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게이하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윌라 캐더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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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강 유역에 있는 작은 마을 해버퍼드의 루시 게이하트는 마을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였다. 그녀의 외모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을 쏙 빼닮은 경쾌하고 거침없는 걸음걸이, 그녀만이 뿜어내는 독특한 명랑과 생명을 발하는 광채는 그녀를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그녀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심지어는 마을에서 가장 근엄하다는 램지 부인이나 마을에서 이름난 부잣집 안주인 고든 부인조차 루시를 좋아하고 그녀를 특별하게 여기고 대했다.


게이하트 씨는 루시를 귀히 여겨 언니 폴린과는 달리 응석받이로 키웠다. 루시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폴린은 게이하트 씨에게 루시도 자신을 도와 집안일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음악을 좋아하던 게이하트 씨는 피아노 앞이 루시의 자리라며 폴린의 발언을 묵살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한 루시는 게이하트 씨의 뜻에 따라 시카고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루시를 가르치게 된 파울 아우어바흐 교수는 루시를 이뻐했고, 그녀에게 자신의 오랜 친구인 클레멘트 서배스천의 성악 공연에 꼭 가볼 것을 권유했다. 돈이 적고 원하는 것이 많았던 루시는 그의 공연에 가지 않았지만, 아우어바흐 교수가 루시에게 두 번째 공연 표를 끊어주며 루시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게 될 서배스천을 마주하게 된다.


한편 같은 마을 출신에 루시보다 여덟 살 많은 부잣집 청년 해리 고든은 어렸을 때 루시를 스케이트장에서 처음 본 이후로 그녀를 마음에 쭉 담아두고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와는 달리 그녀를 배려하며 친하게 지낸다. 결혼할 때가 되자 해리는 훌륭한 신붓감들을 많이 만나봤음에도 루시같이 자신에게 짜릿함을 선사하는 여자는 없다고 생각하여 더 이상의 고민은 접어두고 루시를 위한 찬란한 미래를 계획하며 루시에게 청혼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봄이 되어 오페라 주간에 맞춰 시카고를 방문한 해리는 일주일 동안 루시와 오페라를 보러 다니며 시간을 같이 보낸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 근사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루시에게 청혼을 하지만 루시는 상처 주는 말로 해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청혼을 매몰차게 거절하는데….



일단 주인공 루시에 대한 약간의 개인적인 분노와는 상관없이 『루시 게이하트』는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며 푹 빠져들어 읽게 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이렇게나 가독성이 뛰어나고 흥미진진한 고전을 접한 게 얼마 만인지. 고전이 고리타분하고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루시 게이하트』를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루시는 타고난 예쁜 외모에 약간의 재능을 가진, 그래서 자기애가 강하고 오만하고 철이 없는 인물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친절에는 감사할 줄 모르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고, 아우어바흐 교수의 조언처럼 인생에 득이 될 조언들은 고리타분하다고 무시하고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해리나 폴린 등 타인에게 상처 주는 것은 신경 쓰지 않으면서 도리어 자신이 그들에게 상처받은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해서 읽는 동안 화가 났다.


나는 루시와 서배스천의 사랑이 이해되지도 아름답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아무리 절절하더라도 서배스천에게는 시카고의 날씨 때문에 떨어져 살고 있는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소설로만 봐야겠지만 그래도 불륜은 싫다.

읽는 내내 그저 해리가 안타까웠던 사람은 나뿐이었을까? 그 생각은 3부에 가서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아파한 해리의 모습이 드러나며 더 확고해졌다. 그냥 루시에게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결정대로 행복하게 잘 살기나 하지.


총 3부로 되어 있는 이 소설은 짧지만 강렬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절절한 3부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 묘사된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의 햇살은 남은 자가 인내하고 살아내야 될 외로운 여생을 나타내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소설을 읽기 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과 인생의 타이밍을 생각하며 『루시 게이하트』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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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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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고아인 무라사토 유히는 다섯 살 무렵 가미쿠탄 지방의 권세가인 단잔 가문으로 들어가 자신보다 두 살 많은 후키코의 시중드는 일을 맡는다. 유히는 시중 외에도 후키코의 게임이나 대련 상대가 되며 후키코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키워나갔다.

