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이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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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불명의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은 정사(情死)로 끝난다. 어쩌면 해피엔딩보다 비극이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지은이 이철이 쓴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의 대부분은 바로 그런 비극으로 끝난다. 그래서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의 시대 및 공간적 배경은 일제의 식민 치하의 한국, 더 협의적인 개념으로 다룬다면 경성, 다시 말해 지금의 서울이다. 개화시기 서구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자유연애라는 개념이 없던 조선에 새로운 연애풍속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연애라는 말조차 선교사들이 영어인 “LOVE"를 한자화시킨 거라고 했던가.

연애란 모름지기 짝이 맞아야 하는 법. 조선시대 성리학적 개념에서 여자보다 항상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던 남자들의 권위에 대항해서 새로운 교육과 사상으로 무장한 신여성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남녀 간의 평등권에 입각한 다양한 연애사가 등장하게 된다. 그 중에서 작가는 당시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1가지의 이야기들을 4부로 나눠서 소개한다.

“남녀상열지사”라 해서 개인의 연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배척되고 있던 시기에 신여성들의 등장은 그야말로 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자유연애는 물론이고,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이혼은 남성지배사회에서 죄악시되고 있었다. 게다가 빈부의 격차, 신분지위의 고하, 조국의 해방을 위한 사회주의 운동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들이 겹치면서 이들의 연애사는 개인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당시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던 제 문제들의 분출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은 초기 유행처럼 번지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연인들의 정사(情死)로 시작을 해서, 낭만적인 연애사건, 색다른 연애사건에 이어 혁명적 연애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당시의 여성들은 조혼이라는 시대적 풍습 때문에,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가문의 결정에 의해 일찌감치 출가를 하게 되고, 평생을 지아비의 경제력에 의존해서 살게 되면서, 자아의 정체성 확립이나 경제적 독립 같은 명제들은 그들에게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었을 것이다.

러기 위해 9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허정숙은 언론매체를 통해 남자들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외쳤지만, 정작 자신은 경제적으로 윤택했던 아버지의 도움을 받고 있었던 것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었나 보다. 신식교육을 받고, 여성해방운동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당시 여성들의 삶은 경제사회적 조건 때문에 전통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소설가로 꼽히는 김명순의 경우에는 악의에 찬 김동인의 모델 소설이었던 <김연실전>과 지은이 이철이 사이비 사회주의자(177페이지)라는 극언까지 동원을 했던 김기진의 근거 없는 신랄한 비판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소위 지식인이라고 자부하고 있던 이들까지도 여성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 가운데 여성들의 자유연애에는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 중의 하나는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죽어라고 외우던 <폐허>, <백조> 그리고 <문장> 같은 유수한 잡지에 직접 참가한 이들의 이름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점이었고, 그 책들에 어떠어떠한 글들이 실렸었는지(이 책에 의하면 주로 가십들?) 알게 되면서 아! 그랬었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뭍 이야기 중에서 타인의 연애 이야기가 가장 재밌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그렇게 드라마 팬들이 많은 게 아닐까? 근 100여 년 전 소위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시기를 휩쓸었던 연애사건들을 되짚어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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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경영수업 - 켄 블랜차드가 최고의 비즈니스 멘토들에게 배웠던 모든 것
켄 블랜차드.돈 허트슨.이던 윌리스 지음, 윤동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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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만 두 번째로 읽은 성공철학/자기계발서 유의 책이다. 마침 직장을 옮기게 되어서 무언가 동기부여가 절실하게 필요하던 차에 랜덤하우스에서 출간된 켄 블랜차드와 돈 허트슨 공저의 <1분 경영수업>은 요즘처럼 폭염에 시달리는 어느 직장인에게 한줄기 소나기같이 다가왔다.

인생에서 누구나 다 성공을 원할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실패한 삶을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란다고 해서,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의 열매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자, 그렇다면 그 성공의 길에 서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물론 어느 비즈니스 모델이 다 천편일률적으로 적용이 되는 건 아니겠지만, 성공에 수반하는 패턴이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 <1분 경영수업>의 주인공 주드 매컬리를 통해 그 성공담을 풀어 나간다. 나중에 이 책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그는 바로 저자들의 자화상이다.

어려서 친구들과 어울리던 주드는 치명적인 실수로 오점을 남길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자신을 믿어 주는 미식축구 코치님과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미래의 성공의 발판이 되는 비법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바로 삶 가운데 배우는 지혜들을 기록하는 ‘1분 지혜’ 노트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더 길 필요도 없다, 언제나 중요한 것들은 간결하다.

