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책이 좋아서 - 책을 지나치게 사랑해 직업으로 삼은 자들의 문득 마음이 반짝하는 이야기
김동신.신연선.정세랑 지음 / 북노마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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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를 다룬 책이 왜 그렇게 끌리는 건지.. 

일단 나는 병렬 독서를 즐기는 편이다. 평소 이 책 저 책 끊임없이 읽어대고, 한 권 손에 들고 읽는 순간에도 하이에나처럼 이 책 저 책 다시 또 찍먹하는게 취미다 보니 이번에도 역시 책이 나오자마자 제목에 홀려 샀고, 읽은 건 순식간이었는데 게을러서 리뷰는 좀 늦어져 버렸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님 신작 알림이 떠서 바로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었고, 읽다 보니 다른 작가님들을 알게 된 책이었다. 나머지 작가님으로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온라인 서점 MD이신 신연선 작가님, 그리고 출판 돌베개 디자이너로 일하신 김동신 작가님  이렇게 세분의 작가님이 각자가 지나치게 사랑한 책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저작, 홍보, 디자인, MD, 콘텐츠 제작으로 발전시키며 다룬 에피소드들을 한 책에 담아낸 에세이였다.


책 한 권이 발간되면 보통 150권에서 300권 안 팎의 증정본이 발송된다고 한다. 이때 들어가는 생산과 물류에 드는 포장재 같은 자원을 생각하면 요즘같은 기후 위기 시대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서평단 지원을 즐겨 하는 나는 이 부분에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책 증정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신인 평론가들이거나 책값이 부담스러운 신인작가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말도 꽤 일리가 있게 느껴졌다. 


이외에도 개정판과 리커버에 대한 개인적 오해가 가장 컸었는데, 왜 책이 조금만 잘나가면 환경오염이 난리라는데 리커버를 계속할까 생각했는데 개정판과 리커버는 기존의 재고가 소진된 후 그다음 쇄부터 다른 디자인으로 들어가는 게 보편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책이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는 정보여서 평소 오해를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작가의 외모 노출에 대해서 솔직히 당하는(?) 입장이 아니어서 크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확실히 디지털 시대라서 그런지 한번 미디어에 노출된 모습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이 작가에겐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는지 이런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지라 저자의 외모 노출에 대해서 관습적으로 우리가 너무 지나치게 허용적이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했고, 외모가 아닌 작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진 독자가 되어야겠다는 소심한 다짐을 하게 했다.


독서 구독 서비스와 원고료에 대한 이야기나 교통이 불편한 출판 단지 이야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불합리한 원고료에 대한 소리 냄과, 출판계의 안전에 관한 이야기 등 이 책이 아니라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여러 부분에서 눈이 번쩍 뜨이게 했다. 


이외에도 표지 디자인에 관한 심오한 이야기들은 솔직히 어려워서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축과 배치 그리고 방식들의 기술 등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 귀했고 새로웠다. 

특히 출판사 로고와 글씨체의 자유로움과 그들이 추구하는 정체성들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심오하고 멋진 작업인지 놀라웠고, 익숙한 출판사들의 로고들과 시대마다 유행했던 패턴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여러 변칙과 의도를 가진 조합의 표본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책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라서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선택한 책이었다.

물론 익숙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는다면 지겹거나 식상하다는 후기가 달렸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역시나 책 덕후들의 니즈를 아는구나라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하필 책이 좋아서 나무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다양한 매력으로 베스트셀러만 사랑받는 게 아니라 다양한 책 종류가 사랑받는 그런 세상, 조금 결함이 있어도 따뜻함 많은 사람들이 많은 글을 쓰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그런 책이 있는 세상을 꿈꾸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책이어서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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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앤드 앤솔러지
조예은 외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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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이라니...
시선을 잡아끈 제목만큼이나 작가 라인업도 굉장히 화려해서 냉큼 결제해버렸다.

