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남도이지만 점점 바깥 공기가 차다.

어제는 여기에 미세먼지가 더해져 음울한 게 꼭 북유럽 날씨 같았다. 

 

그런 시기지만 오늘은 기대되는 날.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편 하는 날이다.

 

TV가 없지만 아이들과 컴퓨터로 이 프로그램을 거의 봤다. 아이들이 독일 편을 특히 재미있게 보았고 핀란드 편도 무척 좋아했다.

 

낚시, 수영, 버섯 채취가 흔한 20대 놀이문화라니. 정말 멋지다.

 

아들도 우리나라 대학생 형아들은 술 마시고 게임하는데 이 사람들은 정말 신기하다고 했다. 꼭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세 사람을 보니 저절로 엄마 미소.

 

대도시의 풍경과 우리나라의 낯선 먹거리를 거부감 없이 즐기는 세 사람이 정말 귀엽다.

 

미역국을 바다 맛이라 하고 생선구이를 잘 먹고 그 이상한 손소독용 알콜 맛이 나는 소주를 즐겨 찾는다. 남대문 시장을 찾아 생선구이를 먹으며 낮에 술을 마실 때 죄책감을 느끼다 곧 여기는 한국이지, 하며 태세 전환.

 

그렇다. 우리는 과도한 음주 문화에 너무나 관대하다.

낮이나 밤이나 술.

혼술과 떼술에 모두 관대하다.

심지어 술을 마셨다고 심신미약으로 감형되기도 하고.

 

9시 넘으면 술을 살 수 없고 펍에서 마시려면 아주 비싸서 집이나 친구집에서 간단하게 마시는 문화가 더 부럽다.  

 

야구 경기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엄청 즐거운 이들.

정말 이런 표정은 여행지에서나 나오는 것이겠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며 투블럭을 비밀스런 대머리라 하기도 하고ㅋㅋㅋㅋ

그곳의 서비스와 비용에 무척 만족한다.

 

핀란드에서는 헤어컷만으로 4만원 정도라 거의 십여년간 혼자 머리를 잘랐다고 한다.

한국이 이발비가 저렴하고 기술도 좋고 서비스도 좋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우리나라 미용 스탭의 임금과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알고 나면 한국이 전혀 부럽지 않을 것이다.

 

오늘 편에는 아이들 꼬꼬마 시절 살았던 강원도가 나온다.

살던 곳 근처라 가끔 갔던 속초.

거기서 이들은 무엇을 발견할까.

 

바다 수영하고 회 먹는 모습이 예고에 나오던데 그곳에서 술, 게임, 쇼핑이 아닌 새로운 한국을 보고 가면 좋겠다.

  

*

 

어서와에 등장하는 이들은 한국의 기술 문명이나 서비스를 동경하지만

사실 우리가 더 핀란드를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다.

 

애들아빠 친구 분이 공무원이라 핀란드에서 몇 년 보내고 왔는데

카톡 프로필에 있던 그 풍경이 신비로워 한동안 보았다.

 

진짜로 저녁이 있는 삶

우리나라 같이 빡세게 애들 몰아부치지 않아도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 자주 1위로 이름을 올리는 나라.

 

자일리톨 껌 광고 휘바휘바로 유명하지만

노키아, 자작나무, 오로라, 산타할아버지, 사우나,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괴짜 감독 아끼 카우리스마끼,  무민, 카모메 식당, 마리메꼬, 이딸라, 루메네

 

뭔가 엄청 신비롭고 세련되며 건강한 이미지이다.

 

아끼 카우리스마끼의 성냥공장소녀는 내 20대의 인생영화였다.

 

마리메꼬, 이딸라

직구도 잘 못하고 백화점 가격에 늘 눈물짓는데

다이소에 북유럽 그릇들 카피해서 파는 거 보고 웃었다.

 

엄청 그럴듯하다. 사진 찍어둔 게 안 보이네

 

 

 

 

 

 

 

 

 

 

 

 

 

 

 

 

 

<핀란드 디자인 산책>만 전에 대강 보았고, 나머지 책들은 꼭 읽고 싶다.

 

어서와 친구들 집만 봐도 엄청 단출하면서 세련되었는데 휘바 핀란드를 읽다 보면 그들 생활을 더 잘 알 수 있겠지.

 

*

 

핀란드나 북유럽을 동경해 신혼 인테리어 스타일이 한동안 이러했다.

 

 

 

그러다 한동안 육아카페에 회자되던 '북유럽 인테리어의 최후'

 

일단 뽀로로 놀이매트가 깔린다.

 

 

그러다 각종 놀이감으로 넘쳐나면서

 

북유럽 인테리어 감성이고 뭐고 청소하고 밥이나 먹고 살면 다행이다.

 

 

 

북유럽풍 아기옷들도 여전히 유행중

 

 

 

그러나 우리나라에 오면 대략 이런 풍

 

 

 

어떤 브랜드인지 밝힐 수는 없다.

