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바깥 일기 + 밖의 삶 - 전2권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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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부터 1992년까지 7년 더하기 1993년부터 1999년까지 8년 합해서 15년의 일기. 그 긴 시간을 한 도시를 관찰하였다.


한 가지의 일을 꾸준히 15년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 작업을 아니 에르노는 하였다. 그녀는 그 긴 시간 동안 글쓰기를 하며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이 일기 쓰기가 그녀를 노벨문학상으로 이끌었을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만 수여되는 노벨상. 그 가치는 누구나 알고 있다. 노벨문학상 작가의 글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아니 에르노의 작품도 그렇고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 글도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은 크게 없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같은 문장, 같은 단어에도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이 그들을 특별하게 하는 것이다.


밖의 삶 중 1월 14일 어느 노파의 생일파티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니 에르노는 그 평범해 보이는 생일파티에 <주치의가 노파에 대해 말고 그의 임기응변이 어떤지 들려주고 그의 생기와 장난스러움을 강조하며>라는 문장으로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120세라는 노파의 나이를 가볍게 한다.


이러한 표현들은 바깥 일기나 밖의 삶 모두에 걸쳐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의 관찰 일기는 다소 무료해 보일 수 있지만 단어들의 연결 사이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하니 새롭게 되었다.


두 권의 책을 통해 본 도시의 변화 모습, 아니 에르노가 살았던 시대적 사건들이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었다. 책이 주는 하나의 묘미일 것이다. 이 묘미를 맛보고 싶다면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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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첫 문장 111
열린책들 편집부 지음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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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중 고르고 고른 111권의 첫 문장과 표지!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서평단에 모집 글이 올라오자마자 첫 번째로 신청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발표를 기다렸다. 드디어 발표! 당첨자 명단 확인! 오! 예! 당첨이다!!!



카페에 도착 인증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하지만 책은 도착하지 않았다. 이제 나오나 저제 나오나 기다렸다. 띠링~ 택배 문자 알림! 현관문으로 뛰어가 가지고 들어와서 바로 개봉!!



엽서 형태라 흐트러질까 비닐로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한 손으로 들기 조금 버거운 두께를 감싼 비닐을 벗기고 펼치니 촤라락 넘어가는 두꺼운 표지 디자인들!




이미 읽어 본 책들도 있고 익숙해서 알고 있는 책들도 있었지만 모르는 책들이 더욱 많았다. 가지고 있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책들을 모두 꺼내어 하나하나 찾아가며 뜯어서 책 사이에 꽂았다. 아직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아 남아있는 첫 문장들이 많았다. 나머지 첫 문장을 모두 책 사이에 꽂는 것!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다소 어려운 고전문학과 인문학이 많은 세계문학을 읽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생겼다. 한 권 한 권 읽어갈 때마다 엽서북은 얇아지겠지만 읽은 책의 수는 늘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만 인식의, 생각의 폭과 넓이가 깊어지고 커져갈 것이다.



돌투성이의 길 위로 굴러 가는 작은 포장마차 저 위로 크고 짙은 구름 떼들이 석양 무렵의 동쪽을 향하여 밀려가고 있었다. 

최초의 인간 P11


리딩투데이에서 하고 있는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전권 읽기에 도전 중이지만 1년여 동안 죄와 벌 상하 두 권을 읽었다. 생각했던 대로 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다. 느리지만 계속 읽어나갈 것이다.



다음 도전 책은 003 최초의 인간이다. 좋아하는 작가 알베르 카뮈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첫 문장 111에는 없었다. 하지만 읽고 나면 첫 문장 엽서를 직접 만들어 봐야겠다. 이미 읽은 죄와 벌 상하도 없으니 만들어야겠다.



첫 문장을 읽어나가다 보니 호기심이 생기는 책들도 있었다. 단 한 줄의 문장만으로도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 만든 것일까? 대단한 열린책들 편집부이다. 몇 권이나 읽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신간이 출간되기 전에 한 권이라도 읽자!를 목표로 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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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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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오늘 오후 식물원에 갔다. 여기저기 꽃밭과 장미가 보였지만, 살짝 버려진 느낌. 나는 동물이 다시 보고 싶었다. -중략- 이곳은 파리에서 가장 황량한 장소로, 30프랑만 내면 입장할 수 있다.

