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흑역사 -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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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고 신비로운 인체 중에서도 가장 거대하고 심오한 수수께끼는 뇌일 것이다. 혹자는 우리의 뇌를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뇌에 대한 인간의 이해는 무지에 가까울 정도이다. 뇌는 구성하는 세포 수만 수천억에 달할 정도로 많으며, 그 연결을 통해 온전한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 우리의 뇌를 구조적으로만 대략적으로 알고 있을 뿐, 그 상호작용을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예를 들어 뇌전증과 같이 신체를 조절하는 기능이 훼손된 경우나 이 책에 나오는 것들과 같은 여러 이해하기 쉽지 않은 증상들이 발현되었을 때, 아직까지는 그 원인이며 치료 방법에 대해 갈피를 잘 잡지 못하고 그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이러한 뇌에 대해 단순히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발생한 알 수 없는 이상으로 인해 평범한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기이한 현상들을 인지하고 경험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늑대 인간'이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영화 같은 곳에서 묘사되듯이 사람이 갑작스럽게 늑대로 변하는 모습이 떠오르고는 하지만, 놀랍게도 늑대 인간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lycantrope는 임상적라이칸스로피(clinical lycanthropy)라는 단어로 자신이 늑대가 되었다는 망상을 가지게 된 사람들을 묘사하는 데 이용되고는 한다. 기록된 사례들은 다채로워 단순히 늑대로 변하는 것만이 아니라 뱀으로 변했다고 여기는 사람부터 고양이, 소, 말, 개구리 등으로 변했다고 여기는 사람들까지 전해진다.

사람들에게 상당히 널리 알려진 신경병증의 사례로는 사고 등으로 인해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서 가끔 나타나는 환각지 증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완전히 다를 것만 같은 이 두 종류의 증상들이 동일한 기원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신체와 '신체 도식'의 불일치이다. 신체 도식이란 신체를 뇌가 인지하고 있는 구조라고 이해하면 쉽다. 눈을 감고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때, 움직인 신체가 어떤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지를 어렴풋이 또는 상당히 뚜렷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 또한 우리의 뇌에 신체 도식이 있어 우리의 신체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적라이칸스로피는 이러한 신체 도식에 문제가 생겨 신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의 신체는 변하지 않았으나 이에 대한 뇌의 인식인 신체 도식이 변화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우리의 신체를 잘못 인식하게 될 것이고, 그 상황이 심해지면 임상적라이칸스로피와 같은 양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환각지의 경우에는 신체의 변화를 신체 도식이 따라가지 못해, 사라져 버린 신체의 일부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두 증상 모두 우리의 감각이, 특히 외부와도 관련 없이 우리 신체 자체에 대한 감각이 얼마나 심한 오작동을 일으키고, 그 결과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뇌와 관련된 것을 이야기하다 보면 뇌가 평균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면 사람들에게 해롭기만 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매우 쉽다. 그러나 놀랍게도 뇌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단순히 사람들에게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서번트 증후군'이다.


서번트(savant)는 프랑스어로 '박식한 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보통은 발달장애나 뇌 손상으로 인해 생겨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게 되거나, 손으로 써서 풀어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계산 실수로 꼬여 버리기 십상인 어려운 계산도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해낸다. 또한 음악적, 미술적, 공학적 역량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거나 이와 같은 특징이 복수로 나타나는 등 소위 말하는 '천재'의 모습을 보인다.