 

대체로 북유럽풍 아기옷이 진짜 잘 어울리는 경우는 샘 해밍턴 아가같이 눈크고 피부 하얀 아기들인듯하다. 쇼핑몰 모델 아가들 말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거 입히지 말라고 굳이 오지랖 부리고 싶지는 않다.

 

엄마가 인형놀이하며 얻는 기쁨도 크니까.

그걸로나마 잠시 육아 스트레스 풀었다면 그걸로 그 옷의 효용은 다한 셈.

 

나도 논밭 한가운데에서 폴 @ 짐보 @ 옷 입혀 애들 사진 찍어주고 그랬으니.

 

사실 엄마나 동생이 사온 남대문 보세표 옷들이 그 배경과 어우러져 더 예뻤다.

 

 

 

 

 

 

 

 

 

 

 

 

 

 

 

 

이사를 하도 다녀 북유럽 인테리어는 도전해본 적이 없다.

 

다만 아이들이 그간 이런 핀란드 책들은 봤다.

 

핀란드 수학교과서는 1호가 어린이집에서 배워 너무나 쉽다며 다 안다고 던져두었고

타투와 파투는 전 시리즈를 다 사서 4학년인 지금도 본다.

 

무민은 우리 아이들의 경우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캐릭터가 귀엽다고는 하는데 이야기를 크게 즐기지 않았다. 

 

 

 

 

 

 

 

 

 

 

 

 

 

 

 

 

 

육아서도 발빠르게 핀란드 아이, 핀란드 교육, 핀란드 육아 치면

엄청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똑똑똑! 핀란드 육아>를 쓰신 심재원 님은 광주에 강의 오시기도 했지만 안 갔다.

이미 서천석, 오은영 강의를 듣고 학습된 바 있다.

 

먼저 태아교육보험, 혹은 변액보험, 혹은  건강식품, 각종 교구나 화장품 등의 광고를 한 시간 넘게 한참 듣고 나서야 명사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지방의 큰 호텔이나 컨벤션 홀을 빌려 광고를 하고 무료로 강의를 들려주며 엄마들에게 힐링?을 준다.

각종 육아카페에 받아온 선물, 경품들과 감동의 증언이 이어진다.

 

물론 나는 그런 제품들을 사거나 보험 계약을 맺은 적은 없다.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중에는 여유만 있으면 사고픈 좋은 것도 있었다.

 

동네 엄마들과 몰려온 무리 중에는 가계부를 고려하지 않고 체면 따라 지른 엄마들도 일부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누구 말대로 스튜핏인가! 아니면 합리적인 소비일까는 자신이 판단하는 것이다.

 

아무튼 업체 입장에서는 정말 효율적인 마케팅이다. 평일 오전에 아이 교육에 대해 강의 들을 수 있는 구매력 있는 전업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직장 다니는 엄마를 위해 일곱 시 이후 저녁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행사장에 아이들과 아빠는 동반 불가.

이것의 의미는?

 

보험 광고하던 모 지점장 님은 이거 아빠가 안 된다고 했어요, 하실 분들은 계약하지 마시라고 부부싸움 만들기 싫다고 하시네. ㅋ

 

김미경, 불량육아 하은엄마, 푸름이아빠 대중강연자 

서천석, 오은영, 조선미 박사, 구성애 등 전문가군

여러 연예인들 혼자서 혹은 부부로,

김창욱, 공부의 신 강성태, 핀란드육아 심재원

남아미술?로 유명한 최민준 등

 

강사 풀이 정말 다양하다.

어떤 육아관을 가졌든 한 번쯤은 걸려들만 하다.

 

강연장은 보통 광주는 김대중컨벤션 홀이나 호텔이다.

두 번이나 가봐서 좀 쑥스럽다.

 

오은영, 서천석 강연을 듣고

연@건강식품 해독주스 한 팩을 마시고 뭔지 알 수 없는 효능의 마스크팩 등을 받았다.

 

그렇게 속고도 잘 낚인다, 파닥파닥.

 

이제는 뭐 유튜브 등으로도 육아 관련 강연은 잘 찾아보지 않게 된다.

공부랑 마찬가지로 육아도 책이나 강연을 보기보다 뛰어들어야 하고 자주 해야 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아야 한다.

 

 

 

 

 

 

 

 

 

 

 

 

 

 

 

만 6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뭔가를 가르치는 것이 금지되고, 아이들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초등학교 때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담임 교사가 바뀌지 않는다.

핀란드에서는 학교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만약 수업시간에 아이가 졸면 학교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원인을 파악하고 부모를 혼낸다.

핀란드의 모든 아이들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과정을 몇 년간 진행한다. 남녀 구분 없이 목공과 바느질, 뜨개질도 배운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과 노동을 존중하는 마음을 키운다.

