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2018년, 내 마음에 남은 열 권 - 잠자냥
좋은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에서 열 권만 고르라는 건 가혹한 일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2018년에 읽은 책 중 딱 열 권만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아래 책들을 고를 것 같다. 최근에 나온 책 위주로 골라봤다. 문학/비문학으로 나눴으니 10권도 아니잖아; 20권이다. 거기다가 아쉽게 탈락한 책까지 고르니까 이건 뭐. -_-;; ㅋ(2017년 9월~ 2018년 12월 출간 책 기준)문학 1. 사바하틴 알리, <모피코트를 입은 마돈나>작년(아니 2018년이 벌써 작년이라니!)에 발견한 작가 중 하나. 우리에게 너무 ...

내밀한 기쁨 - 자목련
한 권의 책을 몇 번이나 재독할 수 있을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누군가에게 운명의 책이라면 항상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줄 테니까. 장석주에게는 노자의『도덕경』이 그런 책이라 한다. 인생의 바닥보다 깊은 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깊은 울림을 안겨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책 말이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엔 그런 책들을 쓴 이들이 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이 책은 책이 아닌 책의 저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이다. 작가, 성자, 혁명가, 사상가, 정치가, 화가 등 장석주가 선택한 15명이 인생을 압축해서 만날 수 있다. 내 ...

우주의 고아 종족 우주에서 살아남기 - CREBBP
SF나 판타지 소설은 휴고, 네뷸러, 로커스 수상작(혹은 수상후보작)이라는 명함을 달지 않고는 국내에서 번역되기 힘들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한 때의 대중적 성공을 기반으로 아무리 허접한 작품을 내놔도 잘나가는 작가가 득세하는 이상한 시장에서, 저자의 명성만으로 작품을 선택하기엔 신뢰가 떨어진다.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수상작이라는 권위를 빌려 이 작품을 소개한다면 앞서 말한, 휴고 네뷸러, 로커스 수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다. SF계의 최고 문학상으로 꼽히는 이 세개의 상을 그 해에 모두 석권했으니, 그 해에 장편을 낸 다른 작...

˝키스럽의 생물체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칼슘이 아니라 다른 금속들이었다. 생물체가 모든 금속을 빨아들이는 생체 필터 역할을 해 바닷물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사방에 금속과 금속 산화물이 온갖 다채로운 색으로 빛났다. 등뼈가 번쩍이는 물고기며 은빛 씨주머니가 달린 해초 따위의 모든 생물체가 다른 행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엽상체의 녹색과는 너무도 다른 색을 띠었다.

토시오는 계기판을 통해 순수한 주석 덩어리와 크롬 성분의 물고기 알 한 무더기, 여러 가지 순도의 청동으로 된 산호군을 발견했지만.˝


중단되지 않는 가상의 꿈을 위하여... - 설해목
어쩌다보니 연말과 연시를 잇는 독서로 한 작가의 두 책을 읽게 되었다. 존 가드너의 『장편소설가 되기』와 『소설의 기술』이 그것인데 『장편소설가 되기』가 장편소설을 쓰기 위한 작가의 기질과 마음가짐 그리고 문예 창작 수업과 워크숍의 효용에 대해 장황하게 다루고 있다고 한다면 『소설의 기술』은 좀 더 구체적으로 소설 작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계속해서 읽다보니 써보고 싶고 써보려니 막막하고 그래서 이런 작법이나 창작에 관한 책들 제법 많이 읽어왔는데 읽기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으니 작법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

2018년 베스트 추리소설 5 - jedai2000
5위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 이노우에 마기 기적의 존재를 믿는 탐정 우에오로 조. 그는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살인사건의 여러 가설을 전부 검토하고, 모든 가능성을 낱낱이 제거해 나간다. 최후의 최후까지 파헤쳐봐도 끝내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결국 기적이 존재함이 증명되는 것이 아닌가! 기적으로 보이는 불가능범죄 속의 트릭을 밝혀내고, 불가해한 기적을 인간계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게 일반적인 탐정의 역할이라면 이 소설은 정반대다. 이 참신한 역발상이 제대로 먹혔다....

아프리카 문학을 생각하며 읽은 <사바나의 개미 언덕> - Falstaff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스물여덟 살에 쓴 아체베가 연이어 힘을 줘 서른 살에 <더 이상 평안은 없다>를 쓰더니 서른네 살에 <신의 화살>로 이른바 아프리카 삼부작을 완성한다. 이 세 권의 책 전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이후 아체베는 피 식민을 경험한 제3세계 출신 대표선수로 전 지구의 문학 판에 식민, 반식민 논쟁의 불을 붙인다.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그나마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관심을 두었다고 여겨지고 있던 조지프 콘래드조차 아체베의 칼날보다 더 날카롭게 벼른 붓...