서번트 증후군은 선천적인 것이 많지만 드물게 사고를 겪으며 후천적으로 생겨 배운 적 없는 피아노를 피아니스트처럼 칠 수 있게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단순히 아무런 이유도 없이 생겨나 갑작스런 미술적 재능을 얻게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여러 인격을 가지게 되는 경우, 플라세보처럼 과도한 믿음으로 인해 경미한 증상에도 죽음에 이른 경우, 한 사이비 종교의 비극적 결말로 본 공유 망상, 외계인손 증후군 등 뇌를 꽁꽁 둘러싸고 있는 비밀들을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것들은 마치 짧은 SF 소설 혹은 환상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 같아 무아지경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서두에서 이 책의 이야기들은 전부 실제 환자 사례들이기에 환자나 환자가 일으킨 사건의 피해자의 고통이 흥밋거리로 소비될까 우려했던 것이 십분 이해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행동 사례들을 소개하며 그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의 작용도 함께 설명하고 있기에, 단순한 흥미 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닌 미지의 뇌과학에 대한 알찬 지식을 제공하고 무한한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한다. 뇌과학이 다소 생소했는데 뇌의 신비한 비밀을 조금이나마 들춰 보여주는 『뇌의 흑역사』를 읽게 되어 정말 다행이고 행운인 것 같다.


뇌과학에 관심이 있지만 그 전문성에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흥미진진하고 신기한 사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쉬운 설명이 이해를 쉽게 해주고 풍부한 내용이 알차고 다양한 지식을 얻게 해주어 지적 만족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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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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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대중화되면서 상품이나 문화 콘텐츠 등 생활 곳곳에서 페미니즘적인 요소들이 크게 늘어났다. 도서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닌데, 서점에 가보면 페미니즘을 주제로 하는 책들이 접근성이 좋은 곳이나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페미니즘이 대세가 되며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자기만의 방』을 저술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를 페미니즘과만 연관 짓는 것은 그녀의 극히 일부만 이해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녀는 영국 최초의 페미니스트일 뿐만이 아니라 당대 가장 훌륭한 모더니즘 작가이자 '의식의 흐름'이라는 소설 기법의 선구자라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듯 그녀와 그녀의 작품들은 문학사에서 독보적이고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막상 그녀의 작품들을 호기롭게 접했을 땐 작품의 난해함에 당황하곤 한다.

이에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점은 울프가 자신만의 의식의 흐름의 기법으로 적었기에 당연한 것이라며, 어렵게 다가오는 문장들이 있다면 이해하려고 매달리지 말고 문장을 의식의 저편 너머로 그저 관조해 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를 포함한 13작품 속에서의 인상적인 문장들을 영어와 한국어 번역 두 가지 버전으로 보여주며 작품에 대한 쉬운 설명을 더해 독자에게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과 생애를 느껴보게 하고 있다.



"여성들이 수백만 년 동안 방 안에만 앉아 있었기 때문에, 이제 벽에 여성들의 창조력이 모두 스며들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방 안의 벽돌과 시멘트가 여성들의 창조력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계에 다다를 정도이므로, 이제 여성들은 펜과 붓을 사업과 정치에 써야 할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대표작 『자기만의 방』에서 성 불평등의 본질을 지적하며 가부장적 남성 중심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울프는 이 책에서 여성이 글을 쓰려면 두 가지 조건 즉, 경제적 자립을 가져다줄 '돈'과 시·공간적 자유를 의미하는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울프가 제시한 두 조건들은 문학에서뿐만이 아닌, 다른 모든 분야에서 노력하는 모든 이들의 자아실현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생을 무엇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마치 시속 80km로 튀어 나가는 지하철 속에서 휩쓸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한쪽 끝에 하나의 핀도 없이 착륙하는 것처럼! 신의 발밑에 완전히 맨몸으로 던져지는 것과 같아요!"


『벽에 난 자국』은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 문학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여성 서술자가 전개 내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고 있다.