윤씨는 “핀란드에서는 학교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가장 적게 공부하지만 스스로 학습하며 자기 삶을 어떻게 가꿀지를 고민하고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그가 핀란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교육 연수를 여행 프로그램으로 본격 운영하면서부터. 특히 한국교원대 종합교육연수원의 교장자격 해외연수 코스로 교육선진국 탐방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핀란드와 인연을 맺었다.

윤씨는 “핀란드 교실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고 느끼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우리 교육현장에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까 고민하다가 책을 쓰게 됐다”며 “부족한 게 많은 책이지만, 우리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씨는 12월 중 청주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글·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2017.11.2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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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을 참고해서 이 정도로 살아야지.

 

내가 보고 싶은 책 보고 동네 맛집에서 맛있는 거 먹고

청소, 정리 열심히 하다 아이들 오면 반겨주고 숙제 봐주고 같이 놀고 같이 각자 책 보면 된다.

요즘은  다행히 학교들이 숙제도 적은 편이다. 게다가 애들이 게임도 하다보니 내 자유시간이 무지 많아졌다.

 

단, 일찍 재우고 집안일도 좀더 시켜야겠다.

이게 잘 안 될 때가 많다.

 

이제 심심해, 놀아줘 단계는 벗어나서

오히려 내가 놀아달라 하는 지경.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어서와나 알쓸신잡 같은 여행예능을 내가 먼저 같이 보자고 한다. 

(알쓸신잡은 그래도 너무 늦어 거의 재방을 보지만.)

 

이제 무리하게 가정 경제의 범위를 벗어나 넓은 세상 해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미 아이들 4살, 2살 때 칠순여행으로 중국에 데려가 서로 고생했던 기억이 ㅜ.ㅠ

 

(그래도 아버님이 2년 전 돌아가시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마저도 참 소중했다.

그리고 애들은 기억도 못하는 여행을 들먹이며 친구들에게 중국 가보았다고 가끔 자랑한다.

판다도 봤다고 헐. 전생까지 말할 기세다, 아주)

 

우리아이들이 그래도 복받은 인생이라는 게 광주에 와서 알쓸신잡에 나오는 남도 여행지란 여행지는 다 다녀봤다. 꼬꼬마 미취학 시기에는 강원도 여기저기에서 오래 살았고. ^^

 

그래서 그런지 자기들도 보다가 가끔씩 여행지에 대해 아는 척한다.

통영 가면 루지도 타봐야지, 하고. ㅋ 

 

어서와랑 알쓸신잡은 정말 본격 교육예능

 

아들은 유시민 아저씨만 말이 너무 많다고 시즌 2는 안 본다.

예리해, 정말.

 

*

 

뭔가 생각을 정리하려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 중구난방 아줌마 수다가 되었다.

 

여러 나라의 교육을 참고한다고 해도

정치,사회, 문화가 변하지 않는 한 교육이 크게 변하지 않을듯하다.

 

여기는 핀란드가 아니다.

 

2017년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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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자기주도 육아가 필요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육아멘토가 많아질수록 남의 아이 키우는 것

 

엄마의 여유, 작은 실천거리를 찾자.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나를 위한 시간을 내서 힘을 비축해

아이들에게 상냥한 분위기를 유지.

 

집안일을 애들에게 좀더 시키고

필요한 학습도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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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육아팁!

 

나의 경우

아이들 학교에 보내면서 동시에 빨래 널기 같은 급박한 것만 해치우고 바깥일 보다 들어와 청소정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생활의 마디를 주기.

 

출근하고 학교 가고 거리가 텅텅 비어 산책하기 여유롭고 은행도 여유롭다. 시간이 남으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동네 작은 카페에 가면 9-10시 그 시간에는 거의 사람이 없다.

 

엄마들이 치우고 나와서 브런치할 시간이 11시 정도인데 카페에 누가 오기 시작하면 집에 가서 남은 일을 한다.

 

물론 그렇게 치우고 나오는 엄마들이 매일 브런치하고 하는 분들 별로 없다.

 

카페에 넘쳐나는 엄마들 멀리서 보기엔 매일 그러고 나와 있는 무리 같지만

각 무리들이 돌아가며 나오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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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9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5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나서 동네 주택가에 있는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카페에 들어가보았다.

 

 

 

 

 

 

 

 

1층은 대략 이런데 사람들이 곳곳에 있어 이 정도만.

 

약간 동남아 호텔 로비 같이 꾸며두었다.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엄마들이 모임하는 데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혼자 다니는 건 그냥 이게 편해서. 그래도 가끔 여럿이 보기도 한다.

 

그런데 목적 없이 만나기엔 동네에서 아이들로 얽힌 인연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약속을 잡고 시간 내에 가고 같이 만족할 만한 메뉴를 정하고 이 과정이 참 생각보다 어렵다.