아메이니아스의칼

쌍둥이로 태어난 수미와 선희 자매는 똑같은 얼굴의 일란성 쌍둥이지만 자라온 환경이 그 둘을 서서히 다르게 만들어갔다.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엄마는 두 자매를 키우기 위해 공평을 핑계로 한 사람의 몫의 사랑으로 두 자매를 경쟁하게 했다. 둘 중 한 명은 선물 양보하는 대신 엄마의 달콤한 칭찬을 포상을 선택하게 했고, 나머지 한 명은 선물을 택하고 날카로운 체벌을 받게 했다. 포상을 포기하고 애정을 갈구하는 포지션은 둘 중 정해져 있었고 계속된 이상한 훈육을 받으며 자매는 성인이 되었다. 그렇게 자라나 선희는 모두에게 선망받는 인플루언서가 되었고, 모든 걸 포기하고 동생에게 양보하는 삶을 살아온 수미는 선희의 화려함이 자신이 만든 결과인 양 바라보는 것을 즐기게 되었는데, 수미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선희가 어느 연애 프로그램에 나가 수미의 말을 따르지 않게 되며 두 사람의 갈등이 싹이 움트기 시작된다.


지상의 밤

지난 6년간 방안에 갇혀 히키코모리처럼 살아온 수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버틸 수 없어져 방 밖으로 나오게 된다. 떨어진 식료품을 사러 나간 편의점에서 자신도 모르게 초콜릿과 삼각김밥을 훔쳐 달아나게 되었고, 그 행동으로 인해 오랜만에 자신의 심장에서 피가 온몸으로 빠르게 도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회에서 지워져가는 자신의 흔적만큼이나 희미해진 자신의 존재 때문인지 계속되는 좀도둑질은 좀처럼 들키지 않았고, 그러다 과감하게 스파 브랜드에서 옷을 훔치다 옷에 붙은 도난 방지 태그를 떼지 못해 처음으로 들키게 된다. 그 길로 도망치다 지하철 화장실로 숨게 되었고 바다 여행 가이드라는 전단을 발견하게 되는데, 두 달 전 호주에서 발견된 변종 해파리 촉수를 이용해 원하는 사람들을 해파리로 만들어주고 무사히 바다까지 보내주는 역할을 해준다는 그들의 광고 문구를 보고 자신의 제2 인생을 해파리가 되기로 결심하고 바다여행 가이드를 찾아가게 된다.


레지던시

주인공 윤정미는 글을 쓰기 위해 유명 레지던시에 들어가게 된다. 모두 등단을 마친 작가들 속에 자신만 등단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자신도 그 사람들 속에 당당히 선출되었기에 그건 조금도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흡연구역에서 이유와 첫 만남을 갖게 되고 서로의 담배 종류도 묻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첫인상을 남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사흘째 되던 날 조금씩 문제가 생겼다는 걸 직감하게 되는데, 이유는 바로 정체불명의 소음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막힘 없이 쭉쭉 써내려갈 줄 알았던 글을 한자도 쓰지 못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소음 때문이라 생각이 들었다. 일단 모든 걸 내려놓고 주변부터 탐문하기 시작했고 주변 방들을 유심히 살펴보다 B03호 소음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확실한 물증은 확보하지 않았지만 뚜렷하게 느껴지는 심증을 바탕으로 임시방편 삼아 복도에 소음에 신경 써달라고 써 붙이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다시 그날 흡연구역에서 만난 이유가 B03에 살고 있다는 것과 이유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소음 이상으로 이유에게 신경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티내지 않게 상대를 집중하면서 일상 대화도 나누고 서로의 글을 교환해서 읽기도 하며 의심하던 인물에 대해 꽂히듯 서서히 집중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었다.


