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 - Shining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Marjorie Prime, 마이클 알메레이다, 2017그래도 넌 알아보네. 이모가 내게 던진 말에 할머니는 그럼, 예쁘잖아. 지금도 예쁘네. 라고 말하신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기억보다 강한 초기 치매환자에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엄마가 형제 중 첫째라 언니와 나는 할머니에게 제일 오래된 손주니까. 이야기를 나누다 맥락을 놓치고 모르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고 하다가 다시 또 언제 왔냐고 하고 또 어느 날엔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기억은 선행적이지도 않고,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난데없이 사라지거나 ...

우리에겐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 - 자목련
큰언니는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이 끝날 때까지 가족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수술이 다 끝난 후에야 연락을 했다. 그것도 퇴원을 바로 앞두고 말이다. 퇴원 후 집에 왔을 때에도 암이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큰언니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화학요법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나는 큰언니가 치료를 받는 동안 곁에서 식사를 책임지고 간병 아닌 간병을 했다. 항상 큰언니의 돌봄을 받아왔던 내가 큰언니의 보호자가 된 것이다. 큰언니의 유품은 온전히 정리가 되지 않았다. ...

목소리, 신비, 당혹 언제나까지나 책 - AgalmA
연말이 다가오니 마음이 조급하다. 어떤 책을 더 읽어야 하나. 그러므로... ● 목소리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사랑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살아남을 사람이?""수십 년이 흐른 지금, 대체 나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러는 걸까? 어떻게 그런 일이 모스크바나 스탈린그라드 바로 옆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지 따져 묻고 싶어서? 아니면 군사작전에 대한 묘사라든지 높고 낮은 언덕들의 이름에서 따온, 지금은 잊힌 전투의 명칭들이 듣고 싶어서? 나는 정말 전선이니 전선의 활약이니 진...

두 여성의 고통의 글쓰기 - 잠자냥
진 리스의 단편집 <한잠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부인>과 캐서린 앤 포터의 단편집 <오랜 죽음의 운명>을 함께 읽고 있다. 캐서린 앤 포터의 단편집은 올해 초에 출간되었고, 진 리스의 단편집은 얼마 전에 나왔다. 둘 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두 권 모두 꽤 묵직하고(800쪽이 넘는 포터의 단편집이 더 두껍다), 작품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고 난 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 두 편씩만 읽다 보니 올해 초에 샀음에도 포터의 단편집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진 리스와 캐서린 앤 포터...

당신 운명은 당신이 만드는 것 - 다락방
"너희 엄마가 찰리를 건드린 거 알고 있었어?"루크는 그녀의 표정을 읽으려고 애쓰며 그대로 바라만 보았다.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언제?""아주머니 생신에. 찰리가 열다섯 살 때 일이야. 정확히 표현하자면 강간을 한 거지. 그건 분명히 아동 학대였어.""아니, 전혀 몰랐어.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유감이야." (p.571)이 책을 읽으며 초반에 내가 언급했던 70세 루루가 15세 찰리와의 성관계에 대해, 작가는 그것이 강간임을 알고 있었다. 소설의 말미에 그 일을 다시 언급하며 그것이 강간, 아동 학대라고 분명히 찰리 엄마의...

서머싯 몸은 글을 써서 번 수백만 달러의 돈으로 빌라 모레스크를 구입해서, 오랜 여생을 호화롭게 보냈다. 아침에는 글을 쓰고 오후가 되면 브리지 카드 게임을 즐기고 매우 운이 좋은 이웃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서머싯 몸의 자서전에서 읽은 바로는, 이웃 중 하나가 몸의 빌라로 걸어 들어와서 정원을 보며 감탄에 찬 어조로 이렇게 외쳤다고 했다. ˝글을 써서 이 모든 걸 얻었단 말인가!˝ (p.170)


일기의 세 가지 힘 - 카알벨루치
서민교수는 유쾌하다. 나는 서민교수가 방송에 출연한지 최근에 알게 되었다. <전지적 참견시점> 첫 방송이었던 것으로 안다. 나비넥타이를 하고 나오셨던데. 헉! 바로 서민교수님! 그런데 첫 인상은 별로였다. 정신과의사가 한 분 거기 나오지 않는가! 그분을 첫 대면한 자리에서 외모에 대해 딴지를 걸었다. 나는 순간 좀 놀랬다. 그런데, 그 정신과의사 분 대처가 좋았다. ‘서민 교수님이 그런 말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면 보통 상대가 얼굴을 붉히게 되는데, 우리의 서민 교수님은 ‘아, 그래서 이 자리에 계시는...