 

그냥 가고 싶을 때 훌쩍 나서기

산책하다 들어가기

카페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어서기

 

이 방식이 편하다.  

 

 

 

 

 

 

 

 

 

 

 

 

 

 

 

 

창가 자리에서 읽기 좋은 편히 읽을 만한 책을 보았다.

 

역시나 에세이는 믿고 보는 김중혁 작가님.

 

나오는 대로 다 읽었고 가끔 권하기도 했지만 다들 반응이 시들하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전권을 소장하지는 않았다.

 

작가님 글자공장 수필공장 부지런히 가동시켜 드려야 하는데

 

이동진 작가님과 하시는 영화당도 가끔 잘보고 있다.

 

 

 

 

 

 

 

 

 

 

 

 

 

 

 

 

 

 

 

 

 

 

 

 

 

 

 

 

 

<메이드 인 공장>을 신문에 연재할 때도 흥미롭게 보았는데 다시 보니 역시 다시 웃게 된다. 의외로 별점이 낮아서 중무룩.

 

이분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루시드 폴 스위스 개그만큼이나.

 

"일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위로를 받는다. 인간들은 대체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또,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부분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산으로 만들어진 조립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공장에서 서로를 조립하고 있는 셈이다." 9쪽

 

마냥 웃긴 건 아니고 곳곳에 작가님 생각이 담긴다.

 

지구본과 가방공장이 인상 깊다. 특히 전쟁이 나면 지구본이 잘 팔린다는 것과 지구본에 대한 고전 개그, LED지구본이 인상 깊다. 브래지어, 콘돔 공장 얘기는 그냥 피식, 하게 된다. 정말 아무나 가볼 수 없는 데 가셨구나.

 

 내 방이 없었고, 내 책상이 없었다. 가방만이 유일한 내 것이었고, 내 가방엔 내 것을 넣을 수 있었다. 가방을 들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평안해지고, 안전한 곳에 있는 것 같고, 모든 게 준비돼 있는 것 같았다. 가방은 축소한 집 같다. 가방에 달린 주머니들은 각각 하나의 방이고, 그래서인지 나는 수납 공간이 많고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가방을 유독 좋아한다.

82쪽

 

작가님에게 이런 사연도 있었네.

 

어떤 사람들에게 가방은 방패.

명품 가방을 든 여자(사람)들이 그렇다고. 가방이 초라한 자신을 가리는 방패가 되어준다.

 

 

<결국 못 하고 끝난 일>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딱 나야 나 

 

 

 

 

 

앞의 그림은 좀처럼 단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인데 나도 그렇다. 손님과 친구의 경계에서 늘 손님에 머문다.

 

좋아하는 가게도 너무 자주 가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기억되고 하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며칠 전에 이불가게에 패드를 사러 갔는데 사장님이 너무나 친절하게 이것저것 보여주시고 착하게 생겼다는 둥 하셔서 힘들었다. 마흔이 넘었지만 50대 아줌마 보시기엔 아기인가.  

밥은 먹었는지 어디 다녀오는지 한참 물어보시고 커피도 주셔서 끊고 나오기 힘들었다. 진짜 마시고 왔다는데도 권하셔서 마셨더니 그 밤에 자다깨다 해서 고생.

 

이 나이 되도록 거절을 잘 못합니다, 도 추가.

 

 

*

이렇게 책만 보고 카페에 다니다 보면 집안일이 밀린다.

 

결국 못하고 끝난 (집안)일이 쌓이다 보면 일상이 불편해지고 그러다 애들에게 짜증을 내게 된다. 오늘은 가능한 외출을 빨리 끝내야겠다. 어떻게 된 게 매일 동선을 고민하는데도 나가야 할일이 하루에 한번은 꼭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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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를 3분의 2 정도 읽고 <창백한 언덕 풍경>을 주문했다.

이것만 도서관에 없어서.

 

(가즈오 이시구로 머그 정말 질감이나 색이나 다 딱 좋다. 구매욕을 떨어뜨리기 위해 사진을 싣지 않음)

 

<나를 보내지 마>를 읽는데 복제인간의 슬픈 운명이 현실 세계와 겹쳐 보이며 엄청 쓸쓸해졌다. 현실세계의 많은 사람들도 누군가를 위한 대용물로 소모되는 삶을 살다 스러져가는 듯해서. 현실세계의 그림자노동이나 돌봄노동 종사자들에게 감정이나 영혼이 있을 것이라 상상하지 않는다.

기능으로만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SF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더 슬프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 처음 읽은 작품이 <편지>이다. 우리나라처럼 연좌제의 전통이 깊은 일본사회에서 범죄자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었다. 영특한 동생이 대학 가는 데 돈을 보태려고 부유한 노파를 살해한 형. 동생에게 자신 대신 피해자 가족에게 속죄의 편지를 보내고 장례에도 가달라고 하는 형. 충동적이고 사고뭉치에 미련하기만 한 형.

