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미트 패러독스
강착원반 지음, 사토 그림 / 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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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놀>에서 출간된 그래픽 노블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우리에게 다소 친숙한 '좀비'가 소재이지만, 그것이 다루는 주제는 여타 좀비물과는 다르게 생명의 존엄뿐만이 아닌 죽음에 대한 정의 등 윤리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심오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올랜드 제국에서는 사망 후 최대 30일 이내에 부활하게 되는 원인 불명의 환자인 좀비가 존재하는데, 제국은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에 대한 규명을 꺼리며, 그들을 그저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는 값싼 노동력으로만 취급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좀비는 여전히 인간적이지만 한번 죽었다 살아난 이후로는 더 이상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며 온갖 차별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 골드 앤더슨은 좀비인 동생 실버와 함께 좀비를 위한 변호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본인이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좀비 사건도 맡다 보니 인간들이나 좀비들 대부분은 골드를 '좀비 전담 변호사'로 인식하고 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뵈러 공동묘지에 간 어느 날, 형제는 한 묘지 아래에서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에 묘지를 파내려가 좀비가 된 채 관속에서 썩어 가고 있던 한 여인을 발견해 구출하게 된다.

앤더슨 형제는 그녀를 변호사 사무소로 데리고 가 정성스레 치료해 준 뒤 좀비로 살아가는 팁을 알려준다.



여자는 자신을 좀비와 인간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했던 친좀비파 귀족, 아르테미아 가문의 마지막 자손인 릴리 아르테미아라고 소개했다. 그러고는 자신은 자연사가 아니라 부모님의 사망보험금을 지불하기 싫어한 보험사에 의해 살해당했음을 밝히며 골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반좀비 테러리스트에 의한 부모님의 억울한 죽음을 인정받고 싶어한 릴리는 골드에게 부모님 사망보험금 수령을 위한 소송을 부탁하지만, 골드는 부모님이 아닌 릴리 본인을 위한 재판을 하자며 '본인 사망보험금 직접 수령'을 위한 소송을 제안하는데….



죽음이란 무엇일까?

심장과 폐가 멈추고 생물학적 반응이 없는 것이 죽음일까? 아니면 뇌 기능이 멈추는 것이 죽음일까?

죽음의 의미를 단순히 생물학적인 의미로만 정의 내리기는 힘든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장수라는 꿈을 위해 오랜 기간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과학이 초고도로 발달된 현대에 이르러서는 멈춘 심장과 폐를 다시 뛰게 하거나 인공 장비나 신체를 이식하는 등의 행위로 인간의 생명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손상된 신체뿐만 아니라 노화한 뇌까지 치료할 수 있는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닌, 생명과 존재의 존엄성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과 삶과 죽음을 정의해야 할 것이다.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것에 대한 경고와 권력 보존을 위한 기득권 세력의 병폐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완벽한 스토리 안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녹여내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예쁜 그림을 매개로 매력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마지막에 수록된 또 다른 단편 「시간 죽이기」 또한 죽음을 덤덤히 마주하는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특히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너무 완벽하기에 짧은 것이 오히려 너무나 서운한 작품이었다. 자꾸만 책을 다시 펼쳐보며 내심 후속편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지 않을까?


가볍게 읽고 깊고 진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을 만나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림과 스토리가 너무 완벽하고 매력적인 작품 『데드미트 패러독스』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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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테일 다이어리 - 오늘의 나에게
박지영 지음 / 포르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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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되어 새해 다이어리를 찾던 중 개성 있는 다이어리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포르체>의 『블루밍테일 다이어리』입니다. '어, 블루밍테일? 아는 이름인데?'하고 봤더니 예전 백화점 팝업 스토어에서 시선을 빼앗겼던 브랜드 <블루밍테일 스튜디오>의 디자이너이자 대표님이 만든 다이어리더군요.


표지 디자인부터 소녀감성 물씬 풍기며 벌써부터 봄을 맞이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해요. 아니 어쩌면 소년 감성일 수도 있겠네요. 현대에 이르러서야 핑크가 소녀 감성이지만 19세기까지 유럽에서는 핑크가 남자아이를 상징하는 색이었다고 하잖아요.



『블루밍테일 다이어리』는 요즘 가끔씩 볼 수 있는 책을 포함한 다이어리에요.

하지만 짧은 동화나 단편 소설을 수록하고 있는 여타 다이어리와는 달리, 이 다이어리는 <블루밍테일 스튜디오>를 탄생시키고 지금의 작지만 강한 1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저자만의 노하우의 이야기, 즉 짧은 자기 계발 에세이를 수록하고 있어요.


