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8.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

 사시다 가즈 엮음·스즈키 로쿠로 사진/김보나 옮김, 청어람아이, 2022.8.19.



구름이 짙은 하루이다. 소쩍새 노래로 밤과 새벽을 잇는 나날이다. 이제부터 여름까지 늘 소쩍새하고 하루를 보내겠구나. 이미 이 땅으로 깃든 여름새가 있고, 슬슬 건너오는 여름새가 있다. 다들 먼먼 하늘길을 누볐을 테지. 고흥으로 찾아온 이웃님하고 ‘책마루’를 이야기한다. 시골이건 서울이건, 앞으로 오래오래 이으면서 알뜰살뜰 살림을 가꿀 수 있으려면 ‘책’을 보아야 한다. 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돌아보고 살펴볼 눈을 틔워야 한다. 종이꾸러미에 담는 살림이 무엇인지 느껴야 하고, 아이들한테 아로새겨서 남기는 이야기를 어떻게 여미어 담아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을 살피지 않으니 책을 안 읽는다. 종이책뿐 아니라 풀꽃과 바람과 해와 별과 들숲이라는 책을 안 읽지.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은 뜻있게 나온 책이기는 한데, 여러모로 아쉽다. ‘히로시마에서 사라진 한집안’을 너무 내세우는 바람에, 히로시마로 끌려가서 먼지나 이슬처럼 스러진 숱한 이웃나라 사람들은 아예 안 보인다. 히로시마에서 나고자란 수수한 사람도 ‘죽은이(피해자)’이기는 한데, 뜬금없이 히로시마로 끌려간 옆나라 수수한 사람도 ‘죽인이’이다. 두 얼굴을 나란히 밝히지 않는다면 자칫 ‘거짓탈’에 사로잡히고 만다.


#ヒロシマ消えたかぞく #指田和 #鈴木六郞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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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7.


《그리운 순난앵》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홍재웅 옮김, 열린어린이, 2010.3.30.



조용하게 보내는 하루이다. 쉬엄쉬엄 흐른다. 구름이 짙어도 따뜻한 한봄을 느낀다. 미역국을 끓이고, 일하고 쉬고, 곁님이 들려주는 꾸중을 달게 듣고서 곰곰이 생각한다. 말소리에 담는 마음을 헤아린다면, 추킴말도 꾸지람도 없다. 오직 서로 흐르면서 이을 마음 하나가 있을 뿐이다. 서로 마음을 읽으면서 잇는다면, 한결 사근사근 말할는지 모르나, 말결은 안 대수롭다. 담은 속내가 빛나느냐 꾸밈말이냐 발림말이냐 사랑이냐를 살피면 된다. 사랑이 없이 발림말을 읊으면 서로 고단하다. 빛나는 넋은 없는데 꾸밈말만 이으면 지친다. 《그리운 순난앵》은 왜 일찌감치 판이 끊어져야 했을까. 아름책이라 해서 판이 안 끊어져야 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 외곬로 책이 읽힌다. 새뜸이 다루는 글부터 외곬이요, 누리책집에서 장사하려는 책도 외곬이며, 배움터 길잡이가 펴는 배움책도 외곬이다. 고루눈을 뜨면서 두루길을 밝히려는 어진 일꾼이 턱없이 모자라다. 왜 그럴까 하고 돌아보면 길은 늘 하나이다. 스스로 살림하지 않고, 스스로 아이를 돌보지 않는데, “아이 곁에서 이 삶을 사랑하는 마음”하고 동떨어진 채 쏟아지는 글이란 허깨비일 뿐이다. 아이 곁에서 아이하고 함께 누리고 나눌 마음이라면 모두 아름답게 가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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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6.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

 고성국·지승호 글, 철수와영희, 2015.4.24.