이 형 하나 때문에 동생의 인생은 꼬여만 간다. 형무소에서도 자신의 죄에 대한 속죄보다는 동생이 대학가고 잘사는지만 궁금해하고 자신에게 안부편지를 보내올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다.

 

뭔가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뭔가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는 거야. 인생이란.(205)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많아지는 인생이다. 더불어 가족도 영원히 고통받는다. 결국 동생은 자신의 딸을 위해 형과 절연하기에 이른다.

 

<공허한 십자가>는 범죄에 대한 속죄가 가능한가와 사형제의 실효에 대해 묻고 있다. 한 작품에 너무나 많은 주장이 난무하고 인물들이 다 매력적이지 않아 읽고 나면 찜찜하다. 막장 드라마 보듯이 길티플레져. 엄청 몰입해서 애들 밥도 늦게 주면서까지 하루 만에 다 읽었는데 그냥 읽고 나니 허탈하기만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설마 다 이런 건 아니겠지. 장르 문학에 내가 익숙하지 않은 탓이겠지.

 

 

 

 

 

 

 

 

 

 

 

 

 

 

 

차라리 며칠 전에 틈틈이 읽은 단편들이 더 낫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질투 등으로 벌어지는 여러 사건사고들.

 

<수상한 사람들>에서는 <등대에서>라는 단편이 매력적이었다. 친하지만 묘한 경쟁심을 품은 친구 사이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비극을 보여주며 인간 심리의 어두운 이면을 잘 파헤쳤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도 도시괴담이나 여성 주간지에 나올 만한 사건사고로 장식되어 있다.

 

으으으- 하면서도 읽고 있는 나.

그것도 이렇게 추운 계절에 달달 떨면서.

애들한테는 구스범스 같은 거 보지 말라고 하면서.

 

 

 

 

 

 

 

 

 

 

 

 

 

 

 

꼭 읽어봐야지 하고 있다가 <아연 소년들>부터 읽고 있는데 현실이 픽션보다 더 비참하고 처절하고 가슴 아프다. 

 

<아연 소년들> 읽고 있는데 거실이 크게 울렸다. 윗층이 리모델링 공사라 그런가 했는데 진짜 지진이었다. 

 

어제 밤에 수능이 연기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사상 초유의 사태인데 우리집 초등들은 그냥 학교 열 시까지 가는 거냐 그것에만 관심을 가진다.

빨리 중학교 가서 수능날 안 가고 싶다고. 조삼모사 같은 녀석. 너 수능 볼 날이 곧 다가오고 있다.

 

 

표적을 똑바로 겨누어 맞히자 사람의 두개골이 산산조각 나는 게 보였어요. 순간, ‘내가 처음 죽인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투가 끝나면 늘 부상당하거나 전사한 병사들이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어요. 하지만 다들 하나같이 아무 말이 없죠…… 시가전차가 나오는 꿈을 꾸곤 해요. 시가전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꿈을요…… 좋아하는 기억이 있어요. 엄마가 피로시키를 구워주던 거요. 집안 가득 달콤한 밀가루 반죽 냄새가 퍼지고……

 

 

그나마 지금까지 읽은 데에서 온건한 문장이다. 전쟁터에서의 상황과 돌아와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상황이 처절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기가 힘들다.

 

읽기도 이리 힘든 작품을 어떻게 여러 편 남긴 것일까.

 

엄청 아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쓰고 또 썼다.

 

작가는 본래 그런 걸까.

아프고 힘들지만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그런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것이겠지.

 

아픈 누군가를 위해 대신 이야기해주어야만 하는 사람이 필요해.

 

*

 

연말에 어쩌다 이런 작품들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계속 알 수 없이 불안하기만 하고 불안에 대한 도피로 더 큰 불행을 들여다보면서 또 다시 떨고 있다. 

 

올해 참 많이 힘든 일이 연달아 있었고 아직 여진같이 계속 미세하게 떨고 있어서 이런 작품들에 끌리나보다.

 

 

 

 

 

 

 

 

 

 

 

 

 

 

 

 

 

 

 

 

 

 

 

 

 

 

 

 

 

 

이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랑 <츠바키 문구점>은 아직 읽기 전인데

중간중간 이런 책을 읽어가며 알렉시예비치를 읽어나가야겠다.

 

약간 손난로 같은 소설들이니.

 

잠시 손 녹이며 또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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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혼란한 주말 어린이 도서실에서 읽었던 책들이다.

 

작년에 태안반도에 놀러갔을 때 숙소 유리문이 딸아이에게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홍콩느와르에서나 보던 장면같이 현실감이 없었다. 정신없이 맨발로 유리더미를 밟고 얼굴을 손을 모아 가린 아이를 살펴보니 눈윗쪽이 가장 많이 벌어져 있었다. 수산시장에서 생선에 칼을 대고 그은듯이.

