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권에 관심이 생겨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조금 딱딱하긴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좋은 책이다 




 가치투자의 선구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오래 전에 이미 "우량 기업이 투자자에게 유리한 전환증권을 발행할 이유는 없다" 며 CB와 BW의 허구성을 주장한 바 있다. -p107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는 투자자에게 좋은 조건의 채권이다. 때문에 기업이 이것들을 발행할 때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구하는 간단한 방법은 그 주식의 '1/PER'을 계산하는 것이다. PER 은 연수익에 대비한 주가, 즉 '주가/연수익' 이다. 따라서 '1/PER'은 주가 대비 수익률, 즉 '연수익/주가'를 뜻하므로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다. PER이 8이라면 자산이 내는 연수익의 8배가 자산의 가격이라는 뜻이며, 결국 1/PER은 1/8, 즉 0.125가 되어 현재 주가 대비 기대수익률은 12.5%가 된다. 

 

 (중략) 시장PER은 다음 꼭지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여러 곳에서 제공하는데, 일반 투자자라면 한국거래소(KRX)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것을 참고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p117


 개인 투자자라면 인터넷 뉴스 검색란에서 '시장PER', '선행'PER' 또는 'MSCI PER'로 조회해 최근 증권사나 MSCI등에서 산정한 시장PER 기사를 참조하는 것이 좋다. 


 현재 주식시장이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가 시장PER이 있다. 이것을 잘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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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 선수를 키운 아버님 손웅정님의 글.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왔다. 존경스러운 분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표적지나 상장 같은 사물이 아니다. 핵심은 내가 최선을 다했고 그와 더불어 해야 할 일을 행복하게 잘 마쳤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일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 중요한 것은 본질이 무엇이냐를 아는 데 있다.

 나는 집 안에서도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꼭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것이 우리 집의 풍경이다. 잡다한 것들로 채워지는 순간 선택할 것이 많아져 우왕좌왕 시간과 열정을 허투루 쓸 확률도 높아진다. -p31 


 정리정돈. 항상 귀찮아 했는데 앞으로는 습관이 되도록해야겠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청소하고, 항시 버릴 거 버리고 정리정돈 잘하자! 


 

 모든 경쟁은 결국 자기 자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훌륭하다. -p39 


 100% 공감.



 손흥민의 최고의 날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앞으로 다가올 날' 이라고 답하고 싶다. 

 항상 낮은 자세로, 항상 발전하는 

 그런 날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p43  


  좌우명으로 삼아도 부족하지 않을 말씀이다. 항상 발전하는 삶을 살자.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들의 이정표가 될지 모르니.'

 서산대사의 설야 글귀를 가슴팍에 새기며 살고 있다. -p48


 남들에게 혹은 자식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 함부로 살면 안된다. 습관이 되면 안된다. 



 의지할 곳 없이 혈혈단신이었지만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일관성과 의리가 삶의 중요한 가치였고 타협은 없었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아주 작은 바늘구멍 같은 희망이 보이기도 했다. -p72   


 손웅정씨는 어려서부터 남달랐다. 불의를 보면 타협할 줄 몰랐다. 얻어 터지고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도 결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진짜 대장부 중의 대장부다. 의리는 또 어떠한가. 이런 사람이 그래도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그래도 축구 실력이 있어서 감독들의 눈에 띄어 발탁되었다.


 

 어려서부터 몸에 나쁜 건 먹지도 않고 

 몸에 나쁜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축구를 위해 내 몸을 최적화하는 것이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뿐이었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 -p82 


 초일류들은 자기관리도 뛰어나다. 



 그렇게 6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훈련, 오후 훈련, 밤 훈련을 하며 살았다. -p90 


 그는 남들처럼 살지 않았다. 남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미친놈 소리를 들으며 6년간 매일 따로 개인 훈련을 했다. 하루 세 번, 새벽, 오후, 밤. 중고등학생이 스스로 혼자서 한 일이었다. 지도자도 없이. 함께 하는 이도 없이.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중고등학생 시절, 혼자 새벽에 일어나 훈련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잠자리에서 몸은 일으켰는데 너무나 졸려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너,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 네 인생에서 다시는 안 와." 

 그러면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p93

 

 


  '행복'을 생각하면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번 돈을 그대로 다쓴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행복과 성장' 이다. 내 안에서 생각의 균형을 잡는 키워드였다. -p192


 

 책에서 좋았던 구절들을 반복해서 읽고 적어야겠다. 머리가 나빠서 항상 잊어 버린다. 반복해서 읽고 익혀야겠다. 독서노트가 필요하다. 



 성공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말라.

 그것이 곧 안주하는 거다.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성공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내 성장을 생각해라. -p159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하루하루 자기 삶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성공이지, 그 결과로서 주어지는 것이 성공이 아니다. 내가 지금 상황이 좋다고 오만하면 인생을 망친다. -p159




 자신이 선택해서 자기 의지를 발휘하여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뛰어난 축구선수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주도적인 삶을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거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p197 

  


 몇 가지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다. 