중학생이 된 후키코는 유히에게 명령해 비밀 책장을 만들었는데, 거기는 가문의 어른들이 인정하지 않을 법한 책들로 채워졌다. 유히는 호기심에 비밀 책장에 들어 있는 책들을 읽어보았고, 급기야는 후키코의 비밀을 엿본다라는 생각에 짜릿함까지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키코에게 발각되었지만 후키코는 유히를 벌하지 않고 오히려 비밀 책장 속의 책들을 빌려주며 감상을 나누기도 했다.

그 무렵 단잔 가문의 후계자였던 후키코의 터울 많은 오라버니 소타는 행실이 좋지 못해 집안에서 쫓겨난다.

세월이 지나 대학에 입학한 후키코는 '바벨의 모임'이라는 독서 모임에 가입해 활동한다. 그녀는 여름방학 동안 모임에서 개최하는 다테누마에서의 1박 독서 모임을 무척 고대했다.

그러나 모임 이틀 전, 집에서 쫓겨났던 소타가 저택을 습격해 많은 고용인들을 죽이는 만행을 저지른다. 하지만 후키코와 유히의 협공으로 소타는 오른손이 잘린 채 도망갔고, 가주인 할아버지 단잔 인요는 그날부로 소타가 죽었다고 공표했다. 그러한 사정으로 후키코는 결국 독서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일 년 후, 소타의 일주기를 준비하던 저택에서 후키코의 고모 마미코가 오른손이 잘려 나간 채 주검으로 발견되는데….

<북관의 죄인>

어머니의 죽음으로 자신이 센닌바라의 권세가 무쓰나 가문의 전 당주 고이치로의 사생아임을 알게 된 우치나 아마리는 무쓰나 저택을 찾는다. 현 당주 고지는 아마리에게 위로금을 제시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절하고 그곳 별관인 북관에서 선객을 돌보며 살기로 한다. 선객은 모종의 이유로 당주가 되지 못한 무쓰나 가문의 정통 후계자이자 아마리의 이복 오빠인 소타로 였고, 아마리는 그의 하녀이자 감시자가 되었다.

북관은 출입구가 항상 자물쇠로 채워져 있고 모든 창문은 철창으로 되어 있는 일종의 감옥 같은 곳이었다. 철저히 외부와 단절 당한 채 북관에서 하녀로 일한 지 3개월, 고지는 아마리가 행선지를 밝히는 조건으로 외출을 허용했다. 그 사실을 안 소타로는 아마리에게 별난 물건들의 대리 구매를 부탁함과 동시에 북관의 비밀과 소타로가 북관에 갇히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는데….

<산장비문>

야시마 모리코는 야가키우치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무역상 다쓰노 가몬의 별장 '비계관'의 별장지기로, 고용주가 언제 방문해도 불편해하지 않도록 별장을 관리하는데 항상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녀가 별장에 고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쓰노의 아내가 죽었고, 슬픔에 젖은 다쓰노는 아내를 위해 지은 비계관을 일 년이 지나도록 찾지 않았다. 그럼에도 야시마는 자신의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별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며 손님이 찾기를 기다렸다.

눈이 녹지 않은 초봄의 어느 날, 곰이 근처에 있는지 비계관 주변을 살피던 야시마는 근처 절벽 밑에서 부상당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청년 오치 야스미를 발견하고 비계관으로 데려와 치료해 준다. 다음날 실종된 오치를 찾는 수색대가 별장에 들러 오치의 행방을 묻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야시마는 오치를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오치의 물건이 별장 주변에서 발견되자 수색대는 야시마의 배려 하에 비계관을 거점으로 오치의 수색을 시작하는데….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

고다이지에서 가장 전통 있는 오구리 가문의 외동딸 스미카는 가문의 후계자이기에 가문의 왕으로 군림하는 할머니에게 모든 생활을 통제 당했다.