 

바닷가로 나가기 전 수영복을 갈아입은 상태 그대로 119를 불러 타고 읍내 병원으로 향했다. 시골동네 한적한 병원 응급실에서 심난한 아이상태를 보더니 어쩌다 저리되었냐고 모두 혀를 찬다.

 

새로개원한 시골병원에 응급의학과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보였더니 즉시 봉합수술에 들어간다고 하셨다. <지독한 하루>에도 나왔듯이 크게 다친 아이는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 두려움이 압도했는지 제대로 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식염수로 오물과 작은 유리조각을 치우고 나니 천만다행으로 가장 큰 상처는 이마 윗쪽의 7센티 정도는 되게 벌어진 상처와 등에 유리조각이 박힌 그 정도였다. 한 시간 반 동안 마취주사를 여러 번 찔러가며 겨우겨우 봉합을 마쳤다. 징징징 낮게 우는 소리를 내며 몸을 떠는 아이를 붙잡아 주며 의사선생님의 단정한 뒷통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아파도 조금만 참자, 잘해주고 있어, 라고 선생님은 아이를 달래가며 집도를 하셨다. 아이 다루는 목소리와 어조가 분명히 미취학 아동을 자녀로 둔 분 같았고 아파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어쩔 줄 몰라하시는듯했다.

 

아이를 키우며 크고 작은 사고로 응급실을 드나들면서 이렇게 친절한 분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분들이 특별히 불친절한 게 아니라 응급실 상황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 환자들이 만족을 못 느끼는 것이겠지.

 

어릴 때 무섭고 싫으면서도 공포괴담류를 읽었던 것처럼 <만약은 없다>와 <지독한 하루>도 그런 심정으로 보았다. 내가 있는 이 안온한 자리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만약은 없다>보다는 <지독한 하루>가 보다 더 정돈된 느낌이다. 중증외상환자가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려면 멀었다는 것과 응급실 주취자들의 행패를 박아낼 방법이 없다는 데에 한숨이 나온다.

 

나는 모멸감과 피로로 당장 쓰러져버리고 싶었다. 내가 왜 이런 멸시를 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예이츠의 시구가 떠올랐다. ˝가장 선한 자들은 모든 신념을 잃고, 반면 가장 악한 자들은 격정에 차 있다.˝ (46쪽)

 

저자는 조직폭력배 수하로 추정되는 사내에게 맞아가며 두목을 살려내려고 했다. 그전에도 부하들은 온갖 모욕적인 말을 퍼붓고 무례하게 굴고 있었다.

 

이외에도 선천적인 질병으로 고통받는 가족이나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들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게 되었다.

 

아....정말이지 아이를 낳는다는 건 일생을 건 크나큰 도박이자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아니지 마땅한 장비가 없는 익스트림 스포츠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고

건강하게 세상에 나왔다 해도 생명이라면 크고 작은 위험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다.   

 

온갖 세상걱정근심 품고 사는 신경증 환자인 나는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극도로 예민해졌다. 어디를 보내든 안심 못하고 전전긍긍. 초등학교에 간 지금은 전보다 덜하지만 어린이집 시절에는  매번 견학을 보낼까 말까 갈등하고 짧은 거리라도 늘 아이들과 함께 다녔다.

 

그렇게 꼭꼭 싸매고 키웠는데도 시골에 살 때 뱀에 물리기도 하고(강릉아산까지 가서 검사했는데 독성이 없는 물뱀 정도) 벌에도 쏘여 봤다. 그때 대처 큰 병원으로 가려고 응급실로 가며 마음 졸이던 걸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때를 다시 떠올려보니 내 모습은 우습기만 하다. 슬리퍼에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지갑도 없이 큰애 태우고 구급차에 올랐다. 당시 네 살 아들은 그 와중에 삐뽀삐뽀 탔다고 좋아하고.   

 

이 책에 나오는 그런 심각한 중증외상도 아닌데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본래 인간이란 자기 손가락 밑의 가시 하나가 더 위중한 법이라 그런지.

 

 

나는 심상치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터무니없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 원래 세상 일이란 인간들의 육신이 이토록 부서지고 시들어가는 과정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매번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불행의 변주를 의연하게 눈 하나 껌뻑하지 않고 받아들이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유난한 날이었다. (86쪽)

 

의사들의 무심한 반응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워낙 심각한 상황이나 죽음을 많이 맞이하다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자들과 가족에게는 그 상황이 정말 처음 맞닥뜨리는 특별한 상황이다.  

 

아직도 몸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다. 다시 읽기는 힘든 책이다.

 

*

우연히 어제 아침 <어쩌다 어른>에서 남궁인 작가 강연도 앞부분을 잠깐 보았다. 말씀도 잘하시는듯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초(만병초)를 약으로 착각해 술로 담가 먹기도 한다는 데 놀랐다. 그렇게 쉽게 독을 먹게 되는 건 지인이 권하기 때문이라나.

