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오는 일요일

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극장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드디어 보았다.(스포일러 주의)

 

고레에다 감독은 자식이 뒤바뀌면 부모들이 아이를 기른 세월과 상관 없이 생물학적 친자를 택해 아이를 서로 교환한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생물학적 아이와 기른 정이 가득한 아이 중 누가 우선일까?

 

진정한 부모란, 좋은 부모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

 

답을 내리기보다는 계속 질문을 만들어가는 영화였다.

 

료타는 자신을 닮은 반듯한 아들과 상냥한 아내를 둔 성공한 대기업 직원이다. 아이를 사립초에 보낼 수 있고 원하는 교육은 얼마든 시킬 수 있는 여유로운 가장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시기에 료타는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출생 직후 아이가 바뀌었고 바뀌어 자라고 있는 친자의 상황은 자신의 집안보다 열악하다. 친아이를 기르는 아버지는 가난하고 애들도 줄줄이 딸려 있다.

 

친자를 처음 만나자마자 료타는 아이가 콜라를 서슴없이 마시며 빨대를 잘근잘근 씹어둔 걸 보고 경악한다. 건강을 위해 하루 먹는 달걀 양도 정해두었을 정도이고 집안은 아이 있는 집답지 않게 호텔식으로 잘 정돈되어 있으니 부부가 보기에 얼마나 개탄할 상황인가.

 

료타는 아이가 바뀌었다는 걸 알고 부인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도 역시 그랬었군, 이라든가 아내의 본가가 있는 시골병원에서  아이를 낳아 이렇게 된 거라며 아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교환을 염두에 두고 하루 생활해 보니 친자인 아이는 게임을 자주 하고 (중상층의) 생활습관이 잡혀 있지 않다.

 

상사와 집안일을 상의하니 상사는 료타에게 두 아이를 다 키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이기주의의 극한이다.

상사의 조언에 힘입어 두 아이를 다 기르려 변호사까지 알아본다.

 

키즈카페에서 료타는 류다이네 생각은 하지도 않고 이 얘기를 아주 가볍게 꺼낸다. 이런 분노를 부르는 상황에서도 상대편 부모 류다이는 참다 못해 가볍게 머리를 살짝 치는 정도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이런 상황에 가난한 부모는 눈물 지으며 아이의 미래를 위해 부자집으로 아이를 보내거나 따귀를 올려붙이겠지만.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에서의 선택을 핵심으로 최루적 상황을 남발하는 허다한 유사 소재의 TV드라마나 영화들과 달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결국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조용히 그리고 깊게 묻습니다.(이동진, 2013)

 

류다이는 시종일관 여유 있다. 시골에서 전기상회를 운영하고 있고 부인은 파트로 일을 해야 하고 아이들은 셋이나 되지만 아등바등 살지 않는다.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하지 말자, 주의.

 

그렇지만 류다이는 키즈카페에서 아이들과 온몸을 부딪혀 놀아주고 아이들 장난감을 고칠 수 있고 목욕도 같이하는 그런 아버지이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병원측과 부모들이 아이들 문제를 논의하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총싸움하며 겨누자 빵 소리에 다들 죽는 시늉을 하며 쓰러지는 장면이다. 현실에서는 이렇지 않지만 언제나 이럴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들이 모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류다이네와 료타네는 처음에는 교환을 염두에 두고 만남을 이어가다 나중에 아이들 짐을 다 실어보낸다. 료타는 아이를 보내며 케이타에게 적절한 설명도 없이 강해지기 위한 미션이라고만 한다.

 

교환을 통해 두 아이 다 힘겨워한다. 적극적인 류세이는 자기 집을 몰래 찾아가고 케이타는 홀로 잠못이루고 힘겨워한다.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었던 료타는 류세이를 적응시키려고 가족과 시간을 내기 시작하고 집안에 고가의 캠핑장비를 들이고 단란한 가정 코스프레를 한다. 류세이 사진을 찍고 확인하다 료타는 전에 케이타가 자신의 모습을 찍어둔 걸 보고 회한의 눈물을 쏟는다.

아. 이 남자가 이렇게 울 수도 있는 사람이구나. 사건의 전말을 알고도 대응책 마련에만 힘쏟던 그였는데.