스미카의 열다섯 번째 생일날, 할머니는 생일 선물로 동갑의 여자아이 다마노 이스즈를 전담 시녀로 붙여주셨다. 처음 둘 사이엔 어색하고 딱딱한 기류만이 흘렀지만, 스미카의 아버지가 이스즈에게 진정으로 스미카의 편이 되어 스미카와 사이좋게 지내달라고 말한 뒤 이스즈는 스미카의 할머니 앞에서는 우직하고 순종적이며 예의를 차렸지만 단둘이 있을 때는 스미카에게 순종적이면서도 다정한 친구이자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스승이 되었다.

세월이 지나 스미카는 엄하고 완고한 할머니를 겨우 설득해 대학에 진학하며 이스즈와 함께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형님이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데릴사위인 아버지는 가문에서 쫓겨났고, 스미카는 집으로 강제 소환돼 살인자의 핏줄이라며 저택 한구석에 감금되어 철저하게 죽음을 향해 사육당하는데….

<덧없는 양들의 만찬>

대학 내에 버려지고 황폐한 온실에 한 여학생이 길을 잃고 들어왔다. 여학생은 그곳에서 버려진 한 권의 일기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읽어나갔다.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바벨의 모임은 이렇게 소멸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오데라 마리에는 졸부인 아버지가 회비를 주지 않아 '바벨의 모임'에서 제명된다. 체면 때문에 딸을 대학에 보내기는 하지만 취미에까지 돈을 낭비할 수 없어 회비를 주지 않았다는 아버지에게 마리에는 '바벨의 모임'은 아버지가 줄을 대고 싶어 하는 명문가 자제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에 아버지는 화를 내며 마리에에게 돈다발을 건네주며 회장에게 회비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쥐여 주며 모임에 다시 가입하라고 한다.

예상대로 '바벨의 모임'의 회장은 마리에를 상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마리에의 가입 부탁에 '바벨의 모임'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가지게 된 다른 의미를 알려준다.

한편 아버지는 집안의 요리사인 마부치 아저씨를 해고하고 굉장한 실력을 갖춘 추냥이라는 특별한 요리사 나쓰를 고용한다. 나쓰가 만든 요리는 확실히 굉장했지만, 그녀는 집에 고용된 요리사이면서도 연회가 끝난 뒤에는 반드시 별도의 보수를 요구했고, 그녀가 연회를 위해 구입하는 식재료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에는 아버지와 삼촌이 저지른 짓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고 그것은 '바벨의 모임' 회장이 했던 말과 겹쳐져 환상과 현실 사이의 벽을 허물게 된다. 그리하여 마리에는 아버지를 부추겨 나쓰에게 머리로 즐긴다는 아미르스탄 양을 요리하도록 시키는데….



"바벨의 모임이란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덧없는 자들의 성역입니다. 너무나 단순한, 혹은 너무나 복잡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우리 모임에 모여들지요. 말하자면 우리는 같은 지병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은 유일하게 『흑뢰성』을 읽었었고, 그 작품이 너무 재미있었기에 그것과 비슷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예상하고 책을 펼쳤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작품은 진정 내 취향의 소설은 아니었다.

이 소설은 다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단편소설집이다. 각 작품은 독립적이지만 '바벨의 모임'이라는 독서모임이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벨의 모임'이 무언가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무섭다거나 궁금하다거나 긴장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참신하게 미친… 혹은 미쳐가는 여자들의 환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고백담을 보고 있으려니 정신적 피곤함과 불쾌감과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블랙 유머라는데 어디에서 유머의 포인트를 집어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덮고 나서도 해소되지 않는 이 찝찝함과 당황스러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돈 내산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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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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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3월, 남자 중학생 3명은 약간의 용돈을 벌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세토내해의 작은 섬 근처에서 밤낚시를 했다. 그들은 점프대 모양과 딱 들어맞는 이름을 가진 사이다이지 가문 소유의 섬인 '비탈섬' 벼랑 밑에서 해수면에 불빛을 비추어 물고기들을 정신없이 낚아 올렸다. 한참 동안의 낚시 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그들 뒤에서 커다란 물소리가 들렸고, 이에 아이들이 깜짝 놀라 뒤돌아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바닷속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튀어 올라 배 위쪽으로 포물선을 그렸고, 아이들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갑자기 배 위로 떨어졌다. 그 충격에 배는 뒤집혔고 아이들은 바다로 내던져졌다.

