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The Physics of Time (Paperback)
리차드 A. 멀러 / W. W. Norton & Company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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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물리학자였던 저자의 '시간'과 '현재'의 의미에 대한 책이다. 항상 나오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소개도 저자 자신의 관점이 들어가서 비교적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만 역시 책의 백미는 물리학 주류의 생각과 달리 시간이 실재한다는 저자의 관점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비주류이지만, 그는 UC 버클리에서 주류 물리학자의 삶을 살았다. 시간의 방향('화살')을 설명할 때마다 나오는 '엔트로피의 증가가 그 이유'라는 주장에 대한 그의 반론이 통렬하다. 에딩턴과 그의 추종자들은 상관관계('시간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를 인과관계('엔트로피의 증가로 인해 시간의 방향이 결정된다')로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험물리학자답게 그는 예측가능한 실험을 통해 반증가능함을 보일 수 없는 초끈이론이나 평행우주의 개념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의 시간 이론의 핵심은 이렇다. 빅뱅 이후, 공간의 팽창을 통해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도 생겨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생겨나는 이 새로운 시간이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4차원(4D) 빅뱅이라고 부른다. 빅뱅 이후, 공간(3차원)의 팽창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1차원)의 팽창도 있다는 의미이다. 


측정되는 것만이 존재한다고 보는 극단적 물리주의(physicalism)에 대한 비판도 있어서, 단순한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선다. 그는 물리로 파악되는 것 외에 다양한 실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물리지상주의자들에게는 납득이 안되는 말일 것이다. 


시간이 실재한다는 그의 관점은 리 스몰린과 유사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다. 시간의 본질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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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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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반나절 만에 쉬지 않고 다 읽었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고 잘 쓰여진 소설이다. 작가가 영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까뮈를 떠올리게 하는 '아버지가 죽었다'라는 첫 문장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는 듯, 위악스러움을 보인 주인공 딸은, 사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기 힘들다. 


빨치산이었던 사회주의자 아버지 그리고 난 처음 보는 소설 캐릭터인 사회주의자 엄마는 무엇을 위해 산 것일까. 젊었을 때의 짧은 빨치산 생활이 이들의 의식을 평생 지배한다. 이들은 사회주의자라기보다 본질적으로 박애주의자이다. 


우린 이념으로 인한 싸움으로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소설에서는 우익의 양민학살 이야기가 살짝 나온다. 하지만 좌익의 양민학살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미담이 있다. 책 한 권만 보고 그것이 전모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극한 상황이 되면 좌우 없이 죽고 죽인다. 그러므로 그러한 지경에 이르도록 상황을 몰고 가면 안 된다. 


오해하지 마시라. 나도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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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2023-05-2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작가 임승수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쓴 인문에세이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출간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진심을 담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열심히 썼지만 딱히 홍보할 방법이 없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저자가 이렇게 직접 나서게 되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책 여러 권을 가방에 넣고 무작정 지하철에 올라 승객분들에게 직접 육성으로 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그래서는 안 되겠지만요). 갑작스러운 댓글에 불편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여러 일로 바쁘시겠지만 1분 정도만 시간을 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문득 제 신간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의 내용이 <아버지의 해방일지> 21세기 실사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아버지가 빨치산 출신 사회주의자로서 신념을 버리지 않고 살아오면서 생긴 독특한 인간관계와 에피소드가 있듯이, 두 딸의 아빠이자 반백살의 남성인 저도 30년째 사회주의자로 살아오면서 그런 삶을 견지했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 사회주의자가 된 이후 인생이라는 여행의 경로가 대폭 변경되었습니다. 가치관이 바뀌다 보니 갈림길에서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인데요. 글치였던 공대생 출신이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서는 느닷없이 마르크스주의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선거 날 투표할 때면 지지율이 1%도 안 되는 후보에게 거침없이 한 표를 행사하고, 뜬금없이 와인에 홀딱 빠져서는 대한민국 검사뿐만 아니라 노동 조합 간부들을 대상으로 와인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인생 경로는 명승지 투어 같이 잘 차려진 패키지 여행과는 결이 달라서, 오지 탐험에서나 맞닥뜨릴 돌발 장면들이 순간순간 펼쳐졌습니다.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에는 제가 사회주의자라는 여행 경로를 선택하게 된 이유, 그리고 이 경로를 선택했을 때만 접할 수 있는 풍경, 경험할 수 있는 사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전히 이 여행이 제법 맘에 들어서 설사 구부러질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사회주의자로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 이야기에 공감하리라 기대한다면 과욕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오지 탐험 여행서 같은 흥미진진함을 제공하리라 작은 기대를 해봅니다.