 첫째, 매일 운동한다. 

 둘째, 매일 책을 읽는다. 

 셋째, 내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돈하고 살핀다. -p275  

 

 한 때는 정말 매일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안 읽는 날도 꽤 많다. 운동도 주말에는 잘 안하게 된다. 더 노력하자. 



 배울 점이 너무 많았던 분이다. 이 책은 꼭 다시 읽자! 교훈을 잊지 말고 새기자. 독서노트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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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2-28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스승 밑에 좋은 제자가 태어난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2-28 11:25   좋아요 0 | URL
네, 손웅정씨가 없었으면 절대 손흥민 선수도 없었을 거 같습니다.

호시우행 2024-02-28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훌륭한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이 지금의 손흥민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네요.

고양이라디오 2024-02-28 17:50   좋아요 0 | URL
네. 실력 뿐 아니라 인성과 삶의 철학까지 교육한 점이 정말 최고의 아버지, 교육자시더라고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만에 한국소설을 읽었다. 무척 재밌게. 생각 외로 문장이 무척 좋았다.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 소설의 주제의식도 좋았다. 모순. 우리의 삶은 얼마나 모순들로 가득찬가? 아름답지만 한 편으로는 얼마나 서글픈가. 




 장미꽃을 주고받는 식의, 삶의 화려한 포즈는 우리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가난한 삶이란 말하자면 우리들 생활에 절박한 포즈 외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삶이란 뜻이었다. -p28


 하루키는 말한다. 문장,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렇다. 아무리 좋은 내용, 좋은 스토리, 좋은 등장인물이 있으면 무엇하랴. 그것을 적확하게 표현하고 심장을 두드리게 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면. 양귀자씨 문장이 좋았다. 좋았던 문장들이 많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다. -p51


 아! 너무나 공감갔다. 나 또한 그렇다. 흔히 말을 길게 하면 말을 잘한다고 본인도 주위 사람도 착각하는 거 같다. 나는 반대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뻔한 표현으로 길게 말하고 있는 사람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 말을 끊을 수도 없고 딴 생각을 할 수도 없고 힘들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일에 어머니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나의 실수였다. 뽀글래 미장원이란 명칭에 대해 우리 식구는 이미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너무나 오래된 어머니의 단골 미장원이어서 지금은 그냥 하나의 이름일 뿐이었는데...... -p139 


 웃기면서 슬픈 장면이었다. 가난은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다. 촌스러운 파마, 촌스러운 이름. 예전에 어딘 가에서 본 글인데 가난한 사람이 부자인 척 사람들을 속이다가 그만 음식점에서 탄로 났다고 한다. 음식점에서 주로 서민들이 먹는 음식을 주문해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몹시 궁금했다. 그가 나영규이든 김장우이든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이든 간에, 이 사람과 결혼하고야 말겠어, 라는 결심은 언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지금 결혼하여 살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p165 


 나 역시 몹시 궁금하다. 어떻게 하면 결혼하고야 말겠어라는 결심이 생기는 것일까? 언제 어떻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173


 습관적으로 '까' 뒤에 ?를 쓰다가 지운다. 저자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



 사랑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자에게는 스스럼없이 누추한 현실을 보일 수 있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는 그 일이 쉽지 않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자존심이었다. -p220 

 

 공감갔다. 잘 보이고 싶은 상대에게는 자신의 단점이나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렇지 않은 상대에게는 스스럼없이 단점, 누추한 현실을 보일 수 있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준 주리였다. 인간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 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어디 있으랴. -p229


 모순적이다. 인생에는 행복 뿐 아니라 불행, 고통도 필요하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p296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주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모두 모순 속에서 살아간다. 어리석음과 모순을 안고서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발전할 수 있다. 이 또한 모순이리라.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 -p302

 

 위는 <모순>의 창작노트 곳곳에 쓰인 복합어 들이다.



 새삼스런 강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간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있다. 하나의 표제어에 덧붙여지는 반대어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에 다름 아닌 것이다. 

 -p303 

 

 스티브 잡스의 말이 떠오른다. 모든 것에는 반대급부가 따른다. 항상 반대 편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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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23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재독했다. 첫번재 만큼의 충격과 감동, 감흥은 없었지만 여전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재밌는 책이었다. 인간의 정신과 뇌의 신비를 들여다보는 즐거움과 색스의 따뜻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책도 더 읽어보고 뇌과학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다. 