 

나도 아이들이 내 사진을 찍어둔 걸 보고 울컥한 적이 있어 그 마음을 알 듯하다.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모를 깊이 사랑해주고 있다. 부모만 잘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섬세하고 유약한 케이타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데 상처받아 교환 이후 처음 만났을 때 도망가버린다. 아이를 따라가 머리를 쓸어주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양어머니로 추정되는 료타의 어머니는 료타가 지난날을 사과하려고 하자 너랑은 그런 진지한 얘기말고 시시한 얘기 나누고 싶다고 한다.

 

가족의 시간이란 류다이네같이 정말 시시하고 지루한 나날의 시간이 쌓여 이루어지는 것 같다.

 

료타는 가족의 미래를 기획하고 가정을 위해 돈을 벌고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함께하려 한다. 반면 류다이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두 가정을 교차시키며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묻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모든 가정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내가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딸아이 친구 엄마가 우리딸을 데리고 목욕을 가주었기 때문이다.

 

홀로 외롭게 자라던 케이타는 류세이네 가족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료타 역시 평소라면 말도 섞지 않았을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연달아 <기쿠지로의 여름>을 보았다. (스포일러 주의)

온라인에 자주 올라오는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면 안 되는 이유의 결정판. 

 

이십대 중반에 기타노 다케시에 버닝하던 시기에 보았는데 아이 낳고 나서 보니 참 마냥 웃긴 영화는 아니다. 

 

이런 장면도 있었구나, 싶은 장면이 많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중에 영화를 다시 보니 계속 마사오가 한데서 자는 거나 밥을 못 먹고 있을 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 철없는 야쿠자가 한없이 미워졌다. 어처구니없는 장난을 치며 웃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좀 밥이나 제대로 먹이며 다녀라 이 양반아, 하게 된다. 애를 어두운 데 두고다녀 변태 영감이나 만나게 하고 애 앞에서 온갖 범법은 다 저지른다. 막무가내 진상인데 밉상은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사오가 친엄마를 보게 해준다.

그런데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았을 상황이다. 이미 엄마는 다른 가정을 꾸려 잘살고 있다.

 

상심한 마사오 일행에게 폭주족, 소설가 지망생이 다가와 별별 캠핑을 벌인다. 이 소동은 다시 봐도 너무나 즐겁다. 역시 아이를 기르는 시간은 이런 잉여의 시간들이다. 할일없는 한가한 한량들이 모여 몸으로 놀아주니 마사오는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된다.

 

특히나 대머리 아저씨 다시 봐도 짠하다. 한여름에 들판에서 모기에게 뜯겨가며 외계인 상황극 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고 다들 자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아이보다 어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야쿠자로 살아가며 인생에서 여름방학다운 방학은 한번도 맞지 못했던 기쿠지로는 마사오를 만나서 진정한 인생의 여름방학을 보낸 것이다. 한껏 잘논 마사오는 다시 할머니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힘차게 달음질쳐 갈 수 있게 된다.

 

여름방학마다 생각나는 영화인데 이상하게 아이들과 아직 본 적이 없다. 다음 여름방학에는 꼭 보여주어야겠다.

 

지난 겨울에 <P짱은 내 친구>를 너무나 잘 봐서 이 영화도 무지 좋아할 것 같다. 이제는 초등이니.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팬이라 자처하지만 작품을 사실 겨우 네 편 보았다.

 

2005년 하이퍼텍 나다에서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환상의 빛>,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순으로 보았다.

 

에세이는 전에 사서 보았고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는 우선 책으로 봐야겠다.

 

성공한 덕후인 류배우는 감독을 직접 만났지만 나는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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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뒷표지

 

가을 방학이 지나고 어제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나갔다.

학교 책읽기 봉사 모임을 하고 도서관에 들러 책 반납하고 혼자 밥 먹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큰애가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고가의 팽이를 잃어버렸다고 집 안을 헤집고 난리였다.

그러더니 학교에서 분명히 누가 자기 가방을 열고 가져간 것 같다고 한다.

 

평소 물건 관리 잘 못하고 해서 아침에도 가져가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가져가더니 사달이 났다.

