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호기심(好奇心)의 세 측면과 빛 그리고 그림자 - timeroad
영화 <나랏말싸미>는 여인(궁녀)의 구강 구조까지 클로즈업을 하는 등 표음문자이자 '설형문자'인 한글의 창제원리를 디테일하게 소개한다. 알고 있다고 여겼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을 영화를 통해 대중들이 알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나름의 역할을 한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한 편의 영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고, 사실이 그렇다. 천만관객 국내 영화가 너무 많아서인지, 이 영화의 관객이 채 100만을 넘지 못하는 현 상태가 아쉬운 이유다. [영화 <나랏말싸미>(THE KING'S LETT...

‘낭만적인 것’에 대하여 - cyrus
낭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낭만’이라는 단어를 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나는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느끼는 대로 삶을 인식하는 자유로운 내면 상태를 낭만이라고 생각한다. ‘낭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유’다. 낭만주의자들은 현실 너머의 세계를 꿈꾼다. 그러므로 현실이라는 세계를 받쳐주는 두 개의 기둥, 즉 이성과 논리적 사고와 친해지기 힘들어한다. 그들에게는 이 기둥들은 굵은 쇠창살이요, 현실은 거대한 감방이다. 이 현실의 감방을 탈출하는 유일한 돌파구는 감방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

미래의 자신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무엇을 알아냈습니까? - 뒷북소녀
미래의 자신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무엇을 알아냈습니까?단편소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숨』, 테드 창 단편소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2007)」은 물리학자 킵 손의 이야기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킵 손은 1990년대 중반 북투어 중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틀 안에서 어떻게 (이론상의)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는지 설명"했다고 한다. "킵 손이 묘사한 타임머신은 한 쌍의 문에 가까웠고, 한쪽 문으로 들어가거나 거기서 나오는 물체가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다른 문에서 나오거나 거기로 들어가는 식으로 기능했다."(49...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지금의 나 - 다락방
나는 본성이 오만한 사람이다. 베이스가 오만이야. 어제 아침에도 친구와 이에 관해 얘기했지만, 본성이 오만한 자인데 가끔 겸손을 배울 때가 있다. 수시로 겸손을 배워서, '아아 내가 오만했구나 이렇게 오늘도 겸손을 배운다' 하지만, 허구헌날 그 겸손을 배우다가만 끝난다.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오만했는데, 내가 오만했다는 사실을 또 잊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책이 그리고 이 저자가 매우 좋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지만, 사실 이 저자와 이 책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책을 펼쳐서 언제나 그렇듯이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우리가 오믈렛을 좋아한다고 해서 오믈렛이 우리에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이끌릴 때 그 사람이 나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반응한다면 우리는 더더욱 그에게 이끌리고, 내가 더 크게 이끌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상대방도 나에게 더 강하게 이끌린다. 이처럼 서로의 반응에 반응하면서 반응은 더더욱 크게 확장되고, 각자의 반응이 향하는 방향은 이제 나하로 수렴된다. 이러한 인간적 상호작용의 특징을 성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P68


190903Tue - 190905Thu - syo
인마, 읽었으면 읽은 걸 쓰라고 1 요 며칠 쓴 글들을 후루룩 훑어보다가 이것들 속에 책 이야기가 병아리 콧물만큼도 들어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누가 뭐래도(주로 내가 뭐랜다) 알라딘 서재는 책 이야기를 쓰는 공간이다. 글 안에 책을 어떤 레이아웃으로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리뷰, 페이퍼, 리스트로 장르가 나뉜다. 게다가 글에 엮어놓은 책에 내가 쓴 글이 꿰어지므로, 결국 책 입장에서는 내 글이 책을 홍보하고 내 입장에서는 책이 내 글을 홍보하는 공생관계가 semi-운명적으로 맺어지는 플랫폼인 셈이다. 돌려 말...

《서밍업》에서 발견한 스피노자의 흔적과 자유인에 관한 단상 - 초란공
《서밍업》(원제: The SummingUp )서머싯 몸 지음 | 이종인 옮김 | [위즈덤하우스] 지난 번에 《달과6펜스》 에 대한 인상을 기록하면서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가 스피노자가 말한 자유인의 모습에 근접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60대 중반에 이른 자신을 삶을 되돌아보며 남겼던 회고록 《서밍업》에서 서머싯 몸은 바로 자유인과 죽음에 관한 단상을 스피노자를 언급하며 시작하는 대목이 나온다. 다시 보니 서머싯 몸은 칸트도 읽은 모양이고, 과학자의 저서들도 읽고 생각을 남겨두기도 하는 등, 폭넓은...

