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9.


《아나스타시아 1》

 블라지미르 메그레 글/한병석 옮김, 한글샘, 2007.10.20.



부천에서 새벽을 열다. 어제 산 책을 밤하고 새벽에 천천히 읽는다. 어제하고 새벽에는 밑글만 쓸 뿐, 낱글을 따로 누리집에 올리지는 않는다. 새소리도 풀노래도 개구리노래도 없는 부천에서 길을 나선다. 서울 광진 쪽에서 ‘바다빗질’ 보임꽃(사진전시)이 있다는 말을 어젯밤에 들었다. 혼펴냄터이자 마을책집인 〈씨도씨〉로 가는 동안에도 새나 풀벌레나 개구리를 볼 수는 없다. 불수렁(지옥철)이라 일컫는 길에 새바라기를 그리는 사람이 있기 어렵겠지만, “도시이니까.”라는 말로 너무 쉽게 넘어간다고 느낀다. 서울은 오히려 푸른길과 파란하늘을 그리는 이야기나 자리가 곳곳에 있지만, 시골은 도리어 삽질과 뒷돈이 판치는 나라이다. 쓸쓸하게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는 빈자리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길도 막힌다. 비는 멎었다. 《아나스타시아 1》를 곧잘 되읽는다. 새로 나오는 책이 많고, 새책도 이래저래 챙기지만, 오래오래 되읽으면서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지피는 책이야말로 더 짚고 살필 일이라고 생각한다. 목소리(인문·지식)를 내는 책이 아닌, 스스로 살림을 짓는 사랑을 들려주는 책을 마음에 놓아야, 나부터 거듭나고 나라도 달라지겠지. 사랑을 등진 채 자리만 지키는 무리는 그들 스스로 삶을 갉는 줄 모르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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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8.


《보노보노 24》

 이가라시 미키오 글·그림/서미경 옮김, 서울문화사, 2005.3.24.



부천으로 가는 새벽길이다. 벌써 첫봄이 저물고 한봄이 코앞인데, 둘레에서는 “춥다!”는 타령이 물결친다. 이 아름다운 봄날에 해바라기를 안 하니 추울밖에 없다. 이 싱그러운 봄날에 봄비를 맞이하고 봄풀을 쓰다듬으면 따뜻하다. 서울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봄볕을 거스른 채 “안 추워요?” 하고 묻는 분이 넘친다. 난 거꾸로 묻는다. “왜 추워요? 왜 스스로 추우려고 하나요?” 고흥을 떠난 시외버스는 서울에 닿고, 긴긴 길을 돌아서 〈대성서적〉에 닿는다. 가만히 깃들어 책꾸러미를 품은 뒤에 〈빛나는 친구들〉로 옮긴다. 《우리말꽃》이 태어난 씨앗과 밑길을 이야기로 들려준다. 누구나 마음씨가 있기에, 스스로 말씨를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서 오늘 하루가 달라지게 마련이라고 속삭인다. 《보노보노 24》을 되읽었다. 이 그림꽃은 1999년에 처음 보았다. 그때에는 일본글로 읽으면서 일본말을 배웠다. 수수하게 재미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가벼운 우스개로 볼 수 있지만, 주먹질이나 발길질이나 ‘모난 말씨’가 끝없이 나온다. 이 그림꽃으로 일본말을 배울 적에 꽤 버거웠다. 되읽어 보아도 새삼스레 저린다. 굳이 제살깎기 같은 줄거리를 엮어야 했는지 알쏭하다. 그러나 1999년에는 아직 배움터나 일터에서도 주먹질이 판쳤다.


#ぼのぼの #五十嵐三喜夫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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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7.


《행복한 어린이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김서정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9.3.26.



해날을 맞이한다. 앵두나무는 하얗게 물결친다. 밤낮으로 하얗게 꽃빛과 꽃내를 베푸는 앵두는 더없이 놀랍다. 가지에 줄줄이 맺는 앵두꽃은 하나도 안 솎는다. 이 작은 꽃이 고스란히 작은 열매로 거듭나니까. 《말밑 꾸러미》 석벌손질을 마쳐서 펴냄터로 넘긴다. 멍하다. ‘어원사전’을 매듭지어서 내기까지 더 남았는데, 글손질을 한 벌씩 할 적마다 기운이 쪽 빠진다. 《행복한 어린이날》을 되읽는다. ‘불러비 마을 아이들’이 보내는 즐거운 하루를 담아낸 알뜰한 이야기책은 썩 사랑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아이들이 마을에서 스스로 놀이를 짓고 나누고 펴면서 노래하는 이야기책이 좀처럼 못 나온다. 글을 쓰는 어른부터 어릴 적에 못 놀거나 안 논 탓일까. 어릴 적에 놀기는 했어도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아이가 신나게 놀 터전’을 일구는 일에 마음을 안 쓴 탓일까. 어린이한테는 ‘놀이하며 노래하는’ 하루를 이야기로 물려주어야지 싶다. 놀이살림을 새롭게 가꾸고, 노래사랑을 새록새록 지으면서, 아이어른이 어깨동무하는 오늘을 어느 고장에서나 기쁘게 그려내야지 싶다. 어린이날 하루만 어린이누리일 수 없다. ‘의과대학’을 늘리기보다는 ‘어린이가 맨몸으로 뛰놀 들숲바다’를 늘릴 노릇이다.