형태가 없는 서술자의 의식과 흐릿한 시·공간의 경계가 생소하고도 낯설지만 오히려 이러한 과정이 읽는 이로 하여금 내적 고찰과 현실 세계의 연결을 촉발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한순간이라도 올랜도가 자신의 책상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그 소명에 이보다 더 적합한 여성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올랜도』는 울프가 열렬히 사랑한 여성 작가 비타색빌웨스트를 모델로 한 부분적인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올랜도의 요술 같은 성전환인데 이것은 어쩌면 성별의 제약 없이 다양한 삶을 자유롭게 살아 보고 싶어 했던 울프의 바람을 투영한 것이 아닐까? 울프는 이 소설을 통해 역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한 뒤 차별하는 가부장적 남성 중심 사회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3기니』, 『출항』, 『등대로』 등 버지니아 울프의 각 작품들 속에서 의미 있는 문장들을 뽑아 엮고 있다. 그 문장들은 내용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문장들 사이에는 울프 작품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나 이어지는 줄거리를 간단히 첨부하고 있기에, 짧은 문장들을 몇 페이지 읽었음에도 버지니아 울프 작품 한 권을 온전하게 읽었을 때보다 훨씬 더 명확하게 정리되고 이해가 되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요즘 핫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지만 그 난해함에 좌절했던 사람들이나 이미 작품을 읽어본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작품을 간단하게 이해하고 정리하는 것은 물론, 발췌된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 머릿속에 그 문장을 판박이처럼 새기고 기억해 내 문학적 감성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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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
정채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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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명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렇게 그림자가 사라진 사람들은 두 달 뒤 그림자가 갑작스럽게 돌아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48명의 생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사하던 그 누구도, 평범한 인간이든, 아니면 그림자를 다루는 '섀드(Shad)'이든 간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없어 당혹 속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제론 에브런은, 정확히는 그의 '가정 관리 지능'이라는 '젠'에게 자신의 이름이 제론 에브런이라고 들은 사내는, 자신에 대한 어떠한 기억도 없이 뉴욕의 한 펜트하우스에서 정신을 차렸다. 펜트하우스는 암막 커튼이 쳐져 있어 빛 한 줄기도 침투하지 못했고, 제론에게는 이러한 환경이 그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보다도 더 놀라웠던 것들은, 자신이 무려 한 달을 내리달아 의식이 없었다는 것이며, 자신이 사실은 섀드였다는 것이었다.


처음 젠에게 이런 사실을 들었을 때에는 쉬이 믿기지 않았으나, 펜트하우스를 둘러보며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게 해주는 가면을 비롯하여 여러 그림자 마법 관련 서적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기술들을 접하면서 자신이 그런 세계의 일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기억을 잃기 전 자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는지, 섀드들의 통신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세 명의 유명 인사의 위장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유란섀드학교라는, 섀드들의 명문 학교의 교수였다. 제론은 섀드 사회에 대해, 그림자 마법에 대해 더 알아가던 중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쳤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기묘하게 유란섀드학교의 보충반 학생으로 위장 입학을 하게 된다. 제론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과 과거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고, 그림자 마법에 대해서도 더 알아내기 위해 입학한 것이었지만, 그런 그에게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당장 유란섀드학교 내부에만 해도 보충반의 담당 교수이자, 한 달 동안 아무런 연락 없이 잠수를 타 해고된, 제론의 위장 신분 중 하나인 브룩스 교수의 자리를 맡아 취임한 채 교수라는 인물이 제론과 브룩스 교수 사이의 관계에 흥미를 보였다. 그는 제론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알 수 없는 이들과 연락했다. 또한 동급생 중 세린 카일이라는 인물은 제론에게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학교 외부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접근해 제론에게 아는 체를 하며 뒤로는 제론의 그림자를 조금 훔쳐 갔다.

이처럼 제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이들의 주시를 받게 되는데….



그림자를 다루는 것은 상당히 많은 매체에서 소재로 다루어져와 자칫하면 식상한 설정이 이야기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림자 마법사들』은 그림자라는 흔한 소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세련되고 참신한 설정에 너무 복잡하지도 혹은 너무 단순하지도 않은, 적절히 독자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을 정도의 스토리 장치들을 이용해 독자들이 단순히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그려내는 이야기의 흐름이며 사건의 전개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도록 한다.


