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떡볶이 레시피 위픽
윤자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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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철은 거대한 철문 앞에 섰다. 16년 조직에서 살인 혐의를 덮어쓰고 들어왔다가 자유를 맞이한 순간이었다.

잠깐 대신 들어갔다 오면 조직은 내 것이라는 사탕 같은 말 한마디에 속아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자유인이 된 것을 누리는 것도 잠깐, 자신을 데리러 온 어머니의 호통에 과체중인 어머니의 뒤꽁무니를 쫓기 바쁘다. 자신을 기다린 것은 늙은 어머니뿐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꾸려온 떡볶이 가게뿐이라는 걸 가게 앞에 다다르자 실감한다. 그리고 가게 앞에서 만난 낯선 남학생, P 중학교 2학년 3반 24번 민상혁이라는 아이, 말을 반복하고 자폐스펙트럼인지 뭔지를 달고 있다는데 달갑지 않지만 어머니에겐 반기는 손님 같아 겁을 주려다 살짝 뒤로 빠지게 된다. 

자신이 16년간 감옥에 다녀온 사이 세상은 많이 변했고,

패스트푸드점 햄버거 하나 사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동네 불량 고등학생들과의 시비, 일자리를 구하다 동네 어르신들 등 처먹는 일을 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현타가 와서 집에 드러누워 버렸는데, 일을 안 하면 먹지도 말라는 어머니의 불호령에 어쩌다 보니 30년 전통 떡볶이집 일꾼이 되어 어머니 레시피를 착실하게 실행하며 어머니의 비법 레시피를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하는데...


건달 기철이 철들길 바라는 어머니의 정성 어린 마음이 떡볶이 레시피에 담겨 있는 느낌이었다. 

어머니가 가장 아끼는 손님인 상혁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가장 편견 없는 순수한 인물이었고, 편견에 가장 취약한 인물인 기철의 철드는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야기 내내 어머니의 속을 썩이는 기철이 결국엔 어머니의 바람대로 떡볶이 가게의 의미를 깨닫고, 30년 전통 떡볶이집을 40년 전통 떡볶이집으로 바꾸게 될지 그리고 어머니가 없이 레시피 복원에 성공할지 여러 포인트가 상혁에 달려 있어서 두 사람의 케미가 꽤 볼만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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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얼굴
이슬아 지음 / 위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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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가진 우리는 가속화될 기후 위기 앞에서 모두 운명공동체라고 한다. 날씨의 지배를 받을 지구 생명체 중 인간 혹은 인간이 아닌 것들도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이슬아 작가님은 비건으로 유명한데, 비건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비건을 시작한 계기는 특별하게 느껴졌다. 


일단 동물과 인간 사이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 논쟁적인 일이 아주 많이 남아있지만 고기소비를 줄이는 게 좋다는 사실만은 명확했기에 비건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살면서 한 번도 고기란 말이 자연스럽지 않았던 적이 없었는데, 이는 근본적 양심의 가책을 지우기 위해서 인간의 필요로 의해 만들어진 말이라는 게 꽤나 충격적이었다. 돼지를 먹는다. 소를 먹는다. 닭을 먹는다.라는 말을 고기라는 단어 하나로 대체하면서 고통 속에 살다간 수많은 생명의 가공 과정을 은폐시키는 일이었으며 인간의 필요로 의해 먹기 위한 존재로 탈바꿈시켜버린 단어의 힘을 무참하게 느끼게 되었던 부분이었다.


동물이 부재하는 고기는 없고, 고기 아닌 동물을 상상하는 일, 포획하지 않고 지배당하지 않는 동물의 삶을 생각해 보게 했다.


기후 위기와 지구의 온도 상승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원을 한정 없이 써대는 인간의 욕심을 반성하게 했고, 결정권을 가진 자들의 입장만으로 실현 가능성이 적은 탄소 중립 계획안들이 실제 난무하고 있으며 현재의 선택으로 앞으로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고 환기하고 있어 경각심을 갖게 했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여름에 시원한 곳에서, 겨울은 따뜻한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쿠팡 노동자들의 에어컨 설치 투쟁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로켓배송이라는 편의만 생각하고 눈 감고 사용했던 나의 무지를 반성하게 했고, 두렵지 않으면 행하지 않는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다시 한번 치를 떨게 했던 부분이었다.


