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인력(중력)으로 인해 물체는 가속되며 지구로 떨어진다. 지구 표면에서 중력으로 인한 가속도는 잘 알려져 있듯이 9.8 m/s^2이다(이 중력가속도를 g라는 문자로 종종 나타낸다). 가속도는 속도(m/s)의 1초당 변화율이므로 단위가 m/s/s 즉, m/s^2이다. 이 가속도는 32 피트/s^2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1 피트가 약 0.3 m이므로 32피트는 거의 9.8 m와 같다.) 책 214페이지에서는 갈릴레이가 경사면 실험을 통해 "'1초의 제곱당 32피트'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정지해 있던 물체가 일정한 가속도로 가속될 때, 물체가 운동하는 거리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물체가 정지해 있다가 자유 낙하할 때 이동한 거리 s는 다음의 식을 만족한다: s = (1/2)gt^2. g는 중력가속도이고 t는 초(s)로 잰 시간이다. 식 앞의 1/2은 속도가 일정하게 증가하며 운동(등가속 운동) 하기 때문에 들어간 것이다.


그럼 물체가 정지해 있다가 자유낙하할 때 처음 1초에 떨어진 거리는 얼마인가? (1/2)(9.8 m/s^2)(1 s)^2 = 4.9 m이다. 또는 16 피트이다. 이걸 염두에 두고 다음을 읽어보자.


  뉴턴은 상호 인력이 행성들 사이의 거리에 따라 작용한다는 케플러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는 그 힘이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이론을 만들어 냈다. 지구 반경의 60배 거리에 있는 달의 경우, 지구 인력의 크기는 그 인력의 1/60^2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갈릴레이가 초당 32피트라고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는 32/60^2, 즉 초당 0.0088피트(0.00268미터)의 비율로 달을 관성 경로로부터 공간상으로 잡아당긴다. 달의 경로를 초 단위로 재면 뉴턴이 옳았음이 입증된다. (239 페이지)


위의 글은 달이 1초에 얼마나 지구로 떨어지는지를 추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달의 위치에서는 지구 표면에서보다 인력이 1/60^2 = 1/3600이므로, 1초에 떨어지는 거리는 16피트/3600, 즉 0.0044 피트(0.14 센티미터)가 된다. 위의 문장은 등가속운동으로 인한 1/2을 누락해서 값을 2배로 잘못 나타냈다. 사실 원문을 찾아보면 0.0044 피트로 제대로 나오는데, 역자는 저자가 오류를 저질렀다고 생각해서 고치려다가 원문에는 없는 오류를 냈다[*].


제임스 버크의 글은 문화사적, 과학사적 의의를 잘 짚어주는데, 가끔씩 과학적 설명이 부족하거나 너무 어렵게 쓰여져 있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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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에서는 제곱을 나타내는 위 첨자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60^2이 아니라 그냥 602로 인쇄되는 오류가 나온다. 원문: Newton agreed with Kepler that the mutual attraction operated in relation to the distance between the planetary bodies. He theorised that the force would work at a ratio inversely proportional to their separation. In the case of the moon, at a distance of sixty times the earth’s radius, the strength of the attraction of the earth should be 1/602 of the attraction, which Galileo had shown to be 16 feet per second. The earth should therefore be attracting the moon away from her inertial path out into space at a rate of 16/602, or 0.0044 feet per second. Examination of the moon’s path second by second showed Newton to be right. (원서 p. 160) 다음처럼 번역한다면? 뉴턴은 상호 인력이 천체 사이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케플러의 의견에 동의했다. 뉴턴은 이 인력이 둘 사이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추론했다. 달은 지구 반지름의 60배 거리에 있으므로 달이 느끼는 지구 인력은 지구 표면에서 인력의 1/60^2이 되어야 했다. 갈릴레이는 지구 표면에서 물체가 1초에 16피트(4.9미터) 떨어진다는 것을 보였으므로, 이는 관성에 의해 궤도의 접선방향으로 달아나려는 달을 지구가 1초에 16/60^2 피트, 즉 0.0044피트(0.14센티미터)씩 잡아당김을 의미했다. 달의 궤도 관측은 뉴턴이 옳았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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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이론에 대해 연구하는 스웨덴의 이론물리학자 울프 다니엘손Ulf Danielsson의 260페이지 짜리 얇은 책이 번역됐다. 띠지에 "하나의 유령이 온 과학을 떠돌고 있다. 플라톤주의라는 유령이."라는 문구는 공산당선언에 나온 문구를 패러디했다. 그래서 이 책이 뭔가 선언문 같은 느낌을 준다. 자연에 대한 기존 물리학의 관점에 반기를 든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가 이런 관점을 가지기에는 특이한 끈이론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카를로 로벨리를 잇는 또 하나의 스타가 될까? 