 

학원 가기 전에 울고 난리라

앞으로 생일이 다가오니 생일 선물로 당겨서 사준다고 진정시켜 보냈다.

 

울고 난리고 누가 가져갔다고 해서

증거도 없이 친구들 의심하지 말고

앞으로 귀중품은 절대 가져가지 않기로 다짐받았다.

(또 몰래 가져가겠지만, 훗)

 

원칙이야

잃어버린 건 안 사준다였지만

지금 내 정신건강이 별로라 일단 우는 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

동생이랑 집앞 둘마트에 보냈다.

 

정말 누가 가져간 것일까.

슈터까지 세트로 없어지고

가지고 다니는 많은 팽이들 중 그것만 없어졌다.

 

인기 모델이라 마트에서도 품절이었나보다.

 

딸애가 난감해하며 오빠 속상해하니 어쩌지 하길래

다른 모델이라도 사서 데려오라고 했다.

 

아주 딸애가 누나다, 그냥.

옆에서 오빠라는 게 장탄식하는 소리만 들리고

야무진 딸은 어느새 마트에 전화까지 챙겨가

불의의 상황을 수습하고 있다.

 

자녀는 타인 중에 특별히 친한 타인이다.

 

자녀는 철저하게 타인이다. 타인 중에 특별히 친한 타인이다. 특별히 친하다는 예를 찾아본다면 교도소를 출소한 그 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집으로 데려와 목욕을 시키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사이다. 자녀가 아닌 다른 누구를 위해 이처럼 정성들여 대접하는 타인이 또 있을까.

<약간의 거리를 둔다>, 122쪽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쩐지 위안이 된다.

육아의 부담이 극에 달할 때는 '그래, 감옥에만 가지 않게 키워보자'

이렇게 마음을 진정시켜야겠다. 

 

나와 분리시켜 아이를 타인이라고 생각하고

타인의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응원해줘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저런 상황이 생기면

상당히 괴롭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에서도 기꺼이 안아주고 접대할 수 있어야겠지.

 

거의 열흘간 삼시세끼 챙기고 투닥거리는 애들 틈에서 점점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는데

딱 한계일 때 다시 학교에 가서 감사하다.

 

 

 

 

 

 

 

 

 

 

 

 

 

 

 

 

<온화하게 심플하게>

주말에 애들 놀게 해주려 아시아문화전당 갔다가 거기에서 마저 다 읽었다. 

<오늘, 마음 맑음>은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빌려왔다.

 

 

표지도 예쁘고 내용도 무난하다.

요즘 시중에 이런 류의 책이 많은듯하다.

 

호흡이 길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하는 책보다는 감정 자기 계발서라고나 할까.

 

냉난자지(冷暖自知) 물이 찬지 뜨거운지는 마신 사람만이 안다.

무슨 일이든 경험해 봐야 알게 됩니다. <온화하게 심플하게>46-47쪽

 

물론 쓰신 분들이야 오래 수양해서 정제된 생각을 주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자기가 실제로 느끼지 않으면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연휴 내내 미처 못 보고 밀린 영화들 밀정, 터널, 라라랜드, 럭키 같은

(내 기준) 최근 영화를 보았는데

심히 피로하다.

감정을 너무 써버렸다.

 

의외로 <럭키>가 제일 편했다.

유해진이 다 살린 편한 팝콘무비. 84년생이라 해도 나는 믿을란다. 이발소 아저씨가 잘생겼다 할 때도 믿었다. 역시 킬러(신분세탁업자)도 부지런하고 심지가 굳어야 한다. 먼지 하나 없는 집을 단 하루만에 개판 만든 이준을 보고 어찌나 한심하던지.

 

터널 진짜 망.

자다가 땅속 깊이 갇힌 꿈도 꾸고 그냥 그런 상황 자체를 희화화한 게 마음에 안 든다. 세월호 이후였으면 보다 정교하게 다루어야 하는데 너무 거칠고 산만하다. 배두나가 맡은 최악의 배역이다. 너무 안 어울리고 이질적이다.

 

<무심하게 산다>는 <종이달>을 전에 잘 보아 선택한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사노 요코 에세이같이 나이듦과 그에 따른 변화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있다.