이주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국정감사에서 실제 사람들의 고통을 눈 감고 침묵과 무관심으로 행동하는 정치인들, 부모가 한 명인 아이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살피는 시선들과 여자와 여자들의 연대, 미래와 현재의 사람들의 사용품이었던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 철새의 이동경로와 신공항의 관계 등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슬아 작가님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바라보게 했던 시간이었다.


누구나 반드시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어떤 사회적 신분 안에 존재하고 차별의 역사를 품은 정체성의 목록과 무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차별 금지법은 통과되어야 하고, 우리의 관심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한다. 시끄러운 세상이라 한 번이라도 뉴스를 접하지 않은 적은 없다. 하지만 내 스스로 나서거나 말을 내뱉은 적도 없는 것 같다. 행동하지 않는 삶, 생각하지 않는 삶에 대해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삶을 위해 최소한의 경계를 지어주는 법안의 통과를 이 책을 통해 소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주목받지 못한 얼굴들을 내게 일깨워줬다. 알지 못하는 얼굴들을 인식하게 해주었고, 나 또한 그중 하나임을 알게 했다. 주목받지 못한 얼굴들의 하나하나가 연결되어 우리의 얼굴이 되고, 우리의 날씨가 된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사실임을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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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앤 전집 세트 - 전8권 (완역본) 빨간 머리 앤 전집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유보라 그림,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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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이 더 예뻐요 구매 고민했는데 받고나니 꽤 만족스럽습니다 굿즈도 바로 배송해주셔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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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본점 앞에서 만나 - 어느 직장인의 로또 명당 탐방기
원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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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 나는 나만의 로또 명당을 찾는다.
오천원을 투자해서 받는건 달랑 종이 한 장이지만, 그 한 장의 무게는 꽤나 무겁다. 여기서 무겁다는 뜻은 무섭게 무겁다기보다 셀레임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 로또에 진심인 내게 꼭 맞춤 AI처럼 찾게된 제목이 바로 이 책이었다.
나만큼 로또에 진심인 사람이 또 있다니, 반갑다는 생각 이 먼저 들었다. 거기다 제목으로 유추해보니 작가님 역시 아직 일등이 된게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주일의 설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동지애, 전우애 이런 느낌으로) 이건 꼭 사야겠다 생각이 들어, 로또 한장보다 좀 더 되는 가격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우선 작가님의 이름은 원도, 원래부터 예쁘다 할때 원과 영화 도둑들의 도라고 했다. 번호 맞추는 운은 공무원 시험때 다 쓴게 분명하다는 자체 평가와, 어느 사주 집에서 인생에 없는게 두가지가 있다 했는데, 그게 하필 로또랑 부동산이었다. 로또와 인연이 굉장히 없어보이지만, 로또 핏줄은 타고난게 10년간 또로회라는 착실히 로또를 구입하는 로또교의 신도의 딸이었다. 어째든 여러 모로 나와 비슷한 부류임을 직감했고, 그녀의 로또 사랑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

로또를 처음 산 날의 설레임을 기억나게 했던 작가님의 로또 첫 구입기를 시작으로, 경찰 공무원 학원에서 잠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을때 다른 이론적인것은 다 기억에서 휘발되었지만 이왕 뇌물 받을거 15억 이상 받으라던 학원 선생님의 깊은 뜻이 담긴 조언(?)은 잊혀지지 않고 공무원 평생을 15억의 케이크 조각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된 자신만의 소비와 수입에 대한 생각들이 내 처지와 다르지 않게 느껴져 굉장히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이야기였다. 이외에도 해외여행 한번 못가본 나에게 한번만에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도시 뉴욕 여행기는 로또나 되야 갈 수 있는 곳이구나 싶게 했고, 나랑 비슷한 시기를 겪었다고 생각이 들었던 소풍때 츄리닝으로 멋부리고 싶어했을 아디다스 추리닝에 대한 이야기는 커서나 어렸을때나 우리는 참 소비에 현실적일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들 들게 했다. 이외에도 작가님이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 커피 프린스1호점으로 뚜껑을 여닿는 차를 갖고 싶어졌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카푸어의 길로 들어서게한 애마 라마에 대한 눈물겨운 상봉과 헤어짐의 스토리는 왜인지 모르게 살짝 눈물나게 공감되었으며, 유명 맛집과 로또 명당의 상관 관계에서는 맛집만 가면 그 근처에서 로또 명당을 찾았던 내 모습이 투영되어 보여졌서 굉장히 반가웠다는 후문이다.

