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자매 - 나치에 맞서 삶을 구한 두 자매의 실화
록산 판이페런 지음, 배경린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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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든, 해외 어느 나라의 역사든, 고난과 역경의 시대가 있었고 심하게는 민족 탄압의 시기도 있었다. 우리 역시 오랜 역사의 흐름 속 외세의 침입으로 백성들의 힘겹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있었고 그걸 역사로 배울 때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의 고통을 감히 힘들었겠다는 표현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의 처참함을 읽을 때가 있는데 세계사 속 인권 유린을 넘어 민족 탄압과 말살에 가까운 시기가 있었다면 아마도 나치에 의한 유대인들을 말살하고자 했던 일일 것이다. 

홀로코스트, 수용소, 그속에서 처참하게 생을 마감했던 사람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고국, 고향, 정든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 이웃들과 함께 평온하게 살았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마주한 처참한 현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상상하기도 힘들게 하는데 당시의 흔적들이 역사를 말하고 있고 실제 그 시대를 살았고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서도 알려지고 있다.

그렇기에 실제로 나치에 맞서는 삶을 보여주는 두 자매의 실화를 담고 있다는 『아우슈비츠의 자매』가 궁금했던것 같다. 역사서, 소설, 영화 등을 통해 이미 나치의 만행과 유대인의 고통에 대해 수 차례 만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생생한 역사적 증언 그 자체라 더욱 눈길이 간다.

스스로의 목숨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당시 자매는 네덜란드의 하이네스트를 근거지로 유대인들을 도우며 나치에 저항하게 되는데 사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에서 폴란드 내의 유대인들에 대한 삶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네덜란드 내에 있는 유대인들의 이야기는 흔치 않았던것 같아 좀더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런 가운데 나치가 네덜란드 내에 있는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로 보내기 위해서 유대인들을 모아 이동시키는 과정이 나오고 이때 린테와 야니가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나오는데 자신들의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았던 시절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했지만 결국 밀고자에 의해서 자신들도 아이슈비츠로 향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처럼 가족들과 헤어졌고 그리워하게 된다. 

게다가 수용소에서는 그 유명한 안네 프랑크 자매와도 만났다고 하는데 그런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유대인들이 수용소에 갇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인지... 홀로코스트하면 유대인들이 쓰고 있던 안경을 모아둔 안경더미가 생각난다. 주인을 잃은 너무나 많은 안경들, 그보다 수십 배, 수백 배는 많았을 유대인 희생자들...

책에서는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역사적 자료를 잘 정리해 실었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나치의 만행 속에서도 타인을 돕고자 했던 용기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덮친 죽음 공포 속 살아남고자 했던 이야기, 그리고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도 잘 정리해두어서 저자가 여러모로 많은 신경을 써서 출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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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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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들이 생겼다는 말에서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그래서 이전의 가족들하고는 살 수 없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참 애매하다 싶은 나이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주인공, 어른도 아이도 아닌 묘한 그 상황 속에서 엄마를 잃은 주인공은 외할아버지 집으로 간다. 

뭔가 조용한 집안이다. 가족이 생겼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분위기의 가족은 아니다. 외할아버지와 삼촌, 이모가 있지만 각자의 삶을 산다고 해야 할지 주인공에겐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이고 혼자가 된 주인공은 외할아버지 댁에서도 이렇게 혼자가 된다. 가족은 있지만 혼자인 주인공.


게다가 단칸방에 다락방 하나뿐인 집이라 자신만의 공간이 없다. 가족이 있되 혼자이고 혼자이되 혼자 있을 수 없고 묘한 가족과 집에서의 생활은 자신이 살고 있는 단칸방을 포함해 세 들어 사는 여섯 가구가 있고 그중 유일하게 동질감을 느끼는 한 남자가 있다.

가족의 허울을 쓴 이상한 동물원이라고 표현한 주인공의 묘사 속 남자 역시 이곳의 이방인마냥 우편물 조차 오지 않아 이방인일거란 생각이 스스로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그 동질감에서 이 모든 일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1층에 여섯 가구, 2층은 목욕탕, 3층은 안마시술소가 있다. 사람들이 많을것 같지만 의외로 이 공간은 스산한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 게다가 그 분위기는 4명이 살고 있는 주인공의 집에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집이라는 공간은 이들을 모두 이어주는 안락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각자가 모두 약간의 장애를 안고 있고 가족이되 가족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 오히려 서로 화를 내고 싸울 때 말을 하는 사람들 속 자신이 할 수 있는 집안일을 하며 그 공간에서 새로운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 공간을 채우는 주인공의 모습이 한번도 진짜 가족이 생겼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하지 않아 참 묘하다. 

세상 모든 가족이 하나의 형태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쉽게 떠나버릴 수도 끊어낼 수도 없는 존재가 가족이 아닐까 싶고 또다시 이제는 주인공이 누군가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는 모습은 여러모로 많은 결함을 가진,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주인공과 그들 가족의 삶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엿보이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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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숍 THE MOON (앤티크 숍 더 문)
선우 지음 / 달꽃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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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숍 THE MOON』은 밀리의 서재‘기기괴괴 단편 공모전’ 1차 선정작 13편 안에 들었던 작품으로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 장편화한 경우라고 한다. 한국형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다고 하는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산도깨비를 비롯해 신령, 무당, 귀신까지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봐도 좋을것 같다.