 

돈이 많은 부자가 오히려 돈을 덜 쓰려 하는 것처럼 젊은이들은 체력이 많기 때문에 운동을 그리 많이 하지 않는다는 발상이 신기했다.

 

20대들이 피트니트 센터에서 죽어라 운동하는 30-40대를 의아하게 본다는 것.

 

만화를 읽기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

건강검진에 열중하고 그 과정을 즐기게 된다는 것

나이들어 성숙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그 사람이 가진 단점들이 점점 부각되기 시작한다는 것

의외로 나이들수록 감기에 덜 걸린다는 것(대신 한번 걸리면 호되게 오래 앓는다) 이건 젊은이들과 달리 외부세계와 별로 접촉이 없어 바이러스에 덜 노출되기 때문이라나.

 

흥미로운 관찰이었다. 계속 응 마저마저 하면서 읽었다.

 

<아주 오래된 서점>은 다행히 도서관에 있어 나중에 읽어야겠다.

 

 

 

 

 

 

 

 

 

 

 

 

 

 

 

 

 

명절이 지나면 이혼소장 접수가 많아진다는 뉴스가 요즘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차례문화가 변했다느니 시댁 친정 구분이 없어졌다느니 하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어제 학교 모임에 가서 엄마들 이야기 듣다보니 아직 멀었다. 특히 다들 전 지지는 데에 한이 맺혀 있었다. 먹지도 않을 걸 왜 그리 많이 하는지.

 

서로 다른 살림방식, 오래간만에 만나 의사소통에 적응이 안 되는 친척들.

이도 저도 아니고 사실 물리적 피로.

 

<당신, 힘들었겠다>는 흔한 감정 자기계발서인가 하고 도서관에서 집어들었다가 우연히 건진 책이다. 저자분이 부부상담을 오래 하셨고 EBS 상담도 하셨다는데 난 이제야 본다.

 

인간은 소중한 사람과 정서적으로 깊이 연결될 때 성장한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다가와서 안아주면 우울, 분노, 짜증 등 부정적인 정서에서 벗어나 성장의 동력을 갖게 된다. 관계가 안정될 때 개인은 정보를 긍정적으로 처리하고 인내심이 늘어나 상대방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된다.
가족치료의 권위자인 버지니아 사티어는 “사람은 서로의 공통점 때문에 친해지고 차이점 때문에 성장한다”고 했다.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당신, 힘들었겠다> 169쪽

 

서로 긴 말이 필요하겠는가

딱 책 제목만큼만 이야기해도 어딘지.

 

EBS는 부모자식 관계든 부부관계든 -구나 방송이구나 할 정도로 공감을 강조하는데

잘못하면 무한도전 그랬구나같이 부아만 돋울 수도 있다. ㅋ

 

존 가트맨 책은 전에 사둔 건데 좀더 무겁게 접근하고 있고 정독하지 못했다. 책을 읽을 시간에 좀더 대화할 시간을 내는 것이 좋겠지.

 

명절 갈등의 원인은 사실 서로 이해하기 부족한 시간과 바닥난 체력 때문이 아닐까.

 

화목한? 집안을 보면 일정 부분은 구성원들 체력에 빚지고 있다. 언젠가 대가족이 모두 단체로 티맞춰입고 가족여행 떠난 사진을 보았는데 칠순 노모부터 아들딸 손자손녀 모두 에너지 뿜뿜.

 

반면 우리집은 애들이나 어른이나 전체적으로 그렇게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집에서 다들 딩굴거리면서 보고 싶은 책 보다가 간단히 먹고 근교 산책이나 가야 적당할 듯하다.

실제로 나들이는 집 근처 30분에서 한시간 거리(나주, 화순, 담양이 제일 만만하다)를 이동해 네다섯 시간 머물다 오는 게 제일 이상적이다.  

 

나에게 다가오는 변화를 무심히 받아들이고

이제 내 나이가 쌓이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 볼 테다.

 

<무심하게 산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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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맞아 심심풀이로 올려본다.

 

어릴 때는 이런 날이면 나도 세종문화회관에 앉아 있기를 막연히 동경했는데

지금은 그냥 재야국어학자라고나 할까.

