 들어간 나머지 그렇게 말해버리는 평범이, 그런 평범이에게 윤시아는 대답 대신 가만히 있었다. 평범이가 윤시아가 대답이 없어 자냐 말에 목을 조르면서 나 잠잘 거니까 시끄럽다고 대답한다.
게다가 멋도 확신도 낭만도 없이 고백받은 윤시아는 평범이의 행동에 한심하다고 하나 자기 역시 한심하다고 한다. 그러나 평범이는 깨달지 못한 것이 있다. 윤시아는 평범이가 한심하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한심하다는 뜻이다. 윤시아에게 오로지 평범이만이 친구이나 평범이는 그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윤시아를 자기에게 떨어져 주기를 바란다. 그런 평범이를 보면서 억지로 참으며 생트집을 잡는 윤시아로선 과연 누가 한심한가를 독백하는 것이다.
1권 째에 최수정은 평범이에게 진짜 천재는 필요 없는 기억은 버린다고 한다. 이성적인 존재일수록 자기 판단이 정확하기에 그런 것이다. 2권까지를 읽다보면 1권과 달리 평범이의 입장보다는 윤시아의 입장으로 넘어가기가 좋을 것이다. 2권 째의 연일일이라는 2사람의 생일에서 윤시아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다. 평범이는 그 눈물을 보지 못했으나, 평범이 동생인 주선영은 윤시아의 슬픈 모습을 본 것이다.
그 이유는 이전에 평범이의 생일에 윤시아가 준 선물을 어느 상장에 넣어 먼지가 수북할 정도로 쌓인 것이다. 평범이가 생각하는 윤시아의 생일에는 가격으로 매긴 용돈살인범 선물만을 회상한다. 그에 반해 윤시아의 선물은 가격적인 부분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이었다. 특별한 존재이기에 나를 골려먹을까라는 평범이의 생각이나, 그 선물들은 윤시아의 손으로 만든 것들이 많았다. 그 선물상자 안에는 먼지로 쌓인 스웨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윤시아가 가져온 선물은 하얀색 볼품없는 스웨터였다.
볼품없고 멋은 없으나 한번 세탁기에 돌렸는지 좋은 냄새가 난 것으로 보아 분명 윤시아는 평범이를 위해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평범이는 그저 윤시아가 내가 평범하여 그런 스웨터가 어울리니 그것이나 입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평범이는 생인파티가 열리는 윤시아의 집에 가서 스웨터를 입은 자신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볼품이 진짜 없는지 평범이 친구인 한성이는 평범이의 스웨터 입은 모습에 비웃기까지 한다. 그러나 평범이는 굴하지 않고 스웨터를 봄까지 계속 입을 것이라고 한다. 결국 윤시아의 마음을 풀어준 것이었다.
이 작품의 2권까지 읽다보면 1권부터 시작한 것처럼 윤시아는 분명 평범이를 소중하게 여긴다. 그러나 평범이는 그런 윤시아의 행동에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이 평범하고 만만한 소꿉친구로 놀리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윤시아의 깊은 마음과 더불어 상처 받는 모습도 보인다. 어떻게 본다면 그런 둔감한 평범이의 모습에 윤시아는 이끌려는지 모른다. 둔감하기에 상대방과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둔감하기에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대하는 평범이를 말이다.
인간에게 가진 성격이나 속성은 뭐든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좋은 점들이 있으면 나쁜 점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특별한 천재소녀로 태어난 윤시아가 평범이에게 특별히 대해주는 것은 세상사람들이 윤시아에게 특별하게 대하지만, 그 특별함 윤시아란 존재에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평범이의 반의 반장이 윤시아를 싫어하는 것이고, 반장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윤시아를 멀리 하려는 모습도 있는 것이다. 그런 윤시아가 오직 말을 거는 사람은 평범이다. 최수정이 처음 와서 체육복을 평범이에게 빌리려고 할 때 최수정은 여학생이고, 평범이는 남학생이다.
상식적으로 처음 전학 온 것도 모자라 감수성이 매우 예민한 여고생에게 얼굴도 모르는 남학생의 체육복을 빌려서 입게 한 것은 주변 여학생과 사이가 매우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사실 그렇게 윤시아에게 평범이에게 와서 반강제적으로 빌려간 체육복의 의미는 평범이가 윤시아에게 정말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평범한 그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사람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않음이다. 최수정도 고백 전에 6개월 동안 평범이를 좋아했다고 한다.
물론 얼마 되지 않은 전학생이 그렇게 빨리 친구의 친구인 평범이를 좋아한 것은 이상한 일이나 최수정은 15년 동안 평범이를 지켜본 윤시아의 이야기로 통해 15년 치의 평범이를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평범이의 15년에 대한 면을 모두 이해했어도, 15년 동안의 윤시아와의 깊은 인연의 끈은 가지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2권을 읽으면서 이 라이트노벨은 단순히 라이트노벨로 보이기엔 너무 현실적인 부분이 강했다. 재미요소보단 다소 감성적인 인간의 모습을 자극한 것이 여력하게 보인다.
너무 높게 평가하는지 모르겠으나, 라이트노벨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해 가까이 붙어 있지만, 라이트노벨 역시 문학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제목에서 “그녀는 천재다”처럼 평범이가 다가가려는 윤시아에게 도달하는 것은 최종적인 서사의 완료이다. 그러나 그 가는 와중에 어떤 이야기가 있고, 어떤 사연이 있으며, 그것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역시 중요한 이야기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