틀뢴주의자와 시뮬라시옹 - 뒷북소녀
방대한 분량의 책들을 쓰는 행위는, 정신 나간 짓이다!단편소설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방대한 분량의 책들을 쓰는 행위, 그러니까 단 몇 분 만에 완벽하게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생각을 장장 오백여 페이지에 걸쳐 길게 늘리는 짓은 고되면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정신 나간 짓이다. 이미, 이러한 책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그것들에 관한 요약, 즉 논평을 제공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서문」 10쪽​ 약 오 년 전 밤, '나'는 아르헨티나 작가 '비오이 카...

2018년 독서정산 - 겨울나무
1. 2018년 독서정산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곱씹었다. 한 해 동안 어떤 책에 관심을 뒀고 어떤 책을 인상 깊게 읽었는지. 만족스러운 한 해는 아니었다. 천천히 깊게 읽는 게 여전히 어려웠고 그랬던 만큼 책을 읽고 바뀌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책에서 나를 찾았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현실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위안을 얻었으니까.한 해의 독서를 갈무리하고자 읽고 훑은 책 중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책과 괜찮았던 책, 다 읽지 못해 아쉬웠던 책을 위주로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2. 인상 깊었던 책들의도하진 않았지만 뇌리에 깊게 박힌 책...

독서정산,연말


양자역학의 큐비즘 해석: 번역서와 원서 - blueyonder
<QBism: The Future of Quantum Physics>는 <양자역학의 미래, 큐비즘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구하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제목 자체는 괜찮은데 책 설명이 과장광고의 혐의가 짙다. 앞면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큐비즘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라고 쓰여 있다. 책의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100년이나 지속된 양자이론의 역설과 수수께끼를 해결한 큐비즘! 빅데이터가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접수하다!” 책을 끝까지 읽었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본문 어디에도 나...

2019년의 첫 연휴주간 - transient-guest
정신없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그리고 새해가 지나면 첫 주에는 대다수가 일자리로 복귀를 하게 마련이다. 학생들은 학기제나 쿼터제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겨울방학을 맞지만, 직장인들이야 그런 호사를 바랄 수 없으니 보통 1월 2일부터는 속속 밥벌이를 위해 돌아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 해의 시작은 마치 시시포스의 과업(?)이 리셋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열심히 일년 동안 언덕으로 바위를 굴리고 연말이면 거의 꼭대기에 올라선다 싶을 때,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매년 같은 일을 반복하다...

잠깐, 2008년에 다녀왔다. - 다락방
그 날은 그를 두번째로 만나는 날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게 그 전 해의 8월이었고, 그 다음 만남이 그 해의 2월이었으니, 거의 반년만에 보는 셈이었다. 약속은 갑작스레 잡혔고, 그는 우리 집 근처 지하쳘 역으로 오기로 했다. 일요일이었고, 나는 이제는 팔아버린 피아노를 그 때는 뚱땅뚱땅 치고 있다가, 그가 온다는 생각에 설레어, 아아, 어쩜 좋지, 무엇을 줄까, 하다가, 내가 막 읽기를 마쳤던 책을 한 권 준비했다. 그리고는 나를 만나러 열심히 오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혹시 가방을 가지고 오나요?"그는 그렇다며, 혹여 자기 ...

조지와 칼을 만나기 전 그녀는 외롭고 미숙했다. 둘을 만난 후에는 외롭고 조금 덜 미숙해졌다. 연애는 아빠나 집주인 여자들을 대할 때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자신감을 주지도 않았고, 불편할 정도로 심장을 뛰게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칼에게는 다정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와 사랑을 나누는 일이 지나치게 쾌감을 주거나 그가 그녀에게 너무도 중요한 사람이 되기 전에 그가 로마로 떠나버린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렇게나 이상한 체육 과목이 언젠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자 견딜 수가 없었다. 섹스는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과대평가라고 당시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생각과 행동 사이의 괴리는 그토록 완벽했다. (p.140)


예정된 실패 - 맥거핀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3편의 영화를 보았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 레오스 카락스의 <홀리 모터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코스모폴리스>. 어쩌면 이 첫문장을 보신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출근을 도대체 어디로 하기에, 3편이나? 아니, 그 3편의 영화를 (읽어)보았다,는 말이다. 허문영의 <보이지 않는 영화>에 실린 3편의 리뷰. 사실 지하철에서는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나는 영화는 절대적으로 사이즈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들여다보는 ...

<닥터 지바고>(1957): 혁명, 문학, 불멸 - 푸른괭이
1. 시인 파스테르나크(1890-1960)의 삶과 <닥터 지바고> 모든 일에서 / 극단에까지 가고 싶다. / 일에서나, 길에서나, / 마음의 혼란에서나,재빠른 나날의 핵심에까지 / 그것들의 원인과 / 근원과 뿌리 / 본질에까지.운명과 우연의 끈을 항상 잡고서 / 살고,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 발견하고 싶다.아, 만약 부분적으로라도 / 나에게 그것이 가능하다면 / 나는 여덟 줄의 시를 쓰겠네. / 정열의 본질에 대해서 / 오만과 원죄에 대해서 / 도주나 박해, / 사업상의 우연과 / 척골(尺骨)과 손에 ...

