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딩 틈나는 대로 떠나라
유상은 지음 / 미르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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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기 전에 제목에 떡하니 붙어 있는 직딩이라는 표현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추측에는 초딩-중딩 그리고 고딩에서 역류된 호칭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책의 지은이는 일을 하면서, 그런데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더라, 틈나는 대로 떠날 것을 줄기차게 선동하고 있다.

그녀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해서 맞짱을 뜨는 곳은 그야말로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미지의 별천지다. 우선 가까운 일본을 시작으로 해서, 홍콩-타이 그리고 멀리는 프랑스-독일 그리고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틈만 나면, 우리 상황에서는 결코 길지 않은 휴가기간과 롱위크엔드를 이용해서 다양한 경험과 맛난 먹거리들을 향유하고 있는 자신의 삶을 <대한민국 직딩 틈나는 대로 떠나라> 곳곳에서 발산하고 있었다.

우선 역시나 여느 여행 책에서 나오는 대로 초반에는 여행에 대한 준비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거야 뭐 어디에서나 읽을 수 있는 것이니 간단하게 패스. 하지만 여기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그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있을 수가 있나 그래. 사실 거진 보름에서 한달 가까이 되는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서구인들에 비해 고작해야 3박 4일, 혹은 일주일 정도의 제한된 시간을 가지고 있는 우리네 직딩들로서는 다른 나라 특히나 유럽에까지 도전한다는 것은 무모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을 들면서,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목놓아 외쳐대고 있다. 나도 했는데, 왜 당신들은 못한다는건가, 하고 말이다. 이게 바로 이 책의 핵심이란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한번은 가본 곳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졌고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한 수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아마도 가까운 거리 때문에 자주 가본 듯 보다 상세한 정보들을 접할 수가 있어서 가을쯤 일본이나 타이여행을 계획 중인데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여성 여행자 특유의 맛집과 쇼핑에 대한 정보는 가히 탁월하다 하겠다. 사실 남자 여행자들이 그렇게 먹거리와 살거리들에 대해 디테일하게 말하는걸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자신이 여행 루트를 따라 빡빡한 일정 가운데, 대체적인 코스를 제시해주는 점도 그리고 간간히 여행 메모를 통해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알 수가 없는 핵심적인 정보들도 매우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그 나머지 부분들은 직접 가서 체험하고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아쉬운 점은 너무 다양한 버라이어티를 추구하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마치 바닷가의 모래를 손에 쥔 느낌이라고나 할까, 손에서 스르르 빠져 나가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여행 초보자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본 곳들에 대해서는 깊이가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같이 실린 사진들도 아무래도 전문작가가 아닌 지은이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보니 퀄러티가 많이 떨어지는 점도 못내 아쉬운 점 중의 하나였다.

여행에 대해 영어 표현 중에 “Been there, done that”이라는 표현이 있다. 거기 가서, 그거 했다 정도가 되겠다. <대한민국 직딩 틈나는 대로 떠나라>는 아직 그러지 못한 이들을 위한 이들을 위한 멋진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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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사토 다카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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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책을 서점에서 골라 들거나 혹은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클릭을 한 대부분의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표지의 일러스트였을 것이다. 빨간 자전거를 탄 소년과 그 뒤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뒷좌석의 안장을 잡고 가는 소녀의 모습은 허공에 휘날리는 한송이 꽃잎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그야말로 멋진 한 폭의 수채화가 탄생했다.

이 일러스트에 보이는 두 캐릭터가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설 <서머타임>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 중에 고이치와 가나다. 또 다른 주인공 슌은 가나의 남동생이다. 일본 출신 작가인 사토 다카코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열한살에서 열아홉살까지의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글이다. 그리고 <사계(四季)의 피아니스트>라는 부제답게 소설의 메인 테마에는 조지 거슈인의 <서머타임(Summertime>이 그리고 맹인 재즈 피아니스트 조지 셰어링의 <9월의 비(September in the Rain)>가 내내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여름, 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사계절에 따라 화자들이 슌에서, 가나로, 고이치로 다시 가나로 돌아가 끝맺음을 한다. 사실 글 가운데 시간의 흐름은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들의 시선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고,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묘하게 서로 상화작용을 통해, 물음표로 채워진 공간들을 보충해 주면서 전진한다. 이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연대기적 구성에서 탈피한 구성은 우리가 궁금해 하는 여백들을 채워 주면서 이야기 전개에 감칠맛을 내주는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한다.

