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 번역을 하고 가르치고 공부하며 사는 날들
이상원 지음 / 황소자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번역으로 박사학위를 한 전문번역가의 번역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책. 저자가 원래 러시아어를 전공했는데 영어 번역이 가능한가, 전문분야 없이 번역하는 분야를 공부하며 번역하는 것의 한계는 없는가 등의 의문이 생긴다. 번역가의 애로와 편집자의 역할을 좀 더 잘 알게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Bombing War : Europe, 1939-1945 (Paperback)
Overy, Richard / Penguin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차 세계대전에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전개됐는데, 그 중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이 바로 '전략폭격(strategic bombing)'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에도 그 한 예가 나오는데 일본의 두 도시에 가해진 원자폭탄 투하이다. 일본에서는 단 두 발의 원폭 투하로 인해 약 20만명이 사망했다고 하며, 이 책의 주요 주제인 유럽에서의 전략폭격은 5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았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이 책은 어떻게 이러한 비인간적인 전략을 영미 양국이 실행했는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살펴본다. 


2차대전 초기(1940~41년)에는 독일 공군이 영국 도시들을 폭격했지만, 1943년에 들어서면서 영미 양국 공군은 독일의 영국 폭격을 압도하는 규모로 독일 점령지역과 독일 본토를 무자비하게 폭격했다. 전략폭격은 전선에서의 육군(또는 해군)을 지원하는 전술폭격과 대비되는데, 장거리 폭격기를 이용하여 적국 깊숙이 가서 적의 전쟁수행과 연관된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것'에는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는 민간인들도 포함된다. 영국은 야간폭격을 통해 그냥 도시의 중심부에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퍼부었으며, 미국은 항공기 공장이나 정유 시설 등에 주간폭격을 통해 좀 더 정확히 폭격을 가하려고 했다. 하지만 높은 고도에서 실행되는 전략폭격은 그 정확도가 형편없어서 목표물보다는 그 주변의 민간인에게 더 큰 피해를 입혔다. 


전간기에 영미 양국은 전략폭격의 이론을 가다듬었는데, 전략폭격을 통해 적국의 전쟁수행 의지를 꺾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효과까지 기대했다. 하지만 전략폭격은 결국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저자는 보여준다. 폭격으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지원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었으며, 전쟁은 결국 독일 본토의 직접 침공 및 점령으로 끝이 났다. 영미 양국이 전략폭격에 들인 엄청난 인력과 재원으로 차라리 전술폭격과 기존 전쟁 무기에 투자하여 전쟁을 수행했다면, 실제 발생했던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인명피해 없이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쟁은 결국 전쟁당사자들을 모두 악마화한다. 영국과 미국은 독일과 일본을 악마화했으며 폭격을 당해도 싼 존재로 치부했다. 일본과 독일도 적국에 대해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였다. 결국 전쟁을 일으켰던 독일과 일본은 패배했다. 이 패배의 이면에는 엄청난 인명경시와 민간인 사망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지금도 전쟁은 지속되고 있다. 보통 전쟁을 시작할 때는 금세 끝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전쟁은 결코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언제 세계에서 전쟁이 사라질 수 있을까. 한반도에는 언제 대결이 종식되고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까. 전쟁의 비참함을 알아야만 전쟁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의로운 전쟁이란 없으며 오직 비인간적인 인명의 살상만이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23-08-18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이 도쿄가 아니라 히로시마에 원폭한 이유가 도쿄에는 재래식 융단 폭격으로 히로시미와 나카사키 죽음보다 더 많은 25만명을 이미 죽여서 더 이상 죽일 사람이 없어서 히로시미로 결정했단 얘길 듣고 경악했습니다. ㅠ

blueyonder 2023-08-19 10:05   좋아요 1 | URL
네 소이탄 공격으로 도쿄의 상당 부분이 이미 잿더미가 됐고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이었지요. 저도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ㅠ
 


1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The Bombing War : Europe, 1939-1945 (Paperback)
Overy, Richard / Penguin / 2014년 6월
43,250원 → 35,460원(18%할인) / 마일리지 1,78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2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3년 08월 09일에 저장