안뜰에 봄

정원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현재 큰아버지 집에 살고 있다.
감정이 좀 결여된 것 같은 사촌 안리 곁에 항상 친구 아닌 보모 같은 모양새로 함께하고 있었지만 본인의 선택이 아니었다.
어느 날 배우 서은석의 가족 캠핑에 초대되어 부모님의 실제 결혼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고 이제껏 안리가 자신을 가스라이팅한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앎의 결과가 자신의 보금자리 상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쯤이었다. 진실을 홀로 삼켜냈지만 이 사건으로 안리가 돌연 돌변해 정원은 큰집에서도 쫓겨나게 되고 고등학교도 자퇴하게 된다. 그로부터 1년 후 겨울, 안리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하필 그날 안리는 뺑소니를 당하게 되며 유일한 목격자는 정원뿐이게 되는데...


없는 사람

주인공은 문화센터에서 소설을 가르치는 소설가이자 강사였다.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L이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첫 번째 과제로 내준 시놉시스 쓰기에서 꽤 괜찮은 솜씨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짜고짜 살인을 일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8주간의 일정 속에 성실한 모습을 보이던 그의 글은 상당히 재미있어 뒷이야기가 계속 기대되던 참이었다. 그러다 수업이 끝나고 따로 이야기할 시간이 생겨 대화를 나누다가 L은 누구에게도 이 작품을 보여주지 않을 거라는 말을 남기고, 실제로 소설과 같은 살인사건이 일어나 L이 쓴 소설 속 살인자가 살인을 저지른 순서대로 피해자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인격장애의 종류에는 A군(편집성, 분열성) B군(반사회성, 경계선, 히스테리성, 자기애성) C군(회피성, 의존성, 강박성)으로 분류되는데 이번 작품들에 A, B, C의 다양한 인격장애를 골고루 다루고 있어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건 조예은 작가님의 아메이니아스의 칼이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환자에게서 어린 시절 학대와 방임 같은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는 특성을 소설 속 쌍둥이들의 엄마의 얼토당토않은 교육 방침으로 인해 어떻게 두 자매가 비뚤어진 애착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특히나 주인공 수미가 스스로를 학대받은 아이로 이해하고 자기의 희생으로 하여금 자기 정체감을 구원받으려고 하는 모습도 잘 담겨있어서 소름 돋았던 부분이었다. 타인을 믿지 않으며 조정하고 공격할 때 부정적 감정과 불안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특성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들도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인격장애 관련 글들과 함께 찾아보며 읽을수록 더 재미있는 부분들이 눈에 띄어 작가님들의 노력이 보였던 소설들이었다. 작가 라인업에 눈이 번쩍 뜬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앤솔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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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위픽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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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시험을 도전하던 친구가 새벽 감성에 합격 하게되면 실무에 들어가기 전 제주도에서 휴가를 만끽하려고 미리 제주도 장기 숙소를 예약해버렸다. 

그러다 그 예약을 깜빡 잊고 지내버렸고, 일주일 전 알람에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예약을 취소하려니 위약금이 너무 아까웠고, 주변에 여유가 있고, 비혼이며, 1인 가구에 프리랜서인 주인공에게 양도하게 된다. 선의로 양도받은 것이지만 선심 쓰는 듯한 친구의 태도에 여행 전부터 살짝 기분이 상해버렸다. 타인의 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타입인지라 관계 그 사이에 미세한 금이 느껴졌다. 

제주도에서는 자신의 이름인 최유진이 아닌 오세정으로 불리게 된다. 친구의 이름으로 예약된 것을 굳이 고치지 않은 것이다. 이 섬에서는 최유진이 아닐 수 있고 누군가 이름을 물어본다면 오로라라고 대답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두 달, 본인의 선택으로 살 수 있는 두 달, 규칙은 있지만 규칙이 없는 자유로움을 선택할 수 있는 제주도의 삶이 부러웠다. 하지만 그 자유로운 삶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러다 집에서 죽은 검은 새를 발견하게 되고, 생활 폐기물로 버려야 할 동물 사체를 불법이지만 관리인과 함께 땅에 묻어주기로 한다.  

새의 죽음은 관리인과 두 사람의 비밀이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인공의 사랑은 한 사람의 일방적인 마음이기도 하고 끝이 없는 기다림이기도 하다. 핸드폰 전원을 끄고 연락처를 차단하는 방법이 있지만 계속 확인하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 확인하고 끝내는 부분이 참 마지막 다웠다. 