아이들 중 한 명인 사기누마는 자신의 근처에 떠 있는 흰색 물체를 보고 배 위로 떨어졌던 것이 흰옷을 입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기누마는 그 사람을 구하고자 붙들었지만 높은 물결에 그를 놓쳐버렸고, 자신은 구불거리는 무언가에 발목이 잡혀 물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2018년 8월 『모모타로』로 유명한 사이다이지 출판의 사장 사이다이지 고로가 병으로 죽었지만, 그의 유언장 공개에 필요한 참석인 중 조카 쓰루오카 가즈야가 없고 장소가 비탈섬의 별장이 아닌 관계로 유언장 공개가 미뤄진다. 이에 그의 여동생 마사에는 20여 년간 소식이 끊겼던 쓰루오카를 찾기 위해 사립탐정을 고용했고, 사십구재 법사에 맞춰 쓰루오카를 찾아 비탈섬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한다.

사십구재 법사가 끝난 뒤 개봉된 유언장에서 고로는 자신의 여동생을 비롯해 아내와 세 명의 자식들, 그리고 조카인 쓰루오카 가즈야는 물론이고 오랫동안 사이다이지 가문을 위해 일해 온 주치의와 집사 부부에게 유산을 분배한다고 밝혔다.

전부 자신들이 상속받은 유산에 만족한 듯 보였지만 저녁 식사 도중 쓰루오카가 유산을 받게 된 것에 대한 불만스러운 반응들이 나왔다. 이에 쓰루오카는 언성을 높이며 자신이 사이다이지 가문의 비밀을 알고 있고 그것을 까발리면 큰일 날 것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일기예보대로 태풍으로 인한 폭우가 몰아쳐 모두가 비탈섬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아침 식사 시간이 끝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쓰루오카가 집단 폭행이라도 당한 듯한 피투성이 시체로 발견된다.

이에 쓰루오카를 찾아 비탈섬으로 데려왔던 탐정 다카오가 유언장 집행을 맡았던 변호사 사야카를 조수로 삼아 사건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 나서는데….



표지를 보고 음습하고 음울하고 기괴하며 외로운 이야기일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추측과는 정반대로 너무나 허무한 인생을 살다간 1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가벼운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답게 작은 섬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절묘한 트릭,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건물과 빨간 도깨비 같은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기괴한 상황, 비밀과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한 인물과 장소 등 단순하고 평범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작가가 군데군데 던져놓은 미스터리의 퍼즐 조각들을 찾아내 끼워 맞추며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이 짜릿할 정도의 쾌감을 주었다.

동시에 너무나 억울한 죽음이었지만 그것조차, 아니 존재조차 비밀이 되어야만 했던 인물과 그 인물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삼켜야만 했던 이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에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 자체는 무척 매력적이면서도 재미있었지만, 주인공인 탐정과 변호사가 개인적으로는 덜 매력적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소설의 유머 또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살인사건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밝고 가벼운 분위기와 뛰어난 가독성 때문에 미스터리 추리 소설 마니아는 물론 입문자들,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을 찾는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출판사 선물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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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가 1
사노 유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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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외 신작 만화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데요. 그중에는 소문을 듣고 1권 시작을 했지만 실망을 느껴 2권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만화들이 있는가 하면, 별 기대 없이 시작했다가 '심봤다~'라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만화가 있어요. 그런가 하면 재미있다는 소문처럼 '역시!!'라고 생각되는 작품도 있습니다.

『극락가』는 세 번째에 해당되는 작품이에요.


저는 주인공 알마가 익살스럽고 앙증맞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왠지 모를 다크한 분위기의 표지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다가, 재미있다는 소문이 자꾸자꾸 들려서 1권을 구매했었어요.

그 결과… 대박이었습니다. 😍

그래서 2권은 출간 소식이 들리자마자 바로 예약 구매를 했어요.



이야기는 무켄구미가 좌지우지하는 치외 법권 거리인 '극락가'가 배경입니다.