181101 - 181115 : 32 + @ - syo
도서관을 다녀왔다. 곰인간을 만났고 햄버거를 먹었다. 오는 길에 빵 두 개 사왔다. 지금 하나 뜯어먹으면서 쓴다. 빵부스러기가 책상에 떨어지고 키보드는 미끈거린다. 제길. 커피를 먹겠다고 작은 주전자에 든 물을 끓였는데 부어보니 제길, 숭늉이다. 우유 한 방울 없이 커피는 라떼 색, 맛은 그윽하다. 아메리카노에서 조상의 얼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 조상은 과연 어느 대륙 누구의 조상인가. 상관 있나, 어차피 we are the world인 것을. 코리아메리카노라고 부르면 될까. 책방에 대한 책을 읽다가 왠지 책방이 ...

아직 끝나지 않은 올해의 책들 - 꼬마요정
올해도 어김없이 알라딘은 나에게 한 해의 기록을 보여준다. 아아,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보고 싶기도 하다. 제일 먼저 이만큼의 책을 '만났다'고.. 어쩐지 책장을 더 샀는데 꽂을 데가 없더라니... 내가 사랑한 작가가 '윌리엄 세익스피어'라고. 아직 못 읽은 세익스피어 작품이 많은데, 반성하게 된다. 하긴 반성할 게 한 두개도 아닌데 뭐. 이렇게 반성을 시작해본다. 매일 뭔가를 쓰고 싶었는데 그것도 못 해, 읽은 책들 리뷰 적는 것도 못 해, 매일 읽고 싶었는데 그것도 못 해... 아, 못하는 것 투성이 투성이 투...

20181101-20181109 - 그렇게혜윰
20181101목 1. 남편이 전주로 문상을 갔다. 늦는다. 하긴 요샌 늘 늦지만 이번엔 매우 피곤하게 늦는다. 2.발레 안무를 다 잊었다. 두렵다. 피하고 싶다.3. 흰 머리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났다. 이 삼박자가 나를 단골 중고책방 나들이를 하게 했다. 아쉽게도 이날 수확은 적었고 책에 비해 너무나 큰 코스트코 장바구니를 얻었다. 당연히 운동 대신 미용실을 갔다. 큰 아이에게 [조선사 이야기1]을 건넸고, 둘째에겐 [동물의 대이동]을 주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보며 공연 보러갔던 추억을 꺼내니 큰 아이...

베스트셀러 읽는 마음 - 단발머리
1.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베스트셀러에 대한 이런 양가적 감정이 사실 좀 부끄럽다. 나는, 책을 좀 폭넓게 다양하게 깊이있게 읽고 싶다. 기념비가 될 만한 책, 의미 있는 책, 사람들이 잘 모르는 책을 찾아 읽고 싶다. 하지만 그와 똑같은 마음으로 베스트셀러도 읽고 싶다. 이름만으로 선택하게 되는 작가, 세계 각지에서 번역, 출판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책의 내용이 또 그렇게나 궁금하다. 베스트셀러는 혹은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았으면 하는데, 궁금한 마음을 참을 수 없어 또 그렇게 책을 사고 그렇게 책을 펼친다. 재미로 ...

보헤미안 랩소디, 영원히 끊이지 않는 전율의 시간 - 만화애니비평
<보헤미안 랩소디>란 영화가 나올 때, 나는 문득 1사람이 생각이 났다. 그의 이름은 데이빗 보위, 영국 글램락의 대부이자, 상당히 멋지고 잘생긴 미의 노인(老人)이다. 그가 생각난 이유는 그의 노래보단, 퀸의 곡 중에 “Under Pressure"이란 곡에서 데이빗 보위가 프레디 머큐리와 듀엣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머큐리의 고음 속에 왠지 모를 감칠맛 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머큐리의 고음에도 중후한 목소리가 허밍의 조화는 상당히 인상이 깊다. 물론 “Under Pressure"는 프레디의 목소리보단 처음 베이스기...

오르한 파묵의 교양소설 - cyrus
다음 주 목요일에 있을 독서 모임을 위해 오랜만에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소설을 읽었다. 독서 모임 선정도서는 파묵의 아홉 번째 장편 소설 《내 마음의 낯섦》(민음사)이다. 그런데 내가 읽은 건 파묵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민음사)이다. 엉뚱한 선택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파묵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의 첫 번째 작품부터 봐야 한다. 파묵 본인이 자신의 모든 소설은 이전에 발표한 소설 속에서 태어난다고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미네
오찬호 쌤의 신간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을 읽었다. 작가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족'이 보여주는 '어쩔 수 없음'과 '치열함' 속에 감춰진 우스꽝스러운 순간들을 나열하며, 이 불편함이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바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러 부분에서 악순환의 선순환을 이야기한다. 그건 결혼의 시작-임신과 출산- 육아서-이상적 육아-사교육이라는 사이클을 통해 지속된다. 우선 결혼의 시작부터. 저자는 "결혼을 왜 해?"라고 묻는 세상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선택이 틀...

