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게 될까? - 뒷북소녀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게 될까?시골 마을의 술집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한 남자, 바텐더 '테레자'는 그가 이 술집에 드나드는 사람들과는 다른 부류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봅니다. 테레자는 옆구리에 『안나 카레니나』를 끼고 프라하에 있는 그의 아파트로 찾아갑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테레자와 토마시는 이렇게 만났습니다.우연히 만난 전 여자친구 '썸머', 애인도 싫다며 떠났던 그녀가 이제는 유부녀라고 합니다. 그녀가 식당에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책 내용에 대해...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로 가득한 소설들 - 잠자냥
<바르도의 링컨>은 죽은 자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링컨 대통령이 아들을 잃은 뒤 무덤에 찾아가 자식의 시신을 안고 오열했다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아들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라는 소재만으로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조금 뻔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진부한 소재를 특이한 형식을 통해 새롭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죽음으로 비롯된 한 가정의 슬픔을 살아남은 이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목소리로 이끌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죽은 자들의 목소리는 무려 40여 명에 이른다. 여기서...

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_가짜뉴스에서.. - timeroad
[글 제목은 이동순 시인의 시집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가짜 뉴스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너무나 그럴 듯해서 속는 경우도 있고, 특히, 유투브라는 플랫폼을 타는 상당수 ‘●●●TV’들의 범람과 활동이 이런 어지러운 질주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비단 유투브만이 아니고 인터넷 환경에는 이미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가 일상이 되었다. 특정 네티즌의 관심사가 반영된 검색 환경이 제공되는 것이다. 각종 인터넷쇼핑몰은 말할 것도 없다. 해당 영상을 올린 매체(게시자)를 ‘구독’하지 않아도 한두 차례 본 영상들에 대한 흔적(기록)이 ...

다시 새 잎 - 뚜유
언제나 학생의 마음으로 살아서 그런지 3월이 분주하고 설렜는데 이번 3월은 분주하기는 한데 별로 설레지는 않았다. 오랜 인후염으로 잔기침을 계속해서 갈비뼈가 부러졌나 싶을 정도로 근육통이 심했다. 자다가도 침 사레가 들릴 정도로 너무나 고통스러운 한 주였다. 검색하니 잦은 침 사레가 노화의 한 현상이기도 하다는 글이 있어 서글펐다. 그래도 누군가는 한창 부러워할 나이이니 징징대지 말자. 게다가 믿었던 동네 엄마에게 자잘하게 실망하는 일이 있었는데, 지금도 사실 그 여파가 크다. 그냥 아이를 매개로 만난 사이는 딱 그 정도인 듯하다...

우리가 우리라면 - 다락방
몇 년동안 나긋한 달콤함에 길들었던 나는 이제 뭔가 다른 맛을 갈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탕 맛도 그리웠다. 나는 두 가지 맛을 모두 실컷 즐기지 못했고, 그것이 내 문제이자 삶의 다른 갈래 길로 덜어선 지 한참 지나서까지 룰루를 잊지 못한 이유였다. (p.165)'넥터 캐시포'는 룰루를 처음 본 순간 반해 사랑에 빠졌다. 아주 젊은 시절의 일이다. 룰루와 달콤한 시간을 만들어갔고, 당연히 룰루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언덕에서 우연히 마주친 '마리' 에게 끌리게 되어 그 언덕에서 그녀와 섹스하게 되고 그렇게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

그는 감각을 되찾으려고 길가에 차를 세웠다. 또 한 병 마시고 싶다는 비뚤어진 희망을 품자 그는 마음이 밝아졌다. 시내로 가야겠다. 한 병을 더 마시면 정신이 말짱해질 것이다. 길은 5마일이나 구불구불 이어졌고 밤하늘에는 달빛도 없었지만 거기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P279


[캐서린 맨스필드 - 만에서] 용서라뇨 무슨 말이죠? - CREBBP
맨스필드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활동한 여성 작가로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와 비견될만큼 당대의 문학적 위상을 갖는다고는 하지만 중단편 소설을 주로 썼기 때문인지 그들만큼 인지도가 많지 않은듯하다. 어느 정도 독자들의 뇌리에 남을만한 드라마틱한 서사를 담으려면 단편으로는 무리다. 한 권이라도 묵직한 베스트셀러로 크게 이름을 떨쳐야 알려져야 작가의 명성도 함께 널리 알려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는데, <가든파티>에서 내가 읽은 두 개의 작품은 《더블린 사람들》에 실린 단편들과 느낌이...