망할 지인 찬스. 

뭔지도 모르면서 몸에 좋다고 하고 그게 또 아는 사람이 주는 거면 쉽게 먹어버린다고.

 

*

<숨결이 바람될 때는> 전도 유망했던 한 의사의 투병기이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는데 의사에서 환자가 되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 남은 생을 알차게 꾸려가려 했던 의지, 생에 대한 통찰력 등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큰 병은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 전체의 삶을 바꾸어놓는다. 하지만 뇌 질환은 거기에 난해하고 신비한 분위기가 더해진다. 아들의 죽음만으로도 부모의 정돈된 세계는 뒤집혀버린다. 그런데 환자의 뇌는 죽었고 몸은 따뜻하고 심장도 여전히 뛰고 있다니, 이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을까? 재앙(disaster) 이란 단어의 어원은 부서지는 별을 의미하는데, 신경외과의의 진단을 들었을 때 환자의 눈빛이 바로 그렇다. (116쪽 )

 

나는 나 자신의 죽음과 아주 가까이 대면하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동시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알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그 문제는 사실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161쪽)

 

 

우리의 정체성은 뇌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그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신체 안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산행, 캠핑, 달리기를 좋아하고, 양팔을 쫙 벌려 꼭 껴안는 것으로 애정을 표현하던, 그리고 키득거리는 조카를 번쩍 들어주던 남자, 나는 더는 그 남자가 될 수 없었다. 기껏해야 그런 남자를 목표로 삼는 것이 최선이었다. (165쪽)

 

남궁인의 작품과는 천양지차. 아주 다른 어조였다. 자신의 죽음인데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차분히 들여다보았다. 아쉽고 억울할 텐데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가 더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내가 전형적 한국아줌마라 그런지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기로 계획하고 아이를 낳은 부인의 선택이 더 마음 아팠다.  

 

 

우리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결혼 생활을 지키는 비결은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는 거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불치병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서로에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며, 감사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254쪽, 에필로그: 루시 칼라니티)

 

 

 

 

 

 

 

 

 

 

 

 

 

 

 

 

정말 옛날옛적에 읽은 의료 관련 만화들. 거의 15년 전에 봤다. 

 

데츠카 오사무의 블랙잭이 역시 레전드이고 이후 이 작품의 여러 변주가 나온듯하다.

 

블랙잭은 어린 시절 폭발사고를 당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으나 혼마 죠타로의 수술로 살아나 후에 의사가 된다. 의사 면허도 따지 않고, 상황에 따라 환자들에게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수술비를 받지만 어떠한 병이라도 고치는 초인적 실력을 가졌다. 전 세계에서 환자들이 찾아올 정도로 명성을 쌓는다.

 

각종 의학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성은 황당하지만 실력만은 최고인 그런 의사의 모티브가 블랙잭이다.

 

<헬로우 블랙잭>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팔아버린듯하다. 이제 아이들 읽히기 좋은데 ㅜ.ㅠ

 

<닥터 노구찌>는 언제 주문해서 다시 봐도 좋을 듯하다. 거의 위인전, 휴먼드라마라 애들 읽기 좋을듯하다. 내가 김윤아 남편인가 암튼 그 치과의사 수입 정도 된다면 홍대 00문고 가서 왕창 사오련만.

 

 

 

 

 

 

 

 

 

 

 

 

 

 

 

 

 

보려고 했다가 못본 작품들이다. <요시오의 하늘>이 주문할 만하다.

 

 

 

*

사실 책을 봐도 그렇고 만화를 봐도 그렇고 의사는 격무에 시달리며

되기까지도 그렇고 되어서도 그렇고 힘들기만 하다.

 

의료 관련 직은 죽음이나 그와 비슷한 상황을 거의 매일 맞닥뜨려야 하는 극한 직업이자 사명감이나 체력이 없다면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변에 무작정 아이들 의사 만드는 게 목표인 엄마도 가끔 보인다. 아이들이 결정할 문제인데 말이다. 남궁인 작가의 경우도 강연에서 엄마의 권유로 의사가 되었다고 밝혔을 정도이니.

 

우리 아이들의 경우는

병원에 가본 경험을 들어 의사는 절대로 되지 않겠다고 하는데. ㅋ

역시 너희 뭘 좀 아는구나.

 

온라인에서 본 어떤 글에 아들은 의사 만들기 싫고 의사 사위는 보고 싶다나.

아무리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지만 후안무치의 극치다. 아니 솔직한 거겠지. 그래도 쫌 속으로만 생각하자.

 

중년이 되니 가족이 아프다거나 다른 이들의 문병을 간다거나 해서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병원은 피하고 싶은 공간이고

어떤 병들과 의사, 병원을 둘러싼 잡담은

일상에서는 비속하고 가볍기만 하다.