첫 페이지부터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관심을 집중시켜 궁금증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몰입하게 했고, 몰입이 된 후에는 물 흐르는 듯 매끄러운 문장들의 연결과 사건의 추이에 대한 궁금증과 긴장감으로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림자 마법사들』은 저자의 첫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스토리가 깔끔하고 재미있었다.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며 읽다 보니 금세 마지막 페이지를 도달해 책을 덮기가 너무 아쉬웠다.

분명 빠른 시일 내에 다음 편이 나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림자 마법사들』은 판타지 장르임에도 판타지가 주된 축으로 작용한다기보다는 판타지가 이야기 전개의 매끄러움과 역동성을 더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 듯해 평소의 독서 취향이 어떠했는지에 관계없이 누구든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 속 판타지는 현실과의 괴리감보다는 현실과 자연스럽게 융합하고 잘 조화되어, 평소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쉬이 벗어날 수 없는 촘촘하고도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고, 판타지 장르보다는 현실 기반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판타지의 색다르면서도 세련된 매력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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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민화 일력 - 희망과 염원을 담아 민화(民畵)와 함께하는 하루
윤열수 지음 / 원더박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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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민화라고 부르는 그림들은 보통 조선 후기 서민화가들이 그린 실용화를 의미합니다. 당시 서민화가들은 재능은 있지만 전문적인 그림 교육은 받지 못했기에, 그들이 그린 민화는 전문적 교육을 받은 화원들이나 양반들이 그린 그림에 비하면 예술성이 떨어진다고 해요.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민화는 그 내용에 담긴 의미와 제작 기법 등으로 재평가되어 미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 『365일 민화 일력』을 보면서 민화에 대해 많이 찾아보고 공부했어요.

일단 수없이 많은 민화의 종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구요, 거기다가 각각의 그림에 담긴 상징적 의미는 민화를 보는 저의 시각을 달라지게 했답니다. 이제 일상생활에서도 민화에 등장한 소재를 대하면 그것이 상징하는 좋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더라구요.


『365일 민화 일력』은 민화계의 거목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께서 엄선한 366점의 민화와 그 설명을 엮은 책입니다.



매일매일 보여지는 다양한 종류의 민화 중에서도 가장 많은 그림은 역시 민화의 가장 많은 종목을 차지하는 화조도와 화조영모도입니다.

화조도는 매화·동백·진달래·해당화 등의 꽃과 함께 노니는 한 쌍의 봉황·원앙·학·참새 같은 새를 그린 그림으로 부부간의 정조와 애정, 백년화목을 상징해 신혼부부의 신방이나 안방에 장식되었다고 해요. 화조영모도는 꽃, 나무, 새, 동물을 어우러지게 그려 복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그림이 의미하는 상징적 의미가 아니더라도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밝아지는 느낌이에요.



과거 합격을 기원하는 어해도와 사악한 것을 쫓아내고 상서로움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오동폐월도, 액운을 물리치고 잡귀나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담은 벽사도를 보면 정말 행운만 가득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하루를 이런 민화들을 보며 시작해서 그런지 올해 들어 제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어요. 바라는 일도 모두 이루어졌구요. 물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해서 그렇겠지만 좋은 의미의 그림을 보니 분명 이루어질 거라는 확신과 앞으로 좋은 일이 더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민화 중에는 위 사진처럼 고사와 민화, 소설 등의 내용을 간추려 표현한 고사도도 있어요. 고사도는 주로 교화용으로 많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도교의 신선 사상에서 기원한 신선도나 오랑캐가 사냥을 하는 장면을 그린 호렵도, 금강산이나 관동팔경을 그린 산수도, 까치와 호랑이와 소나무를 그린 호작도, 기이한 형상의 돌을 그려 변하지 않는 이상적인 군자의 모습이나 장수를 상징하는 괴석도 등 다양한 종류의 민화를 이 『365일 민화 일력』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었어요.


민화는 그림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좋은 의미까지 내포되어 있으니 보면 볼수록 민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일력이 저에게 오고 나서 좋은 일들만 생겨서 아침에 일력을 넘길 때마다 기분 좋고 행복해요.