대학을 졸업하게 된 주인공 주드는 우연한 기회에 세일즈 포럼에서 저명한 연사 더크 가드너를 만나 자신이 일생 동안 걸어갈 길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첫 번째 멘토로 삼아 성공의 디딤돌을 마련하게 된다. 여느 성공하는 이들처럼, 미래에 대한 뚜렷한 확신과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근원으로 삼아 사회에 내딛게 되는 주인공 주드. 더크 가드너를 사장으로 모시게 되고, 그 인연으로 평생의 반려자가 될 아내 테리와도 만나게 된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이 쌓은 내공(독서를 통해 얻는 지식)과 만남을 통한 관계에 의해 자신의 미래상이 정해진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어쩌면 이 부분은 우리가 어려서 학창시절에 부모님들과 선생님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말들과 엇비슷하지 않은가.

그 후 자신의 평생의 멘토로 모시게 되는 “대단한” 찰스 존스와의 만나게 된다. 이후에도 이들의 만남은 주드와 테리가 세우게 되는 회사의 설립과 경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단한” 찰스는 역시 대단한 사람답게 다양한 방법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적시적소에 맞는 조언들을 통해 주드와 테리에게, 나아가서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주드와 테리가 세운 회사는 여느 회사처럼 재정위기도 겪고, 인사로 인한 조직의 위기도 겪는다. 그 때마다 주변의 지인들과 멘토들로부터 조언을 받으면서 슬기롭게 위기들을 돌파해 나간다. 성공하는 이들은 또한 타인의 이야기도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회사가 잘 나가기 시작하면서, 원래의 취지였던 사람 중심의 일할 맛나는 경영이 아니라 오로지 수익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재정위기는 물론이고 조직의 위기에 설상가상으로 가정의 위기까지 불러일으키게 된다. 멘토가 경고했던 바로 그 아집(我執)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주드의 ‘대단한’ 멘토는 아집에서 빠져나와, 설립초기에 가졌던 사람 중심의, 관계 중심의 경영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한다. 위기는 곧 기회이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은 바로 그 지속적인 성공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 <1분 경영수업>에는 정말 회사를 경영하고자 하는 이들이 반드시 새겨 두어야 할 주옥 같은 명언들로 가득 차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대로 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성공 매뉴얼”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안다고 해서 누구나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리더로서의 명확한 지휘와 그에 따른 확고한 결심이 선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모든 기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수익에 대해 “1분 지혜”의 글을 빌면서, 부족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수익이란, 고객을 잘 관리하고 직원들을 잘 대우해준 대가로 받게 되는 박수갈채다.” (1분 경영수업, 1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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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원리 - 스마트버전
차동엽 지음, 김복태 그림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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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최고만이 살아남게 되어가고 있는, 마치 정글에서나 통용될 법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을 치는 최근 세태에 그야말로 수도 없이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흔하디흔한 자기계발서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 막 읽은 차동엽 박사신부님(개인적으로 난 이 호칭을 쓰고 싶다)의 <무지개 원리: 스마트 버전>은 형식에서나 그 내용에서 다른 차원의 이야기들을 우리들에게 제공해 주고 있다.

다년간의 글쓰기와 수많은 강연을 통해 다져진 내공으로 차 박사신부님은 우리에게 일곱 색깔 오색영롱한 무지갯빛 삶의 원리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저자는 역시 공학도 출신답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전개를 하고 있다. 우선 논리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지성파 좌뇌와 감성적이면서도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우뇌, 이 두 부분의 합산이라고 할 수 있는 뇌량에 근거해서 습관적인 ‘거듭’을 통해 전인적 인격화의 방법론을 서두에서 제시해 준다.

이것 또한 지난 수천 년 동안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자녀들을 가르치는 교본으로 삼아온 <탈무드>에서 발췌한 ‘셰마 이스라엘’ 즉 다시 말해, 마음과 목숨 그리고 힘을 다하라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살면서 아무리 어떤 고통과 환난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이렇게 가볍게 워밍업을 한 다음, 드디어 본격적인 무지개 원리를 배우고 익히는 단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매일 매일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에 휩싸여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얼마나 유용한 정보들을 그 가운데서 섭취하는가는 바로 자신 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런 유용한 정보들을 판단할 수 있는 지성계발을 하기 위해 우리는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극적인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 첫 번째 무지개 원리는 긍정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물론 그 방법론적 접근을 위해서는 두 번째 원리의 지혜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도 필연적이다.