저자는 퇴사 후 꽃집을 차리기 위해 '블루밍테일'이란 이름을 지어두고 꽃을 배우러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꽃집 사장님이 꽃그림을 제안했고, 그렇게 그린 그림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게 되면서 <블루밍테일 스튜디오>라는 브랜드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꽃그림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 저자는 팔로워들의 요구에 따라 그 그림들이 들어간 디자인 제품을 생산,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블루밍테일 스튜디오>는 꽃집이 아닌 유니크한 개성과 감각을 가진 디자인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해요.


브랜드 런칭보다 어려운 것은 그 브랜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이기에, 저자는 고객들의 니즈와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자사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동시에 소비자 개개인의 반응과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여 피드백하는 양방향 소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아 1년이라는 단기간에 수많은 디자인 브랜드들 중에서도 뚜렷이 차별화되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에세이에는 1인 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궁금해할 뼈가 되고 살이 될 이야기들이 적혀 있어요.



다이어리 부분은 군더더기 없이 간단 명료하여 적은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게 되어 있어요.

다이어리를 펼쳤을 때 월간 스케줄러뿐만 아니라 주간 스케줄러도 한눈에 들어오게 제작되어 있어, 당장의 오늘이 아닌 월 단위나 주 단위의 계획이나 스케줄, 자신만의 기록과 이야기를 한눈에 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게 해 조금 넓은 시야를 가지게 해주어 좋은 것 같아요.


『블루밍테일 다이어리』는 무언가 해보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현실에 안주해 버리는 이들을 위한 다이어리라고 생각합니다. 에세이를 읽고 희망과 용기를 얻은 후 자신만의 꿈을 이루어낼 계획과 실천과정들을 다이어리에 차분히 적고 그대로 실천해 나가면, 언젠가 바라는 목표의 언저리 어디 즈음에는 도달해 있지 않을까요?

현실이 조금 답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은 사람들, 아니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는 『블루밍테일 다이어리』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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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특서 청소년문학 35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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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인간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지능과 외형을 지닌 인공지능 로봇들이 보편화된 시대에, 주인공인 '인류'의 학년 중 유전자 조합을 거치지 않고 태어난 사람은 인류가 유일했다. 유전자 조합을 한 아이들은 한 학년 월반은 기본이고, 자신의 '나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패배자로 여겨지는 세상이었다.

인류의 아버지는 인류를 낳을 때 유전자 조합 시술을 하려 했지만 어머니가 반대했고, 어머니는 친정으로 돌아가 홀로 인류를 낳다가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그 후 인류의 아버지는 재혼해 유전자 조합 시술을 거친 동생을 낳았다. 성장 과정에서 자신보다 우월한 동생에게 열등감을 느낀 인류는 지방 소도시에서 고철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로 도망쳐 같이 살게 된다.


열등감에 유전자 조합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인류는 로봇, 정확히는 인간의 업무를 대체해 가는 로봇에 대해 반감을 가졌고, 이에 자신이 고철 공장에 가끔씩 들어오는 로봇들을 '처리'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처리라고 해 봐야 신고 없이 불법적으로 고철들 사이에 섞여 들어오는 로봇들을 센터에 신고해 수거해 가도록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러던 어느 날 신고한 로봇의 불법 잔해가 센터에서 수거하러 오기 전에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인류는 범인을 잡기 위해 CCTV를 설치했고, 그 후 공장에 누군가가 다시 침입했을 때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마주친 것은 놀랍게도 아이 체격의 구형 로봇이었다.

로봇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인류는 그 로봇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전에 없어진 로봇 잔해의 행방을 따져 물었다. 결과, 공장에 침입한 '미래'라는 이름을 가진 구형 로봇은 로봇 잔해를 훔친 게 아닌, 고생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로봇에 대한 연민으로 로봇의 잔해를 땅에 묻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와 더불어 '구형 로봇'이라는 틀로 묶여 있는 로봇들이 인공지능이 존재해 사람들과 유사한 감정을 가지고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도구로서만 이용되면서 참혹하게 혹사당하는 화려한 도시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로봇에 대한 반감에서 우러나온 적개심과 불신으로 미래를 대하던 인류는, 미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미래를 이해해 나가고, 미래를 향해 마음을 열며, 외면해 왔던 관계들을 조금 더 성숙한 태도로 대하고, 나아가 새롭게 알게 된 부조리에 맞서게 되는데….