부끄러운 국어 실력. - yureka01
부끄럽게도, 국어의 맞춤법을 자주 틀린다. 심지어 단어 철자조차 헤맬 때가 있다. 과연 국어가 모국어인지 모를 정도로 틀릴 때,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물론 틀리지 않을 정도로 국어 공부가 덜 된 탓도 있다. 그런데 복기해보면 나도 학교 다닐 때 고등학교까지 국어 과목 시험의 점수는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 걸로 기억나는데도 말이다.(음, 고등학생 생활기록부를 까야 하나?) 학력고사 시절 때에 국어 점수 50점 만점에 45점으로 기억하니 국어를 못했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어의 기초가 되는 맞춤법에 대해 상세히 공...

2018년 읽었던 나날들, 썼던 시간들 - blanca
알라딘에 처음 글을 쓴 게 이십 대 후반 무렵이다. 아, 2019년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나이가 된다. 내가 이 나이의 사람으로 이렇게 여기 지금 존재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계속 그럴 테지만 어렸을 때 나의 엄마의 나이로도 적잖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나이가 내가 살아온 생의 나이테라니... 이런 속도로 나이가 든다면 십 년 정도는 눈 깜짝할 새가 될 듯. 나이와 함께 읽고 쓰는 것에 대한 소회도 진화한다. 삼십 대 중반에 알라딘에서 온 책을 언박싱하는 일은 낙이었다. 새로운 책을 책상 한 귀퉁이에 쌓아놓고 책등을 쓰다듬는...

가난은 가장 온당한 존재 방식이다 - cobomi
"가난은 가장 온당한 존재 방식이다"《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의 머리말 제목이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껏 가난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먹고 자고 입고 할 것들이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가난'을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풍경은 어떤 것일까? 내가 '가난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 근거랄까, 맥락은 뭘까? 자주 "돈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것, 돈 때문에 벌어졌던 부모님의 잦은 다툼, 진학할 학교를 학비와 취업 등의 이유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었던 것, 학자금 대출과 끊임없이 이어진 아르...

당신의 부탁. .. 잘 살아달라는 말. - 푸른희망
다섯명의 엄마들의 이야기서로 관계를 맺는 일에 대한 이야기부탁을 하고 부탁을 받는 입장에 대한 이야기그리고 어떤 말 앞에서도 강하게 부정하지 않는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 서른 두살의 효진은 죽은 남편의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는 그녀는 덜컥 열여섯 소년의 엄마가 되어야 한단다.그녀에게 동욱을 부탁하는 시동생이 너무 무례하고 폭력적이라고 느껴졌다. 사실 남남 아닌가?이미 형도 죽고 아버지가 없는 상황에서 그 아이를 키운다면 효진이 당연한거 아니냐고 아주 뻔뻔하게 말하며 느물거리며 밀어붙이는데 화가...

바람처럼 살았던 <바람의 신부>, 알마 말러 - oren
어떤 여성이 탁월한 미모와 재능을 타고난 덕분에 당대의 저명한 여러 인물들과 폭넓은 교제를 갖는다는 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또한 그녀가 뛰어난 미술가들의 영혼을 뒤흔든 끝에 세기적인 명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녀가 단지 몇몇 유명한 그림에 등장하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당대를 주름잡았던 세계적인 음악가와 건축가와 문학가와도 두루 함께 살아 보기도 했다면? 그것도 세 번에 걸친 정식 결혼을 통해서라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오스트리아의 빈에서는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

인간 이순신의 기록 - 닷슈
1392년에 성립한 조선을 가장 크게 뒤흔든 사건은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조선을 임진왜란 이전과 이후로 나누곤 한다. 그리고 그 임진왜란의 한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이순신이다. 어려서 누구나 이순신 전기를 한번쯤 읽었을 것이고 그를 다룬 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을 깊이 있게 다룬 책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깊게 다가가지 않는 느낌이랄까. 이순신을 다룬 책 중 내가 처음 본 제대로 된 책은 바로 이 책이다. 지금은 어느새 나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