차 박사신부님은 또한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파하고 있다. 바로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꿈을 품으라는 것이다. 그 꿈의 유무가 앞날의 성공을 판가름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 원리인 미래에 대한 꿈을 품으라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꿈을 품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가? 이것은 다시 순환적인 과정을 거쳐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돌아간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들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것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라는 것이다(네 번째 무지개 원리 성취를 믿으라).

다음의 다섯 번째 원리와 여섯 번째 원리는 ‘말을 다스리라’와 ‘습관을 길들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한다면 말에 권세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것을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는 순간, 그 말은 상호연관작용을 통해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물론, 긍정과 승리의 힘으로 말이다. 습관을 길들이라는 명제는 바로 이런 원리들에 대한 방법론을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것들이라도 우리의 몸에 익숙하게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셰마 이스라엘’에서 말하는 대로 거듭 거듭해서 함으로써 체화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차 박사신부님은 <21의 법칙>이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보여준다. 사람들이 어떤 것이 생물학적으로 몸과 뇌에 익숙하게 되기까지는 21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자, 이제 마지막 7번째 원리만을 남겨 두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푸시킨이 자신의 그 유명한 시에서도 말했다시피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경험해야 하는 실패와 고난들도 훗날의 성취를 위해서 반드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역시 신부님답게 성경에 나오는 많은 예화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자신이 제시한 논리들과 원리들에 대해 든든한 배경으로 삼고 있는 점들을 볼 수가 있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배운 <무지개 원리>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고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삶의 만병통치약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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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 - 미국 산 육류의 정체와 치명적 위험에 대한 충격 고발서
게일 A 아이스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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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동안 미국에 살면서 버거킹에서 파는 99센트짜리 햄버거를 즐겨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도 우리나라 버거킹에서도 와퍼 세트 메뉴가 4500원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값싼 햄버거를 먹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싼 햄버거를 매장에서 팔수가 있는 거지?’ 바로 오늘 읽은 게일 A. 아이스니츠의 르포르타주인 <도살장>을 통해 그 진실을 알 수가 있었다.

작가는 미국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대형도축업체인 카플란 인더스트리에서 장장 20여년에 걸친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다. 가뜩이나 풍성한 식탁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그 수많은 붉은 살코기들이 어디서 올까? 농장에서 길러진 소, 돼지 그리고 닭들이 도축업체를 통해 제품화되어져서 몇 단계의 유통단계를 거쳐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고 생각하는 게 정답일 것이다.

자, 그럼 다음의 질문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자. 그럼 그 도축되어지는 동물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안전한 위생관리를 통해 도축이 되고, 포장이 되는가. 바로 여기에 작가 게일 A. 아이스니츠 여사의 핵심적인 질문이 존재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렇지 않다고 작가는 선언한다. 그 사실은 카플란 인더스트리나 존 모렐 앤 컴퍼니와 같이 미국 도축업체를 대표하는 초대형기업들의 현실에서 바로 들어나게 된다. 수많은 수의 직원들, 검사관들 그리고 수의사들의 양심선언에 의해 우리는 진실로 나가는 어려운 발걸음을 시작한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1958년에 통과된 <자비로운 도살법>에 의해, 가금류를 제외한 소, 돼지, 양 그리고 말과 같은 식육으로 사용되어지는 동물들은 도살 및 가공 처리에 앞서 전기 충격기나 노커(강철못 발사기: 영화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예의 킬러가 살인무기로 사용하던 바로 그 장치!)를 통해 의식을 잃게(죽이게) 하게끔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의 상황에서 죽지 못한 동물들이 산 채로 사지가 절단되고, 온갖 학대를 당하면서 가죽을 벗겨지면서 그렇게 잔혹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보다 더한 사실은 너무나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 오로지 기업의 이윤추구만을 외쳐대는 작업 현장의 실무책임자들은 작업반원들에게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강요를 해대면서 오직 신속하게 작업라인을 돌려서 끝도 없이 밀려오는 동물들을 도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미연방법을 위반하는 상황들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할 연방 식육 검사관과 수의사들마저 기업과의 매우 긴밀한 유착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이 수수방관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상황에 더해 온갖 동물들의 배설물, 사체조각들, 가죽, 기생충, 구더기, 바퀴벌레들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화장실에 가지 못한 직원들이 용변물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으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이 열거되고 있었다. 결국 내가 그렇게 싼 값에 맛있게 먹었던 햄버거의 정체는 이런 전근대적이면서도 반동물적인 노예시스템 하에서 저렴한 값에 생산된 식육이었던 것이다.