인공지능의 발전을 비롯한 여러 방면에 있어서의 진보는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동시에 잠재적 위협으로 다가오고는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놓인 문제들을 다루고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로고』에서 보여주는 발전의 이면에 놓여진 모습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현시대를 비롯한 미래를 조금 다르면서도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한다. 작가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필력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인류가 미래를 대하는 태도와 심정의 변화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인류의 의식의 흐름을 따르다 보면 단순히 소설 속의 로봇에 대한 인식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 자유와 권리를 억압받는 이들의 모습이 투영돼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구형'이라는, 사람에게는 쓰이기 어려운 단어가 사람에게 적용되는 상황을 가정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존재의 가치에 대해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로고』를 읽고 한 번쯤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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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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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마이애미, 올리비아는 그녀의 삶의 전부인 남편 딘과의 달콤한 신혼 생활을 끝내고 아이를 갖기를 원했다. 벌써 세 달 전부터 실행에 옮겼지만 소식이 없었고, 이에 초조해진 올리비아는 딘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적극적으로 시도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딘도 동의해 올리비아는 로맨틱한 밤을 기대했지만, 딘이 위장질환이 생긴 다른 조종사의 비행을 갑작스럽게 대신 맡게 되면서 그녀의 계획은 미루어지게 된다. 실망한 올리비아는 딘과 작은 말다툼을 벌였지만 이내 딘의 입장을 이해하며 그날 밤 곧장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는 그를 보낸다.


하지만 한밤중에 돌아온 것은 딘이 아닌 딘의 비행기가 푸에르토리코 연안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딘의 비행기의 실종은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시체는커녕 비행기 파편조차 찾지 못하자 수색은 중단되었고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슬픔과 절망 속에서 딘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던 올리비아는 갑작스런 몸의 이상을 느껴 검사를 받게 되었고, 그토록 기다리던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1986년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물리학 박사 과정 중인 멜라니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정체를 느껴 논문 진행에 진척이 없자, 물리학 학과장의 제안으로 로빈슨 박사에게 심리 상담을 받게 된다. 불우한 성장과정으로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법을 모르던 멜라니는 처음에는 불신의 벽 세웠지만, 자신에게 친절하고 개인사나 연구과제 등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잘생기고 매력적인 로빈슨 박사에게 이성적 매력을 느끼며 마음을 열고 상담에 임하게 된다. 그녀는 그에 대해 성적 욕망을 키우며 매일 그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상상을 하고는 그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펼친다.


이에 로빈슨 박사는 처음에는 직업윤리에 따라 상담자와 환자의 선을 잘 지켰지만,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신을 건져내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한 고모의 죽음을 겪으며 죄책감과 외로움과 실패감에 휩싸여 멜라니의 끈질기고 집요한 구애에 넘어가 버리고 만다.

그러고는 이내 후회해 자신의 커리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멜라니와 좋게 헤어지려고 했지만, 멜라니의 편집증적인 행동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만 가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힘겹고 공허한 나날을 보내던 로빈슨 박사 앞에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빛과 같은 여인이 나타나며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도저히 멜라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로빈슨 박사는 사랑의 감정 앞에 점점 더 괴로워하게 된다.


1997년, 세월이 지나 딘을 가슴에 묻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던 올리비아에게 형사들이 찾아와, 10여 년 전 실종되었다가 얼마 전 시체로 발견된 여성의 실종과 죽음에 죽은 딘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하며 올리비아를 혼란에 빠뜨리는데….



소설은 첫 부분에서 1990년의 올리비아와 1987년의 멜라니의 시점을 오가며, 두 여인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둘 사이의 연관성은 보이지 않았고, 멜라니의 버뮤다 삼각지대 실종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어쩌면 다른 시공간으로의 이동에 관한 초자연적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게 했다. 그러나 소설은 점점 도를 더해가는 멜라니의 광기를 보여주며 어쩌면 『미저리』같은 스릴러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했다.

결국은 미스터리 추리 로맨스 소설!


개인적으로 연민을 가장 많이 느꼈던 인물은 딘이었다.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몸부림쳤지만, 어긋난 만남과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은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슬픔과 고통에 몰아넣었던 딘의 이야기에 헛헛함과 안타까움만이 남았다.

그가 조금만 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상처를 받고 한평생 죄책감과 회한의 감정 속에서 연극 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조금만 덜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졌더라도 이렇게 가슴 아프지는 않았을 것 같아 딘을 너무 매력적으로 표현한 작가님이 원망스러웠다.


올리비아는 공감, 비공감이 반반 정도였다. 자신은 딘과 사랑에 빠져 결혼해 아이까지 낳아 놓고는 전 애인이 다른 여자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다 주지 않아 헤어졌다는 사실에 묘한 만족감을 느낀다거나, 딘이 자신과 완전히 상관없는 상태에서 다른 여자와 하룻밤 사랑을 나눴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와 이해가 섞인 감정을 느꼈다는 부분에서 은근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들은 전부 자신만 좋아해야 되는 건가? 그러는 자신의 감정은 자유고?