 그녀는 개념적인 이해력이 없는데도 시적인 언어는 잘 알아들었다. 말하는 것이 서툴긴 해도 일종의 시인, 천부적인 시인이라고 불릴 만했다. 깜짝 놀랄 만한 비유와 은유가 뜻하지 않은 순간에 시적 탄식이나 암시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듯했다. -p298


 "봄, 탄생, 성장, 깨어남, 계절, 만물이 때를 만났다...." -p300


 레베카의 평균 지능지수는 60 이하였다. 계산하지도 읽거나 쓸 줄도 몰랐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녀에게는 시적인 재능이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뉴욕의 지도에 감정이 없듯이 그러한 기억에는 거의 아니 전혀 아무런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맥락이 없고 발전성도 없으며 응용될 수도 없다. -p314 


 단순히 기억이 좋은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을 기초로 무언가를 쌓아 올려야 한다. 활용하고 응용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는 감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의 계산 능력을 테스트해보면 놀랄 정도로 형편없다. 계산 능력이야말로 셈의 천재 혹은 인간계산기가 가장 자랑할 만한 능력임에도 어쩐 일인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그들의 지능지수는 60이었고, 거의 60에 어울리는 정도의 계산 능력밖에 없었다.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도 정확하게 해내지 못했다. 곱셈과 나눗셈에 관해서는 대체 그게 뭔지 의미조차 알지 못했다. -p327 

 

 인간계산기로 불리는 쌍둥이 형제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그들은 12자리의 소수를 찾아낼 수도 있지만 계산 능력이 없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테스트 자체가 그들을 정확히 테스트 할 수 없는 면도 있었을 거 같다. 무의식적으로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지만 곱셈과 나눗셈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었다. 



 300자리 숫자 혹은 과거 40년간에 일어난 수천억이 넘는 엄청난 양의 사건을 어떻게 머릿속에 담고 있는지를 물으면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그냥 볼 뿐입니다." -p329

 

 쌍둥이 형제에게는 사진기억력이 있었다. 침팬지는 우리보다 사진기억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이리하여 천재소녀에게서 천재성을 빼앗아버리고 말았다. 그다음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단 하나의 뛰어난 재능이 사라지고 어디를 보아도 보통 사람 이하인 결함투성이의 소녀가 되었다. 이런 기묘한 치료법이나 고안해내다니, 도대체 우리는 무얼 하는 인간이란 말인가? -p347 

 

 나디아라는 스케치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 자페증 소녀는 '스케치 이외의 분야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가차없이 치료체제에 따르도록 하는 조치를 받았다. 그 결과 스케치에 대한 천재성을 잃어버렸다. 쌍둥이 형제도 두 사람을 떨어뜨려놓는 치료가 행해졌다. 그들은 숫자에 대한 신비한 능력을 잃어버렸다. 



 쿠르트 괴델은 극히 일반적인 형태이긴 했지만 수 특히 소수가 많은 관념, 인간, 장소 등을 가리키는 '표식'이 되는 것 같다는 설을 제기했다. -p352

 

 소수는 확실히 미스터리한 면이 있다. 우리 세상은 혹시 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특수한 사례들,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인간의 정신과 뇌를 들여다봤다. 인간의 정신과 뇌가 얼마나 신비롭고 대단하고 특이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뇌과학 책을 이어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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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28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참 지났지만 리뷰글을 읽다보니 새롭네요.

고양이라디오 2024-01-30 13:07   좋아요 0 | URL
전 재독인데 읽다보니 새록새록 기억에 나더라고요^^ㅎ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나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는데 다시 읽으니 그 때의 느낌이 안나서 아쉽다. 


 예전부터 느꼈던 건데 올리버 색스는 책 속에서 자신의 책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깨어남>이 많이 언급되서 읽어보고 싶다. 















 <깨어남>은 어떤 하나의 병으로 인해 발생한 혼돈의 '복구와 재통합'을 묘사한 연구이다. -p24 





 자체츠키와 P선생은 모두 똑같은 세계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둘 사이의 가장 안타까운 차이는 루리야가 말한 것처럼 자체츠키는 '그 지옥 같은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잃어버린 자신의 능력을 되찾기 위해 끈질기게 싸운' 반면에 P선생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둘 중 어느 쪽이 더 비극적일까? 둘 중 누가 더 지옥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일까? 상황을 알고 있는 쪽?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쪽? -p40


 자체츠키에 대한 설명을 찾아봤는데 못 찾겠다. P선생은 얼굴인식불인증에 걸린 남자다. 시각은 문제가 없다. 세세한 부분을 보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그것을 한 차원 높게 종합해내지는 못한다. 눈, 코, 입, 귀 등 하나하나를 보고 인식할 수는 있지만 그 얼굴을 전체적으로 보고 누구인지 모른다. 더 나아가 얼굴과 모자를 헷갈릴 정도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능력을 인식하는 쪽과 인식하지 못하는 쪽 어느 쪽이 더 비극적일까?