믿음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나오는데 작가님의 후기에도 사랑과 믿음을 나란히 두고 바라봤다고 했다. 둘의 크기가 같지 않아서 어느 한편에 더 많은 그림자가 드는 두 단어라고 했다. 짧은 단편이었지만 꽤 잘 표현됐다고 생각이 들었다.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가장 변화가 많은 사람의 감정이라는 생각이라고 생각하며 한 사람을 온전히 갈망하는 감정의 크기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마음의 크기가 그려지게 했다. 

작가님의 문체가 그리워진 참에 위픽 시리즈로 만나 반가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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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4-03-30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얇긴 하지만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문체가 갈수록 좋아지는거 같아요~!!

러블리땡 2024-03-30 11:01   좋아요 1 | URL
맞아요 ㅎㅎ 얇은데 아깝지 않은 느낌 ㅎㅎ 위픽 시리즈가 대부분 그런것 같아요 !! 새파랑님도 최진영 작가님 팬이시군요!!! 😆
 
제습기 다이어트 위픽
김청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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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는 제습기를 산 뒤로 물건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 달에 한 번씩 옷장 문을 활짝 열어두고 제습기를 틀기 일쑤였다. 습기를 느끼지 못할 날씨에도 몇 시간 후에 물통에 물이 꽤 차있는 제습기 통이 신기하기만 했는데 그날도 여느 날처럼 제습기 소리를 ASMR 삼아 잠이 들었고 '우리 딸 미라가 되면 어떻게 해'라는 엄마의 농담을 자장가 삼아 잠이 슬쩍 들었는데 엄마의 농담이 사실이 되고 말았다.

오똑한 코, 늘 잡혀있던 이중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힘주지 않아도 평소보다 훨씬 커 보이는 눈과 도드라진 쇄골, 가느다란 손목과 손가락 통통하던 볼살은 잡히지도 않았고 배는 홀쭉하고 허리도 가늘어졌다. 미라가 되어도 보기 싫은 게 마른 게 아니라 무척 예뻤다. 제습기가 모든 수분을 빨아들인 것처럼 온몸이 건조했고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으며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주인공 선아가 미라가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습기 다이어트'가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된다. 제습기를 켠 채로 자고 일어나면 로또의 확률로 미라화가 진행되는데 이들은 선망받는 신인류로 모델, 유튜버, 인플루언서가 되기 때문이었다. 

수능 스트레스로 급격하게 살이 쪄서 스트레스였는데 제습기로 살이 빠지자 선아 역시 주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단 엄마부터 쇼핑으로 입히고 싶던 옷을 계속 사 입히며 주변 시선을 즐겼고, 동네 다닐 때마다 선아의 외모에 대한 칭찬을 즐겼다. 대학 입학하고 사람들의 시선에 처음엔 모든 것이 즐겁기만 했지만 미라가 된다는 것은 먹지도, 마시지도, 화장실을 가지도 못한다는 것이고 썩지 않는 좀비와 다를 뿐 인간 다운 면모가 없음에 서서히 스스로를 고립시켜 가게 된다.

집안에 물기를 제거하듯 내 몸에 살을 쫙 빼주는 제습기가 존재한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법한데? 싶다가도 주인공이 겪은 미라화가 얼마나 외롭고 답답한지 함께 겪어낸다면 쉽게 시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 뛰는지도 잘 모르겠고, 윤기 하나 없는 피부 결에 생기 하나 찾지 못하다가도 결국 봄비에서 희망을 찾고 스스로 온기를 찾고 희망을 움 틔우는 장면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단편이지만 짧지 않게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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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 여성 홈리스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30
김진희 외 지음,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기획 / 후마니타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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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들의 행동 현장 활동을 위해 매주 서울역 일대 방문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합실과 공장, 지하보도에 흩어져있는 홈리스들 사이에 여성 홈리스를 마주치는 일은 극히 드물었는데, 광장 어귀에 우산으로 몸을 꽁꽁 숨긴 이가 있으면 여성 홈리스겠구나 짐작하고 두유를 놓고 돌아가는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여성 홈리스들이 숨어야 했던 근원적 이유와 머물 곳 없는 이유들을 여성 홈리스들의 목소리로 담아낸 책이었다.