 

아직은 불운이 나를 피해 갔으니 안도한다거나

공허한 감사 타령이 주를 이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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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알게 된 오은 시인이다. 오은 시인 덕분에 나도 주황을 싫어하지는 않게 되었다.

 

달력이 두 장 남아 이쯤에서 생각나는 시

 

 

1월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
총체적 난국은 어제까지였습니다
지난달의 주정은 모두 기화되었습니다
 
2월엔
여태 출발하지 못한 이유를
추위 탓으로 돌립니다
어느 날엔 문득 초콜릿이 먹고 싶었습니다
 
3월엔 
괜히 가방이 사고 싶습니다
내 이름이 적힌 물건을 늘리고 싶습니다
벚꽃이 되어 내 이름을 날리고 싶습니다
어느 날엔 문득 사탕이 사고 싶었습니다
 
4월은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한참 전에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5월엔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옵니다
근로자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니고
어버이도 아니고
스승도 아닌데다
성년을 맞이하지도 않은 나는,
과연 누구입니까
나는 나의 어떤 면을 축하해줄 수 있습니까
 
6월은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7월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봅니다
그간 못 쓴 사족이
찬물에 융해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때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8월은 무던히도 무덥습니다
온갖 몹쓸 감정들이
땀으로 액화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살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9월엔 마음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다 잡아도 마음만은 못 잡겠더군요


10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책은 읽지 않고 있습니다
 
11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밤만 되면 꾸역꾸역 치밀어오릅니다
어제의 밥이, 그제의 욕심이, 그끄제의 생각이라는 것이
 
12월엔 한숨만 푹푹 내쉽니다
올해도 작년처럼 추위가 매섭습니다
체력이 떨어졌습니다 몰라보게
주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잔고가 바닥났습니다
지난 1월의 결심이 까마득합니다
다가올 새 1월은 아마 더 까말 겁니다
 

다시 1월
올해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
1년만큼 더 늙은 내가
또 한번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2월에 있을 다섯 번의 일요일을 생각하면
각하(脚下)는 행복합니다
 
나는 감히 작년을 승화시켰습니다
 
-
오은,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1년」 

 


 

 

 

 

 

 

 

 

 

 

 

 

 

 

 

 

 

어제 검은책방 흰책방이라는 지역 독립서점에 들러 사온 책들이다.

 

원래는 이병률 시인 시집을 사려고 했는데 이곳에서는 이 시집이 더 잘 팔린다고 해서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아직 잘 모르겠다.

 

로베르트 무질은 정말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 등과 함께 늘 내게 도전만 안겨주는 작가인 듯하다. <특성 없는 남자>를 사려다 이게 좀더 편할듯해 이것부터 보기로 결정.

 

생전 유고라니, 정말 독특하다.

 

어제는 원래 그 독립서점말고도 다른 데를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전당 뒷편 동명동, 장동 일대를 엄청 걸어다녔다.

 

 

 

 

 

 

 

 

 

 

 

 

 

 

 

오전에 내가 이미 반납한 책이 반납 처리가 안 되어 도서관에 또 갔다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보게 되었다. 앞의 두 편 가볍게 봤다. 

역시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리메이크 되어 11월 말에 개봉한다니 다시 보고 싶다. 출연진 보니 정말 기대된다. 

 

우리 아이들은 코난을 즐겨보는데 추리소설 좀 보라고 사줘도 책으로는 잘 읽지 않는다. 셜록, 뤼팽, 포아로, 미스 마플 등등을 언제 만나볼지.

 

표지가 이런 걸로 된 걸 사주면 보려나 

 

 

 

 

 

 

 

 

 

 

 

 

 

 

다음주에는 광주극장에서 스웨덴영화제도 하고, 전당에서 11월에 여성영화제도 한다. 

춥지만 않으면 많이 다닐 텐데.

애들 데리고 있으니 감기라면 질색이라 겨울에는 몸을 사리게 된다.

 

 

 

 

 

 

 

 

 

 

 

 

 

 

 

다른 책들과 같이 읽고 있는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이 궁금했는데 <한국이 싫어서>는 확 와닿지 않는다.

 

계나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어쩐지 외국에 가서도 한국에서의 사고방식과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고 있는 이런저런 군상을 보니 피로하기만 하다.

 

한국 작가들 소설이 잘 안 읽히는 건 이게 진짜 실화냐? 라고 요새 자주 묻듯이

진짜 실화니까.

너무 익숙하고 지겹고 답답하니 그런 것 같다.

 

아직 다 읽지 않았으니 읽고 더 생각해보련다.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마>를 반 정도 읽고 자꾸 다른 책을 보고 있다. 

딴짓도 많이 한다. 겨울이 다가오니 또 애들 용품 이것저것 사야 하니 뭔가 번잡하다.

 

*

11월의 다른 말

미틈달,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이라지.

 

내일은 일단 책을 한 권이라도 마치고 집안 정돈도 더 하면서 제대로 월동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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