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3.


《연필 하나》

 알랭 알버그 글·부루스 잉그만 그림/손미나 옮김, 주니어김영사, 2020.8.10.



노란수선화는 세이레쯤 앞서 꽃이 나오고서 졌다. 흰수선화는 어젯밤부터 꽃망울이 나온다. 초피나무에 새잎이 나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옅노란 꽃망울이 주렁주렁 달린다. 모과꽃은 우듬지에 꽃잔치요, 매나무는 알이 굵어간다. 모든 나무는 고스란히 자라고, 그대로 푸르다. 사람이 따로 가지를 쳐야 할 일이란 없고, 땔감이나 다른 길에 쓸 적에만 조금 자르면 된다. 늦은낮에 저잣마실을 가서 모처럼 달달이(케잌)를 장만한다. 이제 노래철로 접어든다. 새노래·개구리노래·풀벌레노래 셋이 어우러진다. 한봄을 지나 한여름까지 어마어마한 노래밭으로 나아간다. 《연필 하나》는 제법 재미있게 그리고 엮었다고 느낀다. 그러나 조금은 아쉽다. 붓하고 지우개가 벌이는 싸움으로 짜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킥킥거리면서 줄거리를 따라갈 테지만, 온누리 숱한 곳에서 치고받는 싸움이 안 끝나는 듯 보인다지만, 붓하고 지우개 사이를 더 들여다보고서 그릴 만할 텐데 싶다. 싸움질이 아닌 다른 길, 그러니까 둘이 돕고 아끼면서 어깨동무로 짓는 살림길을 바탕으로 한다면, ‘킥킥 재미’가 아니라 ‘우와 기쁨’으로 나아갈 만했다. 모름지기 그림책이건 글책이건 한두 벌 읽고서 다시 안 들출 꾸러미로는 안 엮기를 빈다.


#ThePencil #AllanAhlberg #BruceIngma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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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2.


《피아노 시작하는 법》

 임정연 글, 유유, 2023.4.14.



오랜만에 해가 뜨끈뜨끈 나오는 아침이다. 4월 들어 따뜻볕은 처음이지 싶다. 반갑다. 지난해보다는 비가 적고 구름도 적으나 환한 해날이 드물다.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살면서 날마다 날씨를 살펴서 적바림한다. 해마다 언제 꽃과 잎이 나는지, 싹이 언제 트는지, 나물은 어느 때부터 뜯을 만한지, 나물맛은 해마다 어떻게 다른지 차근차근 새긴다. 작은아이랑 훑은 모과꽃망울을 햇볕에 내놓는다. 새소리를 듣고 날갯짓을 바라본다. 저녁에는 앵두나무 곁에서 우렁차게 노래하는 풀벌레를 만난다. 올들어 첫 풀벌레노래이다. 《피아노 시작하는 법》을 큰아이하고 읽을 마음으로 장만했지만, 큰아이한테 안 건네기로 했다. 우리 집 아이는 ‘노래하며 즐겁게 깨어나는 손끝과 눈길과 마음’을 바라면서 ‘손바람(피아노)’을 칠 뿐이다. 손으로 일으키는 바람이 어느새 노래로 피어나고 가락을 입어 스스로 즐거우면서, 우리 보금자리와 마을에 가락바람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책은 ‘손으로 짓는 노래바람’하고 먼 줄거리로 흐른다. 이럭저럭 길잡이책으로 삼아도 나쁘지 않다고는 보되, 갈피를 잃거나 종잡지 못 하는 채 흩어지는 줄거리가 가득하다. 글도 참 딱딱하고 어렵다. ‘꾼(전문가)’은 왜 ‘꾸미’려고 할까? 왜 안 ‘가꿀’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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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1.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김진아 글, 바다출판사, 2019.4.8.