여러분도 『365일 민화 일력』을 통해 민화를 감상하는 즐거움과 동시에 민화가 의미하는 행운과 복을 듬뿍 받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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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1
다지마 렛토 지음, 박여원 옮김 / 크래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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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지마 렛토 만화의 제목들은 너무 심오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목만 봐서는 책이 무슨 내용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덜 감성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다지마 렛토의 작품 『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를 읽어본데다가 이 책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가 2020년에 일본 만화계의 권위 있는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생상을 수상했고 2023년에는 실사 영화화까지 했기에 작품의 재미에 대한 의심은 1도 없이 오직 기대감에 충만해 책을 시작했다.



입학할 고등학교가 집에서 멀어 마침 학교와 가까운 외삼촌 집에서 학교를 다니기로 한 구마자와 나오타쓰는 바쁜 외삼촌을 대신해 자신을 마중 나온 사카키를 보고는 자신이 눈치 없이 외삼촌과 외삼촌 애인인 사카키 둘만의 러브하우스에 쳐들어온 줄 알고 살짝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알고 보니 사카키는 룸메이트일 뿐이었고, 그곳은 외삼촌의 개인 주택이 아닌 외삼촌과 사카키를 포함한 여러 사람이 같이 살고 있는 셰어하우스였다.



그렇게 나오타쓰의 평범한 일상은 외삼촌이 사는 셰어하우스에서 학교를 다니고, 등굣길에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게 되며 변화의 바람이 예고된다.


해외에 나가 있던 셰어하우스의 또 다른 룸메이트인 교수님이 돌아오던 날, 셰어하우스 사람들은 나오타쓰와 고양이 미스터 문라이트의 환영을 겸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연다. 그런데 파티 중 우연히 나오타쓰가 대여섯 살 때 1년 정도 외갓집에 같이 살면서 외삼촌과 친해졌다는 말이 나왔고, 이에 나오타쓰는 자신이 왜 그때 외갓집에서 살았는지 문득 궁금해져 외삼촌에게 묻지만 외삼촌은 대답을 얼버무린다.



그렇게 어영부영 넘어가 듣지 못한 대답을 고양이를 찾아 마당을 헤매다 우연히 듣게 된 교수님과 사카키의 대화에서 얻게 된다. 바로 그 시기 나오타쓰의 아버지와 사카키의 어머니가 불륜을 저질러 함께 도망갔었기 때문이라는….


이 엄청난 진실은 나오타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지마 렛토 작품들은 묵직하면서도 민감한, 어찌 보면 함부로 건드리기 껄끄럽거나 조심스러운 이야기들을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편안한 그림체와 유머감각 넘치는 대사들로 거부감 들지 않게 다루고 있어 독자들을 매혹시키는 것 같다.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부모들의 불륜으로 인해 자식들이 감내하고,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상처의 치유이다.

아이임에도 오히려 어른보다 배려와 이해심이 넘쳐 역으로 어른들을 배려하는 나오타쓰와 바람난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홀로 감내해야 했지만 자신의 상처의 원인이 된 남자의 아들 나오타쓰를 보면서 '아이는 상관없다'라고 나오타쓰가 상처받지 않게 하려는 사카키, 두 사람을 보면서 무언가 위태롭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따뜻함과 배려심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고 응원하면서 읽어 나갔다.

그런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는 주인공들 주위의 다소 엉뚱하면서도 선량한 인물들 덕분에 일상의 평온함, 유쾌함의 사이를 오간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의 불륜으로 너무 일찍 철들어 버렸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아직 그 시절에 머무르며 자라지 못한 사카키를 보며 너무 안타까웠다. 원래 상처는 참는 것이 아니라 치유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상처가 치유되어 아물어야 남과 자신을 지금보다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나오타쓰와 사카키가 서로의 구원이 되어 한층 더 멋진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그들이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2권이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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