이제는 어느덧 일본 소설 혹은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소품으로 등장한 자전거는 이들 삼총사에게는 도전이자, 궁극적으로는 화개를 위한 매개체로 사용된다. 확실히 책 표지에서 보여주는 시각적 이미지가(빨간 자전거) 엄청나다. 그리고 슌-가나-고이치는 모두 피아노라는 두 번째 소설적 장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여져 있다. 피아노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 간절하게 피아노를 치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 그리고 그 때문에 피아노를 치게 되는 사람. 아, 그리고 부수적으로 피아노를 통해 밥벌이를 하는 사람도 두 명이나 등장을 한다.

작가가 최대한 어린 아이들의 시선에서 사건들을 보고 쫓다 보니, 자연스레 솔직한 표현들도 나온다. 어린 슌이, 고이치가 연주하는 조지 거슈인의 <서머타임>을 듣고서 당시엔 재즈가 뭔지도 모르고서 마냥 좋아하게 되었다는 고백에서는 그런 디테일이 느껴졌다. 아버지를 잃고, 시니컬하게 변해 버린 고이치와 그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새아버지 후보 간의 갈등은 새삼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비어 버린 아버지의 자리에 그 누가 다시 새로운 오이디푸스를 채워 넣으려 하겠는가. 지나가는 농담처럼 집에 남자 한 명이면 된다고 했던가.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어쩌면 독자들이 원하는 결론을 보여 주고서, 에필로그 식으로 나머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재미는 마치 한 편의 순수한 동심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처럼 꿈결 같은 책읽기의 시간이 지나가 버린 가운데, 조지 거슈인이 작곡을 하고 마일스 데이비스와 빌 에번스가 연주하는 <서머타임>을 들으며 그렇게 이 무더운 여름날은 느릿느릿 전진하고 있었다.

[뱀다리]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조지 거슈인이 작곡한 <서머타임>의 커버 버전이 무려 2,700곡이나 존재한다고 한다. 영화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부른 곡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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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버드 - 그 사람의 1%가 숨겨진 99%의 진심을 폭로한다면
피에르 아술린 지음, 이효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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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전기 작가 피에르 아술린이 쓴 7명의 인물들에 대한 찰나의 미학을 다룬 <로즈버드>를 읽었다. 읽기 전에,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에 나오는 그 ‘로즈버드’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밝혀 주었다. 그리고 후기에서는 다시 한 번 ‘멀티바이오그래피’(multi-biography)라고 이 책의 성격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우리는 보통 전기(바이오그래피)를 읽을 때, 한 사람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보통 평전 스타일의 책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피에르 아술린은 특이하게도 모두 해서 7명의 저명한 예술가, 작가, 저항운동가, 명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가 말하는 대로,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은 어쩌면 그런 찰나적인 순간포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들과는 상이하게 다른.

첫 번째 이야기는 20세기 초반 영국의 문호라는 호칭을 받던 러디어드 키플링과 그의 외아들 존 키플링과의 애증의 관계로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 조국에 대한 의무와 남자로서의 명예를 가르쳐온 키플링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애국주의에 호소하며 참전을 요구하는 글들을 잇달아 발표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은 지독한 근시로 인해 징병관에게 퇴짜를 맞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위대한 아버지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들의 관계 가운데, 필연적으로 벌어지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의 조우가 기다린다.

세기의 시선으로, 외눈박이 렌즈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의 지평을 열어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과 저자와의 관계는 좀 더 친밀하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실제적 체험만큼 책을 읽는 이들에게 호소력 깊게 다가오는 부분도 없을 것 같다. 부다페스트의 미술관에 홀로 앉아, 고야의 그림을 바라보며 마음의 데생을 하고 있는 사진의 대가는 과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을까. 보고서도 보지 못하고, 사진을 찍고서도 사진을 보지 못하는 운명의 장난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는 이야기는 역시 1981년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바로 레이디 다이애나의 에피소드다. 프랑스 특파원 자격으로 현장에서 이 결혼식을 직접 목격한 생생한 현장담을 피에르 아술린은 솔직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천년왕실의 황태자비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결혼식을 치렀지만, 과연 그녀는 살아생전에 그 결혼식에서 기대했던 것만큼의 행복을 누렸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이 책 <로즈버드>에서 가장 읽고 싶었던 <장 물랭의 스카프>야말로 백미(白眉)였다. 프랑스 공화국의 나치 독일의 탱크 아래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던, 1940년 6월 최연소 도지사로써 저항의 시작이자 그 상징이 된 장 물랭. 국가수반들도 모두가 항복하고 점령군에게 협력하는 마당에, 그는 일개 도지사로 분연히 나치 독일군에게 협력을 거부하고 스스로 명예를 지키기 위해 감금 상태에서 극한의 저항방법을 선택한다.