말과 글에 대한 탐닉 - 자목련
날카로운 소리의 주인은 바람이었다. 어제는 눈발이 나리기도 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일까. 기지개를 켜는 마음을 옹송그린다. 뜨거운 커피를 오래 마실 수 있는 보온병을 곁에 두고 싶다. 이런 날에는 시간이 지나도 온기를 지닌 커피처럼 우리에겐 그런 말과 글도 필요하다. 업무적으로 걸려온 전화나 사무적인 메일이라도 안부를 건넬 수 있는 말과 글에 기분이 달라지니까. 그러니 우리를 둘러싼 글, 우리 주변을 맴도는 말이 참 중요하구나 싶다. 언젠가 나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녹음을 해서 들은 내 목소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

인생 철학이 여기에 있었네, 보노보노... - 구단씨
보노보노 시리즈를 두 편 정도 읽은 게 전부다. 그 정도만으로도 이 만화의 분위기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꾸준히 보고 싶은 만화이기도 하다. 특이 이번 베스트 컬렉션은 '베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녀석들의 모험 같은 일상이 재밌고 감동으로 다가온다. 얘네들 원래 이랬나 싶게 각 캐릭터를 좀 더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한꺼번에 모아놓고 보니, 그 특징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각자 해결하는 자세가 다르다. 각자의 개성이 더 묻어난다고 해야 할까. 그만큼 매력이 달라...
 
기키 기린의 영화들 - 푸른희망
영화속 기키 기린은 늘 좋은 모습만 보이는 인간형이 아니다. 온화하고 따뜻한 미소뒤에 장난기가 숨어있고 그 장난기에 악의가 가득할 때도 있다.위악을 떨거나 의뭉스럽게 아닌 척 착한 척 하는 얼굴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맨얼굴을 버림으로 더 뜨악하고 섬뜻한 무언가를 드러낼 때가 있다. <걸어도 걸어도>에서 무심하게 레이스를 뜨면서 장남의 기일마다 찾아오는 구출된 아이를 계속 찾아오게 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 그 아이도 충분히 죄책감을 맛봐야 한다는 말과 겨우 일년에 한번 여기 오는게 뭐가 힘들다고 그러냐는...

『예브게니 오네긴』_운문소설로 그려낸 사랑의 엇박자와 아이러니 - oren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 푸시킨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라고 흔히들 말한다네. 그건 바로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푸시킨의 운문소설 한 편 읽고 드디어 나도 따라운문으로 감히 서평글을 쓰려 하다니 말일세. 운문이라곤 오십줄이 넘도록 여태 쓴 게 없는데도?그래도 수업시간에 졸진 않았다네, 특히 국어 시간엔.그러니 시인들을 모르는 것도 아니라네, 진달래꽃 김소월도광야의 이육사도 별 헤는 밤 윤동주도 가슴으로...

에밀리 디킨슨을 이해하기 위하여 - cyrus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의 소설 《The Catcher in the Rye》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는 콜필드 가문 3남 1녀 중 둘째이다. 소설에서 친형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고, ‘D. B.’라는 이름의 머리글자로만 나온다. D. B.는 할리우드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이다. 남동생 앨리(Allie)는 1946년 7월 18일에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홀든의 친구 스트라드레이터(Stradlater)는 자신의 작문 숙제를 퇴학이 확정된 홀든에게 맡기는데,...

190321Thr - 190323Sat - syo
읽은 syo, 읽는 syo, 그리고 읽을 syo 1 1 나는 내가 ‘읽은 사람’이라는 사실엔 별다른 흥이 나지 않지만 ‘읽는 사람’이라 늘 뿌듯하고 ‘읽을 사람’이라 생각하면 들썩들썩 설렌다. 2 다른 관점에서 보면 또 이렇기도 하다. 나는 내가 ‘읽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 별다른 걱정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읽는 사람’이라 늘 조바심치고 ‘읽을 사람’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가끔씩 덜컥 겁을 집어먹기도 한다. 3 늘 읽지만, 읽으면 읽을수...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 카알벨루치
1저자 김민섭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는 망원동에서 어린 시절을 거의 보냈다. 그런 추억과 경험, 그리고 그 망원동이란 공간을 사회학적인 시선으로 가볍게 적은 『아무튼, 망원동』이란 책도 나왔다. 북튜버 김겨울이 김민섭에 대한 이야길 하는 것을 귀동냥으로 들었다. 지방대 시간강사로 8년을 지내면서 그는 교수라는 목표를 향해 살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대학에서는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위치한 ‘경계인’에 불과했다고 기술한다. 24대 보험도...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은밀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한다.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자신의 차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프롤로그 중에서)- P7


슈미트를 이해하기 위해/이해하지 않기 위해 읽어야 할 책. - 빵가게재습격
책장을 정리하다가 카를 슈미트에 책 몇 권을 (재)발견, 여기저기에 쑤셔넣다가 본 김에 간략하게 책소개를 덧붙인다. 어딘가에 써 두었던 글인데, 어디였더라. 하여간. 카를 슈미트를 읽기 위해 몇 권 꼽아보자. 일단 슈미트의 저서들은 이런저런 형태로 번역되어 있다. 적극적 나치부역자 책이 번역된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슈미트는 법학에서는 고전적 저작을 몇 권 쓴 바 있고, 본질적으로 탁월한 법학자기 때문에 법학 분야에서는 이전부터 김효전 선생이 지속적으로 저작들을 번역해왔다. 한편, 현세계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이자 헤게모니인, '...