타오와 알마는 극락가의 보래 반점 2층의 옛 마작 가게에서 해결 사무소를 차려놓고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해 곤란해하는 일을 해결해 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간판을 새로 만들 돈이 아까워서 마작 가게 간판을 그대로 달고 영업하고 있지만, 알마가 나눠주는 티슈에 붙은 해결 사무소 홍보 스티커나 어찌 알음알음으로 의뢰를 받아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극락가에서 동물 변사체가 발견되면 그 근처에서 사람이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연달아 계속 발생됩니다. 타오와 알마의 단골가게인 보래 반점 집 딸 야야는 타오와 알마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지만, 둘은 정식으로 의뢰가 들어온 사건이 아니라며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던 중 알마는 사무소 건물 벽에 갑자기 사라진 수인 친구 유키를 발견하면 500만 엔의 사례금을 주겠다는 전단지를 붙이고 그 옆에 유키가 좋아했던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있던 루카라는 소년과 마주치게 됩니다. 벽면의 원상 복구를 위해 루카를 사무소에 데리고 가지만 루카는 자신이 가진 돈은 친구 유키를 구하기 위해 쓸 돈이라며 복구비 지불을 거부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소중한 친구를 꼭 구하겠다는 루카의 말을 들은 타오와 알마는 자신들이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그들을 수상하게 본 루카는 그대로 사무소에서 도망쳐 나와 버립니다.


그러고는 어두워지기 전에 거리 구석구석에 포스터를 전부 붙이려고 뒷골목으로 향하던 중 동물의 사체와 심하게 다친 유키를 발견하게 됩니다. 드디어 찾게 되어 기쁜 마음에 루카가 유키에게로 달려가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이형의 괴물에게 유키가 잡혀 먹히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절규하는 루카 역시 괴물에게 먹히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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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타난 알마에 의해 유키와 루카는 무사히 구출되는데요.

그 후 알마는 타오의 '해(解)'라는 말과 함께 가슴에서 칼을 해제시키며 괴물을 손쉽게 없애 버립니다.



그렇게 알마가 강한 이유는 바로 알마가 반은 사람이고 반은 '마가'인 반화(半禍)인 존재였기 때문이에요.


타오의 설명에 의하면 유키와 루카를 잡아먹으려던 괴물은 인간이나 동물의 사체를 부활시켜서 만든 '마가'라고 하는 괴물이었습니다. 그것들은 사람의 피를 마시고 그 살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합니다.

타오와 알마는 표면적으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문제 해결사였지만, 실제로는 이면에서 '마가'가 관련된 괴기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마가에 대항하는 기관 '사라기' 본부.

과연 그들은 아무런 희생 없이 마가를 멸하고자 하는 그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2권에서는 '사라기'본부의 귀염둥이이자 엄청 강한 소녀 네이가 등장하고, 천하무적일 것 같았던 알마의 약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등장하는데요.


흥미로운 스토리와 시원하고 거침없는 액션과 흠잡을 데 없는 작화 때문에 헤어 나올 수가 없어요. 만화의 인체 표현 하나하나가 전부 너무 자연스러워요. 특히 알마의 발차기 장면은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실사를 보는 것만 같았어요.

또한 이 작품이 그냥 액션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중간중간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들에는 분명한 감동과 웃음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저는 이 만화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과연 '마가'라는 이형의 괴물은 누가 만들어 낸 존재일까요?

그리고 마가 이외에 사람들을 공격하는 인물들도 자꾸 등장하는데요. 과연 그들은 왜, 무엇을 위해 같은 사람들을 공격하는 걸까요?

그리고 알마와 타오는 어떤 연유로 서로를 의지해서 살아가게 되었을까요?