구름이 짙어도 환하고 따뜻한 봄날이다. “호로롱 삣쭁” 노래하는 새를 만난다. 해마다 이맘때부터 듣는 맑고 우렁찬 노랫가락이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가던 걸음을 멈추고, 놀던 손을 멈추고, 글을 쓰다가 멈추면서, 문득 이 노랫가락을 따라서 고개를 돌리고서 귀를 기울인다. 이제 참새도 제철을 만난듯 즐겁게 논다. 참새놀이를 하염없이 코앞에서 구경한다. 스스로 나무인 척 얌전히 서면, 참새가 우리 곁에서 온갖 놀이를 하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다.  저잣마실길에 바라보는 햇살이 곱다. 그런데 이런 봄날에 해가 나도 춥다고 여긴다면, 스스로 마음이 춥다는 뜻일 테지. 해가 저물면서 별이 나오고, 밤개구리가 노래한다.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를 읽고서 쓸쓸했다. “무늬만 한글”은 뒤죽박죽 글이기도 했지만, 책이름을 우리말로 손본다면 “나는 내 그릇을 찾을 뿐 이웃을 도우러 오지 않았다고”나 “나는 내 밥그릇을 쥘 뿐 남을 도우러 오지 않았다고”라는 뜻이다. 글쓴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 밥그릇(파이)’을 따질 뿐이다. ‘나도 너도 우리도 두런두런 밥그릇을 나눌 적에 그야말로 기쁘며 아름다운 하루’일 텐데. 혼자 거머쥐려 하면서 혼자 끙끙 앓을 수밖에 없는 줄 모르는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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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0.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조국 글, 책세상, 2001.8.30.



해가 가만히 나온다. 구름이 옅게 끼지만 환하다. 두바퀴를 달려서 뽑기를 한다. 뽑을 사람이 없기에 뽑기종이에 “뽑을 사람 없음. 누가 맡더라도 똑바로 일하기 바람.”이라 적으려고 했는데, 그만 붓을 집에 놓고 왔다. 뭐, 어쩔 길이 없구나. 뽑기종이에 꽃을 찍어 놓는다. 어느 누구도 안 찍는, 부디 누구라도 ‘일꾼’ 노릇을 하기를 빌며, 온누리 모든 사람을 ‘꽃’으로 바라보기를 바라는 뜻을 그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들길을 살피니 흰민들레가 꽤 퍼졌다. 열 해 앞서까지만 해도 마을 할매가 죄다 파서 읍내에 내다팔았지만, 지난 열 해 사이에 천천히 씨앗을 날려서 조금조금 자리잡는다. 이제 시골에서 흰민들레를 캐서 읍내 저잣마당에 내다파는 할매는 사라졌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를 읽어 보았다. ‘양심’이란 뭘까? ‘사상’이란 뭔가? ‘자유’는 뭐지? 누구나 “말할 틈”을 누려야 하는데, 몇몇만 너무 오래 떠드는 듯싶다. ‘왼길·오른길’ 가운데 어느 길이든 나쁠 까닭이 없다. ‘가운길·새길’이나 ‘푸른길·시골길’이 있고, ‘숲길·어버이길’이 있으며 ‘아이와 어깨동무하는 어른길’이 있다. ‘양심·사상·자유’ 같은 ‘일본 한자말’을 붙잡는 분들은 외려 아이(미래)를 등지면서 안 착한 듯싶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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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9.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 1》

 나루미 나루 글·그림/김시내 옮김, 파노라마엔터테인먼트, 2016.2.23.



해랑 구름이 갈마드는 하루이다. 작은아이하고 뒤꼍 모과나무 꽃망울을 훑는다. 사다리를 받쳐서 높다란 곳까지 살핀다. 마당 후박나무도 크게 자랐고, 뒤꼍 모과나무도 크게 벌어진다. 훑은 모과꽃은 햇볕에 말린다. 햇볕에 보름 남짓 말리는 모과꽃은 가을겨울을 지나 새봄에 이르도록 누리는 즐거운 꽃물(꽃차)이다. 늦은낮에는 읍내로 마늘을 장만하러 다녀온다.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는 튀김국수를 즐기는 아이가 보내는 하루를 물끄러미 보여준다. 즐기는 어느 한 가지를 놓고는 마음을 활짝 열고, 안 즐기는 모든 곳에는 마음을 꾹 닫는단다. 즐길 줄 아는 마음에는 웃음꽃이 핀다. 즐김길하고 먼 ‘좋다’일 적에는 ‘좁다’로 뻗는다.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가 아닌 “마음을 가꾸느냐 아니냐”를 볼 노릇이다. “마음에 차느냐 안 차느냐”가 아닌 “마음을 일구느냐 아니냐”를 살필 일이다. 하루하루 걸어가는 오늘이다. 언제나 스스럼없이 차곡차곡 여미는 살림이다. 물결이 오르내리듯, 가만히 내리다가 오르면서 너울너울 신나는 춤사위를 이루는 삶이다. 좋다고 웃을 일이 아닌, 즐겁게 하루를 지으면서 저절로 웃음이 샘솟는 일이다. 곰곰이 보면 오늘날 둘레에서 ‘좋다’하고 ‘즐기다’를 가려쓰는 사람이 참 드물다.


#ラ?メン大好き小泉さん #鳴見なる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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