폭격의 역사- 끝나지 않는 대량 학살
아라이 신이치 지음, 윤현명.이승혁 옮김 / 어문학사 / 2015년 5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3년 08월 09일에 저장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
자크 파월 지음, 윤태준 옮김 / 오월의봄 / 2017년 4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4년 02월 16일에 저장

항공전의 역사
존 안드레아스 올슨 지음, 강창부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0년 2월
44,000원 → 44,000원(0%할인) / 마일리지 440원(1%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2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4년 02월 16일에 저장



1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번역전쟁 - 말을 상대로 한 보이지 않는 전쟁, 말과 앎 사이의 무한한 가짜 회로를 파헤친다
이희재 지음 / 궁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제 정세와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도발적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모든 사회 현상(문제)의 배후에는 금벌(금권주의자들)이 있다'가 책의 한 문장 요약이다. 읽다 보면 점점 설득이 된다. 그러면서 정말 그런지 더 찾아봐야겠다는 숙제를 안게 된다. '음모론'과의 경계에 좀 걸쳐있다는 의문도 드는데, 이러한 주장 또는 이 반대의 주장(현재 서방과 우리 '주류'의 시각)을 통해 누가 이익을 얻는가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 속 몇 구절을 옮겨 놓는다.


  독일은 세르비아 때문에 1차대전에 말려들었다면 2차대전 때는 폴란드 때문에 전쟁에 말려들었습니다. 주류 역사가들은 독일이 1933년 1월 30일 나치 집권 뒤 1935년 3월 자를란트 귀속, 1936년 3월 라인란트 진주, 1938년 오스트리아 병합, 1938년 9월 체코 주데텐 점령에 이어 1939년 9월 1일 폴란드가 단치히 반환 요구에 불응하자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호전주의의 마각을 드러낼 때까지 영국과 프랑스가 유화책으로 일관하다가 2차대전이라는 된서리를 맞게 되었다고 쓰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자를란트부터 단치히까지 모두 독일이 1차대전 패전으로 외국군에 점령당한 독일 땅이었거나 인위적으로 그어진 국경선으로 인해 타국 영토가 되었지만 절대 다수의 주민이 독일인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113 페이지)

  군산복합체는 2차대전 이후 미국에서 처음 생긴 게 아닙니다. 군산복합체는 국민 절대 다수는 아직도 가난에 허덕이는데 1차대전을 준비하면서 영국 정부의 무기 발주로 떼돈을 벌었던 무기회사의 대주주에 퇴역 장성은 물론 현직 장성도 다수가 포진했던 영국에서 이미 20세기 초에 생겨났습니다. 영국은 전범 독일을 응징한 나라가 아니라 영국과의 전쟁은 피하려 애썼던 독일을 전쟁으로 몰아간 나라입니다. 나토도 세계 자유 진영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을 응징하는 조직이 아니라 세계를 자꾸 불안하게 만들어 군수산업과 보안산업으로 돈을 버는 소수 금벌의 돈벌이를 위해 테러와 전쟁을 유도하는 조직입니다. (119 페이지)

  영국인에게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손꼽히는 윈스턴 처칠은 보어전쟁, 1차대전, 2차대전에 모두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보어전쟁 때는 장교로 참전했고 1차대전 때는 해군장관으로 군비 증강에 앞장섰고 2차대전은 총리로서 전쟁을 이끌었습니다. 처칠은 돈벌이를 위해 전쟁이 필요한 영국 금벌의 이익을 가장 충실히 대변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처칠은 영웅이 아니라 전범입니다. 하지만 진짜 전범은 처칠을 앞세워 영국을 전쟁으로 몰아간 금벌입니다. (120~121 페이지)

  대한민국은 아직 민주공화국이 아닙니다. 개인이 웬만큼 자유를 누리는 민주국일지는 몰라도 공화국은 아닙니다. 한 공동체 안에서 개인이 누리는 자유는 그 공동체가 자위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모래성일 뿐입니다. (219 페이지)