 

그냥 바르게? 글쓰고 말하는 데 관심이 많은 그 정도이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말하고 쓰는 것보다 듣고 읽는 데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논문도 쓰기, 말하기가 더 많고 듣기는 정말 부족하다.

 

*

흔히 한글 사랑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게 맞춤법을 잘 지키는 것이다. 

앞의 책들은 평범한 수준에서 좀더 맞춤법에 대해 공부하고 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책들이다.

 

요즘 학생들이 맞춤법에 약한 건 우리말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못햇고

국어문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어규범에 대한 의지도 없다.

 

국어맞춤법 따지면 세상 고루한 사람.

 

그래서 어느 정도 '재미', '병맛'으로 풀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전부터 무지 유명한 짤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에는 사람들이 잘 틀리고 혼동하는 맞춤법을 '병맛' 코드로 풀어서 읽기 쉽게 정리해두었다.

 

설마 이걸 틀려 하겠지만 

무난(문안), 어이(어의), 굳이(구지) 등도 ( )의 표기로 온라인에서 자주 틀린 표현으로 쓰는 게 보인다.

 

아이돌 오빠들한테 얼른 감기 낳으세요 라고 하는 소녀들도 많이 보인다

 

 

<B끕언어>는 ㅈ,ㅆ이 자주 쓰이는 단어로만 생활하는 중고생 아이들의 언어현실을 알려주는 한편 비속어들의 어원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비속어를 쓰지 말라고 하는 책이 아니다. 비속어가 나쁘다고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나는 비속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비속어는 우리의 삶에 끼어들어 우리의 일상을, 우리의 대화를 말랑말랑하고도 재미나게 만들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어교사로서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적절하게 써야 할 타이밍이 있다면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 한 가지는 꼭 알려 주고 싶다. 비속어를 쓰려면 의미를 잘 알고 써야한다는 것이다. 5쪽

 

 

어원뿐 아니라 대체어를 제시하기도 하는데 애들이 곱게 이렇게 쓸 리가 없다.

 

주접떨다는 발랄하다

ㅈ같다는 주옥 같다/꽃 같다

존나는 정말

쩐다는 멋있다/구질구질하다

 

아이들은 깊게 생각할 생활의 여유도 없고 책 읽을 시간도 없다. 학원 다녀오는 사이 폰 게임하는 게 낙의 전부라 언어가 갈수록 빈곤해지고 비속해진다. 또한 욕을 쓰지 않으면 또래 사이에서 소통할 수 없다. 그냥 언어현실이 이렇게 변했구나, 받아들이고 재미있게 읽었다. 과도한 비속어 사용은 대학생이 되고 사회에 나오면 어느 정도 바뀌기도 하니까.

 

또한 정은 작가 소설 속 비속어 사용을 보면 진짜 ㅈ 같은 상황은 ㅈ밖에 달리 쓸 표현이 없다.

아이들이 현재 처한 현실이 그러한데

어떻게 꽃 같은 언어가 나오겠는가.

 

 

 

 

 

 

 

 

 

 

 

 

 

 

 

<문장강화>는 문학적 글쓰기만이 아닌 모든 종류의 글쓰기에 대한 기본을 알려주는 책이다. 적절한 예문을 들어 간명한 문체로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상허는 글과 말이 기본적으로 다르지는 않지만 글의 고유한 특성이 있고 상황에 적확한 단어로 쓰지 못한다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없다고 했다. 책에 잘알지 못하던 단어들도 많이 나와 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읽다보면 그동안 내가 틀리게 쓴 문장들이 생각나 얼굴이 화끈거린다.

 

앞의 두 책을 읽으면서 역시나 글을 잘 못쓰는 사람들은 문장을 짧게 쓰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들은 국어교육과 전공도서라 다소 딱딱하지만 생활에 활용할 부분이 의외로 꽤 된다.

 

언어 사용의 기본은 이해와 표현이다.

이해(듣기, 읽기) 중 하나인 듣기는 참으로 중요한데 현재 교육과정에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다만,

내가 오래 전에 공부했던 소극적 듣기, 적극적 듣기는 이제 중등, 고등 수준에도 나온다.