적군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난 그는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신화가 된다. “그는 레지스탕스 그 자체”였다는 작가의 선언만큼 더 적절한 표현도 없을 것 같다. 비록 고뇌 끝에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 나치의 요구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에 대한 근거 없는 모함만큼이나 오히려 그의 신화를 전설로 만들어 주었다. 장 물랭은 이 시대의 진정 행동하는 양심이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전형이다.

찰나의 미학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평가받을만하다. 하지만 너무나 그 찰나에 집착한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독자들 스스로 찾아야하는 불편함이 배어 있다. 장 물랭의 경우에도 그의 장렬한 최후에 대해서 언급이 될 줄 알았지만, 1940년 6월의 사건들에만 치중할 뿐이었다. 그리고 프랑스 작가들의 글에서 보이는 현학적인 표현들은,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체화를 어렵게 한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관계들의 나열도, 우리가 아닌 객체로 부유하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타인의 전기를 읽는 것은 어쩌면 모르고 있는 사실들을 알기 위해 떠나는 여로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피에르 아술린의 <로즈버드>는 예의 찰나적인 아름다운 아우라를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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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 와세다 대학 탐험부 특명 프로젝트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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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 마지않던 다카노 히데유키의 작가 데뷔작이라는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서>를 읽었다. 이미 읽고 있던 책들이 있었지만, 그런걸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살다 보면 스케줄 변경은 다반사이지 않은가 말이다. 알라딘에서 받은 적립금으로 출간이 되기도 전에 주문을 날렸다. 그리고 책을 받자마자 그야말로 익지도 않은 생쌀을 씹듯 그렇게 허겁지겁 다카노가 풀어내는 환상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어쩌면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는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일본 와세다 대학교의 탐험동아리에서 시작된다. 동아리 모임에서 충동적으로 읊어낸 콩고 드래곤 프로젝트(Congo Dragon Project:CDP)가 다카노 히데유키의 노력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다. 다양한 군상의 캐릭터들이 탐험대에 모여 들면서, 모양새가 갖추어지자 탐험에 필요한 기자재 등을 협찬(?) 받으면서, 콩코 텔레호(Lake Tele)에 출몰한다는 괴수 모켈레 무벰베를 찾기 위한 괴짜들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당시 일본과 국교가 없던 콩고에 들어가는데 어찌 아무런 에피소드가 없겠는가. 콩고 정부에 공식적으로 탐험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고,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는 과정 가운데 그들의 뜨거운 열정들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아, 역시 젊음이란 이래서 좋은 걸까. 이십대 초반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들이 세운 계획들을 밀어붙이는 그들의 모습과, 취업이라는 지상명제와 싸우고 있는 우리네 대학생들의 그것이 씁쓰름하게 교차되고 있었다.

모두 해서 9명의 동아리 CDP 멤버에 두 명의 사회인 멤버들까지 총 11명(피그미족 사진을 찍으러 간 스즈키 씨 제외)은 마침내 콩고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 목적지 콩고의 텔레호를 향해 출발한다. 물론 목적지까지 가는 데만도 숱한 어려움과 험난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는걸 불문가지다. 어렵사리 배운 링갈라어와 프랑스어는 탐험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히데유키의 다른 책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에도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조하시도록.

수생생물 무멤베를 찾기 위해 최심첨단 장비들로 무장한 일단의 일본인 그룹은 마침내 역경 끝에 텔레호에 도착을 해서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무벰베를 찾기 위한 24시간 감시체제를 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40여일이 지나도록 무벰베의 모습을 볼 수가 없고 식량이 떨어져서, 야생동물 동물들을 사냥해서 먹고 사는 본말전도의 서바이벌 게임에 돌입하게 된다. 게다가 말라리아에 걸린 멤버들이 속출하고, 가이드들은 반항하고 식량을 삥땅치고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이 책의 상당부분은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지만, 탐험대의 리더 다카노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탐험대원들 하나하나를 생각해야 하는 리더로서의 고독한 위치에서, 얼토당토않게 콩고의 정글 속에서 원시시대로 돌아가 원숭이와 호수의 물고기들 심지어는 고릴라까지 잡아먹게 되는 그런 상황 가운데 그의 고뇌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위기들은 히데유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뭐 어떻게든 되겠지~로 극복해낸다.