#BarnensDagBullerbyn

#AstridLindgren #IlonWilkand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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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6.


《고릴라를 보려면》

 최영민 글, 삐삐북스, 2021.6.15.



다시 부슬부슬 비가 뿌린다. 큰아이하고 우리 책숲에 들르고서 이웃마을까지 들길을 걷는다. 그냥 비를 맞으면서 생각에 잠긴다. 오늘날 시골 논둑길은 잿빛으로 덮고서 짐수레가 지나다녀서 엉망이다. 지난날 논둑길은 사람하고 소하고 짐승하고 풀벌레가 다니면서 비날에도 느긋이 다닐 만했다. 둘이서 한참 거닐면서 예전에 보내고 놀던 이야기를 한다. 저녁에 비가 그치고 별이 살짝 돋는다. 《고릴라를 보려면》을 돌아본다. 오늘날 깊이 헤아릴 대목을 차근차근 짚는다고 느낀다. 다만, 몇 가지는 못 짚는다. 첫째, 시골을 모르고 못 짚는다. 둘째, 숲과 들과 바다 곁에서 숲들바다를 살피는 눈이 없다. 셋째, 말이 너무 어렵고, 일본말씨·옮김말씨를 못 추스른다. 고릴라를 보려면, 마음으로 볼 노릇이다. 숲과 마을을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지. 말과 글도 마음으로 볼 노릇이다. 마음이 없이 섣불리 부스러기(정보·지식)로 다가서려 하니 그르치기 일쑤이다. 어른들이 들려주는 부스러기를 머리에 담고서 “이렇게 바꿔야 해요!” 하고 외치는 아이들이지 않기를 빈다. 아이들 스스로 소꿉놀이를 하면서 “나는 이렇게 하면서 하루를 사랑해요!” 하고 노래하는 아이들이 태어나기를 빈다. 마음을 담는 말부터 씻어야 푸른별도 씻을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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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5.


《분단시대의 사회학》

 이효재 글, 한길사, 1985.10.20.



비는 그친 아침. 구름이 가득하다. 아침 일찍 면사무소로 두바퀴를 달린다. 시골에서 쓰레기를 줍는 두루일(공공근로)을 하는 할매할배가 옆마을 바깥채에 앉아서 쉰다. 면사무소를 들러서 집으로 돌아오며 보니 이분들은 다 그대로 있다. 숱한 두루일은 시늉이기는 하다. 낮부터 다시 빗줄기가 듣는다. 앵두꽃이 활짝 피고, 동박꽃도 나란히 피며, 꽃찔레도 잎이 나온다. 《분단시대의 사회학》을 오랜만에 되읽었다. 지난 2021년에 새판이 나오기도 했는데, 1985년부터 2024년 사이에도 우리 터전은 썩 안 바뀌었기에, 얼마든지 되새길 만하다. 여러 벼슬꾼이 바뀌고, 주먹꾼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순이는 바지를 마음껏 꿰고, 배움터에서 길잡이가 매를 휘두르는 일은 없다시피 하다. 그렇지만 골목집과 마을집이 사라지면서 잿집이 늘고, 한 집에 쇳덩이(자가용)를 두셋씩 거느리기도 할 뿐 아니라, 시골이 확 무너졌고, 아직 우리말을 쉽고 상냥하게 쓰는 살림길이 깃들지 못 한다. 돈은 늘었으나, 숲이 줄어든 이 나라이다. 배움터를 다닌 사람이 부쩍 늘지만, 풀꽃나무하고 들숲바다를 온몸으로 읽는 사람은 확 줄었다. 마음을 읽거나 사랑을 속삭이는 길이 줄면서, 겉치레가 늘어난다면, ‘분단사회’가 아닌 ‘죽음수렁’일 수 있다.


《분단시대의 사회학》(이이효재,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21.2.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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