이야기는 잡화점을 무대로 펼쳐지는데 준영과 소영이 우연한 기회에 귀신을 보게 된 이후 신비로운 잡화점을 운영하는 문 사장을 만나게 되면서 그 문사장과 연결된 또다른, 인간 아닌 존재들과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특히 문사장은 산도깨비를 모시고 있는데 그 산도깨비는 자신의 힘을 함부로 쓰다가 결국 산신과 서낭신에게 붙잡혀서 갇히게 된 사연이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문 사장은 산도깨비와 계약을 한 상태인데 그런 문 사장에게 폐가 체험 후 귀신을 보게 된 준영과 소영이 찾아오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앤티크 숍 그리고 문 사장과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다. 

귀신과 도깨비, 무당에 이르기까지 한국 오컬트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섭다는 이미지 보다는 작품에 나오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게 그려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판타지 소설로 평범한 잡화점이 아닌 곳에서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들의 존재가 풀어나가는 이야기로 ‘기기괴괴 단편 공모전’ 1차 선정작 13편에 선정될만한 작품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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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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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그리고 죽음 이후 자신이 남긴 것들에 대해서마저 무소유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했던 법정 스님은 종교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진정한 시대의 스승이자 어른이였다. 그랬기에 그분의 사후 많은 분들이 오히려 그분의 책을 소장하고자 했고 이후 주기적으로 그분과 관련한, 그분을 추억하는 책들이 출간되고 그분의 말씀을 담은 책들이 출간될 때마다 관심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진짜 나를 찾아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 모음집으로 무려 법정 스님의 입적 14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내용이기도 하기에 법정 스님의 말씀을 이렇게라도 듣고 싶었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죽비 같은 존재가 되어 줄 책이다. 책에 담긴 법정 스님의 말씀은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법정 스님의 강연 글을 책으로 엮었다고 해야 할테고 그동안 책으로도 출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치 스님의 미공개 육성을 듣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각 말씀들은 주제가 있고 어떤 장소에서 언제 강연을 했을 때 나온 말씀인지가 기록되어 있다. 내가 사는 곳도 몇 번이나 오셨는데 왜 난 이때 몰랐을까 싶다가 이때는 내가 스님을 제대로 알기 전, 그저 무소유라는 작품으로 스님을 만났을 때였구나 싶어 아쉬운 마음이 더욱 커진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공통된 결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삶에 정답은 없다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법정 스님의 말씀을 통해 조금이나마 삶을 살아가는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법정 스님이 1994년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라는 실천 덕목으로 만든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3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법정 스님의 말씀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를 통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진짜 자신이 중심이 되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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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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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일까? 엘리스에겐 그런 하루다. 남편 조나와의 사이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쌍둥이 리버와 재스퍼 쌍둥이를 낳고 키운 후 (조나는 분명 원했지만) 다시 딸 비올라를 낳은 후 세 아이의 독박 육아를 담당하는 동안 남편은 로펌에서 여전히 동료들과 어울리며 테니스를 배우다 자신을 가르쳐 주던 아이린과 바람이 난다. 

그와 아이린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 자신에게 위안이 되던 와일드 우드 숲으로 세 아이를 데리고 온 그날 아마도 엘리스는 집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신적 충격이 그녀를 지배했을텐데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카시트에 두었던 비올라를 주차장에 그대로 두고 온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사실을 깨닫고 급하게 돌아가지만 이미 비올라는 사라진 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비올라를 찾기가 힘들거라는 경찰의 이야기를 듣고 절망에 빠진 엘리스는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았고 평소 조나와의 결혼을 탐탁지 않아했던 시어머니의 개입과 조나의 외도 사실, 비올라에 대한 상실은 결국 조나와의 이혼에 이르게 한다.


자식을 주차장에 두고 온 무책임한 엄마가 된 엘리스의 사정은 그녀의 시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조망을 받았고 결국 과거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방치하다시피 했던 것처럼 자신도 두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해 양육권도 포기한 채 떠나 캠핑을 하면서 지내게 된다. 과연 엘리스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엘리스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룬다면 또다른 축은 숲에서 엄마와 함께 단둘이 살고 있는 레이븐이라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문명과 단절된 채 엄마와 숲에서 살아가는 레이븐은  또래의 아이들을 마주한 후 숲 밖의 세상을 갈망하게 된다. 어쩌면 그 또래의 아이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아무리 숲에서 자랐다고는 하나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사귀고 싶지 않을리 만무하다.

숲에서 자라 도시로 갔던 소녀는 온갖 상처를 간직한 채 자신에겐 치유의 땅인 숲으로 돌아오고 자신을 땅의 정령처럼 여겼던 소녀는 그 숲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오고자 하는 미묘한 변화 속 과연 두 사람은 각자가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여기에 이야기 초반 실종되었던 엘리스 딸의 행방과 레이븐의 정체에 대한 의구심이 진해지면서 과연 두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으며 비올라는 어디에 있고 레이븐은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의 접점은 엘리스와 레이븐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와 함께 주목할만한 부분으로 그려진다.

작가가 자연과 생물학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 엘리스가 그런 인물로 그려지고 이야기의 중심 축인 엘리스와 레이븐이 각자가 지닌 상처와 아픔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 역시 이 부분과 무관하지 않은듯 해서 이런 내용들을 보면서 작가가 왜 제목을 『나뭇잎 사이의 별빛』으로 지었는지를 알 것도 같은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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