밖의 삶 P101-102

⠀ 7월 19일 자의 글은 읽는 동안에도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왜일까? 왜 계속 생각이 날까? 글이 주는 적막감, 소외감, 쓸쓸함 등이 강하게 느껴지고 끌어당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 ⠀ 아이들이 군대를 가고 신랑이 일이 많아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고립감을 느껴가는 것 같다. 초긍정적 성격이라 어느 상황에서도 별일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 ⠀ 아니 에르노는 살짝 버려진 느낌의 식물원과 강렬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는 동물원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그녀는 <장면에 끼어들거나 각 텍스트의 기원에 있는 감정을 드러내는 일을 가능한 한 피하기 - 바깥 일기 서문 P9>에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글에 담지 않는다. 그래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그녀의 감정을 읽어야 한다. ⠀ ⠀


아니 에르노의 시선에서 보고 그녀가 느낀 감정을 찾아가며 읽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가끔 끄적이는 다이어리를 꺼내 지난 이야기를 읽어보았다. 매일이 똑같은 일상 같았는데도 모두 다른 글들이 담겨있었다. ⠀ ⠀ 아니 에르노는 매일의 글쓰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었다. 하나하나 쌓인 개인의 기록이 역사가 된다는 것은 난중일기나 안네의 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여기 한 도시의 15년간의 역사가 있다. 한 사람의 짧은 글들이 모인 것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가 긴 시간이 흐른 후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이 글이 되었다. 나의 기록은 아주 먼 미래에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궁금해진다. 디지털로 남겨진 기록은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사라진다. 기록이 훗날까지 전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 ⠀