본문 일부를 다음에 옮긴다.


  수학은 우주를 다스리지 않는다. 수학은 우리가 우주에서 발견한 것을 기술하는 수단일 뿐이다. 자연법칙도 마찬가지다... 자연법칙은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을 우리 나름대로 요약하는 방법에 불과하다. 생물학적 유기체로서 우리는 자신이 경험하는 것을 최대한 이해하고자 애쓰지만 자연은 자연일 뿐이다.

  모형을 실재와 동일시하는 이러한 오해의 바탕에는 인간의 의식이 세계 자체보다 우월하다는 이원론적 존재론이 깔려 있는데, 여기에는 역사적 뿌리가 있다. 우리는 필멸하는 물질을 다스리는 영원하고도 초월적인 영역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는 한다. 과학이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밝혀냈음에도, 우리는 사실상 종교적 세계관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개념과 비유는 계속해서 우리의 사고를 오염시키고, 물리학은 물질을 지배하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를 상정한 채 아름다운 수학적 법칙을 발견하는 과학을 표방한다. 단순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법론은 많은 경우에 성공을 거두었지만 여기에는 위험도 따른다. 우주가 근본적 의미에서 아름답거나 단순하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22 페이지)


위의 글은 리 스몰린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는 물리학자들도 나름 많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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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문화사, 과학사를 논하는 제임스 버크의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다. 근대의 과학혁명에 대한 부분에서 갈릴레이의 업적을 논하는 부분을 읽고 있는데(5장), 부정확한 기술이 있다.


  갈릴레이가 자신의 몰락을 가져올 24쪽짜리 논문을 쓴 곳이 바로 피렌체였다. 그보다 한 해 전에 그는 리페르헤이라는 네덜란드인이 '보는 도구looker'라는 것을 새로 발명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1611년 가운데 무렵까지 그 보는 도구, 즉 망원경의 배율을 천 배로 높여 사물을 30배나 가깝게 볼 수 있도록 개선했다. (218 페이지, 밑줄 추가)[1]


밑줄 친, 배율이 1,000배가 되면 사물이 30배 가깝게 보인다는 것은 잘못된 설명이다. 본문은 배율의 제곱근에 따라 사물이 가깝게 보이는 것처럼 잘못 기술하고 있다(1,000의 제곱근이 약 30). 하지만 배율은 크기(길이)를 통해 정의되며, 배율이 30배라면 길이가 30배 크게 보이는 것이고 30배 가까운 거리로 사물을 가져오는 것이다[2]. 본문은 배율이 마치 면적으로 정의되는 것처럼 기술했는데(물체를 30배 가까이 가져오면 면적은 1,000배 커진다), 이는 오해이다. 갈릴레이가 사용했고 요즘에도 아마추어들 천문가들이 종종 사용하는 굴절식 천체망원경의 배율은 대개 30~100배 정도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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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문: It was there in Florence that Galileo wrote the twenty-four pages which were to begin his downfall. In the previous year, he had heard of a new 'looker' invented by a Dutchman called Lippershey. By mid-year he had developed it to the point where his looker-telescope would magnify a thousand times and make things appear thirty times closer. (원서 p. 147) 원서에서도 마찬가지의 오류가 보인다(밑줄 친 부분). 한편, 번역문의 오류도 보이는데 "By mid-year"를 1611년 가운데 무렵까지"로 번역한 것이다. 여기서 "By mid-year"는 "그보다 한 해 전"의 중반까지를 말하며 문맥을 보면 "그보다 한 해 전"은 갈릴레이가 피렌체로 간 1610년의 한 해 전인 1609년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번역하는 것이 올바르다: "갈릴레이가 자신의 몰락을 가져올 24쪽짜리 논문을 쓴 곳이 바로 피렌체였다. 1609년에 그는 리페르헤이라는 네덜란드인이 '보는 도구looker'라는 것을 새로 발명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해 중반까지 그 보는 도구, 즉 망원경의 배율을 높여 사물을 30배 가깝게 볼 수 있도록 개선했다."