작은아이랑 옆마을로 걸어가서 시골버스를 기다리려는데 14:11에 부르릉 지나간다. 어, 오늘은 해날 아닌 흙날이로구나. 흙날에도 14시에 안 지나가곤 했는데, 오늘은 용케 지나간다. 옆마을에서 다음 시골버스를 기다리는데 빈 택시가 스르르 멈추고서 “읍내 가셔요?” 하고 묻는다. “버스 타는 삯만 내고 타셔요.” 하신다. 버스삯만 낼 수는 없어서 5000원을 얹어서 드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옆마을에서 내려 논둑길을 걷는다. 논둑길은 흙돌모래로 어지럽고, 새도 나비도 너무 적다. 너무 조용한 봄이다. 레이첼 카슨 님이 쓴 글이 아니어도 “조용한 봄”이고 “쥐죽은 봄”이요 “소리없는 봄”이다.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가 문득 떠올라서 다시 읽었다. 여러모로 새길 대목이 많되, 몇 가지를 좀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낀다. 먼저 ‘중간층’이 아니라 ‘가운데’이다. 어느 쪽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가운데’를 지키는 사람이 가슴(심장) 노릇을 한다. 가운데·가슴인 사람들은 숨을 살릴 뿐, ‘이기거나 지는 굴레(승부)’하고 멀다. 이쪽저쪽으로 기운 분들은 자꾸 싸움을 부추기면서 “이겨야 좋다”는 틀을 씌우려 든다. 뽑기(선거)는 이기고 질 일이 아니라, 일꾼을 가릴 자리여야 올바르다. 밤에 고니자리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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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5.


《산으로 간 물고기》

 김정희 글, 문학의전당, 2004.7.10.



미리뽑기(사전투표)를 한다는 하루이다. 마을알림을 시끄럽게 한다. 서울에서도 이렇게 미리뽑기를 시끄럽게 알리지 않으리라. 시골에서는 ‘비오는 날’조차 ‘산불예방 알림’을 해댄다. 살림에 이바지하거나 들숲바다를 사랑하는 길을 놓고는 여태 면사무소·군청·도청에서 마을알림을 한 적이 없다. 곰곰이 생각한다. 며칠 앞서 미리뽑기를 하지 말고, 뽑기(선거)를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내내 하면 될 노릇일 텐데 싶다. 뽑기를 이틀에 걸쳐서 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도 어린이가 나라일꾼과 마을일꾼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여덟 살부터 뽑을 수 있을 때라야, 이 나라 앞날을 살피는 길을 열리라 본다. 《산으로 간 물고기》를 되읽는다. 차분히 읊는 말가락이면 언제나 그대로 노래이게 마련이다. 꾸밀 적에는 노래도 아니고 글도 아니다. 살아가고 살림하는 마음을 가만히 담으니 노래요 글이다. 해를 보고, 몸을 말리고, 새노래를 듣고, 꽃내음을 맡는다. 땅거미가 진 뒤부터는 개구리노래를 아스라이 듣는다. 곧 개구리노래는 우렁차게 퍼지리라.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한봄에 한봄빛을 살피는 마음으로 한봄글을 쓸 수 있기를 빈다. 한봄볕을 살피고, 한봄바람을 읽으면서, 한봄살림을 여미는 손으로 한봄글이 태어나기를 바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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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4.


《달려라 꼴찌 4》

 이상무 글·그림, 씨엔씨레볼루션, 2016.1.12.



비가 그칠 듯한 하루이다. 우리 책숲에 비 새는 곳을 살핀다.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 나래터를 들른다. 텃노랑민들레 두 송이가 먼저 씨공을 맺으려고 한다. 초피나무 새잎이 돋는다. 곳곳에서 멧딸기꽃이 오른다. 이곳을 보고 저곳을 살핀다. 이 구름을 헤아리고, 저 바람을 마신다. 《달려라 꼴찌》가 새롭게 나온 적 있다. 꽤 오래된 그림꽃을 다시 낼 적에 어느 만큼 읽히려나. 좀 묵었기에 안 읽힐 만하지 않다. 지난날 적잖은 그림꽃에는 주먹다짐이나 거친말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순이돌이 사이에 억누르거나 가두는 틀이 그대로 나오기도 한다. 둘레에서는 이상무 님 붓끝으로 《달려라 꼴찌》를 많이들 얘기하지만, 《포장마차》 같은 그림꽃부터 눈여겨보고서 다시 내는 길이 한결 나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그림님이 골프를 그리건 박정희를 그리건, 스스로 그 길이 낫다고 여기면 그릴 수야 있겠지. 그러나 차츰차츰 ‘마을살이’를 잊고 ‘마을사람’하고 등지는 결로 붓을 쥔다면, 이 붓으로 태어나는 그림에 어떤 줄거리가 흐를까? 누구나 붓을 쥘 노릇이다. 어느 삶이건 붓으로 그릴 수 있다. 그러나 어깨동무하는 사랑을 숲빛으로 담아내려는 마음씨가 아닌 채 쥐는 붓은 그만 주먹질이나 발길질로 치우치곤 하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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