아이들이 인식하는 건 아니지만 초등 수준에도 이 개념은 있다.

 

소극적 듣기는 상대방 이야기 집중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적극적 듣기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청자가 화자의 말을 요약하고 반영하는 역할을 통해 화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들어주는 것이라 한다.

 

적극적 듣기가 이상적이지만 거의 전문 상담에 가깝고

요즘 학생들이나 성격이 급한 나는 소극적 듣기만 잘해도 어딘가 싶다.

 

그냥 잘 들어주는 게 정말 어렵다.

 

그리고 비언어와 준언어의 사용도 어렵다.

비언어(非言語)- 언어를 제외한 모든 의사소통 수단을 가리킨다. 손짓 발짓과 같은 동작 언어, 표정, 수신호, 소리, 음악, 분위기, 의상, 소유물

준언어(準言語)-언어에 덧씌워지는 억양, 어조, 크기, 색깔 등 ‘

잘했다’는 어휘가 실제생활에서 못한 것이 아니라 잘했다는 칭찬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억양과 어조가 덧씌워지만 비아냥이 되기도 한다.

 
수능을 보려면 이외에도 공손성의 원리 등 전공 서적에서나 보는 언어사용 기능영역을 많이 배우는데 진짜 맞춤법 외우듯이 외우고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활용하는지 잘 모르겠다.

 

 

 

 
 
 
 

 

 

 

 

 

 

 

 

역시 말보다 적절한 침묵과 행동이 우선이고

표현에 정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책 다시 보고 싶은데 우리 본가에 있나보다.

 

*

아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한글날마다 발견하는

한글 처음 배우는 할머니 시리즈

 

이게 제일 찡하고 웃기다.

 

글을 배우니 이제 글로 욕하는 옥순 할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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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가족들 만나기에 날씨는 좋은 달

그냥 추수의 달

이 정도로 이름 붙이고 

공직 일반회사 다 10월 둘째나 세째 주 정도에 휴가 3-4일 자유롭게 쓰게 해서

적당히 그 가족 사정대로 쉬면 좋겠다.


김영란법도 정착이 되가는데

이런 건 왜 안 변하는지.

 

하루 날 정해 일제히 쉬니 길 막혀 이동도 쉽지 않고

자원을 한번에 소비하니 물가도 많이 오르고

진짜 비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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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어머니 막장 시어머님은 아니지만


아들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는 냉동고에 사계절 쟁이시지만

지난 13년간

며느리들이 좋아하는 커피는 한번도 사두신 적이 없어

내가 일하며 먹으려고 커피를 사간다.


며느리들은 뭐 좋아하는지 잘 모르신다.

13년간 한결같이 그건 왜 안 먹냐?

맛살, 홍어

안 먹는 이유가 있겠는가 ㅜ.ㅠ

그냥 안 먹게 된 거지.

 

먹거리를 너무 많이 하셔서 항상 버리게 된다.

억지로 싸주신다.

 

안다.

옛날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 표현방식인 것을.

두말없이 싸온다.

일단.

처리는 상상에 맡기겠다.

 


아들들 1,2,3


할말이 많지만 ......


간만에 보면 어머님 말동무 하면 좋으련만

와도 각자 놀기 바쁘다.


어머님 이야기 들어드리고 일손 돕는 것도 며느리들 몫

어르신들이 다 그렇듯이 들은 얘기 또 듣고 하는 것이지만

그것도 며느리들 일 중 하나

그러시면서 내가 무슨 이야기 하려고 하면 갑자기 말을 막고 다른 데로 화제를 전환시키신다.


할말은 많지만 .....


효도는 각자 마음가는 만큼

자신의 부모는 자신이 잘 챙기고

배우자가 우리 부모님 더 챙겨주면 고마워하고

그뿐이다.


나는 장거리 운전 힘들까봐

혼자 기차 타고 본가에 다녀왔는데

특별히 내게는 배려해주는 게 없어서(없다고 느껴져서)

내년 설에는 우리집 먼저 가서 명절 당일을 나고

이후 시가에 방문해야겠다, 고 마음먹었다.

 

나는 친구들에게도 요즘 드물지 않은 조선시대 며느리라는 평을 듣는다.