  근대적 의미의 징병제는 프랑스혁명이 낳은 국민군이 보여주듯이 침공의식이 아니라 방어의식의 산물입니다. 옛날 유럽의 왕들은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용병을 뽑아서 약탈전쟁을 하고 그 전리품으로 은행빚을 갚았습니다. 방어 목적이 아니라 수탈과 약탈 목적의 전쟁이었고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모병제였습니다... 약탈전쟁을 벌이는 공격수단이었던 모병제가 약탈전쟁에 맞서는 방어수단이었던 징병제보다 선진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392 페이지)

  군수산업이 굴러가려면 적이 필요합니다. 적의 위협을 강조해야 국방예산을 늘릴 수 있지요. 미소 냉전은 1946년 모스크바의 주러 미국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조지 케넌이 소련의 위협을 강조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국무부에서 경종을 울리면서 미국 대외정책이 급변하여 시작되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

  냉전은 유능하고 성실한 조지 케넌이라는 한 소장 외교관의 애국심에서 우러나온 냉정한 분석이기보다 수백 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떼돈을 벌어온 금벌이 마름의 마름의 손자를 통해 관철된 물욕과 지배욕의 결과가 아닐까요. (471~472 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가 오늘을 어떻게 기록할까. 현재가 힘들수록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 올바로 나아갈 미래를 희망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6월 19일 저녁 7시30분 충북 청주 흥덕성당에서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교구별로 매주 월요일마다 여는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이번이 10번째다. 다음은 배포한 성명서이다[*].


성명서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


보수保守가 지킬 것은 지키자는 쪽이라면, 진보進步는 고칠 것은 고치자는 쪽이다. 보수가 있어서 우리는 가져야 할 것을 가질 수 있고, 진보가 있어서 무엇인가 버리거나 끝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둘 다 좋고, 둘 다 고맙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사람이 사는 세상도 두 날개를 써야 높이 날고 멀리 간다.


1. 지킬 때나 고칠 때나


하지만 ‘보수’라고 다 훌륭하고, ‘진보’라고 다 믿을 만한 것은 아니다. 지킨다는 보수가 지키기 위해 어떤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는지, 고친다는 진보가 고쳐나가기 위해 어떤 십자가를 메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자기 살과 피를 내주는 십자가를 갖지 않는 한 가짜요 허깨비다. 성경은 지키든 고치든 힘없고 가난한 이웃을 염두에 두라고 가르친다. 지켜야 할 것이니 지킨다 하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지 않으면, 고쳐야 할 것이라서 고친다 하더라도 힘없는 사람들에게 득이 되지 않으면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키려거나 고치려는 그것이 자기를 위한 일이라면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욕심 때문에 하느님을 슬프게 해서도, 부서지기 쉬운 사람들은 괴롭게 해서도 안 된다.


하느님은 높은 자를 낮추시고, 낮은 자를 들어 올리는 억강부약의 아버지이시니, ‘있는 나’를 낮추어 ‘없는 남’을 높이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지켜도 고쳐도 그릇됨이 없다. 이런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나라를 보수에게 맡겨도 되고 진보에게 맡겨도 상관이 없다. 그런데 태생이 보수거나 진보인 사람이 있을까?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사안에 따라 보수가 되기도 하고, 진보가 되기도 할 것이다.