1959년생 이가혜는 주민등록증이 없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자랐으며 2007년도 2월 28일부터 바깥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을지로 입구에서 한 삼 년 있었고 2015년 봄에 여기 공원 화장실로 왔다고 했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화장실을 닦아주고 공원 근처 쓰레질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걸레로 화장실 바닥을 닦아준다고 했다. 구청에서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이 있지만 정작 청소는 그녀 담당이었다고, 공원 화장실에서 자는 일은 편하지 않았는데, 화장실을 하루 종일 드나드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고 화장실 안 음악은 밤에 꺼졌다가 새벽 5시가 되면 또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했다고, 공동 화장실이니까 문도 못 닫고 불도 못 끄게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잠도 못 이룰 때가 많다고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했다. 네 차례의 만남 동안 가혜는 자신이 화장실에서 사는 것이 자릿세와 전세의 개념이라며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수차례 거듭 이야기했다.

2020년 3월 역무원과 한 여성이 크게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역무원이 그녀의 가방에 '노숙 물품 폐기 처분 경고문'을 붙였기 때문인데 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짐을 가져가 쓰레기장에 버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역무원들은 노숙자들이 역사 내에 있으면 안 되는 것이 규정이라고 했지만 여행객의 짐은 가만히 두면서 자신이 소지한 물건에만 경고문을 붙이고 짐을 마음대로 가져가 버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그녀의 입장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강경숙이라고 했다. 목덜미를 잡혀 내팽겨쳐지고, 욕을 먹은 시간들에 대해 오랫동안 하소연을 시작했다.   

서가숙의 양손에 쇼핑백과 가방, 비닐봉지 두어 개와 무릎 아래 한가득 짐이 있다. 짐에 대해 묻자 돌아다니다 보면 짐이 많아진다고 했다. 쓸데없어도 그냥 갖고 다닌다고, 버릇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디 가면 음식 같은 거 싸오니까 비닐봉지가 필요하고 또 필요하다 싶어서 계속 두게 된다고,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어디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쉬워서 담아서 가지게 된다고 했다. 근데 짐이 많다 보면 노숙인이다라고 표적이 되어 비켜달라, 이동해달라, 나갔다가 이따 들어와달라라고 하거나 지하철 타게 되면 사람들이 쳐다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여성 홈리스가 밥 먹으러 줄 서면 남자 홈리스들이 "식당 가서 일하고 밥을 먹지" 라거나 "아줌마들은 밥해 먹을 줄 아니까 가래요"라는 취급을 받는다고, 여성 홈리스가 적다고 생각하지만 여성들은 아무 데나 눕지 못하니까 장애인 화장실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거나 화장실 안에 바깥에도 있거나 지인의 집을 오가거나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노숙인 실태조사에서  거리, 시설, 쪽방의 동선에서 벗어난 조사 때문에 여성 홈리스 실재를 잘 못 담아 낸다는 통계가 있어 참 안타까웠던 점이었다. 

책은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져 한사람 한 사람의 손글씨 같은 말투들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길 위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공적으로 보장되는 주거의 자유가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에도 혜택받지 못하고 언제나 하루의 가장 큰 걱정이자 생존의 문제로 걱정하고 있고, 남자라면 아무 데서나 누울 수 있는 공간을 가질 수 있지만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울 수 있는 공간 하나 가질 수 없다는 자체가 참으로 참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보였다. 사회보장제도를 여러가지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하는것 같아 그부분도 안타까웠던 부분이었다.
날씨가 차가워지는 이 계절에 가장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같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와 따뜻한 시선이 함께한다면 이분들의 자립에 조금 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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