명절 당일에 본가에 간 적이 없다, 그간.

내가 그냥 그렇게 했다.

 

이제 바꾸고 싶다기보다는

 

난 이제 사실은 명절에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은

결혼 13년차일 뿐이다.

명절이 좋은 사람도 분명 일정 수는 있을 테지.


가족들 다복하게 모이는 거 좋아하는 집도 있고

각자 자기 가정만 챙기는 게 편한 집도 있고

비혼도 있고

요새 가정 형태가 다 다르니까.


아이들 학교 문제가 있으니

일제히 명절 정해 쉬는 이 방식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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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싫은 이유


1. 내 계획의 범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게 많다.

상황에 따른 변수가 너무나 많다.


2. 감정노동, 가사노동 가중

며느리들이 살갑게 하고 잘 어울리기를 바람
남편은, 사위는 백년 손님이라는 말이 아직도 유효,

굳이 부인 가족과 섞이지 않고 방문만 해도 환영받음.


서로의 역사를 모르는 타인들이 갑자기 만나 갑자기 친해져야 함.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위험한 방법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쉽지만, 이것은 사실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하다. (…) 서둘러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은 참된 이해를 위해 고려해야 할 많은 것들을 무시하고 복잡한 것을 단순화한다. 예컨대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아야 한다. 내면 같은 것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모르는 사람들>, 21쪽


3. 물리적, 심리적 공간의 부재

좁은 공간에 여러 가족이 모여 서로 거리 확보가 안 됨

자고 씻고 배변하고 하는 데 불편

의외로 이 문제가 크다!


중간중간 쉴 개인공간 부족하다.

 

그럼에도

 

당신이 배우자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건 십중팔구 그 배우자 본인도 잘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당신, 내게 진짜 원하는 게 뭐야?”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질문에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그 ‘잘 모르겠는 사람’이 항상 자기 옆에 있고 같이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함께 놀며, 기대고 싶을 땐 의지할 기둥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인식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훨씬 감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오랜 시간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두 분 모두 문득 옆에 있는 배우자의 옆모습을 보고는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라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내가 이 사람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구나’ 하고 불안할 때도 있을 겁니다. 이런 의문과 불안감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때는 그 ‘잘 모르겠는 사람’과 나름의 세월을 서로 의지하며 지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그것이 오히려 ‘기적’이었음을 마음속에서 축복하시라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곤란한 결혼 축사2 가운데)

 

배우자뿐만이 아니라 낯선 모두가 웃고 떠들고 하는 광경 자체를, 그래도 '기적'이라고 받아들이라는 거구나.

 

 

*

아무리 사소한 집안일이라 해도 내 계획과 가치관과 다르게 진행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럼에도

 

오늘 해야만 하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온화하게 심플하게>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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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추석 연휴를 맞아 미리 본가(친정)에 혼자 다녀왔다. 오가며 기차에서 읽은 책이다.

기차 타고 가면서 읽기 좋은 소설이다.

 

 

 

예전부터 이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주세죽에 대해 좀더 알고 싶었다. <코레예바의 눈물>도 있지만 여성작가가 쓴 이 책으로 먼저 읽기로 했다.

 

2권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 주세죽에게 그저 연민이 든다고밖에 할 수 없다. 

물론 주세죽도 조국의 현실에 대한 성찰이 있어서 독립운동과 무산자혁명에 헌신했겠지만 운명의 부침에 여기저기 휩쓸려다닌 가련한 이미지가 강하다. 아이를 갖고 국경을 넘고 남편이 체포되어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자 소련에서 김단야와 살게 된다. 상황이 그렇게 만든 건데 해방 후에도 박헌영이 주세죽을 외면하여 타국에서 쓸쓸하게 죽어간다.

 

 

매력적인 인물은 허헌과 허정숙이다. 허헌은 민족을 위한 변호사이자 딸인 허정숙의 주체적 인생을 지지하는 멋진 아버지였다. 세 여자 중에서 허정숙만이 언제나 자신의 '선택'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지지가 컸으리라.