자, 이쯤에서 그들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들이 정말 콩고에 가서 찾고자 했던 “모켈레 무벰베”였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사실 괴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니었을까? 이십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앞으로 그들이 속해 살아가게 될 정형화된 사회에서 평생에 다시없을 기회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이역만리 콩고에까지 갔었던 게 아닐까 하고 내 멋대로 추측해 본다.

자신들의 목표가 무산되자 그들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텔레호 주변의 자연을 촬영하고 기록한다. 그리고 다시 보아 마을로 돌아와, 장로 보베와의 모켈레 무벰베를 찾지 위한 마지막 노력은 그야말로 두 사람의 선문답처럼 들린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모하다고 웃으면서 넘길만한 주제를 가지고 이토록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추진했던 팀의 리더 다카노 히데유키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다카노 히데유키의 “모켈레 무벰베”(콩고 말로 무지개라고 했던가)를 찾는 탐험이 계속되길 기원해 본다.


※ 내가 찾은 오탈자
1. 게속 → 계속 (129페이지)
2. 전염 → 전념 (257페이지)
3. 맥시코 → 멕시코 (25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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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순자 - 쓰면 뱉고, 달면 삼켜라
류예 지음, 양성희 옮김 / 미래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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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다양한 중국 고전을 읽으면서 중국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열국지로 시작을 해서, 초한지 그리고 모든 이가 읽는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고전들은 어린 나에게 세상의 모든 삼라만상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중에서도 중국 역대 왕조의 기본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은 유가사상은 공자와 맹자를 거쳐 순자에 이르면서 그 완성을 이뤘다고 한다. 이 책 <헬로우, 순자>에서는 순자가 살던 전국시대 말엽 그야말로 갖가지 사상들이 난립하던 백가쟁명의 시기에 다양한 군상들의 생존에 대한 처세술을 모두 40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담고 있다.

책 표지에 나오는 대로 “쓰면 삼키고, 달면 뱉어라”는 말처럼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순자의 사상을 대변해 주는 말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순자는 궁극적으로 그가 이상적인 인격의 완성체로 생각하고 있는 군자(君子)로서의 삶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배움에 있어서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사치하지 말고 검소해야 할 것을, 모든 사람들을 대하는데 있는 외모가 아닌 인격으로 판단할 것을 주문하며 그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소소한 일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순자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이 바로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에 비교되는 성악설(性惡說)이다. 인간은 모름지기 태어나면서 선한 품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악하다는 것이 이 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하지만 <헬로우, 순자>에서는 어쩌면 조금은 왜곡되어 전해지고 있는 순자의 사상에 대해서 날카로운 메스를 가한다. 순자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악하다는 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순자의 성악(性惡)은 인간의 생리적이면서도 심리적인 욕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달아 악에서 벗어나 선으로 돌아올 것을 훈계하고 있는 것이다. 성선설과의 대비에 있어서도, 상대적인 개념이 아닌 서로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말을 많이 하면 실수가 많다는 권학(勸學) 편에 나오는 “언유소화야(言有召禍也)”는 어제 영역회의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기도 하다. 영업특판팀의 부장이 어찌나 말을 많이 하던지(그것도 거의 불필요한 이야기로) 동석한 내내 힘이 들었다. 그리고 주의 깊게 들어 보니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수하기 쉽고,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많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성악설에 대한 깨달음과 더불어 수신(修身) 편에 나오는 마음의 움직임이 몸의 움직임만 못하다는 행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배울 수가 있었다. 듣는 것이 보는 것만 못하고, 보는 것이 배움만 못하며, 배우는 것이 실천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만 못하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가 아니겠는가. 책을 통해서 배우고 깨달았다면, 우리의 실생활에 적용을 하는 과정 또한 배움의 과정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배우게 됐다.

책의 편집에 있어서는, 우선 원문과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을 하고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첫 부분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두 번째 부분에서는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다룸으로써 균형 잡힌 구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겉표지의 순자와 진짜 책 표지의 순자와는 다른 일러스트를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딱딱한 모습이 아닌 좀 더 친근한 접근을 시도하는 모습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2,000년 전의 순자의 사상들과 처세에 대한 가르침들이 어쩌면 그렇게 예전의 난세에 비유할 만큼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오늘날에도 그렇게 꼭 들어맞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 내가 찾은 오탈자
1. 기원전 -> 기원후 (103페이지)
2. 韋 -> 衛 (119페이지)
3. 침작 -> 침착 (16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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