궁금한 게 너무너무 많네요. 그래서 3권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마지막으로 예약 구매하면서 같이 구매했던 알라딘 굿즈 '극락가 마우스패드 사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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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셰프들 -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요리 이야기
크리스티앙 르구비.엠마뉴엘 들라콩테 지음, 파니 브리앙 그림, 박지민 옮김 / 동글디자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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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이나 '미슐랭'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온몸이 하얗고 볼록볼록하게 생긴 타이어 회사의 마스코트는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미쉐린은 본업보다 맛집과 최고의 셰프를 인증하는 대명사인 '미슐랭 가이드'로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고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원래 '미슐랭 가이드'는 미쉐린에서 자동차 여행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정보를 담아 무료로 배포되었으나, 의도와는 다르게 타이어 가게 작업대 받침으로 쓰이는 등 함부로 다뤄지자 유료 판매로 전환되었고, 그것이 '미슐랭 가이드'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레스토랑 섹션의 영향력이 커지자 미쉐린 형제는 '미스터리 다이너'로 훌륭한 식당을 선정해 별을 주는 방식을 채택했고, 이로써 오늘날 맛집과 셰프의 명예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미슐랭 가이드'가 탄생한다.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냐면 이 책에 나오는 질 구종의 식당은 외진 마을에 위치해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 파산 직전이었지만, 질 구종이 미슐랭의 별을 받고 나서부터는 먼 거리임에도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 일 년 365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유명한 레스토랑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요리나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던 평범한 사회 초년생 기욤이 요리에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의 제안으로 프랑스 각 지역의 미식 문화를 소개하는 프랑스 방송의 인턴 기자가 되어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맛과 요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그가 계획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설계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각각의 다른 인생 스토리와 요리 철학을 가진 8명의 스타 셰프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펼치는 요리 향연과 새로운 미각 세계로의 안내는 기욤의 인생관에 서서히 스며들어 인생 자체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제일 처음 소개되는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는 스물일곱 살 때 겪은 비행기 충돌사고로 13번의 대수술을 받은 뒤 인생이 바뀐다. 그날 이후 그는 단 한 번도 냄비에 손을 댄 적이 없고, 오로지 머릿속에서 요리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요리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자청했고, 지금 그의 가장 큰 자긍심은 동료들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도 다시 먹으려고 애쓰지 않고, 항상 새로운 맛을 발견하고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메뉴를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의 철학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가 항상 간과하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어서 성공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삶의 교훈으로 삼고 살아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로 눈을 돌려라. 미래는 차별화에 있다.

주위 사람이 뭘 해서 성공했는지 잘 보고, 그것과는 다른 걸 하라."



책에 나오는 유일한 여성 셰프인 안소피 피크(Anne-Sophie Pic)는 오감에 충실한 요리를 하여 그녀의 요리는 유니크하면서도 어떤 틀로도 규정할 수 없다. 그녀는 피아노를 치듯 미각을 연주하여 각자의 입안에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한 대씩은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고 한다.

모든 감각을 일깨우고 지휘하는 요리의 맛이란 어떤 것일까?


요리사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렸을 때 여러 맛을 시험해 보게 했고, 그 결과 그녀는 미각에 의존하여 요리를 깨우쳐 지금처럼 '향의 요리사'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눈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기에 안소피 피크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냥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선 몸의 모든 감각, 즉 오감을 일깨우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책은 알랭 뒤투르니에, 미셸 게라르, 로랑 프티, 질 구종, 아르노 동켈레, 기 사부아 등의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물론 그들이 가진 요리에 대한 철학과 신념, 그들이 펼치는 마법 같은 요리의 향연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그들만의 요리와 맛에 대한 환상적인 간접 체험은 물론이고, 그들의 철학이나 신념이 결코 요리에 국한된 것만이 아닌 우리 인생 자체를 통틀어 관통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나 실제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그들의 요리에서 받은 무한한 영감을 만화 특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보여줌으로써 8인의 스타 셰프들이 요리를 통해 대중들에게 진실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요리는 셰프들 각각의 철학에 따라 개성적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단순히 요리에, 아니면 더 나아가 예술로 승화된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인생의 근원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다고 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평범한 요리 만화로 생각하고 책을 펼쳤었는데 그 예상을 완전히 비껴나갔다. 이것은 요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살아왔고 우리가 살아갈 인생의 이야기이다.

나와 사랑하는 이들의 인생이 이 책에 나오는 셰프들의 따뜻하고 굳건히 빛나는 아름답고도 매력적인 요리와 같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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