소설은 뜻밖의 사건에 직면하게 되며 완벽하게 아름답게 보였던 올리비아와 딘과의 세계가 어쩌면 거짓으로 꾸며낸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끝이 보이지 않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치닫는다. 과연 딘과, 그와 사랑을 나누었던 시간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것을 속시원히 대답해 줄 딘은 이 세상에 이미 없는데…. 아니, 이제는 딘이 이 세상에 없다는 진실조차 믿지 못하는 올리비아.


소설은 버뮤다 삼각지대의 딘의 비행기 실종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그와의 로맨스, 때로는 스릴러적인 요소와 딘에 대한 연민의 휴먼 스토리적 요소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렇기에 도저히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고, 다 읽은 후에는 쉽사리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당분간 이토록 완벽한 미스터리 추리 로맨스 소설을 만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그 진실을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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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 시간을 건너는 집 2 특서 청소년문학 3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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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 아영, 지우는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사는 환경이 같지 않다. 아영과 지우와는 다르게 민아가 사는 동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아파트였기 때문에, 같은 아파트이면서도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았다.

그럼에도 단짝 친구로 함께 어울려 다녔던 세 사람 사이는, 아영이 다니는 수학 학원에 지우가 다니면서부터 삐거덕대기 시작했다. 민아의 형편으로는 안산 내에서도 알아주는 비싼 수학 학원에는 다닐 수 없었기에, 셋이 만났을 때 굳이 학원에 관련된 이야기만을 조잘거리는 아영과 지우 사이에서 민아는 점점 소외감을 느껴갔다.

그런 민아 앞에 원래부터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기억엔 없는 파란 대문의 이층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 집 앞에 서 있던 할머니는 민아를 반기며 민아가 그 집의 첫 번째 멤버라고 했다.


청담동에 사는 아린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전교 순위권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로 학교도 그만두고 온종일 자기 방에 처박혀 생활하는 히키코모리가 됐다.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약물 부작용만 얻었고, 지금은 효과도 없는 한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렇기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아린은 장례식에 가지도 못하고 그저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외할머니가 생전에 선물한 하얀 운동화를 신어볼 뿐이었다. 아린은 운동화를 신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기 위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고, 그 순간 전혀 낯선 공간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 새로운 공간에 있던 할머니는 아린에게 기다리고 있었다며 인사를 건넸다.


지적장애를 가진 형을 놀린 아이들을 때려 폭행죄로 대전에 있는 소년보호시설에 들어간 무견은 시설을 탈주하는 아이들을 따라 얼떨결에 같이 도망쳐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의류 수거함을 뒤져 보호시설에서 입고 나온 주황색 실내복을 갈아입고, 수거함 옆에 놓인 검은 비닐봉지 안의 하얀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그러고는 어디로 도망을 칠지 고민하며 걷던 중, 파란 대문 집을 발견하고는 열려있는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데….



소설에서 시간의 집은 가족과 학교, 친구에게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초대해 그 해의 마지막 날에 본인이 원하는 과거, 현재 혹은 미래의 어느 시간에서 삶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준다. 멤버로 발탁된 아이들은 선택의 시간이 되기까지 시간의 집에서 일정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따스함을 선사했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 가지 않았던 점은 시간의 집 멤버들이 결정되는 기준이었다. 현재가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선정되었다고 하지만,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첫 번째 멤버인 민아보다 원래 멤버로 선택받지 못했던 무견이 훨씬 더 불행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민아 같은 경우는 2대에 걸쳐 시간의 집의 혜택을 받은 걸 보면 시간의 집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민아가 불꽃놀이를 보며 세상의 공평·불공평을 말하는 것을 보니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 가지 않았던 인물은 아린이었다. 내가 어른이라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한다며 부모를 원망하는 아린이 너무 철없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이야기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고집해 주위 사람들을 힘들고 불행에 빠뜨렸던 할아버지와 삼촌이 나오는데, 그것을 알고도 현실적인 길을 제시하는 부모님을 원망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아린을 보니 화가 나기도 했다.

소설이어서 결과가 좋게 끝나서 그렇지 현실에서는 아린이의 선택은, 글쎄….

꿈을 꾸고 좇는 것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고, 항상 크거나 작은, 혹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직면하여 선택을 강요당한다. 그 선택이 옳든 그르든 소설처럼 과거나 미래로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기에, 그 책임을 오롯이 질 수 있도록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이 결코 불행해지는 일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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