토카이와 멜랑쥐 - oren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중략)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그저 가슴에 남는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 박인환, <목마와 숙녀> 중에서 * * *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읽다가 아주 흥미로운 번역을 하나 발견했다. 토케이라는 단어였다.토케이? 토케이! 무슨 토끼도 아니고! 우선 그 대목부터 살펴 보자. 누군가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또다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ㅡ 숙녀분들이 자리를 뜨자 신사...

메멘토 모리, 그래도 우리의 나날들 - 카알벨루치
메멘토 모리 목숨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의 기저귀를 타고 나온다.아무리 부드러운 포대기로 감싸도 수의의 까칠한 촉감은 감출 수가 없어.잠투정을 하는 아이의 이유를 아는가. 한밤에 눈을 뜨면어머니 숨소리를 엿듣던긴 겨울밤어머니 손 움켜잡던내 작은 다섯 손가락. 애들은 미꾸라지 잡으러 냇가로 가고애들은 새둥지 따러 산으로 가고나 혼자 굴렁쇠를 굴리던 보리밭 길 여섯 살배기 아이의 뺨에 무슨 연유로눈물이 흘렀는가.너무 대낮이 눈부셨는가.너무 조용해 귀가 멍멍했는가. 굴렁쇠를 굴리다 흐르던 눈물무엇을 보았...

<어떤 날의 기록> 겪어 봐야 안다 외 - 페크(pek0501)
1. 겪어 봐야 안다 : 예전, 어떻게 지냈냐고 친구가 물으면, 그냥 그날이 그날이지 뭐, 하고 시들하게 대답을 했다. 그땐 삶에 변화가 없고 그날이 그날인 게 감사할 일인 걸 몰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병이 나서 입원을 하시고, 둘째 아이가 목에 뭐가 난 것이 암일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병원 암 센터에서 암 검사 예약을 하고(다행히도 검사 결과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다.), 어머니가 넘어져서 다치는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고 응급실로 달려가고 등등...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범사에 감사하라....

우드하우스의 유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cyrus
우드하우스의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좋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독자들은 우드하우스가 코믹 작가이자 조크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력적인 플롯이나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는 거의, 혹은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고마워요, 지브스』[주1] 항목 중에서) 나는 나이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아재’다. 그래서 아재 개그를 좋아한다. 아재 개그는 흔히 말장난이 주를 이룬다. 동음이의어를 사용하거나,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활용한다. 분위기를 한순간에 얼어버리는 위...

201901 : 44 - syo
<감자엔 소스닷 – 토마토케첩 맛>을 먹다가 입천장을 베었다. 따끔하기에 뱉었더니 감자칩에 붉은 얼룩이 묻어 있었다. 당연히 케첩맛 소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RH+A맛 소스였다.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감자. 내가 그를 아끼는 마음의 반절의 반절만이라도 그가 나를 아꼈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지. 내 너를 너무도 사랑하여 거침없이 내 안으로 받아들였거늘 너는 어찌 날카로운 비수를 몰래 품고 들어와 내 마음에 한줄기 붉은 상흔을 남겼느냐. 스스럼없이 내 가장 약하고 부드러운 곳을 너에게 맡겼는데 너의 그...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 장날 - 구단씨
30년이 흘렀다.세상은 변했다.이제는 시골 어디에도 친구들끼리 주머니를 털어 갈 색싯집 하나 없다.달이 환한 마찻길도 사라진 지 오래다.그리고 앞으로 또 30년이 흐르면?마찻길이라는 말을 잊어버렸듯이 그때 가서 우리는 장터라는 말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장터의 모습을 기억해 내기 위해 이 사진집을 열심히 뒤적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258페이지)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오늘 팔아야 할 물건을 싼 보자기를 버스에 싣고 오르느라 애쓰는 사람의 뒷모습 혹은 앞모습 말이다. 자기 몸보다 큰 짐을 버스에 올리느라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

땅과 집을 통한 또 다른 약탈 - 닷슈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등장으로 케인즈 주의가 한계에 부딪힌 후 경제 패러다임은 신자유주의로 넘어갔다. 이후 세계 경제는 가난한 나라건 부자 나라 건 할 것 없이 극심한 빈부격차에 시달리게 되었다.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능력에 따른 정당한 차별의 결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기엔 굳이 사회적 차원이 아닌 개인적 차원만 보더라도 자신의 태생적 능력과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사회적 지위로 인한 출발점 차이, 거기에 생산수단을 갖추고 있느냐 아니냐등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많은 것들이 작용한다. 그래서 어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