아니 에르노 문학상,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가진 작가, 2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 작가이다. 작가 소개를 읽다 본 빈 옷장이라는 제목이 낯익었다. 일어나 책장을 살펴보니 한편에 꽂혀있었다. 책 욕심에 사두고 읽지 못하는 책들이 많다. 빈 옷장도 일단 읽을 잭 쪽으로 옮겨두었다. 언제 읽을지는 미지수이다. 눈에 잘 보이는 곳이 두었으니 조만간 읽지 않을까 한다. ⠀ ⠀ 책 소개 중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 두 작품이 읽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이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길 추천해 본다. ⠀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열린책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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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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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8년간의 도시 관찰일기이다.
파리 근교의 신도시 세르지퐁투아즈로 이사 간 아니 에르노는 아무것도 없던 무(無)에서 새로이 생겨난 도시의 변화하는 모습들을 관찰하고 일기로 남긴다.
출근길 정류장, 전철 안, 아이들이 노는 모습 등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던 풍경들이 아니 에르노, 그녀의 시선이 닿아 문장들로 이어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제3자인 그녀의 시선으로 보는 도시 곳곳의 모습들과 그녀가 살아가던 사회 변화들을 또다시 장면 밖에서 보는 것이 특이한 경험이었다. 관객 뒤를 보는 또 다른 관객의 시선은 분명 겪어본 적 없는 일들일 텐데 그녀의 글이 그리는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책 소개에 있는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상에 가닿으려는 시도>라는 문장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글이 한 장의 사진을 보는 듯 선명하게 눈앞에 보였다.
📖
왜 나는 이 장면을 이 글에 나온 다른 장면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하고 묘사할까. 내가 기를 쓰고 현실에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P88
오후의 인적 없는 전철역. 남자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가 바지 앞섬을 열고 볼일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모이 모습을 적으며 문득 자신에게 질문한다. 이에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본 사람들의 동작, 태도, 말의 기록으로 그들과 가까워진다는 환상을 품게 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러한 것들을 통해 무언가를 추구하는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각자 추구하는 것들이 다르다. 지금 현재 나는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을 던져본 적은 있는지 한 번쯤은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일기라는 형식의 글은 자신을 위한 글이며 혼자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글이다. 그 일기를 통해 한 도시를 관찰하고 기록해 간다는 것을 아니 에르노는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다>라고 말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를 관찰 기록의 형식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아니 에르노만의 특징인 <밋밋한 글쓰기>가 일기라는 형태와 만나니 더 큰 시너지를 가져온 것 같다. 깔끔하고 담백한 글은 자신의 사신 속 밖의 관찰자의 시선을 잘 표현한다.
단조롭고 반복된 일상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추천해 본디. 소소한 일상이 가져다주는 잔잔한 웃음과 변화 없는 날들에 작은 파도를 가져올 것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열린책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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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왕 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6
소포클레스 지음, 장시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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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많이 들은 이름인데 내용인데 자세히 알지 못할 때가 있다. 오디세우스가 그랬고 오이디푸스 왕이 그랬다. 읽어 나가다 보니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으며 간간이 접하던 내용들이었다.
오이디푸스 왕과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는 이어지는 3부작이지만 각각의 작품으로 배우들이 조금씩 다르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들의 성격도 차이가 난다. 글이 쓰이고 상영된 순서는 안티고네,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왕 순서이지만 시대적 배경의 순서는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순이다.
오이디푸스 왕의 줄거리는 태어날 아이가 자신을 죽일 거라는 신탁을 받은 라이오스는 아들이 태어자나 깊은 골짜기 버린다. 하지만 목동에 의해 구해져 코린토스의 왕 폴리보스와 아내 메로페의 아들로 입양되어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을 받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이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신탁의 내용을 알게 되어 그곳을 떠난다. 길을 가던 중 시비가 붙어 살인을 하게 된다. 코린토스로 돌아가지 못하고 길을 떠났다가 스핑크스의 문제를 풀어 이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던 테바이를 구하고 그곳의 왕이 되었다. 그리고 죽은 전 왕의 아내와 결혼을 한다.
📖
오랜 된 이전의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었건만 오늘은 탄식, 파멸, 죽음, 수치, 재앙에 이름 붙일 수 있는 온갖 것들 중 어느 것 하나 빠진 게 없습니다.P105
그러다 테바이에 역병이 돌아 사람들이 죽어간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테바이의 왕이었던 라이오스를 살인한 자를 추방하던지 죽여야 한다고 한다. 오이디푸스는 그 자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그 살인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가게 된다. 아내 이오카스테와 예언자 테이레시아스, 그리고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진실을 찾아간다. 그리고 아내가 자신의 어머니인 것을 알게 된다. 아내 이오카스테는 괴로움에 자결을 한다. 이에 오이디푸스는 울부짖으며 자신의 눈을 찌른다.
********
진실에 접근해 갈 때 멈출 수 있었다. 외면하고 모른척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진실을 찾아간다. '용기'일까 '무모함'일까? 자신도 자신의 아내이자 어머니도 아들과 딸 모두 불행해진 진실 찾기이다. 그럼에도 '진실'을 찾아야 했을까?



살아가다 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자신을 불행에 빠지게 하고 파멸을 향해가게 하는 '진실'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대 그리스 비극 3대 작가는 아이스킬로스와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이다. 아이킬로스가 선배로서 인기가 높을 때 소포클레스가 나타난다.
매년 열리는 아테나이의 디오니소스제에서는 비극 경연 대회가 열린다. 총 3편의 비극과 사티로스극 한편을 무대에 올린다. 기원전 468년경 처음 경연 대회에 참가한 소포클레스는 당시 최고의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롤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다. 이후 120여 편의 작품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전해지는 작품은 아이아스, 드라키스 여인들, 안티고네, 오이디푸스왕, 엘렉트라, 필콕테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총 7편뿐이다.
불행해질 것을 알지만 끝까지 진실을 찾고자 한 오이디푸스. 자신들의 욕심으로 파멸한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 아버지 곁을 오빠 곁을 끝까지 지킨 안티고네, 자신의 아집으로 소중한 아들을 읽은 트레온. 영웅의 등장과 파멸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오이디푸스의 왕의 이야기는 삶을 대하는 자세를 되돌아보게 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열린책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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