 

 따라서 P선생의 사례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에게 던져진 하나의 경고이자 우화일 수도 있다. 판단이나 구체적인 것, 개별적인 것을 등한시하고 완전히 추상적이고 계량적으로만 변해가는 과학이 장차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경고 말이다. -P46 


 P선생의 사례를 과학에 대한 경고로 인식하는 부분이 좋았다. 학문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통섭이 필요하다.



 그들 대부분은 건강 숭배자이거나 비타민제 광신자들로, 비타민B6(피리독신)를 엄청나게 복용한 사람들이다. 현재 몸이 없어진 채 살아가는 환자는 남녀 수백 명에 달한다. -p102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한 감각이 있다.우리는 눈을 감아도 우리의 손이 어디에 있는지 다리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고유감각이라고 한다. 비타민B6를 과다복용하면 이런 감각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신체장애인이 아무리 늦게 어떤 능력의 습득에 나선다 해도 그들에게 놀라운 가능성이 펼쳐진다는 것을 그녀의 사례가 웅변적으로 입증했다. 앞도 보지 못하고 마비 증상까지 있었던 여성, 세상과 단절된 채 무기력하게 일생을 과보호 속에서 지낸 이 여성의 내면에 놀라운 예술적 천성의 씨앗이 숨어 있었고, 그 씨앗이 60년 동안이나 동면 상태로 시들어 있다가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답게 활짝 꽃피우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p119

 

 <매들린의 손>이라는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뇌 가소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설득력이 없어요. 문장이 엉망이고 조리도 없어요. 머리가 돌았거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p151 


 <대통령의 연설>이란 에프소드가 가장 재밌었다. 위에 글은 음색인식불능증 환자가 대통령의 연설을 보고 느낀 점이다. 은색인식불능증이란 목소리에 담긴 감정, 희노애락을 판단할 수 없다. 말을 하는 상대방의 얼굴과 태도, 움직임도 볼 수 없다. 때문에 오로지 서술적인 문장만을 이해할 수 있다. 



 



 











 색스가 자주 인용하고 존경하는 신경학자가 있다. 그는 루리야이다. 그가 쓴 두 권의 임상기록이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과잉에 대해서,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는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더 재밌다고 한다. 색스의 책말고 그가 추천하는 책을 보고 싶다. 휴, 도서관에 내가 사는 지역의 도서관에 루리야의 저서가 없다. 아쉽다.



 레이가 낙담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틱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다음엔 뭐가 남나요? 전 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겁니다." 하고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p172  


 직장에서 근무하는 시간인 주중에는 할돌 덕분에 '성실하고 분별력 있고 반듯한' 사람이 된다. 그의 말마따나 '할돌 인간' 이 되는 것이다. 동작과 판단도 느긋하고 신중해진다. 할돌을 투여받기 이전의 조급한 성격과 성급한 행동도 사라진다. 그러나 즉흥성과 영감도 함께 사라진다. 심지어는 꿈도 완전히 달라진다. (중략) 그토록 민첩하던 두뇌회전도 느려지고 대답도 느릿느릿 한다. -p175


 레이의 익살스러움, 음악성, 빠른 반사능력, 뻔뻔함, 용기, 외설스러움 등은 틱 증상과 연관되어 있다. 그의 정체성의 한 부분이다.

 

 다음 에피소드 <큐피드 병>도 레이와 비슷하다. 신경매독에 걸린 89세의 노인은 행복감과 건강함을 느끼게 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 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다. -p187  

 

 앞으로 우리는 과학의 발전으로 손쉽게 우리의 행복감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 때 우리의 선택은?



 

















 보르헤스의 <픽션들>에 '기억의 천재 푸네스' 라는 소설이 있는 거 같다. 보고 싶다.



 우리가 개가 아닌 인간으로 존재하려면 아마도 억제가 필요할 것이다. -p269

 

 <내 안의 개>라는 에피소드도 상당히 기억에 남았다. 약물 복용으로 후각이 과민해진 남자의 이야기다.



 "후각?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보통 때 누가 그런 게 있다는 걸 의식이나 하겠어요? 하지만 막상 후각을 잃고 보니, 눈이 보이지 않는 거랑 똑같았어요. 인생의 맛을 꽤 많이 잃어버렸지요.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냄새에 얼마나 많은 '맛'이 있는지를. 사람들 냄새를 맡고, 책 냄새를 맡고, 도시 냄새를 맡고, 봄 냄새를 맡지요. 물론 의식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래도 모든 것의 뒤에는 온갖 풍요로운 냄새가 있답니다. 그렇듯 풍요로운 세상이 어느 날 아주 빈곤한 세상으로 돌변해버린 거예요." -p270 

 

 나는 오감 중 하나를 잃는다 후각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에 위 글을 읽고 나니 조금 고민이 된다. 

 

 

 아직 100p가 남았다. 내일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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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6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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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0 1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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