 

허헌은 딸이 공산주의자들과 염문을 뿌리며 성이 다른 아이들을 낳아와도 유학갈 수 있게 도와주고 가세가 기울어도 광선치료소를 차려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 

 

<만국유람기>는 읽기 전이고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은 오래 전에 읽었는데

단편적인 글로 허정숙을 오해했었다. 책 자체는 흥미롭지만 고명자, 허정숙, 주세죽이 연애담으로 엮이는 것은 아닌 듯하다.

 

 

 

 

 

 

 

 

 

 

 

 

 

 

 

 

 

<세 여자>에는 간간이 소련, 중국, 조선의 혁명가들의 염문에 대해 소개되는데 허정숙은 그들에 비하면 별로 화려할 것도 없다. 오히려 인간적이다. 첫째 남편 임원근과 이혼했으나 그가 병들었을 때 아이의 아버지로 대하며 잘 보살펴주고 세번째 남편 최창익 결혼식에 축사를 하기도 한다. 허정숙은 마음이 떠나면 질질 끄는 것 없이 관계를 정리하고 자신의 과업에 매진한다.

 

고명자 역시 주세죽만큼 가련하다. 김단야로 인해 공산주의 혁명에 가담하고 짧은 2년의 신혼 이후로 기다림의 세월이 이어진다. 출옥 이후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할 때 배운 자수로 생계를 잇고  친일에 소극적으로 협력하며 번민한다. 해방을 맞이해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여운형 선생을 양아버지처럼 섬기지만 여운형 선생은 결국 암살당한다.

 

 

 

 

 

 

 

 

 

 

 

 

 

이 고아한 표지의 책은 남편의 주문.

 

우당 이회영 아내 이은숙의 회고록이다. 우당 탄생 150주년을 맞아 36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나도 다행히 관심이 있는 책이라 언젠가 읽을 생각이다. 개화기 지식인의 딸이자 독립운동가의 아내로서 조선과 중국을 오가며 겪었던 일이 섬세한 필치로 서술된다고. 기대된다.

 

 

 

 

 

 

 

 

 

 

 

 

 

 

이 책은 매달 말일 문화의 날에 도서관에 가서 애들 책과 바꿔온 책이다. 매달 말 마지막 수요일에 깨끗한 애들 책을 성인 책과 바꾸어준다. 우리 지역 한정이 아니라 전국 모든 도서관에서 해준다고 한다.

 

이 책은 학습만화 형식이라 4학년 아들이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다. 민비 부분이 좀 아이들 보기 이르다 생각해 안 보여주려 했는데 봐버렸다.

 

진짜일까 싶기도 한 부분도 있지만 엄청난 자료 조사에 놀라기도 했다. 임나일본부의 비논리를 밝힌 부분이 감동적이다.

 

*

 

오늘부터는 며느라기

 

나는 이제 우리 본가, 남편의 본가도 다 편하지 않은 결혼 13년차.

 

잘 마치고 와서 남은 연휴는 읽기로 했던 책이나 보면서 애들 해먹여야겠다.

 

연휴는 주부에게 장장 33끼(우리집은 9월 29일부터 시작해 9일까지라)의 대장정

민족 대표 33인도 아니고 33끼라니.

 

82, 네이트판이니 육아카페 들어가서 같이 스트레스 받거나 하지 말고

뭔가 이런 사소한 감정 상함이 없는 세계로 들어가

현실의 비루함을 털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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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7-10-0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무려 33끼라니!
부디 명절증후군 비켜가길 바랍니다.

김진명은 초기 몇 권 읽다가 민족주의 성향 때문에 꺼려하는 작가인데, 저 책은 학습만화라고 하니 좀 궁금하네요.

이은숙 회고록도 궁금합니다. 이 글 못 읽었다면 저 책은 존재도 몰랐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뚜유 2017-10-05 07:14   좋아요 0 | URL
33끼.
온전히 제가 다 차린 것도 아니라 약간은 엄살이에요.

김진명 씨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이 그분을 막연히 우익 민족주의자로 알고 있었어요. 한국사 X파일에서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으려 노력하시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서간도 시종기>는 7월 말엔가 신문에서 보고 이제야 보려 하는데 기대되네요.
<세 여자>만큼 흥미로울듯해요.

남은 연휴 잘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