사람 사는게 비슷하다고 느껴질때 참으로 깊은 공감이 이뤄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토요일 내 주변은 로또를 사는 사람과 사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이중에 로또를 사는 사람들에게 안부처럼 묻는 이번주 로또 구입 여부, 그리고 지난주 당첨에 대한 소소한 얘깃거리가 그렇게나 즐거운 수다거리로 다뤄진다. 그러다보니 작가님의 책이 온전히 내 사람들의 이야기거리라고 느껴져서 더 재밌게 읽었던것 같다.
오늘도 1등이 된다면 어떻게 돈을 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마흔 다섯개의 숫자중 여섯개의 행운이란 기적이 일어날까, 그리고 1등이 된다면 농협 본점은 어떻게 가야 현명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그 날을 꿈꿔보며 나랑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거라고 장담하며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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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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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필통에 작게 접힌 쪽지 하나가 놓여 있는 걸 발견한다.
'우리는 한편이야' 연한 연필로 쓴 글씨체였다. 한 문장 밖에 쓰여있지 않은 쪽지에 시간이 정지된 듯 마음의 고요가 흔들리는 기분을 받게 된다.
그다음부터는 책상 서랍 속에 테이프로 붙여둔 편지를 뒤로도 몇 차례 더 받게 되고 학교에 와서 책상 밑에 편지를 확인하는 것이 작은 습관이 될 무렵 
'만나고 싶어, 학교 마치고 5시에서 7시 사이 여기서 기다릴게'라는 새로운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된다. 
학교 가는 길 작은 공터에서 편지의 주인공과 첫 만남을 가졌는데, 그 아이는 집이 가난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반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던 고지마였다.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지만 그동안 편지로 쌓아온 그 아이의 인상은 벌써 주인공의 마음에 새겨졌고, 괜찮다면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고지마, 답장도 쓰겠다는 약속을 하고 둘은 헤어졌다.

주인공은 남들과 다른 눈 사시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 이유로 반 아이들에게 지속적 괴롭힘을 당하던 중에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처음엔 자신을 괴롭히는 새로운 수단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 편지의 주인공이 자신과 같은 처지인 왕따 고지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친구가 되기로 한순간부터 편지로 소통하는 내용이 사춘기 청소년의 풋풋한 감성이 잘 담겨 있었다. 

평화로운 초반부를 지나고 나면 두 사람이 당하는 학교 폭력 내용이 함께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처참 그 자체였다. 줄넘기로 손이 묶이고 걸레로 입이 틀어 막힌 채 청소 도구함에 갇힌다던가, 축구공 대신 머리통을 차며 인간 축구를 하는 등 아이들의 괴롭힘은 점점 도를 지나쳐가고 있었다.

둘의 왕따 배경은 조금 달랐다. 고지마는 부모님이 이혼하여 어머니의 재혼으로 배신감을 느끼는 상태였고, 친부와의 연결고리의 일환으로 자신을 더럽게 유지하고 학교 폭력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지마는 스스로 왕따를 선택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지만 주인공은 태어나길 사시로 태어나 자신이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고지마는 이런 주인공의 환경을 높게 사며 이 고난을 극복하면 자신들은 헤븐에 도달할 수 있다며 주인공을 위로하는 모습이 보였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방적 학대에 반응하지 않고 견디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벗어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자신을 괴롭히는 일당 중 한 명인 모모세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쯤 사시를 고칠 수 있다는 주치의와의 면담으로 주인공은 선택권을 갖게 되며 고지마와의 관계를 놓지 않을지, 왕따를 벗어날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의 지독함과 현실성 고증이 제대로 된 작품이라 읽는 동안 주인공만큼은 아니겠지만 조금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고지마의 상황도 이해되고, 주인공의 상황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어떤 선택을 해도 응원하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읽었던 것 같다. 

헤븐이라는 상징성이 개인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점차 용기 내며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게 꽤 괜찮았던 부분이었다.

고민하는 사춘기를 헤븐이라는 소재로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세상이 바로 보이게 된 마지막 부분이 이 헤븐이라는 상징성을 잘 표현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 괜찮은 마무리가 꽤 맘에 들었다는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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