[2]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배율은 각도를 통해 정의된다. 

[3] 렌즈를 추가해서 배율을 100배 이상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사물의 크기는 그만큼 더 커지지만 망원경의 흔들림에 매우 민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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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3-09-0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절식 천체망원경의 원리: https://brunelleschi.imss.fi.it/esplora/cannocchiale/dswmedia/esplora/eesplora2.html

cyrus 2023-09-04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과학 도서를 읽으면서 발견한 건데,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의 낙하 실험을 했었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갈릴레이가 실제로 피사 사탑에서 실험하지 않았다는 진실이 밝혀진 지 꽤 됐는데도 가끔 그런 내용을 언급한 책이 있어요. ^^;;

blueyonder 2023-09-05 08:59   좋아요 0 | URL
말씀처럼 아직도 잘못된 여러 일화들이 사실처럼 종종 언급되는 것 같습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한겨레> 기자인 이재성이 정치검찰과 언론에 대해 쓴 글을 모았다. 1부 '윤석열과 정치검찰', 2부 '언론과 지식인'으로 구성된 총 176페이지의 비교적 짧은 책이다. 대선이 치러지기 전인 2021년 12월 3일에 발행됐다.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머리말에 있는 글을 다음에 옮겨 놓는다.


  양대 정치세력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일컬을 때 나는 진보와 보수 대신 개혁과 반개혁 또는 리버럴(자유주의)와 권위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리버럴과 권위주의는 정치적 성향과 태도에 관한 것인데, 국민의 자유를 중시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도에 따라 나뉜다. 개혁은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를 포괄하여 소수가 독점하는 제도와 편익을 다수가 향유하는 방향으로 고치는 행위를 말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이데올로그들은 민주당을 진보 또는 좌파라고 공격하지만 민주당은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건 사실이지만 정치세력으로서 진보라고 말하긴 어렵다. 민주당은 민족주의 계열의 우파 정당이었던 한민당의 후예로서 미국의 민주당처럼 정치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면서 경제적으로는 평등의 가치에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수정자본주의 그룹이다. 이에 반헤 국민의힘은 강경한 신자유주의 정당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사망선고를 받았고 거의 모든 선진국이 케인스주의에 따라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당연시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표방하는 강경한 신자유주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일 뿐이다. '작은 정부론'과 공기업 민영화, 복지축소와 승자독식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는 처참히 실패한 이데올로기이며 더는 실현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 미국과 한국의 우파들은 작은 정부를 표방하지만 실제론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국가를 사적 비즈니스의 하위 파트너로 삼는다. 말과 행동이 극적으로 다르지만 보통 사람들은 알아차리기 어려운 트릭이 숨어 있다. (13~14 페이지)


저자는 머리말의 끝부분에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다음 말을 인용한다: "우리가 굴복하지 않는 한 모든 악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현재가 힘든 사람들이 다잡고 버틸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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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세계 정상에 섰다.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이다. 신진서 9단의 응씨배 우승을 축하한다!!


관련기사: https://v.daum.net/v/2023082318285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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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3-08-3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진서 9단 전화 인터뷰: https://v.daum.net/v/20230825000211906

blueyonder 2023-08-3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진서 9단의 또다른 인터뷰: https://v.daum.net/v/2023082415314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