이 책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쓴 건 아닙니다.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삶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썼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제 책도 ‘실사판’으로서 무척 흥미롭게 읽으시리라 확신합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권의 여행서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어주기를 바랍니다. 아래에는 출판사의 책소개 일부를 발췌해서 옮깁니다. 귀중한 시간 할애해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인터넷서점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9181643

”우리는 과연 사회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사회주의는 생각보다 훨씬 우리의 일상 가까운 곳에 스며들어있다. 일례로 전 세계가 주목한 코로나19 감염병 대처 방식도 지극히 사회주의식이었다. 국가가 앞장서서 공공 재원과 행정력을 동원해 감염병에 대처했으며 코로나 진단 검사와 치료를 누구나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보건 의료 정책과 더불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공립학교, 국공립어린이집, 무상 급식, 공공 임대 주택, 부자 증세 등등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복지 및 재분배 정책은 모두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졌다. 그런데 복지를 확대하길 원하면서도 왜 사회주의에는 유독 반감을 가질까?

저자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본격적으로 해소한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가 대세이면서 동시에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30년 차 사회주의자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아낌없이 들려준다. 또한 자본주의의 은폐된 착취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를 해설하고, 역사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태생과 최후를 통찰한다.

사회주의로의 강요는 없다. 다만 질문이 시작될 뿐이다. 최악의 빈부 격차, 극심한 이윤 지상주의, 유례없는 환경 파괴,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가 지배하고 있는 이 땅에서 우리는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지켜나갈 것인지. 증오와 배척, 불평등와 불공정 너머의 세계를 꿈꾸며, 우리 삶의 지표에 진중한 화두를 던진다“
 















우주 초기(빅뱅)의 엔트로피가 작음(과거 가설Past Hypothesis)의 문제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위의 두 책에 있다. 캐럴은 기본 법칙의 시간 대칭성에 의거해 우주를 기술하는 상태 공간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But if a space of states changes with time, the evolution clearly can't be information conserving and reversible. If there are more possible states today than there were yesterday, and two distinct initial states always evolve into two distinct final states, there must be some states today that didn't come from anywhere. That means the evolution can't be reversed, in general. All of the conventional reversible laws of physics we are used to dealing with feature spaces of states that are fixed once and for all, not changing with time. The configuration within that space will evolve, but the space of states itself never changes. (p. 293)


상태 공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왜 우주 초기에 엔트로피가 작은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뮬러는 공간의 확장이 상태 공간을 증가시키므로 우주 초기에 엔트로피가 작은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The expansion of space meant that the matter was in a relatively low-entropy state, compared to what it could be. The creation of space meant that there was a lot of empty space for additional accessible states, for additional entropy. And the universe, only 14 billion years old, has not yet had a chance to occupy the most probable high-entropy state. This idea--that although entropy continues to increase, the maximum allowed value for the entropy of the universe increases even faster--may have been first articulated by David Lazer, a physicist at Harvard. (pp. 133-134)


빅뱅 이전에 시간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우주 초기에 엔트로피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도 물리학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물리학의 기본 법칙과 이에 따른 상태 공간과 정보의 보존에 집착하는 이들에게 우주 초기의 낮은 엔트로피는 미스터리이고 왜 그런지 설명해야 할 이유가 있는 일이다. 캐럴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 우주가 엄마 우주에서 생겨나는 아기 우주의 하나일 것이라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스몰린에게 캐럴의 입장은 전형적 오류로 보일 것이다. 물리학의 기본 법칙은 고립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얻어낸 근사 법칙을 뿐이며, 이를 우주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론의 백가쟁명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은 불일치를 통해 발전하며, 지금 그러한 장면을 보고 있는 셈이다. 뮬러는 과학자들이 할 일이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데(p. 135), 그의 말이 옳다. 적어도 한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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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의견과 같은 생각이 이 책에 나온다: 빅뱅 이전에는 공간이 없었듯이 시간도 없었다.


... If space began at the Big Bang, if space was created, maybe the same was true for time. Neither space nor time existed "prior" to the Big Bang; in fact, in this picture the word prior has no meaning. The question of what happened before time began is meaningless, because there was no before. It is like asking, What happens if you put two objects closer together than zero distance? What happens if you cool a classical object below absolute zero, so that its motion is slower than no motion at all? These questions can't be answered, because they make no sense. (pp. 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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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813호 : 2023.04.1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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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경제학 레시피>란 책을 낸 장하준 교수의 인터뷰가 돋보인다. 얻어맞을 걱정 없이 노조를 할 수 있는 자유인가, 아니면 자본가가 마음 놓고 사업할 수 있는 자유인가?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비슷하게 적어본다면, 누구를 위한 법치인가?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이번 호 굽시니트스 만화: 쇼와 6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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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4-26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하준 교수...요즘 유튜브 숏 영상을 자주 보는데, 정말 시원시원하게 말씀을 쉽게 잘하시더라구요~~

blueyonder 2023-04-26 21:0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동의합니다. ^^ 편안한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