짠돌이 패밀리: 콜린 베번 vs 마크 보일 vs 이나가키 에미코 - 가명
짠돌이들이 있다. 김생민처럼 돈을 아껴서 부자가 되자는 게 아니고 돈이 필요없다는 사람들이다. 아니 주변의 에너지를 아끼다 보니 돈은 저절로 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껏 환경 문제같은 거대한 명제에 누가 신경을 쓸까 생각했었다. 인간이란 동물은 상상력은 부족한 데다 이기적이라 당장 자기 실생활에 영향이 없으면 신경을 끄기 마련이다. 중동의 내전에 진정으로 마음 아파하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이제는 6.25가 발발했을 때 이탈리아나 프랑스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 그냥 무관심이다. 하지만, 몇 번의 미세먼지 대란을 ...

내 마음대로 소세키 읽기 - 카알벨루치
1 소세키의 등장인물은 공통적으로 지식인이다. 1900년 작가 소세키는 일본 문부성 제1회 국비유학생으로 영국을 유학을 가게 된다. 그 유학생활은 소세키를 지적, 정신적으로 팽창시키면서 동시에 신경쇠약이라는 딱지를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된다. 서구문명을 직접 육안으로 대하면서 느낀 유학생활은 소세키의 내면세계의 큰 획을 그은 사건이 아닌가 싶다. 나쓰메 소세키는 100년이 훨씬 넘은 과거에 활동했던 작가이다. 그 작가가 어떻게 지금 우리 현대에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아마도 소세키가 묘사하는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삶에서 죽음까지 이어지는 차별... - 구단씨
죽음에도 격차가 있다는 말이 씁쓸하게 들렸다. 살아있는 동안에도 온갖 차별과 부조리를 겪으면서 사는 우리인데, 죽음에도 차이가 있다는 게 아프게 들리는 건 당연하다. 이 세상에서 차별받으며 살아왔더라도, 죽는 그 순간은 모두가 평등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죽은 후에 우리는 하나의 시신으로 존재할 뿐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죽은 자들의 말은 그 평등을 한참 비껴가 있다. 법의학 현장에 있기 때문에 더 잘 보이는 "현실"이 있다.같은 의사의 길을 가지만, 법의학자는 직접 사람을 구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

무슨 글이라도 쓰자. - yureka01
알라딘 서재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이란 빌미가 글쓰기의 동기였으나, 책을 읽고 치미는 감정을 토로하는 글도 간간이 쓰게 되기도 하고, 혹은 이외에도 책에 관해서거나 이에 대한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적은 글도 있다. 어쨌거나 무슨 글이 되었든 간에, 이를 통틀어 글쓰기라고 하자. 글을 쓰다 보면 느끼는 감정들이 몇 가지가 있다.​첫 번째가 글의 문장을 지어 낼 때, 나 스스로가 글을 잘 못쓰는 구나하고 새삼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문장 구성이 이상할 때도 많고 중구난방으로 산만하기도 하고 간간이 글의 논점인 주제를 잃고서 엉뚱하게 삼천...

만추는, 만추다 - stella.K
지금까지 영화 <만추>는 세 번 만들어졌다. 최초의 <만추>는 1966년 이만희 감독이 고 강신성일과 문정숙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필름이 유실되어 볼 수가 없다. 그보다 더 오랜 필름도 보존되어 있는데 왜 이 작품은 유실이 되었던 걸까? 복구는 불가능한 걸까? 그나마 1981년도에 김수용 감독이 김혜자와 정동환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두 번째 필름은 아직 건제하다. 현빈과 탕웨이가 나온 <만추>를 언젠가 본 적...

요즘은 너무 뜸한 정리 - transient-guest
먹고 사는 문제나 다른 일상의 대소사가 사람의 머리를 옥죌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요즘 내 상태가 말이 아니다. 책은 도망치듯 마구잡이로 읽고 있지만 뭔가 안정된 마음으로 정갈한 의식이 아닌 흡사 걸신이라도 들린 듯, 되는 대로 마구 음식을 입에 쳐넣는 듯한 모습이다. 덕분에 글을 남길 정신적인 여유도 많이 부족했는데, 어쩌면 요 근래들어 늘어난 술이 아닌가 싶다. 운동은 여전히 꾸준하게 하고 있지만 맥주를 자주 마시다보니 좋아진 먹성과 늘어난 위에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정신은 함께 둔중해지는 기분이다. 얼마 전 들어보니 ...