주로 햄버거 패티에 들어간다는 소머리 살도, 그렇게 도살당한 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결한 작업장 바닥에서 굴러다니던 소머리에서 그라인더로 갈아져서 패스트푸드 체인점으로 직행하곤 했다는 사실 앞에선 정말 다시는 햄버거를 입에도 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미국 농무부가 198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도축업체와 식육가공업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오면서 미국 내에서 리스테리아(Listeria)와 치명적인 O157:H7 대장균과 같은 박테리아로 인해 발병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심지어 죽음까지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정부 단체가, 자신의 본연의 임무 대신 기업의 이윤추구만을 묵과하면서 벌어진 참으로 불행한 사태인 것이다.

작가 게일 A. 아이스니츠는 이런 사실을 정부와 언론에 알리고자, 숱한 스트레스에 싸우다가 결국 자신이 암에 걸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 책 <도살장>을 써냈고,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결국 미국 농무부로 대변되는 정부와 카플란-모렐 사로 대변되는 이익단체들의 정경유착을 통해, 무고한 소비자들의 건강을 볼모로 해서 이런 엄청난 집단사기극이 발생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은, 결국 어느 정부도 우리의 건강을 지켜 주지 못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비자 주권의식을 각성해야 한다는 자명한 사실이었다. 어느 위정자가 언급한대로 그렇게 ‘미국의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의 정체를 알고 싶다면 바로 읽어야 할 책이 이 <도살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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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완전개정판 2008-2009 알짜배기 세계여행
김현호 외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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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어언 10여전에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고, 배낭여행이라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아마 그 때부터 유럽에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03년, 2007년에 유럽에 다녀왔습니다. 호주-홍콩-일본 등지를 여행하면서 조금이라도 ‘많이 보자’가 아니라 하나를 보더라도 ‘제대로 보자’라고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유럽여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사고를 가지고 여행을 했어도, 가본 곳 중에서도 못 본 곳이 많았죠.

알짜배기 세계여행 시리즈 유럽 편을 보면서 우선적으로 먼저 가본 곳들을 펼쳐 보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파리, 니스, 모나코, 이태리 로마, 나폴리, 카프리섬, 독일의 뮌헨과 베를린,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잘츠부르크 그리고 할슈타트를 집중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아, 여기서 이런저런 볼거리들을 놓쳤었구나 하면서 복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먼저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을 합니다. 먼저 여행일정에서부터 시작을 해서, 경비 산정, 철도패스 그리고 여행에 필요한 증명서들과 같은 꼭 필요한 정보들로 여행객들을 위한 워크샵을 진행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 후에, 각 나라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에 들어갑니다.

우선 각국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로부터 시작해서, 시내 투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상세지도와 교통편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 본격적인 관광을 하는데 필수적인 볼거리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져 있어서, 여행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찬 정보로는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여러 도시들의 숙박과 맛집 소개가 말미에 소개되어 있어서 좀 더 계획적인 여행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 보면,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음식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보통 햄버거나 케밥 같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음식들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나라 공휴일들에 대한 정보도 담고 있는데, 베를린에 갔을 적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일인 것을 몰라서 고생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 나라 말로 간단한 인사말과 숫자들을 좌우의 여백을 이용해서 소개한 부분이었습니다. 그 나라 말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일단 그 나라 말로 인사를 하고 영어로 길을 물어 보면 대개의 경우에 친절하게 알려준 기억이 났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길을 잃고 어느 할아버지에게 (영어로) 길을 물었더니, 영어를 못하시는지 바로 저희를 그곳까지 데려다 주시는 친절도 베풀어 주셨습니다. 낯설고 물 설은 나그네들에게 그런 친절은 정말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죠.

아무래도 동유럽의 나라들의 경우에는 정보가 부족한 때문인지 프랑스-영국-이탈리아 같은 나라에 비하면 소개와 정보들이 부족한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각국의 지명 표기에 있어 약간의 오류가 있는데 좀 더 정확하게 표기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366페이지에 나온 ‘아트낭 푸슐하임’이 아니라 ‘아트낭 푸허하임’이 맞는 표기입니다.

아직도 못가본 곳이 많아서 다음번에는 네덜란드-스위스 그리고 스페인 쪽을 돌아보려고 하는데, 이 “알짜배기 세계여행 시리즈” 유럽 편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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