2.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된다


눈만 뜨면 대립하고 의심하고 격돌하는 한국사회다. 공동선에 부합하는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다툼이라면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나머지 무조건 반대하거나 무조건 찬성하고 만다. 지역감정에 사로잡혀서, 여태껏 6.25라는 원한에 눈이 멀어서 무엇이 자신과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인지 차분히 생각해보지도 않고 맹목적 지지와 다짜고짜 반대로 갈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극단적 성향의 신문이나 방송, 그리고 특정 커뮤니티가 복제해내는 거짓뉴스에 맛들이고 나면 이성적 판단이 작동할 가능성은 영영 사라지고 만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우리는 무슨 당만 찍는다”고 했던 어느 시장 상인의 ‘양심선언’(?)을 듣고 있노라면 민주주의가 가능하기나 한지 낙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매사에 둘로 갈라져 욕하고 미워하는 쟁투에 신물이 난 나머지, 너 나 할 것 없이 교회에서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 세상사는 아예 거론하지 않기로 하자는 묵시적인 합의가 대세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렇게라도 해야 할 정도로 우리네 마음은 상처로 얼룩져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런들 심리적 내전은 멈출 줄 모르고, 작은 일에도 우리는 격렬하게 반응하고 충돌한다. 신앙인이라도 별 수 없다.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어느 한쪽에 기운 인간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단체제 속에 생겨난 원죄와도 같은 것이니 서로 이해해 주어야지 등을 돌리거나 미워할 일이 아니다. 우리끼리 싸워서는 안 된다. 원수는 따로 있다.


3. 진보와 보수 공동의 적


진보와 보수 공동의 적敵이 있으니 그것은 입장이 다른 ‘남’이 아니라 나만 위하는 ‘나’ 자신이다. 한사코 저와 제 사람들만 위하려는 ‘사사로운 사랑’이 진보와 보수의 진면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물론 안으로만 굽는 팔을 좌우에 달고 사는 사람으로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래서 공동체의 선을 유지 발전시켜나갈 지도자를 찾아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국가라는 집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경우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가장 큰 사랑, ‘사회적 사랑’을 발휘하리라 믿었던 지도자가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으로 시작해서, 일본 <핵폐수 무단투기>까지 대통령이라는 이는 목숨 내놓고 지켜주어야 할 대한민국의 영혼을 짓밟고 국민생명권 보호 의무마저 보란 듯이 팽개쳤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부화뇌동하느라 경제를 망쳤고, 모처럼 축제에 참석했던 젊은이들을 지켜주지 않았다. 기껏 마련한 양곡관리법과 간호사법을 거부했고, 노동자들을 적대하고 노동조합을 모욕했다. 정작 끊어 버려야 할 친일, 친미 사대근성은 키우고 또 키웠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런 청개구리는 없었다. 영혼의 목자인 사제들은 그에게서 ‘자기애적自己愛的 성격장애’라는 정신질환을 본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확신에 빠져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고, 자기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상대는 가차 없이 처단하는 모습은 나르시시즘의 전형적 특징이다. 그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좌와 우, 심지어 민족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극우의 눈으로 보더라도 그는 실격의 배신자일 뿐이다.


4.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


2016년 겨울 촛불대항쟁으로 본분을 잊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던 날,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게 되었다며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 때의 열망과 성취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사실 촛불혁명은 기존 세계의 대세를 거스르는 작업이었으며, 나라 안팎을 막론하고 기득권세력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사태였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르듯 세상을 ‘촛불’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강자들의 사생결단이 윤석열의 집권이라는 변칙적 사건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한방에 끝내는 민주주의는 없다. 프랑스대혁명을 보더라도 1789년 8월의 역사적 인권선언은 대장정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첫 공화국이 성립한 것은 1792년이었고, 그 후로도 나폴레옹의 황제정치, 부르봉가의 왕정복고 등의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마침내 제정帝政이나 왕정王政으로의 복귀 위험이 사라진 것은 제3공화국이 수립되던 1870년에 이르러서다. 우리도 갈 길이 멀다.


아직 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으나 모든 면에서 거꾸로 달리는 이 폭주열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이고 인류사회 전체의 대혁신, 대전환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오히려 복된 시기를 맞았다고 여기자. 당장의 성과보다 “옳은 일이니 내가 하겠다. 나라도 하겠다”는 결기로 긴 성공을 도모하자. 먼저 예수성심으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자. 사리사욕으로 뭉친 기득권동맹을 거슬러 아직 가져보지 못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자면 나다운 나를 먼저 세워야 한다. 날로 새로워지자. 깊어지고 넓어지자.


2023년 6월 19일

한국전쟁 73주년을 앞두고

청주 흥덕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1096542.html?_ga=2.139465971.1970090050.1687260101-1600249779.16763417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