독보적 (獨步的) 서비스 : 걷기와 현대과학의 만남을 생각하다 - 겨울호랑이
거리 감각을 되찾고, 시간과 공간에 대해 좀더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도구들을 이용하다보면 주변 세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좀 더 생생하게 지배할 수 있는 힘을 빼앗기는 것이다.(p42)... 두 발로 걸을 때, 우리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느낀다.(p45) <걷다> 中 얼마전 알라딘에서 '독보적'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루 1권의 책을 읽고, 하루 5,000 걸음을 걸으면 하루 미션이 수행되는 이벤트를 통해 '걷기'에 대해 생각하면서 '걷기'와 관련된 ...

우리의 책임 - blanca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기란 어렵다.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그것이 자신이 도저히 어쩌지 못할 국가재난 사태나 자연재해일 경우 외부자의 시선은 더욱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한편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시선은 감정적 동요나 주관적 편견을 극복하고 투명하고 넓은 지평을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2011년 3월 동일본을 강타한 쓰나미의 대참사는 원전의 폭발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영국의 외신 기자 리처드 로이드 페리가 르포 형식으로 쓴 이 책은 그 쓰나미의 직접 피해지역인 작은 어촌 마을 오카와의 초등학교의 아이들 몰살에 ...

책을 덮은 후에도 마음 속을 걸어다니는 책 속의 인물들 - CREBBP
어릴 때 책을 읽은 이유는, 책 속의 어떤 이상화된 가상의 인물과의 만남이 설레임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영원히 삶을 지배할 것 같은 학업이라는 억압과 굴레 속을 지나가고 있을 때, 문득 문득 불빛처럼 책 속의 인물들과 교감하고 있었다. 창조된 인간의 내면과 상상적 교감이 기성 세대가 기대하는 ‘꿈’과 ‘미래’에 어떤 부정적인 역할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른이 보기에는 달갑지 않은 책읽는 모습과 공부하는 모습이 겉으로는 거의 비슷해 보인다는 점 때문에, 공부하지 않으면서 압력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세계에 대한 절박한 기록 - 잠자냥
오래 전, 조르주 페렉의 책을 읽기 시작했을 무렵, 그의 몇몇 작품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 혹시 천재는 아닐까. 그때 내가 읽었던 책들은 <사물들>, <W 또는 유년의 기억>,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처럼 주로 그의 소설들이었다. 그 후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페렉 선집의 몇몇 작품을 읽으면서 그 확신을 굳혔다. 그래, 페렉은 천재가 맞다, 맞아. 그런데, 그냥 똑똑하기만 한 천재가 아니라 삶의 애수와 슬픔을 아는 그런 천재. 최근 출간된 <...

고민하고 애쓰는 작은 마음들 - 자목련
윤이형의 소설집『작은마음동호회』속 단편은 이전에 만났던 수상작품이나 테마소설집에서 만난 윤이형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다르다는 건 윤이형의 소설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나 혼자의 착각일 수도 있다. 『작은마음동호회』에는 모두 11편의 이야기가 있다. 제법 긴 중편부터 아주 짧은 단편도 있다. 소설집 전체의 분위기를 말한다면 ‘마음’과 ‘이해’라고 할까. 표제작 「작은마음동호회」가 그런 마음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소심하고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천천히 펴지고 움직이는 과정을 읽노라면 언젠가 우리를 채웠...
 
읽은 책에 대한 단상들 - 짜라투스트라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듀나톡톡 튀는 상상력를 기반으로 SF를 쓰고, 영화관련 글을 쓰는 작가 듀나가 장르에 대해 이야기한 책. 듀나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장르를 정의하면서도 동시에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마치 건물을 지으면서도 다시 무너뜨리는 건축가처럼. 정의하면서도 정의를 무너뜨리는 듀나의 글쓰기를 읽다보니 내가 아는 장르의 정의에 대한 이미지가 '고체'가 아니라 '액체'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딱딱하고 고정된 장르의 정의가 흐물흐물거리는 액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는 것처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