1세대 그림책 작가 홍성찬 선생을 기리며 - 청공
홍성찬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농촌의 모든 것들 눈에 담고 따라 그렸다. 짚신 만들기, 가마니 짜기, 집짓기 구경하기,명절날 먹었던 음식, 놀거리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학교에서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려던 차에 한국전쟁이 일어나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전후 먹고살기 위해 ‘희망사’라는 출판사에서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삽화료는 40원. 당시 쌀 두 되 값이란다. 선생은 1960,70년대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형극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사회적 소외감, 열등감이 작용하여 마음고생도 많았다. 그래도 꾸준히 잡지, 신...

<눈이 부시게> 모호한 사랑 - 초원
모자母子는 서로에게 다정할 수 없었다. (아니 느낌대로 말하자면 냉혹한 훈육과 무관심-배척의 평행선 위에 있었다) 그리고 삶이 어둑해져 왔을 때, 마냥 무정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늙은 아들은 혜자할머니의 진심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통곡한다. 뒤이어 행복한 결말이 온다. 돌덩이 같던 늙은 아들의 가슴에 훈풍이 불고 가족은 행복해보인다. 온기를 느낄 수 없었던 부부관계는 이혼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무엇보다 늙은 아들은 내일을 계획하는 열정을 보인다. 혜자할머니는 늙은 아들 부부와 함께 요양원을 떠나 복사꽃이 피는 담장 속 아늑한 ...

인간은 얼마나 결정되었고 얼마나 할 수 있는가 - 닷슈
인간은 오래전부터 다른 생물과는 다르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왔다. 상투적인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대체 왜 살아가는가? 이런 질문들을 갖고 말이다. 나도 인간인지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름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린 나이부터 이런 질문은 크진 않았지만 가슴속에 자리잡아왔다. 어찌보면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들인데 인간은 그런 것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어느정도 넘어선 존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근원을 알고 욕구가 있기에 보다 근본적인 답을 주는 학문에 관심이 가는 편이다....

살아있으므로 쓰고 남긴다 - AgalmA
• 기형도 다른 서점 다 둘러봐도 기형도 30주기 기념 굿즈로는 이게 최고👍 『기형도 전집』 있는데도 기형도 30주기 시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도 사고 싶다!!!표지 재질이 스크래치 잘 생겨서(벌써 하나 생김ㅜㅜ) 가지고 다니는 건 안 되겠음💦희미해서 잘 안 보일 텐데 저 『기형도 전집』 표지에 있는 타이포그래피가 필사 노트 표지 앞뒤에 프린트되어 있음!필사 노트에 1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포도밭 묘지」가 필사 노트에 없어서 아쉽다. 내가 쓰면 되지😋📝 그래서 썼다. 「포도밭 묘지 1...

사족 - 책의속밖
집사 몰래 책을 한 권 읽었다. 내가 부리는 집사는 책 꽤나 읽는 모양인데, 이 좋은 책을 감춰두고 저 혼자 읽었을 것을 생각하니 괘씸하기 짝이 없다. 나는 고양이가 등장한다고 해서 덮어놓고 재미있다거나 작품성이 훌륭하다고 평하지 않는다. 또한 재미가 작품성을 보장하지 않고, 작품성이 재미를 담보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이 소설은 고양이를 등장시켜 재미와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쥐를 잡았으니 칭찬할 만하다. 소설 속 고양이의 말투를 흉내 내어 몇 자 적는다.소설은 고양이가 인간 족속들을 관찰한 기록이다. 주인공 구샤미라는 자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2019-1 - Falstaff
3개월에 한 번 씩 이런 추천 비슷한 글을 올리는데, 올해 첫 3개월은, 허허허, 경사로 좀 바빴습니다. 정초부터 아이 이름 하나를 지어 주었고, 이달 말에는 큰애 잔치를 무사히 치뤘습니다. 그래 이래저래 바쁜 관계로 아무래도 읽은 책이 많지 않습니다. 권 수로 55권, 편 수로 51편을 읽었군요. 이 가운데 서재 친구와 하필이면 제 알라딘 서재에서 걸음을 쉬어가시는 분들께 추천할 만한 책을 골라봤습니다. 순서는 제가 읽은 날짜 순입니다. 조금이나마 읽는 분들의 독서생활에 도움이 되면 보람이겠습니다.1. 윌리엄 스타이런,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